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위화 지음, 조성웅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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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작가의『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를 읽지 않았더라면 이 책의 존재도 몰랐을 것이다. 책이 너무 좋아서 위화 작가의 팬이 되기로 결심하고 책장을 뒤지다 이 책을 발견했다. 언제 책장에 들인지도 기억도 나지 않은 책이어서 결심하고 찾아보지 않았더라면 아마 더 오랫동안 내 책장에 숨겨져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 또한 독서에는 인연이 있다고 했으니 6년 전에 처음 만난 위화란 작가를 이제야 제대로 만나고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인연이 신기할 따름이고 또 한명의 좋아하는 작가가 생겼다는 사실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내가 처음 만난 위화 작가의 작품은『4월 3일 사건』이었다. 저자에 대한 어떠한 배경지식도 없었기에 모호했고 다른 작품을 더 읽어봐야 그의 문학세계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저자나 작품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읽기에 무리가 없는 작품이 있는가하면 위화 작가의 작품은 배경지식을 알고 나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이 중단편집을 읽고 느꼈다. 다시『4월 3일 사건』을 꺼내 읽으면 당시에 모호하고 몽롱했던 부분들을 좀 더 또렷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저자의 에세이를 통해서 자신의 문학세계는 물론이고 성장과정에서 드러나는 중국 역사의 배경과 소설가가 되기까지의 과정 모두를 담고 있어서 이 소설들을 읽는데 도움이 되었다.


가장 먼저는 소설의 소재가 어떠한 것이든, 독자의 예상을 깨고 일그러짐으로 진행시키든 당황하지 않게 되었다. 저자가 겪은 문화대혁명과 직업도 마음대로 가질 수 없었던 시기를 지낸 저자의 작품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모두 수긍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 소설들은 저자의 문학 색깔이 달라진 1990년대 이후에 쓰인 소설이라 실험적이고 심연을 거니는 듯한 모호함은 적었다. 현재 읽고 있는 위화의 또 다른 소설『재앙은 피할 수 없다』는 1980년대에 쓴 소설이라 그런 세계를 철저히 마주하고 있는 반면 이 소설은 소재와 구성이 참신하기도 했고 갑작스런 비극과 극단적이기까지 한 결말에서도 뭔지 모를 수긍을 하게 만들었다.


12년 전에 받은 편지로 기억의 다름을 경험하는 독특한 연애 이야기도 있고, 살인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던 낯선 사람들끼리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건의 이면을 추측하는 이야기도 있다.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설마 결론이 이러할까라고 추측한 순간 정말 그대로 끝이 나버려서 잠시 시간이 정지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부부의 이야기도 있고 아이를 귀하게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의 또 다른 부부의 당황스러움과 묘한 삼각관계를 이야기하는 이야기도 있다. 그 모든 이야기를 만나면서 중국 소시민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본 기분이 들었다. 여섯 편의 이야기로 중국 전체를 들여다봤다고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그만큼 그들의 삶을 섬세하게 녹여낸 저자 덕분에 그런 착각이 드는 것이다. 모두 색깔이 다르고 놓인 상황이 다르고 삶의 방향이 다른 것이 삶이라고 말하는 듯,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난 시간이었다.


흥미로운 여섯 편의 단편을 지나고 나면「나의 문학의 길」이란 제목의 저자의 글쓰기에 관한 글이 나온다. 저자의 에세이를 통해 이미 접한 내용이지만 마치 소설을 읽고 난 독자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듯 그의 문학의 길은 찡하고 가슴 벅차고, 문학을 사랑하는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무엇이 있다. 그래서 그의 단편들로 다양한 삶을 들여다보고, 저자의 글쓰기에 관한 글로 그의 문학세계를 알고 나면 다른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요즘 위화 작가의 작품에 빠져 있다. 6년 전에 겨우 한 권을 읽었으나 최근에 3권을 읽었고, 중단편집과 장편소설을 동시에 읽고 있으며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다른 작품도 읽어볼 생각이다. 이왕이면 출간 순서대로 읽어볼 생각이고 그의 문학세계를 맘껏 유영한 뒤에 신작을 기다리는 작가 대열에 올려놓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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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0-07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반짝님, 추석연휴 잘 보내셨나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을 한다 - 본격! 운전툰 스노우캣 시리즈 (미메시스)
스노우캣(권윤주) 글.그림 / 미메시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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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에 관한 책이니 운전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을 수가 없다. 2004년에 1종 면허를 따고 그 이후로 한 번도 운전을 해보지 않아서 장롱면허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운전을 못할 때의 불편함을 너무 많이 경험했기에 꼭 해보고 싶은데 용기가 나질 않는다. 그냥 무섭다. 모든 차들이 나를 향해서 올 것 같고, 로터리는 죽어도 못 돌고, 직직만 할 것 같아서 운전은 아직 엄두도 나질 않는다. 주변에서 이런 나를 보고 막상 하면 정말 편한 게 많다고 해서 마흔 전에는 도전해보마 했지만 잘 모르겠다. 그래서 스노우캣의 이 책으로 용기를 얻지 않을까 해서 오자마자 읽어버렸는데 글쎄, 용기는 차치하더라도 운전이 그렇게 무서운 것만은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알았다.

