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전달자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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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SF를 즐겨 읽지는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SF는 어쩐지 무섭다. 그래서 늘 그 두려움 때문에 일부러 안 읽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가끔 우연히 SF 소설을 잡으면 놓지를 못한다. 굉장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다가올 미래! 어쩌면 내가 겪게 될지도 모르는, 약간은 으스스하고 불안한 미래. 대부분의 SF는 그렇다. 지금보다 나아지는 게 전혀 없다. 그럼에도 읽기 시작하면 두려워하면서도 끝까지 읽어야 직성이 풀리니 즐기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핑계일지도 모른다.

작년에 마거릿 애트우드의『시녀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환상 문학에 속했던 그 소설을 읽고 난 한동안 불편했다. 무서웠고, 소설이란 걸 뻔히 알면서도 공포에 떨었다. 만약 어느 미래에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난다면…, 생각하기도 끔찍하지만 미래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게 아닌가?

이 책 『기억 전달자』를 읽으면서 나는「빌리지」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한 마을이라는  공통점과 마을 너머로는 나가지 못한다는 점이 많이 닮았다. 하지만 「빌리지」는 현실이었고, 『기억 전달자』는 어느 미래이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두 이야기 모두 아무 생각 없이 하라는 대로 하면서 산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의문이 생기고, 호기심이 발동하면 피곤해지는 거다. 감정이 없는 세상, 모두가 똑같은 형태의 가족을 가지고 동등한 교육을 받으며 살아가는 곳, 어쩌면 그런 세상은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세상이다. 학벌도, 빈부의 차이도, 직업의 차별도 없는 그런 곳 말이다. 하지만 지구가 생겨나고 사회가 조성되면서 아직도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을 보면 그런 세상은 역시 꿈에서나 마주할 세상일지도 모른다. 아니, 과학의 발달로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도 나쁜 기억 따윈 다 잊고 살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 얼마 전에 기억을 잊게 해주는 약을 개발했다는 뉴스를 본 것 같은데 가능성이 보이기도 한다.

조너스가 살고 있는 곳은 동일한 교육을 받고 똑같은 가족 형태를 가지고 살아가는 곳이다. 모든 어린이가 열두 살이 되는 해가 되면 직위가 내려진다. 열두 살이 되는 동안 아이의 행동과 성격을 파악하여 위원회에서 딱 맞는 직업을 정해 주는 거다. 그 직업이 정해지면 아이는 다 자란 것이 되고 부모와도 떨어져 남남인 채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가족이라기보다는 동거인에 가깝다. 그들이 말하는 ‘기초가족’인 셈이다. 또한 그들은 감정이 없다. 사랑도, 눈물도, 아픔이란 것은 전혀 모른다. 사춘기가 오면 약으로 성욕을 억제시켜야 하고, 아이를 낳는 행위는 정해진 사람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정해진 대로 아이를 생산하는 시스템, 아이를 낳으면 입양을 보내 열두 살이 될 때까지 양부모가 키운다. 딴엔 사랑으로.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그런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그곳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곳이다. 아이에게 ‘위안물‘인 이제는 사라져 없는 동물 인형을 선물하는 것도, 열두 살이 되면 나이가 무의미하게 된다는 사실도, 나이가 들면 ’무장해제‘ 되어버리고, 거울을 갖는 것도 금지되어 있으며, 실용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곳, 색깔도, 날씨도, 감정마저도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며 산다는 것은 늘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마음 편안한 일 일 것이다.

이제 열두 살이 된 조너스는 ‘기억 보유자’라는 직위를 받게 된다. 그 직위야말로 현재 우리와 똑같은 감정과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표지의 주름지고 수심 가득한 표정의 나이 많은 남자의 모습처럼 기억을 보유한다는 것은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무것도 몰랐던 조너스, 여태 살아온 그 삶만이 존재하리라 생각했던 조너스가 기억보유자가 되어 전달자인 노인에 의해 보고 느끼게 되는 모든 것들은 놀라움이었다가 부조리함으로 바뀌어버린다. 그걸 알게 된 순간 조너스의 선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 것이다.

