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직장은 초기에는 신용카드에 찍힌대로 차비를 지급해서 필요가 없었고, 이후에는 지급액이 정액으로 바뀌긴 했으나 종로를 너무 많이 왔다갔다하는 바람에 (!!) 이동 구간이 명확지 않아 고민 고민 끝에 굳이 만들지 않았던 것이 있으니 그것은. 
 
지하철 정기권이다.

처음에 지하철 정기권이 도입됐을 때는 서울 시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했고, 4호선의 경우 남태령에서 딱 끊기기 때문에 경기도민인 나로서는 쓸 의사가 별로 없었음에도 무한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는데, 어느새부터인가 지하철 정기권역이 경기도로 확대되고, 회사의 차비 지급 정책이 바뀌면서부터 구매를 고려하며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드렸었다. 직장이 강남이지만, 강남의 정서와 도무지 맞지 않았던 나는 출근은 강남으로, 퇴근은 강북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아깝게 자꾸만 2구간을 써야 될 것 같은 상황이 예상되어 차마 구매할 수 없었던 지하철 정기권을, 결국 강북으로 직장을 옮기고서야 구매하게 됐다.  

기본료를 내고도 400원이나 더 찍히는. 고스란히 계산한다면 60회에 78,000원인 것을 48,600원에 살 수 있다니. 와. 이건 꽤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1) 60회나 지불해야 하는 게 좀 부당하다는 생각은 든다. 대부분의 직장이 주 5일인 경우가 많으니 40회를 기준으로 계산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뭐 지하철공사에서도 여러가지로 머리굴려보고 계산한 다음에 넣은 횟수이겠지만.  

2) 게다가 카드값 2,500원은 다시 반납을 해도 환불이 안된단다. -_- 

3) 코스 초과시 2회 삭감 역시 뭔가 손해보는 느낌, 강남에서는 이래서 못샀는데, 여기서는 왠만하면 초과할 일은 없겠다 싶기도 하고.  

아무튼 나도 머리 굴려가며 48,600원에 2,500원까지 다 더해도 40회 기준 금액인 52,000원보다도 싸다는 결론을 내리고 일단은 잘 한 구매라는 결론을 내린다. 강남으로 다닐 때에도 한달에 차비가 8만원 이상 나왔던 걸 생각하면, 아마 평소대로 나 다니는 거 고스란히 다 계산했으면 10만원 가까이 차비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재밌는 건 역무원 분들도 정확한 할인률을 잘 모른다. 이게 할인률 기준이 아니라 그냥 가격을 정했나보다. 음. 한 35프로 정도 될거에요. 라며 나는 두 명의 역무원에게 답을 들었는데, 단계별로 나누다보니 가격별로 할인이 좀 다르게 적용되나보다. 내가 산 정기권의 할인률은 집에서 계산해보니 카드 할인금액 100원을 포함한 원가 1400원 기준으로 무려 42.5% 정도였다. 우와. 생각보다 할인률이 높구나.

이제 문제는 남은 20회를 내가 과연 다 쓸 수 있을까,의 문제인데. 아무래도 정기권 다쓰기 놀이라도 해야겠다. 그래야 덜 억울하지. 응? 이제 서울을 좀 열심히 돌아다녀 봐야겠다. 그리고 무조건 지하철만 탈거다. 흐흐. (이건 마치 놀이동산에서 자유이용권 적용 안되는 것들은 절대 쳐다보지도 않는 그런 기분이랄까. 흑. 그러고보니 나 버스 좋아하는데.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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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9-09-06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구간을 많이 이용할때 고민되는거 공감! ㅎㅎ

웬디양님 강북으로 출근하시는군요! 직장 옮기신거 어떠신지...

그런데 저는, 항상 30일 되기 전에 60번 다 찍는답니다....ㅋㅋ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걸까요? ^^;;;

웽스북스 2009-09-06 23:05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 옮긴 직장은 마음에 드는데 업무에 아직 적응을 못해서 좀 난감해하고 있는 중이에요. 오늘은 그래서 출근했다가 회사 셔터 내려져 있는 거 보고 또 황망해하고 ㅋㅋㅋ

제이드님은 특성상 여기저기 다닐 일이 많잖아요. 그거 카드로 다 찍었으면 엄청났을거야~

가을이에요. 우리 커피 한잔 해요. ^-^

무해한모리군 2009-09-06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정기권을 살까말까 망설이고 있어요..
출근은 전철타고 하기는 하는데..
퇴근은 음음음..

