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실한 마음 델핀 드 비강의 마음시리즈 1
델핀 드 비강 지음, 윤석헌 옮김 / 레모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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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한 마음, 델핀 드 비강 지음, 윤석헌 옮김, 레모, 2019

<충실한 마음>은 저자 델핀 드 비강이 개인과 또 가족과 혹은 사회와 연결된 다양한 현태의 충실함을 우리가 사는 오늘날의 모습을 그리며쓴 소설이라고 한다.


각각의 인물은 의식적으로든, 그렇지 않든, 스스로에게 충실함을 묻습니다.
가족, 집단, 자신이 속한 사회계층, 배우자, 어린 시절,
혹은 조금 더 젊었을 때 했던 다짐 같은 것에 대해 충실한지를 묻는 거지요.
충실함은 우리를 만들고, 우리를 구성하며, 우리가 지키려 노력하는 가치가 됩니다.
그러나 때로는 충실함은 우리를 가두고, 우리를 가로막기도 합니다.(6)


<충실한 마음>은 네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12살 테오와 마티스, 이들의 학교 선생님인 엘렌, 그리고 마티스의 어머니 세실이 그들이다. 네 명의 주인공이 돌아가며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화자는 3명인 점이 독특하다. 성인인 엘렌과 세실은 1인칭 시점으로 그리고 아이들인 테오와 마티스는 3인칭 시점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주인공들에게 있어 충실한 마음은 무엇일까?

충실한 마음이란 가족, 친구, 직장 등의 인간관계 안에서 맺어진 무언의 약속이나 어린 시절 했던 다짐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무언의 약속이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말로 표현하지 않거나 표현하지 못하고 감내하는 것으로 네 명의 주인공은 각자 이 무언의 약속’, ‘충실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중학생인 테오는 이혼한 부모님이 일주일씩 양육하는 상황에서 부모 각자가 자신을 건사하는 것도 힘겨워하는 상황에서 방치되어 제대로 양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재결합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이 현상을 유지하고자하는 무언의 약속을 가지고 부모에게 자신이 잘 지내는 것처럼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테오는 이명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이 또한 현재의 현상을 유지하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아 부모나 선생님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알코올에 의존하게 된다. 이 선의의 거짓말이 테오가 가진 무언의 약속이고, 가족을 지키고,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충실한 마음이다.


부모는 그의 존재를 잊었다.
그게 아니라면 그가 너무 어려 이해하지도, 기억하지도 못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견고하고 어딘지 모르게 역겨운 무엇인가를 담고 있다는
바로 그 이유로 그는 그 말들을 기억할 것이다.(33)


어쩌면 뭔가를 바로잡거나 제대로 돌아가게 해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둘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뭐라고 말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기에,
이 모든게 자신에게 얼마나 버거운지 알기에,
그리고 자신이 그만큼 강하지 않음을 알기에,
어쩌면 그저 어둠 속에 앉아 의자 다리 사이로
두 다리를 흔들어대기만 할지도 모르겠다.(82)


그는 엄마의 품으로 숨어들고 싶다.
생생한 엄마의 향기를 맡으며 진정하고 싶다.(
)
엄마는 그를 안아줄 수 없다. 엄마는() 그를 거북하게 바라볼 뿐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만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리라.
별일 아니야. 잘될 거야. 아빠는 좋아질 거야.
내가 아빠를 도울 거야.(143~144)


그는 뇌를 일종의 대기 모드 상태로 유지시키고 싶다. 무의식의 상태.
그에게만 들리는, 난데없이 밤에 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벌건 대낮에도 들리는
그 날카로운 소리가 끝내 멈추기를 바란다.(
)
알코올성 혼수상태() 그는 이 단어들을 좋아한다.
그 소리를, 약속을 좋아한다.
그 누구에게도 빚진 것 없이 사라지는 순간,
어김없이 지워지는 순간이라는 약속.(145~146)


