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이웃을 더 사랑한 의료 봉사자들 교과서 인물 사전 3
전현정 지음, 김재일 그림 / 사계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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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봉사계의 슈퍼히어로 4인방을 소개합니다. 『의료봉사자들』에 소개된 아픈 이웃들을 더 사랑한 의료인 4명 이야기입니다. 이 훌륭하신 분들의 이름은 박에스더, 이태석,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장기려입니다. 학교에서 또는 위인전 등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인물들인데요. 이 책에 이 네 분이 모두 모여 있습니다.

 

박에스더는 조선 최초의 여의사였구요, 이태석은 신부로 남수단 톤즈에서 봉사하는 가운데 지여 주민들을 위한 병원을 운영한 분입니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백의의 천사로 잘 알려져있는 분이고, 장기려는 6.25전쟁 중에 천막병원을 세우고 평생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의술을 베풀었습니다.

 

 

의술을 사람을 살리는 숭고한 기술입니다. 이런 고귀한 기술을 익힌 사람들이 자신만의 이익을 따르는 것이 아닌 환자들을 먼저 돌아보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당연한 듯하면서도 따르기 어려운 원칙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소개된 제 사람의 영웅들은 자신을 돌보기 보다 환자들의 건강을 생각하고 더 많은 사람들의 의료복지를 위해 애썼습니다.

 

이태석 신부의 경우는 저개발국 남수단의 톤즈 주민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돌봤습니다. 덕분에 ‘톤즈의 천사’라는 별명도 얻었죠. 현지 주민들에게 졸리 신부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그는 남수단에서 놀라운 활동을 펼쳤습니다. 톤즈에 병원을 세우고 의료봉사를 했을 뿐 아니라 학교 건물과 기숙사를 세워 교육의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또 아이들을 위한 관현악단을 만들어 음악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의대를 나와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던 사람이 타인을 위해 평생을 바치려는 마음을 먹었던 것은 종교의 힘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 안의 타고난 선한 천성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박에스더는 19세기 말 조선에서 선교사들이 지은 학교에 다녔습니다. 어릴 적 이름은 김점동이었죠. 선교사를 따라 의료기관의 일을 돕던 그녀는 미국 유학길에 오르고 의사가 되어 돌아옵니다. 그리고 세례를 받고 남편의 성을 따라 박에스더가 됩니다. 박에스더는 미국에서 의사 자격을 땄기 때문에 조선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혼란스런 상황이었던 조국을 생각하면 귀국은 더더군다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녀는 조국을 택합니다. 당시 진료를 받기 어려웠던 여성환자들을 왕진다니고 위생교육에 힘썼습니다.

 

장기려는 바보의사로 유명합니다. 평양에서 외과의사로 일하다 6.25 전쟁 중에 남한으로 피난을 내려옵니다. 그 와중에 가족과 헤어지고 이산가족이 되어 평생을 홀로 지내며 의료활동에 전념합니다. 전쟁 중에는 천막병원에서 인명을 구하고 전쟁 후에는 옥탑방에 살며 자선병원에서 일합니다. 자신이 의술로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는 만큼 북에 두고 온 가족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는데요.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누는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간호사의 이미지로 알려진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실은 환자 관리 분야의 혁명을 이룬 분이었습니다. 크림전쟁에서 불결한 환경을 개선해 사망자 수를 줄이고 국제 적십자 설립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리고 현대식 간호의 기초를 마련했습니다.

