2004.2.29

4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이월 이십구일
몇십년에 한 번 있을까말까 한
이월의 다섯번째 일요일

한친구의 전화를 받았고
그동안의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듯
지칠때까지 수다를 떨었다
긴 통화는 휴일 무료통화로

잘못 끼워진 단추구멍 같았다고
한번 어긋나기 시작하니까 겉잡을 수 없었다고
근데 나도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몰랐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내가 막연하게나마 생각하던 것들을
설명할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니얘기 내얘기
너희얘기 우리 얘기
재수있는 사람 얘기 재수없는 사람 얘기
섭섭했던 얘기 미안했던 얘기

그렇게 얘기하다보니
한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먼저 전화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는데
했었는지 안했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4년에 한번 오는, 지난 2월 29일에 적어놓았던 일기다
그러니까 투데이히스토리,라는 미니홈피 내의 버튼을 이용한다면
4년에 한번 나오는 일기인 거다

오늘 미니홈피에 들어가 투데이히스토리 버튼을 누르면서
나는 과연 4년전 2월 29일에 내가 일기를 적었을까, 안적었을까,라는 괜한 궁금증에
조마조마했다. 아, 적지 않았으면 어떡하지?

다행히 일기가 있었다

니가 누구였는지, 또 그 때의 내가 누구였는지
너희는 또 누구고 우리는 또 누구인지
재수있는 사람은 누구였고, 재수없는 사람들은 누구였는지
뭐가 섭섭했고, 뭐가 미안했는지,

그래서 나는 고맙다는 말을 했던 건지, 안했던 건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저 말투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속에 있던 우리가
굉장히 가슴 뜨끈한 통화를 하면서
내가 내지 못한 용기를 내준 상대에게 내가 굉장히 고마워했을 상황인 건데,

그 와중에, 나는 저 일기를 보며,
아니 잘못 끼워진 단추 구멍을 왜 겉잡을 수 없다는 거야, 다시 끼우면 되지, 하면서
나는 또 크득크득거린다
저 땐 나름 심각했을텐데 말이지


4년이라는 세월은 그런가보다
그 땐 매우 심각해서, 가슴 한구석이 저릿저릿하던것들도
그냥 아무것도 아닌 것들로 만들어버리고, 혹은 잊어버리고
나름 심각하게 힘주어 이야기하고 생각하던 모습들을 떠올리며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말이다


다시 4년 뒤에, 오늘의 내가 우스워졌으면, 혹은 아무것도 아닌 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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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2-2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4년 후 재수있는 사람으로 기억되야 겠다는 강박증 발동 중...

웽스북스 2008-03-01 20:06   좋아요 0 | URL
흐흐
그보다는 4년 후에 제가 메피님을 기억할 수 있도록
알라딘 마을을 떠나지 마시고....

밥사주세요 ㅎㅎㅎ

L.SHIN 2008-02-29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좋은데요, 이 글.^^
4년전 글도, 지금의 글도, 그리고 앞으로 기다릴 4년 후의 글도 분명 좋겠죠.
조금 더 완숙한 색과 냄새가 나는 그런 글로 -
나도 '4년전의 2월 29일'을 한번 기억해 봐야겠습니다.
(아, 그렇다면 오늘의 일기는 '바지에 낑겨버린 뱃살'로 끝날 순 없잖아 =_=)

웽스북스 2008-03-01 20:07   좋아요 0 | URL
와, 좋아요? 다행이에요 ^_^
바지에 낑겨버린 뱃살 말고 무슨 일이 더 생겼는지 궁금해요 에쓰님 ^^

순오기 2008-02-29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실하게 기록을 남기는군요.
지나간 일기를 들추어보는 것도 꽤 운치있어요.^^

웽스북스 2008-03-01 20:07   좋아요 0 | URL
네, 근데 제 기록은 좀 띄엄띄엄이긴 해요 ㅎㅎ
 



정말이지, 가뿐히 끝내고 9시면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건만,
다른 사람이 해놓은 엉터리 줄맞춤을 가만히 보고 넘어갈 수 없는 성격인지라
거짓말 아니구, 2시부터 지금까지 계속 줄맞추고, 데이터 재정렬하고, 정리하고,

