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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붉게 피던 집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4년 5월
평점 :
1.
한국 작가들의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신뢰하는 작가가 많지 않기도 하고, 너무 억눌려있다는 느낌도 있다.
장르소설의 경우 너무 가볍거나 어둡고 여성비하도 많고 문장들은 위축되어 있거나 과하게 공격적이거나
최근 그렇지 않은 몇몇 작가들이 반갑다.
2.
라일락붉게 피던집은 좋으네.
일단 초반부터 몰입도가 높고, 수월하게 책장이 넘어간다.
84년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던 시절이다.
내 또래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복고풍 향수가 있다.
소설 초반의 시선끌기를 위해 수빈에게 드라마 강의를 하게한다. 영리하다.
그리고는 80년대에 대한 향수, 연탄가스와 계돈과 집에서 엄마들이 하던 먼지날리는 부업, 한집에만 있던 전화, 칼라텔레비
그 무렵을 생각하면 누구나 친근한 소재들이다.
편안하게 익숙한 소재들로 술술 책장이 넘어간다.
그러는 사이 라일락 연립에 살던 사람들의 사연이 하나둘 자연스럽게 소개된다.
그러게 누구나 자기인생에서는 주인공이고 옆집사람 입장에서는 조연이 아니겠는가.
사람들의 기억은 이렇게 저마다 다르고, 숨기고 싶은 사연도 있다.
전반적으로 자연스럽게 물처럼 스토리가 흐른다.
인간의 기억이 어떻게 편집되고 재해석되는지
오해가 쌓이면 현실이 어떻게 왜곡되어 기억으로 남는지
이런일을 사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느낄만한 일이다.
라일락연립의 사람들이 각각 주관적으로 기억하는 일들의 맥락과 진실이 무엇인지, 재밌다.
오래간만에 책을 들고 한호흡에 끝까지 읽었다.
3.
딱 하나. 이해할수 없고, 마땅치 않은 것은 왜 파헤치는가, 이다.
과거를 기억하고 공개되는 것이 싫다고, 고통스럽다고 우돌이 그렇게 말하는데
처음 봤을때부터 김순자는 당황해하고 피하는대
똑똑하다고 잘난척하는 수빈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으면서
아무도 부여하지 않은 사명감이라도 있는것처럼, 과거를 들쑤시고 파헤치고 다닌끝에 결국
사람이 죽는다.
이런 스토리는 쫌 억지스럽고, 맘에 안들어.
과거가 지금 다시 기억되고 공개되어야 한다면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납득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단지 수빈의 잘난척 때문이라니, 사람이 죽지 않아도 이미 이것은 폭력이다.
신문에 칼럼을 쓰는 자의 권력을 이용해 잘난척하다가 결국 사람이 죽은 꼴이다. 어쩌라는 것인가.
수빈의 오바질이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