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인의 생각과 힘 - 개정판
이디스 해밀턴 지음, 정기문 옮김 / 까치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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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다들 아시는 유명한 격언입니다. 이 말에서 길이란 1차적으로는 물리적인 도로를 뜻합니다. 고대 로마인들의 건축 기술은 익히 알려져 있죠. 지중해 전체에 걸친 넓은 영토를 관리하기 위해, 고대 로마인들은 끊임없이 도로를 건설하고 확장해나갔습니다. 그 중심에 바로 로마가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보는 것은 어떨까요. 로마는 그리스와 함께 서유럽 영국 미국 문화의 영원한 뿌리입니다. 그래서 물리적인 요소뿐 아니라 유럽의 정신까지도 바로 로마로 통한다고요. 그 정신을 우리는 로마인들이 고대 라틴어로 쓴 문학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라틴어를 할 줄 알아서 그 작품들을 직접 읽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좋은 안내서와 참고서죠?

1932년에 처음 출판된 이래 1960년대에 한 번 개정되고 1993년에도 출판된, 고전 라틴 문학을 소개하는 책에서는 고전이라 부를 만한 책을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이디스 해밀턴의 고대 로마인의 생각과 힘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고전 라틴 문학입니다.

유럽 영국 미국의 지식인과 상류층이 아이들에게 고전 그리스어와 라틴어, 이 언어로 쓰인 문학작품들을 읽히는 교육법을 채택해왔다는 건 매우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지금 현재도, 유명한 지식인들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어렸을 때 그리스어 라틴어 배웠다는 말이 반드시 등장합니다. 그 이유는, 조금만 고급스러운 지식이나 문학에 접근하려고 하면 이들을 익히는 게 필수이기 때문이죠. 마치 한국어를 더 잘 구사하기 위해서는 한국 한자와 한문을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이 책은 바로 그 교육법에 주로 등장하는 고전 라틴 문학 작가들과 그 작품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지금도 역사상 최고의 변호사이자 연설가로 평가받는 키케로가 있겠고, 로마 역사 최초로 실질적인 황제의 지위를 누렸던 카이사르, 고전 라틴어 시인 가운데 가장 유명한 호라티우스, 고전 라틴 서사시의 정점인 ‘아이네이스’를 쓴 베르길리우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같은 책들로 최근 독서인들에게서 호응을 얻고 있는 철학 사조인 스토아 학파를 대표하는 세네카, 역사 서술의 고전으로 추앙받는 리비우스와 타키투스 등의 작품을 이 책을 통해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쓴 이디스 해밀턴은 이들의 문학작품에서 ‘로마’라는 문화를 읽어내려고 노력합니다. 그가 읽어낸 로마 문화에는 로마에 대해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들, 이를테면 군사주의 문화 때문에 엄격한 규율과 법 집행을 강조하고 법 앞에 모든 시민이 평등하다는 사고방식을 꽃피웠다든가 반대로 이 문화 때문에 검투사 또는 맹수 대결 등 다소 야만적인 놀이문화가 팽배했었다는 등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로마인들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방식이라든가, 돈을 주고 배심원을 매수하는 등 재판에서 횡행했던 부정부패라든가, 제국이 되기 전 로마와 제국이 된 이후의 로마를 다양한 방식으로 비교하는 작가들의 관점 같은 것들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렇게 고전 라틴 문학은 그 글이 쓰인 시기의 정치 사회 경제를 모두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동시에 책에서 언급되는 작가와 작품들은 일종의 모범이라는 점에서 로마 사회가 지향했던 이상을 보여주는 역할도 합니다. 이 작품들을 끊임없이 읽고 쓴 사람들, 그래서 로마의 정치 사회 경제와 로마의 이상향을 통해 당대를 이해하려고 했던 유럽 영국 미국 사람들이 만든 사회가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라는 점, 그래서 현대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선 고전 라틴 문학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 우리가 여전히 고전 라틴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콘텐츠는 같은 작가가 쓴 ‘고대 그리스인의 생각과 힘’입니다. 오늘 우리가 살펴본 책 ‘고대 로마인의 생각과 힘’이 고전 라틴 문학작품을 분석하고 있다면, 이 책은 고전 그리스어 문학 작품을 다루고 있습니다. 고전 그리스 문학에서 그리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읽어내고, 그 안에서 그들의 지향점을 찾고, 또 그 지향점이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면까지 이 책과 비슷합니다. 심지어 1930년에 처음 출판돼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는 아주 좋은 책이라는 점까지 비슷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같은 작가의 책 ‘고대 그리스인의 생각과 힘’도 같이 읽으시면서, 이른바 ‘서양 정신 문화’의 원류에 한번 푹 빠져보시는 것은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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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고요하지 않다 - 식물, 동물, 그리고 미생물 경이로운 생명의 노래
마들렌 치게 지음, 배명자 옮김, 최재천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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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은 살아 숨쉽니다. 인간뿐이 아닙니다. 강아지와 고양이, 들판을 뛰노는 야생동물들, 거기에 식물들, 균에서 단세포에 이르기까지 이 세계는 생명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생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어떤 활동이 ‘생명활동’인가요? 이 책은 생명활동의 기본조건을 ‘의사소통’으로 제시합니다.