마티스는 중학교 첫날, 같은 반에 아는 학생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테오와 짝궁이 된 것을 계기로 친구가 된다. 놀이로 시작한 알코올에 테오가 집착하는 모습에 불안하지만 이 우정을 깨고 싶지 않아, 부모나 선생님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는 무언의 약속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말을 하지 않고도 서로 어울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서로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사회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말이 필요 없는 무언의 공동체.
추상적이고 일시적인, 하지만 서로가 알아볼 수 있는 신호들.
이런 걸 무엇이라 명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이제 떨어지지 않는다.(51~52)


마티스는 테오의 침묵이 다른 이들에게 얼마나 인상적인지 안다.()
그는 결코 싸움을 하거나, 누굴 위협하지도 않는다.
그의 내부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그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막아준다.
그의 옆에서라면 마티스는 보호받는 느낌이다. 위험할 게 하나도 없다.(52)


그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어렸을 때로,
플라스틱 조각들을 조립하며 시간을 보내 던때로(
)
그는 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자신만 관련된 일이라면 그는 제안을 거절했을 터이다.()
테오가 모임을 거절하길 바랐다. 하지만 친구는 가겠다고 했고,
이미 계획까지 다 짜놓았다.(
)
마티스는 이 일에서 거리를 유지하고 싶다. 집에 있고 싶다.
아무 얘기도 더 알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테오 혼자 그들과 있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184~187)


테오와 마티스의 담임 선생님인 엘렌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다. 그래서 선생님이 된 이후로 아이들이 가정폭력을 당하지 않는지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고, 그러던 중 테오를 마주하게 된다. 테오의 무기력한 모습에 가정폭력을 의심하고 이를 확인하고자 과도하리만큼 집착한다. 이는 그의 어린 시절 자신의 다짐에 대한 무언의 약속’, ‘충실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정폭력 피해자로 누구보다 가정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높기에 자신의 학생들을 가정폭력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다짐이다.


그리고 엘렌은 아버지로부터의 폭력을 어머니에게 말하지 못하고 숨기는 무언의 약속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폭력도 참아내는 무언의 약속이 있음을 알기에 자신의 학생들은 가정폭력이라는 무언의 약속으로부터 고통받지 않기를 원한 것일 수 있다.


그 아이가 학대받는다고 생각했다.()
시선을 피하며 행동하는 아이만의 방식에 무언가가 깃들어 있었다.
내가 아는, 속속들이 아는 방식이었다.(
)
어린 시절 두들겨 맞았을 때, 나는 끝까지 그 흔적을 감추었다.
그러니 나를 속일 수는 없다.(13)


나는 일종의 선을 넘어섰다.
선은 이미 내 뒤쪽 저 멀리 있었다.
아세요, 부인? 아이들을 구멍 속이나 줄 끝자락에서 발견하면,
그땐 너무 늦은 거예요.”(
)
제 생각에는 테오를 병원에 데려가봐야 할 것 같아요.
건강한지, 뭔가 결핍이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보시는 게
…….
테오가 너무 피곤해하는 게 걱정이에요.”(92~94)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를 보호한다.
그 무언의 약속은 때때로 아이들을 죽음으로 이끈다.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무언가를 이제 나는 안다.
그래서 모르는 체할 수가 없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된다는 게 고작 이런 거구나.
잃어버린 것들과 잘못 끼운 첫 단추를 손보는 것.
그리고 우리가 어렸을 때 했던 약속들을 지키는 것.(168)


아버지와 나에게도 우리만의 놀이가 있다. TF1 채널의 예능 프로그램과 똑 같은 시간에.
그 놀이는 예고 없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시작된다.(
)
갑작스러운 질문이 날아오며 고통을 예고한다.()
첫 번째 오답. 머리통을 한 대 때린다.
두 번째 오답. 따귀가 날아온다.
세 번째 오답. 스툴 위에 앉아 있던 나를 밀어붙여 바닥에 넘어뜨린다.
네 번째 오답. 바닥에 쓰러진 내게 발길질한다.(
)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의 질문과 똑같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규칙은 매번 달라진다.(
)
나는 바닥에 누워 있다. 매번 그랬듯 땅바닥에.
일어나선 안된다. 이제 답을 하나도 모르겠다. 다음 매질을 예상한다.(38~39)


그리고 마티스의 엄마 세실은 남편과의 무언의 약속을 지니고 있다. 세실은 부부 간의 무언의 약속이란 부부모임에 갔을 때 배우자가 다소 과장된 이야기를 하더라도 정정하거나 바로잡아 체면을 구기지 않도록 암묵적 동의를 하게 되는 상황이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러한 세실의 무언의 약속은 어느 날 우연히 남편의 서재에서 버려진 종이에 적힌 글들을 발견한 이후 깨진다. 자신이 다 알고 있다고 믿었던 온화하고 가정적인 남편이 인터넷 공간에서는 인종차별과 여성혐오로 가득한 글들을 쏟아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남편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다짐에 충실하고자 노력한다.


