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날이 날인만큼 기분이 착잡해진다.

날이 날인만큼 임을 위한 행진곡는 꼭 한번 들어야겠다 싶어 노찾사 2+3집을 찾지만 아뿔싸 회사 동료에게 빌려주고 아직 못돌려받은 것이 생각났다.

어제 밤 벅스를 뒤진 기억을 하고, 다시 벅스로 가서 검색어를 치니 역시 나온다. 허걱! 그런데 이런 센치한 시츄에이션에 맞지 않는 황당한 단어를 발견하고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으니..

                                             참교육 노래모음 2 (노래하나 햇볕한줌)

 아티스트 :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발매연도 : 1992
 발매국가 : 한국
장르 : 기능성음악

전교조 선생님들이 불렀던 노래 모임집의 장르가 기능성이란다. 여기서 기능성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기능성이라~~ 노래 자체를 부르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노래가 불리는 상황에 맞춰 투쟁성을 고양시키거나 분위기를 잡는 제 나름의 기능을 담당하는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를 기능성 음악이라 구분을 했을까?

 

마음도 착잡한데, 옆지기가 나 군대가기 전날 사람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떨리는 음성으로 무반주로 불렀던 노래 하나 무단으로 튼다. 그날 옆지기의 노래는 몇년 전 노래방에서 멋들어지게 부른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해' 보다 10배는 더 멋있었다.


벗이여 슬퍼마오 젖은 소매 마를 날 있으니
온누리 마른 풀 저마다 소리쳐 푸른 날 있으니
벗이여 슬퍼마오 내 항상 그대 곁에 있으니
이 시절 언제나 넉넉한 미소로 그대 곁에 있으니

앞서간 벗들의 피 눈물  그리움따라
기꺼이 내딛는 걸음
풀어진 그대의 머리띠 내 다시 묶어 주리니

벗이여 슬퍼 마오 그대의 눈물 마르기 전에
이 아픔 모두어 흐느낌 모두어
밝아올 새 날 있으니




< 출처 : plsong.com >

노래제목 가장 먼저 맞추시는 분께는 ........

 

 

 

'축하의 인사'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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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05-18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대 눈물 마르기 전에...........................

그때 그 시절 노래는 다 왼다 생각했는데....세상은 넓고, 노래는 많은 모양임다.
이 노래 진짜 근사하네요. 옆지기님이 그런 날, 그런 장소에서 님을 위해 불렀다면 더 말해 뭐하겠슴까.

엔리꼬 2005-05-18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축하의 인사 전합니다. 18방위도 군대랍시고 이런 노래 불러주니 고마울 따름이죠..

로드무비 2005-05-19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듣고 갑니다.
부인이 이 노래를 부르던 모습을 잊지 마세요.^^

엔리꼬 2005-05-19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지 않겠습니다...그땐 이뻤는데... 흑흑

비로그인 2005-08-31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림님. 노래 참 좋네요. ^-^ 몇일전에 저의 서재에 남겨주신글.. 잠시..
비공개로 돌려놓고, 답변도 제대로 못 드렸네요.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요. ^-^
좋은 아침이네요. 오랫만에 아침밥은 먹어서 든든하게 아침을 시작합니다. 히히.
서림님. 형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 제가 친근한 호칭을 좋아라해서요.
님이라고 하면 너무 거리감이 느껴져서... 어려워요. 허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엔리꼬 2005-08-31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가시장미님.... 잘 살고 계시죠? 형이요? ㅎㅎ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데 형이라 호칭을 받으면 되게 어색하겠다.. 서림형.. 웃기겠죠.. 그런데 이미 가시장미님이 여러 명에게 형이라 부르는 것 보니 따라갈 수 밖에 없는 대세인 것 같네요.. ㅎㅎ 허락이야 하지요.. 쑥스러워서 그렇지... 님이 오빠를 싫어한다니 형이라 부르세요.. ㅎㅎ
 

어제, 정확히는 그제 저녁, 예술의 전당 근처의 우아한 식당에서 부서 회식을 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자상한 인상의 한 아저씨가 자리를 잡고 앉는다.

바로 황인용 아저씨. 60이 다 되셨거나 넘으셨을 나이지만 소년같은 그 모습이 어찌나 인상적이던지... 멋진 목소리 또한 여전했다. 패션감각도 여전하시고..

