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사막
김영희 지음 / 알마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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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여행서를 읽었다. 지난 여름에 사찰로 휴가를 다녀온 이후로 외국보다는 국내여행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런 까닭에 이 책도 무관심으로 그냥 넘어갈 책이었다. 우연히 읽었다. 원래 좋아하는 분야의 책이니 책이 오면 바로 펼쳐본다. 지은이를 따라 이 나라 저 나라 글 여행을 할 것이다. 한데 이번엔 책을 보고도 한참을 책상 위에 던져두고 읽지 않았다. 유명한 피디의 글, 유명한 장소(여행을 가지 않아도 소금사막이 어디쯤 있는지는 안다. 여행서를 많이 읽은 까닭)를 제목으로 썼으니 궁금하기도 할 텐데.. 그랬다. 그러다 친구와의 약속 시간을 앞두고 시간이 남았다. 책상 위에 있던 책이 눈에 띄었고 책을 펼쳤다. 짧은 글과 스케치, 그리고 사진.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단순하여 살짝, 놀라면서도 이내 빠져들었다. 

우선 사진. 전문적인 사진사가 아닌 담에야 사진 찍는 실력은 다 그만그만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구도를 어떻게 잡고 어떤 식으로 찍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는 거겠지. 그렇다면 김영희 피디는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다. 내가 보기엔 그랬다. 감탄사가 나왔다. 아니, 어쩌면 워낙 아름다운 풍경들이니 찍는 것마다 예술 사진이 된건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 사진들 속의 풍경에 빠져 잊고 있던 해외로의 여행 욕구가 마구 생겨버렸다. '아 우리나라도 좋지만 역시 외국도 멋지구나-.-;'  

그리고 글. 

정말 간단한 글들이다. 사진에 관한 설명인 듯한 글도 있고, 스스로에게 힘을 주는 듯한 글도 있다. 전체적으로 메모 형식의 짧은 글에 자신의 상념을 담았다. 아무래도 '나가수'를 그만두고 떠난 여행인지라 나가수 첫 방송을 하던 일에 대해, 나가수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본의아니게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온 일에 대해 글을 썼다. 그러나 구구절절 담아내진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돋보였는지도 모른다. 글은, 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마음 역시, 속까지 드러낸다고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니까.  

또 하나 스케치, 우리도 이 정도의 스케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못한다. 왜? 카메라가 있으니까. 그리기보다 훨씬 편한 도구, 셔터만 누르면 된다. 그걸 언제 그리고 있어? 그래서 존경스럽다. 여행가서 스케치를 하고 메모 하는, 어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누구나 하지는 못하니까. 그러고 보니 나의 로망은 스케치 여행이었다. 아직 한번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심지어 로망이라면서도 잊고 있었다. 김영희 피디의 스케치와 메모를 보는 순간, 아! 맞아. 스케치!! 했다나. 잘 그린 그림도 아니다. 근데 뭔가 뭉클하다. 이 스케치와 메모가 그의 여행을 말해준다. 여행다닌 도시, 그곳에서 느낀, 길어봐야 서너 줄의 감상. 그 속에 그의 여행이 오롯이 담겨 있다. 여행을 다녀와 길고긴 후기를 써야만 제대로, 라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짧음의 미덕을 가르쳐준다. 그래, 이토록 간단한 글과 그림으로 그곳의 느낌을 몽땅 표현할 수 있다면... 

뒤로 넘어갈수록, 여행의 갈망은 높아진다. 나도 떠난다고 했는데, 떠날 수 있을까, 아니 떠나야 하는 걸까, 떠나고 싶다. 그런데...핑계를 댄다. 핑계를 대고 그저 부러워부러워 하며 마지막 장을 넘긴다. 마지막 장, 제대로 염장이시다. 

"지금 하세요! 
NOW or NEVER!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영원히 못할지도 모릅니다. 

인생… 지금이 전부입니다." 

