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다
강명관 지음 / 길(도서출판)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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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소위 잡문이라며 짧은 글들을 폄하하는 인식들은 참 이상하다.
글의 기럭지가 내용의 질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오히려 글의 내용상 단문으로 끝내야 할 것을 거추장스럽고 잘난척하는 문체의 긴 글이나 책으로 발표하는 경우가 더 재수없다. 그런 책이라고 판단하는 경우 다 읽지도 않지만.

혹은 우리나라 최고엘리트로 교수거나 장관이거나 하는 인간들이 남의 글을 표절해서
학문적 명성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참, 더 한심한건 표절이 드러나도 계속 교수해먹더군.

그래서 강명관이 짧은 글을 쓰는것에 대해 변명하지 않고 당당한것에 동의한다.

2.
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는 것도 동의한다.
먼지속에 묻어있는 선배들의 삶이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정민을 보고 알았는데

옛글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현실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정민과 다른 강명관의 힘이다.
더욱이 예민한 논점의 문제까지 포함해 매우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말한다.
짧은 글들이 얇지 않고 주장은 분명하며 난해하지 않다.

더욱이 수백년 세월의 차이에도 사람의 살이가 그렇게 다르지도 않다니.

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본다는 것은 옛사람들의 삶에서 배워
우리는 좀 더 넉넉하고 지혜롭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 아닐까.

인간의 욕망과 오류는 왜 시대를 타고 넘어 반복되는가 말이다.

3.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밖으로 걸어나오다 이후 두번째 본 강명관인데
첫번보다 좋다.

인연이 있어 또 보게 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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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건너는 법 - 서경식의 심야통신
서경식 지음, 한승동 옮김 / 한겨레출판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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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서승(옥중 19년/역사비평사)과 서준식(옥중서한/야간비행)을 알고 우리의 현대사가 저지른 야만적인 독재를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2.
그들의 동생이 서경식인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무거워서 이 형제들의 글을 더 읽는것을 미루었었다.

작년에 내가 아직 교도소에 있을때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를 읽으며 역시 그 형제들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기왕에 쁘리모 레비의 저작인 '이것이 인간인가' 와 아시아출판사에서 나온 '팔레스타인의 눈물'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에서의 아이히만'을 한꺼번에 읽으며 여러가지 생각이 착찹하게 교차했었다.

인간이 과연 이성적인 동물인것인지를 회의하게 만드는 역사에서 반복되는 야만적인 폭력과 전쟁의 파괴를 다시 경험하지 않는것이 가능하기는 한 것인지.

아우슈비츠의 학살에 대해 직업을 열심히 수행했다는 아이히만과 당시 피해자였던 유대인들은 이제 충실한 가해자로 팔레스타인 민중에게 폭격을 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

반복되는 폭력과 야만의 역사를 서경식은 온몸으로 경험하고 경험하며 우울하고 무겁다.

3.
그래도 서경식의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
포기하지 않고 정의의 실현을 위해 애쓰는 아주많은 사람들의 절망과 한숨과

그래도 포기하지 못하는 신념과 행위들이 있기때문에
그것을 주의깊게 보고 기억하고 쓰고 읽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의 희망을
이제는 서경식이 조금은 밝게 웃으며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그의 슬픔이 우리 시대가 그의 형제들과 우리 스스로에게 남긴 너무 큰 상처인것만 같아서 
그것을 극복하기위한 길이 너무 먼것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폭격당하는 자의 찢기는 삶을 상상하는데 게을리 하지 말고 실천하며 살아야 겠다고
생각하는 한국독자가 있다는 것에 그가 조금은 희망을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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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 전설적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의 2차대전 종군기
로버트 카파 지음, 우태정 옮김 / 필맥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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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설적 포토 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의 2차대전 종군기 이다.
카파가 2차대전에 참전하게 되는 1942년 여름부터 시간순서로 진행된다.
사랑과 전쟁이 함께 왔다가는 2차대전 참전기.
카파 스스로가 쓴 글인데, 뭐랄까

가슴에 확 와서 박히는 사진을 찍을줄아는 그의 글이
낭만적인 로맨티스트의 글이라 살짝 당황했다.
죽음과 함께 숨쉬며 전쟁터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 사람은
냉정하고 치밀할 줄 알았는데,
대책없이 즉흥적이고 철이 없어 보인다.

