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image.aladin.co.kr/product/48/11/coversum/8990706041_1.jpg)
![](http://image.aladin.co.kr/product/62/31/coversum/8983711752_1.jpg)
<즐거운 불편>과 <희망의 밥상>을 연이어 읽으며 생각이 미친 건 세탁기와 한살림이다.
지금 쓰고 있는 세탁기는 구입한지 5년쯤 된 저가 모델이다. 얼마 전부터 빨래에서 먼지가 묻어나길래 이참에 드럼세탁기로 바꿀까 하고 적당한 모델을 알아 보고 있었다. 그러나 <즐거운 불편>에서 후쿠오카씨가 말한 대로 고장난 물건은 고쳐 쓰면 되는데, 더구나 작동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새 제품을 산다는 건 금전적/환경적 낭비이므로 그냥 쓰기로 했다. 하지만 청소는 필요하다. A/S 센터에 문의했더니 신청하면 세탁기를 완전 분해하여 청소해 주기도 한단다. 비용은 3~4만원선이라고. 상담원은 그 전에 세탁조 청소를 먼저 해 보라고 권한다. 세탁조에 더운물을 가득 받아 놓고 1시간 정도 불린 후 세제를 넣어 세탁코스로 돌려주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도 한 번에 때가 다 빠지는 것은 아니고 두 세 번 해 주어야 한단다. 현재 두 번 했는데 전보다 나아지기는 했다. 세탁조 청소하는 세제를 사서 다시 한 번 해야겠다. 그래도 안 되면 서비스 받아야지.
얼마 전 어느 고마운 분이 한살림에서 나온 세제 세트를 보내주셨다. 뭔가 묵직한 것이 택배로 배송되어 왔길래 대체 뭘까 갸우뚱하며 뜯어봤더니, 세탁 세제, 빨래 비누, 세수 비누, 치약, 목욕용 물비누, 주방용 물비누가 차례로 나오는 것이다. 계면활성제(물과 기름을 잘 섞이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염산/황산/질산 등으로 만들어진, 환경을 오염시키고 피부를 손상시키는 물질)가 들어 있지 않은 제품들이라고 한다. 어찌나 고맙던지! 안그래도 오랜 한살림 회원인 친구는 기회 있을 때마다 한살림에서 판매하는 식품들이 얼마나 맛있는지 열변을 토하며 회원 가입을 권유해왔다. 응, 그래? 하며 그냥 듣고만 있었는데 이래저래 나도 가입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한살림에 가입하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나 같은 사람은 이용하기가 어렵다. 일단 배송 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고 해도 걸어가기는 어렵지만)에 매장이 있길래 거길 이용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매장 영업 시간도 평일 오후 6시, 토요일 오후 5시까지이다. 수요일에만 9시까지 문을 연다. 한살림에도 이런저런 사정이 있겠지만 이래서야 맞벌이 부부들이 이용할 수가 있을까. 한살림은 벌써 2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회원수도 11만이라고 한다. 하지만 배송 시간과 매장 영업 시간을 늘리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걸로 포기해야 하나 싶었지만, 어디선가 생활협동조합에 대해 들은 기억이 나서 검색해 보았다. 있다. 내가 사는 지역인 마포두레생협은 그 중에서도 꽤 활발한 활동을 하는 곳인가 보다. 유기농 식품 공급 뿐 아니라 육아 시설도 운영하고 지역 소모임 등도 자주 있는 모양이다. 배송 시간은 한살림과 마찬가지로 오후 6시까지이지만 매장은 평일 9시까지이고, 게다가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토요일 오후, 슬슬 산책 삼아 생협 매장에 나가봤다. 걸어서 15분쯤. 가는 길에 있는 유기농 반찬가게(맞벌이 부부를 위해 생협에서 시작했다가 따로 가게를 차린 것. 어느 잡지에 맛있는 반찬가게로 소개된 걸 봤다.)에도 들러 보려 했으나 문을 닫았다. (동네 잔치가 있는 날이라 다들 한강에 나갔다 한다.) 생협 매장은 크지 않다. 동네 수퍼보다도 작은 듯 하다. 몇몇 손님이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었다. 카운터에 앉아계신 분에게 처음 왔다고, 회원 가입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쿠폰을 내 주신다. 생협을 조직하고 매장을 만들고 하느라 빚이 있어서 출자금을 받는데, 일단 몇 번 이용해보고 가입 여부를 결정하라고 일러주신다.
야채는 대부분 유기농, 무농약이다. 몇몇 가지 채소와 어묵, 유정란, 요구르트, 갈치 등에 애인이 좋아하는 양갱과 약과까지 담았다. 농약을 치지 않은 재료에 방부제, 색소 등도 쓰지 않았다고 하니 믿고 먹을 수 있겠지. 빵을 사고 싶었는데 매장에는 없었다. 매장이 좁아 다 가져다 놓지 못하므로 필요한 건 미리 주문해 달라고 한다. 각종 잼과 오미자원액, 매실원액, 쌀과자 등도 탐이 났지만 들고 올 수 없어 참았다. 집에 와서 하나하나 가격을 보니, 동네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확실히 비싸긴 하다. 하지만 백화점이나 할인점의 유기농 코너에 비하면 오히려 싸다. 유정란 10개가 2,600원인데, 할인점에서는 3,000원이 넘는 가격이었다. 이번 주말 정도에 가서 그냥 회원 가입을 할 생각이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고, 세제를 줄이고, 유기농 식품을 먹고.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정도인가보다. 생활비가 좀 더 들긴 하겠지만, 구달 여사의 말씀대로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겠지. 지구도 농민들도 나도 건강하게 살자는 거니까.
한살림 http://www.hansalim.co.kr/
생활협동조합 http://www.ecoop.or.kr/
민우회 생협 http://www.minwoocoop.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