여기서의 의사소통은 언어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물리적 화학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것 모두가 의사소통입니다. 우리가 서로와 하는, 동물들이 동물들과 또는 식물들과 하는 상호반응도 의사소통의 일부라는 뜻이죠. 인간으로서, 이들의 언어를 해석해보려 연구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생물학과 생태학 지식을 엮어서 이 ‘의사소통’의 과정을 보여주는 책, 마들렌 치게의 숲은 고요하지 않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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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바이오커뮤니케이션입니다.

퀵서비스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책의 지은이가 ‘의사소통’을 정의하는 방식은 매우 넓습니다. 자연의 변화라는 자료를 자신에게 쓸모 있는 정보로 해석하는 과정이 있고, 그 정보가 반응이나 행동을 유발한다면 그게 모두 의사소통이라고 보는 것인데요. 지은이는 자연엔 이런 의사소통의 매체가 세 가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빛, 진동, 분자입니다. 인간을 기준으로 얘기하면 빛의 변화는 색깔로, 진동은 소리로, 분자는 냄새나 맛이라는 정보로 해석되죠.

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방금 앞에서 말씀드린 자연에서의 자료 정보 의사소통 개념이고, 두번째는 단세포들의 의사소통, 세번째는 식물들의 의사소통, 네번째는 동물들의 의사소통, 그리고 다섯번째는 인간들이 바꿔놓은 도시환경 속에서 일어나는 동식물들의 의사소통입니다. 동물들이 의사소통하다는 것은 많이 보고 익숙해서 알 만한데, 식물과 단세포들의 의사소통이라니, 가능하긴 한 걸까요?

이 책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의사소통하는 사례가 정말 다양하게 등장합니다. 처음 들어보지만 신기한 동식물 종들이 한 두 페이지에 한 개씩 계속 나와요. 도덕적으로 꼭 온당한 일만 있지는 않습니다. 먹기 위해서, 먹히지 않기 위해서, 생존과 번식이라는 행동 원칙에 따라서 서로를 속고 속이는 일은 거의 기본이고요, 꿀 따러 온 벌레에게 꽃가루를 몰래 묻혀서 수정을 가능하게 하는 꽃이라든가, 개미를 좀비로 만들어 씨를 뿌리는 버섯도 나오고요. 이쯤 되면 좀 살벌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의사소통’이 분단위 초단위 혹은 그보다 더 짧은 단위로 일어나는 자연은, 당연히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숲을 고요하다 느끼는 건, 의사소통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 아닐까요? 또, 반대로 숲이 고요한 건 그만큼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이 되는 과정에서 쓸모없는 자연의 변화는 배제하고 필요한 자료만 정보로서 해석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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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은 따로 추천드릴 만한 콘텐츠가 없습니다. 대신, 동식물도감같은 이 책에서 나오는 여러 생물들의 행동 양식을 보시면서, ‘와 얘는 참 재미있게 사네’ ‘얘는 참 흥미롭네’라는 생각이 드는 종이 있다면 그 종이나 동물의 이름을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검색해보시면 어떨까요. 그렇게 동물들에 대한 지식을 하나하나 쌓아나가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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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이야기 - 일본이면서 일본이 아닌
아라사키 모리테루 지음, 김경자 옮김 / 역사비평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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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혹시 오키나와 가보신 적 있나요? 아직 저는 가본 적이 없지만, 갔다와 본 주변 사람들 말은 하나같이 긍정적입니다. 이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또 다른 한마디 말은 바로 ‘일본인데 일본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일본 본토를 갔다 와 본 적이 있는 친구들에게선 더 많이 들을 수 있었어요.

이런 ‘일본 같지 않은 일본’이 된 데는 역시나 역사적 배경이 있겠죠? 조선, 일본, 베트남과 더불어 중국과 독자적으로 조공무역을 하던 소씨의 류큐 왕국이었던 전통이 아직도 깊게 배어있지만, 동시에 1600년대에 이미 일본의 주요 번 중에 하나였던 사쓰마번 밑으로 편입돼 일본의 일부이기도 했던 400년의 역사를 엿본 결과가 바로 ‘일본인데 일본 같지 않다’는 평가인 것 같습니다.

