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최고야 - 2016 한우리 독서올림피아드 선정, 2015 아침독서신문 선정, 2015 오픈키드 좋은어린이책 목록 추천도서, 2014 동원 책꾸러기 바람그림책 26
김난지 글, 최나미 그림 / 천개의바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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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이 되지 않는 병설 유치원에 다니는 첫째는 유치원 교실 앞에 있는 텃밭을 꼭 들른다. 나에게도 꼭 와보라고 하고는 주렁주렁 달린 오이, 호박, 고추, 방울토마토를 알려준다. 매일 관찰하는 것이 기특해서 엄청 잘 크고 있다고 얘기해주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의 첫 쪽에 나오는 무, 쪽파, 총각무가 토실토실하게 자라고 있는 텃밭이 낯설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김치를 전혀 먹지 않는 첫째는 김치 만드는 과정을 읽어줘도 시큰둥하다. 그래서 일단 김치 종류를 알려주며 이름이라도 구분할 수 있게 해줬다. 그리고 며칠 뒤에 김치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오자 배추김치라고 알아차린다. 평상시에는 김치를 꺼내오던지 말던지 관심도 없더니 이 책을 읽어주니 그래도 김치를 알아보기에 칭찬을 해주었다.

김치를 전혀 먹지 않는 첫째가 그나마 김치찌개 국물, 고춧가루가 들어간 콩나물 무침을 먹게 된 건 순전히 둘째 덕분이었다. 둘째 입맛은 완전히 한식이라 빨간색만 들어가면 무조건 먹어대는데, 그런 동생을 보며 자기도 먹어보겠다며 먹게 된 게 겨우 이 정도다. 그래서 아무리 김치에 관해 알려줘도 관심이 없는데, 책은 그런 아이들의 심리를 안듯 각기 다른 종류의 김치들이 서로 잘났다고 뽐내는 모습으로 흥미를 끈다.

깍두기는 네모반듯해서 높이 탑을 쌓을 수 있다 하고, 파김치는 길고 날씬하다고, 총각김치는 알통이 있다고 자랑을 한다. 항아리에 담겨 있던 김치들은 서로 잘났다 싸우다가 난장판을 만든다. 그 모습을 본 묵은지 할머니가 나와 ‘김치마다 자기 맛과 모양이 있는데, 자기만 최고라고 싸우면 쓰나?’라며 중재를 한다. 김치의 모양과 맛이 다르듯이 아이들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존중하는 마음을 알았으면 싶었다. 그렇게 김치들은 할머니를 따라 ‘건강 김치 될래.’ 를 부르며 춤을 춘다. 그렇게 열심히 춤을 춘 김치는 모두 항아리로 돌아가고 그렇게 잠든 김치들이 익어 건강 김치가 된다.

