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 노통브,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것이 언제일까? 서점에 갈 때마다 판매대에 엄청난 분량의 작품을 소개해 놓고 있어도 얇다는 이유만으로 사서 읽을 생각도 안 하다가 우연히 읽은 『오후 네시 』와 『반박』에 빠져 그 날로 아멜리 노통브의 팬이 되었던 나,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면 그의 전작을 찾아 읽고 싶어하는 성격에 그녀의 소설을 거의 다 찾아 읽었다. 기발하고 때론 어이가 없기도 한 그녀의 작품을 읽다보면 표지 안쪽에 혹은 뒷 표지에 인쇄된 그녀의 모습만큼이나  으스스했다. 희곡을 좋아하지 않아 희곡만 빼고선 그녀의 책을 다 읽었는데 어쩐지 이 책이 나왔을 땐 그다지 당기지 않았다. 노통브에 대한 나의 사랑이 식었던 걸까?   

내 집엔 케이블 방송이 안 나온다. 원래 공중파도 잘 안 보는 성격이라 처음 케이블에서 하는 한 남자를 두고 여자들이 경쟁을 벌이는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프로를 보면서 참 어이가 없었다. 언젠가는 미녀를 두고 추남(?)들을 불러 그 중에 한 사람을 뽑는 괴상망측한 프로도 보았다. 이렇게 비슷한 프로들이 끊임없이 방송되는 것을 보면 원하는 시청자들이 있기에 만들어지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노통브는 이번에도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들고 왔다. 재작년 여름에 미녀와 야수 같은 독특한 소설이던 『머큐리 』를 읽은 후 나는 노통브에 대한 나의 애정을 사실상 살짝 접었다. 늘 파격적인 이야기와 결말이 처음엔 흥미롭다가 너무 비슷하니 지겨워졌다는 게 이유다. 그래서 이 책 『황산』이 출간 되었을 때도 재작년처럼 신간이 나오자마자 미친듯이 사서 읽은 것과는 반대로 오랜 애정으로 인해 눈길은 갔지만 구입을 하진 않았다.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보니 어쩐지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날 갑자기 식물원에 산책 나간 사람들을 강제로 트럭에 태워 어느 장소로 끌고가 세계대전 때의 포로수용소마냥 사람들을 몰아넣고 그들을 감시하고 심지어는 폭행과 사형까지 서슴지 않는 행동을 저지르는 사람들. 알고보니 그들은 한 방송사의 직원이고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생방송되고 있었다. 어찌 이런 일이!!!  잡혀간 그들의 인권은 무시되고, 나라가 아무리 썩어빠졌기로서니 사람을 때리고 죽이기도 하는 그 프로에 대해 방관만 하고 있단 말인가? 끌려간 사람들에겐 가족들이 한 사람도 없단 말인가? 끌려간 사람들은 또 어떤가? 아무리 죽음이 두려워도 어찌 그리 무력한지  읽는 내내 노통브를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이해가 안 되었다. 왠지 억지스럽다는 생각만 든다.
 
물론 이 책은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현실을 비판한 우화로 보아야 한다. 그래야 이해가 된다. 그럼에도 나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그녀의 '문학적인'문체는 알겠지만 그래도 어딘지 억지가 보인다. 쉽게 실망했다는 말은 하지 않으련다. 뛰어난 작가에게도 좋은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이란게 분명 있을 테니 말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에게 올인한 적이 있다. 아마도 하루끼 이후로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서 신선함과 산뜻함에 푹 빠졌었던 것 같다. 그당시 우리 문학은 여전히 무거웠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녀의 작품에 푹 빠져 나오는 것마다 열심히 사 읽다가 어느 순간에 이젠 지겨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독자의 입장에서 변덕이 죽을 끓어 좋아한다고 해 놓고선 이젠 지겹다고 하면 진정 그 작가를 좋아한 게 아니라고 한다해도 어쩌랴! 아무튼 그녀의 신간을 언제부터인가 슬슬 피하기 시작했다. 그간 일본 문학들이 봇물 터지듯 밀려온 탓도 있고, 바나나류의 일본 문학들이 너무 많았던 탓도 있다. 그리고 지난번에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바나나의 『아르헨티나 할머니』가 눈에 띄길래 집어 들었다. 얇아보여 금방 읽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었고, 바나나니깐 재미있어서 금방 읽겠지 하고...아, 난 가능하면 읽은 책은 짧더라도 모두 글로 남기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재미없었다거나 실망스러웠다거나 라는 말보다는 그저 내가 잘 못 읽은 탓이라고 하고 싶다.--; 
 
