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첩보전 2 - 안개에 잠긴 형주
허무 지음, 홍민경 옮김 / 살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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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첩보전 2, 허무 지음, 홍민경 옮김, 살림, 2020.


<삼국지 첩보전 2>는 관우가 최후를 맞는 맥성 전투를 전후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삼국지>로 숨가쁘게 읽어오다가 맥성 전투에서 관우가 죽는 장면에서 책을 덮는 사람도 있다. 관우의 죽음 이후 의형제를 잃은 유비와 장비의 비이성적 행동들에 실망하여 책을 덮는 사람들도 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이 때 관우가 죽지 않았다면이라는 주제로 열띤 논쟁을 하기도 한다.


<삼국지 첩보전 2>는 단순히 관우가 죽지 않았더라면이라는 가정으로 전개되지 않는다.<삼국지연의>에 없는 사람은 나와도, <삼국지연의>에 나온 사람의 운명을 거스르지는 않는다. 그만큼 결과를 알고 봐도 혹시나 하는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삼국지 첩보전 1>의 조위 진주조 교위 가일은 우여곡절 끝이 한선의 도움으로 동오의 첩보부대 해번영으로 옮기게 된다. 조위, 촉한, 동오가 적벽대전 이후 삼국으로 나눠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가 갖추어진 시기에 형주는 이들을 대립의 소용돌이로 몰아 넣을 불씨였다. 이러한 가운데 삼국의 첩보부대가 형주를 배경으로 속고 속이는 치열한 첩보전을 치르게 된다.


<삼국지연의>에서는 주목하지 않았던 삼국이 처해 있는 상황과, 각 지역의 정치적 이해관계, 각 장수 간의 파벌 등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해석은 <삼국지>, <삼국지연의>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삼국지>, <삼국지연의>의 이야기 흐름을 바꾸지 않고, 프리메이슨 같은 비밀결사조직 한선과 삼국의 첩보전을 녹여낸 작가의 상상력이 놀랍다.


<삼국지 첩보전><삼국지연의>를 다시금 들춰보게 만들고, 정주행하게 만든다. <삼국지 첩보전>4권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쉽다.


사람한테 가장 중요한 건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니까요.
사랑이나 미움, 증오, 원한, 이런 감정은 헛되고
아무 실속 없는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죠.
지금 당장은 잃어버린 것 때문에 고통스럽고,
얻을 수 없는 것 때문에 초조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살아 있기만 하면 무한한 가능성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70)


참는 것도 물러설 곳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오.
처음부터 계속 참고 넘어갔더니 (
) 날로 더 기고만장해지더군.
퇴로가 없는 이상 본때를 한번 보여주는 수밖에.(127)


인간의 가장 큰 비애는, 무슨 선택을 해도 자신의 인생을
마음먹은 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어떤 선택들은 도리어 당신의 인생을 절망 속으로 몰아넣기도 할 겁니다.”
(
)
하나, 내 뜻대로 마음껏 살 수 없다면,
아무리 오래 산다 한들 죽은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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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첩보전 1 - 정군산 암투
허무 지음, 홍민경 옮김 / 살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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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첩보전 1, 허무 지음, 홍민경 옮김, 살림, 2020.


소설 <삼국지연의>를 읽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많은 등장인물로 인해 중도에 책을 던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러 번 읽게 되는 마력이 있다. 혹자는 삼국지연의가 유비를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으니, 처음은 유비를 중심으로 읽고, 두 번째는 조조를 중심으로 읽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들이 인간의 다양한 내면을 보여주고 있어, 다양한 텍스트로 원용되듯이 삼국지연의는 분열된 국가의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관계에 처세에 대한 통찰의 텍스트로 원용되고 있다. 다양한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만큼 그들에 대한 호불호와 평가가 개인마다 다르다. 밤새워 논쟁해도 마르지 않는 소재이기도 하다.