나는 싸인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반사적으로 메모지를 찾았고, 내 눈에 띈 것은 근사한 종이로 만든 테이블 위의 한장짜리 메뉴판(정확히는 메뉴판이라기보다 오늘의 특선 메뉴를 적은 종이). 레스토랑분들께는 죄송했지만, 황인용 아저씨 급에게 싸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드물 뿐더러 조그만 메모지 조각에 싸인을 청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메뉴판의 뒷면을 이용하기로 했다.



(절대 이런 비싼거 먹지 않았다...)

그가 잠시 외부 화장실에 나갔을 때 따라 나갔다가 그가 돌아오자 수줍게 종이와 펜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저 영팝스때부터 팬이었습니다. 싸인 한장 부탁드립니다."

30대 중반의 한 아자씨가 갑자기 고백과 함께 싸인을 부탁하니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그것도 화장실 앞에서 말이다. 그래도 역시 매너리스트답게 '싸인한지 오래되었다'면서도 정성껏 이름을 묻고 어설프지만 싸인을 해주신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상기된 표정으로 테이블로 돌아오니  사람들이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어쩜 이리 입이 귀에 걸렸다는둥, 그렇게 좋아하느냐는둥. 나는 그들에게 '내 중학교 시절의 정신세계를 지배했었던 인물'이라고 적당히 과장이 들어간 말을 건네니 또다시 놀란다.

영혼이 피폐했었던  중학생 시절.  철없어서 행복하기만했던 국민학생 시절을 지나 살벌한 학교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았던 그 시절......  좋은 선생에 대한 기억은 커녕 지금껏 제대로 기억나는 선생도 없는 그 암울했던 시절...

나에게 음악이 없었더라면 견디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땐 시대의 대세이기도 했지만 팝송에 푹 빠져버렸고, 빌보드 차트를 외우다시피 했었다. 얼마나 공부를 등한시했으면, 지금은 S대를 나와 모 국가기관에서 잘나가고 있는 한 친구가 당시 내게 주었던 크리스마스 카드에 '제발 팝송 좀 그만 듣고 공부하자'란 덕담이 써있었을까...

가요가 지리멸렬했던 시절, 팝송은 젊은 영혼들의 마음을 후벼팠고, 라디오는 세련된 팝송들의 선율로 넘쳐났다. 그 선봉에 8시 kbs fm 황인용의 영팝스가 있었다.

저녁 8시, 빨간 내 라디오에서 척 맨지오니의 프루겔 혼 연주 'Give It All You Got'이 흘러나오고 곧이어 '황인용의 여엉~ 팝스'가 음악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오프닝을 장식하면, 나는 문을 꼭 닫고 음악세계에 빠져들었다. 공부안하냐는 부모님의 잔소리에 '음악을 듣지 않으면 공부가 안된다'는 지금 생각하면 전혀 근거없는 이론을 들이대며 끝까지 라디오를 놓지 않았다.

그때 들었던 노래들이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지금도 그 시절의 노래들을 들으면 혼자 히죽 미소짓고 하는 것을 보면, 팝을 사랑했던 그 시절이 상당히 즐거웠었나보다.

어제는 예술인들로 보이는 이들과 함께 행사 준비를 위해 모인 것으로 보였다. 더이상 음악 위주의 FM에서 DJ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기는 힘들겠지만, 여전히 음악계, 예술계에 몸을 담고 활동을 하시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얼마전 파주 헤이리에 근사한 카페를 차린 모습을 사진을 통해 봤다. 운이 좋다면 그곳에서 황인용 아저씨가 직접 골라주신 음악을 그의 혼이 담긴 멋지고 근사한 스피커를 통해 들을 수도 있다. 그의 작품 해설을 직접 들으면서 마시는 커피는 얼마나 달콤할까....

어느 홈쇼핑 채널의 조악한 화면에서 제품의 효능을 설명하는 그의 모습을 더이상 보고 싶지는 않다.  풍부한 지식과 좋은 매너, 특유의 재치와 멋진 목소리를 유익하게 활용했으면... 그를 통해 세상에 덜 알려지고 숨어있는 보석과 같은 노래들을 멋들어지게 소개받고 싶다.

