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조경란의 소설은 처음이다. 그동안 읽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읽지 못한 것인지, 의도적으로 피한 것인지, 존재도 몰랐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드디어 그를 만난 게 중요하다. 그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좋았다. 차분하고 흡인력 있는 글이 매력적이다. 일단 그의 다른 작품에 관심이 가니 이건 잘된 일이라고 봐야겠지?

사랑과 요리, 그리고 제목에서 은근히 풍기는 뭔가 꺼림칙한 느낌은 어쩐지 그 결말이 눈에 보일 듯하면서도 확인을 해야할 것만 같은 분위기로 몰아간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론 설마? 하는 마음을 가지기도 했다. 순간 <미저리>가 생각났지만 지원의 사랑을 캐시베이츠의 사랑으로 볼 수는 없었기에 이내 지워버렸다.

누구나 사랑하던 사람을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면 한동안 그 슬픔에 빠질 것이다. 더구나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부딪히게 되는 현장에서의 충격은 아무리 순하고 착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복수의 칼을 갈게 되지 않을까? 그럼에도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무슨 1960년대 신파소설도 아니고 요즘 같은 쿨한 시대에 무슨? 그런 일이 어디 드문 일인가? 결혼하고서도 바람나서 헤어지는 일이 다반사인데 구시렁구시렁...

지원은 포기하지 않고 간절히 원하면 떠난 석주가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한번 떠난 남자는 돌아오지 않는 법! 돌아온다해도 그 남자는 언제 다시 떠날지 모르는 법이다. 석주를 빼앗긴 지원을 보면 안타까우면서 또 그깟! 남자 한 명 빼앗았다고(물론 이세연은 지원에게 석주뿐 아니라 폴리마저 빼앗아 가버렸지만) 그런 수모(?)를 당하는 이세연을 보면 그 또한 같은 여자로서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면서 드는 엉뚱한 생각은 왜? 마음 변한 석주를 그냥 두었을까? -.-;; 물론 사랑하는, 아니 사랑했던 석주를 위해 석주 혀 위에서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것 같은 맛을 느끼게 함으로써 가장 잔인한 복수를 하긴하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 요리를 잘 할 필요도 있겠다 싶다. 그리고 남자들은 요리를 잘하는 여자를 어쩌면 조심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나는 요리를 잘한다. 특히 정체불명, 국적불문 퓨전요리들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덩이 창비청소년문학 2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을 책이 산더미인데다 빌리고, 사다 놓은 책이 많아 가능하면 책을 안 사는 내가 오랜만에 책을 샀다. 그리고 워낙 소문이 난 책이라 작정을 하고 읽었다. 얼마나 재미있을까? 왜 다들 이 책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걸까? 근데 난 왜 아직도 읽어보지 못했을까? 그런 시답잖은 생각들을 하면서 책이 내 품으로 오기만을 기다릴 만큼 내 기대는 대단했다.

읽고나서 나는 그만 구덩이에 빠져들고 말았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내 보이는 플룻들이 알고 보면 이리저리 얽혀 있어 그 흥미를 더해주는 것 같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읽고 리뷰를 올렸기에 그냥 무조건 읽어보시오!하고 간단하게 페이퍼만 작성하려다가 그걸 못하고 또 주절주절거린다.

가끔 청소년 책들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이렇게 좋은 책들을 읽을 수 있으니 요즘 아이들은 정말 좋겠다고 말이다. 우리 때는 어디 그랬는가? 창작동화보다는 늘 권선징악에 명작동화만 있었으니...

어쨌거나 파고 파고 또 파는데도 나오지 않는 구덩이 속 비밀처럼 지금 당장 초록호수에 숨겨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면 반드시 후회할지도 모른다. 장담한다.^^  

루이스 쌔커의 작품을 다 찾아 읽고 싶을 정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07-11-27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요? 근데 왜 저는 이제야 알았을까요? 나도 읽을 책이 산더민데 사 봐야 하나? 갈등 갈등...

readersu 2007-11-27 14:20   좋아요 0 | URL
정말 재밌어요! 저야 조카에게 넘길 생각으로 사긴 했지만...예전에 나온 책이 있으니 도서관에서 빌려보셔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ㅎㅎ
 
