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316/pimg_7873711041169454.jpg)
이 환장할 봄날에 내 감성을 자극한 두 권의 시집.
나는 이제 만인에게 사랑받는 연인을 원하지 않는다. 상처만이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한 방식이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큰 사랑을 품은 사람은 점차 작은 사랑이 아닌 곳에, 그리고 사랑의 일부는 더더욱 아닌 곳에 살게 되며, 이것이 나로선 매우 견디기 어렵고…… 그러함으로 너무 큰 것 안에는 정작 사소하고 작은 사랑의 일이 설자리가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_시인의 말
단번에 내 세상을 흔들고도 유리창은 물끄러미 바라만 보네
그가 몹시 좋아, 나로 하여금 일생이 거두어지기만을 갈망하라고
멸하여지는 눈이 내 사랑만 같아서
외듯 내 입술에서 건져올리는 혼잣말 하나씩은 네 입술, 하나씩은 네 콧망울, 사랑의 넝마주의, 한데 포갠 둘씩은 눈빛 묻은 이 미치광이 눈발들아…… _사랑에 대한 변론 -연인
봄 날은 지척이면서 천리만리 못 가볼 뒤안길이어서
그저 지난날에게 안부 전하고 싶었습니다
휘청거리는 하오
짧은 절망과도 같은 뇌성이 치고 하우중(夏雨中)이었습니다 _유하
바로 들키면 병신같이-부끄러워할, 무슨 향수향을 맡은 듯 사랑
눈물 짜봤자 필 꽃이 핀 것뿐이었어 그렇지 않고서야
볼썽사납게 청승맞을 수가, 누가 볼세라
무성한 이파리 오물처럼 온 머리 덮어쓴 채 훔쳐보진 않았을 게 아니냐고- _피다, 질투의 향기
필경 다른 도리 없다지만 그렇더라도 마음놓고 머물진 마요 _실화
그간 당신과 함께이고픈 개화꽃 한 송이 없이 계절의 꽃이 졌습니다
손가락 득 득 문질러도 깨질 빙화의 심정
내 반그늘 자리가 안락할, 제풀에 꺾여 살아지는 형벌이 되고 말았습니다
워낙 태생적으로 덜떨어진 사람인지 제가 좋아 죽어서 하는 사랑
견딜힘조차 없게 만든 형벌도 좋았습니다 _설화
사랑이라면 좀체 널 떠날 수 없는 거고 사랑과 싸운다면 설자리가 없는 나였다 _새의 몸짓
여자는, 일상 그 자체가 비상사태인 걸 몰랐던 거지 _여럿 그리고 하루의 실낙원
평생 뚫어지게 쳐다봐도 비에 젖어 걷는 여자의 알 수 없는 마음이 있다. 젖은 자는 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격언. 바벨탑의 형해(形骸)처럼 넓고 판판한 말을 쌓아올린다.
나는 못된 애인일 소지가 있다 _바벨의 애인
사랑이 상상이라면 상상… 할 수 있겠어?