인생에 있어 ‘선택’이란 기로에서 한번쯤 망설여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다. 내가 혹시 이 선택을 해서 잘못되는 것은 아닐까? 혹은 후회하거나 그로 인해 고통을 받는 것이 아닐까? 고민한 적이 있었을 거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 이 선택을 결정해주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을 것이다. 가끔은 그런 세상이 그립기도 하다. 특히 아픔과 고통, 슬픔의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마다 말이다. 하지만 역시 난 음악과 색과 느낌과 감정이 공존하는 곳에서 살고 싶다. ‘늘 같음 상태’, 며칠은 좋겠지만 의미가 없을 거다. 살아가는 것에. 그래서 조너스가 살던 세상에선 열두 살 이후의 나이는 의미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SF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핑계인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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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의 알제리 기행 - '바람 구두'를 신은 당신, 카뮈와 지드의 나라로 가자!
김화영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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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의 알제리 기행』을 제대로 느끼려면 ‘알베르 카뮈’에 대해 제대로 알면 좋겠다. 기껏 읽은 책이라곤 『이방인』이 다 인 나는, 그 마저도 제대로 기억이 안 난다. 한국 최초로 알제리의 문학기행이 쓰고 싶었다는 저자는 그 바람만큼 멋진 기행문을 남겼다. 글 곳곳에 보이는 카뮈와 ‘앙드레 지드’의 글과 딱 맞는 장소들을 보니 나도 나중에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섭렵하여 저자처럼 문학기행 한번 꼭 가봐야겠다 싶다.

알제리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매번 여행 서적들을 펼칠 때마다 나는 지도를 찾게 된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하면서. 지중해 연안, 난 그곳을 참 좋아한다. 지중해. 파랗고, 하얗고, 사진을 찍으면 바로 그림엽서가 되는 곳들. 그리스, 터키…. 또 기억나는 알제리에 대한 이야기는 주워들은 알제리 독립과 관련된 프랑스의 대학살. 영화로도, 책으로도 읽은 기억이 난다. 아무튼 대충 알제리에 대해 겉핥기로 알아본 후 책을 읽었다.

“봄철에 티파사에는 신들이 내려와 산다. 태양 속에서, 은빛으로 철갑을 두른 바다며 야생의 푸른 하늘, 꽃들로 뒤덮인 폐허, 돌더미 속에 굵은 거품을 부글거리며 끓는 빛 속에서 신들은 말을 한다.” 카뮈의 시적 산문집 『결혼‧여름』중 첫번째 글인 「티파샤에서의 결혼」의 첫 구절로 시작하는 이 책은 알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바닷가, 티파사의 봄빛 가득한 폐허를 늘 그리워하던 저자가 오래 전에 갈 기회가 있었으나 당시의 시대적 상황으로 갈 수 없었던 아쉬움을 토로한다. 결국 저자가 알제에 가게 된 것은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나서였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곳을 찾아간 저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 마음이 오롯이 이 책 가득 넘쳐흐른다.

태양의 고장, 알제에 도착하여 숙박한 방의 창문을 열고 미풍이 커튼을 살짝 흔드는 분위기와 창문으로 보이는 ‘기나긴 목걸이처럼 이어지며’ 뚜렷한 호를 그리고 있는 해안선을 바라보며 저자는 『이방인』의 뫼르소와 마리가 바라보던, 그들과 같은 바다, 거리를 보며 감격에 잠긴다. “오후에 나는 줄곧 일을 했다. 사무실 안은 몹시 더웠다. 그래서 저녁에 퇴근해 부둣가를 천천히 걸으며 돌아오는 것이 즐거웠다. 하늘은 초록빛이었고 나는 기분이 좋았다” 뫼르소가 말하는 그 ‘초록빛 하늘’이 호텔의 발코니에서 보이는 느낌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그 느낌이 나로서는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상상은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알제리의 하늘은 너무나 파랗다. 바닷가의 고대 도시 티파사의 폐허가 된 도시의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 행복한 뫼르소를 마주칠 것 같던 5월의 눈부신 햇빛이 바닥에 반사되어 찌를 듯이 튀어 오르는 하얀 광장인 파도바니 해수욕장, 알제 동쪽으로 지중해 연안과 나란히 뻗은 고원지대 카빌리의 파릇한 연두색의 봄과 빠져들 듯 파란 봄 하늘, 로마시대의 유적지인 제밀라의 죽은 도시와 절대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은 작은 사진으로도 내 맘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나오는 카뮈의 아름다운 문체의 글들은 알제리만큼이나 카뮈에게로 나를 인도하고도 남음이다.