이제부터 위쪽에 들어갈 헤드카피 부분을 써나가기 시작해야 하는
매우 우울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뭔가 대단한 보고서를 쓰고 있는 거면 모르겠는데 -_-
1년에 한번 하는 나의 잡무중 하나인, 사내만족도 조사 보고서 작성중

1년에 한번 하는 굵직한 보고서 2개가 함께 걸려 있는데
이것 때문에 이렇게 남아서 힘을 빼고 있는 내가 싫어진다
힘 줄 때와, 힘 뺄 때를 조절하는 것도 능력인데,
또 사소한데 이렇게 집착하고 있다 -_-
알트 누르고 화살표 다다다다다다 눌러본 사람은 내맘 알거야

이번에는 계열사에서 우리 회사 내부 경영 및 인사 담당으로 오신 임원분께서
회사 분위기 파악을 위해 이 보고서를 기다리고 계신 상황이라
아무래도 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고
시간도 마음도 촉박할 수 밖에 없다




실은 어제부터 원인 모를 가벼운 우울 증상이 동반된 상태로 살고 있는데
바쁘다고 해서 텅 한 마음 한쪽도 잊혀지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외면하고 있는 중인데, 얘가 자기랑 안놀아줬다고 삐지면
대략 대책 없는데 큰일이다

내가 못하는 위로는 오늘밤의 당번으로 낙점된
데미안 롸이스 아저씨에게 맡겨놨다
아저씨가 있어서 다행이야! 


(갑자기 하고싶은 딴소리, 데미안롸이스 아저씨처럼 자기 노래랑 딱 어울리게 생긴 사람도 참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역시 쓸데없는 소리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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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2-28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웬디양님은 이젠 나랑 안놀아준다면서..! 그게 다 바뻐서였나봐요~~=3=3=3=3 (담주부터 주7일근무로 복귀하는 메피스토가)

웽스북스 2008-02-28 22:21   좋아요 0 | URL
흠, 갑자기 메피님이 정겹게 느껴져요. 맞아요, 실은 바빠서 그런 건데, 괜히 핑계댄 거에요, 제가 어떻게 메피님을 미워할 수가 있겠어요~ ㅜ_ㅜ

Mephistopheles 2008-02-29 01:07   좋아요 0 | URL
그럼...이제 아프님이 밤 11시까지 주 7일로 야근하는 것? =3=3=3=3

웽스북스 2008-02-29 01:15   좋아요 0 | URL
내가 딱 다음주까지만 야근하고 아프님한테 바톤 넘겨줘야지 ㅋㅋ

마늘빵 2008-02-28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야근은 싫어 야근이 싫어 야근은 정말 싫어. 정시퇴근하게 해달라. (기껏 야근이라고 한 시간 몇 번 더 일하고선 땡강 중인 신입사원)

웽스북스 2008-02-28 23:01   좋아요 0 | URL
이봐요 이봐요! 저기저기 메피님이 바톤 넘겨 주실거거든요? 그거 얼른 받으세요 (메피님 담으로는 아프님이랑 안놀래요) 우리회사에서는 1시간 더 일하고 야근이라고 말하면 혼나요 (쓰고나니 어째 슬프다 ;;;) ㅜ_ㅜ

마늘빵 2008-02-28 23:45   좋아요 0 | URL
아이참 우리 회사는 다른 부서는 칼퇴하는데, 우리 부서만 맨날 늦게 가 =33

푸하 2008-02-28 23:55   좋아요 0 | URL
'기본'에 대한 아프님의 감각이 언제나 또렷하길 바래요. 절대 익숙해지면 안 됩니다.^^:

웽스북스 2008-02-28 23:58   좋아요 0 | URL
푸하님 지금 저 혼내는 거죠? ㅎㅎㅎ
암튼 야근에 '익숙해진' 저는 이제 퇴근합니다.
얄미운 아프님 바톤 받았지요? ㅎㅎㅎ

마늘빵 2008-03-01 10:13   좋아요 0 | URL
어 바톤 떨어뜨렸는데 어떡하죠.

