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로테 - 2014 르노도 & 공쿠르 데 리세앙 수상작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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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로테란, 이름도 낯선 화가에게 무엇이 매료되었기에 저자는 이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이런 궁금증을 안고 있었다. 무언가에 매료되어 그 마음을 유지하고 결과물까지 내놓는 다는 게 쉽지 않음을 알기에 무엇이 저자의 마음을 뒤흔들었는지 명확하게 알고 싶었다. 그래서 임신 5개월의 몸으로 아우슈비츠 가스실에서 생을 마감한 젊은 화가인 샬로테 잘로몬의 불우한 가정사가 이어질 때도 마음에 지지 말자고 스스로를 꾹꾹 눌러 다스리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고 그런 그림을 남긴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무언의 의무감 같은 게 있었다.


  산문시. 이 소설을 처음 마주하고 든 생각이었다. 뿌쉬낀의 산문시처럼 장황스럽진 않지만 한 줄로 끝나는 시 같은 문장을 보면서 알 수 없는 답답함과 궁금증이 함께 일어나 다음 이야기를 놓칠 수가 없었다. 소설이 아니라 샬로테의 내면을 고스란히 들여다보는 착각이 일 정도였다. 그녀가 인식하고 있는 혹은 그녀 자신도 알 수 없는 깊숙이 자리 잡은 온갖 욕망과 생각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반면 그녀에게 말 한마디 건넬 수 없는, 철저하게 지켜볼 수 없는 위치에 있는 독자는 그 모든 일이 과거가 아닌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거라고 착각하게 된다. 현재형인 시제 때문인데 그래서인지 그녀의 비극이, 암울한 전쟁의 상황이 고스란히 박혀버리는 것이다.


  자살한 이모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엄마가 자신에게 붙인 이름 샬로테. 정말 자살 유전자가 있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샬로테의 외가쪽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이 너무도 많았다. 암울한 시기였다는 핑계가 무색할 정도로 생에 대한 의미를 잃어버린 무의함이 샬로테를 덮칠까 두려웠다. 가스실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 그녀의 이모와 엄마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진 않을지 조마조마했다. 그녀 주위에 일어나는 변화는 늘 거셌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다독이기란 여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옥죄어오는 유대인 학살은 그녀를 더 피폐하게 만들어갔다. 집착에 가까운 사랑의 대상이 새엄마에서, 새엄마의 지도 교수인 알프렛으로 바뀌어 갈 때 그 사랑이 결코 오래갈 수 없음을 짐작했다. 그 결과가 뱃속에 든 아이고 결국에는 가스실에서 생을 마감할거라 생각했지만 샬로테의 사랑은 더 질기고 더 간절했음을 나중에 드러난 그녀의 그림에서 밝혀졌다. 그녀만이라도 지옥 같은 독일에서 구하기 위해 프랑스로 보내졌지만 오히려 그녀의 죽음을 앞당기고 말았다. 그곳에서 다른 남자와 결혼했지만 알프렛을 사랑했던 것처럼 그녀의 영혼을 뒤흔드는 사랑이 아닌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오히려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고 장담할 수 없던 시기에 그녀 곁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지경이었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지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마지막을 예감한 듯 자신의 작품이 든 가방을 건네며 ‘이게 제 삶의 전부예요(240쪽)‘ 말할 때 알았다. 우울한 가정사를 견디고 알프렛과의 이별을 받아 들이고,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가 되어 조부모 곁에서 힘든 시간을 버텼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음을 말이다. 그녀가 남긴 그림이 정말 전부였음을 받아들이게 됐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선해 한동안 말을 멈추고 숨을 멈출 정도로, 최후가 되었던 가스실이 아닌 모리디스 박사의 진료실 문 앞에서 그녀와 이별을 나눈 것 같았다.


  저자가 이 소설을 써야만 했던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길이 없지만 소설을 읽고 난 뒤에는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되었다. 꼭 해야만 했고 했어야만 했던 일이었다는 사실도 말이다. 이국의 낯선 화가로만 치부하기엔 그녀가 살다 간 짧은 생이 너무도 강렬하고 먹먹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런 역사의 반복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래보지만 그런 굴레가 주변의 곳곳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음에 마음이 아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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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와후와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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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주문! 동화책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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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와후와 - 무라카미 하루키 글 ,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신간 알리미가 와서 궁금해서 바로 구입한 책!
방금 택배 아저씨가 전해주고 가셨다.

책 안은 동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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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와후와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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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책! 얼른 주문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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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책 구입하고 받은 사은품!
생각보다 컵은 좀 작은데 예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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