또 앙드레 지드의 『배덕자』의 주 무대였던 비스크라의 ‘사하라 호텔’은 지드가 생전에 머물렀던 곳이지만 지금은 폐쇄되어 처절한 몰골을 하고 있지만 사라지지 않은 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퇴락한 건물이 되어 있었다. 저자는 어쩌면 자신이 그 건물의 마지막 목격자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산유국 알제리의 경제 발전속도가 붙으면 저런 건물쯤은 개발이 될 테니 말이다. “비스크라! 나는 이곳에 오고 싶었다. 그렇다. 이곳에는 공원이 있고 벤치가 있다. 나는 회복 초기에 늘 앉던 벤치를 알아볼 수 있었다. 거기서 내가 무엇을 읽었더라? 호머. 그 이후로 나는 그 책을 다시 펴본 적이 없다.” - 『배덕자』

그리고 리용 가 124번지, 카뮈의 옛집. 지금은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 살고 있지만 복도도 없이 서로 잇닿아 있는 방 두 개, 식당 하나가 전부인 공간, 열 평 남짓해보이는 곳에서 카뮈의 다섯, 혹은 여섯 가족이 살았다고 한다. 그곳에서 미래의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될 소년 알베르 카뮈가 성장했다. 작가의 생을 따라 그가 살았던 곳, 성장한 거리, 도시를 되짚어보는 여행은 꽤나 짜릿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짜릿함을 맛보려면 필히 광팬이 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언젠가 TV프로그램에서 작가의 책에 나온 장소를 따라 여행을 가는 프로를 한 적이 있었다. 작가를 대동하여 책 속의 장소를 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것인데 책을 좋아하는 나였음에도 그 프로그램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다. 그러니 정말 좋아하는 작가가 아니면(특히 한국작가는 더더욱) 문학기행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김화영의 알제리 기행』은 카뮈와 지드라는 대 작가와 알제리라는 지중해 연안의 신비로움이 엿보이는 나라라는 장점이 호기심을 끌었으니 늦지 않은 미래엔 <노벨문학상>을 탄 한국작가의 나라에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오는 광팬이 생기기를 바라는 바다. 그전에 그들보다 먼저 한국작가의 문학기행이 활발해져서 우리가 우리 작가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을 바라는 바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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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창의력을 깨우는 일곱가지 법칙
켄 로빈슨 지음, 유소영 옮김, 백령 감수 / 한길아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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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이 생각하듯 정말 개인적인 능력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창의력이 발달되어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어릴 때 아이와 함께 어울려 놀아준 부모의 도움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치자면 부모 역시 창의력이 발달되어 있어야 하는 건데, 아무리 잘 놀아준다고 해도 아이의 생각을 무시해버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좀 웃기지만 상상력과 창의성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기발하고 독특한 생각을 잘하는 조카로 인해서다. 동생 역시 어릴 때부터 막내였고, 윗형제들과 나이 차이가 조금 나던 탓에 우리가 학교에 가면 혼자 남아 동물 인형들을 데리고 온갖 상상을 하며 놀았던 기억이 있어서일까? 나중에 조카가 태어나고 곰돌이 인형들을 동생처럼, 친구처럼 데리고 놀면 친구처럼 같이 상상 속에 빠져 놀아준다. 전화 통화를 하면 조카의 곰돌이 타령을 당연하듯 궁금해 하며 들어 준다. 솔직히 처음에 난 적응이 안 되었다. 난 그다지 창의적인 사람이 아니었고, 조금 튀는 생각을 하면 마음속에만 담아두었기 때문에 조카에게 오늘 뭐하고 놀았니? 하고 물었을 때 “오늘이 윤곰돌 생일이어서 곰돌이 친구들이 모두 놀러 와서 같이 놀았어.”하고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 할 때마다 속으로 키득거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젠 나도 전화할 때마다 곰돌이들과 통화를 하고(정말!) 조카랑 잘 지내라고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만약 조카가 ‘윤곰돌은 내 동생’이라고 말하는데 “동생은 무슨 인형이지!”한다면 그 아이의 상상력은 그것으로 끝이 나 버릴 거다. 또 “고모, 오늘 곰돌이들이 음악 발표회 한대. 꼭 와서 봐야 해!” 하는데 “인형들이 어떻게 음악 발표회를 하냐? 웃긴다.”라고 한다면 조카는 인형들은 그저 인형일 뿐이구나. 하는 것을 너무 미리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놀 때 “윤곰돌은 노래를 대개 잘 해”라고 조카가 이야기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인형이 무슨 노래를 해!”하며 핀잔을 준다. 그런 아이들은 필시 어른들의 선입견이 그 아이들의 상상력을 없애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세상엔 그런 아이들보다 조카와 같은 상상력을 가진 창의적인 아이들이 많겠지만 말이다.   

