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 묻힌 비밀을 캐내자! - 꼭꼭 숨겨진 세상 1
데보라 피어슨 지음, 티나 홀드크로프트 그림 / 한길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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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엔 많은 비밀들이 숨어 있다. 정글이나 바다 그리고 우리가 항상 밟고 다니는 땅속.『땅속에 묻힌 비밀을 캐내자』는 그 비밀들 중에서 땅속에 묻힌 비밀을 알려주고 있는데 읽다보니 어른인 나도 몰랐던 비밀이 나온다.

 이 책은 12종류의 굴에 대한 이야기다. 두더지 굴을 비롯하여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노타우로스의 미로, 로마인들의 수로, 피라미드 안의 비밀 통로, 깊은 땅속에 묻혀있는 소금 덩어리들, 파리의 지하묘지 카타콤베, 그리고 신기한 우편 터널과 2차 대전때 포로들이 탈출하기 위해 뚫은 비밀 굴 등등. 미노타우로스의 미로를 제외하곤 모두 실제로 존재하는 굴들이라고 하니 아무래도 인간에겐 두더지의 기질이 다분한 것 같다.^^  

그럼, 그 굴들에 대해 자세히 한번 알아보자.

 미노타우로스의 미로, 라비린토스라고 불리는 이 미궁은 그리스 신화를 읽어본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거다. 요즘은 그리스 신화가 만화로도 나왔으니 어린이들도 이미 다 알고 있을 거다. 이 미궁 안에는 미노타우로스라는 반인반수 괴물이 살고 있다. 이 미궁에 들어간 사람은 절대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미노타우로스에게 잡혀 먹혔다고 하니  무시무시한 이야기지만 요즘 아이들이 재미있게 하는 길찾기 놀이의 시초였다는 걸 아이들도 알거다. 또 로마의 물길은 그야말로 자부심을 가질 만한 엄청난 거였다. 그 옛날 현대적인 도구도 없이 수로를 만든 로마인들은 정말 대단하다. 더구나 적들에게 수로가 차단될까 두려워 땅속에 굴을 만들어 지하수로를 건설했다고 하니 로마인들의 지혜는 정말 존경스럽다.

 신기한 것은 소금 나라 비엘리츠카의 소금 광산이다. 광산의 길이가 약 322킬로미터에 달하며 아주 깊은 땅속에 있는데, 굴마다 다르고 아홉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 광산엔 2,000여 개의 방이 있고 대부분 몇 세기가 지났으며 그 광산을 방문하면 위쪽에 있는 굴들과 광산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이 광산은 어쩌면 지구가 만들어질 때 바다였던 곳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 신기한 파리의 지하 묘지 카타콤베는 영화나 추리소설에도 무수히 등장할 만큼 유명한 곳이다. 파리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가는 묘지때문에 사람이 살 공간이 부족해지자 채석장을 지하 묘지로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쩐지 내 발 밑에 시신과 해골들이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왠지 으스스해진다. 그러니 영화나 추리 소설의 단골 메뉴로 나오는 이유를 알 것이다.      

 특히, 12개의 굴들 중에 내가 가장 특이하고 신기하게 본 것은 우편 터널이다. 난 처음 들어본 이야기인데다 검색을 해보아도 나오지 않아 그 정확한 원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다만, 강력한 공기의 힘으로 금속 통이 땅속 터널을 통해 움직여 원하는 곳으로 우편을 배달해 준다고 하는데 정말 신기하다. 요즘도 프라하에선 이 방법을 쓰고 있다고 하는데 그 우편 터널을 발명한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보는 것도 아이들에겐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외 나오는 여러 굴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옛날 사람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굴을 만든 이유와 더불어 그 굴을 발견하게 된 동기나 사용한 사람들에 대해 알아가다보면 땅속에 묻힌 비밀들이 하나둘 씩 벗겨지는 재미있는 경험을 한다. 이제 땅속은 두더지들만의 세상이 아닌 거다. 