‘일본인데 일본 같지 않은’ 이 지역의 최근 400년 역사를 알아본다면, 앞으로 오키나와에 관광을 가더라도 그 땅에서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의 의미가 달라질 것입니다. 그 역사의 뼈대를 잘 추려서 담은 포켓북, 아라사키 모리테루의 오키나와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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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내부 식민지입니다.

내부 식민지라는 용어는 다소 생소하실 것 같은데, 오키나와의 현대사를 가리키기에 가장 적당한 단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분명히 같은 나라이고 그런지도 아주 오래됐는데 지역적 인종적으로 차별받는 존재’들을 설명할 때 종종 사용하는 단어이기도 하고요.

길게 보면 1600년대 초 오키나와가 본격적으로 도쿠가와 바쿠후, 더 정확히는 바쿠후의 번 중 하나인 사쓰마에 정복당하면서 이 ‘내부 식민지’ 상태가 시작됩니다. 사쓰마 번은 일본 본토 남쪽 규슈 가장 남쪽에 있는 세력인데, 이들은 오키나와를 무력으로 정벌하고 류큐 왕국의 사람들을 동원해 사탕수수 농장을 운영해 설탕을 만들었습니다. 류큐 왕국의 왕가인 소씨 가문을 형식적으로 유지하고 이들을 통해 설탕을 아주 싼값에 사들인 뒤 비싸게 팔아 이득을 남겼습니다. 이렇게 축적한 자금은 이후에 메이지 유신의 원동력이 되었고요. 이 과정에서 류큐 왕국 사람들이 임금이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죠. 이게 과연 일본이라는 나라가 일본인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일까요?

메이지 유신이 일어나고 일본이 제국이 되는 과정에서 오키나와 착취의 강도는 오히려 더 올라갑니다. 이 착취의 절정이 2차 세계대전입니다. 일본은 “본토”에 미군이 상륙하는 것을 막기 위한 최후 방어선으로 오키나와를 지정하고, 오키나와 사람들을 미군과의 전투에서 훈련도 거의 시키지 않고 최전선에 세웁니다. “본토”를 지키기 위해 총 맞고 죽으라는 거죠. 이렇게 전투를 치르면 미군이 질려서 협상을 시도할 거라는 형편없이 잘못된 믿음에 기반한 전술이었습니다. 이런 일본군에게 질려 미국에 투항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생기면 무자비하게 베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이게 과연 일본이라는 나라가 일본 사람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일까요?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미군 주둔 문제로 넘어갑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처음엔 일본군을 물리쳐준 미군을 환영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정세가 변화하고 일본이 미국과 동맹을 맺으면서 오키나와 주민들은 좌절합니다. 이 책의 뒤편에도 적혀있지만 현재 일본 국토 면적의 1%도 채 안 되는 광역지방자치단체인 오키나와 현에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의 75%가 몰려 있습니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와 일본 본토의 미군을 오키나와로 밀어내 버리려는 일본 정부의 정책이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것처럼, 주둔 미군의 지위와 미군 병영과 병사들이 종종 일으키는 범죄에 대한 처리 문제가 오키나와의 가장 큰 사회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안보’를 이유로 이런 문제에 침묵하고 있죠. 이게 일본이라는 나라가 지방자치단체인 오키나와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일까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오키나와를 ‘내부 식민지’로 평가하는 게 과하지 않습니다. 앞에서 제가 말씀드린 이 세 가지 외에 더 자세한 내용을 이 책에서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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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의 106회 ‘하이사이 오지상’입니다.

‘하이사이 오지상’은 ‘안녕하세요 아저씨’ 정도로 번역되는 오키나와 사투리고, 오키나와에서 유명한 노래 제목이기도 합니다. 일본은 고교야구 리그 인기가 참 많죠? 마치 부산 연고인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돌아와요 부산항에 가 나오는 것처럼, 오키나와의 고등학교가 고교야구리그 결승전에 올라가면 이 노래가 나온다고 하네요. 매우 신나는 노래입니다. 하지만 이 노래가 만들어진 배경, 가사 내용, 발매돼 인기를 얻는 과정을 살펴보면 결코 신나지만은 않습니다. 그 과정을 인기 여행작가인 인도환타 전명윤 씨가 소개해주는 팟캐스트니, 연휴를 맞아 차분하게 곱씹으면서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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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중독 - 인간이 타인을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
나카노 노부코 지음, 김현정 옮김 / 시크릿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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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대다수 사람들의 소망입니다. 이 소망을 이루기 위해선 정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할 텐데, 이건 너무 어려운 철학적 문제이니 일단 제쳐놓겠습니다. 게다가 우리 눈앞에 놓여있는 더 급한 문제는,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며 다른 이들에게 부당한 상처를 주는 사람들입니다. SNS와 뉴스 댓글, 각종 커뮤니티에서 이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죠.