 

* 나에게는 추억이 있는 그 시절이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고통의 시간이었겠다. 아직 내가 잠들지 않았으니 오늘은 5월 17일이라고 믿고 싶다. 이 촐싹대고 붕 뜬 글이 18일에 쓴 글이 아니라 생각하니 마음속에 있는 부담은 조금 더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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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5-05-1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저도 황인용아자씨 좋아아하는데..
요즘 예전의 스타들이 조악한 홈쇼핑 게스트로 나오는거 보면 마음이 짠~~하죠?
돈은 얼마나 받고 하는건지...

날개 2005-05-18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인 받은거 코팅해놔야겠습니다..^^ 축하드려요~

마냐 2005-05-18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촐싹대고 붕 뜬게...정말 좋아요. 님이 좋아서 폴짝거리는 모습이 보이는 거 같아 덩달아 신나잖아요. 추억도 함 꺼내주고...^^

암튼, 뜬금없지만....^^;; 그린야채를 즐겨먹는 현대인들의 고급샐러드....라는 설명은 좀 깨는군요.

엔리꼬 2005-05-18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아마 그 광고가 허리 디스크 제품이었을텐데... 실제로 그 분이 그 제품을 사용해서 나았기 때문에 광고를 하지 않았을까... 그냥 그렇게 생각해버렸습니다.
날개님.. 안그래도 코팅 생각 했었어요.... 감사합니다.
마냐님... 파주에 가면 볼 가능성도 크지만 이렇게 갑작스런 만남이라 더 뜻깊었어요.. 저도 '그린야채를 즐겨먹는 현대인들의 고급샐러드'라는 표현보고 웃긴다고 사람들한테 이야기했어요... 근데 너무 비싸지 않나요?
 

무려 3,692만원.....

아무리 외서라지만...

정가는 26,000원밖에 하지 않는데 파는 것은 왜 이리 비싼지.

책은 역시 알라딘에서 사야..

 

[외서] Gung Ho! Turn On the People in Any Organization (Hardcover) 수입음반
켄 블랜차드 저 | William Morrow & Co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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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 26,000원
판매가 : 36,926,500원(5%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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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원이상(도서/음반/DVD/Gift) 구매시 YES포인트 2천원 추가적립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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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5-15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노부후사 2005-05-15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거 하나 사면... 그래포인트가 엄청나겠군요. ㅋ

엔리꼬 2005-05-15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헉2
에피님... 아마 금이나 다이아몬드를 뽀너스로 주지 않을까요?

LAYLA 2005-05-15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케이 캐쉬백도 엄청나겠군요 하하하 ^ㅆ^

마태우스 2005-05-15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책인가봐요!! 적립금이 삼백대라니....^^

엔리꼬 2005-05-15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YLA님.... 저거 안사고 캐시백 안받으렵니다... 내일이면 고쳐질련가요?
마태우스님.... 음, 저게 경영서로 알고 있는데, 저걸 읽고 깨달음을 얻어 성공한다면, 그 정도의 값은 하지 않을까요? 100억 버는데 저 정도 가격쯤이야...

하이드 2005-05-16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up. error desne~ Aladdin, You win!

엔리꼬 2005-05-16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라고 그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미스 하이드님 여행 잘 다녀오세요. 화이팅입니다...
 

 

1.

나는 시간강사다!

어느 님의 페이퍼에 고무되어 뒤늦게 밝히는 사실 한가지!


몇 편의 글에서 밝혔듯이 나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사실 두 가지의 타이틀을 더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박사과정생(정확히 말하면 수료)이며, 또 시간강사다.


온갖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는 알라딘에서 지금까지 시간강사 노릇을 한다는 것을 밝히지 않은 것은, 대학생들을 가르칠 정도로 그릇이 안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 글들이나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대학강사? 별 것 아니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대학원생들 욕먹이는 꼴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서다.


직장과 강의를 병행하는 얼치기 강사이므로, 내 입으로 일반적인 시간강사의 고충을 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시간강사료가 적기는 하지만 나에게는 본봉에 더해 받는 아르바이트비 수준으로 인식될 뿐이며, 직업으로 인한 지독한 생활고는 일단 없다. 


그렇지만, 박사학위 취득자 중심의 연구기관에서 안정적이지 못한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나이기에 앞으로 내가 종사하게 될지도 모르는 시간강사 세계의 문제가 남의 일로 생각되지 않는다. 또한 우직하게 시간강사로 지내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몇 자 적을 자격은 되지 않을까.


