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대동여지도
김정호 지도, 최선웅 도편, 민병준 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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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밟아볼 수 없는 북녘의 땅만 봐도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의미있고 소중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렇게 하나로 이어졌을 때 우뚝 솟은 대한민국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요.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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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처음 타이완 여행 - KID'S TRAVEL GUIDE TAIWAN, 워크북(스티커.컬러링.만들기.게임판.여행일기장) Kid's Travel Guide
Dear Kids 지음 / 말랑(mal.lang)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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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을 재밌게 읽었을 뿐인데 타이완이란 나라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가보지 않은 나라라서 조금은 지난한 시선으로 책을 펼쳤는데 이렇게 재밌게 읽힐 줄 몰랐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타이완에 대해서 알고 나자 직접 보면 더 신나게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까지 생겼다.


조카가 교환학생으로 타이완에 가있다. 그리고 이 책을 재밌게 읽었다며 보여주었다. 책 속에서 본 먹고 싶은 음식을 보여주자 핸드폰을 뒤적거리더니 똑같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조카도 가서 먹어봤다는 야시장의 음식이었다. 포장지까지 똑같은 걸 보고 크게 웃고는 맛이 궁금하다고 하자 조카가 느낌을 말해주었다. 그 외에도 조카가 가본 곳 이야기도 해주고 가보지 않은 곳을 체크하더니 다음에 가보겠다고 했다. 2학기 수업을 들으러 얼마 전에 출국한 조카에게 다른 조카들이 내년 초에 놀러 가기로 했다. 언니네는 맞벌이라 함께 못가니 아이들만 보내서 여행시킨다고 하는데 막내가 초등학생이라 이 책을 바로 주었다. 이모가 재밌게 읽은 책이니 가고 싶은 곳 골라보고 워크북도 꼼꼼히 작성해서 여행 하고 와서 한 번 보여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모가 가보고 싶은 곳은 예류 지질공원, 야시장, 고궁박물관을 골랐다. 막내조카는 초등학생답게 리락쿠마 캐릭터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을 가장 먼저 골랐는데 어디가 되었든 잘 체험하고 워크북도 활용 잘 하고 오라고 했다. 그리곤 어른인 내가 이 책을 재밌게 읽은 이유가 뭔지 생각해보았다.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 관광지를 한꺼번에 안다는 게 조금 지루하고 귀찮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책은 그 부분을 흡인력 있게 소개해 놓았다. 이를테면 지질공원이 만들어진 원인은 물론이고 그늘이 없으니 모자와 썬크림을 꼭 챙기라는 자잘한 조언이 붙어 있어서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거기다 대만의 역사를 지루하지 않게 소개해 주었는데 그 역사를 알고 박물관을 살펴본다던지 중국과의 관계를 생각해볼 때 그제야 이해가 가는 면도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똑같은 구성의 하와이 책을 바로 읽고 싶어졌다. 하와이 책을 펼치기도 전에 혼자서 항공권을 검색해보기도 했다. 아마도 결혼 전에 읽었더라면 단박에 신혼여행을 하와이로 정했을 거라며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지금 당장은 갈 수 없으니 우선은 책으로 실컷 여행하기로 했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직접 가면 설명을 들으러 애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여유가 생긴다. 타이완이 그랬다. 구석구석을 살피느라 괜히 걷지도 않은 내 다리가 아픈 것 같았지만 여행 전에 읽게 되면 더 두근거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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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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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하루키의 신간 혹은 개정판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어 예기치 않게 그의 작품을 나름대로 열심히 읽고 있다. 그러다 이 책의 출간소식을 들었고 여행에세이라고 하기에 기대감은 폭발했다. 하루키를 썩 좋아하지 않던 내가『먼 북소리』와『하루키의 여행법』을 읽고 호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오랜만의 여행에세이. 어떤 이야기로 채워질까 기대감에 책장을 펼쳤는데, 보스턴 첫 번째 이야기를 마주하자마자 김이 조금 새버렸다. 마지막은 조금 달랐지만 마라톤 에세이에 나왔던 내용이었고 이 책에 실린 에세이가 모두 새로운 에세이가 아님을 알아버렸다.