커플로 살고 있든, 혹은 한때 커플로 살았든,
누구나 상대가 수수께끼라는 걸 안다.(
)
상대는 자신만의 비밀을 지키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라는 것.
침울하고 연약한 영혼이라는 것.
상대는 자신 안에 어린 시절의 일부와 비밀스러운 상처들을 숨기고,
고통스러운 감정과 어두운 심정을 억누르려 한다.(124)


우리와 함께 살고 잠들고 먹고 사랑을 나누는 바로 그 사람,
같은 생각을 하고 의견을 일치시키고
나아가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사람이,
가장 비열한 생각을 숨기고 수치심으로 우리를 물들이는
낯선 존재로 드러나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읽어본 적이 없다.
악마와 계약을 맺은 것만 같은, 근원을 알 수 없는 상대의
이런 부분을 발견한다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를 둘러싼 배경의 이면이 하수도의 곰팡내 풍기는

 늪지에 잠겨 있음을 알게 될 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125)


대개 사람들은 내게 두세 번의 질문을 던진다.
내가 일을 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면 대화는 다른 이에게로 슬그머니 넘어가고,
결코 내게는 돌아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가정주부에게 삶이 있다는 사실을,
관심사가 있다는 사실을, 적어도 할 말이 있다는 사실을 상상하지도 못한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해 가정주부도 감각적인 문장으로 말 할 수 있고,
의견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153)


그를 잠시 쳐다보았다.
처음엔 그저 아무 말 없이, 그러다가 물었다. 나한테 할 말 없어?(
)
그가 웃었다 가끔 거북함을 숨길 때 하듯이 코웃음을 쳤다.()
우리가 늘 나누던 집안일이나 일상적인 문제에서 벗어난 대화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는 망설였다. 아주 짧은 동안. 망설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윽고 그는 내 볼을 쓰다듬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답이 돌아왔을 대, 그는 이미 등을 돌린 후였다.
당신, 생각이 너무 많은 모양이야.”(197~198)


<충실한 마음>은 시작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어두운 색으로 덮여 있다. 회색지대처럼 우리 사회의 아픈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가정폭력, 아동학대, 양육방임, 청소년 음주, 사내 불륜, 여성 혐오, 여성 차별, 이중적 자아 등등. 그러나 <충실한 마음>은 이들을 가치 판단하지 않는다. 열린 결말로 끝맺음으로써 독자가 스스로 이러한 문제들에 생각하게끔 한다. 테오와 마티스는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를 넘어 내 안에 테오와 마티스와 같은 아이들이 있는 건 아닌지, 엘렌과 세실처럼 삶에 대한 다짐들,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그러한 신념들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질문하게 한다.


저자 델핀 드 비강도 충실함에는 파괴적 속성이 있어 이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자신에게 충실하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어요.
충실함을 파괴적인 속성을 지니기도 해요.
그러니 자신의 충실함을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221, 옮긴이의 말)


<충실한 마음>이 더 가슴아프게 다가오는 건, 나 또한 무엇인가 충실하고자 할 때 꼭 긍정적인 것에만 충실하지 않고, 부정적인 것에도 충실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올바르지 않은 무언의 약속’, ‘스스로의 다짐’. ‘신념들을 지키고자 할 때 모두가 불행해질 수 있으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충분히 부정적인 것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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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 - 여행홀릭 심리학자가 쓴 아주 특별한 여행 심리 안내서
제이미 커츠 지음, 박선령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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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 제이미 커츠 지음, 박선령 옮김, 쌤앤파커스, 2019