나는 굳이 따지자면 인문사회계열의 학과의 시간강사다. 이 말의 의미는 시간강사, 교수, 연구기관의 연구원, 시민단체 소속원으로 취직하는 것 이외에는 내가 공부한 내용을 쓸 곳이 별로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분야에서 아무리 뛰어난 연구성과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삼성과 같은 일류기업에 이윤을 가져다주는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 전공은 제대로 공부한다면 기업에서 별 필요없다 생각할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반하는 학문이다. 모르지, 내가 배운 것을 교묘히 악용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기에 우리 전공 대학원 과정으로 오는 사람들은 좋은 기업에 취직해서 돈 잘 벌기를 바라고 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돈도 안되는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뭘 믿고 학문하기를 결심하는 것일까? 요즘처럼 외국 박사도 지방대 교수임용이 힘든 때, 대학원에서 열심히만 공부하면 교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진학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내가 볼 때는 (나를 포함해서) 현실감각이 조금 떨어지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경우, 졸업 후 4년 동안 멀쩡히 다니던 회사에서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무작정 진학했다. 물론 부양가족 없고 패기가 넘치던 20대 후반에 저지른 일이라, 지금 같았으면 과연 그런 무모한 도전을 했을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다. 아니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미래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 (그래서 얼마 전에도 보험설계사에게 혼났지만...)


계획적인 사람이면, 그리고 아주 뛰어난 사람이면 그랬겠지. “나의 공부목표를 정하고, 몇 년 후엔 학위를 받고, 또 몇 년 안으로 어느 대학에서 지원받으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리라.” 그러나, 나는 뛰어나지도 못했고, 계획적이지도 않았다. 그때는 이미 현재만 생각했다.


당시 내가 다니던 외국계 기업은 베트남전에서 사용된 고엽제를 대량 생산했던 기업과 합병하려는 협의를 벌이고 있었고, 갖은 핑계를 대며 노조에게 조금이라도 급여를 덜 주기 위한 협상을 벌이는 사측의 입장에서 여러 자료를 모아주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기업의 생리는 나와 전혀 맞지 않았다. 더 이상 이것 저것 선택할 것도 없이 빠져나와야만 했다. 그때 선택한 것이 공부였다.


내가 다니는 학과는 정말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소위 기업진출에도 유리한 세부전공도 있고, 많은 이들이 이제는 “지는” 학문이라며 “뜨는” 학문을 하라고 권유하는 우리 전공도 있다. 그럼에도 이 전공을 택한 데에는 어줍잖기는 하지만 나름의 열정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학생들이 대학원 과정으로 입학할 때마다 교수님께서는 농반 진반으로 그러신다. “아니, 업계도 좁고 경쟁자도 많은데 왜 공부하려고?” 우리 분야를 뽑는 학교는 전국적으로 평균 1년에 한 곳 미만. 이제 직장인들이 입학하는 경우가 많아지긴 했지만, 아무런 대책도 없이 대학원에 입학하는 학부생들을 보면 내가 생각해도 답답해진다. 그러나 교수님의 그런 말씀 뒤에는 가난한 학문을 선택한 데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배여 있다. 어느 수업 날, 우리가 해야 할 연구는 이렇게 쌓여 있고,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연구자들이 점점 많아져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던 적이 있으셨다. 밥벌이로서의 공부도 있지만, 현실에 참여하기 위한 공부도 있다.


2.

주위에 교수가 되길 간절히도 원했던 선배가 있었다. 나름대로 학생운동도 하던(물론 엄청 욕먹었지만) 그 선배가 우리가 보기에 엉뚱한(잘 나가는) 전공을 택한 이유는 ‘이름이 아닌 실력으로 SKY대학을 이길 수 있는 전공’이기 때문이었고, 이를 위해 그 분야에서 잘나간다는 미국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그는 꿈에도 원하던 교수가 되었다. 당시 조교였던 내가 그 소식을 전해주자 그는 감격했다.