웽스북스 2009-09-08 00:4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맞아요- 퇴근은 언제나 장담할 수 없는.
하지만 전 요즘 입 꾹다물고 완전 일 모드라 ㅋㅋㅋㅋㅋㅋㅋ

이매지 2009-09-06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기권 사고 싶은데 흑흑.
지하철타고 버스로 갈아타야되서 쓸 일이 없어요 -_ㅜ
교통비 한 달에 10만원씩 나가는 것도 아까워 죽겠어요 -_-;

웽스북스 2009-09-08 00:40   좋아요 0 | URL
맞아요 길에 뿌리는 돈.
환승 자주 이용하면 정기권은 별로인 것 같아요

푸하 2009-09-07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촌역 근처에 오실때 연락주세요.^^;

웽스북스 2009-09-08 00:4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 늘 신촌역 근처에 있어요. 반경 30분이내? ㅋㅋㅋㅋ

순오기 2009-09-07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쓸려면 열심히 서울 구경 다니세용~ 직장 적응되면 페이퍼도 올리고요.^^

웽스북스 2009-09-08 00:41   좋아요 0 | URL
네네 아아 덧글 달면서도 벌써 졸려서 큰일이에요 흑.

마늘빵 2009-09-0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지하철만 타면서 장거리 꾸준히 오가는 거면 괜찮아요. 저도 3년전쯤에 한번 써봤는데 꽤 많이 할인되던데.

웽스북스 2009-09-08 00:42   좋아요 0 | URL
그렇더라고요~ 잘쓰면 유용하더라고요. ㅎㅎㅎ

바로 2009-09-07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우 강북으로 오셨군요. 직장이 어디 근처인가요? 좀 더 자주 뵐려나..ㅋ

웽스북스 2009-09-08 00:43   좋아요 0 | URL
비밀이에요. 그냥 강의 북쪽. ㅋㅋㅋ
나중에 문자로 알러드리죠
 



비가 많이 오던 날.  
집에 들어오는 길 문앞에 놓인 신문을 집어 들려고 하는데, 
(내가 안챙기면 아무도 안보는 우리집 경향신문 ㅜㅜ)

응?

경향신문이 조선일보 비닐에 담겨있었다.
그러니까, 이동네에서는, 지국이 같은 거겠지.
경향신문은 비닐을 만들 돈같은거... 없는걸까.  ㅜㅜ
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신문 지국이라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신문들이
대략 어떤지, 좀 알아야하지 않을까.

이런 시국에,
'좋은 신문 조선일보'라고 써있는 봉지에 담긴 경향신문을 만나는 황망함이라니. 흙.

님. 가오좀!!! 지켜주셈!!! (경향신문 지못미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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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8-12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우리 동넨 동아일보 지국에서 취급하거든요.ㅜㅜ
경향신문 구독자 늘리기에 일조해야 되는데 올해는 아직...

웽스북스 2009-08-13 10:11   좋아요 0 | URL
아. 다들 그렇군요. 흙. ㅜㅜ

마늘빵 2009-08-12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경향신문 구독운동이 벌어졌을 때, 누군가 그런 얘기를 했던거 같은데 아무리 구독을 해봐야 경향신문이 아닌 조중동에 이득이 간다고. -_- 신문배달소(?) 그쪽거라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웽스북스 2009-08-13 10:11   좋아요 0 | URL
음 저 경향신문 인터넷 페이지에서 직접 신청하고
그쪽으로 직접 계좌이체하는데도 그러려나요? ㄷㄷㄷ

... 2009-08-12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희 동네도 동아일보 지국에서 경향신문을 관리하는 관계로, 종종 그런 일이 생기는데... 정말 싫습니다ㅠㅠ

웽스북스 2009-08-13 10:11   좋아요 0 | URL
못보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이거 참 또하나의 처참한 현실이네요

바로 2009-08-13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래서 일간지가 아니라 주간지를 사줘야 한다는 말이... 요즘 시사인도 그렇고 주간지들도 많이 힘들다고 알고 있는데...

웽스북스 2009-08-13 10:12   좋아요 0 | URL
아. 주간지는 정기구독하기는 어려워서.
그냥 한달에 두세번씩 사서 보긴 하는데....

시사인은 다음주가 100호던데 말이죠....에효... 어렵구나
잘 버티고있다 했어요..