쓰다 보니 쓸데없는 말이 많았는데 또 뭐 이런다고 나의 창의성이 발달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사설을 늘어놓는 이유는 창의성 발달을 가로막는 잘못된 생각들을 가진 사회에서는 아무리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능력을 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능이 뛰어나야만 공부를 잘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공부를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과 똑같다. 어느 자리에선가 어느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얼마 전에 있은 학위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시면서 십 년이 넘도록 현직에서 뛰어나다고 인정 받아온 사람이 단지 학위를 못 받았다는 것 때문에 그동안의 찬사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뭔가 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좋은 학위가 직장을 보장하던 시절이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우리 사회는 학력과 학위로 지적 기준을 판단하는 것 같다.

이 책 『내 안의 창의력을 깨우는 일곱 가지 법칙』은 그런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교육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에서부터 출발한다. 왜 사람들이 학문적 능력에 집착하며, 왜 학습 수준이 미래를 보장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인간의 지능에는 학문적 능력이 포함되지만 그것이 지능의 전부는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든 사람은 비범한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저자는 지능과 인간의 능력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이야기 하며 그것이 창의성과 인적자원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또 창의성이란 도대체 무엇이며 창의성을 죽이고 살리는 조건은 무엇인지, 개인이 일하는 문화적 맥락 속에서 개인의 창의력과 조직 내에서의 창의적인 문화를 창출하는 방법, 조직과 사회의 창의력을 개발하고 통제하는 핵심 원칙을 제시한다.

나는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딴엔 내 속에 있는 창의력을 깨워보자는 생각에서 읽었는데 궁극적으로 이 책은 내가 창의적인 사람이 되지 못한 것은 어쩌면 창의성을 억누르는 교육제도의 잘못이며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보다는 창의적인 인재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본질과 기원, 가능한 해결책을 판단하고 결론짓기 위해서는 넓은 시각이 꼭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인간의 지능은 창의적이며, 나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 이상의 존재이다. 부모든 기업이든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고 싶다면 켄 로빈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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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1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21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스카나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2
김영주 지음 / 안그라픽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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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책은 이번으로 두 번째다. 작년에 읽은 『캘리포니아』가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이 책의 소개를 보자마자 두 말 않고 구입했다. 여행서적을 좋아하는 탓도 있지만 김영주의 글과 그 글을 읽는 독자인 내가 궁합이 맞았다고 하련다. 나는 배낭여행도 안 해보고 김영주처럼 럭셔리한 여행도 못해봤다. 하지만 한 곳에 오래도록 머물면서 그곳 사람인 척 살아보는 것은 좋아한다. 내 여행의 목적도 그런 거다. 그래서 부제처럼 붙은 ‘머무는 여행’인 이 책이 맘에 든다. 『캘리포니아』보다는 그 재미가 덜했지만 말이다.^^ 김영주는 이 책으로 아예 여행을 직업으로 택했나보다. 직업의식 때문이었을까? 욕심을 너무 부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든다.

