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Photo Essay
태양의 후예 문전사.NEW 지음, 임효선 사진, NEW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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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지만, 그래도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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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행 슬로보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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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쌓인 어마어마한 책을 보면서 한숨을 짓다가도 언젠가 때가 되면 읽겠지 하는 마음이 늘 있다. 그리고 그 때에 맞춰서 내 손에 착착 쥐어지는 책을 만날 때면 책을 쌓아둔 죄책감이 우쭐함으로 바뀐다. 거 보라고, 분명 때에 맞춰서 손에 잡힐 줄 알았다고. 그 시기가 언제인지 모르니 일단 쌓고 보는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우쭐함이어서 탈이지만 말이다. 워낙 다작한 작가라 신간보다 개정판이 더 많이 나오고 있는 하루키의 이 책을 책장에 쌓아 두지 않았더라면, 뭐에 홀린 것처럼 하루키의 단편집을 읽어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시작은 하루키와 함께 많은 작업을 했던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가 추천한「오후의 마지막 잔디」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단편이라 했고 그에 관련된 그림까지 그렸기에 너무 궁금해서 읽어보았는데 딱 하루키답다는 느낌이 배어나왔다. 잔디 깎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의 이야기가 담백하면서도 그 안에서 일어난 애정 행각에 관한 이야기는 역시나 조금은 껄끄러웠다.(늘상 하는 이야기지만 하루키의 소설에서 성(性)에 관한 부분은 항상 불편하다. 감춰야 능사가 아니고 무조건 감춰 달라는 게 아닌, 좀 더 이성(理性)에 부합된 행위로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럼에도 잔디 깎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부심을 느끼며 만족감을 드러낼 정도로 일처리를 깔끔하게 하는 주인공이 인상 깊게 남았다. 그런 일처리를 알아봐주는 사람, 그리고 그런 잔디를 보면서 죽은 남편을 떠올리는 여인. 싱그러운 봄이 오고 푸르른 잔디밭을 볼 때마다 분명 최선을 다해 잔디를 깎았던 이 청년이 떠오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기억이라는 건 소설과 비슷하다. 혹은 소설이라는 건 기억과 비슷하다. (141쪽)


  어떤 사물이나 풍경 혹은 냄새를 통해서 기억이 떠오른다고 하면, 그런 매개물로 인해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인지 기억이란 저장소에서 단박에 드러나는 것인지 쉽게 설명하지 못할 때가 있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계기가 되어 툭하고 튀어나올 때 스스로 놀란적이 있다. 내가 갖고 잊는 기억의 완전하지 않음을, 그 안에 축적된 삶의 궤적이 나름 정직했음에 말이다. 하루키의 초기 단편집인 이 책을 읽으면서 책 속의 인물들은 어떠한 사물을 보면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중국행 슬로보트」에서는 모의고사 시험장으로 중국인 초등학교에 홀로 배정되고, 거기서 처음으로 중국인을 만나고 이어서 두 번째, 세 번째 중국인을 만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홀로 중국인 초등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았더라면 언제 처음으로 중국인을 만나고, 그 인물들이 어떠한 영향을 끼쳤으며, 중국행 슬로보트를 기다리며 중국을 그리워 할 것이라고, 하지만 중국은 멀다고 말하고 있다.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닥칠 때마다 동물원에 찾아가는 친구를 떠올리고, 그 친구에게 늘 빌려 입었던 장례식용 양복, 그리고 정말 죽음을 맞이할지 모르는 희박한 상황에서 그 모든 이야기를 떠올리는「뉴욕 탄광의 비극」은 극적이기까지 하다. 백화점 고객 불만센터에서 일하는 남성이 레코드를 잘못 구입한 여성의 접수된 편지를 보고 독백하듯 녹음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캥거루 통신」은 독특하면서도 저자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개인의 고독과 자신만의 세계를 거리낌 없이 쓱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비가 오는 비수기의 리조트의 창가에 앉아 있다면(그럴 가능성이 내게 있을지 모르겠지만) 땅 속에 묻은 강아지를 다시 파내야 했던 여인의 이야기가 떠오를 것 같다. 창가를 두드리는 비처럼, 끈덕지게 혹은 조금은 으스스하고 신비롭게 말이다.


 마지막 단편인「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는 저자의『양을 쫓는 모험』이 생각나기도 했다. 양 사나이가 나오고 양박사가 나왔다는 이유 때문이었지만 아무도 자신을 찾길 바라지 않는 마음에 좀 무서운 거리에 탐정 사무실을 차려놓고 삼시 세끼를 피자만 먹는 주인공이 특이했다.


  곰곰 생각해 보니 나는 음악을 들을 때 그 음악을 들으며 경험했던 기억이 떠오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핸드폰에 저장된 음악이 몇 년 째 고스란히 들어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은 잠깐 주어진 개인적인 시간들이니 그런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저자의 단편집을 읽으면서 그런 기억에 대한 불확실함과 흥미로움이 나의 내면을 좀 뒤집어놓고 일을 벌여놓은 것 같아서 조금 다양한 나를 만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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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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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신간 에세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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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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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하게 하루를 보내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소식 알림 문자가 오면 갑자기 생기가 돈다. 바로 책을 주문하고 책이 도착할 때까지 뭔가에 들뜬 사람처럼 자질구레한 일을 해도 즐겁기만 하다. 그렇게 책이 도착하고 깊은 밤 스탠드 불빛 아래서 마주하고 있을 때면, 과장을 덧붙여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까지 하다. 이 책이 그랬다. 국내에 출간된 작품을 모두 읽고 다음 책을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최근 작품이 아닌 이미 오래전에 출간된 작품이긴 하지만 저자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다.


