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트위스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9
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리버 트위스트, 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 현대지성, 2020.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는 구빈원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올리버 트위스트가 구빈원에서의 생활과 이후 이어진 도제 생활, 그리고 런던의 빈민가에서 소매치기 일당과 지내는 가운데 선량한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출생의 비밀을 밝혀내는 소설이다.


 

<올리버 트위스트>에는 올리버 트위스트 뿐만 아니라, 도둑과 장물아비, 소매치기, 매춘부 등 하층민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놓고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찰스 디킨스는 서문에서 당시의 문학작품에서 하층민의 삶이 미화되거나 영웅적으로 그려지기 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도록 하기 위해 <올리버 트위스트>를 썼으며, ‘최상류층의 삶에서와 마찬가지로’, ‘밑바닥의 삶에서도덕적인 목적을 위한 소재를 얻고자 했다고 밝혔다.


 

비록 등장인물들의 언어가 귀에 거슬리기는 하겠지만,
왜 찌꺼기 같은 밑바닥 삶에서는,
적어도 거품과 크림 같은 최상류층의 삶에서와 마찬가지로,
도덕적인 목적을 위한 소재를 얻을 수 없는 것인지
아무런 이유도 찾지 못했다.(저자서문)


 

올리버 트위스트가 태어난 Workhouse는 우리말로 생활 능력이 없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수용하여 구호하는 공적/사적인 시설’(표준국어대사전)을 뜻하는 구빈원으로 번역되지만, 이는 의미와 성격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인간의 존엄을 지켜주고,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직업 능력을 배양하는 시설이라기 보다는 생명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하는 대가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당시에는 노동을 하지 않는 것을 죄악시하여, 고아나 부랑자들을 구빈원에 구금하여 노동을 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가혹한 노동조건과 부실한 음식과 수면시간 등으로 구빈원의 밖에서든, 안에서든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은 지켜질 수 없었다.


찰스 디킨스는 이러한 모습을 <올리버 트위스트>에서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구빈원과 귀족, 상류층의 인식들을 풍자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누렇게 변색된 낡은 무명옷을 입게 된 올리버 트위스트는
한순간에 계급이 결정되어 낙인찍혀 버렸다.
교구의 아이, 즉 구빈원의 고아로, 늘 배를 곯아 하릴없이
세파에 이리저리 시달리는 보잘것없는 존재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경멸받지만
아무런 동정도 받지 못하는 인생으로 말이다.(22)


 

이 이사회(구빈원)의 신사들은 아주 현명하고 깊은 철학을 지닌 분들로,
구빈원에 관심을 두게 되자 단번에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
가난한 사람들은 구빈원을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가난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구빈원은 공공오락을 제공하고
공짜 술집이자 1년 내내 아침, 점심, 저녁, 차를 얻어먹는 곳이니,
놀고먹기만 하고 일하지는 않는 벽돌과 회반죽으로 지은 낙원과도 같았다.(33)


 

이 광경을, 배 속에서는 고기와 술이 썩어나고
얼음 같은 피와 강철 같은 심장을 가진 철학자들이 좀 보았으면 싶다.
올리버 트위스트가 개도 거들떠보지 않을 진수성찬에 달라붙어
개걸스럽게 먹는 모습을 말이다.
허기로 잔뜩 독이 오른 올리버가 고기뼈를 갈기갈기 찌어내듯 뜯어먹는
끔찍한 탐욕의 광경을 직접 목도하면 그 감상이 어떠할까?
이보다 더 바라는 소원이 딱 하나 있다면
그 철학자도 똑 같은 음식을 올리버와 똑같이 탐욕스럽게 먹는 것이다.(59)


 

마누라 살려보겠다고 길에서 구걸을 했더니 날 감옥에 가두더군.
돌아와 보니 죽어가고 있었어.
내 심장에 있는 피가 다 말라버렸지.
그 놈들이 내 마누라를 굶겨 죽인 거야.
하느님이 이 모든 걸 다 지켜보셨어.
그 하느님 앞에 맹세하는데, 그놈들이 굶겨 죽였다!”(71~72)


 

부인이 너무 잘 먹인 탓이지요.
저 녀석의 처지에 전혀 맞지 않는 대접으로 인해 기운이 넘치게 된 겁니다.(
)
도대체 극빈자 놈들이 기운이 넘쳐서 뭐에 쓰겠어요.
그저 몸뚱어리나 부지하면 그만일 텐데.
저 녀석한테 죽이나 먹였으면 이런 일은 안 일어났을 겁니다.”(86)


 

<올리버 트위스트>는 성장 소설이기도 하지만, 당시 영국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비판하는 풍자소설이기도 하며, 선과 악의 대결 구도에서 선이 승리하고, 악은 반드시 패배하는 권선징악 스토리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건이 이어지고, 올리버 트위스트의 출생의 비밀과 관련된 조각들을 찾아가며 반전의 과정은 추리소설 같기도 하다. 글의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영국의 만화가 조지 크룩생크(1792~1878)의 삽화는 소설의 내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장면을 이해하고 몰입하는데 도움이 된다.


