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과 그림자 도둑 1
리들리 피어슨.데이브 배리 지음, 공보경 옮김, 그렉 콜 그림 / 노블마인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흥미진진하다’라는 말은 형용사로 ‘넘쳐흐를 정도로 흥미가 매우 많다’라는 뜻이다. 내가 이 형용사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지난해에 나온『피터팬과 마법의 별』의 2탄으로 나온 『피터팬과 그림자도둑』이라는 책 때문이다. 지난번에 1탄을 읽을 때 그래봐야 피터팬 이야기지 하며 코웃음 치다 큰 코를 다쳤었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느끼는 흥미가 다르겠지만 나로서는 쳇! 하고보니 헉! 했던 터라 2탄이 나온다는 이야길 듣자마자 읽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내가 초등학생도 아니고 이런 모험 이야기에 재미있어 할 나이가 전혀 아님에도 흥분을 하는 것이 좀 보기 흉하지만 내 조카들은 고모의 이런 모습에 같이 흥분하여 피터가, 몰리가, 그림자 도둑이!!! 하며 수다를 떨 수 있으니 아주 좋아라한다. 암튼, 그 2탄을 어제 펼치면서 내 머릿속은 하루 종일 ‘흥미진진’, ‘흥미진진’이라는 낱말이 떠나질 않았다. 그래서 나름대로 그래, 시작은 ‘흥미진진’으로 했다나. 뻥이 좀 심하다고? 천만에!!^^


피터팬과 마법의 별』에서 피터가 어떻게 몰리와 만나고, 하늘을 날게 되었는지 또 팅커벨이 생겨난 원인이라든가 후크 선장의 손이 누구 입으로 들어갔는지, 마법의 별가루가 도대체 무엇인지, 왜 피터와 아이들이 말러스크 섬에 남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물론 1탄과는 관계없이 2탄 『피터팬과 그림자도둑』을 읽어도 읽는 데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2탄을 읽고 나면 분명 1탄이 궁금해질 것이므로 별가루의 정체부터 알아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몰리와 레오나드 애스터 경이 마법의 별가루가 든 상자를 가지고 런던으로 떠난 후 네버랜드라 불리는 말러스크 섬에 남은 피터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후크 선장을 놀려 먹는 재미에 빠져 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후크 선장보다도 훨씬 무시무시하고 괴물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옴브라 경을 맞게 된다. 옴브라 경은 몰리의 아버지 즉, 레오나드 애스터 경이 가지고 간 마법의 별가루가 든 트렁크를 훔치러 왔다. 그는 별지킴이들의 반대파로 나쁜 목적으로 별가루를 사용하기 위해 레오나드 애스터 경이 가지고 간 별가루를 훔치려고 하는 거다. ‘옴브라‘라는 이름은 프랑스 말 ’옹브레‘에서 나온 말로 ’그림자’를 뜻한다. 그는 긴 망토를 걸치고 다니면서 사람이나 동물의 그림자를 빼앗아 생각과 기억을 알아낸다. 또 몸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꾸어 좁은 문틈 사이로도 들어가며 걸을 때는 발자국도 남기지 않는다. 그런 무시무시한 적이 몰리와 애스터 경을 찾는다는 걸 알게 된 피터는 런던에 있는 몰리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팅커벨과 런던으로 떠난다. 그리하여 무사히 런던에 도착하지만 몰리가 살고 있는 집을 모르는 피터는 여러 가지 일을 당하게 된다. 그야말로 피터의 모험이 이제부터 시작된 것이다.


런던에 온 피터, 여기에 몇 가지 재미난 일이 있다. 작가들은(이 책의 작가는 둘이다) 전편에 이어 『피터팬과 그림자도둑』에서도 재미난 에피소드를 넣어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림자도둑이라는 캐릭터만 해도 상상하느라 바쁜데 또 다른 흥밋거리를 준 것이다.