<삼국지 첩보전><삼국지>에서 가장 유명한 전쟁에서 펼쳐졌을 위, , 오 삼국의 첩보전을 소설로 그렸다. 1권은 219년의 정군산 전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정군산 전투는 촉한의 유비와 조위의 조조가 한중을 놓고 격전을 벌이는 한중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이다. 촉한의 황충이 조위의 하후연을 무찌르며 정군산을 차지함으로써 한중 전투의 승기를 잡고 촉한은 마침내 한중을 차지하게 된다.


이 정군산 전투에서 위의 첩보부대 진주조와 촉의 첩보부대 군의사가 치열한 첩보전을 치룬다는 것이 <삼국지 첩보전> 1권의 이야기이다. 정군산 전투에서 군사력이 월등한 하후연 부대는 거짓 정보에 속아 황충에게 대패하고, 하후연은 전사한다. 이때 한선이라는 첩자에 의해 군사기밀이 유출되어 군사력이 월등한 하후연 부대가 패했고, 조위의 조정은 한선을 찾기에 혈안이 된다.


책소개에는 ‘<삼국지>가 양지의 이야기라면 <삼국지첩보전>은 음지의 이야기라고 했는데, 정말로 <삼국지>, <삼국지연의>가 큰 파도의 이야기라면, <삼국지첩보전>은 수면 아래를 흐르는 해류의 이야기 같다. <삼국지>, <삼국지연의>는 제후, 대장군 등 높은 관직의 잘 알려진 인물들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삼국지첩보전>은 제후, 대장군들의 이야기 속에 그간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던 인물들과 낮은 관직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오랜 시간 알고 지냈다고 해서 서로 흉허물 없는 사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은 몇십 년을 알고 지냈는데도 마냥 싫고,
또 어떤 사람은 단 한 번 봤을 뿐인데도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
술은 있는데 사람은 가고 없구나.
술을 마주하고 노래한들 다 무슨 소용인가?(152)


천하에 친구라고 쉽게 말할 사람은 많으나,
자신을 알아주는 단 한 명의 벗을 구하기는 어렵다.
만약 양심에 부끄러울 것이 없다면 다른 사람의 평을 왜 두려워하겠는가?(220)


기회처럼 보이는 것들의 대부분은 함정인 경우가 많다.
노련한 여우는 위험을 알아채고 나서야 대비하는 미련한 짓을 하지 않는다.
노련한 여우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할 수 있다.(260)


한선을 찾기 위한 여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퍼즐 조각을 맞추면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고, 모든 퍼즐을 맞추지 않아도 유추할 수 있는데, ‘한선은 마지막 퍼즐을 맞춰야만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배신과 의심이 난무하는 어두침침한 상황에서 가일과 전천의 로맨스가 밝은 빛을 비춰주기도 하지만, TV 드라마 <다모>를 연상하게 하고, 전체 줄거리에서 꼭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어 아쉬웠다. ‘한선을 찾기 위한 퍼즐 맞추기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한다. 2~4권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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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의 과학 - 스타트업이 반드시 직면하는 모든 문제의 99% 해결법
다도코로 마사유키 지음, 이자영 옮김 / 한빛미디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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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창업의 과학, 다도코로 마사유키 지음, 이자영 옮김, 한빛미디어, 2020.


<창업의 과학>은 일본과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경영컨설팅 회사의 최고전략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다도코로 마사유키가 쓴 책이다. 저자는 일본에서 네 번, 미국에서 한 번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기업 내 신규 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에 마주하는 창업가들이 실패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자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창업자는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마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아이디어 검증에서 사업 확장까지 단계별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소개하므로 초보 창업자라도 스타트업이
적절한 방향을 향해 가는 중인지 확인하고,
사업 확장 시기를 적절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저자 서문)


창업자가 스타트업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사업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이후 솔루션과 제품을 검증하고 사업 확장을 준비하는 과정을 스무 단계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실패하지 않는 스타트업을 만드는다양한 툴킷을 활용하여, 아이디어 검증, 문제 검증을 하고, ‘구축-측정-학습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솔루션이 문제를 해결하는지 검증하도록 돕고 있다. 사업과정에서 봉착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누가 봐도 좋은 아이디어는 선택해서는 안 되는 아이디어다.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에게 말했을 때
대부분 좋다고 맞장구쳐줄 만한 아이디어를 찾아 헤매서는 안 된다.
사실 세상은 아무도 손대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디어를 내세운 스타트업이 바꿔왔다.(23)