 또 조카들과 이 굴들에 대해 토론할 생각을 하면 벌써 흥미롭다. 아이들의 대답은 항상 기발하여 어른인 내가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말을 하기 때문이다. 이 그림책은 분명 어린이용인데 어째 어른인 내가 더 좋아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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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또르 씨의 사랑 여행 열림원 꾸뻬 씨의 치유 여행 시리즈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베로니크 사바티에 그림, 이재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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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내 기억으론 조선일보 같았는데) 신문 귀퉁이에 귀여운 남녀 그림을 넣고 Love is~라는 단어로 시작하여 사랑에 대해 정의를 내려주던 글을 적어 매일 실었던 적이 있었다. Love is kind 라거나 Love is feeling 같은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여 여러 종류의 Love is~가 있었는데 꽤 상큼하고 귀여워서 코팅하여 책갈피로 썼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꾸뻬씨의 행복 여행에 이은 '프랑수아 를로르'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꾸뻬씨의 행복 여행』을 아직 읽지 않아 잘 모르지만 아마도 그 연장선이 아닐까 한다. 마음의 병을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치유해주다가 행복의 참된 의미를 찾아 여행을 떠난 것처럼, 이 책 『엑또르씨의 사랑여행』 역시 사랑하다가 실연 당한 사람들, 혹은 서로의 사랑에 믿음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나름대로 치유의 방법을 설명해주던 엑또르가 우연히 사랑의 묘약을 연구하던 코어모렌 박사를 찾아 캄보디아로 가면서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믿었던 클라라와의 관계를 생각해보고 또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과정을 담았다.

 사랑의 묘약을 연구하던 코어모렌이 제약회사와의 계약을 어기고 그 약을 들고 사라지면서 사라진 코어모렌 교수를 찾아 그 약을 찾아오는 것이 엑또르의 임무이다. 엑또르는 한 알의 약이 사랑의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에 못마땅해하지만 자신이야말로 코어모렌 교수를 찾을 유일한 사람이라는걸 알기에 승낙을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쫓고 쫓기는 추리적 요소를 가진 소설이면서 사람의 심리를 묘하게 설명해주는 심리 소설이며, 사랑과 실연에 아파하는 이들을 위한 애정 소설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주된 이야기는 결국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므로 살짝 엉성해보이는 추리적 기법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이 책을 읽는 것에 도움이 될 거다.^^ 

 엑또르는 이야기 중간중간에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노트에 적는다. 사랑에 대한 탐구라고 일컫는 '사랑에 대한 스물 일곱개의 정의'를 읽어보면 앞서 이야기 했듯이 Love is~의 형식을 담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랑은 다투지 않고, 사랑은 그리움이며 사랑은 상대가 불행해지면 그걸 즉시 느끼는 것이고, 사랑은 시련 속에서 그 목숨을 드러내며 사랑은 상대를 보는 순간 미소짓는다고 엑또르는 말한다. 또 사랑이란 하나의 사랑을 선택하는 것이라 결말을 지으면서 자신의 진정한 사랑에 올인하는 것으로 끝을 낸다. 

 사랑이란 서로가 떨어져 있으면서 서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 진정한 그 의미를 알게 되는 것 같다. 엑또르는 클라라와 떨어져 지내면서 그녀를 사랑한다고 믿었지만 그녀는 오히려 떨어져 있는 엑또르에게 이제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편지를 보낸다. 그에 답하듯 엑또르는 코어모렌 교수가 주는 사랑의 묘약을 마시고 캄보디아의 한 여인을 사귀게 되고 사랑에 빠지는데 그는 그게 모두 코어모렌 교수의 그 약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중에 그건 플라시보였음을 알게 된다. 결국 엑또르는 여행을 통해서 진정한 사랑을 만난 것이다.   

 과연, 사랑은 무엇일까?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사랑에 대한 문제의 정답은 없을 것 같다. 다만, 경험에서 오는 깨달음만 있을 것이다. 그러니 실연을 당한 사람에게 내 경험을 바탕으로 아무리 위로를 해봐야 소용이 없다. 그건 본인 스스로의 깨달음만이 정답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엑또르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에 대한 탐구외에 실연을 구성하는 요소들과 사랑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그 요소들을 읽어보면 사랑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된다. 또 엑또르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사랑을 경험하게 된다. 사랑하고 헤어지고 실연에 아파하고 또 다른 사랑을 만나 다시 사랑하고...