열하광인 - 하 - 백탑파白塔派, 그 세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2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백탑파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며 마지막 작품이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빠진 백탑파들에 관한 이야기다. 아쉽게도 난 김탁환의 앞서 나온 책들을 읽어보질 못했다. 그런 까닭에 도대체 백탑파가 무엇이며, 어떤 이들을 백탑파라 부르는지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었다. 오래 전에 『열하일기』신 버전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도 도통 기억이 안 난다. 아니, 요즘 유행하는 정조시리즈(?)에 조금의 관심이 있었다면, 알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는 수 없어 검색을 해보니 백탑파는 안 나오고 김탁환만 나온다.ㅜㅜ(아, 이젠 검색도 제대로 못하는가?) 그 중에 겨우 건진 몇 줄 "18세기 조선의 멋진 사내들, 우두머리 박지원을 필두로 막내 박제가까지 바로 북학파이다." 그들이 국보 제2호로 지정된 <원각사지 십층 석탑>아래에서 시문을 공부하고 경세(經世)를 논했다고 한다.(표지에 나온 설명을 못보고 시간 낭비하며 검색하다가 표지에 쓰인 글을 발견한 한심함이라니;;) 이 정도 이해하고 나니 이제 책 읽을 맛이 난다. 그러나, 또 한번의 좌절은 (주)가 되겠다. 무려, 오백 여개가 넘는 (주)는 나의 고전 실력을 여지없이 드러나게 했고, 이야기 따라가느라, (주)읽으며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느라 바빴다는 사실. 그럼에도 술술 넘어가는 스토리가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포기하고 저 멀리 책을 집어 던졌을 것이다. 그 아무리 역사소설 추리 작가 김탁환이래도 말이다. 사설이 너무 길었다.-.-

『열하광인』은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빠져 <열화광>이란 모임을 만든 사람들이 하나둘 씩 살인을 당하면서 일어나는 추리소설이다. 의금부 도사이자 <열화광>의 일원이기도 한 이명방이 금서인 『열하일기』를 읽는 사람을 적발해내라는 정조의 은밀한 명을 받자마자 사건은 터진다. 더구나 그 사건에서 이명방은 범인으로 지목된다. 그렇다면 정조는 왜 『열하일기』를 금서로 만들었고, 그걸 읽는 사람을 감시하라고 한 것일까? 여기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정조가 1792년 일으킨 <문체반정>이 그것이다. 『열하일기』에서 나온 참신한 문장들을 소품 소설이나 의고문체에서 나온 잡문체라 규정짓고 정통적 고문을 모범으로 삼도록 명한 일이다. 젊은 지식인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일면식도 없는 서생들이 어찌 문장 너머의 속뜻을 헤아리겠으며 연경 가는 길에 목도한 장관 중에서 최고 중에 최고로 똥 덩어리를 지목하며, 놀람이나 재미로 가르침을 실어 나르는 것은 어리석다"는 정조의 생각이 들어있었기에 개혁 군주였던 정조가 절대군주로 자리 잡는 계기도 되었다.

이야기는 추리소설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랐다. 사람이 죽어 사건이 터지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사건에 연루되어 살인자로 지목 당한다. 스스로 그 사건을 해결하려는 사이에 또 한 사람의 희생자가 나오고, 그 역시 본인의 짓으로 나온다. 누명을 썼다고 생각한 그는 누명을 벗어보겠다고 애를 쓰지만 이미 구렁텅이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추리소설의 백미는 마지막 반전!

 

썩 그다지 마음에 드는 플롯은 아니었지만 박진감 넘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는 인정할 만하다. 그럼에도 잔인하고 모진 고문장면이 눈에 거슬리고, 잘 넘어가다가 자꾸만 발목 잡는 (주)는 정조가 『열하일기』를 두고 <문체반정>을 일으켰듯이 나 역시 『열하광인』을 두고 <문체반정>이라도 일으키고 싶은 심정이었다나.

백탑파 시리즈인 『방각본 살인사건』하고 『열녀문의 비밀』을 반드시 읽어보리라 다짐했건만 도서관 갈 때마다 대출중인 도서를 보며 정말 무척이나 재미있는 책이구나! 생각을 했었다. 이젠 이미 마지막 편을 읽어버려 거꾸로 독서가 되겠지만 그래도 이참에 그 책들을 읽어 이 시리즈를 독파할 생각이다. 그런데 설마, 그 책에도 (주)가 많은 것은 아니겠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07-11-22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열하광인을 읽고 싶어도 앞의 두 책을 읽고 읽어야겠군요. 근데 문체반정이요? 그 설명이 이 책에 나오나요? 궁금해지네...ㅎㅎ

