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여자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뉴엘 베른하임 지음 / 작가정신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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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면 그 책이 상상된다. 그리고 뒷표지를 보면 대략 무슨 내용인지 알게된다. 이 책은 그것들만으로 다 알 것 같았다. <그의 여자> 너무 뻔하지 않은가? 두 아이의 아버지, 아내가 있는 남자, 그 남자를 사랑하는 한 여자...하지만 상상은 금물..이런 소설에도 반전이 있다는..^^

 동거하는 남자가 있는 여의사 끌레르는 우연히 알게 된 건축가 토마스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두 아이와 아내가 있는 몸..그럼에도 끌레르는 매일 1시간 15분의 시간만을 허락하는 토마스를 사랑한다. 끌레르는 토마스를 보면서 상상한다. 아이와 지내는 토마스를..아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토마스를...그리고 끌레르는 토마스와 만난 날을 기억하기 위해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모은다. 토마스와 만난 횟수만큼..그와 관련 된 물건들을..처음엔 각설탕, 콘돔, 응답기 녹음테이프 등등..그런 어느 날 토마스가 끌레르에게 고백한다.  " 나는......"

 가정이 있는 남자를 사랑하지만 끌레르는 토마스에게 집착하지 않는다. 그저 사랑하고 행복해 할 뿐이다. 어찌보면 불륜인 이들에겐 구차함도, 그렇다고 아름다움도 없다. 그저 그들은 은밀하게 사랑 할 뿐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으며, 상대방에 대한 소유욕도 없다. 

 너무나 간결한 문체여서 그들이 오로지 쾌락만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독특한 소설이다. 마지막 반전(?)을 기대하며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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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몬스터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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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의 인터뷰 책(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생각의나무)을 보고 그의 문체에 혹 했던 나...이 책을 발견하자마자 읽어보고 싶은 충동에 쌓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읽고 있던 다른 책들을 재쳐두고 후다닥 읽어 치웠는데, 뭐라고 할까? 그 느낌을.

 소심한 A형에 게자리인 나의 성격으로서는 최고로 부러운 성격이랄까? 통통튀고 발랄하고 거침없다는 광고문언처럼 이 책 속의 김경은 딱 그 모습 그대로였다. 내가 제일 하고 싶었던, 하지만 그 근처도 가지 못하고 나의 소심한 성격을 탓만 했던 나에겐, 유행이라고 미니스커트와 레깅스를 멋지게 입어내는 겉멋과 그 많은 칼럼에 등장하는 지적인 속멋에 기왕이면 잘생긴 남자아이에게 기부금을 내고 싶었다는 솔직한 허영까지 내가 하지 못한 아직도 꿈꾸는 그 성격에 매료 당한 느낌이랄까....

 사실, 색안경을 끼고 보자면 김경의 삶은 대책이 없다. 고도의 적응형 알코올 중독이라 말하면서 술을 끊을 생각은 전혀없고, 남자친구와 멋진 첫여행을 위해 친구가 홍콩에서 공수해 온 속옷에 감동받는가 하면, 이슬람국가의 공식적 행사에 하얀 면 티셔츠에 분홍 브래지어를 입고 나타나며, 자신은 나쁜여자라고 은근히 내세우는 글 속 약간의 잘난 척에 '쳇! 재수없어'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이 잘난(?) 여자의 꾸밈없는 이야기 탓일게다.        