그렇게 익은 김치를 우리가 맛있게 꺼내 먹는 것으로 책은 끝이 나는데, 이런 과정을 첫째에게 알려 주니 김치를 먹으면 건강하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그래서 이제부터 김치를 먹어보겠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란다. 나중에 좀 더 크면 먹겠다는 말로 무마를 시키더니 김치 종류를 안 것으로 만족하는 것 같다. 책의 마지막 면지에 김치가 몸에 좋은 이유와 다양한 김치를 소개해 주는데 매일 마주하는 김치 종류가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어렸을 때 분명 나도 김치를 싫어했고, 짜고 매운 걸 왜 먹는지 이해를 못했는데 이제는 거의 모든 김치를 좋아한다. 아무래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꾸 익숙해졌던 게 가장 큰 영향이 아닌가 싶다. 첫째가 말했던 것처럼 좀 더 크면 먹여보기로 하고 일단은 김치에 거부감을 없애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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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보여 줄까? 웅진 우리그림책 7
윤진현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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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딸내미를 울리고 말았다. 덥다고 짜증을 내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했더니 울고, 동생이 와서 얼굴을 긁혔다고 울고, 밖에를 안 나간다고 울어서 결국 목소리가 커져서 더 울리고 말았다.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운 딸내미를 새침하게 지켜보다가 결국 안아 주었다. 그랬더니 금세 기분이 풀려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아이를 보며 기분이 저렇게 달라지는 게 그저 신기했다. 그렇게 딸내미는 잘 놀다가 장난감을 치우지 않아 잔소리를 듣고 또 기분이 상하고, 혼자서 연극을 하면서 웃고, 졸리다고 징징대는 모습을 보며 감정의 변화무쌍함에 어지러울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어줬을 때 생일인데도 공주옷이 아닌 운동복을 입고 유치원에 간 주인공에게 공감을 많이 하는 듯했다. 좋아하는 준수 앞에서 운동복 입고 왔다고 놀리는 민호 때문에 마음이 후끈거리고, 지윤이가 공주 왕관을 쓰고 오자 부러워서 마음이 뾰족해지는 부분을 자세히 설명해줬다. 이렇게 하루 동안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장면을 보며 아이에게 언제 그런지 물어봤다. 그러자 거침없이 모든 상황에 대답하고 설명하는 아이를 보며 추억이 많이 쌓인 것 같아 기특했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회를 할 때는 주인공처럼 얼음이 된다 말하고, 번개로 묘사된 감정 앞에서는 밤에 번개가 쳤을 때 무서웠다는 말을 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이 가족들과 함께 생일 파티를 하는 장면에서도 생일 파티를 했던 경험이며, 다음 생일에 갖고 싶은 것까지 모두 낱낱이 말했다. 아빠가 함께 그림책을 보다 잠든 주인공을 보며 우리 아빠는 이렇게 책을 안 읽어준다고 투덜거리까지, 그야말로 할 말이 너무 많은 듯했다.


주인공의 경험을 자신의 경험과 빗대어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며 감정에 대해 더 이야기해주었다. 네가 울었던 것처럼 슬픈 감정도, 또 놀 때의 즐거운 마음도, 동생이 괴롭혔을 때의 속상한 마음도 자연스러운 거라고 말이다. 엄마가 기분이 안 좋거나 짜증이 나거나 힘들 때 얘기하는 것처럼 네 감정을 이야기 해줘야 엄마가 알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무조건 짜증 부리지 말고 왜 짜증이 나는지 알려주고, 왜 웃긴지 이야기 해달라고 말이다. 때론 이유를 말할 수 없을 때라도 감정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니 말하고 싶을 때 말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주인공의 하루를 살펴보면서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과 그에 따른 묘사를 해주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어서 편안했던 책이었다. 마지막에는 괜히 딸내미에게 그래도 감정 조절은 좀 해야 한다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긴 했다. 하지만 적어도 매일 변하는 기분과 감정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비슷한 또래의 이야기로 적어도 나만 이런 감정의 변화를 느끼는 것을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사실만 깨달아도 괜찮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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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예요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고종석 옮김 / 문학동네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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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다는 감정, 말하자면 얼마쯤 죽어 있는 느낌. 내가 말하고 있는 곳에 얼마쯤 내가 없는 듯한 느낌. 7쪽

저자의 이름은 익숙한데 만난 작품이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짤막한 글들로 이뤄진 책이 저자와의 첫 만남이란 사실이 다행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나름 의미 있는 말들이 적힌 글과 의미를 알 수 없는, 의식의 흐름으로 써 간 듯한 글 속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나는 이 글들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몰랐다. 그냥 읽는 행위에만 집중한 채 한 권의 책을 읽었다고 티내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한 상황에서 어느새 책이 끝이 나 있었다. 그러다 옮긴이의 글을 읽게 되었고 이 책이 저자의 ‘마지막 연인 얀 앙드레아를’ 향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든한 살이라는 나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사랑과 죽음의 서’라는 말에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이러한 사실들을 알고 다시 읽으니 처음에 붕붕 떠다니던 글씨들이 점차 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느꼈던 건 아니고, 여전히 글 안에서 길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죽음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에서의 사랑 고백이라고 여기니 처음 읽었을 때보다 그제야 무의미했던 문장들이 조금은 가깝게 다가왔다. 특히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었지요. 당신을 사랑한다고.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요. 그게 다예요.’ 라는 글은 처음 읽었을 땐 그저 책 제목이네, 하고 넘어갔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 될 것을, 어렵기도 하지만 못할 것도 없다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가 누구에게, 어떤 심정으로 하는 말인가를 떠올리자 이 말이 자신의 모든 것을 토해내는, 그야말로 전부를 다 걸고, 다 바치는 고백이라 여겨졌다.