readersu 2007-11-22 13:3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앞의 두 책을 넘저 읽어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체반정은 설명까지는 아니지만 나오긴 합니다만...^^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 - '이해의 선물' 완전판 수록
폴 빌리어드 지음, 류해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겠지. 하지만 우리 어릴 때는 놀거리가 많았다. 그땐 컴퓨터도 없었고, 학원에서 하루 종일 보낼 일도 없었을 뿐더러 학교 다녀오면 오후 내도록 이 골목 저 골목 누비며 다 저녁에 저녁 먹으라고 부르는 엄마의 소리가 들릴 때까지 밖에서 놀 일밖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건도 많았고, 사고도 많았다. 아이들과 술래잡기 하다가 내리막길에서 엎어져 이마를 찢고 병원에 가서 실 뭉텅이 들고 나오는 의사 선생님 보고 놀라, 죽어도 안 꿰매겠다고 버티다 지금도 어렴풋이 보이는 흉터를 남겨놓고,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멀쩡하게 잘 서 있는 정원등을 넘어뜨리고선 혼이 날까 두려워 같이 있던 친구과 우리 다 같이 죽자!라는 비장한 다짐도 했었다.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를 읽으면서 제일 많이 느낀 것은 바로 그 시절의 추억이다. 폴 빌리어드가 겪은 그 추억들이 고스란히 내 추억이 되어 내 향수를 건드린 것이다.

 

유머감각이 없는 알자스 출신의 아버지와 몽상적인 어머니 밑에서 호기심으로 세상을 배워나간 삶들을 위트 있고 감동적으로 써내려갔다. 폴은 이 책을 두고 '성장통'이라고 부른다. "아마도 여러분들도 비슷한 일들을 겪으며 성장했을 것이다"라는 폴의 말처럼 나 역시 그랬으니 우리 모두에겐 어른이 되느라 다들 겪은 '성장통'이 있는 것 같다.

 

모두 22편의 이야기가 실린 이 책은 폴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그 어린 시절은 사고와 장난의 연속이었고, 그만큼 폴에겐 많은 추억을 남겨주었다. 체리 씨앗으로 사탕을 산 이야기를 들려주던 표제작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를 필두로 짧은 이야기들 속에 감동이 숨어 있다. 친구와 두들겨 패고 싸우면서 만든 우정, 물건을 훔친 폴에게 부모와 주인이 준 교훈, 여섯 살짜리 아이를 혼자 기차에 태워 보냈는데(우리나라에선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일 것만 같은) 노느라 기차를 놓친 폴을 기다려 준 많은 승객들, 선생님을 너무나 사랑하여 일으킨 일이 엉망이 되어버린 사건, 형의 풍선(?)을 가지고 놀다가 어른들을 황당하게 만든 일 등 이루 말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장난들 중에서 특히 감동적이었던 일은 「안내를 부탁합니다」였다. 요즘에야 얼굴도 모른 채 이야길 하고, 채팅하는 일이 인터넷으로 인해 많아졌지만 예전에는 그럴 일이 전혀 없었다. 있었다고 해봐야 아마도 펜팔 정도였을 것이다. 그런 시대에 장난 전화를 시작으로 폴과 이어간 전화교환원 존슨부인과의 인연은 너무 아름다웠다. 그 둘이 만나게 된 사연도 놀라웠지만 어린 폴을 위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공부했었다고 말하던 존슨부인의 이야기는 소설보다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요즘 아이들은 나가서 노는 일 보다는 집에서 컴퓨터를 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하고, 모여 놀아도 각자 닌텐도 하나씩 꿰차고 자기만의 놀이에 몰두하는 것을 보면 우리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하지만 날이 추워도 코가 새빨개지도록 뛰어노느라 바빴던 그 시절의 추억을 만들 수 없음이 우리 아이들은 섭섭하지 않겠지. 그들에겐 그들만의 추억이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안타까움이 앞서는 것은 왜일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11-21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 적 혼자 노는 시간이 더 많았고 그 시간의 대부분은 책이었어요. 좋아했던 것은 올리버 트위스트와 셜록 홈즈의 구둣굽 소리가 울릴 것 같은 돌이 박힌 길. 안내를 부탁합니다'는 어릴적 누군가의 이야기로 들었는데 얼마나 따스하다고 생각했는지요. `이해의 선물'로 교과서에 등장했던 그 이야기 속 사탕가게가 님의 리뷰를 읽으니 다시 떠올라요.
댓글을 따라 불쑥, 방문해 보았습니다.