책이란 그걸 읽는 독자의 현실 상황이 많이 좌우하는 것 같다. 그러니 어떤 독자는 감명 받았다 하고 어떤 독자는 실망스러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게 취향이라기보다는 독자의 현 상황과 마음 때문이 아닐까 혼자 생각한다. 언젠가 신경숙 작가의 글도 지겨워~하고 읽지 않은 적이 있었다. 이번에 그녀의 신간 『리진』을 읽고서야 그 지겨워~라는 말을 거두었다. 이젠 신경숙 작가의 지겨운(?) 글들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그렇듯 노통브도, 바나나도 나의 변덕을 비웃으며 이래도 안 읽을래? 하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왜? 이러나저러나 나는 그들을 여전히 좋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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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과 시클로 - 이지상 베트남 여행기
이지상 지음 / 북하우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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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보면서 나는 무얼 생각했을까? 베트남, 쌀국수와 아오자이 그리고 베트남 커피…. 대체로 긍정적이고, 밝고, 그저그런 베트남 여행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은 어처구니없게도 머리말에서부터 틀렸다는 걸 알았다. 도대체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고 그렇게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걸까?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르포가 아니고 여행기이지만 그가 보고 겪은 베트남에서의 여행은 그가 아무리 관광으로만 베트남을 보려해도 어쩔 수 없이 부딪히게 되는 과거의 상처가 주는 깨달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머리말에서 저자의 이야기를 읽은 후에야 내가 알고 있던 베트남이 보였다. 어린시절 의 기억을 떠올리면 베트남에 대한 인상은 무자비한 베트콩의 만행이었다. 어디서 본 그림인지는 기억도 안 나지만 얼굴에 비닐을 씌워 사람을 죽이는 그림이 눈에 선하다. 어릴 때 나는 전쟁이 벌어지는 꿈을 많이 꾸었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서부터는 전쟁이 나는 꿈을 꾸면 꿈 속에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또 꿈이구나! 그만 눈을 뜨자! 하지만 심한 경우에는 눈을 뜨자! 했는데도 꿈이 계속되어 이젠 정말 전쟁이 벌어졌구나! 하고 겁을 먹은 적도 있다;;;; 그런 것들은 아마도 어릴 때부터 무진장 받아온 반공교육 탓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요즘 세대야 6.25가 뭔지, 베트남 전이 뭔지 반공 교육 한번 받은 적이 없었을 테니 관심도 없겠지만 말이다.

베트남 전의 상처를 안고 공산 통일이 된 베트남은 통일이 되면 뭔가 다른 세상이 열릴 것이라 기대했던 많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남북으로 갈려 다른 사상으로 살아온 그들이라 사상의 편견도 많았고, 우리가 베트콩이라 불리던 사람들은 사실은 북쪽의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남쪽의 민족주의자로서 북쪽의 체제를 옹호하고 그들은 도운 사람들이다. 하지만 막상 통일이 되고보니 서로 다른 사상과 베트콩에 대한 북쪽의 푸대접이 많은 베트콩들이 통일 후에 어딘론가 재교육 명목으로 끌려가거나 자살하였다고 한다. 더구나 가난한 북쪽에서 살던 고위급들이 남쪽의 풍족한 경제에 빠져 말할 수 없이 부패되어 많은 국민들이, 그들을 옹호했던 베트콩들이 보트피플이 되어 베트남을 떠났다고 한다. 그후 도이머이 정책(경제개발정책)으로 나라가 변하기 시작하더니 1993년 확실히 개방하면서 지금의 베트남이 되었다고 한다.