 '사랑이란 이성(理性)의 동의 아래 발휘되는 선천적인 광기다' 희열과 고통을 안겨주는 사랑은 자신의 마음 먹기에 따라 그 정의가 달라진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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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조선풍속사 - 조선.조선인이 살아가는 진풍경
이성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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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내가 읽어온 역사책은 조금만 읽으면 지루하거나 무겁거나 그것도 아니면 음모와 비리가 넘치다가 피를 보고마는 그야말로 역사 그 자체였다. 그래서 이 책을 펼치고 두어 장 넘겼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아무리 제목이 『엽기 조선풍속사라고 하지만 이건 좀... 너무 웃기잖아, 그래도 우리 역사인데 했다나. ^^

 전편에 나온 『엽기 조선왕조실록이 꽤 독특했었나보다. 저자는 그 책에서 하지 못한 조선, 조선인의 이야기들을 실었다고 하는데 읽는 동안 피식거리며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너무나 리얼한 왕과 신하들의 말투나 생생한 풍경들이 저자의 '신들린 상상력'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는데 만약 앞 뒤로 진지한 해설이나 설명이 없었다면 난 이 책에 나온 역사적 사실들을 믿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 코믹함에 말이다.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조선의 풍속사를 알아보면 정말 내가 알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다. 그동안 조선에 대한 이야기는 늘 왕조 중심이거나 이름난 선비들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일반인이라고 불리는 서민들의 생활상을 담은 이야기는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다.

 모두 4개의 장으로 나눈 이야기에는 조선 사람으로 살아가는 진풍경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조선 사람의 재치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 법한 조선의 이야기를 나머지 하나는 안타까운 조선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일찍이 정약용이 판서 권엄에게 보내는 편지에 남을 웃기거나 즐겁게 하는 '끼'가 없어 면신례의 고통을 호소했듯이 조선 시대엔 신참이 겪어야 할 가혹한 통과의례 면신례는 과히, 처절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면신례의 폐단을 알고 틈이 날 때마다 금지했으나 아직까지도 입학식 때가 되면 불거져 나오는 신입생 환영식에서의 사고는 세월이 많이 흘렀어도 사람 사는 모습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일본에서 박대(?) 받다가 조선까지 넘어온 코끼리가 먹고 싸기만 하는 무용지물의 동물로 전락한 후 이 지방 저 지방으로 떠돌다가 결국엔 사람 두 명을 죽인 후 귀양을 간 일화는 일본과의 외교적 문제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조선의 시대적 상황을 설명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조선의 '생화학무기'인 똥의 위력이다. 왜군의 조총에 맞서 똥을 거른 다음 1년 동안 삭힌 금즙, 즉 똥물을 물총처럼 쏘아 왜군의 전투력을 약화시키고 똥물을 뒤집어 쓰고 악취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은 왜군들이 전투력을 상실하게 된 이야기는 그야말로 똥물을 무기로 사용한 선조들의 기막힌 지혜에 웃음과 감탄사가 나온다. 그런데 왜군 역시 사용하던 화학무기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고춧가루였다. 포르투갈과 교역을 하던 일본은 포르투갈을 통해 고추를 들여 온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조선을 공격할 때 고춧가루를 뿌려 재채기를 유발시켜 수비를 약화시켰다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조선엔 똥물외에도 고춧가루에 버금가는 화학무기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모닥불을 태우고 난 후에 남는 였다. 그러고보면 임진왜란은 조총과 창과 화살, 칼외에도 똥물과 고춧가루과 재 같은 화학무기들이 난무하는 전쟁이었다. 지금에야 무척 웃기는 일처럼 느껴지지만 그 당시엔 얼마나 심각했을까 생각한다.

 안타까운 이야기는 화냥년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때 청나라에 끌려간 여염집 여자들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환향녀(還鄕女)라 부르는 것에서 연유되었다는 거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환향녀를 위한 정부 시책이 어처구니가 없음을 알게 된다. 정조를 지키지 못하고 살아 있음을 비웃고 더구나 병자호란 때 끌려간 여자들이 돌아오자 그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인조나 환향녀라는 이유로 못돼먹은 며느리로 낙인 찍혀 쫓겨나거나 목을 매거나 산으로 도피했다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여자와 아이들이다.