 

각각의 인물을 따로 다룬 위인전을 읽는 것도 좋지만 여러 인물을 의료라는 분야로 묶어서 소개한 부분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 위인들을 선택한 기준이 궁금해집니다. 넷 중 셋이 한국사람인데 굳이 나이팅게일을 넣어야 했을까 싶습니다. 존경할 만한 한국인 의료봉사자들이 더는 없었던 걸까요? 하긴 찾기 힘들었을 것도 같습니다. 박에스더, 장기려, 이태석, 이 세 분을 더 잘 알게 된 걸로 만족해야하나 봅니다. 현재의 의술은 개인의 영달과 사회적 성공을 위한 기술인 경우가 더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의술의 본래 목적은 타인을 돌보는 일일텐데요. 『의료봉사자들』을 읽으면서 의술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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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형 로봇 동생 큰곰자리 49
김리라 지음, 주성희 그림 / 책읽는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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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레온이는 밀가루에 갖가지 곤충 가루와 설탕을 섞어 만든 영양바를 먹는다. 자연식품은 너무 비싸서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밥이랑 채소랑 고기를 먹는 것이 소원이다. 경제적 불균형과 차별은 교육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학교급식시간에 잘 사는 집 아이들은 자연식을 먹고 돈이 없는 집 아이들은 영양바를 먹는다.

 

레온이가 사는 동네는 공기가 너무 안 좋아 밖에서 노는 아이들은커녕 돌아다니는 아이들도 별로 없다. 실내에서는 공기 정화기를 돌린다. 외출할 때면 대기오염예보로 공기질을 확인하고 공기청정기가 널리 사용되는 지금 모습은 『로봇 형 로봇 동생』의 배경인 미래사회와 닮아있다.

 

제철 과일과 제철 채소라는 말이 무색하게 사계절 과일과 채소가 나지만, 많은 채소가 노지에서 햇빛을 받고 자라는 대신 비닐온실 안에서 자란다. 그래서 연하고 깨끗하고 영양도 적다. 인간에 의해 변형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식품은 비싸다. 인간은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기위해 영양제를 먹는다. 책은 영양이 부족한 자연식품이나마 지금 우리가 다 써버린다면 미래의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거라곤 맛없는 영양바뿐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인간은 자원의 불균등 분배와 빈부 격차가 커질수록 사회가 불안정해지고 사회구성원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또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이 계속되면 부자와 빈자뿐만 아니라 어떤 생명도 지구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빈부의 격차를 줄이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미래를 꿈꿀 수 없는 것일까? 아이들이 읽는 책에서 더 나은 미래사회를 이야기하게 하려면 지금 여기에 사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가 알면서도 하지 않는 일들이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만든다.

 

책에 나오는 로봇 형의 이름은 영웅이다. 로봇 형 영웅은 인간 동생 레온을 돌보고 일을 해 가정경제도 책임진다. 레온과 엄마와 아빠는 영웅을 가족이라 말하지만 세상은 로봇이라 말한다. 레온은 로봇은 청소기나 세탁기랑은 다르다고 말한다. 로봇도 자신은 청소기나 세탁기랑은 다른 로봇이라고 말할까.

 

 

로봇은 기계적 움직임과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가시적 외형을 갖는 기계적 인공물을 의미한다고 한다. 로봇이란 말은 본래 체코슬로바키아의 극작가 K. 차페크의 희곡 『R·U·R-로섬의 인조인간』(1920년)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다. 로봇이란 체코어 robota(강제노동), robotik(노동자)의 합성어로 로봇은 인간이 해야 하는 특정한 노동을 대신 수행하도록 만들어졌다.

 