 

그 사실을 알고 책을 마주하는 내 눈빛에 생기를 좀 잃어버리긴 했지만 하루키는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중복된 이야기일지라도 빨려들게 만드는 힘. 그리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끝까지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힘 앞에 결국 두 호흡 만에 이 책을 완독했다. 몇몇 이야기는 낯이 익었지만 나머지는 새로운 이야기였고 어떠한 목적을 띠고 어떤 곳을 여행하든 그가 경험한 생생함이 남겨 있었다. 그래서 마치 단기간에 그 모든 장소를 다 여행한 것 같은 착각이 일었고 순식간에 그 모든 걸 경험하다 보니 인생이란 게 여행하고, 맛있는 음식 먹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달리는 게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이다.


 

‘여행지에서 모든 일이 잘 풀리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다(137쪽)’는 하루키의 철학처럼 여행지에서 봉착한 난관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글로는 설명할 수 없는 풍경에 대해, 이방인의 시선으로 보는 있는 그대로의 그 나라를 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여행기를 읽는 동안 나와 저자의 국적을 잊고, 단지 한 사람의 안내자를 따라 세계 곳곳을 누비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예능 <꽃보다 청춘>에서 잠깐 마주했던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는 부분이 좋았다. 신기하고 재밌는 나라였고 자연에 순응하며 최대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며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루키 스스로도 굉장히 개인적인 사람이라고 말하듯이 종종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건네는 말투를 쓰고 있긴 하지만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여행 에세이가 아닌 경험을 기록하는 느낌이 강했다. 그 안에는 새로운 곳에 가면 자신이 좋아하는 연결고리를 찾고(마라톤, 음악, 와인 등) 그것을 어떻게 즐겼는지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명한 곳만 줄줄이 나열한 여행기라는 것이 애초에 하루키와 잘 연관이 되질 않지만(유명하지 않는 곳을 가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그런 곳에 가더라도 자신만의 색깔로 이야기 하기에) 현장감이 느껴져 그곳을 직접 거닐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것이다. 이상하게 저긴 꼭 가봐야지 하는 바람보다 하루키를 통해 이미 다 경험해 버린 기분이 들었다. 아마 내가 어떤 장소에 갔을 때 문득 ‘어, 이건 하루키 책 속에서 보았던 풍경과 비슷한데?’ 라고 생각하며 동질감을 끌어낼 그런 느낌을 가진 이야기들이었다.


 

어떤 이는 이 책을 읽고 당장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이 들 수도 있을 것이고 미래의 여행을 꿈꾸며 행복한 상상에 빠져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내가 여행을 한다면 이 책 속의 하루키와 어떤 공통점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그건 바로 책이었다. 저자처럼 영어원서를 읽을 수 없으니 그런 경지는 아니더라도 번역된 훌륭한 작품들을 들고 여행하는 기쁨을 누리는 것. 저자가 여행지에서 자신의 좋아하는 연결고리를 찾았던 것처럼 그 장소에 어울리는 책을 읽고 있는 내 모습이 순간 스쳐지나가 멋쩍은 웃음이 났다. 그래서 좋은 호텔에서 느긋하게 책을 보고 있는 저자의 모습이 인상 깊었고 신혼여행 중 묵었던 풀빌라에서 남편은 혼자 수영을 하고 폭신한 침대에 누워 책을 보면서 각자 여유를 즐겼던 시간이 떠올라 이미 나도 그런 여행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금도 신혼여행에서의 멋진 관광지보다 풀빌라에서 느긋하게 누워서 책을 보며 바라보던 바다, 책 읽기에 적합했던 폭신했던 침대(남편은 이 글을 보지 않을 것이므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런 나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남편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각자의 취향을 존중할 때 오히려 서로에 대한 여유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았으므로 그런 여행을 또 경험해보고 싶다. 꼭 국외가 아니더라도 근교에서도 그런 여행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 여행 철학은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비중이 크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하는 여행은 일단 즐거울 것 같다.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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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 - 장석주의 시 읽기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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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변하지 않는 것은 밥, 돈, 잣대에 매이지 않은 마음이다. 무엇에도 매이지 말아라. 매이지 않은 마음이야말로 우리를 우리답게 만들고, 행복이 깃을 접으며 내려앉을 곳이다. (107쪽)


시를 한 토막씩 읽어가는 게 영 익숙지 않았다. 한 편의 시를 읽는 것보다 이렇게 몇 줄의 시가 보다 많은 사람에게 다가는 게기가 된다면 다행이지만 개인적으로 익숙해지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하이쿠처럼 짧은 시가 아니라 시 한 편에서 저자가 골라낸 시구와 그에 따른 느낌이 적힌 글을 읽어가다 보면 내가 시를 제대로 읽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다 읽어가는 쪽수가 늘어감에 따라 한 토막씩 읽는 시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처음엔 입 안에서 서걱거리던 시가, 어느 순간 내 입안에 착 감겨 넓고 넓은 세계를 누빌 수 있게 되었다.