 잡지사 기자인탓에 평범한 사람은 접해보지 못한 여러가지 경험을 많이 이야기 한다. 패션의 일번지라고 하는, 멋진 인테리어에 쉬크한(그녀들이 좋아하는) 카페들이 즐비한 청담동에 조금만 나이 들면 왠지 주눅들어 가지 못하는 홍대의 클럽...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패션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그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처럼 스타일 앤 더 시티의 김경은 즐겁게 우리에게 이야기 한다. 이 책을 읽음으로 홍대의 '걸스카우트 스쿨걸'을 알게되고 '낸시 랭의 애교'도 알게되고, '프라다 백보다 팝아트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좀 더 투자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두어 달 전에 읽은 가난한 시인의 삶과 이 쉬크하고 당당한 칼럼니스트의 삶하고 자꾸 비교가 되면서도 그들과는 또 다른 나의 삶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도 열심히 사는 당신...커리어 우먼이라 불리는 전문직을 가진 당신은 많이 공감하며 읽게 될 지도 모르겠다.^^ 

 

 **사족하나**
김경의 조금 긴 에필로그에 이 말이 나온다. 
 '저, 실은 남자 인물 보거든요'
 내 친구들이 남자를 소개 시켜 주겠다고 하면 난 '잘생긴 남자'라고 못을 박는다. 그러면 하나같이 아주 '웃기고 있네'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데 덧붙여 '왜냐하면, 내가 못생겼는데 같이 다니는 남자까지 못생겨봐라 그 얼마나 꼴볼견이냐?' 라는 말도 안 되는 말로 끝내고 마는데...김경이 나의 이런 어정쩡한 대답에 확실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나로서는 그것이 남자의 학벌이나 경제력을 보는 것보다 훨씬 덜 속물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관이나 가치관을 말하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더 솔직하게 느껴져서 좋다.'
 물론, 김경은 패션 잡지에 근무하니 남자들의 스타일리시한 외모를 따지겠지만 하고 반기를 들지도 모르나...그러거나 말거나...다 제 눈에 안경아닐까?  어쨌거나 난 잘생긴 남자가 좋다. 내 눈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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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7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readersu 2007-03-18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김경같은 성격이면 좋겠다고 생각함.- -;;
 
정자전쟁 - 불륜, 성적 갈등, 침실의 각축전
로빈 베이커 지음, 이민아 옮김 / 이학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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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영하고 있는 한 드라마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여자가 결혼 전에 사귀던 한 남자랑 관계를 가졌는데 아이를 가진 줄 모르고 헤어졌다. 그 뒤 바로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랑 자게되고 후에 아이를 가진 걸 알고 두 번째 남자랑 결혼을 한다. 여자도 남자도 그 아이가 둘의 자식인 줄 알고 여섯 살이 될 때까지 사랑을 주며 잘 키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혈액형 검사에서 둘의 자식에게서 나오지 않는 혈액형이 나오면서 부부의 갈등은 커지고 급기야 이혼을 하게 된다. 여자 입장에서는 정말!!! 몰랐던 사실이었고, 남자 입장에서는 절대로!!! 모를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과연, 여자는 정말 몰랐던 걸까?
 
로빈 베이커는 그게 아니라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 여자들의 몸은 전략적으로 두 사람의 남자와 관계를 가졌을 때 누가 아이의 배우자로 적합한 지를 안다는 거다. 그래서 비슷한 시기에 두 사람의 남자와 관계를 가져 여자의 몸으로 들어간 정자가 여자의 난자를 획득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인단다. '여자의 신체가 동시에 두 명(혹은 그 이상)의 남자의정자를 보유하고 있으면 반드시 두 무리의 정자 사이에는 여자의 난자를 수정하여 '포상'을 받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진다. 이들 정자의 경쟁 방식은 전쟁에 가깝다. 남자의 사정 물질 가운데 수정력이 있는 엘리트 '난자잡이'는 아주 소수(1%이하)다. 나머지는 다른 남자의 정자가 난자를 수정하는 것을 저지하는 일 따위를 제외하면 아무런 기능이 없는, 불임성의 '자살 특공대'다.' 그렇다면 위의 여자 경우 첫 번째 남자의 정자가 이긴 셈이다. 결국 정자전쟁에서 져 버리고 '종족보존'에서도 실패한 두 번째 남자는 자기 아들도 아닌 아이를 양육해서 종족보존상의노력을 기울이는데 ''만 쓴 셈이 되었다. 이러한 경우가 전 세계 어린이의 10%나 차지한다니 놀라울 일이지만 과연 로빈 베이커의 말처럼 여자들이 정말!!! 알고 그랬을까? 하는 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여자들은 외도를 한 후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남편과의 잠자리를 가져 남편이 자기 '아들'의 유전자적 친아버지인 남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으로 나온다. 놀.라.워.라.- -;
 
