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을 보고 집에 들어가려 하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 그냥 들어가기가 아까웠다.
항상 책은 들고 다녀서 카페에 왔는데 이상하게 <난쏘공>과 커피를 같이 찍는 것조차 미안해진다.

서비스로 받은 케이크도 이상하게 즐겁지가 않다.
오늘 마시는 커피 한 잔의 값이, <난쏘공> 앞에서는 무겁게 느껴진다.



덧.
저자는 이 책의 200쇄 기록이 부끄럽다고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난쏘공>은 2005년에 구입한 책으로 초판 65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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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3-22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가 《난쏘공》이 발표된 지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올해를 기념한다는 의미로 리커버판이 나올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난쏘공》리커버판 출간에 반대합니다.

안녕반짝 2018-03-22 14:08   좋아요 0 | URL
내용이 너무 답답하고 답답해서 왜 13년 동안 안 읽었는지 알겠더라고요. 왜 책 속의 내용은 달라진 게 별로 없을까요?
 
한국의 염전 & 비금도
곽민선 지음 / 지식과감성#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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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나는 내가 태어난 곳과 멀지 않은 소도시에서 살고 있다. 철없던 시절, 고향을 떠나고 싶어 대도시로 간 적도 있지만 결국 고향으로 돌아왔다. 또 한 번 고향을 떠났고 결국 아이를 키우기 위해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고, 푸근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안정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그동안 나는 고향 근처에 있어야 안정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두메산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와 달리 저자는 비금도에서 태어나 염전을 보고 자랐다. 그리고 고향의 염전이 특별하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비금도의 염전이 힐링의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한 사진에서는 애정이 듬뿍 드러났다.


인류가 존속된다면 그리움이란 단어는 애초에 없었을 것이다. "그립다." 20쪽

다시 돌아와 바라본 고향은 그리움으로 가득했다. 어릴 때 보았던 풍경에 어른이 되어 뛰어 들어보니 곳곳에 묻어나는 부모님의 노고와 마음이 그랬고, 사라지고 변해가는 모든 것들이 그랬다. 그래도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는 염전을 보며 그리움을 드러낼 수 있는 게 다행인지도 몰랐다. 더 고향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고, 염전에 대한 소중함도 더 깊어졌기 때문이다.

매번 꽃이 피어나는 장면을 목격하는 이는 염부다. 염부만큼 행복한 직업이 있을까. 바닷물을 소금 꽃으로 만드는 마법사가 바로 염부다. 38쪽

끝없이 펼쳐진 소금밭을 보고 있으면 정말 염부가 마법사가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한국의 염전이 어업만큼이나 농업에 가까운 이유’를 알고 나자 염전이 더 신비로웠다. 살아있는 갯벌 위에서 소금을 얻기 때문에 매년 봄, 농촌에서 밭갈이를 하는 것처럼 염전에서도 그랬다. 땅을 뒤집고 고르는 것을 반복해야 좋은 소금이 얻어졌다. 그래서 첫 소금이 생산되는 날, 돼지고기에 소주를 마시면서 ‘올해는 소금값이 더 좋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즐거워하는 것이 찡했다. 소금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우리가 사서 먹는 소금값이 터무니없이 싸게 느껴지는데, 수고로움에 비해 그들이 갖는 소망이 작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말마따나 ‘소금은 생명임을 깨닫게 되었다.’는 게 다른 의미일지라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비금도의 아름다운 염전을 알리는 사진집인 줄 알고 있었는데 염전을 바라보며 드는 온갖 상념들이 깊이 박혀있는 산문집으로도 읽혔다. ‘더 인내하고 사랑하자. 순간이 결국 평생이다. 바닷물이 호화함수가 되어 일순간 소금 꽃으로 피어나듯 순간을 사랑의 빛으로 만들어 가자.’라고 말하는 부분만 봐도 그렇다. 별거 아닌 마음에 허물어 질 수 있는 나의 하루가 소금에 빗댄 이 다짐 앞에 조금 힘을 얻었다. 염전 구서구석을 살피고, 기록으로 남기고, 모든 경험과 생각을 집어넣는 이 과정들에서 행복함이 전해졌다.