대기업은 기존 사용자의 기존 문제에 대해 솔루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기존 상품의 개선은 점진적 이노베이션이 특기인 대기업에 맡기면 된다.
스타트업은(
) 기존의 형식을 전제부터 뒤집는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26)


시장에 대체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으며, 전례도 업고, 기존 소비자도 없다.
이런 곳을 발견해서 PMF를 달성할 수 있다면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33)


최근 저성장이 보편화되는 뉴노멀 시대에 대기업의 일자리 확대는 요원해 보이고, 일자리 확대를 위해서는 창업 활성화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정부도 벤처기업, 스타트업 창업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고, 개인투자자에게 높은 투자 시장의 장벽도 낮추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는 문제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개인 엔젤투자자는 기존 기업과 다른 스타트업의 생리를 이해함으로써 성공하는 스타트업을 고르는 안목을 길러,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일에서 즐거움과 만족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스타트업은 단순히 일이 아니라 한 발짝 더 나아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때 느끼는 보람,
고객이 만족할 때 느끼는 기쁨을 추구하는 것이 좋다.
스타트업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하나의 탈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창업가와 창업 멤버는 개인의 즐거움 이상을 추구하는 존재여야 한다.(118)


실패하지 않는 스타트업을 만드는 것은 과학이라고 믿는다.(저자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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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가 OK하는 책쓰기 : 악마 편집자가 신랄하게 알려준다! - 책 기획, 책 쓰기, 글쓰기, 마케팅, 저작권을 한 권에
최현우 지음 / 한빛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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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가 OK하는 책쓰기, 최현우 지음, 한빛미디어, 2020.


<출판사가 OK하는 책쓰기>실용서 작가를 위한 실전 출판 안내서이다. 저자 최현우는 한빛미디어 편집자로 10년간 100여 권의 책을 출간했고, 시중에 출판 전반을 이해하고 저자와 편집자가 협업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 없어 직접 펴냈다고 한다.


한 권의 책이 독자와 만나기까지의 전 과정, 즉 책쓰기와 실용서집필에 적합한 글쓰기도 함께 다루고 있다. 먼저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신이 책쓰기 적성에 맞는지 여부를 자가 진단해보고, 출판 시장, 인세 수입, 편집자의 역할 등 잘못 알고 있는 부분들을 바로잡는 것으로 시작한다.


편집자가 하는 일은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기획 주제를 찾고, 저자를 섭외하고,
콘셉트와 포지션을 정하고, 목차를 제안하고, 글을 교정/교열/윤문하고,
표지 디자인을 고안해 원하는 표지를 도출하고, 심지어 제작이나 홍보에도 관여합니다.(23)


책쓰기는 투자 대비 효과가 낮습니다.
그래서 책을 처음으로 쓰시려는 분께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친구와 동남아 여행을 다녀올 돈을 버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집필하시겠습니까?”(39)


좋은 편집자가 있는 출판사에 투고하세요.”
그럼 좋은 편집자가 여러분을 멘붕에 빠트릴 겁니다.
왜냐하면 좋은 편집자는 여러분이 더 좋은 책을 쓰도록
끝없이 잔소리를 하거든요.(46)


글쓰기 이것만은 지키자
1.
쉼표를 남용하지 마세요.
2.
묶음 표시를 오용하지 마세요.
3.
서술어를 짧게 쓰세요.
4.
독자에게 자랑하지 마세요.(54)


좋은 글을 쓰는 방법
1.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도록 구성하라.
2.
읽기 쉬운 말로 문장을 작성하라.(114)


편집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더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작가의 처음 계획에서 많은 부분이 달라질 수 있으니 절대 다 쓴 원고를 넘기지 말라고 한다. , 글을 다쓰고 투고하는 것이 아니라 집필계획서와 샘플 원고 정도 쓰고, 집필 제안을 하라고 거듭해서 강조한다.