무스탕 2008-02-29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톤 오가가는게 보이는 듯...
다음주자가 누구신가아~~ ( ")

L.SHIN 2008-02-29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미안 롸이스 데미안 롸이스 데미안 롸이스 데미안 롸이스 데미안 롸이스 (외워둬야지)

마늘빵 2008-03-01 10:14   좋아요 0 | URL
고렇게 검색하면 안 나와요. 데미안 라이스로 검색을. demian rice

2008-03-01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08-03-01 17:21   좋아요 0 | URL
오, 그렇다면 웬디님이 발음을 심하게 꼬신거군요.ㅡ.,ㅡ
그런데 밥 아저씨라니 ㅋㅋ 김치를 선물해야 겠어요.(웃음)

웽스북스 2008-03-01 23:14   좋아요 0 | URL
푸헤헤 제가 좀 영어도 못하는 주제에 발음만 꼬아요 ㅋㅋㅋ
 



1

팀이 바뀌고 팀장님께 면담을 요청했다. 특별한 이유는 아니고, 우리팀에서 나의 인사평가 담당만 옛 팀장님이어서 현재 팀장님이랑 면담을 못했는데, 자꾸만 팀원들이 팀장님께서 본인에게 어떤 점들을 지적해주셨다고 이야기해주는 게 부러워서였다. 워낙 혼나는 걸 별로 좋아라하지 않는 성격인지라, 혼나는 일도 혼을 내는 일도 익숙지는 않은 편. 특히 혼나는 일은, 회사에 입사 이후 한번 정도 밖에 없었다. 내가 일을 잘해서라기보다는, 늘 그냥 내게 요구되는 수준 정도의 일을 꼬투리잡기 애매한 수위로 해내다보니 그래왔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내 문제들이 고착화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도 좀 혼나볼 각오로 팀장님께 면담을 신청했던 것.

팀장님이 지적해준 나의 문제는 아랫 사람들에게는 기대치가 워낙 낮아서 그런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관대하고 차근차근 알려주는 편인데, 윗사람들이 네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때 자꾸만 '직급을 잊는' 현상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개발자나 디자이너이신 과장님들께서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시더라도, 혹은 무리하게, 심히 여유로운 스케줄을 요구하실 때, 즉, 내 생각에 합리적이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부분에 대해 이해가 될 때까지 좀 따져보는 편인데, 워낙 목소리가 크고 또박또박 말하는 편이다보니, 감정이 섞이면 자꾸만 따박따박이 돼버리는데, 목소리가 커서 울려퍼지는 상황에 대한 지적이다. 인정한다. 요즘은 많이 비굴해졌다. 내일은 더 비굴해져야지. (-_-)

그리고 E대리가 내게,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배워보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친 적이 있었는데, 나는 별 고민 없이 "굳이 배우실 필요까지는 없는 일이에요" 라고 말을 했었다. 실은 진심이었다. 배워봐야 E대리의 커리어에는 크게 도움이 될 게 없는 일이기에. 실은 나는 내가 하고 있는 고정 업무들에 치이지 않는, 늦게 합류해 딱히 시간 많이 잡아먹는 고정업무가 없는 E대리가 부러웠던 건데, 그래서 굳이 이런 빡센 거 배우지 말라는 거였는데, 섭섭했었나보다. 반대로 생각해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다음번에 또 가르쳐달라고 하면 조용히 가르쳐줘야겠다.  그래도 E대리님은 나를 디게디게 좋아한다. 흐흐 (착각 아닌데 -_- 어째 분위기가 좀)


2

알라딘의 신비주의 살*님을 잠깐 뵜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만나달라고 조른 셈이 된건가? 어린이날이어서, 업무중에 잠깐 한시간쯤. 빨간모자를 찾으라고 해서 빨간모자를 막 찾는데 빨간모자는 없었다. 심지어 살*님은 빨간 모자가 없으시단다. 속았다.

살*님을 보니 이전에 혜경님께서 쓰신 글 속 살*님에 대한 묘사가 얼마나 잘된 묘사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만큼 묘사할 능력이 나는 없으므로 패스 ;;

살*님을 보고 제일 처음 한 말은 '정말 신비주의가 아니시네요, 저를 다 만나주시고' 였다. 암튼, 나는 근거없이 살*님을 신비주의로 규정한 부분에 대해 죄송했는데, 사과를 했더라 안했더라? 기억은 안나고. 암튼, 살*님과 나는 진정한 신비주의는 메*스토펠레스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 메*스토펠레스 교주님의 신비(기)주의가 깨져야 야양청스교도 하나가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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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2-27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아...여태까지 웬디양님의 비굴은 액면 그대로의 비굴이 아니였어요. 유들유들이였어요..^^
2.내일 저녁 7시 뉴욕제과 앞에 오시면 왠 통통한 사람이 입에 장미꽃을 물고 리마리오 댄스를 추다가 헤드스프링을 열심히 할껍니다. 그러면서 웬디양님이 나타나면 요~ 웬디~ 퓨쳐 핸섭! 체키럽~ 할껍니다.