런던의 뒷골목이라는 곳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지저분하고, 춥고, 더럽다. 따듯한 말러스크 섬에서 살다 온 피터는 비록 일 년 만에 런던에 돌아오지만 적응이 안 된다. 나쁜 사람들이 골목마다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그래서 친절하게 이야기하는 나쁜 아이를 따라 갔다가 봉변을 당하고 무사히 빠져나오지만 또 잡히고 만다. 그때, 커다란 세인트 버나드 종의 개를 데리고 산책 중이던 친절한 신사가 피터를 구해준다. 그 신사가 바로 피터팬의 원작자인 제임스 매튜 배리이다. 우리가 영화에서 보면 감독이 엑스트라로 살짝 출연하듯 제임스 매튜 배리도 이 책에 출연한 것이다.(기발한 작가들^^) 또, 자라지 않는 영원한 소년 피터가 원작에서 만나게 되는 웬디와 존, 마이클의 아버지 조지 달링이 이 책에선 몰리의 친구로 나와 피터와 몰리에게 큰 도움을 준다. 어디 그 뿐인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영국의 솔즈베리에 있는 불가사의한 스톤헨지의 비밀이 이 책에서 드디어 밝혀진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몰리를 찾지만 이미 몰리의 엄마는 옴브라 경에게 그림자를 잃어버렸고, 아버지인 레오나드 애스터 경은 별가루를 반환하러 떠나고 없다. 다행히 몰리를 구한 피터는 별가루를 반환하러 간 레오나드 애스터 경을 찾으러 천문학을 배운 조지의 도움으로 팅커벨, 몰리, 조지와 함께 그곳으로 떠난다.


이 책의 장점은 짧은 분량의 각 장, 어느 것도 소홀히 넘기지 못할 만큼 액션과 생생한 묘사를 보여 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읽는 동안 내 머릿속은 영화처럼 그 장면들이 떠올랐다. 평온한 말러스크 섬에서의 개구쟁이 같은 피터의 모습과 ‘올리버 트위스트‘에서의 올리버를 연상시키던 피터 그리고 마지막에 말러스크에 돌아와 친구들을 구해주며 후크 선장에게 한 방 날리는 모습까지. 책을 읽는 것이 분명한데 꼭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일까? 그 여운이 오래 남아 책을 덮기가 무척 아쉬웠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피터팬과 런둔의 비밀』이라는 책이 한 권 더 남았다는 거다. 내 생각엔 그 책에서 적들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을까 싶은데… 벌써부터 기대만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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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궁금해 했던 책이다. 이 책에 대해 알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경숙의 <리진>을 신문에서 읽었다. 처음엔 <리심>과 <리진>이 한 작가에 의해 나오는 같은 소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다. 그들 둘은 서로 몰랐다고 이야기 하더라마는 아무튼 조선시대 한 궁녀의 일생을 모티브로 소설을 만들었으니 자못 기대되었다.
 
그래서 김탁환의 <리심>을 읽고 제대로 된 서평을 쓸 생각이었으나 포기했다. 왠지 모르는 무력감과 너무 많은 서평에 기가 질렸다. 그래도 읽은 책이니 써 볼까 하다가 삼 일이 지나 버렸다. 내 기억의 한도는 삼 일이다.- -;
 
이런 책은 일단 재미있다. 실재와 허구가 공존하기 때문에 몰입할 수 있다. 
 
나는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창조해내는, 현실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어릴 때부터 공상을 많이 한 편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실재한 인물들의 일대기를 엮은 책들이었는데(우리가 익히 아는 위대한 사람들의 전기문 같은 것은 제외하고) 사람의 성격은 타고났으나 취향은 변하는가 보다. 책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읽다보니 어느 새 한 사람의 일대기도 읽을 만 하더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떨 땐 소설보다 더 많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내가 왜 안 읽으려고 했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야기가 살짝 어긋났는데 아무튼, 실재한 한 사람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업은 작가들에겐 아주 굉장한 메리트로 다가오는 것 같다. 얼마 전에 문학동네에서 나온 <오! 하느님> 역시 조정래 선생이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이야기를 만든 팩션 소설이 아닌가? (읽어보지도 않고서리 잘도 알아. 누군가 이 책을 내게 빌려 주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감감무소식이로다)
 
이 책은 세 개의 이야기로 나뉜다. 작은 제목이 말해주듯 각 권마다 독립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리심이 태어나 궁녀가 되고, 법국대사관의 아내가 된 과정을 담은 나아갈 진(進), 프랑스로 간 리심이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를 여행기처럼 풀어 낸  흐를 류(流), 프랑스에서 돌아와 짧은 생애를 마칠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돌아올 회(回).
 
