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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부질없는 눈물이 ㅣ 민음사 세계시인선 24
알프레드 테니슨 지음, 이상섭 옮김 / 민음사 / 1975년 5월
평점 :
20201216 매일 시읽기 79일
눈물이, 부질없는 눈물이 Tears, Idle Tears
- 앨프리드 테니슨 Alfred Tennyson
눈물이, 부질없는 눈물이, 뜻도 모를 눈물이
그 어떤 성스런 절망의 심연에서 나온 눈물이
가슴에 치밀어 눈에 고이네
복된 가을 벌판 바라다보며
가버린 날들을 추억할 때에.
저승에서 정다운 이들을 데려오는 돛폭에
반짝거리는 첫 햇살처럼 신선한,
수평선 아래로 사랑하는 이들 전부 싣고 잠기는 돛폭을
붉게 물들이는 마지막 빛살처럼 구슬픈,
그렇게 구슬프고, 그렇게 신선한 가버린 날들.
아아, 임종하는 눈망울에 창문이 부연 네모꼴로 되어갈 무렵
어둑한 여름 새벽 잠 덜 깬 새들의
첫 울음 소리가 임종하는 귓가에 들려오듯,
그렇게 구슬프고, 그렇게 낯선 가버린 날들.
죽음 뒤에 키스의 추억처럼 애틋하고
임자가 따로 있는 입술에
가망없는 짝사랑이 꿈꾸는 키스처럼 달콤한,
사랑처럼, 첫사랑처럼 깊은,
온갖 회한으로 걷잡을 수 없는,
오 살아 있는 죽음, 가버린 날들!
첫 눈 오는 날 집에 도착한 세 권의 시집 중 마지막 한 권. 영시 번역이라, 그것도 오래 전 번역이라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개정 한 번 없이 계속 출간만 하냐. 속상하다 진짜.
앨프리드 테니슨의 <<눈물이, 부질없는 눈물이>(이상섭 옮김/민음사)가 첫 출간된 해는 1975년이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독자들이 잘 찾지 않는 책이어서인지 이 오랜 세월 동안 번역자도, 출판사도 손을 보지 않은 듯하다. 역사 해설 또한 그대로인 듯. 영시 번역은 둘째치고 해설은 내용 전달에만 치중했을 뿐 글의 완성도도 문장 완성도도 떨어진다. 속상하다 진짜.
앨프리드 테니슨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청춘의 베프이자 매제가 될 예정이던 아서 헨리 핼럼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오랜 기간 상실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렸다. 테니슨은 자신이 사랑하는 시로 고통의 가시밭길을 헤쳐 나갔다. 그 시간이 17년이었다. 그의 눈물과 피와 고름이 얼룩져 탄생한 것이 <<추념의 시 In Memorium>>다. 133편에 달하는 이 장편 서정시는 시쳇말로빅히트를 쳤다. 테니슨은 부와 명예를 한 번에 쾌척했다. 돈이 없어 미뤄둔 혼인을 했고, 워즈워스를 이어 계관 시인의 반열에 올랐다.
테니슨은 1809년에 태어나 1892년 83세의 나이로 천수를 누리고 생을 마감했다.
<눈물이, 부질없는 눈물이>는 <<공주 The Princess>>에 삽입된 서정시들 중 한 편이라고 한다. ˝tears, idle tears˝는 ˝눈물이, 공연한 눈물이˝라고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쓸데없기보다 까닭 모를 슬픔 같아서다. 돌아오지 않을, 결코 돌아올 수 없는 날들에 대한 ‘회한‘을 노래한 시로 읽힌다. 번역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