  「환상의 빛」단편의 문체가 너무 좋아서 책을 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하게 전개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미 이혼하고 남남이 되어 버린 부부가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마주한 뒤 오로지 편지로만 주고받는 이야기. 그들이 편지를 주고받는 것부터가 예삿일은 아니었지만 그 안에 펼쳐진 이야기는 더 그러했다. 얼굴을 보며 하지 못한 이야기, 할 필요가 없었기에 하지 못했던 내면 깊숙한 이야기를 편지라는 형식을 통해 낱낱이 밝혀낼 만큼 시간도 흘렀고 직접 마주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사이이기 때문이다. ‘이제와 굳이 왜?’ 하고 묻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간 살아온 세월에 대한 돌아봄 혹은 정리 같은 게 필요했던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 것이다.


  다른 여자와의 불미스런 일을 계기로 헤어진 부부가 무슨 미련이 남았을까 의문을 가졌지만 그런 남편인 아리마를 많이 사랑했음을 아내 아키의 편지를 통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리마는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장애아를 키우고 있는 아키에게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다른 여자와의 일, 그녀에 대한 감정, 현재의 상황까지 아주 낱낱하게 말한다. 솔직한 게 좋은지 적당히 예를 갖춰 배려를 해주는 게 좋은지 고민될 정도로 둘의 편지는 솔직하다 못해 그간의 쌓인 감정을 폭발시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결코 유쾌하진 않았다. 불륜, 불륜, 불륜. 책을 읽다 말고 이 말을 뱉을 정도로 왜 그렇게 불륜이 많은지, 내면엔 왜 그렇게 감춘 게 많은지 이해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옮긴이는 ‘아키와 아리마의 관계에 대한 환상을 잃어 가고 그들의 지리멸렬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쉽지만 그게 현실이고 사랑이다.’라고 했듯이 그 과정을 모두 지켜보니 그냥 지치는 느낌이었다. 부부가 모든 걸 드러내놓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위기의 순간에 왜 서로에게 기대지 못했는지, 떠밀리듯 다시 결혼하고 똑같은 상처가 반복되어야만 했는지 답답하기만 했다.


인생이란 어쩌면 그렇게 슬픔으로 가득 찬 것일까요? (153쪽)


  아키가 두 번째 이혼을 결심하고 이제 결혼 같은 건 하지 않고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기로 다짐했을 때 오히려 내가 더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아키의 인생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라고, 모차르트 음악에 빠졌던 그때처럼 이젠 자신을 속이며 살아가지 않을 거라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에 반해 아리마에 대한 시선은 끝까지 곱지 못했다. 아키와의 이혼 이후에 내리막을 걷던 그를 어수룩할 정도로 받아주고 챙겨주는 동거녀에게 나쁜 남자라는 인상이 남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둘의 편지의 시작은 현재를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과거를 미화할 편지가 아니었음을 짐작했기에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 것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각자의 인생을 다른 공간에서 살아가며 이젠 마주칠 일이 없을 것 같은 그들의 모습을 나 역시 무심하게 등지고 있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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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와후와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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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정보 없이 하루키 책을 기다리다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들었다면 무척 흥분했을지도 모르겠다. 마침 이 책이 출간되기 전에 <안자이 미즈마루> 책을 읽었고 거기에서 이 책의 삽화를 보았다. 그랬기에 1998년에 출간 된 이 책을 차분한 마음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구입하기 전 페이지를 보고 굉장히 짧은 책이라는 사실을 알고 펼쳤지만 이런 형태의 하루키 책은 처음이라 낯섦이 더 짙었던 것 같다. 하루키 에세이를 삽화와 함께 단행본으로 읽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더 많은 걸 기대했다간 배신감(?) 혹은 허무함이 지배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루키 작가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그 중에서 ‘늙고 커다란 암고양이를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은 몰랐다. 그 암고양이에 관한 이야기고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풍경이 자연스레 그려져서 툇마루는 물론이고 햇볕 냄새까지 나는 것 같았다. 왜 그런지 곰곰 생각해 보니 저자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였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어릴 적 우리집은 나무로 된 마루가 있었고 마루 아래 흙바닥에는 집에서 기르는 개와 고양이가 함께 잠을 자고 있는 광경을 자주 목격했다. 이상하게 우리집 고양이와 개는 앙숙이 아니어서 함께 몸을 기대며 잠든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신기할 때가 많았다. 가끔 그 고양이는 마루에 올라와 햇볕을 쬐며 꾸벅꾸벅 졸곤 했는데 그때 웅크리고 있던 모양, 고양이 털 색깔, 가르릉 거리는 소리, 그 햇살에 나도 벌러덩 누워서 뒹굴 거렸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 것이다.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암고양이의 시선을 따라 혹은 상상에 따라 묘사하다 어렸을 때 길렀던 고양이의 추억을 꺼내놓는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는 저자가 늙고 커다란 암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유가 된다. 어떤 사물이나 풍경을 너무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으면 종종 추상적인 생각이 지배할 때가 있는데 이 책에서 저자가 고양이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약간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는 건지, 고양이를 통한 다른 세계의 이면을 보고 있는 건지 착각이 들 정도로 약간의 지루함을 가지고 잠시 그 세계를 헤맸던 것 같기도 하다.

시골집, 툇마루, 고양이, 햇볕에 관련된 추억이 없었더라면 이 책을 읽고 조금 더 허무해 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려 주었고, 내가 길렀던 고양이를 기억하게 해주어서 그것만으로도 잠시나마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래서 이 책에 관해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그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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