바람돌이 2009-08-13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젖은 신문은 좀.... ^^

웽스북스 2009-08-13 10:12   좋아요 0 | URL
아흑. 아니에요. 전 진짜 차라리 젖은 신문.

2009-08-14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5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6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리브로에 쌓인 포인트가 벌써 2000점이다.
그러고보니, 알라딘 이외의 유일한 외도가 리브로 중고서점

리브로 중고책방이 생길 때 카드를 만들었고
5% 적립이니까. 헉.
중고책을 벌써..ㄷㄷㄷ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은 내게 왜 늘 이런 의미일까,
소비로 적립된 포인트나 카드값 같은 거 ;;;)

언제 읽을지 모르는 책들을 이렇게 사들이는 건
분명 정상적 행태는 아니다
이 책을 다 읽는 날보다는
차라리 살빠지면 입겠다고 사둔 미니스커트를 입는 일이
더 빨리 올지도 모르겠다

(미니스커트를 사뒀다는 얘기는 아니다) 

중고책방의 매력은 1회성 / 한정성.
작년 알라딘 중고 책방이 생길 때부터,
나는 아, 왠지 이 책은 어쩐지 지금이 지나고 나면
다시는 이 가격에 살 수 없을 거라는 착각에 사로잡힌다

혹은 이 절판본은
어쩐지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하지만, 다음에 가면 언제 그랬냐는듯
그 책은 웃으며 다시 등장해 있고,
가끔은 내가 가져간 녀석보다 더 깨끗해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참 재밌는 건,
중고책 시장으로 나오는 책들을 보면
정말 꾸준히 보이던 녀석들이 계속 보인다
언제 이 책들이 이렇게 시장을 잠식했었고,
이렇게 일괄적으로 다 내놓나, 싶어 신기하기도 하다  

그러니, 맘졸일 것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책 앞에선, 이 책은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만 같고,  
다녀오면 늘, 그리 뿌듯할 수가 없다,

돈을 쓰고도 돈을 번 듯한 느낌이 좋아
나는 자꾸만, 중고서점에 가는 것 같다. 


 - 오늘의 득템

그녀의 눈물사용법 - 천운영 (우와. 거의 새책같다)
슈거푸시 - 이명랑 (알라딘 평점 10점 만점에 5점, 기대하겠어 ㅋㅋ)
예찬 - 미셸투르니에 (예수님 찬양?)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 이승우 (알라딘 중고 최저가보다 1700원 비싸게 샀다 ㅋㅋㅋㅋㅋ)
바람부는 쪽으로 가라 - 김소진 (이제 좀 친해져볼까 한다)
선택 - 다이허우잉 (절판본인 다이허우잉의 시인의 죽음을 어렵게 구하고 몇달 후에 재판 소식을 들었었다 ㅋㅋㅋㅋㅋㅋ 이 책도 그러려나 ㅋㅋㅋㅋㅋㅋ)
근원수필 - 김용준 (책의 분위기에 걸맞게 슬쩍 세월이 느껴지는)
산불 - 차범석....(인줄 알고 샀는데 신봉승이라는 사람이 각색한 거였다. 에이. 어쩐지 느므 얇더라. 어쩐지. 어쩐지.)

실패도 있고, 성공도 있고, 뭐 그냥 그런 것도 있지.
그냥 그 순간이 나에겐 즐겁고 기쁜 거다.
예상했겠지만, 들고 오느라 팔 떨어지는 줄 알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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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녘 2009-08-11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포스트와 가장 어울리는 책은 이승우씨가 쓴 책이군요.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물론 "살 것이다"를 "will buy"로 해석했을 경우. ㅋ

웽스북스 2009-08-12 21:4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요- 그러게요- ㅋㅋㅋㅋㅋ
저는 아주 징하게 살려고요 ㅎㅎㅎㅎ

바람돌이 2009-08-11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 책방 마약이에요. 중독성 강해요. ㅎㅎ
저는 요즘 책 사재기에서 살짝 자중하고 있습니다. 알라딘 시작하고 처음으로 프리미엄급에서 아주 약간 모자라게 내려왔다는.... ^^

웽스북스 2009-08-12 21:46   좋아요 0 | URL
저도요 저도요
작년에 알라딘 중고책방 딱 멈췄는데
회사앞에 리브로가 올 줄이야 ㅋㅋㅋㅋㅋㅋ

누구엄마 2009-08-12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우어우 천운영! 완전 좋아요~

