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1.
미미여사의 대표작 중 하나로 추천될 만한 소설로 부족함이 없고
일본 현대 사회파 추리소설중 대표작으로 분류되어 마땅할 소설이다.


2.
매우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람의 시선으로 사회의 부조리를 고민한다.
이점이 가장 좋다.  
특별하고 비범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속에 있는 고민들
피해가고 싶어도 피해지지 않는 현대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들을
바로 그 평범한 사람들의 눈과 경험으로 말한다.
그래서 모두 나의 이야기 같은 느낌으로 불안하고 가슴한쪽 부터 싸해진다.
범죄를 특별한 능력을 갖었거나 특별히 나쁜사람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이웃집 누이처럼 힘도 없고 잘나지도 않은 사람이
현대 사회의 무책임한 시스템 속에서 파괴되고 고통스러워하는 과정으로 세밀화를 그린다.

더욱이 그처럼 아무것도 아니고 힘도 없는 사람들이 
엄살을 부리거나 징징대지도 않는다. 
의연하게 자기 앞에 놓여 가로막는 장애물을 넘어서 '잘' 살아보려고 기를 쓴다.

그런 쿨함과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행간으로 읽히는 삶에대한 연민이 적절하다.  


3.
쉽게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신뢰가 간다.
사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쉽게 희망을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게 살면 행복해진다는 드라마의 거짓말은
나무꾼이 선녀의 날개옷을 훔쳐서 둘은 결혼을 했다는 거짓말보다 천박하다.  

4.
혼마와 아들 사토루를 중심을고 한 가족들, 이웃들의
사소한 일상과 대화는 소설의 리얼함을 더욱 자연스럽게 해준다.
쉽게 선언되는 낙관적인 미래가 아니라 오히려 이런 자연스러운 일상에서
사람과 사람들이 어울려 나누고 오가는 감정속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힘과 미래에 대한 긍정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든 좋은 소설은 당대의 사회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1990년대 일본사회를 그대로 떼어내 옮겨와 우리에게 보여준다.

미야베 미유키는 뛰어난 리얼리스트다.

다 읽고 가슴이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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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의 그림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1997년 5월
평점 :
품절


1.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 과 '화가와 모델'을 봤다.
러시아 미술은 더할수 없이 좋았고, 화가와 모델은 그냥 그랬다.
그보다 젊은 30대 중반의 이주헌 초기 글이다.

내 마음속의 그림은 감상적이다.
감수성 예민한 여린 젊은이의 착한 글이다.

매우 주관적이고 감상적인데 편안한 이유는 솔직하기 때문이고
삶의 빛과 그림자를 다 아우르며 바라보는 눈빛이 따듯하기 때문이다.
그의 설득력이 힘을 갖는 이유이다.

그림과 대화하는 법.
그림의 가치를 전문가들만이 아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만의 눈과 이야기로 그림과 대화할 수 있다고

우연과 필연이 얽히고
일상과 역사가 겹쳐지는 삶에서
그림을 읽는 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가볍지 않고 진지하고 진솔하게 말한다.
가끔 맥락을 따라가는 것이 어려운 글도 있지만

2.
빛의 소란스러움과 환희에 대해 그는 자주 넋을 잃는다.
어둠이 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조차
찬란한 빛에 대한 경외를 줄어들게 하지 못한다.

삶이란 그러하다고 이주헌은 말하는것 같다.

가만히 그의 눈을 따라 그림을 읽으면
삶이란 고난과 깊은 어두움도 있지만 힘을 내라고
햇빛은 누구에게나 고루 비추는 거라고

그런 이주헌의 속깊은 바램이 책갈피 사이 행간에서 햇살로 따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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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상고마
장용규 지음 / 한길사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1.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이나 프란츠 파농의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을 보면 식민지, 침략자들에게 수탈당할 뿐 아니라 사람으로 동등하게 대접받지 못하는 자들의 왜곡되는 정신을 말한다. 참 이상하게도 우리의 시선은 힘이약해 침략당해야 하고 폭력과 비인간적 시간을 견디어야 하는 사람들과의 연대가 아니라 제국주의자와 더 닮아 있었다.