로봇을 인간과 같은 독립적인 주체로 대할 것인지 청소기나 세탁기와 같은 기계로 대할 것인지 결정권은 아직은 인간에게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로봇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대부분 인간과 로봇 사이에 주종의 관계가 설정되어 있고, 인간중심주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 책의 인상적인 부분이 이 지점이다. 레온의 로봇 형 영웅은 주종관계의 로봇이 아니다. 동생을 살뜰히 보살피고 엄마를 걱정하는 성실한 ‘형’이고 ‘아들’이다. 인간보다 인간애가 넘치는 가족인 영웅을 로봇이라는 이유로 배척한다는 설정은 그대로 지금의 우리에게도 적용해볼 수 있다. 가족 안에서 인정받고 가족 구성원으로서 사랑받는 누군가의 정체성이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영웅은 자신의 소망을 가지고 있지만 영웅의 소망은 레온의 소원과 로보 헬퍼 컴퍼니의 결정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야기는 인간인 레온 중심적으로 행복하게 마무리된다. 뒤표지에 쓰여 있는 “나는 우리 형보다 사람다운 ‘사람’을 본 적이 없다.”라는 문구에 나오는 ‘사람다운 사람’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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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김진애의 도시 3부작 1
김진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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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가만히 들여다 보니 서울의 모습이 꽃모양으로 박혀있다. 8장의 초록빛 꽃잎 사이로 푸른 한강 줄기가 꽃술모양으로 가로 걸쳐있다. 서울의 주요도로는 새빨간 실선으로 꽃잎에 퍼진 잎맥마냥 퍼져있다. 표지 그림의 제목은 <메트로폴리스 서울 꽃>. 꽃처럼 아름다운 도시 ‘서울’을 담은 책일까.

 

김진애는 건축과 도시를 공부하고 국회의원까지 지낸 사람이다. 일년에 한 권 꼴로 책을 내고 있다는데 사실 이 저자의 책을 눈여기게 된 건 처음이다. 최근 독일의 수도 베를린의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역사를 다룬『베를린, 베를린』을 읽었다. 한 도시가 담을 수 있는 풍부한 이야기에 빠져들었었다. 김진애 작가의 책은 특정 도시가 아닌 ‘도시’라는 좀 더 근본적인 주제를 다뤄주리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저자는 도시 3부작을 한꺼번에 냈다. 『김진애의 도시이야기』, 『도시의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다』, 『우리 도시 예찬』이다. 첫 번째 책은 열 두가지 ‘도시적 콘셉트’를 전개하는 데 충실했고, 두 번째 책은 “해외의 도시 공간들을 담고” 있다. 세 번째 책에는 “우리 도시 공간들을 담고” 있다고 한다. 저자 말대로 한 해에 한 권 이상, 이번엔 세 권의 책을 냈다. 정말 부지런한 저자가 아닐 수 없다.

 

『김진애의 도시이야기』는 열두 가지 도시적 콘셉트를 따라가는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도시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고 인간 사회라면 어디에나 적용될 콘셉트고 도시는 ”인간 사회의 가장 적나라한 모습이 모여 있는 공간“이며 ”이 시대 가장 보편적인 삶의 조건을 규정“하므로 열두 가지 콘셉트가 도시에서 나타나는 양태가 우리 삶에 중요하고 한다. 열두 가지 콘셉트는 ‘익명성, 권력과 권위, 기록과 기록, 알므로 예찬, 대비로 통찰, 스토리텔링, 코딩과 디코딩, 욕망과 탐욕, 부패에의 유혹, 이상해하는 능력, 돈과 표, 진화와 돌련변이’다. 도시라는 공간을 생각할 때 당연히 함께 떠오르는 것이 있는가 하면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들고 있다. 이를테면 현대의 도시는 욕망과 탐욕의 도가니이며 부패가 판치는 곳이라는 당연한 생각이 있다. 반면 도시에 있어서 코딩과 디코딩은 무엇이며 이상해 하는 능력은 도시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저자의 서술은 쉽다. 열두 가지 콘셉트의 이름만 들어서는 언뜻 개연성이 떠오르지 않던 내용이 저자의 수월한 서술을 따라가다 보니 ‘그래 그렇지’하며 수긍이 간다. ‘코딩과 디코딩’ 컨셉의 장에서 남자 화장실의 스탠딩 소변기 에피소드를 들어 설명한다. 과연 ‘스탠딩 소변기’는 당연한 것인가. 여기엔 본능과 성별간의 차이, 관습과 훈련, 본능과 습관, 모욕과 청결 문제까지 다중적인 의미와 심리가 내포되어 있었다. 저자는 도시 속 여러 공간에도 이러한 메시지가 녹아있다고 말한다.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공간에 함의된 여러 의미에 내가 알게 모르게 지속적인 영향을 받고 산다는 말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에 만드는 모든 공간과 물체에는 그 어떤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심리적 함의가 들어 있다. ‘차이, 차별, 구분, 분리, 소외, 안전, 배려, 친절, 불친절, 편견, 인정, 부정, 초대, 거부 등’의 메시지가 녹아 있는 것이다.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특정한 함의를 코딩coding하는가 하면,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 함의를 디코딩decoding하면서 공간을 쓰기 마련이다. p.190