무거운 이야기만 늘어 놓으니 이 책이 무슨 베트남 역사서 같지만 그건 아니고, 그 나라의 역사 정도는 알고 있어야 여행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한다. 더구나 베트남이라면 한국하고도 연관이 있으니 당연히 알아두어 할 것이다. 베트남을 여행하고, 베트남을 좀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럼 베트남의 매력을 엿보자.

우선, 베트남의 물가는 엄청나게 싸다. 태국의 물가를 한국과 비교하면서도 싸다 했는데 이곳의 물가는 정말 장난아니게 싸다. 쌀국수 퍼의 가격은 1,300원 정도이고(오리지날인데 말이지) 10달러면 한 시간 동안 발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또 하교하는 아오자이를 입은 여학생들의 물결은 직접 보지 않아도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울 지 상상이 된다. 메콩 델타의 수상가옥과 박쥐가 산다는 절 쭈아저이(chua doi,박쥐사), 달랏에 위치한 '미친 집' 이라 불리는 이상한 건축물, 높이 15미터의 쁘렌 폭포, 요즘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수묵화 같은 하롱베이, 이런 아름다운 곳들이 많은 곳이 또 베트남이다. 저자가 추천한 하노이 역도 궁금하고, 말썽이 생기더라도 시클로도 타고 싶다. 베트남 식 카페에 앉아 달짝지근한 오리지날 벳남커피도 마셔보고 싶다. 요즘은 투자바람도 불어 베트남에서의 한국의 입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한류 바람으로 장동건이 베트남에서 대통령 선거에 나오면 대통령이 된다는 농담도 한다고 하니 한국인들이 그곳에 가서 관광하기에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도시를 벗어나면 한국의 1970년내의 모습 같은 풍경과 북쪽으로 갈수록 바가지와 불친절이 심하고, 잘 알아보지 않고 모르는 도시에 들어갔다가는 베트남 전에서 한국군에게 학살당한 가족을 만나기라도 하면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고 하니 조심도 해야할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여행자의 시선과 관심이 어느 곳에 있는지는 본인만이 알 것이다. 어떤 이는 이국적인 풍경들을 보며 사색에 빠질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오로지 관광만을 할 것이다. 또 순전히 먹기위해 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글을 쓰기 위해 여행을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졌었고, 20세기에 가장 처참한 전쟁을 겪은 것이 한국의 과거와 너무나 닮아 있어 동병상련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 저자의 눈에는 베트남과 한국의 과거가 떠올랐다. 그래서 그는 여행자의 시선으로 그들의 삶을 담아내고 싶어 이 글을 썼다고 한다. 베트남의 상처와 우리의 관계에서 여행의 낭만과 깨달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무척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늘상 보아오던 여행기가 아닌, 베트남의 겉모습이 아니라 아픔까지도 알게 되었다. 저자가 바라듯 나 역시 내가 표지를 보고 처음 느낀대로 베트남이 조만간 밝고, 희망찬 나라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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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베이커리
이연 지음, 이지선 그림 / 소년한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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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다니는 조카가 놀러왔기에 이 책『오후 3시 베이커리』를 주면서 읽어보라고 했다. 열심히 읽고 있기에 재미있니? 했더니 대답도 없다. 다만 킥킥거리면서 웃느라 바쁘다. 아직 내가 읽기 전이라 무슨 내용인지 몰라 왜 웃느냐고 물었더니 나중에 고모가 읽어봐 한다. 조카가 가고 난 후 한참이 지난 후에 이 책을 읽었다. 조카는 앞부분만 읽고 갔는데 아무리 읽어도 뭐가 우스웠는지 감을 못 잡았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데 그건 사투리였다. 조카는 서울태생이고 나는 경상도가 집이다. 그래서 할아버지 집에 내려가면 집안  사람들 모두 사투리를 쓴다. 서울에서 표준말을 쓰던 나나 제 아빠도 고향에 가면 사투리를 쓴다. 처음엔 그걸 너무 재미있어 하더니 이젠 그다지 재미있어하지 않더니 눈으로  사투리를 직접 읽으니까 굉장히 재미있었나 보다. 이 책에 나오는 사투리는 부산 사투리인데 서울에서 태어난 저자의 사투리 솜씨가 정말 놀랍다. 아, 그러고 보니 너무 쓸데없는 이야길 많이 했네. 각설하고,