거기서 끝이었다. 그는 인생의 목표를 이뤘다. 초짜 교수가 대학원 3시간 수업을 하기 싫어 2시간으로, 그것도 격주로 단축하려다 학생들의 저항에 부딪히기도 했고(결국은 격주수업 쟁취했다), 학부나 대학원이나 똑같은 강의 내용으로 하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요즘 젊은 나이에 운 좋게 학과장을 맡게 되자, 굽신거렸던 허리는 어느새 펴지고 목에 힘이 너무도 많이 들어갔다. 전략적으로 선택한 의미 없는 전공을 정년퇴임 때까지 가르쳐야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절망스러웠을까? 이제 그에게 남은 길은 교수로서의 온갖 특혜를 즐기는 일이다. 이 사람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교수가 되기 위해서 공부를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반면, ‘선비’라고 불리는 선배가 있다. 그 분은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지만, 공부에 너무나 빠져서 박사학위도 규정이 허용하는 맨 마지막 학기에서 따고, 10년 전에 시작한 시간강사 생활을 지금껏 계속한다. 집안이 좋지도, 계산적이지도 못해 약사나 교사 마누라도 얻지 못하고, 여상 출신이며 지금은 실업자가 된 사람과 아이 둘과 어렵게 살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후줄근하게 입고 여기 저기 강의를 다니시지만, 그리고 몇 번 교수 채용에 지원도 하시고 떨어지셨지만(경력 관리를 너무 안하셨다), 그래도 행복하게 살고 계신다.


경제사정은 어렵지만, 밤에 네 식구 잠자려고 이불을 펴놓고 누워 1시간동안 잠도 안자고 이런 저런 이야기 웃음꽃을 피우며 산단다.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과연 그가 자신의 처지를 그리고 특히 공부를 업으로 택했다는 것을 후회했을까? 그는 생활이 곧 공부다. 자신이 공부한 것을 생활에서 실천하고, 학생들에게 베풀고, 가족에게 행한다. 인생에서 공부가 없었더라면 그의 모습은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정말로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특히 돈 안되는 학문)은 교수가 되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좋아하는 학문을 하다 보니 이렇게 흘러왔고, 그래도 가장 좋은 환경에서 부양가족 먹여살리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길은 교수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지 않을까?


자신의 전공을 그대로 살리면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가장 좋은 길은 교수와 같은 길이겠지만, 이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공부를 시작한 사람은 맘먹은 대로 인생의 미래가 움직일 만큼 똑똑한 사람이거나 교수란 직업의 향기에 취해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너 꿈이 뭐냐? “응, 나 대학교수 되면 소원이 없겠다.”  “나는 사회학 한번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친다면 영광이고...”

너 왜 의대 가냐? “당연히 의사 되려고 가는거지.. 돈 잘 벌잖아.” “암을 정복하고 싶어.”


학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나의 지도교수님. 처음 우리 학교 지원할 때 강의를 들었던 재학생들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지원하셨단다. 그러면서도 걱정하시며 하셨던 말씀. “내가 과연 교수가 될 수 있을까?”


힘든 여건 속에서도 어려운 길을 가시는 시간강사 여러분들의 명예에 최소한 먹칠만은 하지 말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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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5-05-13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정말이지 '현실과 공부'가 '현실과 이상'으로 평가받는다는 것이 가끔 심난할 때가 있어요. 잘 읽었습니다.

파란여우 2005-05-13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밍아웃인가요?...솔직하면서도 날카롭지 않은 글이었습니다.

로드무비 2005-05-13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셨군요.
네 가족이 밤에 이불 펴고 한 시간 이야기를 나눈다는
그 선배님 같은 분이 교수가 되어야 할 텐데요.
그분의 앞날에 영광 있기를......
(ㅎㅎ 키노님도요.)
그런데 어느 님이 누굽니까?
좀 읽어보게요.

조선인 2005-05-13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갑니다.

BRINY 2005-05-13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반에도 공부로 먹고 살면 좋겠다는 아이가 있는데...현실은 너무 각박하죠.

oldhand 2005-05-13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문학이 갈수록 천대받는 흉폭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순수한 학문적 열정으로 그 길을 가는 분들의 앞길에 좋은 일들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문학은 정말 이대로 스러져 가야 하는 것일까요? 그래서는 안되는데....

날개 2005-05-1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추천하고 갑니다..