끝났다고 난 생각해. 바로 내 삶이 끝났다고. 난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난 이제 완전히 무시무시한 여자가 돼버렸어. 난 더 함께 버틸 수가 없어. 빨리 오렴. 난 이제 입도 없고 얼굴도 없어. 81쪽

이 책의 마지막 글이 마치 저자의 마지막 말인 듯한 착각이 든다. 분명 처음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두 번째로 읽었을 때는 그 기분을 알 것 같았다. 절망에 휩싸일 때 곧잘 이런 기분이 들었던 나도, 저자가 어떤 의도로 어떤 느낌으로 썼는지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의미전달이 고스란히 되었다. 이런 변화와 공감대 형성이 신기하면서도 어색하고, 서글프면서도 찬란한 기분이라고 하면 이해할까? 모든 의미를 알 수 없더라도 저자가 이런 글을 남겼을 순간들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함께 그 길을 걸어간 기분이다.

과연 나는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을까? 때론 광기 어린, 스스로도 의미를 알아차릴 수 없는 말들을 토해낼 수 있을까? 당장 일 분 뒤의 일도 알 수 없는 평범한 인간이기에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은 아니다. 그렇지만 나이가 많이 든 뒤에도,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무언가 고백할 거리가 남아 있다는 것 사실 자체가 경외감이 드는 건 왜일까? 어쩌면 우리는 죽음을 향해가고,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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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소중했던 것들 (볕뉘 에디션)
이기주 지음 / 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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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 무심코 생각났다. 어젯밤 꿈에 예전에 사귀었던 이가 꿈에 나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며 걸어가는 중이었고,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이를 알아봤지만 마음속은 갈등하면서도 알은체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내 의중을 알았는지 어땠는지 그도 고개를 숙이며 나를 황급히 지나쳐 가는 게 보였다. 그게 다였다. 결혼 전이었다면 왜 꿈에 나왔는지, 무슨 일이 있는지 쓰잘머리 없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을테지만 이제는 꿈에 나타나는 것도 시답잖게 받아들이고, 뭐 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지 하고 만다. 나쁜 감정으로 헤어진 이가 아니기 때문에 그나마 이런 감정이 나올 수 있다 여겨지는데 사람마다 다르게 기억되고, 다르게 남겨져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퍼졌다.

 

오히려 구체적인 이유 없이 결심을 하면 결심 뒤에 적절한 이유가 뒤따라오거나 빚어지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그 선택에 집중하기보다 나름의 이유를 더 열심히 찾는 경우도 있다. 훗날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기 위해, 혹은 변명과 핑곗거리를 미리 마련해놓기 위해……. 76쪽

 

모든 일에 이런 경우가 허다했다. 타인을 비판하는 일에는 익숙하면서 내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관대해 어떤 일에든 적당한 이유를 찾아내 합리화 시켰다. 그건 인연에 있어서도 그랬고,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여전히 하고 있는 버릇이다. 어제 꿈에 나를 스쳐갔던 이도 분명 사랑이 식었기 때문에 헤어졌을 텐데 이후의 감정들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미화시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까지 생각하면 모든 것이 틀어지는 느낌이다. 이런 생각까지 하고 살지 않았는데, 감정을 섬세하게 읽어나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모든 감각이 나를 뚫고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대부분 사람은 기운으로 사는 게 아니라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린 의기소침한 누군가에게 ‘기운 좀 내’라고 말하지만, 정작 삶을 이끄는 것은 기운이 아니라 기분이 아닐까 싶어요. 110쪽

 

정말 그런 것 같다. 기분에 따라 기운이 달라지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에 나의 일상들이 그렇게 시들했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그 기분을 억지로 끌어올리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내 기분대로 살아가다 보면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가족들이다. 아이들과 남편에게 기분에 따라 대하는 것이 달라지는 내가 그 기분을 좌지우지 할 수 없다면 내 기분대로 살아가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싶다.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 그렇지만 기분은 전염성이 강하다는 걸 알고 있기에 어느 정도의 선을 지키고 과한 기복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다. 늘 실천이 어려울 뿐.