<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의 제목에서 듣기만 해도 설레임을 동반하는 행복’, ‘여행이란  단어의 조합이 눈에 띄었다. 여행이 일상화되었다고 이야기해도 무리가 되지 않을 요즘이지만 흔하디 흔한 여행이라도 생각만으로 입가에 미소 짓게 만드는 여행을 꿈꾸곤 한다. 그런 나에게 아주 특별한 여행 심리 안내서는 어떤 길을 보여줄 지 궁금증을 안고 책을 펼쳤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작가 제이미 커츠는 10대 후반에 경험한 해외여행에서 여행의 마력에 빠져 현재까지 전세계를 여행하고 있는 자칭 여행홀릭여행가이자 심리학자이다. 여행은 설렘, 호기심, 만족감, 두려움, 부담, 후회 등과 같은 이질적인 감정들을 동시에 준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이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궁극적으로 행복한 여행이란 무엇인지 깊이 연구하여 심리학적 개념들을 바탕으로 명쾌한 답을 내 놓은 것이 바로 <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이다.


행복한 여행을 위한 12가지 조언
1. 떠나 있는 시간이 길다고 좋은 건 아니다.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2.
어떤 곳에 갔는가 보다 어떤 태도를 갖느냐가 중요하다.
3.
기대감이 쌓이게 하자.
여행을 준비하며 계획하고 조사하는 것도 여행이 주는 즐거움의 일부다.
4.
여행지에서의 하루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자.
5.
여행을 갈 때는 평소 성격과 불안감, 습관 등도 함께 따라간다는 것을 명심하자.
6.
여행지가 아무리 아름답고 흥미진진해도
며칠만 지나면 익숙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7.
깊게 파고들자. 만난 사람들과 방문한 장소에 관한 배경 지식을 열심히 얻자.
8.
전자 장비는 필요할 때만 사용하자.
9.
다른 사람과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강렬한 경험이 될 것이다.
예약하기 전에 여행 동반자와 성격이 잘 맞는지 생각해보자.
10,
최고의 기분으로 여행을 끝내자. 마지막 날을 위한 특별한 계획을 마련하자.
11.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
귀환을 즐기면서 감사와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기회로 여기자.
12.
관심과 의욕이 있다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행복한 여행자가 될 수 있다.(372~373)


우선 이 책은 나에게 맞는 여행지를 찾기 위한 자아 탐색’, ‘후회 없는 여행을 위한 지혜로운 지출의 비밀’, 그리고 출발하기 전 기분을 고조시키는 방법까지 여행을 떠나기 전에 꼭 한 번 생각해 볼 만한 문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심리학적 관점에서 하나하나 짚어준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오로지 나를 위한 여행을 완성하는 몰입’, ‘스마트 폰을 내려 놓고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기’, ‘여행을 통해 관계를 시험하는 방법등 점차 자신을 위한 행복한 여행을 완성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행복한 여행자로 하루하루를 여행하듯 살아가는 기술을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며 넘치는 여행(일상생활) 정보속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어쩌면 쉽게 놓쳐 버릴 수 있는 나에 대한 고민과 여행(일상)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과 동시에 행복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법을 조금이나마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 그리고 실천하고 싶은 동기부여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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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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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이진송 지음, 다산책방, 2019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는 서른 아홉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이진송 작가의 평생에 걸친 운동 여정을 들려준다. 제목부터 무한 공감을 일으키며 단숨에 읽은 책에는 피식피식 참지 못하고 새어 나오는 웃음과 동시에 삶에 대한 예상치 못 한 사회적 담론이 담담히 담겨 있다.