로빈 베이커는 정자전쟁을 핑계삼아 온갖 장면들을(책 무쟈게 덮어버리고 싶었다.- -;) 선보이고 있다. 동성애, 외도, 몽정, 자위, 그룹섹스에 강간까지 로빈 베이커가 말하고자 하는 '정자전쟁' '종족보존'의 해석을 위해 이렇게까지 적나라한 장면들이 필요한 것인지 놀라울 뿐이다. 사실, 읽다보면 포르노의 장면을 보듯 뻔한 해석을 두 번, 세 번 반복하여 질리게 만든다. 물론 그가 말하듯 미국에서 '섹스장난감'이 어마어마한 양으로 판매가 되고 현재 30세 이하의 미국인들이 '포르노 세대'라는 이름표까지 붙을 정도라니 이 정도 책에 놀라지도 않겠지만 '유익한 정보'를 위해 너무 '재미'를 추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성과 번식은 인간의 생활에서 중요한 일이다. 로빈 베이커는 진화생물학자로서 많은 인간들에게 학술적 엄격성을 배제하고 일관적이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로 성에 대한 태도,감정, 반응과 성적 행위를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좀더 많은 사람들이 성에 대해 쉽게 접근을 하고 번식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한 점은 높이 평가를 한다. 로빈 베이커도 그 점에 고마워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진도 안 나가는 이 책을 오래도록 들고 다 읽고 난 나는 왠지 포르노 한 편을 본 것 같은 찝찝한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어쩌면 내가 '장면'에만 신경을 쓰고 '해석'에는 관심이 없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바라건대 부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나와 같지 않고 읽고나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하며 로빈베이커에게 메일이라도 한 통 남길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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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이 사랑한 천재들 - 클림트에서 프로이트까지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1
조성관 지음 / 열대림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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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대에는 그 시대의예술을, 예술에는 예술의 자유를
(Der Zeit ihre Kunst,der kunst ihre Freiheit)"
 
 
오스트리아 빈, 지난 번 '클림트'에 관한 책을 읽을 때 그 당시 빈에 존재했던 예술가들의 이름을 보고 놀라웠었다. 이렇게 유명한 사람들이 다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예술가들이라니 더군다나 빈에 모여있었다니...그러나 그때 내가 본 유명인들은 새 발에 피였나보다. 이 책을 읽다보니 굉장하다. 건축가(오토 바그너, 아돌프 루스, 한센, 호프만, 올브리히), 화가(클림트,코코슈카,실레,쇤베르크), 음악가(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슈베르트,브람스,슈트라우스,말러), 작가(그릴 파르츠,크라우스,츠바이크, 알텐베르크) 정신분석을 한 프로이트, 철학을 한 비트겐슈타인까지 이 많은 사람들이 18세기후반에서 20세기 초까지 빈을 무대로 예술활동을 펼친 예술가들이다. 한번쯤은 그 이름을 들어본 유명인들이니 빈이야말로 '예술의 도시'라 할 만하다.
 