참고로 그 사람이 저는 아닙니다.

웽스북스 2008-02-27 22:24   좋아요 0 | URL
쳇 뉴욕제과 앞에 아무도 없더만 흥흥


Mephistopheles 2008-02-28 00:59   좋아요 0 | URL
제가 "강남역" 뉴욕제과라고 한 적은...없는데요.=3=3=3=3

웽스북스 2008-02-28 01:04   좋아요 0 | URL
그럼 어느 뉴욕 제과인가요?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오호리에 있는 뉴욕제과인가요?
경기도 의왕시 고천동에 있는 뉴욕제과인가요?
경상북도 의성군 의성읍 후죽리에 있는 뉴욕제과인가요?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동해면에 있는 뉴욕제과인가요?

흥 메피님은 양치기메피님이에요 안놀아요 안놀아

Mephistopheles 2008-02-28 01:23   좋아요 0 | URL
왜..미국 본토에 있는 교포가 뉴욕에서 운영하는 제과점을...빼먹으셨을까요.^^

순오기 2008-02-27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메피님 댓글에 박장대소~~~~^^
웬디양님, 요즘 제가 시간과 몸과 맘에 여유가 없어 알라딘 놀이 즐기지 못해욤.
3월에 차분히 들어와서 지난 페이퍼도 읽어봐야징~~~~ 이 글은 꼼꼼하게 읽었어요.
난 꼼꼼하게 읽지 않은 글은 절대 댓글 달지 않아욤.^^
우리 딸이 님이 말한 '마법의 횡단보도'를 잘 이용하고 있어요. 홀로서기를 위해서라면 더 더욱...

웽스북스 2008-02-27 22:24   좋아요 0 | URL
흐흐흐 마법의 횡단보도는 의지가 아닌 본능이었는데, 따님의 마인드컨트롤이 도구가 됐군요 ㅎㅎ 따님의 마법의 횡단보도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요

순오기 2008-02-28 20:28   좋아요 0 | URL
어제 전화통하하면서 '마법의횡단보도'는 엄마의 존재유무로 결정된다더군요.ㅎㅎ

웽스북스 2008-02-29 01:45   좋아요 0 | URL
ㅋㅋ 아직 횡단보도 세계에 들어오려면 멀었다고 전해주세요 ㅎㅎ
이건 스스로 사회화가 되야 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그 세계에 들어오게 되면, 좀 슬퍼지는거죠

보석 2008-02-27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생각은 타인에게 '말'로 전달하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메피님 댓글엔 저도 쓰러집니다. ㅎㅎ

웽스북스 2008-02-27 22:24   좋아요 0 | URL
툭툭 일어나세요 보석님
뉴욕제과앞엔 아무도 없었답니다

도넛공주 2008-02-27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그거 아세요? 일얘기 쓰실 때 보면 다른 글들과 이미지가 전혀 달라요.정말 다정다감하고 부드러운 분이신데 일얘기에서 보면 완벽주의에 목소리 크다니..그 격차가 매력인듯?

웽스북스 2008-02-27 22:26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제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어요
아무도 내가 아닌 것만 같아요

춤추는인생. 2008-02-27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 면담을 자청하시다니, 용감하세요. 저역시 느끼는 바이지만. 페이퍼에서 님의 또다른 모습 완벽하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느껴지는걸요^^ 살청님을 보셨다니 ㅎㅎ 자세한 이야기 해주셔야죠~~

웽스북스 2008-02-27 22:26   좋아요 0 | URL
ㅎㅎ 용감했다면, 천상천하유아독존으로, 사회생활따위 신경쓰지 않고, 귀찮은 상담도 안하고 내멋대로 살았을지도 몰라요 ^^

승주나무 2008-02-27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개콘 '쭌'선생의 명언이 생각나네요~~