정말,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영원히 못할까요?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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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롱 할로윈 2
제프 로브 지음, 박중서 옮김, 팀 세일 그림, 리치먼드 루이스 채색 / 세미콜론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만화라고 얕잡아봤다. 그림보고 글보고 오래도록 봤다. 이해하며 읽느라 앞장 다시 넘기고 돌아와 다시 읽고, 책을 덮고 나니 영화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슈퍼맨이나 스파이더 맨은 영화로도 본 기억이 나는데 유독 배트맨 시리즈만은 제대로 기억하는 게 없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좀 어두운 배경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배트맨은 밤에만 나오니까. 전체적으로 어두운 배경. 아마 그게 나와 안 맞았기 때문이었을 거다. 근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다 이해된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하드보일드(!) 소설들이 마구 읽어보고 싶어지기도;; 배트맨의 중얼거림때문일까? 근데 그게 하드보일드하고 뭔 상관이람(-.-) 

이야기는 이렇다. 악의 고담시, 마피아 패밀리인 마로니와 팔코네는 오랜 시간 갈등을 해온 사이이다. 그러던 어느 날, 팔코네 가와 손을 잡으려다 실패한 은행 이사 리처드 대니얼과 팔코네 가 보스의 조카 조니 비티가 차례로 살인을 당한다. 그걸 시작으로 이어지는 연쇄 살인. 공통점은 기념일에 살인이 꼭 발생한다는 사실. 할로윈,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새해 전야, 밸런타인데이에 이어 매달 살인은 일어나지만 범인을 잡지 못한다. 이에 배트맨과 경찰서장인 짐 고든과 지방 검사 하비 덴트는 동맹을 맺고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같은 편이면서 의심스러운 하비 덴트에 대한 배트맨의 고뇌는 시작된다. 

"알베르토팔코네가 홀리데이였다. '로마인' 카르미네 팔코네의 아들. 아무도 못 건드리는 고담 시의 범죄 조직 두목의 아들이... 새해 전야에 알베르토는 피살되었다. 홀리데이의 희생자 가운데 하나였다. 고담 시 검시반에서는 그의 사망을 확인했다. 나 역시 그의 무덤에 갔었다... 고담 시 검시반에서는... 그의 사망을 확인했다. 하지만... 거의 일 년 가까이, 이 연쇄 살인범은 고담 시를 자기 손아귀에 넣고 주물러댔다. 정체는 숨긴 채 기념일에만 공격을 가했다. 나는 하비 덴트를 의심했다. 지방검사이자 내 친구였던 사람을. 내가 틀렸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배트맨의 생각이 틀렸을까? 그리고 롱 할로윈의 사건은 끝이 있는 걸까? 

책을 덮고서, 아 배트맨이 이렇게 탄생된 것이구나, '투페이스'의 기원은 이런 거였구나.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배트맨의 다른 시리즈도 찾아 읽게 만드는 흥미로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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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readersu > 《칼과 황홀》성석제 작가와 만남 - 북촌방향의 그곳, '소설'

성석제 작가를 처음 본 것은 몇 년 전 강남 교보에서 있었던 강연회였다. 신간 《참말로 좋은 날》 행사였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작가와 만남 행사는 많지 않았고 그다지 관심도 없었던 때라 호기심을 가지고 들었던 강연이었다. 이후로 한국 작가들의 강연이나 만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니 개인적으로 뜻깊은(!) 강연회였던 셈이다.  
성석제 작가와는 고향이 가깝다. 그게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가 된다는 것은 좀 웃기는 일이지만 작품 속에 나오는 사투리가 주는 익숙함과 그 익숙함에서 오는 그리움을 무시하지 못하므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후 성석제 작가는 여러 권의 책을 펴냈고 몇 번이나 독자와 만남을 가졌다. 강연회 이후로 그런 만남에 한번도 간 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검색하다 보니 한 번 더 있었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인 셈. 신간 《칼과 황홀》 출간 기념, 독자와 만남의 행사였다.