 저자는 이렇게 무겁고 어려운 역사를 나름대로 코믹하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역사라면 왠지 골치부터 아프던 사람들이라면 우리와 별다를 것 없어보이는 왕이나 양반들의 말솜씨를 들으며 낄낄거리다 보면 어느새 역사 속으로 들어간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아쉬운 것은 대화체의 가벼움이 계속되다보니 좀 거슬리긴 했지만 어차피 그렇게 기획된 책이니 편안하게 읽는다면 즐거운 역사 공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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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잡지를 아주 좋아했다.  내 기억에 남는 가장 오래된 잡지는 오빠가 보던 '학원'이라는 고등학생 잡지였던 것 같고, 내가 가장 먼저 접한 잡지는 '소년 중앙'이나 '어깨동무' 뭐 그런 책이었던 것 같다. 내 기억이 가물거려 자신하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그 당시엔 인터넷도 없었고, 세상의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잡지가 최고였던 것 같다. 텔레비젼에서 보내주는 정보도 그게 그거였고, 잡지를 통해서는 그런대로 유행하는 정보들을 접할 수 있었기에 촌구석에서 만날 비슷비슷한 생활만 하면서 지내는 나에겐 잡지 만큼 위로가 되는 책이 없었다고나 할까? ^^ 내가 잡지를 워낙 좋아하니까 동생이 내게 이런 편지를 보낸 적이 있었다. 그당시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엄마 가게에서 엄마 일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책도 물론 열심히 봤지만 역시 빼놓지 않고 펼쳐보던 것은 온갖 잡지들이었다. 딴에 '시사 영어'도 보고, '레이디 경향'도 보고, 문예지도 몇 권 구해 본 것 같은데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동생은 매일 여성지나 뒤적이는 누나를 봤었나보다. 어느 날 편지를 보냈다. '집에 있는 누나에게. 잘 있었는가? 몸 편안하고. 서울와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누나는 참 즐겁게 세상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구만. 그게 좋은거야. 어려운 일 있어도 즐겁게 살도록 해. 그런데 누나 생활에서 한 가지 더 바랄게 있다면 그런 좋은 시절에 '영레이디'나 '레이디 경향'이니 이런 책을 읽으며 보내지 말았으면 해. 말들 들어 보면 남자고 여자고 결혼해버리면 그딴 책 읽을 여유밖에 없다고 그래. 그렇다면 시집가면 지겹도록 읽을 걸 무엇하러 지금 그렇게 열심히 읽어? 지금은 교양서적을 읽고 독후감도 써 보고, 그 책을 읽어서 내 생각이 작지만 얼마 만큼 변했다는 것을 느껴 봐. 그것에도 어떤 기쁨은 있을 거야. 그러다 진짜 싫증이 나면 아까 말한 그런 책들 보며 머리를 풀고. 남자들을 잘 살펴보면 ,자기 애인에게는 자기가 밖에서 떠들거나 생각하는 것처럼 심각한 얘기를 잘 안할려고 해. 그저 사람사는 얘기나 시덥지 않은 얘기를 하지, 그런 얘기들은 일생을 같이 살 남자와 할 얘기가 못 돼. 금방 고갈되어 버리고, 재미가 없어져 버릴 테니까 말야. 남자가 무슨 얘기를 하든 듣고서 맞장구쳐줄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아무리 긴 밤이라도, 텔레비젼 한 대 없어도 즐겁게 지낼 수 있지 않겠어? 생각해 봐. 누나가 어떤 남자와 그저 사는 얘기가 아니라 그 남자 귀를 솔깃할 정도로 어려운(그런 게 다 좋은 건 아니지만) 얘기를 하며 저녁 밥먹고 단 둘이 밥상에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다면, 뭐 할려고 밥상에서 시덥지 않은 얘기하다가 싸움나서 남편은 딴 방가서 제 할 일하고, 여잔 혼자 앉아 주부가요열창이나 보고 그런 생활을 하겠어. 그럴 땐 남자도 여자를 우습게 여기고, 바람이 나 버린다니까.(내가 너무 웃겼나) 이런 필요가 아니더라도 지금 같은 때 책을 읽어 두면 좋을 거야. 그리고 시집은 누나가 이 사람이면 일생을 즐겁게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한테 가. 만약 없으면 혼자 살아야지 억지로 가라고 해서...그런 변명은 하지를 말고. 그만 쓸게. 몸 건강히 지내.' 다시 읽어도 웃기지만 딴엔 누나가 무척 걱정이 되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동생의 말에 따라 잡지책을 끊어버린 것은 아니다. 그후로도 죽~나는 일때문에라도 잡지를 봐야했으므로 가십이 나오는 '레이디 경향'류의 잡지는 안 봤지만 잡지를 사 봤다. 그러다가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고 하다보니 동생이 말한 것처럼 '내 생각이 작지만 얼마 만큼 변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일에 작은 기쁨도 느꼈다고나 할까?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흐르고 나서 말이다. 물론 동생이 염려한 것처럼 난 '가라고 해서'  하는 결혼도 안 하고, 결혼을 안 했으니 시덥잖은 얘기하다가 남편하고 싸워서 각 방 쓰면서 주부가요열창 따위도 보진 않지만 적어도 잡지책을 끊고 책을 잡았으니  세상을 즐겁게 잘 사는데 필요한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었는데...아쉬운 것은 정말 동생이 말한 것처럼 좋은 시절에 좋은 책들 많이 못 읽어서 참 아쉽다는 생각은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생각하고 요즘 열심히 눈 버려가며 책을 읽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고보면 난 늘 한 발자국씩 늦는 편인데 언제나 되어야 보조를 맞추어 걸을지 모르겠다. 각설하고..(에잇. 넘 길었다 쓸데없는 이야기가 - -;)