"사람 인..사람인(人)..어즐인..어즐인(仁)...참을 인..참을인..(忍)"

정겹고 진솔한 글 읽으니까 기분이 갑자기 좋아졌어요 ㅋㅋㅋ

웽스북스 2008-02-27 22:28   좋아요 0 | URL
승주나무님이 기분이 좋으시다니, 참 고마운 일이네요
개콘 쭌 선생님은 저도 몰라요
저도 제이드님처럼 TV를 잘 안보거든요

Jade 2008-02-27 22:39   좋아요 0 | URL
ㅎㅎ 웬디양님 역시 우리는 뭔가 통한다니까요 ㅋㅋ (엉뚱한 합리화)

웽스북스 2008-02-27 22:49   좋아요 0 | URL
흐흐 그러게요 ^-^V
그게 제이드님이어서 얼마나 좋은지 흐흐~
(이 승주님 댓글 밑에서 왠 사랑놀음인가)

바람돌이 2008-02-28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는 팀장같은 분들이 저런 것도 하나봐요? 상상하지 못한 모습이네요. 그 회사 꽤 분위기가 좋을듯.... ^^

웽스북스 2008-02-28 00:31   좋아요 0 | URL
네 뭐 제가 다른 회사 분위기가 어떤지 잘 모르니 잘은 모르지만, 윗분들의 자부심이기도 하죠, 분위기가 좋다는 건. 그리고 전 우리 팀장님을 좋아한답니다. 흐흐 ^^ 옛날 팀장님두 좋아했는데, 지금 팀장님은 또 다른 매력으루다가 좋아해요 ㅋㅋ
 


좋아하는 나무가 있다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그 나무 자체가 좋은 것이라기보다는
하늘과 어우러지는 그 나무의 모습을 좋아한다



출근길에는 절대 볼 수 없고, 퇴근길에만 볼 수 있는 나무다
조금 이른 시간, 그러니까 해질 무렵 퇴근을 하던 어느 날
삭막한 도시의 풍경을, 거기 있어주는 것만으로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이 나무를 발견하고는
나는 가방에서 바로 카메라를 꺼내 들어 한 장의 사진을 남겼었다

미니홈피에 이 사진을 올렸을 때,
같은 동네에서 출퇴근하는 회사 후배가 이 나무를 알아봐 주었다
하늘과의 어우러짐이 좋았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나만의 나무가 빼앗긴 것 같았던 섭섭한 마음보다는
나와 똑같은 곳에서, 똑같이 지쳤을 그녀에게도 이 나무가 위로가 됐겠구나, 하는 사실이
또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

오늘도 퇴근이 늦었다
그런데, 콜택시를 잡지 못하고, 그러니까 뺀찌를 먹고
지하철을 타고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에
긴 계단을 오르면서 이 나무를 발견하고는 그만 그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눈이 쌓인 이 나무의 모습, 그리고 그 위로 계속 눈이 날리고 있는 모습에
이 나무를 한 여섯배쯤 더 사랑하게 된 것 같다


갑자기
콜택시가 나를 버린 건
나에게 이 나무를 선물해주기 위해서,라는 말도 안되는 예정론을 펼치며
주변의 모든 풍경이 사랑스러워진다

희희낙낙 걸으며 온갖 나무들의, 눈과 함께한 새로운 풍경을 보며
장갑도 안끼고 눈을 뭉치며
놓쳐버린 신호등을 보면서도 기뻐하며
오늘은 택시를 타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듯 걷는다


집으로 향하는 골목 앞에 있는 홍목련이 피던 나무에 쌓인 눈을 보며
너는 목련보다 눈이 잘어울리는 것 같아, 라는 시덥잖은 말을 걸며
(목련피던 봄밤에 흥분하던 건 기억도 못하고 -_- 배은망덕한것 같으니)
집으로 향하는 길 미끄러지듯 골목 앞에 서는 서울 택시를 보며

헉, 저 콜 어디야? 라며 잠깐 콜 업체를 바꿀까 심각하게 고민하는 -_-

그렇지만 20분 세이브의 편안함과 신속함이 주는 기쁨과
오늘 마치 마지막 겨울밤인 것만 같던 오늘 밤이 주던 기쁨은
아마 다시 선택하래도, 바꾸지 않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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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8-02-26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엄청 늦게 주무셨나봐요~ 오늘 출근하시는데 지장은 없으신지..