 

저자는 이 함의들을 제대로 인식하고 좋은 의미를 지닌 공간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해야한다고 말한다. 어느 공간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어느 공간은 우리가 모르는채 수동적이 되도록 한다는 얘기다. 공간에 대한 공부하고 이해를 넓힐 필요가 대두되는 대목이다.

 

남녀 구별된 공중화장실 문제는 정해진 불변의 규칙이 아니었다. 우리는 당연히 구별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이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10여 년 전부터 모든 공중화장실을 ‘모두가 쓰는 화장실(성 중립 화장실)’로 사용한다고. 저자는 양성평등과 성소수자 배려가 자리잡은 복지사회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안전한 사회에 대한 믿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의견에 유연한 마음 또한 중요하게 여겨져야 할 부분이다. 낯선 의견을 만났을 때 ‘말도 안된다’며 귀를 막기 전에 ‘그럴 수도 있을까’라는 의문이라도 한 번 가져봐야 하겠다. 또 분분한 다른 의견이 시끄럽기만 하더라도 그런 다수의 고민들을 긍정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하지만 고민은 하고 다른 입장은 들어볼 일이다. 적어도 여러 고민이 만나는 지점이 생긴다면 그것은 또 다른 변화를 위한 한 걸음일 수도 있다. ‘차이는 존재한다. 세상이란 수많은 차이로 풍성해진다. 차별은 바보짓이다. 세상은 수많은 차별로 불행해진다.’ 이런 명제에 많은 사람이 동의하면서 서로의 입장에 귀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p.205

 

10장에서 다룬 ‘이상해 하는 능력’ 부분에서 간판 문화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 인상적이었다. 옥외 광고업계에서 건물주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이렇게 간판마감할 줄 알았으면 외벽에 괜히 비싼 대리석을 붙였다. 대충 타일이나 붙이고 말걸.” 대리석으로 마무리된 건물 벽 전체가 간판으로 둘러싸이자 건물주가 푸념삼아 한 말이다. 간판의 혼란스러움은 종종 느끼는 바여서 정리의 필요성이 느껴지지만 개선사업으로 이룬 천편일률적인 간판이 달린 거리의 모양새도 바람직하진 않아보였다. 이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다.

 

뜨내기 고객이 많고, 단위당 이익이 적어서 많이 팔아야만 유지되고, 예약보다는 즉흥적 선택이 우세하고, 소규모 자영업이 많을수록 눈을 끄는 간판은 필수 불가결하다. 관광지에 간판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 그러니까 간판의 개수란 우리 소비문화의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pp.263-264

 

“예약 문화와 단골 문화가 정착하면 간판의 개수는 줄어들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관광지같은 간판 개수가 줄일 수 없는 지역은 어떻게 하나. 이 질문에 대한 저자의 해답 또한 명쾌하다. 긍정적이고 자부심과 우리에 대한 사랑이 드러난다.