라일락이나 은행나무보다 높은 곳에 살지 않겠다 / 초저녁 별빛보다 많은 등을 켜지 않겠다

김경미,『밤의 입국 심사』

나는 이미 라일락과 은행나무보다 더 높은 곳에 살고, 초저녁 별빛보다 많은 등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밝아 보이는 스탠드 아래서 이 시를 읽었다. 그랬기에 ‘벌이가 시원치 않고, 누추한 집에 산다고, 살이 밋밋하다고 상처받지 말라. 더 행복해지고 싶다면 나날의 삶에 자족하고 범사에 기뻐하며 웃어라.’고 말하는 장석주 시인의 조금은 빤한 충고가 공감이 갔다. 저 시를 쓴 시인처럼, 그 시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시인처럼 조금만 주의 깊게 둘러보면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과 뿌듯함이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가난한 우리 식구들, 늦은 저녁 날벌레 달려드는 전구 아래 둘러앉아 양푼 가득 삶은 감자라도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송찬호,『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마치 나의 어린 시절 모습을 바라보는 듯 울컥했다. 식구도 많고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늘 간식거리로 배가 고팠던 기억은 아직까지도 숙명 같은 식탐을 지녀버렸다. 삶은 감자를 배불리 먹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백열전등 아래 날벌레를 쫓으며 형제들과 경쟁하듯 간식을 먹던, 잊고 있던 순간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이기적인 생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어서 / 우리 안에는 당신이라는 모든 매미가 제각기 운다

이규리,『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이런 시는 어떤가! 내 안의 이기적인 마음들이 나만 그런 것이 아님에서 오는 안도와 ‘사랑한다는 말은 곧 내 안의 사람이 아프다는 뜻이다. 당신이라는 매미가 내 안에서 그치지 않고 우는 것은 그런 까닭에서다. 사랑은 이기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이타적인 것이다.’ 라 말하는 장석주 시인의 말에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사랑(가족의 의미가 가장 크다)이 많이 아팠지만, 아픔이 없는 것보다 내 안의 매미가 쉬지 않고 우는 것은 아직 사랑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자 마음이 평안해졌다.

시가 내게 들어온 순간, 내 삶의 의미도 달라짐을 느꼈다. 늘 고만고만하던 마음의 어지러움을 사랑의 아픔으로 받아들였고, 각박한 세상에서 작은 소망을 품는 법도 배웠다. 꼭 시 전체를 읽어야만 더 깊은 이해를 하거나 의미를 제대로 부여할 수 있는 게 아님을, 그러므로 시인들이 얼마나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쓰고 있는지를 몸소 체험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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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의 파스타 이야기
박찬일 지음 / 허밍버드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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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에 다진 마늘 한 숟갈을 넣으면서 내일은 꼭 오일 파스타를 해 먹으마 다짐했다. 엄마가 항상 마늘을 찧어서 비닐봉투에 납작하게 펴서 돌돌 말린 걸 냉동상태로 주시는 바람에, 결혼해서 지금껏 마늘을 찧어본 적이 없다. 쓰던 마늘이 다 떨어져서 엄마가 준 마늘을 녹이면서 찧었을 때의 색깔이 그대로 살아나는 걸 보며 단박에 오일 파스타가 생각났다. 원래는 여기에 샐러드 채소와 토마토를 잔뜩 얹어서 먹는데 아무것도 없으니 마늘만 넣어서 먹어보기로 했다. 좀 뜸했던 파스타를 다시 떠올린 건 온통 먹음직스러운 파스타 이야기만 해 대는 이 책 때문이다.