차를 사고 첫 주행을 나갔는데 안전벨트를 착용했음에도 미착용 벨이 내내 울려서 내릴 때 보니 옆 좌석에 턱하니 꽂아놨다는 얘기를 듣고 빵 터졌다. 얼마나 긴장하고 떨렸으면 운전하는 내내 벨이 울리는데도 원인을 몰랐을까? 차가 작아 착각했다는 핑계도 귀여워서 운전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들을 더 만나고 싶었다. 주차 연습을 하려 마트 주차장에 출근하는 것도, 운전 중에 손을 움직일 수 없어 히터를 못 틀어 떨었던 것도, 후방 카메라 달면 주차 올킬이라는 말에 바로 후방 카메라를 다는 일이며 운전을 하기 위해 진지하게 고군분투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때론 순간적인 판단과 순발력을 발휘해야 하는 게 운전이라서 새로운 세계에 입문하는 태도를 보며 나도 저렇게 진지하게 대하면 운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주 가는 작은 우체국에서의 이런저런 다정하고 따뜻한 경험들이 가장 좋았고, 무엇보다 운전할 때 ‘사람이 먼저다’라는 부분에서 공감하면서도 선거 문구가 떠올라 웃음이 났지만 중요한 메시지인 건 사실이었다. 보행자가 안심하고 건널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경험부터 다른 운전자와 소통하는 것까지 운전을 하게 되면 배울 것 투성이지만 차근차근 하게 되면 큰 문제될 게 없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꿀 팁은 초보운전을 과감히 인정하고 예쁘고 웃긴 문구보다 정말 급하게 흘겨 쓴 문구에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 놓을 때 짠해서 다른 운전자가 양보해 준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초보운전 사실을 모르고 도로에 나갔을 때가 더 위험하고 불안하다는(운전하는 사람, 타 운전자 모두) 것도 말이다.

이래놓고 언제 운전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남편이나 아는 사람에게 절대 배울 생각이 아닌 제대로 연수를 받아볼 생각이지만 솔직히 아직도 자신이 없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게 아닌 운전면허증이 있으니 그걸 다시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임해보려 하지만 역시 마음을 잡기가 쉽지 않다. 운전을 진짜 하게 될 때 이 책을 다시 꺼내들고 마음을 다 잡아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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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01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운전을 안이하게 하는 사람들이 무서워요. 그들의 사소한 실수 때문에 자신뿐만 아니라 지나가던 여러 운전자들이 피해를 겪습니다.

안녕반짝 2017-06-25 22:25   좋아요 0 | URL
그래서 더더욱 운전에 용기가 없어집니다^^
 
책이 입은 옷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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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에 걸맞은 표지는 내 말이 세상을 걸어가는 동안, 독자들과 만나러 가는 동안 내 말을 감싸주는 우아하고 따뜻하며 예쁜 외투 같다. (25쪽)

 

하지만 안에 있는 것을 감추는 가면일 수도 있다. 독자를 유혹할 수도 기대를 저버릴 수도 있다. 합금처럼 속일 수도 있다. 진실과 거짓, 겉모습과 현실 사이의 대립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말이다. (29쪽)

 

 

저자의 이름만 보고 책을 바로 구입한 터라 책 표지도 제목도 유심히 보지 않았다. 그리고 책 제목을 멋없게 번역하면 ‘표지’라는 데서 오는 인식의 변화가 저자의 글을 통해 서서히 오는 게 신기했다. 대놓고 표지에 대해, 전 세계에 번역되고 포장되어 나가는 자신의 책 표지에 대해, 그리고 표지가 갖는 여러 가지 의미와 솔직한 느낌을 말하고 있기에 국내에서 이 책이 번역될 때 표지와 추천사 혹은 역자 후기 같은 글을 싣기도 굉장히 조심스러웠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기꺼이 이 책을 국내의 독자들과 만나게 해주어서 고맙다는 생각도 말이다.