 

찰스 디킨스가 당시 목도한 상류층의 위선과 하층민의 절박한 삶 속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물음은 시대를 넘어 현재에도 인간 본성에 대한 고민이 성숙되었는지 묻는 듯하다. 또한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수단으로써 노동이 유일한 해결책이 아닌 상황에서 노동을 전제로한 복지제공이 빈민 구제를 위한 유일한 혹은 유효한 수단인지 묻는 듯하다.


 

동네 가게에서 일하는 아이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길거리에서 노아를 보면
거지새끼처럼 불명예스러운 별명으로 불러대기 일쑤였다.(
)
이 고아는 가장 미천한 자조차도 손가락질하며 깔볼 수 있는 존재였다.
노아는 자기가 받은 모욕에 이자를 얹어서 실컷 되갚아주었다.(
)
과연 인간의 본성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가장 훌륭한 귀족에서부터 가장 비천한 자선학교 학생에 이르기까지
이 아름다운 본성은 아주 공평하게 나눠 갖고 있는 셈이니 말이다.(65)


 

만약 우리가 같은 종의 인간들을 억압하고 괴롭힐 때 단 한 번이라도,
인간의 잘못에 대한 어두운 증거들이 묵직한 먹구름처럼 느려도
반드시 하늘로 올라가 저승에서 복수의 비로
우리 머리 위에 쏟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또 우리가 단 한순간이라도 상상 속에서 어떤 권력이나 자만심으로도
없앨 수 없는 망자들의 깊은 증언을 듣는다면,
과연 나날이 이어지는 우리 일상에 상처와 불의, 고통과 비참함,
잔인함과 잘못이 비집고 들어설 자리가 있으랴!(3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빗 -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
웬디 우드 지음, 김윤재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빗, 웬디 우드 지음, 김윤재 옮김, 다산북스, 2020.


매년 새해가 되면 어학공부,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체중을 위한 다이어트, 금주, 소식 등 건강한 식습관 등 좋은 생활 습관을 들이고자 다짐한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기존의 일상으로 되돌아가 작심삼일로 끝나기 일쑤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작심삼일도 백 번하면 일년이라고 하지만, 백 번도 쉬운 건 아니다.


제대로 실행하지 못해 번번히 목표에 실패할 때마다 의지력 부족을 탓하게 된다. 실패하지 않는 확실한 방법이 목표를 세우지 않는 것이라고 하니, 새해 목표 등을 세우지 않으려 하지만, 목표 없는 삶에 대한 불안함을 떨치지 못하고 목표 실패 악순환(?)을 지속한다.


인간 행동 연구 전문가이자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웬디 우드는 <해빗>을 통해 우리가 이런 새해 목표를 습관화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이유가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꾸준한 반복으로 습관이 되었다하더라도, 그 습관을 인식하는 의식의 영역에 지배를 받으면 다시금 습관이 해체되어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습관에 맞서 싸우지 말고, 우리가 숨을 쉽고, 식사를 의식하며 하지 않는 것처럼 습관도 의식하지 않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상황과 마찰은 습관이 형성되는 길을 닦고,
신호는 엔진에 시동을 건다.
그리고 보상은 습관이라는 전차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도록 연료를 공급한다.(195)


내성 착각(Introspection Illusion)’()
인지적 편형성을 가진 인간은 자신의 모든 행동이
의식적 자아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과대평가한다.(60)


습관은 시끄럽고 소모적이며 심지어 전투적인 논쟁에 뛰어드는 대신
즉시적이고 자동적으로 작동한다.
우리의 인생은 이미 습관에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다.
습관은 가장 단순하고 성실한 삶의 일부이며,
우리는 좀 더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42~43)


