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아주 어렸을 때 - 사파리 그림책 003
사라 오리어리 글, 줄리 모스태드 그림, 김선희 옮김 / 사파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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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깜찍하고 달콤한 동화책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빠에게 "내가 어렸을 때 얘기를 좀 해주세요"하고 조르는 '용감하고 씩씩한 헨리'의 깜찍하게 어렸을 때의 이야기다. 아빠가 이야기 하는 것을 헨리는 믿을 수 없지만 아주 신나는 이야기다.

헨리는 아빠가 호주머니에 넣어 다닐만큼 작은 아이였다. 엄지 공주 만큼 작아서 아빠의 슬리퍼에서 티백을 배개 대신 베고 자고, 귀여운 개미를 애완용으로 데리고 산책을 했으며, 차주전자에서 목욕을 한다. 그리고 아빠는 헨리를 크리스마스에 매다는 작은 천사 인형 대신으로 헨리를 세워두었다고 한다. 이쯤되면 온갖 상상들이 머릿속에 날아다닌다. 내가 어렸을 때를 기억하지 못하는 헨리는 아빠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진짜냐고 묻지만 아빠는 "기억나지 않니?"하고 도리어 물어보신다. 아마도 헨리는 그 밤에 매일 엄지 왕자가 되어 모험의 나라로 떠날 지도 모른다. 

헨리의 아빠가 헨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 들으면서 자신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글도 그림도 너무나 사랑스러워 이 책을 읽으며 엄마나 아빠가 아이에게 또 다른 모습을 상상하며 이야기 해주면 아이들이 아주 좋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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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2 - 완결 마녀 2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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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만화를 잘 보는 편은 아닌데 이런 류의 만화는 호기심이 간다. 그건 내가 어쩌면 마녀의 피를 가져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라고 말하면 웃기겠지? ^^; 사실은 표지의 저 빨간 눈동자가 날 꿰뚫듯이 쳐다보고 있어 나도 모르게 보게 되었다. 홀린거지. 마녀에게.ㅋ

이 만화는 거의 볼펜으로 그렸다고 한다. 그림은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그림이다. 보다보면 무섭다. 그림이.- -; 그런데 스토리가 탄탄하다. 흥미있고 끌어당긴다. 장편이 아니라 단편들로 이루어진데다 말이 많지 않다. 그런데도 보다보면 빠져든다.

이 책에 나오는 마녀들은 그 옛날 화형당하고 우리가 생각하듯 나쁜 마녀들이 아니다. 신비롭지만 자아를 찾는 마녀들이다. 돼 먹지 못한 인간들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면서 말한다.

   
  소중한 사람들이 불행해졌을 때, 하는 수 없다고 체념하는 사람을 넌 좋아할 수 있겠니? '마녀'는 생각하지 않아. 마녀는 그저 알고 있는 거야. 자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멋지지 않은가? 마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알고 있는 거다. 그렇게 오직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파악해나가는 마녀의 이야기.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마지막 「노래를 훔친 자」이다. 뭔소리인지 제대로 이해를 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묘하게 끌리는 게 있다.

거칠지만 박력있다는 그림이 난 그다지 마음에 안 들지만 기묘하고 환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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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영화를 만나다
이철승 지음 / 쿠오레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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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심이 많은 나는 『길에서 영화를 만나다』를 보는 순간 와! 소리를 질렀다. 여행 책이 아니라 영화에 관련된 책인데 뭔 소리까지 지르느냐 하겠지만 제목에서 보이듯 이 책은 길에서 만난 영화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영화보다 책을 가까이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늘 책보다 영화가 우선이었는데 말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내가 한때는 꽤 영화광이었던 것 같은데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영화보기를 책읽기보다 좋아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영화보다 책을 더 많이 읽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점점 내게서 멀어져 갔다. 신작이 개봉되면 시간이 있어도 잘 보러가지 않았고, 못 봐서 친구들 이야기에 끼지 못하면 그제야 보겠다고 설치거나 빌려보거나 아니면 다운을 받아 대충 보았다. 아무튼,