문학동네에서 <>이라는 청소년용 문학지가 나온 것을 봤다. 창간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내가 청소년도 아니고 굳이 사 보고 싶은 마음도 없던 터였는데 우연히 읽게 되었다. 그러곤 참 놀라워 했다. 와~이 아이들이 대단하구나. 난 그 나이에 뭘 했을까? 이런 글들을 써다니...

특히 <풋 2007년 봄호>엔 '제 1회 청소년 문학상'을 탄 청소년들의 시와 소설이 나와 있는데 다들 굉장한 실력이었다. 다들 입시 공부 와중에 글들을 썼을 텐데,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한국 문학의 찬란한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우리 때는 기껏해야  독후감 대회나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아무튼 <풋>을 읽으면서 좀더 많은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요즘 고등학생들이 공부하느라 얼마나 시간이 없는지 안다. 그러니 그들의 참여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청소년용의 잡지라면 각계 인사들의 좋은 글들도 좋지만 그 당사자들의 참여가 제일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몇 코너에 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긴 하지만 대부분 대학생들이어서 과연 이 책이 청소년용인가 싶은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다나. 솔직히 대학생 정도면 기존에 나와 있는 문예지 정도는 충분히 읽을 수 있을 테니 굳이 이 잡지를 읽겠냐 말이다.(알고보니 청소년은 청년과 소년을 합친 말이고 청년은 20~30세 미만의 성인을 이야기 하는 거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내가 생각한 청소년은?? 만 19세 미만) 뭐 어쨌든, 그럼에도 풋풋한 그들의 글은 파릇파릇한 느낌에 싱그러움이 느껴졌다고 하겠다. 

더불어 잡지책이야기나 나왔으니 잡지를 한 권 더 소개를 해야겠다. 이 책도 우연히 선물로 주셔서 보게 되었는데 보리출판사에서 나오는 <개똥이네 놀이터>라는 어린이 잡지다. 갓 초등학교 들어간 아이들이 읽으면 딱 좋은 잡지인데.. 선물 받아 내가 보기도 전에 마침 초등학교 들어간 조카랑 저녁 먹을 일이 있어 조카에게 선물을 했다. 워낙 책을 좋아라 하는 애라 저녁 먹으러 간 식당에서 그 책을 펴고 밥 먹어라 를 열 번을 더 외칠 때까지도 재미있다며 들고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나 싶어 나중에 조카네 갔다가 읽어보게 되었다. 와~ 내용이 어찌나 알찬지...잡지 좋아하는 고모는 다음호도 사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나..하지만 그 동생이 그 동생인지라..눈치만 보고 있다고..^^

조카에게 물었다. 재미있더냐? 하니 응, 재미있어 라고 했다. 더구나 3월호에 나온 봄꽃이야기를 열심히 보더니 화단에 핀 꽃다지를 보며 잎을 만지며 아이~부드러워라..고모도 만져봐. 하길래..잎을 만질 생각은 어떻게 한 거지? 했더니 그 책에 꽃다지의 잎이 부드럽다고 나오더라는...