웬디님의 이런 섬세함이 좋단 말이죠 (공개적인 애정표현 ㅋㅋ) =3=3=3=3

웽스북스 2008-02-26 10:37   좋아요 0 | URL
어 제이드님 요새 너무 적극적이야 흐흐 (좋아서~)
근데 난 섬세보다 역시 단순 ^^

어제 야근해서 오늘은 1시간 늦게 나왔지요 흐흣

무스탕 2008-02-26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고마운 나무네요. 웬디양님의 피로를 살짝 걷어가버린 이쁜 나무..
저도 아파트 입구에 있는 엄청 큰 나무 대따 좋아해요.
가지치기 하는게 아까울 정도로 멋진나무에요 :)

웽스북스 2008-02-26 21:24   좋아요 0 | URL
아 궁금해요
무스탕님이 대따 좋아하는 나무 ^^

마노아 2008-02-2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나무는 사진 안 찍었어요? 분위기 너무 좋은 밤이었네요. 그 자체가 그림같아요!

웽스북스 2008-02-26 21:24   좋아요 0 | URL
음, 찍었는데,
역시 혼자만 간직하는 편이 낫겠어요
(휴대폰 카메라인데, 지가 200만화소라는 사실을 망각하는 녀석이에요)

실비 2008-02-26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때가 있어요
표현을 잘 하시네요. 님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요^^

웽스북스 2008-02-26 21:24   좋아요 0 | URL
아이쿠, 고마워요 실비님 ^^

네꼬 2008-02-26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유. 예쁜 웬디양님. 저도 저 나무 나눠 가져도 돼요? (한쪽으로만 올라갈게요.)

웽스북스 2008-02-26 21:25   좋아요 0 | URL
네꼬님, 전 나무에 못올라가요~ ㅎㅎ
네꼬님이 위쪽 다 가지세요, 전 아래에서 그냥 볼래요 ^^

Mephistopheles 2008-02-26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 앞에서 서성거리셨다는데 "고도를 기다리며"가 생각나버렸다는..^^

웽스북스 2008-02-26 21:25   좋아요 0 | URL
저 그래도 좀 운치있게 서성거렸거든요? ㅋㅋ

Mephistopheles 2008-02-27 02:05   좋아요 0 | URL
아...난 문학적으로 서성거렸다는 뜻이였는데...

웽스북스 2008-02-27 02:15   좋아요 0 | URL
아하하, 고등학교 때 봤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몇 장면들이 떠오르는 바람에 ㅋㅋ

Mephistopheles 2008-02-27 02:27   좋아요 0 | URL
뜨끔!

웽스북스 2008-02-27 02:32   좋아요 0 | URL
쳇 역시 ㅜㅜ

바람돌이 2008-02-27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를 타고 다닐때와는 다르게 걸을때는 아주 많은 것들을 볼 수가 있죠. 느림이 주는 즐거움일거예요.

웽스북스 2008-02-27 02:33   좋아요 0 | URL
네 그걸 분명 알면서도 느림을 지향하는 삶은 참 힘들어요
 

1

예전에도 말했지만, 지리상 / 가격상의 이유로 별다방은 끊지 못하고 있다
실은 별다방 언니들과 친분관계까지 유지하며
새로운 원두가 나오면 언니들이 막 오히려 적극 권해주고
언니들의 출근 시간도 가끔 챙기고 있는 상황 ㅋ

그래도 난 오늘의 커피를, 숏으로만 마시니까 2,500원짜리만 마시는 셈이라며
실은 이 가격에 이 정도의 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다며 매일 매일 나를 위로하고 합리화한다 -_-
 
이번주의 '오늘의 커피'는 페루 커피
지난 주에 새로 나온 원두 두가지 중 하나다
지난 주에 마셨던 코스타리카 커피도 마음에 들었었는데,
오늘 마신 페루 커피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커피같다는 느낌이 좋았다

매우 부드럽게 입 속으로 들어오는데,
아침에 바른 립글로스의 달콤한 향도 함께 머금고 들어와
입에 머무는 향 덕에 기분좋은 하루를 시작한다 

(앞으로 커피 마시기 전엔 이것만 발라야지 ㅎㅎ)


2

어톤먼트
잠수종과나비
노인을위한나라는없다
마이블루베리나이츠
주노
행복한엠마, 행복한돼지, 그리고남자

&

서툰사람들
죽도록달린다...