전 알라딘 중고책방에 책파는재미로 요즘 ^^:
집에 두권씩 있는 책들은 이제 거의 다 주인 찾아가는듯~

웽스북스 2009-08-12 21:47   좋아요 0 | URL
오오오오 그대의 중고책방 주소도 좀 공개해보시게
책파는거 재밌지
천운영 사면서 잠시 그대 생각을

우리 강남 리브로 한바퀴 돌면서 데이트나 한판? 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8-12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서점은 오프라인으로 주로 다녀요. 늙은 책 냄새가 너무 좋아요 ㅎ 깜짝 놀랄만큼 싼 시리즈 양장본 7권을 발견하고 집까지 데려오느라 죽을 뻔 한 적도 있어요 ^^ 그래도 주말이면 만화책방이랑 헌책방은 꼭 들리게 되요.

웽스북스 2009-08-12 21:48   좋아요 0 | URL
오오오오
저도 어제 저 녀석들 집에 데려오느라 고생했어요 흐흐

오프라인 중고책방은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아요
상태와 상관없이 데려와야만 하는 책들이 있긴 하지만

Mephistopheles 2009-08-12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책 "사기" 놀이요..??? 그 사기..???

웽스북스 2009-08-12 21:4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메피님 또 시작하셨다. ㅋㅋㅋㅋㅋ

순오기 2009-08-12 22:16   좋아요 0 | URL
하하~ 메피님의 댓글놀이 추억이 스멀거리는데요.ㅋㅋ

무스탕 2009-08-12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중고샾에 같은책이 계속 올라오는거보면 이거 혹시 창고에 재고를 요렇코롬 치우는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요.. -_-;;

웽스북스 2009-08-12 21:49   좋아요 0 | URL
ㅎㅎ 모르긴 몰라도 그런 것도 있을 거에요
리브로에도 그런 의혹을 충분히 부르고도 남을 책이 꽤 있더라고요

비로그인 2009-08-1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찬, 정말 좋아요! 성공적인 득템입니다!

웽스북스 2009-08-12 21:49   좋아요 0 | URL
후훗. 주드님의 예찬 예찬을 보니 뿌듯합니다. ㅎㅎ

순오기 2009-08-12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샵이든 새책이든 요즘은 절제모드 작동중입니다.
선물받은 책도 못 읽고 있으니까요.ㅜㅜ

웽스북스 2009-08-20 11:58   좋아요 0 | URL
흐흐 사실은 저도 절제모드에요 순오기님 ㅋㅋㅋㅋ

토깽이민정 2009-08-20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소진 책의 감상이 어떤가 기다리고 있을테야!!

새책으로만 사야 하는 나는 이런게 요즘 부럽고나~~

혹시나 하인리히 뵐의 책이 눈에 띄면
내 대신 좀 사서 모아주지 않을래?


웽스북스 2009-08-20 11:58   좋아요 0 | URL
언니 꼭 기억해둘게요!
 

 

후배 R이 회사 앞으로 찾아왔다. 얼마전 S교수님께서 서울에 올라오셔서 가졌던 모임에서 오랜만에 R을 만났고 가까이 있는데, 점심이나 하자, 하던 것이 오늘이 된 것. 함께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니, 자연스레 우리가 함께 좋아하는 S교수님 이야기를 하게 됐다.


W : 나 S교수님께 정말 감동받았을 때는, 교수님이 처음 포항으로 부임하시던 해에 가족들은 계속 서울에 있었는데 그게 M(큰딸)이 유치원 친구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아 하기 때문에 그 유치원에서 한 해를 마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는 말을 들었을 때였어. 

R : 그랬구나. 맞아요 언니. 저도 교수님의 그런 점이 제일 좋아요- 제가 감동받았던 건, M이랑 J(작은딸)이랑 터울이 많이 지잖아요. 그게 교수님이 M이 말을 알아들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M의 의사를 물어본 후에 동생을 낳으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감동 받았었거든요.  

W : 와. 정말? 

R : 네. M아. 동생이 태어나면 엄마 아빠는 너에게 많이 신경을 못써주게 될 건데, 그럼에도 엄마 아빠가 여전히 너를 사랑한다는 걸 잊으면 안돼, 라고 다 이야기해주고, 그렇게 둘째를 낳은 거래요. 그래서 둘은 사이가 정말 좋잖아요. 셋째는 J가 말 다 알아들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의사를 물어본 다음에 입양하신대요.