<리심>을 읽으면서 나는 몹시 씁쓸했다. 조선시대 최초로 불어를 사용하고, 외국인 남자를 남편으로 두었으며 프랑스는 물론 모로코의 탕헤르까지 가서 문물을 경험하고 왔던 한 여자의 일생이 정치적 혹은 이기적인 남자의 마음으로 인하여 희생당하고 말았다는 것이 말이다. 그 시대에 그런 희생을 당한 여자가 어디 리심뿐이겠냐마는...
 
대충 <리심>을 읽었다. 라고만 쓸 생각이었는데 주절주절 되지도 않는 말들을 늘어 놓았다. 한 이야기를 두고 두 사람이 바라본 시선은 몹시 흥미롭다. 그런고로 문학동네에서 곧 나올 신경숙의 <푸른 눈물, 리진> 기대가 된다. 아무래도 여작가이며 문체가 나름 섬세한 신경숙의 이야기이니 좀더 애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아, 저 제목인지는 모른다. 리진이라는 것밖에^^;)
 
그나저나, 요즘 본의 아니게 두 권짜리 책을 많이 읽고 있다. 이야기가 아무리 흥미로워도 두 권이니  힘들다.- -;; 그리고 존경스럽다. 두 권이나 되는 분량의 글을 쓸 수 있는 작가들이 말이다.
 
리뷰 같지도 않은 리뷰 읽느라 고생하셨소이다. 다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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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없는 날 동화 보물창고 3
A. 노르덴 지음, 정진희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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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엄마 잔소리 좀 하지 마!" 라고 외쳐댈지도 모를 큰 조카를 위하여 고른 책이다. 지금은 나도 어른이 되었지만 부모님의 잔소리가 정말 듣기 싫었을 때가 분명 있었다. 아무리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어서 내가 내 아이를 낳고 보면 '엄마 어렸을 때는 공부도 잘 하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고, 잔소리 같은 것은 들은 적이 없어.' 따위의 거짓말을 침도 안 바르고 해댄다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공부해라! 씻어라! 일찍 들어와라!' 그런 잔소리를 안 듣고 자란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설마? ^^ 그리고 그땐 그런 잔소리가 또 왜 그리 싫었는지 모르겠다.

 여기 나와 똑같은 아이가 있다. 부모님의 '이거 해라!' '저거 해라!'하는 잔소리를 딱 하루만 안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아이 말이다. 그런데 이 멋진 부모님은 그래? 네가 원한다면 한번 살아봐! 하신다. 멋지다.^^ 그래서 푸셀은 잔소리 없는 하루를 보내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 양치도 안 하고 세수도 안 하며 아침은 자두잼으로 해결했다. 학교에 와서는 수업도 안 하고 집으로 간다. 설겆이 당번이면서 설겆이도 안 하고 뜬끔없이 엄마에게 파티 준비를 해 달라고 한다. 그런 모든 일에도 부모님은 오로지 그래, 알았어. 로만 대답하신다. 왜? 오늘은 잔소리 없는 날이니까!

 하지만 세상이 그리 녹녹치 않다. '차 조심해라!'라는 엄마의 말을 안 듣고 나갔더니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하고, 양치를 안 하고 학교에 가니 친구가 냄새 난다고 놀린다. 또 잔소리 없는 날을 핑계 삼아 오디오를 사러 갔으나 아이에겐 비싸다고 팔지를 않는다. 불시에 파티를 계획했으나 모두들 운동하러 가고 공부하느라 올 수가 없단다. 그래서 아무나 데리고 파티를 하려 하지만 그것 또한 쉽지가 않다.

