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만에 다 읽어버린 책이다. 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 비문학에 시선이 돌리고 싶단 생각이 들 무렵, 책장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고흐에 관한 책이 꽤 있음에도 이 책이 묘하게 끌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저자의 시선이 좋았고 소박하지만 진솔함이 느껴져서 마음에 들었다. 고흐에 관한 책은 너무 많아서 때때로 지난한 시선으로 보곤 하는데 이런 책은 고흐에 대해 다시 알아가고 싶게 만든다. 고흐를 좋아하면서도 제대로 아는 게 없기에 계속해서 고흐에 관한 책을 보도록 충돌질하세 만든다. 이런 충돌질, 참 오랜만이란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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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긴 켰는데 막상 무언가 하려고 보니 하고 싶은 것도 할 것도 없었다. 그러다 문득 바로 옆에 보이는 책장을 보니 책들이 넘쳐서 책장 앞까지 점령해서 지저분하다. 지금 보이는 책들은 다 안 읽은 책들이다. 안 읽은 책들이 이 책장 두 칸이면 좋겠지만 컴퓨터 방에 있는 책장 3개와 거실에 있는 4개의 책장에 책들이 모두 안 읽은 책들이다. 아마 천 권이 넘을 것이다. 이렇게 책을 쌓아두고도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책장에 들이지 못해서 안달하니 책을 사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그 책들을 꾸역꾸역 들일 때마다 과연 내가 이 책들을 다 읽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오랜 시간을 두고 보면 언젠간 다 읽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과연 내 책장의 책들을 모두 다 읽을 수 있을지 그런 의문은 종종 생긴다. 평상시에는 무덤덤하다가 이렇게 가끔 멍하니 책장을 바라보면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결혼을 하고 이사를 하면서도 이 책들 때문에 집이 좁아지고 변변찮은 가구도 없지만 꼭 필요한 냉장고와 살림도구들이 애물단지로 변하는 걸 경험했다. 책장이 없다면 소파도 들일 수 있고 집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내 책들이 많아서 그럴 수가 없다. 거실과 컴퓨터 방에 꽉꽉 찬 책들 때문에 먼지도 많이 쌓이고 정리도 안 되고 불편한 점도 많지만 그 책들을 모아오고 읽어 온 시간들이 소중해 도저히 뺄 수가 없는 것이다. 나름대로 2년 동안 세 번의 이사를 하면서 몇 백 권의 책을 뺐다. 그런데도 책장은 이렇게 티가 나질 않는다. 너무 내 욕심껏 책을 모으는 것 같아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임에도 여전히 내겐 책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들을 줄이는 방법은 읽고 빼는 수밖에 없다. 소장하지 않아도 될 책들을 빼고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 그게 최선의 방법임을 알면서도 읽는 속도가 더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독서가 내 맘처럼 된다면 바랄 게 없겠지만 책 한 권을 들일 때 그 책을 읽을 시간까지 들인 것임을 알기에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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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산소리>를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가 책을 찢어 놓은 것을 발견했다. 찢은 순간을 목격했다면 아마 아이에게 엄마 책을 찢으면 어뜩하냐고 소리를 질렀겠지만 뒤늦게 발견한 뒤라 그냥 마음을 툭 놔버리고 엄마 책 찢지 말라고 주의만 주고 말았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 책을 볼 때마다 내 마음 한구석이 너덜너덜해진 기분이다.

 

 

 

책을 좋아하면서부터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책에 낙서하거나 접히거나 더러워지는 걸 절대 못 봤다. 이상하게 깔끔한 성격도 아니고 정리 정돈과는 거리가 먼 나인데 책장 정리만큼은 나름대로 생각과 고집을 가지고 있다 보니 한참을 책의 겉모습에 집착하던 때가 있었다. 책을 읽다 엎어놓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고, 띠지도 소중하게 보관하며, 양장본에 달려있는 책 줄도 모양 그대로 유지하느라 가려진 글자를 유추하며 읽기도 했다. 내가 생각해도 심히 피곤한 행동이 아닐 수 없는데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한 번 크게 데일 것 같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그런 내가 책에 대해 많이 너그러워진 모습을 보면 가끔 생소하기도 하다. 스스로 예감한 것처럼 어떤 큰 계기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출판사에서 근무했던 경험 때문에 책의 겉모습에 많이 너그러워졌던 것 같다. 출판사에 근무하기 전까지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지 그런 과정은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소중하게 산 책이 구겨지거나 찍혀서 오면 내 블로그에 바로 올려서 온라인 서점을 비난하면서 어이없어 했다. 다른 사람들도 동조해주니 그런 행동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책이 심하게 상해서 오는 걸 달가워 할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교환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근무하면서 그렇게 반품되어 돌아오는 책들은 다시 세상으로 나가지 못하고 폐기되는 것을 보며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었던 책들까지 모조리 반품시키고 비난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그때부터 책이 좀 상해서 오거나 구겨져서 와도 읽기에 큰 상관이 없다면, 내가 이 책을 반품하면 폐기되는 게 너무 안타까워 그냥 읽었다. 그러다보니 책의 겉모습에 대해 많이 너그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책에 밑줄을 긋거나 책의 겉장으로 페이지를 표시한다거나 쫙 펴서 보는 일은 없다. 그래도 종종 읽은 곳의 페이지를 표시할 메모지가 없으면 엎어 놓기도 하고 책을 읽다 상해도 그냥 그러려니 한다. 그래서 아이가 내 책을 찢어 놨을 때도 그냥 마음을 비워버렸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아이의 손에 닿는 내 책이 거실 여기저기에 있어 아이가 마구 꺼내서 펼칠 때면 엄마 책은 만지지 말라고 단호하게 주의를 준다. 결과물에 너그러운 것과 과정에 너그러운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정가 3만원인 카프카의 책 등을 아주 멋지게 찢어 놨다. ㅠㅠ