또한 경쟁력 있는 책을 출판하기 위한 기획과정과 집필 계획서를 작성해 출판사에 투고하고, 출간 후 마케팅 과정까지 소개하고 독자가 직접 실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리고 법적 분쟁을 피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과 출판계약서까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출판사가 OK하는 책쓰기>를 통해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다시금 깨닫는다. 표지에 편집자의 이름이 표기되지 않지만, 책을 출판하는데 있어 많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책 하나 내는데 편집자의 요구가 너무 많고 까다로운 것 아닌가 싶었는데, 결국 좋은 책을 독자에게 전달하기위한 노력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출판에 대한 환상과 막연한 두려움을 깨고, 출판, 편집 과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좋은 책을 내기 위한 악마 편집자와의 만남은 모든 것을 잃고 마는 악마와의 계약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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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시대의 탄생 - 1980년대의 시간정치
김학선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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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시대의 탄생, 김학선 지음, 창비, 2020.


세슘 원자(133-55Cs)가 흡수하는 전자기파가 9,192,631,770번 진동하는데 걸리는 시간.

1.


왜 이렇게 복잡하게 정의해야만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하루를 24시간으로, 1시간을 60분으로, 1분을 60초로 나누는 규칙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다. 12진법과 60진법을 사용하던 문명에 의해 정해졌다고 하는데, 어쨌든 지금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절대적인 시간이 되었다.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자의적이란 생각이 든다.


흔히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시간이라고 한다. 부자든 가난한자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주어진 시간은 24시간으로 똑같다고 이야기한다. 정말 그럴까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었다. 인류 역사에서 모든 시민이 시간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갖게 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시간은 통치자의 것이었다. 시간을 측정하는 것은 통치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이를 시도하는 것은 역모였다.


한 국가의 표준시는 국민의 생체리듬에 맞아야 하고,
혼란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세계협정시(UTC)와의 시간 환산이 용이해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표준시는 학문적 연구나 국민적 합의에 의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과 정권의 변동에 의해 영향을 받곤 했다.(176)


국경일, 법정기념일 제도는 근대적 국민국가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시간이라는 차원에서 국가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국가와 국민의 일체감을 기념하고 상징화하는 기제이다.(195)


국경일은 법률로 제정되는 데 비해
법정공휴일은 대통령령으로 규정된다.
따라서 법정공휴일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지도자의 통치철학과
정권의 필요에 의해 변화를 보여왔다.
그런데 명절의 경우는 일관되게
근대적 국민국가의 시간제도인 법정공휴일에 공식적으로 편입되지 못했다.(200)


전제군주국이 아닌 대한민국에서는 건국부터 지금까지 시간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살았을까? 이 의문을 풀어줄 책이 <24시간 시대의 탄생>이다. 대한민국 70여 년의 역사에서 24시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가진 것은 불과 4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절대권력을 가진 통치자에 의해 시간은 통치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고 이야기한다. 야행통행금지 시간부터 표준시, 국경일까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시간이 어떻게 정해졌고,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 수 있다. 대한민국 시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시간 빈곤의 문제는
단순히 한 개인의 게으름이나 나태함 때문이라기보다는
시간과 돈의 구조적 연결에 기인한 것이다.(23)


1981930일에 1988년 올림픽의 서울 유치가 결정된 이후,
야간통행금지제도의 해제 문제가 공론화되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8215일 자정부로
대한민국 사회는 야간통행의 자유를 얻어 하루 24시간을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42)


야간통행금지 해제 초기에는 심야시간 네시간에 대한 규제가 사라짐으로 인해
그만큼 여유시간과 자유시간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망과 달랐다.
노동자들의 자유시간은 조국 선진화에 동원되거나 소비 열풍에 편입되었다.
그리고 학생들의 자유시간은 입시를 위한 경쟁의 시간에 잠식되었다.(60)


심야 활동시간에 대한 제약이 없어지자 야간통금 해제 이전보다
야근, 야간자율학습 등이 일상화되기 시작했다.
또한 야간통금 해제 이전에는 대부분의 노동이 자정 이전에 끝나야 했기 때문에
불가능했던 심야작업과 철야근무 등도 가능해졌다.
24시간 멈추지 않고 2교대나 3교대로 작업이 이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61)


