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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내 머리가 웃긴 건 나뿐인가봐. 회사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썩 괜찮았다. 나는 아직도 거울을 볼 때마다 우스꽝스러운데. 그런데 웃긴 건 우스꽝스러운데도 자꾸만 확인사살을 날려주고 싶은지 나는 자꾸만 거울을 들여다본다. 어쩌면, 어제 머리를 한 이후, 머리로 사람들을 웃겨보겠다,는 결심을 한 건 나만의 욕심이었나보다.
그래도 난 끊임없이, 정말 웃기다, 웃기지 않아요? 를 연발했다. 아니요, 진짜 괜찮은데, 라는 반응이 계속되자, 심지어 넌 파마가 나은 것 같아 라는 반응까지 나오자 난 마치 스스로가, '웃기죠?' 라는 말을 반복함으로써 괜찮다는 위로를 이끌어내려는 의도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게 아닌가 싶은 자기 검열에 걸려 웃기죠? 라는 말도 못하겠다. 실은 또 내심은 그런 반응을 바랐던 건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내 모습이 우습고 영 어색했던 이유는 사실 스타일이 좀 웃기기도 하지만, 컬에 걸맞지 않은 화장기 옅은 얼굴, 퀭한 눈동자, 주위의 다크서클, 전혀 스타일 안받쳐주던 차림새 때문이었지도 모르겠다. 그래놓고는 괜히, 너때문이라고 머리탓을 하고 있는 건지도.
(그래도 진짜 웃긴건 웃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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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대리님께 청춘의 문장들을 빌려줬었다. 사실 뭐 그닥 읽고 싶어 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떠안긴 거나 마찬가지다. 시가 읽고 싶다고 자꾸만 시집을 주문하는데, 주문하는 시집들에서 큰 위로를 얻지 못하는 것 같아서. 시가 읽고 싶은 마음을 산문이 위로해줄 때가 있는데, 웬지 E대리님의 지금 상황이 딱 그럴 것만 같아 지난 주말, 떠안겨 보냈다.
그리고 어제 머리를 하고 나오는데 지잉 문자가 와있었다. "대리님, 청춘의 문장들 너무너무 좋아요 고마워요, 나 이책 사야겠어요" 예감할 수 있던 결과이긴 하지만, 그래도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E대리님이 난 대리님이 제일 웃겨요, 라고 말해줄 때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아, 그말은 별로 기분이 좋은 거 아닌가?) 그래도 내가 제일 웃기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E대리님 뿐이라, 나는 요즘 그녀 앞에서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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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요즘 나는, 참 많이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