사고치고 보는, 수중에 돈이 있으면 일단 최고급 호텔에서 묶고, 마시고
미래보다 현제를 사는데 골몰한 밉지않은 악동의 이미지를 스스로 그려낸다.
재밌는 사람.


2.
전쟁, 죽음과 살육의 현장을 보고하는자의 긴장과 무거움이 없다.
어쩌면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헝가리 출신 유대인 사진작가에게
전쟁이란 그저 먹고살게 해주는 일상이고 삶이었을지도 모르지.
묘하게도 부랑자, 어느 땅에서도 거부되는 뿌리내리지 못하는 사람의 이미지가 있다.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이렇게 번거롭고 끈질기게 절차를 밟아야 하다니 
현실에 씩씩하게 적응하며
불가능해 보이는 일조차 태연하게 부딪혀보고 두드려서 문이열리게 하는
그의 열정과 술한잔 하고 싶다.

미래가 불안하니, 그저 하루하루 현제를 즐기며 살 수밖에 없는
보험도 적금도 없이, 오늘 하루에 올인하는 자의 낭만. 과 유머.


3.
소설책처럼 재미있다.
날짜나 시간등에 엄밀하지 않다.
1942년 어느 여름날 시작된 이야기는 '다음날 아침','사흘후' 이런식으로 진행된다.
전쟁후 카파의 기억을 재생한 것이고, 
카파는 어떻게 글을 쓰면 재미있는지, 독자들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아는사람이다.


4.
흑백사진 같은 매력이 있다.
종이로 인화된 우연한 순간포착이 절묘한 아날로그 사진의 매력.
전쟁 보다 인간에 촛점을 맞춘 사진들.

5.
전반적으로 내용이 경쾌하고 낭만적인데
전쟁에 대해 너무 가볍게 다른 것이 아닌지 경계하며 읽다가도 오히려
전쟁의 시기에 그럴수 있을것 같아.
삶과 죽음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내일의 생존에 의혹이 생기면
다른 가치나 허식이나 체면보다 오늘의 삶을 더 즐기는데 몰두하지 않을까.


대중적으로 쉽고 솔직하게 쓴 카파식 2차대전 영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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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기자 정문태 전쟁취재 16년의 기록
정문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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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른들로부터 과거 6.25 전쟁때의 회고담을 듣는것을 싫어하는것과 지금현제 지구의 아주 여러곳에서 여러가지 전쟁과 학살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외면하는 것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다.

내가 전쟁의 화염에서 멀리살면 남들도 그럴것이라고 생각하는 무관심은 부끄러운 일이다. 약육강식,  미국과 유럽의 열강에 의한 패권적 세계질서에 의해 살해당하고 삶을 파괴당하는 사람들이 있는한 그 질서에 저항하는 무모함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현실은 알려져야 하고 기억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 영어권 외의 국경밖 세계에 대해  태연하게 무관심한 셈이다. 스스로 전쟁과 학살의 현장이었고 오래도록 국가의 폭력을 감당해야 했던 우리는 이제 우리를 잘 알기위해 정당한 세계의 역사와 현제를 알아야하고 알려고 해야 한다.

아랍, 스페인, 동남아, 아프리카.... 들은 책으로 번역된 자료 자체가 적다.

우리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현실중에 누군가가 편집해준 소량의 현실만 섭취하며 만족하고 있는지도 모르는일이다.