고정되어 수신만 하는 소통이란 없는 거야 _그래, 그래, 그때가 성하였어
내 오랜 서적에서 내처 잤던가, 속알 창시 적는 노릇도 그만했음 좋겠네 아아, 당신 야박스레 예삿일로 넘긴 일 그러나 난 한때 식음을 전폐한 일 그러고서도 결별 못 한 나와 내 이별 일 _그때 내가 당신을 더이상 꿈꿀 수 없을 때
확신할수록 멀어지는 게 있었다 과거에 대한 일인지 내가 아닌 것들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 생각이라도 하자며 걷는 동안 그런 궁금증을 뭐라 불러야 좋을지 _우상들
들킨 게 없었지만 들리던 것은 있었다 _비밀
마주치지 말아야 할 허점이 되어버린 여기를 나만 알아서 모르는 척하고 싶은데, 역학을 확신하는 누군가가 차가운 눈길로 먼저 나를 증명하고 있다 _ 상대가 있다
답답해서가 아니라 익숙한 게 두려워
누군가는 계속 연못에 돌을 던지며
수심보다 물 밖의 깊이를 들여다본다
오래갈 거란 약속이 흔들리고
상대 또한 그걸 쉽게 기억하지 못하듯
많은 모의들이 가끔 진실로 비춰진다
나는 거울에 대고 여기는 지겹다고 말한다
며칠 전부터 했던 생각이었으며
지금까지 이어왔지만 언제 끝낼지는 모른다 _ 당분간
서로를 바라보는 동안만 우리는 조금 더 짙어졌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했으므로 어디가 끝인지 중요하지 않았다 낮게 엎드려 지나가는 것들을 응시하는 길목으로 조용히 고백하는 것, 그게 너에 대한 내 유일한 다짐이었다 _회로
계속되는 끝이 있다면 그것이었다 닿기 전과 닫은 흔적이 만나서 뚫리게 되는, 이를테면 조금만 어긋나도 달아나버리는 것 그래서 모든 게 드러나는 순간 _단절
조금씩 더듬는 곳이 나를 알기 위해 끼어든다 행동이 자주 사람을 잊어버린 채 사실을 만든다 문으로 들어왔으므로, 문만 빼면 아무것도 없는 구조가 나를 안내하고 _관리인
결론은 없으나 결단을 해야 하는
기침이 나오는 순간, 그 짧은 외도에 _기침
우리는 자주 발각되었다
적당히 지나왔을 때 돌아봐야 했었다
열까지 세다 모두 접어버린 손가락들에서
최초의 진실을 숨기는 최후의 거짓말에서
미래가 나타나자 불안이 싹트기 시작했다 _당사자들
모든 자리는 호의적이어야 한다 들키기 싫으면 공손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시작은 정확히 거기에 멈춰 있다는 뜻 _공모
우리는 극장에서, 극장보다 더 어두운 곳에서 많은 사람들에 섞여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한쪽으로 바라보면 남의 말에 재빨리 수긍하면서 처음 보는 사람을 따라 혼자서는 사건이 되지 못하면서, 광장 같은 함성이 들리는 쪽으로 이미 무서워진 응대와 찬성에 묻힌 채 모르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이름을 도와주고 있었다 _관람
뺏기기 싫은 마음은 침묵이다 모조리 비워진 곳이 방밥이다, 혼자 중얼거렸지만 결정한 게 없어서 _지켜보는 눈
정영효의 시에는 습관처럼 쓰이는 몇 개의 단어들이 있다. 자주 등자하는 것 중 하나는 '생각하다'라는 동사다. 생각을 하다. 이 말은 동사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움직임을 지시하지 않고, 내면의 부단히 변동하는 자의 태도를 드러낸다. 다급하게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성급하게 말하거나 행동하는 일의 정반대에 이 태도가 있다. 그러니 생각한다는 말은 다급한 판단과성급한 말을 경계하겠다는 모종의 의지와 그로써 예비된 결단으로도 읽을 수 있다. _해설 김나영 문학 평론가
두 권의 시집, 『독한 연애』와 『계속 열리는 믿음』
정말 어느 시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저의 감성을 자극했어요.
사랑의 기쁨보다는 사랑의 아픔, 이별 그런 시들이 더 많음에도
왜 이토록 공감이 가고 좋은지.
이 좋은 봄날에 아픈 사랑의 시를 읽어라고 말하기는 싫지만
그래도 자꾸만 들춰보고 소리 내어 읽어보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다시 읽어보는 시집.
내 맘을 흔드는 시들로 인해 봄앓이 단단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제 나들이 하기에 좋은 계절.
햇볕 내리쬐는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아스라한 사랑의 아픔, 이별의 느낌을 맛보아요.
어느 해, 잊지 못할 그 날의 일들을...
세월은 그렇게, 지나가버렸습니다.
두 권의 시집에서 발췌한 부분입니다.
겨우 하나의 시구로 시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내 맘에 들어온 시들을 알려주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