아무튼 잡지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나로서 <>과 <개똥이네 놀이터>는 청소년 부모라면 아니 청소년 조카를 둔 고모든 이모든 삼촌이든, 또 초등학교 아이를 둔 부모라면 무조건 잡지는 안 돼!라는 선입감을 버리고 한번쯤 아이들의 머리를 식힐겸해서 한 권 정도 선물하는 센스!를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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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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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아프리카 어느 지역의 분쟁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내준 적이 있다.(기억으론 시에라리온인 듯) 그칠 줄 모르는 지역 분쟁에서 고통당하고 피해를 보는 사람은 당연히 여자와 어린이들이었다. 먹을 것도 제대로 없어 굶주림에 있는 아이들이 손목이 잘리기 전에 혹은 죽임을 당하기 전에 복수의 총을 들고 악에 바쳐 소리 지르는 모습은 하나의 충격이었다. 도대체 저 아이들을 전쟁으로 내몰고 제 키보다도 큰 총을 메도록 한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저 아이들이 그 전쟁의 의미를 알고 총을 든 것일까? 씁쓸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 배후에 부패한 관리들과 종족간의 갈등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자기들의 부를 위해 나라를 망치고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면서 정작 국민들은 기근에 걸려 죽든지 병에 걸려 죽든지 관심이 없다. 오히려 국민을 위해 개혁을 하는 지도자를 외국 세력의 조종으로 살해해버리고 지옥 같은 생활에서 겨우 벗어난 국민들을 또다시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있다. 어디 그 뿐이랴, 그들은 기아를 무기로 삼고, 국제기업에 악용하며, 테러의 도구로까지 이용한다. 또 도와죽겠다고 평화유지군을 보내고 국제 적십자사나 난민 구호단체에서 구호품을 보내어도 그들을 죽여 버리는 곳이 아프리카였다. 그러니 아프리카에서 굶주리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릴 방법이 뭐가 있겠는가?


물론 기근이 아프리카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는 물론이고 강대국에 속하는 러시아에서도 굶어죽는 사람들이 있다. 콩고 같은 나라는 풍부한 지하자원이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 또 브라질에서는 살인적인 금융 과두제가 물품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브라질 북동부에서 굶주림으로 인해 영양실조가 만연하다고 한다. 이런 것을 볼 때 기근은 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어쩌면 이런 모든 일들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았던 유럽 강대국의 이기적인 지배에서 생겨났을 수도 있는데, 토머스 맬서스의 ‘자연도태설’을 핑계로 삼아 심리적 기능으로 양심의 가책을 진정시키고 불합리화한 세계에 대한 분노를 몰아내기 위해 유럽의 많은 지배층 계급에서 그 이론을 신봉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그러나 유럽뿐이 아니다. 아프리카의 경우 이라크나 다른 중동지역에 비해 거둬들일 자원이 없으니 미국이나 다른 강대국에서도 관심을 두지도 않는 점도 있다. 그들이 만약 아프리카에서 이익을 볼 수 있는 어떤 자원들이 충분하다면 미국이나 강대국들이 모른 채 하고 나두었을까 싶기도 하다.


나라마다 자국의 이익과 각 나라와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얽혀서 피해를 받는 사람은 가난하고, 자원도 풍부하지 못하고, 매년 가뭄과 홍수로 기근에 허덕이는 나라다. 구호품을 공급해도 정말 도와줘야 할 사람들에겐 그것들이 공급되지 않는다. 북한을 두고 생각해도 그렇다. 그러니 세계 어느 나라든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베르툴트 브레히트가 주장하는 식량권을 국제 법규로 도입을 하든지 전지구적인 민간단체가 하루빨리 탄생하여 ‘워싱턴 합의’와 인권 사이의 대립에 종지부를 찍기를 바란다. 저자는 기아와의 투쟁이 이런 대립을 언제 끝낼 수 있는가에 따라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한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기근의 심각함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아니, 알고 있었다고 해도 모른 척하고 있었다는 게 좀 더 정확하겠다. 저자가 이야기 하듯이 학교에서 기근으로 세계의 절반이 굶주린다고 가르쳐주지도 않았고, 간혹 구호단체들이 북한에서 찍은 사진이나 영상물에 비쩍 마른 아이들을 보면서도 그저 쯧! 하고 혀만 찼지 고개 돌리면 잊어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죄스러움에 할 말이 없었다.


120억의 인구가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는데 하루에 10만 명이, 5초에 한 명의 어린이가 굶어죽고 있다니, 이런 아이러니는 또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기아의 진실이다. 그만큼 아이들도 이해할 수 쉽게 글을 적었다. 이제 기아문제는 아이들에게도 자세하게 이야기 해주고 그 진실을 알게 해주어야 할 일인 것 같다. 그렇다면 나와 우리의 아이들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관심이다. 쯧! 하고 혀를 찰 일이 아니라 기아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새롭게 잡는 것만이 옮긴이의 말처럼 작은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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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22:08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다가 알라딘 리뷰 선발 대회 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인데,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내 관심분야가 달라져감을 느낀다. 총평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기아의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못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