 

그렇다면 간판이 줄어들 일 없을 뜨내기 동네들은? 많은 간판을 제대로 활용하는 디자인 문화로 발전시키면 된다. 간판이 많은 것 자체를 문제 삼을 게 아니라, 많아서 더 근사한 풍경이 되도록 매만지면 된다. 막연한 불안에 속지 말자. 공연히 대중문화를 깎아내리고 우리 특유의 문화를 폄훼하는 일일 뿐이다. p.264

저자가 풀어낸 도시 이야기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도시라는 커다란 테두리에 대한 이 책을 읽고 나니 구체적인 우리나라의 도시이야기, 외국의 사례들도 들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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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초원 빌라
이나영 지음, 심윤정 그림 / 개암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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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초원빌라』, 제목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아파트 촌에 빌라가 인기를 얻는 내용인가?” 싶었다. 지극히 어른다운 또는 꼰대(?)다운 생각이었다. 표지를 자세히 보자. 아이들 사이에서 3층 빌라가 마치 줄넘기라도 하듯이 옥상의 빨랫줄을 휘날리며 현관문으로 함박 웃음을 짓고 있지 않은가. 빌라가 뜨는 즉 주목을 받는 이야기인 건 맞다. 하지만 보통 생각하는 그런 인기는 아니다.

 

주인공 ‘나’의 가족은 일주일 전에 초원빌라로 이사했다. 푸르른 느낌의 이름과 달리 초원빌라는 쓰러질 듯 오래된 빌라였다. 낡은데다 층간 소음도 심한 집이 실망스러운 나에게 또다른 시련이 찾아오는데, 바로 아랫집 아줌마다. 조금만 움직이면 시끄럽다고 찾아오는 바람에 집에서도 두꺼운 슬리퍼를 신어야 한다. 새로운 집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비가 많이 오던 어느 날 서로 불편하게 지내던 위아래층의 세 아이가 모인다. 같은 학교 친구지만 엄마들끼리 사이가 좋지 않다보니 아이들도 서먹하다. 천둥소리에 놀라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에게 큰 목소리가 들린다.

“나도 더 이상 못 참겠어! 싸우는 소리는 지긋지긋하다고!”

 

초원빌라의 고함이다. 서로 싸우는 거주자들 때문에 속이 상한 초원빌라가 아이들에게 말을 불평을 한다. 그리곤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간다. 말 그대로 떠오른다. 초원빌라가 ‘떴다’. 초원빌라는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있는 섬세한 존재였다. 아이들의 상상이건 이야기 속 진실이건 자신의 테두리 안에 사는 사람들이 만날 싸운다면 어떤 존재라도 짜증이 날 법하다. 빌라와의 대화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이 각각 개별적으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택 안에 구성원 중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아간다.

 

 

주인공은 한가로운 시골에 살다가 도시 근교로 이사 온 아이다. 거칠 것 없이 뛰놀던 아이가 물소리도 신경을 써야하는 다세대 주택에 살게 된 것이다. 사사건건 시끄럽다고 트집을 잡는 아랫집 탓에 신경이 곤두선 엄마는 윗집에서 나는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진다. 내가 받은 스트레스를 누구에게든 풀려는 심산이다. 우리네 아파트 살이의 메마른 모습을 보여준다. 여럿이 사는 주거공간에서 서로 사이 좋게 사는 방법은 없을까. 주인공과 친구 유선이, 동현이는 낡은 초원빌라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화해의 방법을 배워나간다. 방법은 단순하다. “서로 조금만 양보하고 이해하면” 된다. 이 ‘조금’을 행하기가 그리 힘이 든 것이다.

 

어른들이 서로에게 날을 세우느라 생각하지 못했던 화합을 아이들은 수월히 이룬다. 먼저 말을 걸고 함께 놀며 서로의 말을 귀기울여 들어준다. 아이들의 변화에 어른들이 배운다. 서로가 누군지 알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먹으니 위아래층의 시끄러움도 이웃이 살아가는 생기로 들린다. 소음을 삶의 소리로 바꾸는 것은 마음의 변화다. ‘행복한 초원빌라’법은 초원빌라 주민뿐 아니라 도시의 공동주택 주민이라면 누구나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웃과 함께 행복해지기위해선 말이다.

이웃간에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 주세요.

한 달에 한 번 공터에 모여 대화를 나누어 주세요.