약육강식의 논리로 우리보다 더 못살고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미개인을 비웃는 방식으로 세계를 보는 것은 타인에 대한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나에대한 성찰의 부족이라는 점에서 더 부끄럽다.

2.
처음 읽는 아프리카 이후 두번째 아프리카를 우리 연구자의 것으로 읽었다.
잘나가는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라, 어디 붙어있는지도 잘 모르는 아프리카를 연구하는 우리 연구자가 있어 다행이다.

전혀 모르는 낯선 이국의 오지 마을에서 1년을 살며 그곳 사람들의 삶을 본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지만, 으~~ 너무 힘들것 같다.

현대 아프리카의 문명, 문화에 대한 해석은 날카롭고 정확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역사와 현제를 잘 알고 보면 더 좋을텐데, 그렇지 않아도 읽는데 무리없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줄루족의 상고마들에 대한 연구.
상고마는 우리식 표현으로 하자면 신내림 받은 무당이다.
낯선 세계 사람들의 생각과 표현이 낯설지 않다. 우리나라 무당과 많이 비슷하다.

3.
가장 좋은 점은 이른바 선진 이라고 하는 문명의 시각으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아프리카 줄루족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편견과 환상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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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전면개정판) -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조지 리처 지음, 김종덕 옮김 / 시유시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
맥도날드화
막스베버는 관료제를 합리성의 한패러다임으로 보았는데, 합리적 체계가 비인간적이며 인간성을 박탈한다고 그 위험을 경고했다. 조지 리처는 이러한 인식에 근거해서 근대성, 합리적인것의 비합리성을 말한다. 합리성의 근본 특징들인 효율성, 계산가능성, 예측가능성은 사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동의하는 편안함이기도 하다. 그러나 효율성을 근거로 대량생산의 상품사회에서 사는 것이 매우 비인간적으로 인간을 통제한다는 것을 맥도날드화라는 현상으로 매우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다.

특히 노동과정의 인간소외에 대한 그의 통찰에 동의한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효율을 이유로 사회 전체가 대량생산 시스템의 공장처럼 비인간회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고도로 발달한 관료제는 결국  사람은 없고 규칙과 규정과 그것에 따르는 기계화된, 개인의 판단이 제거된 비인간적인 인간이 있다. 그 극단의 예가 아우슈비츠, 즉 인간을 원자재로 체계적으로 대량살상을 감정없이 해치우는 공장이다. 

그런 극단적인 아우슈비츠로부터 우리의 일상은 자유로운가? 
이미 태아일때 성별을 판단하고 장애를 판단해 유산하는, 사회에 잘 적응해 살것이라고 판단되지 못하는 아이를 낳지 않는것은 효율적인가? 누구를 위한 효율인가?
최근의 장례산업은 죽음을 접근하는 우리의 문화를 효율적으로 바꾸고 있다.
합리적인 것이 절대선이라는 근대성, 관료화 사회, 대량생산 시스템에 대한 인간적 성찰.

2.
세계를 해석하는 그의 방식이 놀랍다.

맥도날드, 우리 모두가 아는 낯익은 햄버거가게의 시스템을 통해 '맥도날드화' 라는 말로 현실세계의 모든것을 해석하고 판단한다. 매우 독창적일 뿐 아니라, 매우 구체적이고, 매우 다양한 예들을 통해 매우 쉽게, 차근차근 우리 사회가 비인간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하다.

이러한 방식, 세계를 해석하는 연구 방식과 쉬운 서술방식이 이미 그의 철학을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철학은 결국 책의 말미에 맥도날드화에 저항하는 행위를 사람들이 하도록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말에도 표현된다.

조지리처, 진지사고 재미있는 사람이다.

3.
근대이후 사회가 맥도날드화로 진행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이 비인간적이고 다수의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데, 다수를 소외시키는데도 불구하고 급속히 진행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전망된다면 이유가 있는 것이다.
맥도날드화가 누구에게 이익이고 누구에게 고통인지 해석하면 답은 나온다.
조지 리처는 대공장 시스템이 그것을 고안한 자본가들에게 매우 큰 이익이었고 고용된 노동자들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시스템이며, 그런데 자본가들은 심지어 그런 시스템을 노동자들이 좋아한다고 사기친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의 일상 출생과 먹는 것과 사는 집과 죽음까지 공장 시스템을 닮아간다고 말한다. 비인간적인 사회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그것에 저항하라고 말한다.
주로 개인적인 저항으로 예를 들고 있다. 거기까지.