자신이 세운 첫 계획의 힘을 과도하게 믿는 학생일수록
외부의 도움을 신뢰하지 않는다.(
)
우리는 상황에 따라 행동하고 스스로를 평가하면서도
주변 상황의 영향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
어떤 행동이 주변의 압박에 얼마나 크게 좌우되는지 우리는 깨닫지 못한다.(149~151)


<해빗>은 웬디 우드가 그간 연구한 습관의 특성과 형성과정에 대해 소개하며, 그간 잘못 알려진 습관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준다. 또한 습관을 설계하는 5단계 법칙을 제시하고, 습관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웬디 우드는 실험을 통해 습관이 우리의 삶에서 평균적으로 43%에 이를 만큼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러면서 습관이 차지하는 영역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보다는 습관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58)하다고 이야기한다.



두 가지 실험에서 우리가 밝혀낸 사실은()
첫째, 우리 삶에서 습관에 지배되는 행동의 비율은 개인차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우리 삶에서 습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적으로 43퍼스트를 약간 넘는다.(56)


삶에서 습관이 전혀 없는 빈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루의 대부분은 서로 상충하는 습관과 습관이 옥신각신한 결과물이고,
이런 일은 우리 의식의 표면 아래에서 벌어진다.(221)


습관 형성을 위해서는 먼저 상황을 재배열하고, 그 상황의 추진력과 억제력이 부딪히는 마찰력을 활용해야 하며, 자신만의 신호를 포착하고, 보상을 행동에 내재화하고 이를 반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습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기계발서들이 많아서 비슷비슷한 이야기로 들리기도 하지만, <해빗>에서 이야기하는 상황의 영향력과 이를 활용한 습관 설계 법칙은 다른 자기계발서에서는 다루지 않는 이야기로 신선했다. 또한 그간 습관화의 실패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의 영향력을 무시한 결과라는 점도 깨닫게 되었다.


쿠르트 레빈은 모든 물질이 물리력에 지배당하듯,
인간의 행동 역시 특정한 에 영향을 받는다.(
)
추진력(Driving Force), 억제력(Restraining Force), 마찰력(Friction Force)
이 세가지 요소를 묶어 역장(Force Field)’ 이론으로 정리했다.(147~148)


좋은 표기법은 모든 불필요한 일로부터 뇌를 구원한다.
더 중요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고,
우리는 그 덕분에 더 똑똑해진다.”
-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수학자, 철학자) (89)


우리가 좋은 습관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바로 이것이다.
늘 반복되는 일상을 습관화하면 우리는 인생의 다른 기회와 위기에
훨씬 능동적이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습관은 우리가 삶에서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수학적 표기법인 셈이다.(89)


항공기 조종사들은 좋은 착륙을 좋은 접근이라고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회의는 좋은 준비의 결과물이죠.”
-
빌 게이츠(129)


나쁜 습관의 일종인 중독또한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며, ‘중독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의지력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이해와 마찰력을 이용하고 보상을 통한 내재화해야 극복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습관을 둘러싼 환경을 바꿔 의식적 자아가 해내지 못한 일을 성취해낸 것이다.
흡연하는 환경을 방해하면 흡연하는 습관도 방해받는다.
, 흡연이라는 습관의 폐해에 제대로 반격을 가하려면,
그 습관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중독에 맞서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측면을 공략해 치고 들어가야 한다.(146)


새로운 목표를 방해하는 기존의 습관은 즉시 사라지는 게 아니다.
좋은 습관으로 향하는 의지가 시들해지는 순간
나쁜 습관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221)


좋은 습관은 예측 불가능한 스트레스의 시대에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 유일한 피난처다.
습관은 심리적 긴장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번성한다.
우리의 의지력과 인내심과 끈기와 결단력이
삶의 풍파에 휘둘리고 휘청거릴 때도 습관의 실행력은 오히려 촉진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습관 촉진이라고 명명한다.(260)


좋은 습관을 위해 우선 자신을 용서하고 상황을 평가해 삶을 쉽게 말라는 충고는 목표가 작심삼일로 끝나는 나에게 위로를 전해주며, 다시금 새로운 방법으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우선 자신을 용서한 다음,
당신이 살고 있는 상황을 평가하여 자신의 삶을 더 쉽게 만드는 일에 착수하라.
그렇게 하면 우리의 인생에는 좋은 습관만 굴러들어 올 것이다.(1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슛뚜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슛뚜 지음, 상상출판, 2020.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는 여행과 사진, 글쓰기를 좋아하는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슛뚜가 4년 간 21개 도시를 여행하며 쓴 여행기를 묶어 낸 여행 에세이다.