readersu 2007-11-21 12:11   좋아요 0 | URL
아,그러셨군요. 전 책보다 동네에서 놀기만 했던 터라 그때 못 읽은 책들 읽느라 지금 고생합니다.^^; '이해의 선물'의 가르침은 그 어떤 말보다도 소중한 가르침이었던 것 같아요. 그나저나 『혀』리뷰를 적어야 하는데;;;
 
밥 말리 - 노래로 태어나 신으로 죽다
스티븐 데이비스 지음, 이경하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레게reggae란 카리브 해 자메이카 흑인들의 한과 설움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그 음악이 밥 말리가 추종한 라스타파리와 연결되어 음악성보다는 차별받는 카리브 해 흑인들의 저항음악으로 불린다. 내가 레게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아무래도 김건모의 <핑계>가 아닌가 싶다. 그 후 경쾌한 리듬의 이 곡을 그저 자메이카의 전통음악으로만 생각했다. 이 책 『밥 말리』를 읽기 시작하는 그 순간까지 말이다. 책을 읽고 나니 레게음악이란 게 내가 생각하듯 단순한 자메이카의 리듬음악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의미가 많다는 걸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알기위해서는 적어도 그 사람에게 관심이 있어야 하며, 그 인생을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고작 레게음악을 했다는 이유와 "No woman No cry"라는 곡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밥 말리에 대해 다 아는 양 이 책을 읽었다. 아주 큰 코 다쳤다. 모르는 이야기가 너무 많고, 이해하기 힘든 정서였다. 그럼에도 결국은 다 읽고 나니 밥 말리가 부른 노래들이 모두 평화, 정의 ,자유 등을 부르짖는 저항 정신이 가득한 노래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백인 아버지와 흑인소녀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밥 말리는 수도 킹스턴 서부 빈민가 트렌치타운에서 자랐다. 후에 어머니가 살던 미국으로 건너가 돈을 벌기도 했으나 라스타파리에 빠져 있던 밥 말리는 결국 자메이카로 돌아온다. 그 후 음반 만들 기회가 생겨 "Catch a Fire"를 발표하면서 전 세계에 레게음악을 알리게 된다. 경쾌한 리듬은 많은 사람들이 어깨 들썩이며 춤을 추게 만들었고, 노래 속에 담긴 메시지는 그의 신념들이(정의, 자유, 저항 등) 들어 있었다. 미국 투어를 돌 정도로 유명해진 밥 말리, 그러나 뇌종양에 걸리게 됨으로써 레게음악의 한 줄기였던 밥 말리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자메이카, 그 중에서도 밥 말리가 살았던 빈민가 트렌치타운은 지린내가 진동하고, 높은 유아 사망률, 만연하는 질병을 가진 라스타파리 교도들의 야영지나 마찬가지였다. 그곳에서 청년기까지 보낸 밥 말리에게 배고픈 순간들을 잊게 해준 오랜 벗들은 그의 오른팔이며 심복이 되어 줄 친구들이었다. 어머니인 세델라 부커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밥 말리가 그 라스타파리를 믿고 있다는 거였다. 라스타파리는 이 책 표지에도 나와 있듯이 마리화나를 하나의 상징처럼 생각하고, 빗질도 하지 않는 길고 화려하고 기괴한 드레드락스의 머리로 구별된다. 세델라 뿐 아니라 자메이카 사람들에게조차 라스타파리 교도들은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밥 말리가 속한 1967년 초반 '웨일링 웨일러스'는 자메이카에서 금욕주의를 표방한 최초의 보컬그룹이었다. 그들은 진실한 라스타파리교도였기에 정해진 음식만 먹고, 엄청난 양의 마리화나를 피웠으며, 매일매일 성경을 읽고, 비의적인 은어들을 사용했다. 그래서일까? 밥 말리의 사진을 보면 하나같이 비쩍 마른 모습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엔 정말 몰랐던 사실들을 이 책을 읽음으로써 알게 되자 밥 말리의 노래들이 다르게 들리기 시작한다. 경쾌한 리듬 속에서 흑인들의 애환이 들려오고, 밥 말리가 부르는 노래 속에서 카리브 해 흑인들의 억눌리고 차별받는 모습이 떠오르는 듯하다. 빈민가에서 나름대로 차별과 억눌림을 겪은 밥 말리가 어머니가 싫어하고 자메이카인 대부분이 혐오하는 라스타파리에 빠지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의 인생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도 되겠지만 오해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밥 말리는 내게 그의 인생을 들여다봄으로써 오해보다는 이해가 생긴 경우가 되었다. 경쾌하지만 애절한 그의 음악이 레게를 오해하고 있던 내게 진정한 레게음악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