이 이야기를 듣는데 거짓말 아니고, 정말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탄.
요즘은, 공적 영역에서 잘 사는 일보다 오히려 어려운 일이
일상의 세밀한 영역을 얼마나 잘 살아내는가, 라는 생각에 여러모로 집중하고 있는터라,
이런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에피소드들이 나의 마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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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7-14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서 아직 둘째를.......(막 같다가 붙이는 중.)

웽스북스 2009-07-20 00:24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런 아름답고 놀라운 사연이 있었단 말임미까? ㅋ

네꼬 2009-07-14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멋있는 이야기네요. (거의 책에나 나올 이야기!)

웽스북스 2009-07-20 00:24   좋아요 0 | URL
흐흐.그죠그죠.제가쫌아무나좋아하지는않구요...

무스탕 2009-07-14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분이 정말 계시군요!!

웽스북스 2009-07-20 00:2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런 분이 정말 되어보고싶은데말이죠-

보석 2009-07-14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감탄...

웽스북스 2009-07-20 00:25   좋아요 0 | URL
^-^

굿바이 2009-07-14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직 첫째를....(뭐래? 죽여주라...T.T)

지난 번에 말한 그 교수님이구나. 생각이 말로 옮겨지는 일에 비해 생각이 실천으로 옮겨지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경험상 잘 알기 때문에 이런 분들 뵈면 절로 존경스럽더라. 선아는 좋겠다. 주위에 훌륭한 사람들이 많아서^^

웽스북스 2009-07-20 00:26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결혼도...(죽여주세요)

네. 그날 이야기했던 그 교수님. 근데 전 언니의 영향을 가장 지대하게 받고 있는 거 아시죠 ㅋㅋ

시비돌이 2009-07-15 0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감동적인 얘기네요.

웽스북스 2009-07-20 00:2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반가워요 시비돌이님.

개인주의 2009-07-15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분이군요. ^^

웽스북스 2009-07-20 00:26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래요 ^-^
 



비. 비. 비.
좋아.

우리의 마르탱파주아저씨는 이런날의 마음을 시적무정부상태라고 매우 적절하게 표현해주셨다. 아. 정말. 그렇다. 어제까지 나를 지배하고, 나를 11시까지 야근씩이나 하게 만들었던 그 정부가 사라져 오늘 나의 손에는 아무것도 쥐어지지 않는다. 노닥노닥. 음악을 찾아들으며 슬금슬금 무언가를 읽고 또 끄적인다. 이럴 거면 어제 왜 야근을 한걸까. 라고 묻는 내게 선아야, 그래도 그건 달라, 라고 해주는 K가 있는, 참 좋은 날이다. 그래. 어제의 쩔고 상쾌한 야근후 기분은 그 나름의 재미가 있는 거지.

C는 비가 와서 삼겹살을 먹고 싶다고 했다가 남자친구에게 경제관념이 없다는 구박을 받았다고 한다. 비와 삼겹살과 경제관념의 상관관계를 전혀 모르겠는 나로서는, 흠, 좀있다가 통계프로그램 열어서 상관분석이라도 돌려봐야하나, 하는 기분이고.

언니, 그럼 비오는 날에는 뭘 먹어야 되나요? 라고 물어보는 그녀에게, 나는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먹고 싶은 걸 먹는 거야, 라고 답해 삼겹살을 먹고 싶은 그녀의 마음에 힘을 더해주었다. 비에 어울리는 음식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 음식보다 더 먹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게 오늘에 어울리는 음식 아니겠니. 그녀는 힘차게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 N은 오늘 저녁에 라면을 끓여먹겠다고 한다. 사실, 나는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쌀국수를 먹고싶다. 하지만 나는 너무 착하니까,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는 K의 바람을 들어주어 김치찌개가게로 갔는데, 예상치 못했던 오이지가 나왔다. 오이지를 먹을 때마다 나는 조상님들의 지혜에 감탄한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음식 중 하나. 결국 오이지를 두접시나 비우고 기쁜 마음으로 우산을 쓰고 언덕을 내려오는데, 쌀국수 집을 지나던 K의 말. 아. 쌀국수 먹을걸. 생각을 못했네. 이런. 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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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7-09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말할걸 그랬어요. 세상엔 말하지 않아서 그냥 넘어가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다음부터는 먹고 싶은 건 꼭 말해요!!

