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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
홍콩 소설 처음인대, 묵직하고 재밌다. 이정도면 최고다.
마이클 코넬리를 읽으면서 참 영리한 작가라고 생각했는대
느낌은 많이 다르지만 찬 호께이, 이 사람도 참 영리한 작가다.
영국의 식민지.
영국 여왕에게 충성하는 공무원들이 있던, 중국인들의 나라.
중국으로 반환되기 직전, 많은 공무원이 이민 가부렀다네.
참 이상한 나라였던 셈이다. 영국이 중국에게 빼앗아 가지고 있던 동안 말이다.
홍콩은 정말 괴상한 식민지였다. 점령한 사람은 점점 현지화하고 점령당한 사람은 갈수록 외래인을 닮아간다.
영국인들이 특별히 폭력적으로 수탈하고 착취한다는 느낌은 없다.
책을 덮을 때 쯤 처음본 홍콩이 매우 친근해진다.
2014년 부터 1967년으로 서슬러 올라가며 홍콩을 보여준다.
연작을 읽는 매력은 각각의 에피소드를 즐길 뿐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맞춰지는 큰 그림을 완성해가는 재미도 있다.
보통은 시간순으로 어릴때부터 나이들어 가는것을 보여주는대
독특하게 관전둬가 죽는것으로 시작해서 역순으로 에피소드가 더해질수록 점점 더 젊어진다.
먼저 본 에피소드의 의미를 뒤편 에피소드에서 깨달아 지는것
이것 참 묘미가 있다.
이 시대는 이렇게나 괴상했다. 나는 매일 형과 내가 어디선가 폭탄이 터져 죽을까 걱정하고, 치안은 나날이 나빠지고, 정부는 전복될 위기였으며, 사회는 마비되고, 도시는 전쟁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매일 그런일이 없는 것처럼 집주인 아저씨를 대신해 가게를 보고, '좌파 폭도' 이웃과 아침인사를 나눈다음 '파시스트' 경찰에게 음료를 판매한다. 라디오에서는 좌파가 사회의 안녕을 헤친다고 침튀기며 욕을 해댄다. 친중국 신문사는 영국과 홍콩의 군대, 경찰들이 애국조직을 박해한다고 통정하게 비판한다. 양측은 모두 자신들이 정의라고 주장하는데 민중들은 속수무책으로 강권과 촉력에 유린당하고 있을 뿐이다.
마지막 시리즈. 1967년의 홍콩을 말해주는 '나'가 누군지 알았던 순간의 놀라움이라니.
2.
시리즈가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더 재밌어진다.
첫번째 이야기 좀 과하다는 생각이었고, 두번째 이야기는 설정이 억지스럽다는 느낌.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이 사건을 해결한다거나, 열두살된 아이가 아빠의 원수를 갚기위해 연애인이 되려고 한다거나
세번째 시리즈를 보면 관전둬 이사람은 아무도 모르는걸 혼자서 번쩍번쩍 알아맞히는 천재다.
다만 동양스타일의 명탐정은 잘난 척 하지 않는다. 가만히, 조용히 오히려 적당히 물러서며 해결한다.
신뢰가 가는 스타일이다.
네번째 '테미스의 천칭' 부터는 정말 재밌다.
퇴근하고 엄청 피곤한 상태에서 읽었는대도 몰입이 잘된다.
스번텐 형제를 쫒는것과 경찰조직 내부의 미묘한 경쟁, 배신자, 사랑과 질투
복잡할 수 있는 여러 줄기의 이야기들이 하나의 스토리안에 적절하게 배치되어 자연스럽다. 재밌어.
본격이라는 표현을 쓰는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들은 독자들과 게임을 한다는걸 강조하고
트릭의 방식, 혹은 스토리속에 심리적으로 숨기는 방식으로 어쨌거나 공정한 게임을 추구하지만
사실 독자 입장에서 트릭이 밝혀진순간 공정하다고 인정하면서 머리를 탁치며 눈이 밝아지는 느낌일때는 거의없다.
'테미스의 천칭'은 시간순서대로 스번성 일당을 소통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리얼하게 보여주고
마지막에 관전둬가 진상을 밝히는 순간, 오래간만에 감탄했다.
짧은 분량의 에피소드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대도 억지스럽지 않고 사기당했다는 느낌없이
관전둬의 해석을 보며, 나도 모르게 아! 감탄하고 말았다. 대박.
"샤오밍. 사건 수사는 관례를 고수하면서 할 수있는 일이 아니야. 경찰조직에는 발전도 없이 세월을 보내면서 메뉴얼대로 일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조직의 기강을 세우려면 상급자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게 철칙이지만, 이것만은 기억해야 해. 경찰의 진정한 임무는 시민을 보호하는 일이라느 것. 제도가 무고한 시민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정의르 표방하지 못한다면,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분명한 근거를 내세워서 경직된 제도에 대항해야 하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소설의 시작부분에 관전둬가 하는 이 상식적인 말이 무슨뜻인지.
아무 생각없이 읽어 넘긴 저 상식적인 말이 관전둬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의 삶이 어떻게 바뀐것인지.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알게된다. 대박.
새로운 작가의 발견은 늘 설레인다.
또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