이 책은 정말 아이들에게 많이 읽혀주고 싶은 책이다. 내용이 너무 따듯하여 읽는 내내 흐뭇한 웃음이 나왔다. 요즘처럼 TV만 틀면 여기저기 보여주는 폭력적인 만화의 홍수에서, 웬만하면 다 있는 컴퓨터의 난해한 게임들에서, 어린이 책이라고 나오는 책들도 보면 환상적이거나 너무나 우울한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자칫하면 우울할 수 있는 부모의 이혼이나 폭력적인 아빠를 둔 가정의 이야기인데도 너무나 경쾌하고 발랄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렇게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나가다가도 클라이맥스에 가서는 한번쯤 눈물 흘리는 것이 모든 이야기의 방법인데 이 책에서는 그것마저도 깔끔하게 풀어냈다. 그래서 읽는 동안 너무나 즐거웠던 거다.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살던 상윤이는 아빠가 서울에 사는 아줌마와 재혼을 하자 아빠 집으로 이사를 온다. 엄마는 상윤이랑 같이 살고 싶어 하지만 여건이 안 된다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상윤이는 아줌마랑 잘 지낼 수 있을 지 지레 겁을 먹는데 다행하게도 아줌마는 좋은 아줌마였고, 상윤이와도 잘 지내게 된다. 엄마와는 다르게 모든 것을 상윤이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아줌마, 스스럼없이 아직은 상윤이보다 조카가 좋다고 말하는 아줌마 그리고 아무리 잘해줘도 자신은 엄마가 아니고 아줌마라고 말하는 아줌마. 우리가 여태껏 보아오던 새엄마하곤 다르다. 신세대 새엄마다. 그런데 그런 아줌마가 상윤이는 좋다.

이 책은 “가족은 누가 정하는 걸까?”라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상윤이는 자신이 속할 곳을 스스로 정해야 한다. 아빠랑도 살고 싶고, 엄마와도 살고 싶다. 엄마도 좋고, 아줌마도 좋다. 하지만 다 같이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속상하지만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 상윤이의 친구인 장훈은 술만 마시면 폭력을 행사하는 아빠와 살다가 결국엔 엄마와 동생과 도망을 나온다. 이제 아빠의 폭력에서 벗어나 엄마랑 동생이랑 아빠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여태 가져보지 못했던 ‘가족’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마음이 아프다. 아빠가 술을 마시다가 아무 곳에서나 자다가 사고라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인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결손가족인 귀신 할머니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결손 가정의 주인공들은 그런 우울한 환경 속에서도 너무나 꿋꿋하다. 그동안 우리가 보아왔던 그 흔한 갈등 따윈 없다. 너무나 긍정적이다.

부모가 이혼을 하고 새엄마와 같이 산다면 아이에게 당연히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아빠가 폭력을 행사하면 그 아들 역시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선입견이 어쩌면 자라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상처를 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작은 문제가 생겨도 어른들은 그래서! 말썽을 피운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오후 3시의 베이커리』에선 그런 게 없다. 이 책을 읽다보면 웃음이 나고, 따스한 기운을 느끼게 되며, 즐거운 생각이 들 것이다. 상윤이와 장훈이, 나오는 인물들 모두 나름대로 힘들지만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작가는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었나보다. 사람들 모두 조금씩 더 웃고 점점  행복해지기를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작가의 말대로 행복바이러스가 전해질 것이다. 당신에게도 아이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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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7-04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어린이책의 소재 중 한부모 가정이나 그외 좀 다른 환경의 가족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아이들이 상처를 보듬으며 성장해가는 모습이 따뜻하게 전해오는
그런 이야기들.. 이 책도 그렇게 보이네요. 제가 좋아하는 냄새 중 하나가 빵굽는
냄새에요. 동네 빵집을 지나다가도 빵굽는 냄새가 나면 꼭 들어가서 실컷 맡으며
빵을 고르죠. 그것도 행복바이러스의 일종이겠네요.^^

