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뉴스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랗고 빨간 바탕에 펭귄 한 마리. 굉장히 특이하면서 왠지 썰렁(?)하다. 우리 나라 소설집치고 이렇게 양장본에 나오는 책은 드문데 이 책은 표지가 양장이다.^^  뭐, 그렇다는 얘기다. 소설집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무용지물 박물관>을 우연히 읽다가 재미있어서 계속 읽게 되었는데 이 책에 들어 있는 단편을 다 읽은 것은 아니고 몇 작품만 읽었다. 읽다보니 오래 전에 발표한 작품보다는 최근 것으로 보이는 작품들이 훨씬 좋았다. 표제작인 <펭귄뉴스>는 제대로 읽지 못했다. 제일 끝에 있었던데다 흠, 별로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서  라고 하면 작가가 섭하겠지?^^; 그건 아니고 우연히 읽었던 만큼 시간이 없었다.- -; 
 
이 책에는 모두 여덟 작품이 들어 있는데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독특하다.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보다는 라디오가 나오고, 타자기가 나온다. 또 발명품이 나오며 자전거가 나온다. 그리고 각 단편마다 나오는 인물들은 특이한 직업들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 직업에 대해 이야기 할려고 한다. 
 
<무용지물 박물관>에 나오는 메이비는 인터넷 라디오 디제이인데 시각장애우를 위한 방송을 한다. 앞부분에 메이비가 등장하여 라디오 디자인을 부탁할 때까지도 몰랐다.  마지막 부분에 메이비가 비틀즈의 '노란 잠수함'을 들려주고 <노란 잠수함>에 대해 시각장애우들에게 설명하는 부분은 정말 감동적이다. 메이비는 보잉707기를, 에펠탑을, 그리고 잠수함을 모두 말로 스케치를 해서 시각장애우들에게 들려준다. 메이비의 직업은 정.말.멋.지.다.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에선 오차 측량원 이란 직업이 나온다. 오차란 일본차茶를 측정하는 사람은 아니고 지도와 실제 지형의 차이를 재는 사람이다. 차이가 어떻게 생기는지는 읽어보면 알게 될테니 이야기 하지 않으련다.^^  이 단편에서 새로운 사실은 에스키모들이 지도를 그리기 위해서 눈을 감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발견이다. 지도를 보는 방법 또한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감고 지도를 그렸듯이 눈을 감고 손으로 만지면서 상상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지도는 그 어떤 지도보다 정확하다.신기하다. 
 
<발명가 이눅씨의 설계도>에선 제목처럼 발명가가 나오고, <멍청한 유비쿼터스>에선 해킹하는 사람이 주인공이며, <회색 괴물>에선 컴퓨터 자판을 연구하는 사람(sensoror)이 나온다. 그리고 <바나나 주식회사>에선 일회용 제품만을 줄기차게 만들어 대는 사람이 나온다. 일회용 제품이 주는 해악에 대해 관심이 없던 그는 자신의 아들이 죽자 그때서야 깨닫는다. <세상의 모든 걸 일회용으로 만들고 싶어했는데 정작 인간이 일회용이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지. p216> 그리고 마지막으로 표제작 <펭귄뉴스>의 ''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니 이 소설에서 가장 평범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겠다. 
 
이렇게 다양한 직업이 존재한다는 것은 TV드라마를 제외하고 처음이다. 작가는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작가 후기에 이야기 한 것 처럼 레고 블럭 쌓듯이 열심히 쌓아 소설집을 냈다. 등단 6년 만의 첫 소설집이라고 한다. 김중혁은 자기 색깔이 분명한 작가임은 틀림없다. 그 색깔을 지켜가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다음 작품에선 과연 어떤 멋진 직업이 나올지도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알랭 드 보통의 새로운 책 <동물원에 가기>는 아주 얇다.^^ 다른 책들에 비하면 왠지 부실(?)해 보인다는 말씀. 그러나 보통씨를 좋아한다면 그런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읽고나면 역시~!라는 생각이 들 테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억울한 소리를 하자면...알랭 드 보통의 책을 모두 읽은 사람들에겐 좋은 소리 못 듣겠다는 사실이다. 나만 해도 앞부분의 두어 개는 읽으면서 뭐야? 했으니까.

그렇다. 이 책은 보통씨가 낸 여러 책들에서 가져 온 글들로 꾸며져 있다. 독자들을 약 올리려고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펭귄출판사의 70주년 기획물이다. 70년 된 출판사에 70명의 작가 중에 넘버70으로 올라 간 보통씨. 대단하지 않은가?(그가 책 속에 인용한 플로베르와 버지니아 울프와 나란히) 그러니...보통씨를 좋아한다면 그 까짓것 이해를 해 주는 센스가 필요하겠다. 아, 물론 보통씨의 책을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이라면 상관없는 일.