  스파게티라곤 오로지 토마토소스만 고집하고, 피클이 맛있다는 이유로 스파게티를 먹으로 갈 만큼 무지했던 내가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식당에 가서 먹으면 양도 적고 비싸고 맛도 각양각색이라 그럴 바엔 푸짐하게 해서 집에서 먹자 싶었다. 완제품 토마토소스를 그냥 면에다 비비기만 했으니 스스로도 요리가 아니라 조리라고 말하면서 그렇게 먹는 스파게티 맛이 나름 괜찮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토마토 스파게티를 먹다 TV에서 알려준 레시피를 따라 오일 파스타를 만들어 보았고, 거기다 채소와 토마토를 얹은 후 파마산 치즈를 잔뜩 부려 먹는 걸 가장 좋아하게 되었다.


  달랑 오일 파스타 하나만 만들어 먹었을 뿐인데 ‘혹시 내가 이탈리아 요리에 관심이 있고 재능이 있나?’라는 얼토당토않은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스파게티가 파스타의 한 종류라는 것도 최근에 알았으면서 어이없는 착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레시피가 담긴 이 책을 호기롭게 꺼내 읽으면서 적어도 내가 더 만들어 볼 수 있는 파스타가 있겠지 싶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세계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다. 단순하게 이탈리아 곳곳의 파스타를 설명하고 알려주는 게 아니라 직접 발로 뛴 생생함이 느껴졌다. 그 생생함에는 이방인의 시선에서 보는 이탈리아와 파스타의 이야기가 그대로 묻어났다. 그럼에도 저자가 정말 파스타를 좋아하는 마음이 느껴졌던 건 이탈리아의 광활한 파스타 세계를 재미있게 안내해 준 이유가 컸다.


  자칫 따분할 수도 있는 파스타의 유래나 종류, 파스타에 관한 궁금증과 요리법에 관한 이야기도 저자의 에피소드와 함께 버무려지니 여행기를 읽는 것 같아 지루할 틈이 없었다. 파스타 이야기가 지역에 따라 달라지니 그럴 수밖에!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를 먹을 때 피클이 없다는 생활밀착형 정보도 그렇고,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파스타는 미국식이거나 한국인 입맛에 맞춰 변형되었으며, 정통 이탈리아식은 맛도 모양도 많이 생소해 먹기 힘들 수 있다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탈리아 곳곳을 누비며 수많은 종류의 파스타를 따라가며 그 맛을 충실히 알리려 노력한다.

 

  나에게는 끼니와 끼니 사이에 출출할 때 가끔 먹는 파스타가 이탈리아인의 삶에 우위를 차지하는 것을 지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을 보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단순히 면과 소스로 치부해 버리기엔 그 안에 깃든 손길과 세월과 재료를 길러냈을 땅의 생명이 복잡다단하게 얽혀있는 기분이다. ‘음식은 추억과 기억의 매개체인 게 분명하다.(61쪽)’는 말처럼 그 요리를 즐긴 사람만큼 수많은 추억과 기억을 저장하고 생성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단순한 음식으로만 보게 하지 않았다.


  책을 덮고나니 장화처럼 생긴 이탈리아 반도를 꾹꾹 눌러 밟은 기분이 든다. 직접 맛본 게 하나도 없으면서도 모두 맛본 것 같은 착각이 일고, 지역 특색이 드러나는 다양한 파스타를 보면서 어릴 적 내가 먹고 자란 엄마의 음식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시골에서,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먹었던 음식들이 빤했지만 추억을 담고 있어서인지 종종 아련해진다. 아침을 못 먹고 학교에 갈 때면 가마솥에서 바로 긁어내 공처럼 말아 손에 쥐어주던 누룽지, 떡을 하는 날 가마솥 옆에서 밥그릇을 들고 있으면 한 주걱씩 퍼주던 쫀득한 밥, 유과 반죽이 아랫목에서 부풀어지고 있으면 엄마 몰래 훔쳐 먹고 간격을 맞춰놨던 기억들. 그 기억들이 이탈리아의 시골에서 이름모를 손맛으로 버무려진 파스타를 맛있게 먹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떠올랐다. 그런 음식을 먹었기에 나는 이렇게 건강하게 자랐나 보다. 문득, 나를 이렇게 키워준 엄마와 한 번도 같이 먹어보지 못한 파스타를 먹어보고 싶어진다. 이건 꼭 실천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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