# 다정도 체력
인성이라는 모호한 단어에는 타인과 관계를 맺는 태도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운동하고 체력을 단련하는 일은 단순히 나 혼자 잘 살려는 목적만이 아니라,
공정한 마음을 기르고 타인을 정확하게 사랑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다정하고 너그러울 수는 없겠지만,
그런 순간을 늘려가겠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운동복을 챙긴다. (20)


# 문무겸비 그녀
내가 뱁새의 장딴지라면 황은 황새 같다.
복싱은 필요할 땐 사정없이 강해질 필요가 있다는 걸 알려줬고,
주짓수는 그럼에도 부드러움과 여유를 잃지 말아야 함을 알려준 운동이라고
말하는 상황은 얼마전 주짓수 블루벨트가 되었다고 자랑했다.
부럽다, 나는 블루보틀 커피 줄이나 서고 있는데
(68)


# 운동은 금메달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실망하거나, 조바심을 내면 금방 질린다.
모든 운동이 그렇다. 우리가 해야 할 운동은 금메달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잘하거나 누군가를 이기거나 어디 대회에 출전할 필요는 없다. (164~165)


운동에서 성취는 중요하다, 그러나 성취가 운동의 전부는 아니다.
운동이 선물하는 특별한 경험은 종종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으로 깃든다. (168)


# ‘아픈 몸의 지속 가능한 운동
이미 아프기 시작한 몸, 앞으로 아플 수밖에 없는 몸, 아픔이 극복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일상이자 자기 자신 그 자체인 삶은 누구에게나 예기치 못하게 닥친다.
아픔과 질병은 관리의 실패나 일상의 붕괴가 아니라,
지금까지 와는 조금 다른 조건의 삶이 다시 시작되는 일이다.
병든 몸이라도 삶의 연속성은 유지된다.
건강의 개념과 기준을 새롭게 감각한다면 많은 것이 다시 보인다.(236~237)


자칭 운동센터 기부천사이진송 작가의 운동 역사는 지극히 평범하다. 평범한 독자인 나는 그 평범함이 좋았고 나와 다른 상황에서 운동을 바라보는 철학이 새로웠다.

운동은 하기 싫지만 나이가 들수록 운동의 필요성을 결국 몸으로 체득하여 운동을 해야만 하는 당위를 찾게 되는 평범한 우리. 실패와 도전이 무한 반복되는 운동의 굴레속에서 공감과 위로가 필요할 때, 사회적인 혐오, 배제, 차별에 만연해진 내가 초라해 보일 때가 있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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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정치를 꼭 알아야 하나요? - 세계적인 정치철학자 미리암 할머니가 들려주는 교과서 밖 생생한 정치 이야기
미리암 르보 달론 지음, 이정은 옮김 / 글담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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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정치를 꼭 알아야 하나요?, 미리암 르보 달론 지음, 이정은 옮김, 글담출판, 2019


<청소년이 정치를 꼭 알아야 하나요?>는 여성 정치철학자 미리안 르보 달론이 청소년에게들려주는 정치이야기이다. 청소년들이 정치에 대해 갖는 궁금점들을 질문하고 이에 대해 답변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청소년이 정치를 꼭 알아야 하나요?>는 총 다섯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치가 시작된 연원부터, 정치란 무엇인지, 그리고 정치의 유형과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정치활동을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현재 전세계적으로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혐오로 극우정치가 득세하며 민주주의가 비판받고 있지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마무리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모든 시민은 도시국가에 관련된 일에 대해
자기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고 그럴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
이건 오늘날 우리가 잊어버리기 쉽지만 아주 중요한 관점이야.
정치는 모든 사람의 일이며, 정치하기 위해서
특별한 능력이 필요한 건 아니라는 생각말이야(28)



헤겔은 주인은 오로지 자기한테 복종하는 다른 누군가가 있기 때문에
명령할 수 있다고 말했어.
만일 노예나 하인이 복종하기를 멈추면 주인은 권력을 잃는 거지
그러니까 주인 역시 자기에게 복종하는 사람에게 의존하는 거야.
권력은 바로 이런 파트너 사이의 관계를 의미하지.(32)


우리나라에서도 선거 연령을 낮추는 문제로 정치권이 뜨겁다. 18세면 주민등록증이 발급되고, 자동차 운전면허도 취득할 수 있으며, 군대도 갈 수 있는데, 참정권은 만 19세부터 부여되고 있어서 이를 만 18세로 낮출 것을 요구하는데, 정치권은 요지부동이다. 보통선거권이 주어지는 문제는 시민의 자격을 논하는 것인데, 쉽게 결정되는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선진국에서도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진지는 채 100년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 결코 쉽게 열리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이미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이다 보니, 결국은 확대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프랑스에서는 1848년에 만 21세 이상의 남자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지는 남성 보통선거가 생겼고, 1944년이 되어서야 여자도 투표권을 갖게 되었지.
그리고 영국에서는 1918년부터 남성 보통선거가 시작됐고
여성까지 포함하는 진정한 의미의 보통선거는 1928년에나 실시되었지,
한국은 신생 정부여서 1948년 정부 출범 당시
이미 여성에게 참정권과 투표권이 주어졌어.(79~80)