2. 그래서 정문태의 G형피는 놀랍다. 전선기자라는 직업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피는 방랑자의 피이고 저항하는 자의 피이며 얽메임없는 자유로움에 대한 꿈을 지닌 피라고 한다면 이해할수도 있겠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전선기자를 한다고 그는 '마음먹을' 수 있었을까? 현실에서 바로 내가 그것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을 그는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G형 피인가? (혈통이고 핏줄인가? 부러워해야 할까? G형피가 아닌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까? ^^)

3. 월드컵 4강에 들었을때가 아니라, 스스로를 종군기자 아닌 전선기자라고 설명하는 사려깊은 전선기자로 정문태 같은 사람을 지구인들에게 자랑할 수 있을때 '우리나라'라는 공동체가 자랑스러워야 한다.

4. 그래도 여전히 소개된 여러지역의 오랜 분쟁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그의 목소리와 말투로 그가 누구의 편인지 왜 그런지는 알것같다. 중립을 지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더욱 좋다. 사실을 말하는 것과 중립을 지키는 것은 아무 관계가 없다.

중립을 지킨다고 세련되게 말하는 언론들이 점쟎게 하는 거짓말에 진저리가 나기 때문이다.

5. 정문태를 통해 지구의 이곳저곳에 사는 살감들을 만났다. 더 많이 알고 싶다. 

그런데 정문태가 만난 사람과 한비야가 만난 사람들은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같을까? 우리는 기억되어야 함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을 모른채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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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선기자 정문태 전쟁취재 16년의 기록
    from BlueWeiv 2008-12-09 22:06 
    전선기자 정문태 전쟁취재 16년의 기록 - 정문태 지음/한겨레출판 인간은 투쟁한다. 불행히도 그렇게 살아왔다. 그 결과는 전쟁이다. - 우습게도 인간만이 먹고 살거 있어도 전쟁을 해대는 족속같다. 결국은 그런 전쟁에 대해서 우리는 바르게 알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전쟁을 군대를 따라다니며 취재한 종군기자가 아닌 전선에 같이 서서 그들을 취재한 기록물이다. 버마의 반독재 투쟁, 코소보 전쟁, 아프간 전쟁,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 동티모르..
 
 
 
조선의 여성들,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
박무영.김경미.조혜란 지음 / 돌베개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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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으로 비범한 제목이다.

박무영, 김경비, 조혜란 그녀들이 쓴 서문에 먼저 감동한다.

"고백하자면 이 글들은 우리 각자가 이 여성 선배들 각자와 만나서 싸우고 화해하고 반하고 연애한 기록들이다"

"억압속에서도 사람다운 품위를 잃지 않았던 사람들의 숨소리를 듣는 것은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들이 선택한 제목, '조선의 여성들 -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 이라니. 

부자유한 시대라. 부자유한 시대. 그리고 비범했던. 그녀들의 삶을 읽는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기꺼이 감동할 준비가 이미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부자유한' 시대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 속에서 비범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시대를 살며 우리 엉덩이에 붙어 있는 '여자'라는 꼬리표때문에 억울함을 느껴보지 않은 여자가 몇이나 될까.   

그래서 비범했으나 미쳐 기록되지 못했을 많은 언니들 뿐 아니라,

2. 왜 비범하지 못하면 기록되지 못한단 말인가?

슈퍼우먼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언니들을 위한 기록도 필요하다.

부자유한 시대를 차마 비범하지도 못하게 살아간 언니들에 대한 긍정적인 역사쓰기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3. '미쳐야 미친다'를 생각한다. 조선시대 마이너리티 지식인들의 개성강한 삶을 이 시대의 마이너리티 학자가  세파에 지친 그들의 숨결까지 배려하며 불러내 감동적이었지. 정민은 시간을 초월해서 사람들과의 우정을 나누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래도 그들은 남자였으니까. 마이너리티라도 그들은 상상력과 몰두할 수 있는 기반의 출발이 이미 달랐다고 나는 말한다.  

부자유한 시대에 감히 비범했던 언니들이 더 소중한 까닭이며 여전히

부자유한 시대, 감히 비범하지 못한 여자의  판단이다. 부디 부자유하지 않은 시대, 비범하기 위해 생을 건 도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저 너머에 있길 바란다. 아직은 비범하기 무서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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