 

 

 

얼마 전에는 화장실에서 보던 책을 휴지걸이 위에 놓아두고 다른 일을 하다 그대로 그 책이 변기에 빠진 일이 있었다. 다행히 깨끗한 변기라서 순간적으로 책을 바로 건져내서 수돗물에 얼른 헹구고 말렸지만 과연 그 책이 내가 아끼는 책이었다면, 지금은 출간되지 않는 책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을 하니 끔찍했다. 아마 그 책을 볼 때마다 우울해서 피하고 말 것이다. 다행히 그 책은 내가 굳이 소장해도 되지 않을 책이었고 다 읽고 난 다음에 지인에게 주려고 했던 책인데 그런 일이 있었으니 줄 수도 없어서(그렇게 큰 티가 나지 않지만) 그냥 내 책장에 보관하고 있다.

 

 

 

책이 많다보니 예전에는 책장의 책 먼지도 자주 털어주고 아끼곤 했었는데 점점 무심해지곤 한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예전의 내 모습을 기억하기에 나에게는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겉모습에 집착하지 말고 책을 읽는 과정과 내용에 더 집중하는 것. 여전히 책을 깨끗이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이가 찢은 책을 보고도 크게 화내지 않는 내 모습에 안도감을 느낀다. 하지만 정말 내가 좋아하는 책을 찢는다면 그 뒤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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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4-12-27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아이도 열심히 낙서하고 책을 찢는 중이라 공감가는 글이에요.

안녕반짝 2014-12-31 02:19   좋아요 0 | URL
그래도 찢긴 책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ㅜㅜ
 

컴퓨터를 잠깐 하다 끄고 나오면서 서가에서 왜 이 책을 들고 나왔는지 모르겠다. 마음이 편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엇에 이끌리듯 이 책을 펼쳤다. 그리고 박민규 작가의 글까지 읽고 책을 덮었다.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이 말이 너무나도 절망적이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국가, 그 모든 걸 답답한 심정으로 지켜봐야 하는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지 않은 남겨진 국민이라는 사실 때문에 저 문장은 잔인하도록 절망적이다.

그럼에도 세월호는 잊혀져 간다. 그렇게 온 나라를 무기력하게 만든 사건이었음에도, 아직 세월호 속에서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음에도 세월호 사건은 잊혀져 간다. 슬프다. 마음이 아프다. 나도 이러할진대 유가족들의 마음은 도대체 어떤 심정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 모든 책임을 어느 누구도 지지하려 않고 아래로만 내려보내는 책임전가가 씁쓸하기만 하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 다 읽고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기력감에 휩싸이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전혀 자신이 없다. 그래서 이 밤이 더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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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산지 얼마 안 됐는데 또 책을 구입!
이젠 진짜 그만 사고 읽어야지^^
책이 잘 읽히면 괜히 더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읽다가 자꾸 책을 주문하게 된다.




1. 새 문화사전 - 정민

정민 샘 책은 알림을 해 놓기 때문에 이 책이 나온 걸 알고 바로 구입하고 싶었으나 가격이 비싸 이제야 구입했다. 새에 관한 책이라니! 어떻게 풀어 냈을지 궁금하다!




2. 반딧불 강 - 미야모토 테루


<환상의 빛>이 좋아 읽다가 주문한 책이다. 다른 작품은 어떤 색깔을 낼지 궁금해서 바로 연달아서 읽고 싶었다. 오늘 저녁에 아이 재워놓고 가장 먼저 읽을 책이기도 하다.^^




3. 탄탄동 사거리 만복전파사 - 김려령


좋아하는 작가다. 출간 된 책은 거의 다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는 얇은 동화인데 저자의 문체로 어떤 이야기를 할 지 궁금해진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은 기분을 좋게 만든다.




4. 귀서각 - 보린


분명 내 서재에 있는 책이었는데 조카가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줬더니 중국 고모집에 나두고 왔단다. 갑자기 나도 읽고 싶어져서 주문했다. 입소문은 오래전부터 들었는데 이제야 읽게 되다니! 그런만큼 재밌게 읽어보려 한다.



현재 두 권의 책을 번갈아 가면서 읽고 있다. <산소리> 와 <만,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다. 오늘 책이 왔으니 또 읽던 책들의 순서가 늦어지겠구나! <돈키호테>도 읽다가 다른 책에 치여서 늦춰지고 있는데!!! 그래도 뭐 즐거운 마음으로 읽고 있으니 그것에 만족해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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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2-23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민 교수의 새문화사전. 소장 욕구를 부르는 책입니다. ^^

안녕반짝 2014-12-23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래 찜해두다 이제야 들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