이들의 주요 먹잇감은 ‘나쁜 짓을 한 사람들’과 ‘편하게 욕해도 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내가 한 마디, 다른 사람들이 한 마디씩 보탠 비난은 거대한 충격이 돼 그 사람들에게 다가갑니다. 때로는 이것을 ‘정의구현’이라고 착각하기까지 하죠.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일까요? 원래 그렇다고 해도, 조금 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이런 경향을 완화시킬 수는 없을까요? 그 답이 우리의 뇌와 행동을 연구하는 심리학에 있다고 주장하는 책인 나카노 노부코의 정의중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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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비난입니다.

청취자들은 다른 사람을 비난할 때, 욕할 때 어떤 느낌을 받으시나요? 사실 마음이 편하진 않습니다. 나쁜 말이 내 입을 더럽힌다는 느낌도 들고요. 우리의 몸과 마음에 매우 부담을 주는 행위입니다. 이런 부담을 덜기 위해 우리가 선택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욕먹어도 될 만한 사람’을 욕하는 행위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이런 종류의 비난과 욕설은 우리에게 어마어마한 쾌감을 가져다준다고 하네요.

‘욕먹어도 될 만한 사람’이라는 말은, 어떤 사회가 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이미 끝냈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그런 사람을 욕하는 행위는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같이 욕을 퍼부으면서 이 공동체에 내가 안전하게 속해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특히 공동체가 개인에게 가하는 압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이런 비난 행위가 더 강한 쾌감을 가져다준다고 하는데요.

이런 성향은 진화의 과정에서 동물 시절부터 간직해 온 인간의 본능입니다. 생물학적 토대가 이미 깔려있다는 것이죠. 여기에서 중요한 건 집단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오래된 격언도 있을 만큼, 사람은 다른 사람과 떨어져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러 역사적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집단은 사회는 때론 아무리 객관적으로 잘못된 일이라도 개인들이 그런 일을 하게끔 압력을 행사하고, 개인은 그 압력에 쉽게 굴복합니다. 심지어 이 압력은 흔히 ‘내로남불’이라고 낮춰서 부르는, 내가 하면 정의구현이고 남들이 하면 폭력이라고 생각하는 이중잣대까지 만들어냅니다. 하물며 직접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니고, 키보드로 ㅋㅋㅋ 몇 글자 치는 것 정도야 ‘정의’라는 거창한 명분에 비해서 매우 쉬운 일 아닐까요?

이렇게 노력은 적게 들지만 내가 비난받을 부담은 적고 집단이 추동하는 행위는 우리의 뇌를 ‘욕먹어도 싼 사람을 비난하는 행위’에 중독되게 만듭니다. 이걸 이 저자는 ‘정의중독’이라고 합니다. SNS와 유튜브와 각종 미디어가 정의중독을 심각하게 부추기는 시대이기에, 이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게 현대인의 과제입니다. 저자는 책 마지막 부분에 몇 가지 처방을 내놓는데요. 새로운 것을 계속 경험해 뇌가 늙지 않게 하기, 잠을 많이 자고 제때 음식을 챙겨 먹기, “옛날이 좋았지”라고 생각하거나 말하지 않기, 절대 읽지 않을 것 같을 책 읽어보기,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는 메타인지 경험을 늘리기 같은 것들입니다. 참, 인터넷의 시대에는 하나같이 하기 쉽지 않은 것들이지만, 그래도 한 번 실천하려 노력해보면 어떨까요?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입니다. 이 책에서도 인용하기도 한 심리학 책인데요. 이 책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설명하는 심리학 뇌과학 진화론 연구성과를 더 자세하게 해설해줍니다. 함께 읽으시면 이 책이 시사하는 바를 더 풍성하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두 책이 시사하는 방향은 다소 다른데요. 정의중독이 이런 세상에서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바른 마음은 미국의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들이 어떻게 서로 다른 과정으로 도덕적 판단을 하는지 그리고 민주당이 어떻게 하면 보수주의자들이 보여주는 공동체에 헌신하는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표를 얻어올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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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노런스 - 무지는 어떻게 과학을 이끄는가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 지음, 장호연 옮김 / 뮤진트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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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항상 앎을 추구합니다. 알기 위해서 이렇게 유튜브도 보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하죠. 이렇게 알게 된 사실을 지식이라고 부르고, 우리는 흔히 지식을 ‘쌓는다’고 비유합니다. 하지만 뭔가를 알기 전에 우리는 반드시 뭔가를 모르는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뭔가 모른다는 느낌이 드는 그때서야 비로소 뭔가 알기 위한 활동을 시작하죠. 그렇다면 우리가 지식을 추구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선, 모르는 상황을 철저히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은 이 사실에 주목합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무지에 대해서 더 잘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작업에 가장 좋은 분야는, 우리 시대 앎의 최첨단이라고 불리는 과학이겠죠. 무지란 무엇인지, 어떤 무지가 좋은 무지인지, 과학적 지식을 확장하는 데 무지가 쓰인 사례로는 무엇이 있는지 <이그노런스>와 함께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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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무지입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죠.