보고싶은 건 많고, 시간은 없고,
이제 이렇게 하나씩 흘려보내는 것들이
점차 익숙해지나보다
(마이블루베리나이츠는 아직 개봉 전이지만 @_@)

지난 주에 신나게 놀았던 관계로
이번주도 이른 퇴근은 먼나라 이야기이고
이제는 데이터를 들여다봐야 할 시간

그래도 월요일은 신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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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5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8-02-25 13:53   좋아요 0 | URL
그래서 별다방에 못가는 날에는 공정무역 커피를....쿨럭 ㅜㅜ
(뭘 도망가십니까, 제가 부끄러워서 도망갈 일이죠)

Jade 2008-02-25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건 너무 잔인하대요!

나 이제부터 웬디양님 좋아하기로 했어요 ㅋㅋ 마이블루베리나이츠 같은거 같이 보러가요~~~

웽스북스 2008-02-25 16:19   좋아요 0 | URL
어어 이제부터에요? 원래 좋아하던 거 아니었구? ㅋㅋ 마이블루베리나이츠는 그럼 제이드님이랑 예약해놔야겠다 (아직 멀었지만 ㅎㅎ)

Mephistopheles 2008-02-25 17:15   좋아요 0 | URL
잔인하긴 하지만...꽤 볼만한 영화라고 판단되어진다죠..자막 한글자도 쉬이 넘어가지 말고 눈 부릅뜨고 봐야 한다는..^^

웽스북스 2008-02-25 19:59   좋아요 0 | URL
아 눈아프겠다 ㅋㅋ
눈부릅! 알겠습니다 흐흐흣
(우리 메피님은 모르는게 없으셔요)

춤추는인생. 2008-02-2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 저는 한때 작가 김훈이즐겨마신다는이유로 어딜가나 케냐 AA를 먹곤했던. 지금은 달콤한 마끼아또나 에스프레소를 즐겨마시지만. 담배연기처럼 아득하고 잔혹한 그맛이 가끔 그리워요 오늘같이 눈이 오는날은..^^

웽스북스 2008-02-25 16:19   좋아요 0 | URL
케냐AA는 귀족적인 커피라고 워낙 즐기시는 분들이 맞으시던데, 저는 신맛은 어쩐지 커피답지 않아서 몇번 마시긴 했는데 잘 안맞더라고요. 제가 잘 못하는 집에서 마셨을지도 모르겠지만요 ㅎㅎ 김훈쌤께서 케냐AA를 즐겨드시는군요, 춤인생님은 김훈쌤을 정말 좋아하시는군요 (지금 눈이오는군요, 잠깐 창가로 ^^)

하루(春) 2008-02-25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리스트 중에서 제일 보고 싶은 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주노'입니다. '서툰 사람들'은 며칠 전 봤구요. ^^ 재미있으니 기회가 되면 막 내리기 전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ㅋㅋㅋ

'노인을 위한...'은 아카데미에서 4개 부문 수상했으니 개봉관이 좀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어떻게 될까요?

웽스북스 2008-02-25 19:58   좋아요 0 | URL
늘어난다,에 100원 걸겠습니다 ^^
서툰사람들은 보러가기로 한 후배가 있는데, 그 후배가 한채영-류승룡 캐스팅을 보고싶어해요- 저는 장영남 쪽을 더 보고싶지만, 뭐 아무래도 상관없기에 기다리는 중 ㅎㅎ

마늘빵 2008-02-25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인을 위한.. 그건 처음 알았는데 봐야겠군요. 관심이 갑니다. 잠수종과 나비는 정말 좋았습니다.

웽스북스 2008-02-26 01:17   좋아요 0 | URL
아 잠수종과 나비(를 치는데 잠수종을 위한 나비는 없다, 라고 칠 뻔한 사건 -_-)도 보고싶어요, 갑자기 괜찮은 영화들이 막 밀려오고 말이죠 ;;

네꼬 2008-02-26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에 무릎 꿇.

웽스북스 2008-02-27 01:08   좋아요 0 | URL
앗, 네꼬님 무릎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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