문학동네 온라인 카페(http://cafe.naver.com/mhdn)에 2011년 3월부터 7월까지 일일연재 하던 작품, 《칼과 황홀》은 성석제 작가가 나고 자란 고향 상주에서부터 전국은 물론 세계 곳곳을 유람하며 맛본 궁극의 음식들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총 3부로 구성되어 밥상에 관한 이야기를 1부에 실었고, 술상에 관한 이야길 2부에, 3부에선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찻상과 후식에 관한 이야길 들려준다. 이보다 앞서 이미 《소풍》이란 책으로 음식에 관한 흥겨운 입담과 함께 맛깔스런 글에 맛을 본 터라 연재 때부터 기대했던 책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책을 읽고 나니 작가와 대화가 그리워졌다. 작가에게 직접 듣는 맛은 어떨까, 흥미로울 것이다. 당연, 그랬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북촌방향」에 나온 곳이었다. 그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꼭 한번 가보고 싶어 했을 듯. 오늘 초대받은 행운의 독자는 10명이었다. 아주 귀한 자리인 셈. 테이블 세 개를 붙여놓았다. 각자 편한 자리로 가서 앉아 있으니 성석제 작가가 들어왔다. 오자마자 급하다는 듯이 “화장실부터”.. 만남부터 웃음을 주시는구나!^^

성석제 작가의 자리는 정중앙이었다. 그리고 이날 온 독자는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여자였다. 보통 경상도 사나이는 여자들이 많으면 좀 부끄러워할 터인데(아 연륜이 있으시지;;) 전혀 그런 기색도 없이 앉으시고선 좌중을 보며 이야기 시작!(사실, 첫 만남에서의 기억은 몹시 수줍어하시던 게 생각나서 여전히 그러신가, 했기 때문;)

먼저 인사를 시작하셨고, 소규모로 모인 만남에서 늘 그렇듯이 독자들 모두 돌아가며 자기 소개가 있었다. 내 소개에서 고향이 가깝다는 말과, 사투리를 못 고쳐 친구들이 놀린다는 이야기도 했던 것 같고, 나중에 모두의 소개가 끝난 뒤 성석제 작가가 들려준 '서울 메이트'에 관한 이야기.

이야기인즉슨, 개콘의 그 코너를 서울 사람들은 이해를 못한단다. 또 경상도 사람들은 그게 왜 재미있냐고 한단다. 그런데 왜 인기가 좋으냐? 그건 바로 서울에 사는 경상도 사람들 때문이다. 나도 그렇고 경상도가 고향인 사람들은 그 코너를 보며 뒤집어진다. 왜? 진짜 그 상황이 웃기기 때문(-.-). 그러면서 들려주던 이야기 하나 더, 대구에 가면 대구백화점이라고 큰 백화점이 있는데 그곳 엘리베이터에서 있었던 일이란다. 위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명품을 온 몸에 걸친 여인 두 사람이 오더니 나누는 대화, "몇 청이라고?" "9청이라 카더라."(-.-)

조금 있으니 저녁 겸 안주로 "샐러드 파스타"가 나왔다. 저녁을 먹지 않고 가서 배가 너무나 고팠던 나는, 정신없이 먹었다. 너무 맛있었다. 환상적이었다. 이런 파스타는 처음이야!!! 피클은 또 어떻고. 굉장한 '포스'가 엿보이는 주인 언니 님의 눈치를 보다가 그곳에 있는 피클을 아마 거덜 지 싶다. 파스타 먹느라 맥주도 덜 마시고 성석제 작가의 말도 대충 듣고(-.-) 하였으나, 귀에 들어온 재미있는 이야긴 놓치지 않았다.

그 에피소드의 제목을 정하자면 '시인 킬러', 성석제 작가가 젊었을 때의 일이란다.... 주~욱, 얘기하고 싶지만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라서 그냥 통과. 이 에피소드가 나온 이유는 좋다고 쫓아다니는 여성 독자가 없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답변은 좋아하는 게 지나쳐서 거의 스토커에 가까운~ 이라며 이야길 시작했고, 알고 보니 그 여성분은 시인들에게 접근을 하던...