이 책은 할리우드가 있고, 많은 배우들이 살고 있으며 오늘도 어김없이 많은 촬영들로 북적될 영화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에 얽힌 영화이야기다. 블록버스터에서부터 비주류 영화까지 다채롭다. 그곳에서 십 년 넘게 살면서 영화 공부를 하고, 영화와 관련된 글을 올렸던 저자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인 LA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영화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친구에게 영화에 얽힌 에피소드를 하나씩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러니 친구의 수다처럼 부담스럽지 않다. 영화로 철학을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모르는 예술 영화를 이야기해서 주눅들게 하는 것도 아니다. 한번쯤은 다들 본 영화와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배우들이 나오고, 그 영화들과 LA에 얽힌 이야기를 장소와 배경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을 한다. 내가 이 책을 받고 좋아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LA의 거리 곳곳이 나온다. 저자가 사는 동네이니 딱 내가 원하는 여행 컨셉하고도 맞다. 물론 영화에 나온 장소와 거리로 우리를 이끌고 다니지만 그가 그곳에 살지 않으면 꿰뚫을 수 없는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 LA에 얽힌 영화이야기를 하지만 LA에 가면 꼭 가고 싶은 곳을 말해주기도 한다.(LA엔 명배우들의 집을 구경할 수 있는 관광 상품이 있단다. 아, 물론 집안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동네 한바퀴다.^^;) 또 하나, 이 책은 읽기가 쉽다. 그동안 영화에 관련된 책을 몇 번 읽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나하고는 그다지 맞지 않았다. 몇 페이지 읽으면 지겨웠고, 결국 읽다가 집어던진 경우가 더 많았기에 이 책처럼 나를 책 속으로 밀어 넣어 영화에 살짝 불을 지펴준 책은 오랜만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거다.^^

모두 96+α편의 영화를 3부로 나누었는데, 「길」이라는 부제를 달고 중간 중간 나오는 영화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은 정말 알차다. 영화를 좋아했다고는 하면서도 사실 '깊이'보다는 '넓이'에 더 관심이 많았던 나는 아는 영화는 많은데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해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내 얕은 영화의 관심을 좀 깊게 만들었다고나 할까?(ㅋ어렵다;;) 하나를 예로 들자면 이런 거다. 이제야 그 진실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이야기였는데 <스파게티 웨스턴>영화라고 불리던 《석양의 무법자》(모르는 사람도 있겠지?)의 배경이 미국 서부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미국 서부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파게티 웨스턴이라고 하니 이탈리아 서부쯤은 되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란다. 그 영화의 촬영지는 엉뚱하게도 스페인 알메리아 지방의 사막이라고 한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본 '거기'가 우리가 서 있는 '여기'가 아닌 것이다. 그동안 나는 《석양의 무법자》나 그 비슷한 영화들은 넓은 땅덩어리를 가진 미국 어디쯤이라고 늘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또 뉴욕에 나타난 킹콩은? 과연 뉴욕에서 찍은 걸까? 그렇다면 한국전쟁 때 야전병원을 배경으로 만든 로버트 알트만의 영화 《매쉬MASH, 1970》에는 한국의 산이 나왔는데, 그 산이 정말 한국의 산을 찍은 것일까? 궁금하면 책을 펼쳐보시길!^^