보통씨의 책을 보면 늘 어려워 보이지만 어렵지 않은 매력이 있다. 그리고 철학적이면서도 마음에 와 닿는 그 무언가 있다. <여행의 기술>에도 나왔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야기와 공항에 가기 그리고 <왜 나는 너를 사랑 하는가>에 나왔던 클로이와의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 또 표제작인 동물원에 가기는 읽으면서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나도 모름 그 이유는.^^:)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역시 독신남. 에피쿠로스의 인용 문장부터 재미있더니 시작하는 첫 문장도 나를 미소 짓게 하더니 마지막엔 낄낄 웃게 만들었다. 웃기는 독신남이군. 하며..

알랭 드 보통의 문장은 지겹지가 않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고 딱 내가 이해할 만큼 글을 쓰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책을 다 읽어버리기가 아깝다. 로맹가리를 좋아하는 콩스탕스 만큼이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끼들 - 물구나무 그림책 38 파랑새 그림책 38
존 마스든 지음, 엄혜숙 옮김, 숀 탠 그림 / 물구나무(파랑새어린이) / 200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기름진 땅은 어디 있을까? 고무나무에서 똑똑 떨어지는 비 냄새는? 다리 긴 새들이 사는 큰 강은 어디 있을까? 누가 우리를 토끼들에게서 구해 줄까?>
 
이 가슴 아픈 책은 일곱 살 난 조카가 좋아하는 책이라며 보여주었다.
내가 읽어보지 못한 책이라 궁금해서 읽어보았다.
그림이 묘하게 환상적이고 짧게 들어간 글들은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남았다.

일곱 살 먹은 아이가 이 책 속에 담긴 메세지가 뭔지 알긴 알고 좋아하는걸까?
내가 이 책을 읽고 '마음이 좀 아프네' 했더니 왜? 라고 순진하게 묻는다.
조카는 아마도 그림을 보고 좋아하는 것 같다.

작은 토끼와 커다란 배, 아주 작은 캥거루들...
거대한 도시와 불타는 벌판...
이 묘한 그림 속엔 많은 메세지가 들어 있다.
짧은 글로도 많은 것을 생각해주는 것은 이 그림책이 주는 매력이기도 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5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단편 아홉 편이 실려있는 이 책은 모두 남녀의 이야기다. 아니, 남자의 이야기보다는 여자의 이야기다. 이 책에서 남자는 약한 존재이며, 불안한 존재이지만 나오는 여자들은 강하고 활동적이고 <달관과 체념의 경지에 오른 여자>들이다. 그래서 역자의 말처럼 <세상의 여자들이 좋아라 하며 읽을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표제작인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영화를 보지 않아 원작과 같은 스토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원작의 느낌은 깔끔하고 사랑스럽고 발랄하다. 장애인이면서도 자유롭고 생기넘치는 모습은 세상을 향한 그녀의 싸움의 일부분일지 모르나 그 발랄함이 그녀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긍정적이고 자신감 넘치고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존재이니 내가 원하는 너(남자)는 내 곁에 있어야 한다. 어쩌면 그런 주체할 수 없는 자신감이 주변의 모든 <정상>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내가 아주 감명깊게 읽은 이야기는 내가 미혼이라서 그런지 아님 내가 그러고 살지 못해서 그런지정말 내가 바라는 여성상(^^;;)이 나오는 <눈이 내릴 때까지>이다. 소박하고 수수한 올드미스 이와코는 연속편을 싫어한다. 한 번으로 완결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처럼 후회없이 남자를 만나고 티나지 않게 몸치장을 하며 아무도 모르게 재테크를 하고 남자에게 의지할 생각이 없기에 베풀 생각도 안한다. 여자와 남자의 만남은 사랑을 나누다가 헤어지면 그만인 것이다. 정말 쿨한 여자가 아닌가?..켁~!