4.
나쁘지 않다. 굳이 맥도날드화의 비인간적인 시스템을 넘어 인간적인 대안 사회의 시스템에 대해 다 말하지 않아도 좋다. 뛰어난 어떤 인간의 머릿속에서가 아니라, 다양한 저항의 실천 속에서 대안사회는 창조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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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순 교수와 함께 읽는 인도 현대사 - 동인도회사에서 IT까지
이옥순 지음 / 창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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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것은 알고 있었는데, 200년이나 수탈당했다는 것은 몰랐었다.
침략국가의 논리는 영국이나 일본이나 똑같구나.
후진국인 인도, 조선 같은 나라는 앞서가는 영국, 일본이 도와줘야 한다는 거지.
일본것들은 무식해도 영국것들은 신사니까
식민지도 인간적으로 지배했을 거라는 말을 언젠가 들은적 있는데,
그때는 별생각 없었는데
침략국과 인간적이라는 말은 함께 씌일수 없는 말이었다.

영국이 신사의 나라라는 것도 참 웃기는 말이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이라는 것 만큼이나.

단지 35년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도 아직 우리 내부의 식민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데
영국인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기득권을 갖고 영국의 식민지배를 합리화하고 도와주던
당시 인도의 지배층들은 반성하고 있을까?
반성은 커녕 지금도 그 기반으로 잘먹고 잘살고 있을 거라는 느낌이 무럭무럭... 

셜록 홈즈가 탐정으로 나오는 책을 보면 더럽고 야만적인 무굴인, 인도인이 나온다.
침략국가 사람들은 식민지 사람들을 항상 그렇게 부른다.
200년 씩이나 그랬다는 말이다.


2.
마치 대원군의 쇄국정책 때문에, 더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후기 사회가 선진문물을 적절한 시기에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식민지가 된 듯이 말하지만
인도는 일찍부터 항구마다 문이 열려있었는데도 진즉에 식민지가 되었구나.
'근대국가'의 개념. 국경을 넘어서는 이윤추구, 제국주의아래 식민지는 불가피하다.

약육강식의 인간문명에 동의할것인가? 저항할 것인가?
'국경'은 자본의 이해를 대변한다. 때론 장벽을 허물며, 때론 장벽을 높이며.


3.
그렇구나.
세포이 난은 영국군에 고용된 인도 용병들의 반란으로 시작해
인도 전역으로 번진 식민통치에 반대하는 인도인들의 민중봉기구나.
인도 최초의 독립전쟁이 강한자, 영국 역사가에 의해 군사폭동으로 규정지워졌구나.
내가 고등학교때 배웠던 세계사에서도 세포이의 난이었던 것 같아.
독립운동도 해방운동도 아니고 '난' 이라고.

역사적 사실에 이름을 붙이고 규정하고 해석하는 것은 이긴자가 한다.
정글의 법칙이 역사서술의 법칙이다.


4.
식민통치에 협력하고 엄청난 개인적 부를 축적한 봉건왕들은
독립후 의회가 만들어진 후에도 지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
그들은 의회정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스트모던시대 판타지를 제공하며
왕궁과 왕의 소유품들은 상업적으로 성공한다.

우와. 정말 면면히 세습되는 핏줄의 권력이구나. 잘났다.


5.
인도에 대해 마치 정신적인 것이 지배하는 영혼에 더 가깝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듯이
말하는 것들을 들을때마다 설마 했었는데, 그럼 그렇지.

가장 지독한 것은 카스트제도이고, 아직도 핏줄에 의한 신분의 장벽이 있는나라.
여성에 대한 억압도 여전히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나라.
여러민족과 여러종교와 여러 언어가 서로 잘 어울려야 하는 엄청나게 큰 땅의 나라. 


6.
이옥순은 인도현대사를 시간순서대로 정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맥락을 짚어서
균형잡힌 시각으로 쓴다.
너무 어렵지 않고, 가볍지 않고 잘 써진 글인데
뒤로 갈수록 반복이 느껴져서 지루하다.

처음본 인도로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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