이 책은 그런 예술의 도시 빈에서 활동한 예술가들 중에 불멸의 작품을 남기고, 한국의 생활에도 나름대로 연관이 있는 여섯 명의 예술가를 담고 있다. 빈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분리파 화가이자 그림에 대해 몰라도 <키스>의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클림트', 작년에 탄생 250주년을 맞이하여 한 방송에서 하루종일 그의 음악만 들려주기도 했던 '모차르트', 모차르트에 가려 탄생 150주년을 맞이하고도 모르던 사람들이 많았으며 동시대를 살았던 클림트에게마저 이상한 정신분석가로 불렸던 '프로이트', 모차르트의 쓸쓸한 죽음에 비하면 빈의 사랑을 제대로 받았던 '베토벤', 그리고 10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현대적 감각이 고스란히 배여있는 건축으로 현대 건축에 많은 영향을 준 '오토 바그너''아돌프 루스'. 이들 여섯 명의 삶과 행적이 작은 도시 빈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외에도 그들의 행적을 따라다니며 맛보는 빈의 모습들은 유혹이 아닐 수 없다. 호프부르크 궁전 근처 작은 통로를 지나면 나타나는 미하엘러 광장, 그곳에서 볼 수 있는 '로스하우스'는 화려한 주변 건축들에 비해 너무나 단순하여 당황스럽지만 도도하게 서 있는 그 건축물을 보자면 아돌프 로스의 절제의 미학을 이해할 수 있다. 또 카페 '첸트랄'은 로스하우스를 보고 나오면서 쇼핑 거리인 콜마르크트를 지나 귀족거리라 불리는 헤렌 가세의 중간쯤에 있는데 클림트가 즐겨 찾았던 곳이다. 지금은 작가 알텐베르크의 밀랍인형이 입구에 앉아 손님들을 맞아주는데 그 당시 그곳은 클림트외에도 오토 바그너, 아돌프 로스를 비롯하여 당대의 지식인, 예술가,정치가들의 집합 장소였다고 하니 빈을 가게되면 꼭 한번 그곳에 가서 '아인 슈패너(일명 비엔나 커피)'를 마셔 볼 일이다. 그리고 환상도로 외곽 도나우강을 따라 길게 뻗어 있는 '프라터 공원'은 원래 황실의 사냥터였던 곳인데 1766년 대중에게 공개된 후부터 빈 시민들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장소가 되었다고 하니 그곳도 필수 코스인 셈이다.
 
이렇듯 <빈이 사랑한 천재들>은 문화,역사서로 분류되어 예술가들의 삶과 그 시대의 문화를 보여주는데 난 이 책을 여행서로 보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들고 빈을 여행한다면 저자가 다닌 그대로 답사를 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여행을 가서 그 나라의 유적과 유물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행적을 따라가며 문화과 시대상을 직접 경험한다면 그보다 더 나은 여행은 없을 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부러운 점은 100년, 길게는 200년이 지났는데도 그들이 잠깐 살았던 집이나 작업실, 카페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점이다. 한국은 어떤가? 문학을 예로 들어도 비슷한 시기였던 일제강점기에 나름대로 활발한 활동을 벌인 문인들이 많지만 그들이 숨쉬고 살던 도시는커녕 집조차 제대로 남아 있는 게 없다. 안타까울 뿐이다.
 
이번 여행은 책 한 권으로 짧게나마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들의 삶을 엿보며 빈의 역사와 문화, 그들의 희노애락까지 경험할 수 있었으니 오스트리아 빈으로의 정말 아름다운 여행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언젠가 빈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이 책으로 현장 도서란 걸 꼭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피아커(마차)를 타고 포석이 깔린 좁은 골목길을 달리는 재미도 절대로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에피소드 하나, 클림트가 뭇 여성들과 친구들과 첸트랄 카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근처 테이블에서 부러운 듯 쳐다보던 청년이 있었는데 그 청년은 미술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여 빈 미술 대학에 시험을 쳤댄다. 하지만 몇 번을 낙방하였는데 그러고도 몇 년을 더 빈에서 보잘것없이 지냈단다. 그 기간동안 그 청년도 '첸트랄'을 여러번 드나들었으며 한 쪽 구석 테이블에 앉아 클림트 일행을 쳐다보며 신세 한탄을 했다는데 그가 바로 '아돌프 히틀러'였다는... 그래서 만약, 그 청년이 빈 미술 대학에 붙어 예술가로서의 길을 걸었다면 세계 역사는 달라지지 않았을까...하는 작은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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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프랭크 밀러 글.그림, 린 발리 채색, 김지선 옮김 / 세미콜론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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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다. 그림 동화, 요리책 등 뭐든 글로 풀어내라고 하면 자신만만하게 덤볐는데 이 책은 대략 난감이다. 만화 한번 안 본 사람이 어디있겠냐마는 본 건 본 것이고 리뷰를 써 보자니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더구나 이 책은 스케일면에선 어떤 전쟁 소설 못지 않다. 그리고 전달하고자하는 내용도 그림과 같이 확! 들어온다. 그렇다면 못 쓸일이 뭐란 말인가? 그래도- -;
 