저자는 '익숙하지 않은 영화'를 익숙한 방식으로 대중들과 교감하고 '익숙한 영화'를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대중들과 바라보는 길을 찾던 마음의 연장선으로 이 책을 준비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과 영화로 '소통'하고 싶다던 바람이 마침내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나처럼 어려운 영화책에 질렸던 사람이라면 가볍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LA라는 도시에 스며든 영화의 흔적과 삶을 찾는 재미가 쏠쏠할 테니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갑자기 영화에 관련된 책에 관심이 확 간다. 찜해 놓은 책이 하나 있는데 이 책만큼 잘 읽힌다면 꼭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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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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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박완서 선생의 글을 읽었습니다. 몇 년 전 『그 남자네 집』이후론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단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다보니 그동안 내 놓으신 단편들이 꽤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에야 다시 박완서 선생의 글을 읽게 되었네요. 선생의 위트가 살짝 엿보이는 제목의 이 책은 단편임에도 정말 잡자마자 숨도 안 쉬고 읽었습니다. 일흔이 넘으신 선생의 필력이 가히 대단하시어 존경의 눈빛이 저도 모르게 쏟아져 나오더군요. 엄마가 오랜만에 만난 딸에게 그동안 있었던 이런저런 주변 이야기를 해주는 듯한 소설집이라고나 할까요. 박완서 선생이 우리나라에 계신다는 것이 송구한 말이지만 자랑스럽고 든든하답니다.^^;

『친절한 복희씨』에는 모두 9편의 단편이 들어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에 나오는 주인공은 대부분이 노인들이고요. 그래서인지 읽다보면 자꾸만 부모님 얼굴이 떠오릅니다. 「촛불 밝힌 식탁」 할아버지처럼 우리 아버지도 자식들에게 서운한 일을 당하신 것은 아닐까? 혹시 우리 엄마도 첫사랑 그 남자를 생각할 때가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특히 「촛불 밝힌 식탁」을 읽으면서 마음이 무척 무거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분명히 마누라에게 잡혀서 마누라가 하자는 대로 하는 것이 뻔한 아들의 멍청한 처사가 어찌나 화가 나던지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며느리 입장이 아닌 딸의 입장밖에 안 되어 본 터라 더 이야기 하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그렇지. 정말 자식 같은 것은 하나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대단한 밥상」에선 또 어떤가요? 부모의 마음을 보니, 부모란 전생에 자식들에게 못할 짓을 많이 해서 맡게 되는 자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해요. 자식들 낳아, 먹이고 입히고 키워줬는데 돌아가시는 날 받아 놓고도 자식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눈치 아닌 눈치를 보다니요. 정말 자식이라는 존재는 부모에게 무엇이기에;;;

해설을 하신 김병익 선생이 굳이 노년 문학이라고 가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박완서 선생의 글을 노년 문학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어린이를 거쳐 청소년과 청년기, 중년까지 그 나름대로 그 세대를 경험하고, 겪어본 작가들은 능숙하게 글을 쓰지만 노년기는 겪어보질 않았으니 안다고 해도 얼마나 알겠어요. 그 나이 때 글을 쓰지 않으면 그 생생함이 전보다 못할 테니 노년 문학이라는 장르도 있기는 있어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 부모님의 마음을 안다고 생색을 내지만 그 나이를 살아보지 않았으니 내가 알고 있는 부모의 마음이 제대로 된 것일까 의문입니다. 저도 부모의 나이가 되어봐야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말입니다. 선생이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현업작가라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릅니다. 많은 젊은 작가들이 본받아 오래오래 같이 늙어갔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마저 든답니다.^^