엔리꼬 2005-05-13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빈현님... 그 새벽에 어찌 깨어 있으셨습니까? 감사합니다.
로렌초님... 하루를 일찍 시작하시는 모양이네요.... 음.. 말은 어렵지만.. 아무튼 심난합니다.
파란여우님... 커밍 아웃이라기보다 그냥 뭐 저기... 날카롭지 않다는 말 좋은 뜻이죠?
로드무비님... 어느 님이란 마태우스님을 말합니다. 1주일 전쯤인가 시간강사 관련된 내용을 쓰셨죠. 결론은 "시간강사들이여, 왜 들고 일어나지 않는가?"
조선인님... 저도 보답을 해야 하는데요.. 호호.. 요즘 바쁘다보니 서재질에 소홀했네요...
BRINY님.. 와.. 중학생인가요? 고등학생인가요? 아무튼 그녀석 기특하네요... 제대로 공부하면 먹고 살 수 있을겁니다. 얼마나 잘 먹냐의 문제일 수도 있고요....
oldhand님... 오래간만이예요... 그러게요.. 인문학은 부활해야 합니다. 사실 전 인문학은 아니예요... 사회쪽에 가깝나?
날개님... 잘 읽으신 소감을. .. 흐흐흐.. 추천 감사드립니다. 너무 많은 추천(제 서재사상 최고가 아닐까)을 받아 몸둘바를 모르겠사옵니다.

Phantomlady 2005-05-13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한 가지 타이틀을 더 붙이면 두 아이의 아빠까지 되니 정말 바쁘게 열심히 사시는 거 같아요.. 저도 추천 누르고 갑니다.. ^^b

엔리꼬 2005-05-13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우드롭님... 과찬의 말씀... 아, 좋은 아빠 되기는 참 힘든 것 같습니다...

마태우스 2005-05-1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가슴에 팍팍 와닿네요...제가 글에 등장해서 더더욱 그랬는지 모릅겠군요.......근데 이거 제 홈피에 퍼가도 될까요?

엔리꼬 2005-05-14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퍼가면 안될 리가 있겠습니까? 저로서는 영광일 뿐이죠..

마태우스 2005-05-15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서림님.

sweetmagic 2005-05-15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효.... 구절 구절 와닿네요,
추천입니다

엔리꼬 2005-05-15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꼭 퍼가셔야 해요... 히히
매직님... 님도 강의 하시죠? 그렇다면 구구절절히 와닿으시겠네요... 가끔 서재에서 쓰신 대학원생활 잘 읽어 봤다는거 신고합니다..
 

 

4월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프로야구가 시작하는 달. 국민학교 시절부터 꿈과 희망을 선물했던(정말?) 프로야구는 20년 넘도록 나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이다. 최근 몇 년동안 꼴찌를 차지했던 롯데 자이언츠가 5연승이란 행진을 하고 있어 올해는 흥분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야구의 묘미는 무얼까? 야구를 즐기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야구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야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직접 찾아간 야구장의 드넓은 잔디(인조도 있다)를 배경으로 선수들이 멋진 플레이를 펼치고, 함께 응원도 하고 야유도 보내는 재미로 야구를 좋아한다. 야구 규칙이나 선수들의 면모를 알지 못해도 무조건 재미있다. '땅' 소리 나면서 외야 관중석으로 쏙 빨려 들어가는 홈런공을 보고 있노라면 스트레스가 쫙 풀리는 짜릿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 분들은 매일매일 TV에서 중계하는 야구경기나 응원하는 팀이 없을 경우 흥미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또 한 부류는 좋아하는 야구팀이 있어 그 팀을 응원하는 재미로 야구를 즐기는 경우다. 주로 자신의 연고지 팀을 응원한다. 다들 알다시피 5공화국의 3S 정책의 하나로 도입되면서 지역색을 가장 강하게 가지게 된 스포츠가 바로 프로야구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각 지역 스포츠신문의 1면은 지역의 연고팀과 관련된 뉴스가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부산이 연고지인 롯데가 11대 1로 삼성에게 지더라도, 부산에서 발행되는 스포츠신문에는 "마해영 1점 홈런포"와 같은 1면 기사가 나가는 경우다. 자신의 연고지에 소속된 프로야구팀의 우승은 그 지역의 경사로 알고 지역의 발전으로 혹시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기 쉽다. 그러나 해태의 예를 보면 알겠지만 그것은 헛된 지역주의의 꿈일 뿐이다.