이 이야기는 기원전 480년,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가 해륙 양면에서 그리스를 공격한 '페르시아 전쟁'을 바탕으로 한다. 그 당시 전권은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가 가지고 있었는데 페르시아가 침공하자 레오니다스는 그리스로 가는 통로인 '테르모필레'의 협곡'뜨거운 문'이라 불리는 산길로 페르시아군을 몰아 넣어 전투에 이기고자 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에피알테스'가 페르시아와 내통하여 우회로를 가르쳐 줌으로써 돌파구가 생긴 페르시아가 대공격을 하게되고 레오니다스와 스파르타군은 패배한다.
 
'300'이란 숫자는 스파르타군의 숫자를 이야기 한다. 처음 페르시아 군에 맞설 때는 스파르타군외에 그리스 연합군 7,000여명이었지만 페르시아에게 우회로가 뚫리고 포위 당하자 레오니다스는 그리스 연합군을 돌려보내고 스파르타 정예군 300명 만으로 페르시아군과 맞섰다.
 
스파르타는 '스파르타식'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강인한 나라였다. 아이는 태어나면서 군대식 교육을 받는다. 작거나 약하면 버려지고 거친 자연에 던져져 기지와 의지만으로 흉폭한 자연과 겨룬다. 그런 고통은 절대로 드러내지 않으며 훈련은 끝이 없다.
 
이 책은 그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냈다. 벗은 몸에 빨간 망토를 쓴 스파르타인의 강인함과 창과 방패로 서로의 몸을 보호하며 적의 화살을 막아내는 장면은 그야말로 이 책의 백미다. 그리고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레오니다스의 죽음을 그린 장면은 그가 후에 왜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게 되는지 잘 보여준다. 시인이었던 '시모니데스'는 그 전투의 용사들을 기리며 시를 지었다. 그 시는 이 책의 끝부분에 스파르타 용사들의 시신이 쌓인 그림에 씌여져 있다.
 
이곳을 지나는 자유인은 들어라.
언제까지나 영원히...
세월이 깃든 바위 속에서
우리의목소리가 그대에게 속삭일지니.
스파르타에 전하라, 지나는 이여.
스파르타의 법에 따라 여기, 우리가 누워 있다고
 
비록 패했지만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싸운 용맹한 스파르타인, 그들은 모두 죽어버렸지만 그 뒤는 그들의 아들들이 잇는다. 아들들은 그 아버지들이 그랬던 것처럼 빨간 망토를 휘날리며 돌진한다. 승리를 향해. 영예와 영광을 향해...
 
만화를 봤지만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다. Tv에서 본 영화 예고편은 만화의 그 질감과 색채, 장면이 그대로 인 듯하여 자못 기대가 된다. 언젠가 '씬시티'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암울해보이는 색채에 지레 겁을 먹고 안 본 적이 있다. 당연 후회막급이다. 만화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는 만화가 주는 놀라운 세계를 경험한 셈이다.
 
<300>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 '스파르타인'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만화가 아니라 하나의 '서사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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