1980년대에 극장에서의 애국가 상영, 국기에 대한 맹세, 국기 하강식은
애국가와 국기에 대한 예를 표하는 것을 국가에 대한 충성과 등치시키고,
국가에 대한 충성이 현 정권에 대한 동의나 협력과
동일한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기제였다.
이렇게 애국심을 강제하는 국기하강식 등은 신군부 정권이
개방과 자율을 표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획일적이고 억압적인 방식으로 국가주의를 강화하고자 했음을 보여준다.(103)


1980년대에 일상적으로 요구되었던,
애국심을 표현하는 시간으로서의 국기하강식은 그 획일성과 의례성 때문에
정부에서 불허하는 시위를 할 때 시위의 시작시간을 정하는 데 활용되기도 했다.
1987
6월 민주화운동 때 시위의 시작시간은
국기하강ㅇ식이 있는 오후 6시로 정해지곤 했다.(111)


당시 텔레비전 방송은 소위 땡전뉴스라고 지칭될 만큼
뉴스시간을 통해 전두환 대통령의 정치일정 장면을 주기적으로 안방에 전달함으로써
전두환 대통령을 새 시대의 정치지도자로 각인되게 했다.(
)
당시 시청자들은 공영방송체제에서 상업광고가 계속되고
일명 땡전 뉴스라고 칭해지는 뉴스프로그램의 보도양태에 대해
거부감을 표현했는데, 그 방법은 시청료 거부운동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1986년에 이르러서는 범국민운동본부가 발족되면서
야당
ž재야ž시민단체 등이 협력해서 전국민운동이 되었다.(163~165)


흑백텔레비전 시기에는 수신료가 800원이었지만 컬러방송이 시작되면서
컬러TV 수신료로 2500원이 부과되었다.
이전과 비교해서 3배가 넘는 수신료였지만 초기에는 별다른 저항이 없었다.
하지만 신군부 정권의 언론 통제로 인해 공영방송의 편파성이 심해지고
수신료 징수에도 불구하고 상업광고를 계속하는 것에 대해
시청자들은 수신료를 내지 않는 방법으로 항의(
)
시청자들은 수신료시청료라고 명명하고 KBS 시청을 거부했다.
이로써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건전성은
수신료를 받기 위해 필요조건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166)


1988년에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국회청문회가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되었다.()
첫 국회청문회는 5공 청문회였다.
처음에는 녹화방송이었는데 이후 생중계로 바뀌면서 시청률이 62%까지 치솟았다.
이 청문회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주목은 서울올림픽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169)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된 것이 1982. 그 이후에는 TV, 라디오 등 언론통제를 통해 24시간을 동원했다고 한다. ‘땡전뉴스’. TV 뉴스 시보가 하고 울리면 전두환 각하께서는으로 시작하는 뉴스를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 언론이 부르는 용비어천가이다. 80년대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기레기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14035003

https://www.youtube.com/watch?v=jrO6ix3Px8M

https://www.youtube.com/watch?v=8TGPsqT0zL8

https://www.youtube.com/watch?v=N-ME8dkhLSI

‘5공 시절의 옛일이라고 웃어넘기기 쉽지 않다. 현재의 언론 구조라면 언제든 정권을 향한 용비어천가는 또 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생각에 씁쓸하다. 또한 1989TV를 통해 외친 무전유죄, 유전무죄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고, 아니 보다 더 심해졌으니 과연 우리 사회는 진일보하고 있는 것인가 싶다.


탈주범 중 한명인 지강헌이 텔레비전 생중계를 요구했고,
방송사는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탈주범들의 인질극을
일요일 아침시간에 각 가정의 안방으로 생중계했다.
그때 지강헌이 한 말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였다.
그 전해에 전두환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이 새마을 비리로 인해
70
억원대의 횡령과 탈세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는데,
지강헌은 500여만원을 훔친 죄로
징역 7년에 보호감호 10년을 선고받았었다.(
)
5
공 비리와 올림픽 이후 심화된 사회 양극화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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