고향을 이렇게 사랑할 수 있는 게 대단했다. 내 고향은 특별한 것이 없다 여겨왔는데, 따져보면 내가 그곳에서 자랄 수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특별한 것 같다. 여전히 나의 의식 속에는 어린 시절이 생생히 살아있고, 꿈속에서 자주 고향을 만난다. 그것도 지금의 모습이 아닌, 어린 시절 고향의 모습이 드러나는 걸 보면서 고향이 내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한다. 엄마의 자궁 속 같은 곳일까? 고향하면 엄마가 늘 그 자리에 있고, 나는 알게 모르게 안정감을 느끼는 곳. 이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비금도의 염전은 내게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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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의 엄청 큰 엉덩이 피리 부는 카멜레온 130
스티브 스몰맨 글, 엠마 야렛 그림, 강형복 옮김 / 키즈엠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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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어떤 일을 저질렀을 때 곧바로 “엄마, 미안해. 내가 이렇게 해버렸어.” 하고 말한다. 그럴 때면 “괜찮아, 그건 네가 일부러 한 게 아니라 실수로 그런 거니까 언제든지 괜찮아.” 라고 말해준다. 늘 일관성 있게 대해주면 좋으련만. 내가 피곤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으면 같은 실수인데도 혼을 낼 때가 있다. 조금 지나고 나서 사과를 하지만 아이는 혼란스러울 거다. 지난번에는 괜찮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왜 화를 내는지 말이다. 서슴지 않고 기분이 안 좋았다던가, 몸이 아파서라고 설명을 해주면 늘 괜찮다고 나에게 말해주는 아이지만정말 잘 받아들이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우디는 ‘언제나 다정하고 친절’하고 ‘착한 곰’이다. 개미들이 우디의 코 위를 지나가도 가만히 멈춰있고, 나뭇가지의 새에게 손수 먹이도 준다. 그리고 우디는 엉덩이가 큰 곰이기도 하다. 배려 있는 행동과 달리 큰 엉덩이 때문에 다른 동물 친구들과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실제로 저렇게까지 크지 않겠지만 그림책을 거의 다 차지할 정도의 큰 엉덩이를 가진 우디를 결코 미워할 수 없다. 결코 의도해서 다른 동물친구들을 난처하게 만든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동물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할 때면 우디는 늘 불리했다. 엉덩이를 감출 수 없어 금방 들켜버린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볼 때면 다른 동물들이 앉을 자리가 없다. 우디의 몸 여기저기에 매달려 있는 작은 동물들의 표정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읽혀진다. 결국 우디의 엉덩이는 다람쥐의 생일잔치에서 케이크를 뭉개버리는 큰 실수를 하고 만다. 분명 실수지만 다람쥐는 우디 때문에 생일을 망쳐버려 화가 난다. 우디는 자신의 엉덩이가 쓸모없다 생각하고 나무 밑에서 혼자 슬퍼하고 있다. 친구들도 우디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우디를 찾아 나서지만 우디는 보이지 않는다.

아이에게 이 부분을 읽어주면서 우디가 왜 슬퍼하고 있냐고 물었다. 곧장 우디가 실수한 건데 친구들이 화를 내서 슬퍼하고 있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그 대답을 듣고 마음 한 켠이 쿵, 하고 떨어졌다. 아이에게 나도 그런 적이 많아 혹시나 엄마 탓을 돌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아이는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다. 친구들은 우디를 찾아 나서다 동굴 속에서 사나운 여우와 마주친다. 여우는 동물 친구들을 잡아먹으려 했고 도와달라는 외침에 우디가 바로 친구들에게 달려온다. 하지만 이번에도 큰 엉덩이가 말썽을 부렸다. 나무 구멍에 엉덩이가 끼어 당황하다 나무를 통째로 매달고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왔다.

큰 나무가 성큼성큼 여우를 향해 다가오자 여우는 괴물이라 생각하고 도망친다. 그렇게 친구들을 구한 우디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나무 구멍에서 엉덩이가 빠질 수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은 우디의 엉덩이 때문에 불편했지만 결국 자신들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잔치를 벌인다. 더 이상 쓸모없는 엉덩이가 아닌 멋진 엉덩이가 되어버린 우디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내가 다 뿌듯했다. 나에게는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데 우디처럼 친구들에게 피해를 줄 때면 쓸모없다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극적인 순간에 친구들을 구해준 우디의 엉덩이처럼 내가 생각하는 나의 결점들이 정말 어떻게 쓰일지 모른다. 자책하지 않고, 그런 나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는 법. 우디를 보면서 그래보기로 다짐했다. 내가 먼저 그렇게 생각할 때 내 아이들에게도 그런 시선과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장 나는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해야겠지만 아이의 책을 읽으면서 이런 시선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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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책을 읽다 - 미술책 만드는 사람이 읽고 권하는 책 56
정민영 지음 / 아트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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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미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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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콧구멍 큰곰자리 31
김유 지음, 김유대 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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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언제부턴가 집 안에서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늘 바쁘고 다가가기 힘든 아빠, 자유롭게 놔두지 않는 엄마의 인식이 강해졌다. 하지만 이 책 속의 아빠들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대단한 콧구멍」에서 아빠가 없는 봉구와 새 아빠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행히 새 아빠는 봉구와 죽이 척척 맞아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이겨낸다.「못난이 삼총사」의 두철이 아빠는 일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고 간호사인 엄마가 일을 한다.「으뜸 아빠 대회」의 건이 아빠는 다른 아빠들처럼 비싼 장난감을 사주거나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지 않지만 아이의 모든 걸 알고 있다. 저자는 아빠와 아이들이 좋은 친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로 이 이야기를 썼다고 했다. 어찌되었건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려는 아빠의 모습에 괜히 마음이 찡해졌다.