<청소년이 정치를 꼭 알아야 하나요?>는 서두에도 이야기했듯, 할머니가 정치에 대한 손녀의 물음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비교적 쉽게 쓰여져 있다. 하지만, 일부 설명은 비약이 있어 어른이 읽어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프랑스의 정치제도와 우리나의 정치제도의 차이, 프랑스 민주주의의 역사와 우리의 민주주의 변천사가 같이 않기에 그럴수도 있지만, 기권표에 대한 부분은 아무리 읽어도 질문과 답변이 겉도는 느낌이다.


기권하는 것도 정치참여라고 하는 부분은 질문과 답변이 공전하는 듯 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권이라는 행위가 정당, 정책, 정치인에 대해 거부하는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는 것인데, 아이는 무효표가 집계되지 않으니 기권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는 질문에 현재 시스템에서 기권표를 무시하고 있고, 우리는 반드시 투표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동문서답한다. 이어서 아이가 무효표가 집계되지 않으니 기권하는 것이 아무 소용 없는 것 아니냐고 제차 묻지만, 답변은 결과는 반영되지 않지만 의미가 있다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제도를 통해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새로운 제도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알겠어요. 하지만 기권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요?

가령 프랑스의 현재 시스템에서는 대통령 투표 결과를 집계할 때 기권표는 무시해.
백표나 무효표도 무시하지. 장부에 기재는 하지만, 투표 결과를 따질 때는 선거 규칙에 들어맞는 표만 기록해. 이렇게 선거 규칙에 맞게 제대로 기표된 표를 유효표라고 불러.

또 우리가 반드시 투표해야 하는 건 아니야. 투표는 권리이자 시민의 책임이지만 의무 사항은 아니란다. 일부 나라에서는 기권을 벌금으로 처벌하기도 해.


제가 여쭤본 게 바로 그거예요. 무효표가 집계되지 않는다면 기권하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기권표를 투표 결과에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거기에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단다. 그게 무관심의 표시든 일부러 한 선택이든 기권표는 대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보여 주거든.()
기권이 반드시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뜻은 아니야. 그건 시민들이 더욱 비판적이 되었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참여하고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방식을 찾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 하지만 표현하고 참여하는 이런 새로운 방식이 실제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겠지.(108~109쪽)


기권표에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은 정치인들이 먼저 깨달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기권은 정치인들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다. 기권표가 많다고 해서 손해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권표가 많을수록 법과 제도는 왜곡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결국 기권한 사람들의 손해로 귀결된다. 다수의 기권표로 인해 소수의 적극 투표자의 입장이 과대 대표되고, 이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이들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 때 기권표는 스스로를 옭아매는 올가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설령 내가 투표한 사람이 당선되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투표함으로써 소수의 과다대표 문제도 해소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법과 제도가 생겨야하지 않을까 싶다.


기권도 정치의사 표현이 되려면 의결정족수처럼 투표정족수가 있어서 일정 투표율 가령 선거인단의 3분의 2 이상이 투표하지 않으면 모든 후보가 낙선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투표정족수가 채워졌더라도 유효투표수의 과반 이상의 득표를 하도록 하고, 과반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없다면 결선 투표를 통해 최다득표자를 선출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 때 기권도 정치적 의사임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유효투표수에 기권표도 집계해서 기권표가 최다득표가 된다면 모든 후보가 낙선되도록 하여야한다.


그리고 모든 시민의 정치에 참여할 필요가 있고, 또한 모두가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급여와 제반 활동을 위한 비용을 적지 않은 규모로 지원하고 있는 현재 의회제도에서는 무작위로 뽑는 추첨민주주의가 유효할 수 있다.