학문 분야에서 무지와 관련된 아주 오래된 격언이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잘 아실 소크라테스의 말이죠.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는 자신에 대해 알기 위해 사색한 결과,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런데 사람들은 다들 뭔가 아는 것같이 떠들고 다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그가 죽은 지 2000년도 더 된 우리의 모습도 그다지 다른 것 같진 않습니다. 오히려 TV에 스마트폰에 인터넷에 둘러싸여서는 더욱더 공고하게 ‘뭔가 알고 있다’거나 ‘금방 알 수 있다’고 착각하죠.

파이어스타인은 이런 환경이나 착각이 우리를 ‘완고한 무지’의 상태로 이끌고 간다고 지적합니다. 발견된 사실은 변하지 않고 항상 고정돼있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저장돼있거나 발견될 수 있다고 믿는 태도가 바로 완고한 무지입니다. 완고한 무지의 상태에 빠져있는 사람의 특징은 자기가 뭔가 모르는 상태라는 것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과학에 대해 생각하는 이미지가 바로 이 완고한 무지입니다. 자연은 사실로서 그대로 있고 과학자들은 그걸 여러 방법을 써서 발견한다는 이미지 말이죠. 파이어스타인은 현역 과학자로서 실제로 과학자들이 이렇게 연구하지도 않을뿐더러 과학적 지식이 이런 식으로 변화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과학도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는다는 이야기를 흔히 떠올리실 텐데요, 파이어스타인의 이야기는 그것과도 약간 결이 다릅니다. 그의 이야기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과학자는 각자가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 자유롭게 생각합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최선을 다해 그 답을 찾는 연구를 진행합니다. 그렇게 각지에서 등장한 여러 해답들이 어느 순간 연결되면 흥미로운 거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주거나 우리 삶을 확 바꿔놓을 발명품이 됩니다. 하지만 그게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사례 두 개만 언급해보죠. 병원에서 사용하는 첨단 촬영장비인 PET, 아마 학부모 청취자 여러분이라면 건강검진때 한번쯤 구경해보셨을 텐데요. 이 장치는 ‘양전자’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다들 아시듯 전자는 음극인데, 양전자라뇨. 양전자의 존재는 처음엔 단지 칠판과 종이 위에서 수학적으로만 예측됐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대형병원에서 다 쓰는 도구가 됐죠. PCR이라는 것도 있죠. 코로나 검사할 때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인데요. 이건 해양생물학자들이 바다 저 밑에 화산 비슷한 열수공에 사는 세균인 호열균을 연구하다 발견한 효소에서 착안한 기술이라고 합니다.

파이어스타인의 질문은 이렇습니다. 과연 양전자와 호열균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PET와 PCR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이걸 연구했느냐?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그들은 그저 자신이 모르는 것을 연구하고 싶었을 뿐이고, 얻을 수 있는 지식의 양은 그 연구의 가치를 평가하는 올바른 잣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단지 내가 알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이상한 연구를 오랫동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파이어스타인은 큰 틀에서 가치있는 연구의 범위를 정하려 합니다. 그리고 이 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가치있는 무지’입니다. 가치있는 무지에서 시작한 연구는 그 무지와 연관된 여러 다른 분야의 문제도 해결합니다. 그런 무지가 무엇인지 판별할 수 있는 기준 몇 가지를 이 책에서 제시해주니, 청취자 여러분도 자신이 품고 있는 의문에 이 잣대를 한 번 들이대보시는 건 어떨까요. 제가 한 번 읽어드리겠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저자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의 TED 강연입니다. 책의 출판에 맞춰 진행되지 않았나 싶은데, 거의 10년 전 강연이긴 하네요. 유튜브에서 영어로 파이어스타인 이그노런스로 검색하시면 나오고요. 저자의 목소리로 이 책의 내용을 더 생생하게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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