박완서 선생은 사는 일에 진력이 나서 이 지루한 일상에 웃을 일이 없어서 내가 나를 웃기려고 글을 썼다고 하셨습니다. 그 글들이 그렇게 선생을 위로해준 것처럼, 그래서 독자들 또한 위로받기를 바란 것처럼 저 역시 선생의 글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엄마의 따뜻한 수다와 무거운 이야기 속에 은근슬쩍 호호 웃으시며 웃음을 전해주시는 노련한 필력에 얼마나 감동이 느꼈는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오래오래 우리 곁에서 우리를 위로해달라고 조르고 싶습니다. 어쩐지 박완서 선생님은 그렇게 해 주실 것 같습니다. 우리 엄마처럼. 선생님,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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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북노마드에서 나오는 책들을 보게 되었다. 첫 책인 『게으름의 행복』을 제외하곤 나머지 3권의 책을 다 보았으니(제대로 안 읽은 『뉴욕 걷기』가 있으니 '읽다' 보다는 '보다'로 말하련다.) 북노마드의 책은 어쩐지 내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표지도 마음에 들고(표지를 보면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여행이라는 컨셉도 마음에 든다. 이러고 나니 내가 꼭 북노마드 직원 같다.(-.-) 분명히 밝히지만 난 북노마드 직원이 아니다. 근데 왜 북노마드의 책이 마음에 든다는 식의 페이퍼를 올리느냐고 묻는다면 게을러서라고 말하겠다. 게을러서;;;;(아무래도 『게으름의 행복』읽어봐야 할 것 같은;;;) 처음 『마이 프렌치 라이프』를 보았을 때, 그 사진이 너무 맘에 들었다. 그래서 이틀 만에 읽어버리고선 리뷰를 써야지 하고선 아직까지도 못썼다. 그리고 『뉴욕 걷기』를 보았을 땐 나의 드림! '뉴욕'에 대한 상세한 정보라 열심히 읽었다. 다 읽어버릴 생각이었는데 마침, 뉴욕 가는 친구가 있었다. 뉴욕에서 50여일 있으면서 뉴욕을 마스터하고 온다하기에 이보다 나은 책은 없다 싶어 읽던 책을 그냥 줘버렸다. 그래, 나는 어느 세월에 뉴욕을 가게 될지 알 수가 없는데 뉴욕의 거리를 공부하고 알아봐야 뭔 소용이 있겠어. 하고 말이다. 그러곤 다시 만나게 된 『보헤미안의 샌프란시스코』, 여행 서적이라면 최소한 3번은 돌아보는 성격인지라 제목만 보고 여행 책이구나! (당연히 북노마드에서 나온 책들이 여행관련 책이었으니) 하고 좋아라하곤 읽었는데 어? 조금 달랐다. 이건 여행 서적이 아니라 에세이였다. 그래서 살짝 실망을 했는데 이내 그 실망을 거뒀다. 왜냐하면 내가 원하는 여행인 '머무는 여행'에 딱 맞는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멋지구나! 하며 열심히 읽었다. 그러곤 리뷰를 써야지 했는데 딱히 어떻게 리뷰를 써야할까 고민스럽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아차, 지난번에 읽은 『마이 프렌치 라이프』도 리뷰를 안 썼는데, 『뉴욕 걷기』도 있잖아. 어? 그러면 한꺼번에 간단리뷰를? 하며 머리를 굴린 거다. 그러다보니 왠지 북노마드 직원 같은 페이퍼를 쓰게 된 것이다.(이런 구차한 설명을 다니 더 이상하다;;;)

『마이 프렌치 라이프』, 표지를 보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진이다. 찾아보니 내 생각이 맞았다. 사 놓고 아직 비닐도 못 벗기고 있는 『이탈리안 조이』의 칼라 컬슨의 사진이다. 일단 이 책은 그 사진의 분위기 때문에 점수를 얻었는데 사실, 글은 그저 그렇다. 딱히 내세우며 멋진 여행 책이다 라고 할 수는 없다. 호주에서 살다가 프로방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가족의 이야기인데 그들의 '프랑스에서의 삶'이 내겐 너무나 꿈같은, 현실로 다가오지 않는다. 아, 그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좋겠다. 나는 가까운 교외에라도 별장을 하나 가지고 싶다. 운운하며 비꼬기만 할 뿐. 그럼에도 이 책이 내 스타일이야 하는 것은 사진 때문이다. 사진이 정말 멋스럽다. 광고사진처럼, 타샤 튜터의 정원을 보듯, 프로방스의 유혹을 제대로 느끼게 한다. 워낙 별별 여행 책들이 많이 나오니 사진만으로도 나는 이 책이 마음에 든 것이다. 물론 이건 모두 각자의 취향이다. 내 말만 믿고 쌩스투 누르고 책을 샀는데  그 사진이 뭐가 멋지냐? 하신다면 곤란하니 꼭 오프라인에 가서 확인하고 사시길 바란다. 나는, 내 리뷰나 페이퍼보고 믿고 샀는데 어쩌고저쩌고 하시면 억수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는 좋았는데 그래서 좋다고 이야기 했는데(갑자기 장금이 생각이 남.-.-) 다른 사람은 아니라고 한다면 그걸 어쩌란 말인가?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오프라인에서 책을 훑어보고 사는 편이다. 간혹 나 역시 그러지 않고 털썩 리뷰나 페이퍼만 보고 사서는(어떨 땐 광고에 속아) 랄랄라~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이 책에 대한 별점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다. ㅋ 리뷰 쓰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나는 감동 받았는데 리뷰 쓰려고 보니 다들 그게 뭐야? 라는 식의 리뷰가 올라와 있으면 헉! 내가 책을 잘못 읽었나? 불안해지는 마음. 아무리 페이퍼라고 너무나 쓰잘데기 없는 글을 올린 것에 대해선 소심한 A형의 넋두리라고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아무튼 나는 이 책의 사진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다.;;;;;