즐거운 일과 슬픈 일을 함께 나누고 공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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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부실 급식을 막아라! 우리는 민주 시민 3
정윤선 지음, 송효정 그림 / 개암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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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참여, 자유 대 규제, 민주주의 원리에 대한 것들은 민주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것들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이런 개념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정의만 들어서는 잘 와닿지 않는 것이 개념들의 속성이니까. 아마도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예를 들어 알려주는 것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법일 것이다.

 

『우리 학교 부실 급식을 막아라!』는 학교 급식을 소재로 민주주의의 구조를 알려주는 책이다. 아이들에게 점심 한 끼가 얼마나 중요한가. 특히 저학년 아이들은 단체 급식을 처음 접하면서 여럿이 함께하는 밥을 먹는 일의 의미를 배워나갈 수 있는 시간이다. 자신을 챙겨주는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서 수저를 챙기고 알맞은 양의 음식을 받아 정해진 시간 안에 먹고 자리를 치우는 일을 배우게 된다. 소수 인원과 지내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는 또다른 세계다. 친구들과 밥을 같이 먹으며 나누는 시간의 재미도 느낄 것이다.

 

점심은 한 끼지만 친구들과 아침 시간을 지내면서 힘을 소모한 후 먹는 밥이니 먹는 양이나 영양도 충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마다 영양사를 배정해 급식을 돌보게 한다. 엄마들은 혹시 아이가 아침을 부실하게 먹고 가더라도 학교에서 점심을 잘 먹으리라는 생각에 걱정을 던다. 이렇게 중요한 급식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떤 과정을 거쳐 해결할 것이며 재발 방지를 위해선 어떤 조치가 취해질까. 또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어떻게 작동해야 할까.

 

 

책은 학교 급식 문제를 민주주의 작동 원리에 충실하게 풀고 있다. 예를 들면 급식 받는 순서를 정하는 일에서 반 학생 모두가 만족할만한 방법을 찾기 위해 민주주의가 왜 필요한 것인지를 설명한다. “정치는 다수의 의견을 조정해 갈등을 해결”하는 일이며 민주주의의 가치는 무엇인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원리는 무엇인지를 쉽게 알려준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각 장의 말미에 다루는 우리 역사의 실제 사례이다. 6월 민주 항쟁, 사사오입 개헌, 부마 민주 항쟁, 인혁당 재건 사건을 예로 들고 있다. 신문 기사를 제시하고 이에 대해 선생님과 아이가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쓰여 있다. 서술 형식으로만 되어 있는 경우보다 이해하기 쉽고 이 사건들이 어떤 점에서 잘못된 일이었는지 어떤 부분이 민주주의에 반하는 지점인지를 짚어주고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어떤 과정을 통해 지금에 이르렀는지 자세히 알려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각장에·보너스처럼 붙어 있는 ‘한 걸음 더’도 눈여겨 볼만 하다. 민주주의의 기원, 대통령제와 의원 내각제 비교, 지방 자치 제도, 법원의 종류와 업무를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민주네 학교의 급식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도 흥미롭게 진행된다. 유통기한을 넘긴 식재료를 사용해 어린이들이 단체로 식중독에 걸린다. 역학조사를 위해 공무원, 경찰이 제 역할을 하고 관련 법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국회위원이 나선다. 잘잘못을 가리는 과정에서 어떤 국가기관이 어떻게 개입하는지 이 과정에서 필요한 법이 어떻게 제정되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생활과 밀접한 정치를 맛볼 수 좋은 독서 기회가 되었다. 재미있는 일러스트를 곁들인 책을 읽으면서 학교 급식에 담긴 민주주의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우리 학교 부실 급식을 막아라!』는 개암나무에서 나온 ‘우리는 민주 시민’시리즈 중 한 권이다. 이 시리즈는 ‘민주주의의 다양한 가치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꾸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앞서 나온 책으로는 『내일을 바꾸는 사회 참여』, 『자유 대 규제, 무엇이 먼저일까?』가 있다. 사회 교과서의 개념을 심화하고 실생활에서의 민주주의에 대해 알아볼 때 읽어볼만 한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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