 

 

저자는 책의 표지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민자로서 살아왔을 때 옷이 자신에게 부여됐던 의미를 말하면서 콜카타 친가에서 보았던 사촌들의 교복 이야기를 했다. 어딜 가든 확실한 소속감이 없던 환경 탓에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적당한 옷을 골라 입어야 한다는 중압감에 간혹 시달릴 때면 차라리 교복 같은 유니폼을 입는 게 더 간단하지 않을까’란 고민을 하고, 대부분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표지도 유니폼이 좋은 해결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이다.

 

 

표지는 책에 하나 혹은 두 개의 정체성을 부여한다. 내용과는 별개의 표현 요소를 보여주기도 한다. 책이 말하는 것이 있고, 표지가 말하는 것이 있다. 이 때문에 표지를 좋아하지만 책을 싫어할 수도 있고, 반대로 책을 좋아하지만 표지를 싫어할 수도 있다. (29쪽)

 

 

약 삼천 권에 육박하는 우리집의 책들을 내 책장에 들였을 때 표지의 비율을 어느 정도 두었을까? 상황에 따라 다르기에 정확하게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40퍼센트 이상이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구입하기를 망설였던 책도 표지가 예쁘거나 맘에 들면 구입한 적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의 말마따나 ‘책등보다는 표지를 보는 게 훨씬 인상적이다. 보통 책장에 한 줄로 꽂힌 책들은 신중하고 다소 소심해 보인다. 배경으로 위안이 되지만 밋밋하’게 보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반면에 표지들은 외향적이고 쾌활하고 특별하다. 표지는 우리의 관심을 요구한다. 그들은 말한다. 우리를 봐.’ 라는 문장을 읽고 읽으려고 꺼내놓은 책들을 책상 위에 나란히 펼쳐봤다. 그랬더니 정말 제각각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고 더 읽고 싶게 만드는 것 같았다.

 

 

저자는 책의 표지가 가진 실존적인 의미를 벗어나 좀 더 현실적인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표지는 미적인 목적보다 상업적 목적이 더 크다. 표지가 책의 성공 혹은 실패를 결정한다.’는 말에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수많은 책 가운데서 독자의 선택을 당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표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도 좋아하는 작가라 그의 모든 책을 다 소장함에도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 구입하지 않는 책이 있는 것을 보면 ‘상업적 목적’을 완전히 벗어난 구매도 없다는 것이 증명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상업적인 목적이 주류가 되어 드러나는 아쉬움에 대한 저자의 가감 없는 이야기가 읽는 동안 조금은 조마조마했지만 한 번쯤 되짚어봄직한 주제라 독자의 입장에서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 또한 책을 막 펼쳤을 때 저자의 글보다 추천사나 비평을 먼저 읽는 게 지치게 만드는 것 같아 좋아하지 않고, 작품의 분량과 맞먹는 해설이 실린 책을 만날 때면 곤욕스러워 한다. 그럼에도 그런 걸 진지하게 내 취향에서 고려하지 않고 출판계의 흐름과 형식이 그러하므로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책을 펼치자마자 작가의 사진과 이력, 책 소개를 보며 읽기도 전에 내 멋대로 판단하고 편견을 가짐에도 그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저자는 어릴 적 도서관에서 표지도, 어떠한 정보도 없이, 책을 읽어야만 알 수 있었던 ‘발가벗은 책의 침묵, 그 미스터리가 그립다.’고 했다. 책의 표지로 굉장히 다양한 세계의 이야기를 펼쳐놨지만 저자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은 겉모습보다 책으로 먼저 만나고 싶다는, 만나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잠시라도 그런 독서를 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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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와이다 준이치 사진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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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오는구나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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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읽는 시
김남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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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좋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리고 지인에게 선물하고 싶단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래서 바로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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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1-11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리고 나의 감상을 귀기울여 들어주는 상대.
독서의 큰 매력중의 하나이기에
선물하고픈 마음에 깊이 공감합니다^^;

안녕반짝 2017-01-12 12:36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정말 읽는데 많은 사람들이 생각나더라고요. 차근차근 선물해 보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