우선 내가 알고 있는 토스카나는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봤다. 토스카나, 말하고 보니 사실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하긴 이탈리아라고 해도 제대로 모를 판에 토스카나를 어찌 알 것인가? 더구나 한국엔 그 흔한 여행안내 서적도 구하기 힘들다고 하니 말이다. 토스카나는 이탈리아의 스무 개의 지방 중에 한 곳이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다이안 레인이 주연으로 나온 「토스카나의 태양Under the Tuscan Sun」만이 생각난다. 단체 관광 여행을 와서 코르토나 마을을 지나다가 우연히 본 오래된 집에 반해 그 날로 집을 구입해서 아예 정착을 하던 다이안 레인. 저자인 김영주도 이야기 하듯 울퉁불퉁한 시골 길, 포도밭과 올리브 나무를 가꾸며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서 도시 여자인 다이안 레인이나 김영주는 낭만적인 삶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물론 나 역시 똑같은 생각이다. 나이가 들수록 도시에서 멀어지고 싶으니 말이다.   

문득 올 봄에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기 위해 한동안 이탈리아를 배웠던 친구가 이탈리아에서 까맣게 탄 얼굴을 하고 돌아와서는 너무나 좋았다고 맑게 웃으며 이야기 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토스카나는 장화 모양을 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중부에 자리하고 있다. 친구가 다녀온 곳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친구가 말하던 이탈리아와 김영주가 말하는 토스카나는 많이 닮아 보이는 것 같다. 같은 나라이니 당연하겠지만 말이다.^^;

김영주는 사전 답사까지 다녀왔다. 나름대로 꽤 준비를 한 것이다. 『캘리포니아』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부러움과 쳇! 하는 마음이 동시에 일어났다. 그래도 덕분에 책으로나마 토스카나를 여행하게 되었으니 그게 어디인가? 마음을 가라앉힌다.(안 그러면 어쩔 거야.^^;)

피렌체에서 렌터카를 빌리고 내비게이션에 의지하여 프라토까지 운전하여 가는 김영주의 긴장된 모습에서 ‘공포’의 교차로라 불리는 ‘라운드 바웃’ 혹은 토스카나 식으로 ‘로톤다’라고 불리는 원형 교차로 위력은 가보지 않고도 상상이 될 정도다. 아무튼 김영주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된다.

프라토를 시작으로 키안티, 아레초, 시에나, 몬탈치노까지 사실 이름을 들어도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기에 그저 김영주가 가는 대로 따라다니며 토스카나를 엿보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다. 프라토의 1백년이 된 채소 가게, 이탈리아의 가장 대중적인 와인 지역이 키안티의 라다, 파란 하늘과 낡은 집들, 완만한 언덕과 나무들이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내던 토스카나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라 하던 키안티의 시골길, 집과 같은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던 안트리아의 숙소 빌라마토의 브로노와 보제나, 시에나의 상징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통 경마 축제인 팔리오가 열리는 피아차 델 캄포, 가는 빌라마다 나타나던 많은 고양이들  역시 토스카나의 명물일 것이다.