이들 중에는 물론 야구 그 자체의 묘미를 알고 즐기는 사람들도 많지만, 야구팀을 응원하면서 자신의 애향심을 높이고 자부심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오죽했으면 얼마 전 롯데의 이대호가 극적인 만루홈런을 쳤을 때 '울 뻔 했다'는 사람들이 있었을까. 이들의 단점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죽을 쑤고 있을 때는 관심도가 뚝 떨어진다는 점이다. 요 몇 년 사이 부산이 그랬다. 부산 사람들은 요 몇 년동안 야구 이야기를 하기 싫어했다. 야구의 침체는 경제 침체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하긴 몇 만명이 매일 야구장을 찾으면서 여기저기서 푸는 돈도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음 부류는 스포츠로서 프로야구를 즐기는 경우다. 야구가 축구나 배구, 권투와 다른 점이 있는데, 이 점에 묘미를 느끼는 경우다. 각각의 스포츠는 나름의 매력이 있고, 그러한 매력들은 스포츠의 인기 순위를 좌우한다. 물론 스포츠는 문화적 배경과 혼합되기 때문에 각국의 인기 스포츠가 모두 다르긴 하다.


아마(고교) 야구와 프로 야구는 겉보기엔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큰 차이가 있다. 아마 야구는 단기전이다. 토너먼트이기 때문에 결승전까지 가봤자 대여섯 경기를 1주일 정도에 끝내면 대회가 끝난다. 그러므로 총력전이 될 수밖에 없어 몇몇 초고교급 투수들은 싱싱한 어깨를 혹사당한다. 1회전부터 결승전까지 모두 한사람이 던진 학교도 있을 정도로. 여기서는 경기 운용의 묘미가 많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래도 아마야구는 나름의 풋풋함과 어설픔으로 프로야구와는 또 다른 맛을 낸다.


프로야구는 다르다. 1년에 150경기 이상을 치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을 어떻게 잘 쓰는가가 중요해진다. 선발투수들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4-5일만에 등판을 하게 되고(염종석 선수의 경우 어깨부상의 후유증으로 하루 100개를 던지고 나면 힘들어서 며칠 동안 앓는단다), 투수들의 업무는 분업화되어 중간계투, 마무리투수와 같은 보직을 가지게 된다. 구원투수를 내세울 적당한 시기를 정확히 판단해야 하며, 축적된 데이터를 참조하여 각 투수나 타자에게 강한 선수를 내세운다.

공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왼손 투수에는 오른손 타자가 강하고, 타격이 부진한 이유 뒤엔 타격폼을 어설프게 변화시킨 시도가 있으며, 주자가 1, 2루에 있을 때는 3루측으로 번트를 대야 하며, 무작정 홈런치는 것이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주자를 루상에 많이 보내는 것이 유리하며, 투수의 투구 패턴을 간파하여 도루를 실행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는 크다.

부상선수만 없다면 오늘 경기나 내일 경기의 용병술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그래서 그렇게 한 시즌을 치루는 프로축구의 경우와는 달리, 프로야구에서는 매 경기에서 매번 다른 용병술과 작전을 구사해야 하고 다양한 변수가 나타나 재미를 증폭시킨다. 이런 맛을 아는 팬들은 그야말로 야구의 진정한 맛을 아는 사람들이다.


야구는, 특히 프로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고 부르고 싶다. 야구는 무수한 숫자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스포츠다. 축구가 기껏해야 득점, 어시스트, 골키퍼의 경기당 골허용률 등의 순위가 나오는데 그쳐 기록의 스포츠라 부르기는 어려운 반면, 야구는 한 경기만 끝나도 수많은 숫자의 조합이 만들어지고 그 데이터들은 각 영역별로 순위로 매겨진다.