 시인? 맞아, 성석제 작가는 시인이었다. 원래는... 정보력 단단하지 못한 나는 시집 낼 생각은 없으세요? 라고 했다가 한 권 냈었다는 말에 얼굴 빨개져버렸다. 절판된 시집이지만 낸 적이 있었단다. 하지만 개정판으로 다시 내고 싶지 않으시단다. 하긴 이제 시인이라기보다는 소설가이시니까. 아, 성석제 작가가 시인에서 소설가로 데뷔하게 된 데에 큰 공을 세우신 분은 바로 그 당시 모 출판사 편집장이던 분. 편집자는 남다르다. 시인이던, 긴 글 한번 안 써본 성석제 작가에게 소설을 써보라고 권했다니. 그 제의로 한번 써볼까 하며 썼던 소설이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라는 산문소설집이란다. 그날 온 독자 중에 그 책을 감명 깊게 읽고 애독자가 되었다고 했던 사람이 있었다.

성석제 작가는 저녁을 먹고 왔다며 우리가 계속 요리를 탐하고 있을 때 이런저런 이야길 마구 들려주셨다. 그 사이사이 누군가와 술에 관한 대화를 나누다가 통닭과 생맥주에 관한 이야길 해주었고, 진심 애독자인 한 분과 작품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고, 다음날 있을 수능(아들이 시험을 친다고 했다)에 대해 잠깐 이야길 했고... 또(아 역시 메모하지 않으면 기억을 하지 못하는 나이가 되었구나! 흑;) 우리 중 유일한 남자였던 분이 2차로 막걸리 집으로 가야지 않겠냐고, 했고 그럼, 각자 회비를 내야한다며 성석제 작가가 말했고, 당연히 그러죠. 답을 한 것 같았고... 그리고 다들 일어서기 전에 가지고 간 책에 사인을 받았다. 그렇게 두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뭔가 아쉬운... 그러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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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읽어야지, 읽어봐야지, 하던 책이었다. 김진숙이라는 이름을 들을 때마다 생각나던 책이었다. 오늘 이 책이 <국방부 불온서적>에 2008년 "반정부, 반미" 불온서적에 속했다가 이번엔 "반자본주의" 불온서적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불온하기에 두 번씩이나 리스트에 올라왔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책꽂이에 꽂아둔 책을 꺼냈다. 

소설만 읽어대는 내게 인문사회 책을 자꾸 권하던 친구였다. 살살 웃으며 너도 이런 책을 좀 읽으라며 자꾸만 권하는 책들이 한쪽 귀퉁이에 한권 두권 차지했다. 그럼에도 편식 심한 나는 내 취향의 책만 읽어댔다. 쏟아지는 신간들 사이에서, 읽어야만 하는 수많은 책들에게 밀려 있던, 책. 아아 마침내 내가 이 책을 안 읽어보고는 못 배기게 만들어주는구나. 

"세상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내가 곧 그들이라는 사실이 이제 더 이상 부끄럽지도 치욕스럽지도 않았다. 같이 살아야 된다는 생각. 내가 달라져야 그들이 달라진다는 생각. 그들이 딛고 선 땅이 변화해야 내가 딛고 선 땅도 변화한다는 생각. 눈물은 곧 다짐이 되었고 가슴 벅찬 환희가 되었다. 인간이 참 고귀한 존재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프로필 사진에 까만 머리를 한 김진숙이 하얀 머리로 변했다. 소설만 읽어대던 내가 <소금꽃 나무>를 읽는다. 이제서야 읽지만, 그래서 미안하지만, 나도 변해가나보다. 간만에 잠 설치며 책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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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11-17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진숙 선배의 글은 정말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변해가신다니 저는 반가운데요! ^^

readersu 2011-11-18 11:0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이제서야^^;;
그래도 마음뿐이지만;;
 
모르는 여인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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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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