피렌체를 중심으로 윗쪽에 있던 피사에서부터 몬테카티니, 콜로디, 피에트라산타, 카라라, 피렌체까지 역시 되새겨 봐도 어디가 어디인지 헷갈리는 지명이지만 피사의 탑 앞에서 누구나 할 것 없이 오른팔을 내밀고 사진 찍는 모습은 가지 않고도 너무나 눈에 선하다. 또 이탈리아 여행 클럽에서 지정한 ‘이탈리아 최고의 마을‘인 바르가의 지붕에 얹힌 기와의 모습은 어쩐지 우리네 기와와 색만 다르지 참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마을은 중세기 때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고 하니 이탈리아에서는 겨우 1백년 된 것은 그 어떤 것이든 말도 못 꺼낼 법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른 피렌체의 박물관에 대해선 말하지 않으련다. 어차피 피렌체 자체가 거대한 박물관이라고 하니 죽기 전에 직접 가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단테를, 보티첼리를 그리고 수많은 두오모를 볼 일이다.

김영주는 『캘리포니아』에선 많은 책들을 소개 시켜주더니 『토스카나』에선 영화들을 소개 시켜준다. 「토스카나의 태양」에서부터 자전거를 보며 로베르트 베니니의「인생은 아름다워」,「자전거 도둑」을 생각하고, 샌드위치 하나 사 먹기 위해「혹성탈출」에서 동족을 찾기 위해 헤매는 찰톤 헤스톤을 생각하는가 하면 멧돼지의 머리통을 보며 「델리카트슨」을 생각한다. 또 피사에서는 「러브 어페어」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루카에서는 빌라 여주인에게서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페라가모의 저택에서 「사브리나」를 떠올리며 독특한 김영주의 영화에 대한 생각은 막을 내리는데 다음에 나올 ‘머무는’ 여행 03은 과연 어디일 것이고, 또 어떤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오를지 사뭇 기대가 된다.

여행을 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듯이 나와 잘 맞는 여행서적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기대치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 열심히 토스카나에 대해 알려주고자 한 저자의 노력이 엿보이는 나와 궁합이 잘 맞는 책이었다. 그리고 덕분에 나는 편안히 누워 토스카나를 둘러보았다. 즐거웠다. 벨라 차오(뜬금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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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2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청나고 신기하게 생긴 풀숲
다시마 세이조 지음, 고향옥 옮김 / 우리교육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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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라 메뚜기』를 그린 작가 다시마 세이조의 『엄청나고 신기하게 생긴 풀숲』은 색채가 화려하다. 풀숲이라고 하는데 도형을 그린 것 같기도 하고, 힘있게 뻗친 선에서는 강한 생명력마저 느끼게 된다. 굉장히 독특하면서 그 독특한 그림 속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누군가 공놀이를 하다가 공이 풀숲으로 들어간다. 숲으로 날아간 공은 자신이 있던 곳과는 너무나 다른 풀숲의 모습에 신기로워 한다. 쌩하고 날아가는 바람에 아무도 자기를 못 봤을 거라고 말하는 공, 축축한 곳도 들어가고, 뾰족하고 차가운 풀들을 만나기도 한다. 또 환한 곳에서는 풀들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도 보게 된다. 뱀의 등을 뱅그르르 돌면서 구르기도 하고 활짝 핀 꽃을 흩어 놓기도 한다. 덩굴들과 거미줄이 잡으려 하자 아무도 날 붙잡지 못해 하며 도망치기도 한다. 그렇게 처음엔 쌩하니 빠르게 나르던 공은 풀숲이 끝날 무렵에는 지쳤는지 데구르르 구르며 풀숲 밖으로 나오며 이야기 한다. 어느새 내 마음은 친구들로 가득 찼어.

다시마 세이조는 교훈 동화를 만들기 위해 자연의 목숨을 억지로 도구화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의 그림책은 이 작품 외에『뛰어라 메뚜기』를 본 게 모두이지만 자연을 사랑하고 그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하는 작가의 노력이 보인다.

이 책의 그림은 색채가 화려하고 예쁘지만 상상력이 부족한 어른들이 보기엔 뭔가 낯설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이 그림을 아이들이 본다면 분명 공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여 그림책에 푹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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