투수 부분에서는 방어율, 탈삼진, 승률, 다승, 세이브, 홀드 등의 순위가 매겨지며, 타자 부분에서는 타율, 최다안타, 도루, 타점, 출루율, 장타율, 홈런 등의 타이틀이 있으며, 포수를 평가하는데 있어서도 도루 저지율이란 숫자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안타를 치느냐 마느냐에 따라 하루하루 뒤바뀌는 타격 순위를 지켜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물론, 시즌 종반 각 부분의 타이틀을 얻기 위해 타격 1위를 달리는 타자를 경기에 출장시키지 않는다던지, 억지로 승리투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5회 말 2사에 선발투수를 바꾼다던지 (야구를 아는 사람은 대략 무슨 소리인지 안다.)하는 부작용도 나오지만, 이런 묘미가 야구의 잔재미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숫자 놀음으로 어느 선수는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하고, 어느 선수는 훨씬 좋은 조건으로 다른 팀에 팔려가기도 하며, 홈런왕이란 이름으로 광고세계에 진출하기도 한다. 또, 누구는 초라한 성적 때문에 야구판을 떠나서 어떤 음식점을 차릴지 고민도 하며, 작년 대비 20% 임금삭감이란 시련을 겪으며 2군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100년이 넘는 프로야구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 집적하고 있는 데이터들은 우리와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작년 일본에서 건너간 이치로가 수립한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은 메이저리그 역사를 다시 쓰게 했으며, 일본인들의 자부심을 드높였다. 통계가 많이 축적되어 있는 만큼 100년 이상의 기록을 깬다는 것은 때로는 위대한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몇 년 전 최다경기 연속출장 신기록을 세우고 스스로 기록을 중단시킨 볼티모어의 칼 립켄 주니어는 그가 보유한 숫자의 위대함에 겸손한 인간미를 더해 온 미국인들을 감동시켰다.


미국 MLB 중계를 보면 아래 자막으로 퀴즈를 내곤 하는데, 그 퀴즈는 한국의 수준과는 차원이 다르다. 다저스 구장에서 가장 많은 3루타를 만든 매리너스의 타자의 순위는 어떠한가? 1970년 이후 뉴욕 양키스를 대상으로 가장 많은 승리를 엮어낸 투수는 누구인가? 맘만 먹으면 무궁무진한 데이터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물론 흥미 없는 사람들에게는 의미 없는 숫자일 뿐이지만.


남편이 휴일에 외출도 마다하고 집에서 야구 중계를 보고 있을 때, 넌지시 물어보라. 넋 놓고 야구를 수동적으로 보고 있다면, 그것은 시간 때우기와 다름 아니다. 그러나 야구를 분석적으로 바라본다면, 오묘하고도 신비로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탐험자가 될 수 있다.


* 다음 페이퍼 제목 예고 : 야구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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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4-29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어릴적 동생들과 우리가 아는 야구용어가 몇개나 되는지 연습장에 적어보던 기억이 나는군요.

2005-04-29 1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4-29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구 이젠 안 보게 되네요.
옛날 구덕운동장에 대학야구 보러갔던 기억나요.
인간들이 야구 보러 가서 그렇게 술을 마시더구만요.^^

엔리꼬 2005-04-29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요즘 1등 몇번 먹으셨습니다. 감사^^ 재미있는 놀이 하셨군요..
로드무비님... 지적 감사합니다.(서재손님에게만) 저희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구덕운동장이 있습니다. 국민학생때는 그 뒤편 공터에서 야구도 하고 그랬는데요, 지금 가보니 온통 차들로 꽉 차 있더군요... 추억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Phantomlady 2005-04-30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시 '야구와 나'라는 詩가 생각났습니다. 전 야구팬과 축구팬의 아웅다웅이 넘 잼있어요. 그치들은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야구는 스포츠가 아니다 ^^

하이드 2005-04-30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어제 얼핏 봤을때 분명 미스하이드 이름이 있었는데! 빼버리신거야요?

하이드 2005-04-30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야구장 갔다가 완전 미치는 줄 알았어요 ㅜㅜ 흑. 6연승이라니, LG팬들보다 롯데팬이 더 많았고, 응원도 장난 아니였습니다. 파도도 심판석 뒤 가운데맨 위부터 저 멀리 외야까지. 쭈우욱- 제가 백만년만에 바로 '그날' 부터 야구를 보기 시작했는데, 그때 계속 롯데 꼴찌였죠. 정말 역시나!구나 화났는데, 요즘은 한경기 할때마다, 아, 진짜 잘했으니깐 질때가 되었는데, 하며 불안불안합니다. 어제도 오늘쯤은 질꺼야 하면서, 맘 편히 봤는데, 역전승이더군요. 이대호를 연호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귀에 아른아른합니다!

하이드 2005-04-30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 또 하이라이트 보고 있어요. 어제꺼 koreabaseball.or.kr에서 볼 수 있지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