readersu 2007-07-05 14:41   좋아요 0 | URL
요즘은 그런 책들이 많군요? 그래서 어떨 때는 진짜 어른들의 이야기보다 아이들 책이 훨씬 감동적이에요. 빵 굽는 냄새는 정말!!! 저도 좋아라 한답니다.^^
 
네 멋대로 행복하라 - 꿈꾸는 사람들의 도시 뉴욕
박준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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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하면 떠오르는 것은 오래전 동네에 있던 제과점과 종초홍의 파마머리가 흩날리던 센트럴 파크의 가을이다. 또 뉴욕으로 이민 간 친구가 생각나고, 「섹스 앤 시티」가 생각나고, 우디 앨런이 생각난다. 그리고 최근엔 뉴욕하면 9 ·11이 생각난다. 내게 뉴욕은 꿈의 도시가 아니지만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긴 하다. 박물관이나 소호를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인종전시장이라는 그곳의 수많은 인종들을 구경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센트럴 파크의 가을을 맛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거의 내 머릿속에 박혀있어 뉴욕이야기만 나오면 센트럴 파크는 자동적으로 나온다. 친구는 뉴욕은 시내만 제외하면 어디에 있든 다 센트럴 파크라고 누누이 내게 이야기하지만 직접 보지 못한 나는 죽으나 사나 센트럴 파크를 이야기 한다. 「뉴욕의 가을」에서 리처드 기어와 위노나 라이더가 걷던 그 아름다운 길 말이다.

저자인 박준의 여행기는 꽤 특별하다. 지난해 내 보였던 『온 더 로드』의 기억이 사라지기도 전에 이번엔 뉴욕이다. 남들처럼 뉴욕을 돌아다니며 뉴욕의 곳곳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가 인터뷰한 뉴요커들의 이야기 속에 뉴욕이 온전히 들어앉았다. 역시 『온 더 로드』를 다 읽었을 때와 같이 지금 당장 뉴욕으로 떠나야 할 것만 같다. 자유와 꿈이 있는 그곳으로.

『꿈꾸는 사람들의 도시, 뉴욕 - 내 멋대로 행복해라』(삼성출판사)는 매우 매력적인 책이다. 뉴욕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물론이거니와 저자가 만난, 제 의지로 뉴욕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치열하고 자극적인 뉴욕에서 살아가는 것이 뭐가 그리 즐거운가 싶지만 그곳에서 부딪치고 살아남기 위해 그들이 버티는 삶의 에너지가 활력을 준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비록 이곳이 뉴욕은 아니지만 좀 더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뮤지션이자 음반 프로듀서인 브라이언, 자신의 스튜디오가 곧 헐리면 또 저렴한 스튜디오를 찾으러 다녀야 하는 넉넉지 않은 뮤지션이지만 거리를 다니며 사람들을 구경하고, 거리의 에너지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뉴욕에 흠뻑 취한다는 그는 그것이 다른 도시와 다른 뉴욕의 자유라고 말한다. 뉴욕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유로운 공기 말이다. 한국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부모를 졸라 시집 자금을 선불 받아 온 뉴욕에서 프리랜서 사진가가 된 김정, 처음 온 뉴욕의 이미지가 깨진 창문에 죽은 바퀴벌레 시체들, 문도 잠기지 않은 집에서 살았지만 이제는 한국보다 뉴욕으로 와야 마음이 안정되고 내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내 일에 간섭하는 사람이 없는 이곳이 한편으로 쓸쓸하고 외롭지만 스스로 나를 가꾸고 살아야 발전하고 잘 살 수 있기에 마침내 무엇인가를 해냈을 때 갖는 그 성취감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고 하니 그녀의 열정이 내게도 전해오는 것 같다. 무엇인가 이루었을 때의 그 스스로 대견해하는 뿌듯함 말이다.