그 외에 나를 버리고 간 첫사랑이 성공한 나에게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나 말도 안되는 소릴 해대는 <차가 너무 뜨거워>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동생의 애인에게 연모의 정을 갖고 혼자 온갖 상상을 다하며 즐거워하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 등등 나오는 이야기 하나하나 너무나 사랑스럽고 행복한 글들이다.(물론 여자인 내 입장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는데도 쿨하게 보낼 수 있고, 전처의 생활까지 책임져야 하는데도 즐거워하며 사는 여자들...어쩌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여자들이지만 이 모든 여자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들이다. 자기가 어떻게 하는 것이 행복한 일인지를 제대로 아는 여자들인거다. 그렇지 않다면 배신한 남편때문에 마음이 아파 상처를 받을 것이고<사로잡혀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세상을 비관했을 것이며<사랑의 관> 일에 바빠 나를 방관하는 그 남자에게 일찌감치 이별을 고했을 것이다<남자들은 머핀을 싫어해> 이렇듯 상처받은 마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 <달관과 체념의 경지에 오른 여자들> 여러 소설 속에 여자들을 만나봤지만 이 단편들 속의 여자들만큼 내맘을 사로잡은 여자들은 없었던 것 같다.

사족 : 뒤에 나오는 작품해설을 읽으면서 해설도 참 특이하게 한다 하며 읽고보니 야마다 에이미가 쓴 글이다. 어쩜. 딱 그녀다운 해설이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녀는 짜증나고 우울할 때 다나베의 소설을 읽는다고 한다. 아무리 어려운 책이라도 가르켜 주지 않는 인생을 사랑하며 사는 법을 그가 소설로 가르켜준다고 한다. 그러니 인생을 사랑하며 사는 법이 알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이 책을 읽기 바란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트 위의 세 남자
제롬 K. 제롬 지음, 김이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온 지 100년이 지났고 그 당시에 20만부가 팔리고 해적판이 100만부나 팔렸다는 초대형 베스트셀러다. 무엇보다 거의 매 페이지마다 웃느라 정신을 못 차린다고 하니 어찌 안 끌리겠는가? 모든 책을 제쳐 두고 읽었다. 결론은?
 
정말 매 페이지마다 썰렁한 듯 하지만 깊이(?)있는 유머가 등장한다. 전혀 웃길려고 하는 의도가 아니지만 행동의 묘사 하나하나, 내뱉는 말투 하나하나가 킥킥거리게 한다. 하지만 어디선가 많이 본 정경이다. 미스터 빈이 생각나기도 하고, 맹구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가볍게 볼 일도 아니다. 이 책은 굉장히 문학적이다. 간혹 나오는 문장들은 정말 아름답다.
 
내용은 이렇다. 창피하기 짝이 없을 만큼 게으름에 도가 통한 남자 셋이서 자신들의 기력 없음과 우울함이 <과로>로 인한 것임을 스스로 진단하고 휴식의 필요성을 느껴 보트 여행을 하기로 계획한다. 템스강 일주다. 날씨가 좋으면 야영을 할 것이고 궂으면 여인숙에 들 것이다. 준비과정부터 티격태격 싸우면서 여행을 하는 그들...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킹스턴에서 팽보른까지 (템스강 유역에 대해 잘 모르지만 내용상 그렇다^^:) 장장 열흘 동안의 여행을 마친다. 물론 중도하차다.
 
줄거리로 봐선 그다지 재미있을 것 같지도 문학적일 것 같지도 않지만 킹스턴을 기점으로 출발을 하면서 여행하는 동안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보트를 처음 탔을 때 이야기, 오일 스토브를 가지고 탔을 때 벌어 진 이야기. 묘지에서 일어난 일, 미로에서 헤맨 일 등등 가는 곳마다 일화가 있고, 영국의 역사까지 들먹인다. 코메디를 보면 연기자의 불행에 (실수로 물에 빠지거나, 미끌어 넘어지거나) 숨이 넘어 갈 듯 웃기듯이, 이 책에서 조지, 해리스의 불행한 행동은 끝없이 웃음을 유도한다. 또 간혹 보이는 문학적이고 감성적인 문장은 내가 언제 웃겼어? 할 정도로 아름답고 철학적이다. 그러니 읽고나면 엔돌핀이 나온다. 스트레스 해소, 즐거운 미소. 더불어 <저녁 먹은 후에 들은 이야기들>은 보너스처럼 더 웃긴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유령이야기. 영국이란 나라는 오랜 된 성들이 많으니 크리스마스엔 꼭 유령이야기를 하나보다. 유령이 무섭다기보다는 그야말로 웃긴다.
 
뭔가 색다른 웃음과 자극이 필요하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하지만 코메디와 개그프로를 보면서 <웃기시네>라는 조소嘲笑를 느낀다면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내가 보기론 현재의 개그프로나 코메디의 원조는 바로 이 책인 듯 하니까 말이다. 뭐 어쨌든...나는 추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