 

프리다 칼로가 남편의 외도로 힘들어 할 당시에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나는 이 책이 저자의 자화상처럼 느껴졌다. 물론 타인을 관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그 이야기를 옮겨놓기도 하지만 그 모든 과정에서 저자는 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섬세한 감정과 생각의 편린들이 이렇게 쌓인 게 아니었을까? 당연하게도 내가 쌓을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됐다. 분명 깊이 들여다보면 내 안에도, 그리고 평범해서 특별할 것 없는 내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끌어낼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 글들이 생활밀착형처럼 느껴진 게 이상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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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어린이 이도영 도토리숲 저학년 문고 3
강이경 지음, 이형진 그림 / 도토리숲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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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을 거의 매일 하고 있는 것 같다. 거짓말의 대부분은 아이와의 대화에서 이뤄진다. 어떤 약속을 했으면서도 지키지 않을 때도 많고, 귀찮다는 이유로 겁을 주고 말을 꾸며낼 때도 있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거짓말 하면 안 된다고 할 때마다 마음에 많이 찔린다. 종종 아이에게 회개하듯 거짓말을 시인하고 사과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나의 거짓말이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 이도영은 의도는 좋았지만 잘못된 행동과 말 때문에 시련을 겪게 된다. 친구들이 모두 상장을 받는데 도영이만 상장을 못 받아 실망하고 서운한 마음이 가득이다. 그런 마음으로 엄마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갔는데 옆 침대에 있는 아줌마 아이가 상장을 자랑하는 바람에 도영이는 더 울적해져 버린다. 상장을 받은 아이를 칭찬해주는 엄마를 보면서, 자신이 상장을 받았다면 얼마나 기뻐했을까 상상한다. 고민하던 도영이는 집에서 몰래 가짜 상장을 만든다. 한 장 정도만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여러 장을 만드는 바람에 놀러 온 반 친구에게 들키고 만다. 당황한 나머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캐릭터 카드까지 쥐어주지만 다음 날 가짜 상장을 만들었다는 얘기는 반 전체에 퍼지고 만다.

이런 상황이라 엄마에게 병문안 가기도 꺼려졌다. 상장을 가져가면 엄마가 기뻐하고 얼른 나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비밀이 탄로가 나는 바람에 계획이 모두 틀어져 버렸다. 거기다 가짜 상장을 보고 엄마가 좋아한다고 해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아 도영이의 시름은 깊어져만 간다. 그렇게 고민하던 도영이는 일기에다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왜 상장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 상장으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용기 있게 고백한다. 그리고 그 일기로 인해 도영이는 진짜로 상장을 받는다. 그렇게 받고 싶었던 상장을, 늘 자신에게만 불리했던 상장을 받고 나자 당당해지는 기분이다. 이제는 친구들과 엄마 앞에서도 떳떳하고 기뻐할 엄마를 생각하면 뿌듯해지는 것 같다.

왜 책 제목이 <착한 어린이 이도영>인지 생각해 봤다. 의도는 좋았지만 가짜 상장을 만들고 비밀이 들통이 나자 선물로 비밀을 지키려고 했던 건 나쁜 행동이다. 그럼에도 나중에는 일기에도 용기 있게 솔직하게 고백했기 때문에 ‘착한 어린이’라고 하지 않았나 싶다. 또한 가짜 상장을 만든 이유가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순수했던 의도는 진짜였다고 믿는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도 하고 거짓말도 한다. 하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고백하고, 반성하고 안하고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도영이는 그 과정을 충실하고 솔직하게 고백했기 때문에 상장이 더 빛났다. 큰 실수를 고백했다고 해서 작은 실수도 없었던 일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대로 작은 실수를 고백하는 용기가 없다면 큰 실수는 더 고백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점을 알고 책임지는 법을 배울 때 진정으로 자신에게 솔직해 질 수 있을 것이다. 내 자신부터도 그렇게 하려 노력하려 한다. 적어도 아이 앞에서 자잘한 거짓말이라고 해서 괜찮다는 식의 가르침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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