현재의 선거제도가 일을 하기 전 누가 가장 잘할 것인지를 뽑는 일이라면, 추첨민주주의는 누구든지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일을 제대고 하지 못한다면 주민 소환 제도를 통해 탄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누구나 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청소년이 정치를 꼭 알아야 하나요?>는 다소 모호한 이야기가 있고, 나라별로 정치의 발전과정과 제도가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이 정치를 이해하고, 살아가는데 있어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가 정치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현재 우리의 교육과정에서 정치를 체험할 기회는 절차적 민주주의로서의 반장, 학생회장 선거 정도밖에 없다. 학교의 주인이라 이야기하면서도 학칙에 대해 토론하고, 개정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학교에서의 정치교육이다. 예비 시민으로서 시민의 의무이자 권리인 정치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배제를 위한 교육이라고 밖에 달리 생각할 수 없는데, <청소년이 정치를 꼭 알아야 하나요?>를 통해 정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 같다.


정치는 어른만의 것이 아니야
청소년의 생활 자체가 정치란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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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오는 그날까지
김종숙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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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오는 그날까지, 김종숙 지음, 스노우폭스북스, 2019


요즘 결혼 적령기에 비해 비교적 일찍 결혼 한 저자는 결혼 후에 당연히 자연임신이 될 거라 여겼지만 생각보다 준비 기간이 길어졌다. 임신을 위한 생식보조술을 시도하지 못한 채 4년의 시간이 지나고, 고민 끝에 인공수정을 시작으로 현재는 시험관 시술까지 또다시 3년여의 시간을 임신이라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퉇투하고 있다.


<네가 오는 그날까지>는 난임으로 힘들었던 그 7년 여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직 젊은 나이, 임신이 되지 않을 의학젃적 소견 없음, 자연임신이 될 거라는 믿음 등의 이유로 스스로 난임을 받아들이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그런 힘겨움과 더불어 사회의 난임에 대한 이해 부족과 편견에 부딪혀 자존감은 한 없이 낮아졌다. 설상가상으로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시던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살면서 세상이 가장 어둡다고 생각할 때, 더 깊은 슬픔이 생겨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은 때, 그런 때를 맞이하기도 한다. 불행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사람들과의 만남을 꺼리고 남편에게 불행의 모든 화살을 돌렸지만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려주었다.


아직 포기하기에는 기다려 온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내일을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았습니다


난임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 지기로 다짐했다. 좋아하는 책을 찾아 읽고 새벽독서 모임에도 나가며 목표를 갖고 영어공부를 꾸준히 하는 등 자존감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글쓰기를 통해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법도 찾아 능동적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여전히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은 힘들지만 여러가지 좋아하는 활동을 해 나가며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노력으로 난임으로 보내는 시간은 이제 힘겨운 시간만은 아니다. 먼 길을 돌아오는 아기 덕분에 자아를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타인을 좀 더 세심하게 배려하고 존중하는 법도 알 게 되었다.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많은 난임 부부를 위해 본인의 솔직한 경험담을 기꺼이 공유하며 오늘도 저자는 아기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년 간의 자연임신 시도, 4년 간 진행 한 4번의 인공수정, 5번의 시험관 시술, 노산은 책의 주인공과 닮은 듯 다른 우리 부부의 난임 이야기이다. 난임이라는 큰 어려움에 처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낄 만한 자존감 하락, 주변의 시선에 대한 부담감과 작은 말 한마디에 받게 되는 상처 등 저자의 어려움이 와 닿아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는 내용들이 많았다

.

무엇보다 여전히 임신을 준비중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 준 용기에 고마움을 느낀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시중에는 난임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실용적인 정보가 담긴 책 혹은 난임을 끝내고 출산과 육아를 시작한 에세이는 있지만 난임이라는 폭풍우 한가운데 여전히 흔들리고 있는 부부를 위한 책은 부족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유려한 문장이나 전문적인 지식은 아니지만 따뜻한 사람의 손 길이 내 등을 토닥토닥 해 주며 괜찮아. 너 혼자만의 어려움이 아니야. 힘내.”라고 속삭이듯 이야기 해 주는 이 책을 많은 난임 부부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나를 위하고 아껴야 합니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세요.(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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