 이 책은 엄마의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푸셀을 통해서 잔소리가 없는 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할 때 어떤 위험이 따르고, 또 그 결과에 따라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깨닫게 해준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엄마의 잔소리가 그립다가도 막상 집에 가서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면 왜 투덜대는 걸까? 이 나이가 먹어도 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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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 사랑의 여섯 가지 이름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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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 이 책의 표지와 제목을 보면서 든 생각은 SF소설이고 SF적인 사랑이야기인가보다 하는 거였다. 달에 사다리가 놓여 있고, 선인장 위에 앉아 있는 이름 모를 새, 황량하게 보이는 사막. 그런데다 ‘튤슈‘라는 정체모를 이름이 주는 암시는 분명 SF였다. 그래서 SF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당연히 관심이 없었는데 ’아지즈 네신‘이라는 이름에 그만 하고 말았다. 언젠가 친구가 선물한 책 중에 『생사불명 야샤르』가 있다. 일 년이 넘도록 책꽂이에 꽂힌 책을 보며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아직도 읽어보지 못한 책, 그 책의 작가였기 때문이다. 그의 책을 읽은 것도 없으면서 하고 만 이유는 그에 대한 평가가 아주 좋았고, 터키라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라면 좀 웃기는 이유일까?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은 ‘사랑의 여섯 가지 이름’이라는 부제가 붙은 여섯 가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풍자작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가 이야기 하는 사랑엔 사람이 아닌 동물과 식물이 나온다, 독수리와 물고기, 담쟁이덩굴과 선인장과 꽃들, 참나무와 인형 등등. 여간한 관찰이 아니면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벌이지는 여러 종류의 사랑이 이 책에 나온다. 비록, 동, 식물을 빗대어 표현을 했지만 그 사랑들이 어찌나 절절한지 감정이입이 저절로 된다. 내가 물고기 익투스가 되고, 나비가 되며, 인형이 되기도 하는 거다.


특히, 참나무와 인형의 사랑의 고통을 이야기 한 「품을 수 없는, 안길 수 없는」은 한 번도 사랑이란 걸 받지 못한 버림받은 인형을 위해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 희생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마음에 남아 있는 이기적인 면으로 인해 인형의 개성을 무시하고 그녀의 가장 소중한 권리마저 빼앗으려 한 참나무가 그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자신의 존재만을 끔찍이 여기고 동화되지 않는 인형에게 배신감을 가지면서 결국엔 서로에 대한 증오로 서로에게서 벗어나고픈 욕망을 느끼게 되는 품을 수도 없고, 안을 수도 없던 슬프고 고통스런 사랑, 그것을 말한다.


또 표제작인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이 말하는 사랑은,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튤슈에 대한 사랑을 널리 퍼뜨림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튤슈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 존재 이유가 커지는 만큼 자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내 사랑이 존재하므로 내가 존재한다는 것이야말로 사랑의 기본이 아닐까? 


그렇다면 사랑이란 과연 무엇일까? 헤르만 헤세는 유일한 마술, 유일한 힘, 유일한 구원, 유일한 행복을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유일하다는 것! 이 책에 나오는 그 사랑들은 하나같이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럽지만 그 모든 것을 끌어안고 죽음까지도 감내하며, 불가능하지만 그 유일한 것에 도전하는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처음 접한 아지즈 네신의 작품이었지만 나는 그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사랑이야기를 이렇게도 말할 수 있는 거구나! 정말 대단하다! 뭐, 그런 것 말이다. 늘 새로운 작가를 만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지만 내가 몰랐던 꽤 훌륭한 작가들을 알게 되었을 때의 그 기쁨은 세상 구석구석에 있는 튤슈를 만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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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
나가시마 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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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시마 유’, 요즘 일본 소설가들의 책이 너무 많이 나와 그들의 이름을 익히는 것도 힘들 지경이다. 더구나 조금 떴다 싶으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일본 소설들이 과히 반갑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일본 소설들은 좋은 말로 하자면 ‘’하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솔직한 표현으론 가볍다. 마음만 먹으면 책 한 권 읽는데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더구나 읽고 나면 금방 잊고 만다. 그래서 이 소설 『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를 읽기 시작했을 때도 금방 읽겠지 했다. 아, 그러나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이 책에는 두 이야기가 나온다. 표제작인 「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와 「센스 없음」 사실대로 이야기 하자면 난 이 책을 읽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페이지는 분명히 넘어가는데 이야기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심지어는 주인공 이름마저 헷갈리고 있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과감히 책을 덮고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그제야 조금씩 이야기가 머리에 들어 왔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내가 가볍다고 생각한 여타 일본 소설들하곤 조금 달랐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지긋지긋할 정도로 두 주인공의 성격이 이성적이고 관조적이다. 그래서 슬프고, 그래서 서럽다’ 그래서 나는 지겨웠다. 소설이라기보다는 내 이야기 같고, 친구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서 흔히 보는 그런 주인공, 작가는 조금의 과장됨이 없이 무덤덤하게 주인공의 심리를 표현한다. 그래서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주인공 감정 속으로 빠져들기는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약간의 인내심도 요구가 되는 거다. 끝까지 읽을 인내심 말이다. 