그나저나 오이지, 오이지는 제 완소반찬. 오이지 정말 사랑해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제가 오이지를 더 좋아하는지, 웬디양님을 더 좋아하는지..잘 모르겠어요. 미안해요. 흑 =3=3=3=3

웽스북스 2009-07-09 13:45   좋아요 0 | URL
어쩌죠? 다락방님이 오이지를 좋아하신다니, 전 다락방님이 더 좋아졌는데- 전 다락방님을 살리기 위해서는 앞으로 평생 오이지를 먹지 말아야 한다면 오이지를 버릴 것 같은데

아. 버림받은 기분. ㅜㅜ

다락방 2009-07-09 14:00   좋아요 0 | URL
아, 미안해요 웬디양님.

그렇지만 내마음,
그거 나도 어쩔 수 없는거잖아요..흑(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뒤돌아서 뛴다)

보석 2009-07-10 09:3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오이지> 웬디님, 웬디님은 다락방님>오지지. 결국 다락방>오이지>웬디 이런 관계가 형성되는 건가요?ㅋㅋㅋㅋ 웬디님 분발하셔야겠어요. 오이지한테 지지 않으려면.

웽스북스 2009-07-10 01:25   좋아요 0 | URL
저 아까 양치질을 하면서 다락방님과 저, 그리고 오이지가 등장하는 동화도 상상했어요. 매우 슬픈 비극 동화에요. 매우 짧은데 이거 쓰고잘까? ㅋㅋ

보석님, 제가 그렇게 좋아하는 오이지가 제 경쟁상대가 될 거라고는 저는 정말이지 상상도 못했어요-

다락방 2009-07-10 09:04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양치질하면서 생각하는 동화라니. 궁금해요, 웬디양님!!!!

네꼬 2009-07-12 14:07   좋아요 0 | URL
오이지 좋아한다고 내가 먼저 말할걸!!!! 아깝도다! (땅을 친다)

라주미힌 2009-07-09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이 초절임이 좋아요.. 아삭아삭.. 시큼달콤... 쩝쩝..

웽스북스 2009-07-10 01:25   좋아요 0 | URL
아니야. 아니야. 오이지가 최고야. ㅋㅋㅋ

레와 2009-07-09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오이지 잘 담그는데.. 큿~ (쌩뚱~ 쌩뚱~)

웽스북스 2009-07-10 01:26   좋아요 0 | URL
어머어머어머어머 전혀 안쌩뚱.

저는 오이지는 잘 담근거든 못담근거든 무조건 좋아하지만
아 레와님이 오이지를 잘 담그신다니. 아아아. 너무 부러워요-
저도 험한세상 살아가기 위해서 오이지 잘담그는 법 정도는 알고 있어야
먹고 살 수는 있을텐데 말이죠-

보석 2009-07-09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와 삼겹살과 경제관념의 관계를 모르겠어요. 그냥 먹고 싶은 거 먹고 싶을 때 먹는 거 아닌가요?; 겁나 비싼 음식 먹겠다는 것도 아니고 삼겹살인데!!! 전 웬디님이 삼겹살 드시고 싶으시다면 옆에서 같이 김치도 굽겠어요!

웽스북스 2009-07-10 01:27   좋아요 0 | URL
와와와와 보석님.
마늘도 양파도 고추도 못먹는 저는 삼겹살 먹을 때는 무조건 무조건 김치에게 러브러브를 보는데, 아, 아, 어떻게 아신 거에요? 네? 흐흐 저 김치에 삼겹살 같이 먹는 거 너무 좋아요- 흐흐흐흐흐. (아, 입안에 차오르는 이 습기는, 혹시... 침? ㅋ)

hnine 2009-07-09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오는 날은 글 쓰고 싶어지는 날이기도 한가봐요. 비와 관련된 글들이 눈에 많이 뜨이네요.
비가 오는 날 먹고 싶은 것 말해보라면 '아이스크림' 이라고 말하는 사람, 바로 접니다 ㅋㅋ
쌀국수, 저는 아직 안먹어 봤어요.

웽스북스 2009-07-10 01:2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는 좀 심하게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막, 비만 오면, 지금 나는 너무 좋다. 비가와서 좋다. 라고 막 말하고 싶어져요. 완전 유치하기도하지. 비오는 날 아이스크림이라. 훗. 다음에는 꼭 해봐야겠는데요- ㅎ 근데 비랑 쌀국수는 정말 잘어울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