또, 늦은 나이에 아내와 아이를 두고 홀로 뉴욕으로 와 공부하고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지기 위해 모든 일을 다 하고 다녔다는 마종일 씨는 뉴욕에 오지 않았으면 죽었을 지도 모른다고 거침없이 이야기 한다. 공부하고 살기 위해 오로지 한 일이라곤 버틴 것밖에 없다고 이야기 하면서 삶이란 역경을 참고 이겨내야 새로운 단계로 전환하는 거라고 말한다. 뉴욕에 오고 12년이 흘러 이제 그는 마흔을 훌쩍 넘겼지만 그는 여전히 뜨겁다. 웨스트 빌리지에 살면서 아침에 일어나 가을 햇볕 받으며 11시쯤 다이너에 가서 브런치를 먹고 산책하다가 작업하러 가는 목표가 그에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산다.

특별한 또 한 사람 할렘에 사는 임산아, 많은 뉴요커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그녀는 조기유학을 와서 열네 살 때부터 샌드위치가게에서 일하고, 명문 사립 고등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닌 수재이며, 스스로 돈을 벌어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일찍 깨우친 덕분에 지금은 여성관련 인턴십을 하면서 아프리카에 가서 조산원을 하며 살고 싶어 하는 야무진 스물세 살이다. 그녀가 뉴욕에 있는 이유는 단지 당분간 일을 해서 학비를 갚기 위함이고 자신이 일하고 싶은 비영리 기관이 많이 있기 때문이란다. 남들은 꺼리는 할렘에 사는 것도 그렇고, 앞으로 여성들을 위해(그것도 남미나 아프리카의 학대받는 여성들) 자신이 어떻게 해서 그들을 도울 것인가에 대해 뚜렷한 목표를 가지며 살고, 물건이라는 것은 어차피 물건일 수박에 없으므로 없어진들 어떠냐는 긍정적인 그녀의 태도는 나를 충분히 자극하였다. 이제 겨우 스물세 살인 그녀가 그런 생각에 자신의 삶을 이끌고 있는데 나는 그 나이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던가? 하는 후회도 잠시 밀려왔다.

그 외에도 아홉 명의 뉴요커들이 자신들의 삶과 뉴욕에서의 생활을 이야기 한다. 하나 같이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열정적이고 때로는 전투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는 그들을 엿보면서 좁은 방과 쥐와 바퀴벌레가 나오고 비싼 렌트비에 하루하루 살기 박해도 긍정적이고 남의 시선을 상관하지 않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고 있는 누가 뭐라 하건 자기만의 열정을 품고 사는 그들, 진정한 뉴요커다.


*그들 모두 공통적으로 이야기 하는 9 ·11 이후의 삶,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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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하고 싶다!


9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0원(1% 적립)
2008년 05월 26일에 저장
품절

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7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8년 05월 29일에 저장

이스탄불- 도시 그리고 추억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08년 05월 26일에 저장

청의(靑衣)
비페이위 지음, 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5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7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8년 05월 2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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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8-01-29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사서 보시나요? 아님 빌려 보시나요?^^

readersu 2008-01-29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7권은 샀구요. 두 권은 출판사에서 준 책이고, 나머진 빌리거나 얻었지요.^^; 주변에 책 가진 친구들이 너무 많아요. 제가 빌려달라고 하면 꼼짝못하고 빌려줍디다.흐흐

stella.K 2008-01-29 18:3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도 리더수님한테 뭔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는데...
언제고 그럴 날이 오겠죠? 흐흐.
아까는 고마웠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