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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 짓는 여인
엄정진 지음 / 북퀘스트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고치 짓는 여인 ]이라는 책제목부터 독특했고, SF와 판타지를 넘나드는 수준 높은 한국판타지 소설! 이라고 하니 강한 호기심 발동해주시고 아니 읽어볼수가 없다!.
책장을 넘겨보니 한편의 장편소설이 아니라 총 7편의 SF와 판타지소설들이였다.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장편의 판타지보다도 오히려 짧지만 작가만의 강렬한 상상력으로 씌여진 단편들이 더 호기심을 자극하고 길게 여운을 남길수 있기때문에 단편들도 참 좋아하는데 환상문학의 떠오르는 별, 은둔의 작가라고 불리워지는 엄정진님의 그 상상력의 세계가 궁금하다~~ 자! 그럼...
사채추심원에 쫓기어 도피중인 오만상은 반지하 셋방에 들어서지만 문뒤는 사채업자, 눈앞에는 좀비... 도망갈 곳 없는 현실속에서 결국 반지하는 무너지고 참혹한 결말을 맞는다. 그런데 아라! 눈을 떠보니 이전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채 시간을 10분 정도 거슬러 올라와 다시 그순간을 맞이하는데...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닥칠 운명을 바꿀수 있을까?
반복적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오만상씨! 시간제한 10분 [인생의 꿀맛]이라는 제목답게 과연 그의 인생을 바꿀 기회를 가질수 있을까?
7편의 단편중에서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바로 [ 악마와의 거래] 이다.
어릴적 이런 상상을 했었다.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타나 나에게 3가지 소원을 빌 기회를 준다면 나는 과연 어떤 소원을 빌까?
아주 요령있게 한번의 소원의 말끝에 몇가지를 얻을 수 있는 문장을 고민을 해 보았었다.
이 악마와의 거래는 바로 그 소원에 관한 이야기다. 인터넷 어느 한곳에 악마들이 운영하는 사이트가 있다는 상상력이 마음에 든다. 그 사이트 3wishes 게시판을 통해 기준에 맞는 사람들의 글을 뽑아 악마가 파겨되어 악마가 제시하는 약관에 동의하고 소원을 빌수 있는 계약을 맺는다. 거래상대가 악마인만큼 약관이 엄청 까다로워 세 가지 소원을 빌지만 오런조런 갖은 속임수로 제대로 된 소원을 이루기는 어렵고 영혼만 빼앗기기 일쑤.~~여기에 두개의 소원으로 최대한 많은 걸 얻어내고 세 번째 소원으로 악마를 퇴치(공격)하려는 주인공, 과연 그의 뜻대로 될까? 악마와의 두뇌 게임 시작!!!
제대로 된 소원하나를 빌려면 엄청난 두뇌회전을 요구하는데 읽으면서 오!~~ 맞아! 그렇지,,표현하나 낱말하나에도 주의를 기울려야 하는 소원에 놀라웠다,미쳐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그런 조건들,,,,한가지 알려주자면 로또 당첨이나 돈 달라는 소원은 빌지 말라는 것. 왜냐? ( 책 읽어보면 알아요~~)
읽으면서 나를 상당히 골치아프게 만들었던 [ 소설을 쓰는 사람에 대한],[ 네거티브 퀄리아]...
A는 소설을 쓰는 B에 대해서 소설을 쓰고, B도 역시 소설을 쓰고 있는 28세 여성C의 이야기를 쓰고 , C는 다시 소설을 쓰는 남자 31세 D의 이야기를 쓰고, D가 쓰는 소설 속에서...... 현실과 환상이 경계가 흐려지면서 아! 머리아프고 복잡해져서리,,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였다. ㅜ.ㅜ
[ 네거티브 퀄리아]역시 뇌의 신경계에 의해 생겨나는 주관적인 속성이나 감각을 퀄리아라고 부르는데 부정적인 감감과 겅험을 네거티브 퀄리아,,그 반대의 긍정적인 감각과 경험을 포지티브 퀄리아라고 한다
하나같이 우리는 긍정적인 마인드의 중요성을 외친다. 그런데 이 단편을 보니 네거티브 퀄리아, 즉 비판적이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달까?
[고르바초프]는 아무도 몰라주는 임무, 한반도의 안녕과 평화를 수호하는 자의 운명의 타고난 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마에 턱하니 저절로 생긴 한반도 지도 모양의 흉터. 그런데 이 흉터가 참 예사롭지 않다.
평생 이마의 흉터를 조심하게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지닌 동창생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듣고 실제 경험도 한 주인공이 겪게 되는 운명의 물림이랄까?
[거울 속에서 사는 법]은 대학 졸업후 4년이 넘도록 작은 원룸에 틀어 박혀서 사는 은둔형 외톨이라 할수 있는 친구에게서 급한 연락이 와서 찾아가보니 자신이 거울 속 세상에 들어가 몸의 좌우가 바뀌었다고 주장을 하는데..
현실 도피성 망상이라고 치부하지만, 며칠후 찾아가보니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친구..정말 그는 거울속 세상에 빠져들었을까?
이책의 제목이기도 한 [ 고치 짓는 여인]..
아주 짧은 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긴 여운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이야기였다.
두어달 마트에서 같이 일한 그녀, 우연하게 같이 동거를 시작한 삼 일째부터 몸이 아프다며 방구석에 누워만 있던 그녀가 거미주러럼 끈적끈적한 실들이 그녀의 몸을 둘러싸고 덮고 이후 둥그런 고치 하나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28일째 되는 날 고치에 금이 가지 시작했다...........여기까지 읽었을때 과연 그 고치속에서 무엇이 튀어 나올까? 엄청 조마조마 했는데, 결국 지은이가 하고자 한 이야기는 여자의 사랑과 아픔관한 이야기였다.
하나같이 육체적인 희열만 바라는 남자들,,'그냥 데리고 놀다가 너무 달라붙는다 싶으면 버리고 나와 버려'(269)라는 남자들의 말들,,그 여자가 왜 고치를 짓게 되었는지 깊은 상처와 눈물이 보이는듯 했다.
내 마음에 쏙 드는 단편부터 난해해서 지루하기도 한 단편까지 책한권 훌쩍 읽어내려갔다
앞으로 좀더 개성있고 독특한 상상력으로 씌여진 한국판타지 와 SF소설들이 많이 나와주었으면 ,,,그래서 보다 한층 발전되고 수준높은 판타지 소설을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