엄마가 멀리 출장을 가서 아빠와 형과 셋만 남겨진다면?「못난이 삼총사」의 두철이에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잔소리가 심한 엄마가 사라지자 아빠와 한철, 두철이는 짜장면으로 밥을 대신하고, 늘어지게 잠을 자고, 마음대로 생활 계획표를 짰다. 아빠는 아이들을 제어하기는커녕 함께 동조해서 게으른 생활을 이어간다. 마음대로 생활할 수 있다는 즐거움은 곳곳에 넘쳐났다. 어린이라면 한번쯤 그런 상상을 하게 될 텐데 책 속에서 그런 세상이 펼쳐진다. 거기다 과장된 표정의 인물들의 묘사와 화려한 색감의 삽화가 잘 표현되어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태연하게 방귀를 뀌어대는 아빠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집의 모습을 보며 잠깐이나마 자유로운 집을 대리만족 시켜준다. 무엇보다 엄마처럼 잔소리 하지 않고 함께 망가지는 아빠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두철이가 엄마가 보고 싶다고 하자 엄마 분장은 물론 식비를 감당하기 위해 중국집 배달도 서슴지 않는다. 집 안에서 느껴지는 아빠의 권위는 없지만 아이들의 시선에서 생각해 주려는 아빠다.

「대단한 콧구멍」에서는 엄마 친구인 콧수염 아저씨가 진짜 아빠가 된 뒤로 일어난 일을 그리고 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꾸 아빠와 닮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봉구는 속상해한다. 그도 그럴 것이 봉구와 새로 아빠가 된 콧수염는 외모만 봐도 전혀 닮은 데가 없다. 그리고 너무 속상한 나머지 아빠를 잘 못 골랐다고 후회를 한다. 엄마는 씩씩한 것이 닮았다고, 아빠랑 친해 보이니까 사람들이 질투하는 거라고 위로하지만 소용이 없다. 그러다 마트에서 수박씨 날리기 대회가 열렸고, 말릴 새도 없이 아빠와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열심히 수박씨를 날린 결과 1등을 하게 되었고, ‘그 아빠에 그 아들이네.’라는 말을 듣고 봉구의 마음이 풀어진다. 비록 외모가 확연히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말에 상처를 입은 봉구였지만 중요한 건 따로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음이 닮아가는 것. 그걸 알게 된 봉구는 앞으로 아빠와 더 잘 지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으뜸 아빠 대회」의 건이 아빠는 만화가다. 날마다 회사에서 잘 나가는 아빠 자랑을 해대는 친구 도연이 탐탁지 않다. 그러다 ‘으뜸 아빠 대회’가 열리는 것을 보고, 누가 으뜸인지를 따져보기로 한다. 온 동네 아빠들이 다 참여한 가운데 건이는 슬그머니 걱정이 됐다. 아빠가 나갔다가 더 창피만 당할 것 같아서다. 아빠는 자기만 믿으라고 했지만 대회 날 양복까지 멋지게 차려입고 나타난 도연이 아빠를 보자 더 주눅이 들고 만다. 하지만 떡볶이를 맛있게 만들고, 아이의 버릇과 꿈을 맞춘 건이 아빠가 돋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으뜸 아빠는 건이 아빠가 뽑혔고 건이는 으쓱해진다.

이렇듯 여러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내 곁에 있는 가족의 소중함은 물론 서로를 좀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님이 항상 바쁘고 잔소리를 하는 이유에 좀 더 너그러워질 수도 있고 서로를 더 알아가게 되지 않았을까? 내가 속한 가족, 그리고 내가 만들어 가고 싶은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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