여행했던 각 도시별로 감각적인 사진과 함께 낯선 일상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52가지 에피소드로 담겨있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저자 슛뚜와 여행 동반자가 된 듯 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썩 좋지 않은 기분에 지레 짐작으로 방향을 잡아 걸었다.
온통 꽃밭이었다. 길을 헤매다 만난 곳에는 벤치가 있었다.
남자가 여자의 무릎에 고개를 대고 누워 있었고,
여자는 사랑스럽다는 듯 그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었다.
일순간 그들이 사는 그림 액자 속에 갑자기 빨려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좀 전에 일진이 사납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없었다면
보지 못했을 광경.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돌아서서 다시 걷는 나는 어느새 싱글벙글이었다.
이때부터 여행하다 길을 잃는 것에 기대를 품기 시작했다. (85)


특히 이 부분을 읽을 때에는 내가 그 광경을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여행에서의 낯선 일상 이야기와 그에 들어맞는 사진이 함께하며, 저자는 독자를 여행의 동반자로 매 순간 초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유명 관광지에서의 짜릿한 경험이나 그곳을 담아낸 멋진 사진 한 장 없이도 책에 나온 도시를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들게 만드는 건 오롯이 눈 앞에 현재의 것들에 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86) 깨달은 작가의 진솔함과 그 진솔함을 담아내고 있는 사진들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반문한다.
여행은 여유 있는 사람들만 갈 수 있는 거라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여행함으로써 여유가 생긴다고 믿는다.
지갑의 여유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더 중요하니까. (313)


책을 다 읽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내가 보였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에 더하기를 잘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매 순간 긴장의 끈을 스스로 잡고 있는 나에게 슛뚜처럼 일단 저지르고 보는 여행을 선물해 주는 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변종의 늑대 - '촉'과 '야성'으로 오늘을 점령한 파괴자들
김영록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변종의 늑대, 김영록 지음, 쌤앤파커스, 2019.


<변종의 늑대>는 스타트업 생태학자이자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넥스트챌린지재단의 김영록 대표가 스타트업 현장에서의 10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현재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스타트업의 생태계와 기업가정신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가 10여 년간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고 관찰한 결과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사냥을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집요함이 늑대와 닮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냥 늑대가 아니라 이전 세대와는 다른 특징을 가진 기존에 쓰던 백신이 통하지 않는 돌연변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을 <변종의 늑대>라 지었다고 한다.


어느 순간 그들이 늑대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늑대는 흔히 집단생활을 하는데, 단결력이 어느 동물 못지않게 대단하다.
또 한 번 사냥을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집요함도 있다.
누군가가 그들에게 위협을 가하면 더 사납게 대응하는 근성까지 갖추고 있다.
현장에서 본 스타트업들은 이런 늑대의 모습을 꼭 닮았다.
집단을 이뤄 서로 교감하고 정보를 나누고 발전하는 방향을 추구하지만,
성공적인 아이디어를 앞세워 기존의 기업들이 만들어놓은 질서를
여지없이 파괴해 버린다.(19)


지금의 세대는 공정성에 대한 이슈도 매우 민감하게 생각한다.()
호갱이 되고 싶지 않다.”()
내가 다니는 회사, 내가 만드는 서비스 역시 호갱을 유도해서는 안 된다라는
정의감으로 승화되고 있다.(44~45)


최근 창업하는 사람들 사이에 피봇이라는
매우 가볍고 발랄한 개념이 도입되었다.(
)
죽을 것 같이 힘들 때 곧바로 꾀돌이처럼 변신하여 이라흔 방식이다.
사업의 방향을 전환시킨다는 의미로,
스타트업이 선택할 수 있는 매우 유력한 생존 도구이기도 하다.(56)


<변종의 늑대>는 스타트업에 대한 정의와 이들이 주축이 된 창업 트렌드에 대해서 이야기로 시작한다. 현재 스타트업이라는 용어와 벤처기업이라는 용어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제도권에 흡수된벤처기업 보다는 스타트업이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을 뜻한다고 한다.