『뉴욕 걷기』는 내가 원하는 여행 책이다. 한 곳에 머물면서 관광객이 아닌 뉴요커처럼 뉴욕의 곳곳을 훑어보는 일. 물론 그 일이 뉴욕 시민도 아니면서 알면 얼마나 알겠어 하겠지만 그래도 그저 겉모습만 보는 것하곤 다르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뉴욕은 나의 로망이다. 뉴욕에 관한 책은 웬만하면 읽어보는 편이다(생각해보니 뉴욕뿐 아니다. 나의 로망은 나라나 장소가 다른 여행 책을 읽을 때마다 달라진다.- -;). 뭐 어쨌든 뉴욕에 가서 센트럴 파크의 가을을(아쉽게도 이 책엔 가을이 안 나온다) 꼭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단지 그 뿐이지만 저 책을 읽고 뉴욕의 다른 모습들도 제대로 볼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아는 게 힘이니까 말이다.ㅋㅋ 그래서 뉴욕으로 여행가는 친구의 소식을 듣자마자 이 책이 생각났고 이 책을 주면서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다녀와서 꼭 이야기 해 달라고 했다. 만약 정말 괜찮았다고 이야기 한다면 다시 사 볼 생각이다.^^

마지막 『보헤미안의 샌프란시스코』는 샌프란시스코의 토박이인 작가가 자신이 30년 째 살고 있는 마을인 샌프란시스코에 대해 쓴 에세이다. 관광객과 거주자가 보는 그 도시의 명물은 다르다. 천지차이다. 그래서 처음엔 여행 책이 아니라 섭섭하다가 읽다보니 어? 멋지잖아 했던 것은 샌프란시스코의 토박이인 작가가 자기 마을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 주었기 때문이다. 여태 관광객들이 알려주던 샌프란시스코에 관한 책만 읽다가 그곳에 사는 사람이 들려주는 마을이야기를 들으니 그야말로 진국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다른 문화권의 사람이 쓴 에세이인지라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고, 작가이며 교사인 저자가 쓴 에세이인지라 지겨운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주는 매력은 어느 여행 책에서도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들을 담아냈다는 거다. 폴 마돈나의 근사한 그림과 함께 말이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것이라곤 "I left my heart in sanfransisco" 나 금문교가 모두인 나로서는 뉴욕에 이어 캘리포니아 드림까지 이루며 샌프란시스코의 곳곳, 잭 케루악(얼마 전 김동영의 여행 책에서 본 그 작가)앨리에 있는 사파티스타 벽화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인 시티 라이츠 서점과 베수비오 카페, 여자들을 위한 바라고 하는 셰이즈 라운지에 가서 질좋은 메롯 와인을 한 잔 할 그 날을 꿈꾸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쿠오레에서 나온 이철승의 『길에서 영화를 만나다』를 읽었다(리뷰는 따로 올릴 생각이다). 같은 캘리포니아인 LA에서 10년을 넘게 산 이철승이 영화와 LA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아, 좋았다. 역시 한 곳에서 오래 머물다 보면 뭔가 다른 것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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