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의 무쓰미는 시험지를 조작시키면서 까지 자신을 뽑아준 한 회사에 취직이 되었다. 그 회사는 모회사의 계열회사였고 소문에 의하면 모회사에서 좌천된 직원들로만 이루어졌다고 한다. 무쓰미가 그곳에서 하는 일은 매일 아침 K전기에서 보내온 방대한 전표를 확인한 후, 제품이 정확한 행선지로 가도록 전표를 분류하는 일이다. 시간대에 따라 바쁘기도 했지만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제과점보다는 낫다고 생각을 한다.


작가는 이런 무쓰미의 일상을 담담하게 써 내려갔다. 회사 이야기, 공장주변의 풍경, 직원들에 대한 소소한 관심, 그리고 히카와에 대한 무쓰미의 짝사랑을 섬세하고 담백한 문체로 표현했다. 처음엔 무관심하던 회사와 동료들에 대한 마음이 크고 작은 일들로 인해 열리면서 다소 소극적이고 서툴지만 서서히 따듯하게 변화해가는 무쓰미의 모습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연결과 단절’의 의미를 잘 표현해 준다. 결국 무쓰미의 모습에서 “우리는 연결되어 있으면서 단절되어 있지만, 단절되어 있으면서도 연결되어 있다”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게 된다. 그거야말로 서투른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과 다르지 않는 담담한 생활인 것이다.


또 「센스 없음」에 나오는 야스코는 세이키마Ⅱ라는 밴드를 좋아한다. 세이키마Ⅱ의 노래를 듣다가 문득 그들의 음악을 처음 듣던 때를 생각하고 때마침 걸려온 친구 미도리와 세이키마Ⅱ의 노래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남편 방에서 찾은 디카 안에서 애인과 같이 찍은 남편의 사진을 발견한다. 처음 남편의 외도를 알고 야스코가 한 일은 밤늦게 귀가하는 남편의 변명을 듣는 사이에 청동으로 된 조각상을 던지는 일이었다. 남편이 피하여 어깨에 맞았지만 만약 피하지 않았다면 야스코는 남편을 죽여 버렸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분노와 살의를 느꼈고 그 후로 남편은 당연하다는 듯이 집엔 소홀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남편이 부재중인 상황에서 걸려온 비디오테이프 반납 전화를 받고 야스코가 비디오테이프를 반납하러 가는 하루를 보여준다. 그 사이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리아와, 두부장수의 모습, 눈 덮인 거리 풍경과 더불어 친구인 미도리와의 고교시절을 되돌아본다. 그 되돌아봄은 야스코의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과도 같다. 그리고 돌아온 남편이 내뱉은 이혼이라는 말에 위자료 대신 이마에 ‘고기육(肉) 자‘란 문신을 새겨달라고 한다.


이 또한 「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와 마찬가지로 남편에게 상처 받고 서툴게 살아가는 야스코를 통해 ‘연결과 단절‘을 보여준다. 그 속에 존재하고 있는 고독함 역시 현실의 나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너무나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며 주인공인 두 여자의 감정을 아주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래서 지루한듯하지만 읽다보면 그 감정의 묘사에 빠져들게 된다. 결국 두 주인공이 ‘’가 되어 밥 말리의 노래 ‘No Woman No Cry'가 ‘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 혹은 ‘여인이여, 울지 마라’라고 해석하든 나도 모르게 눈물 한 줄기 흘리는 여자가 되고 마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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