벤처기업이 되려면 이런 조건에 부합해야 하며,
정부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원래 벤처라는 말은 사업상의 모험이나 위험을 무릅쓰고
전진하다는 의미가 강하다.
그러나 이런 맥락에서 보면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을 뜻하기보다는
이미 제도권에 흡수된 기업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52)


그리고 이어서 해외 국가와 스타트업의 사례를 보여주고, ‘배달의 민족등 국내 토종 스타트업의 사례로 전해주며, 마지막으로 국내에서도 스타트업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한 여러 제언을 하고 있다. 국가, 사회, 기업, 학교의 시스템도 변화해야 하지만 개인과 가정의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개인의 기업가정신을 기르기 위해 국가, 기업, 학교, 가정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은 비단 창업과 기업의 영역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보다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인상적이었다.


핀란드 스타트업의 역사에서()
알토대학교는 교육기관계의 어벤져스, 혁신의 전진기지이다.()
알토대학의 강점은 학생들의 실무 훈련만이 아니다.
창업가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업가정신도 배양한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면 사업 초반에 특히 실패할 일이 많기 마련이다.(..)
매년 1013일에는 실패의 날행사(에는) 교수, 학생, 창업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이 실패한 경험을 서로 나누는 것인데,
노키아의 명예 회장 요르마 올릴라 등 굵직한 창업가들도 대거 참여한다.(136~137)


스타트업의 생리를 알고,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여러 경험을 하다 보면,
단순히 돈을 버는 데 필요한 역량만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수많은 역량을 기르게 된다.(
)
스타트업을 하면서 가장 나 자신을 단단하게 해주는 역량()()
생존력이다.(205)


실패하는 청년들이 가진 공통적인 태도와 자세는 분명 존재한다.
가정이 행복한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가정이 불행한 이유는 대개 비슷하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218)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 ‘자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확신하건데,
창업의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이다.(230)


‘ ABF in Seoul 2018’ 미디어컨퍼런스에서 한 스타트업 대표()()
“(
블록체인) 사업을 해 나가는 데 있어서 변호사와 법률 검토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100개 중에 90개를 하지 말아야 한단다.
공무원들에게 제재를 받은 것도 수없이 많다.
해서는 안 된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237)


글로벌 누적 투자 상위 100대 스타트업 중에서
30%
는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가 없고,
13
개는 제한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을 뿐이다.(237)


기업가정신은 미국 경제학자 슘페터가 최초로 정의한 것으로,
이를 피터 드러커가 더 체계적으로 만들어 주창한 개념(
)
주요한 특징은 기회 포착, 위험 감수, 혁신성, 가치 창출, 창의성’(266)


스타트업의 기업가정신은 개인의 부를 축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혹은 일상생활에서 체감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투지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개척자 정신이 결합된 것이라 생각된다.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변종의 늑대>를 통해 다시금 기업가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 같고,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스타트업에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수익성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해당 스타트업이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하고, 투자자로서의 기업가정신도 되새겨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번에 끝내는 세계사 - 암기하지 않아도 읽기만 해도 흐름이 잡히는
시마자키 스스무 지음, 최미숙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번에 끝내는 세계사, 시마자키 스스무 지음, 최미숙 옮김, 북라이프, 2020.


사칙연산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빼기가 아닐까 싶다. 무언가를 더하고, 나누고, 배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빼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미니멀 라이프의 핵심도 빼기. 설득력 있는 기획서의 핵심도 빼기. 쌩떽쥐베리도 더 이상 추가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가 완벽한 상태라고 이야기했을 만큼 빼기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한번에 끝내는 세계사>는 전 인류 역사의 방대한 역사를 한 권에 담기 위해 완벽한빼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특정 지역에 한정해 서술하지도 않았으며, 연대순으로 기술하지도 않고 지도자, 경제, 종교, 지정학, 군사, 기후, 상품이라는 7가지 테마로 동서양은 물론 고대와 현대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흔히 역사를 기술할 때 연대순으로 기술하면서 국가의 흥망을 다루다 보니, 전쟁의 역사에 치우치게 되는데, <한번에 끝내는 세계사>는 군사적인 이야기에만 그치지 않고, 정치, 경제, 종교, 문화 등 다양한 시각으로 역사를 조망하고 있다.


부제 처럼 암기하지 않아도 읽기만 해도 흐름이 잡히는책이다. 릿쿄대학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하고, 출판사에서 역사 잡지를 다루는 출판 편집자로 근무했다는 저자는 현재 세계사를 중심으로 한 역사 전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방대한 역사적 사실들 중에서 유사한 사실들을 묶고, 장황하지 않고 어렵지 않게 쉽게 축약한 저자의 서술이 놀랍다. “테마가 있는 세계사 알...이라 할 만하다.


이 책에 담긴 7가지 테마의 62가지 이야기 모두 흥미롭지만, 종교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각 종교마다 수많은 종파가 가지처럼 뻗어 있어 하나의 종교를 한 권으로 요약하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유대교, 불교, 유교와 도교, 그리스도교, 동방정교, 동방교회, 이슬람 등 거의 모든 종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각 종교의 종파에 대한 핵심내용까지 담고 있다. 각 종교, 종파를 한 문단으로 요약 비교하니 이해가 쉬웠다.


중동의 예루살렘은 어떤 의미에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약고라고 할 수 있다.
주요 교역로에서 크게 벗어난 데다
생활용수의 자급률이 낮아서 전략적 가치가 없는 땅인데도,
3
대 일신교(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의 성지라는 이유로
치열한 쟁탈지가 되었기 때문이다.(116)


그리스도교에서의 예루살렘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 및 승천의 땅이라는 이유로 최대의 성지로 여겨는 곳이다.()
성분묘 교회 내부에 있는 예수의 묘를 둘러싸고는
그리스도교의 각 종파 사이에서 관리권 싸움이 치열하고,(
)
관리권을 둘러싼 분쟁은 최후의 만찬 기념 경당과
베들레헴 성탄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예수가 최후의 만찬을 했다는 방을 둘러싸고
종파 간의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방 열쇠를
무슬림에게 맡기고 있다.(117~118)


<한번에 끝내는 세계사>에는 우리의 제주도 신화가 소개되어 있다. 우리의 신화가 소개된 것이 반갑기도 했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문전본풀이에 대한 내용이다.


사람들은 정기적인 수확물을 신의 은총으로 이해하고
그 기원을 이야기하는 신화를 창조해 냈다.
신화학의 세계에서는 음식 기원 신화를 크게 두 유형,
하인벨레(Hainuwele)프로메테우스(Prometheus)으로 분류한다.
전자는 신이나 신과 비견할 만한 존재의 사체에서 음식이 기원했다는 것이고,
후자는 신이 인간을 위해 천계로부터 음식의 원료를 훔쳐다 주었다는 것이다.
(202~203
)


하이누벨레형 신화의 예로 한국 제주도의 문전본풀이신화를 들 수 있다.
이 신화의 마지막 내용에 따르면, 본부인으로 가장한 계모가
일곱 형제의 막내에게 들켜서 변소로 도망쳐 목을 매 자살을 한다.
그러자 아들들은 계모 사체를 다른 생물들로 화신시키는데
머리에서 돼지 먹이통이 생기고, 머리카락은 해조류, 귀는 소라, 손톱은 군부(딱지조개),
입은 솔치(물고기), 음부는 전복, 항문은 말미잘, 간은 해삼, 창자는 뱀,
배꼽은 굼벵이, 몸뚱아리는 각다귀와 모기가 되었다고 한다.(203)


문전본풀이는 제주도 무속에서 구송되는 것으로, 집안의 여러 공간, 즉 올레주목정쌀과 동서남북중앙 및 앞문, 뒷문, 그리고 조왕 및 측간을 지키는 신들에 관한 본풀이(한국민속대백과사전)이라고 한다. 문전은 문신(門神)을 나타내며, 본풀이는 무속신의 근본내력을 구비서사시의 형식으로 풀어낸 것으로 일종의 신화라 할 수 있으며, ‘문전본풀이는 집을 새로 짓거나 증축했을 때 행하는 굿에서 구송된다고 한다.


정랑에 목이 걸려 죽은 아비(남선비)는 집터와 집안 대지를 지키는 주목지신이 되었고, 일곱 형제는 동,,,,중앙을 지키는 대장군이 되고, 여섯째는 뒷문을, 그리고 가장 영리한 일곱째는 일문(앞문)의 신이 되었다고 하다.

한편 계모에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고 일곱 형제의 도움으로 환생한 본부인은 부엌의 신’(조왕)이 되고, 변소로 도망쳐 목을 매 자살한 계모는 변소의 신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에 집을 지을 때에는 부엌과 변소를 멀리했고, 변소에서 사용하던 것은 절대로 부엌에 들이지 않았다고 한다.(<제주도 신화>, 현용준, 서문당, 198)


<한번에 끝내는 세계사>는 방대한 역사를 한 권에 담다 보니 깊이 면에서는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세계사에 대한 흐름을 잡고, 추가적으로 궁금한 점이 있다면 다른 책들을 참고하여 깊이를 더하면 좋을 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