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침 여행과 사진에 미치다 - 신미식 포토에세이
신미식 지음 / 푸른솔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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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펼친 순간 이 세상이 아닌 듯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딴엔 여행서적을 눈여겨보는 터라 여러 나라의 풍경들을 사진으로 그림으로 보아왔지만 이런 풍경은 생경하다못해 과연 이런 곳이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마저 들게 한다. 말로만 듣던 바오밥나무의 모습과 희귀한 암석들 그리고 해맑게 웃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여태껏 여행서적에서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이 여행 사진집은 프로인 사진작가가 찍은 에세이다. 이국적인 풍경은 일반적인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도 멋지기만 한데 하물며 사진 작가가 찍은 사진이니 얼마나 멋질 것인가? 더구나 그가 다녀온 곳은 아직은 물들지 않은 아프리카의 오지 '마다가스카르'다.

마다가스카르, 언젠가 애니메이션의 제목으로도 쓰였던 곳이라 나는 그런 곳이 존재하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그런 곳이 있다니. 저자의 말대로 과연, 천사의 땅이다. 멋지다.

그리고 베트남과 캄보디아, 페루와 볼리비아, 뉴질랜드까지 사진 작가가 보는 풍경은 확실히 달랐다. 똑같이 베트남이나 캄보디아를 다녀온 여행자들이 내보인 사진들하곤 확연히 다른 사진들을 보며 프로 사진가의 진면목을 봤다고나 할까? 칭찬이 과한 듯하나...어쩔 수 없다. 평생에 한번 가 볼 수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 바오밥 나무들의 모습과 무지개, 환하게 웃는 아이의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나중에 꼭! 전시할 때 그의 사진을 보러 가야겠다. 진짜!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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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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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기욤 뮈소의 『구해줘』를 사놓은 지 몇 달이 지났다. 얼른 읽어야지 하면서도 못 읽고 있었다. 늘 그렇다. 결국 가장 최근에 나온 책부터 읽게 된다. 나쁘지 않다. 그의 전작들이 궁금해지니까! 
 
그는 어떤 장르의 소설가로 분류가 되는 걸까? 드라마? 추리? 아니면 심리? 이 세 요소가 적절히 배합되어 가독성을 높이는 『사랑하기 때문에』는 어쩌면 ‘추리심리드라마‘라는 신종어를 사용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그 요소들이 적당하게 들어앉아 책을 놓지 못하게 하니 말이다. 이 책은 소개에도 이야기 했듯이 영화를 보는 듯하다. 등장인물들이 희미하게 보이지만 그들의 행동과 표정이 눈에 선하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야기 속에 과연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들의 관계는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읽으면 읽을수록 궁금증만 증폭하지만 질리지 않게 또 경쾌한 서술로 시종 내 시선을 이끌어갔다. 


도통 관련이 없어 보이는 등장인물들이 후반부로 가면서 서서히 그 관계를 들어내면서 고개를 끄덕일 무렵 보여주는 놀라운 반전은 그 어떤 추리소설 못지않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더구나 추리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휴먼드라마와도 같은 설정은 기욤 뮈소의 감성적인 문체와 상처를 받은 자와 상처를 준 자들이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에 더욱 작가의 따스함을 느끼게 해준다.  

다섯 살 먹은 딸의 돌연한 실종으로 노숙자로 전락한 아버지 마크, 누군가에게 복수를 꿈꾸며 뉴욕 거리를 헤매는 에비 그리고 연일 스캔들로 일간지를 장식하는 억만장자의 상속녀 앨리슨과 그들의 공통된 분모로 나오는 커너. 그들이 던지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감정이입하다 보면 상처를 준 사람이나 상처를 받은 사람이나 결국은 똑같은 피해자임을 알 수 있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다. 그들이 깨닫게 되는 마지막 결론에서 우린 단지 이 말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기 때문에….  

이제 책꽂이에 꽂힌 기욤 뮈소의 『구해줘』를 꺼내 읽어야 할 차례다. 또 한번 그의 경쾌하고 따스한 문장에 빠져들 것이다.  

“용서받지 못할 일은 없어요. 다만 인생에서 우리 힘으로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일들이 있을 뿐이죠. 당신이 이 세상의 고통을 다 짊어지겠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어요.”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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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먹다 - 제1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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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간체란다. 읽기가 만만치 않았다. 읽다가 몇 번을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게 만든다. 등장인물이 익숙해지고 내용이 이해될 즈음 가슴이 미어졌다. 사랑이다. 그것도 치명적인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안 그래도 보듬어 주는 이 없는 쓸쓸한 이 추운 겨울에…. 

가끔 문학상을 타고 등단하는 신인들의 장편을 읽을 때마다 깜짝! 놀란다. 첫 작품이라 서툰 문체 속에 내재하고 있는 그 끼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스토리로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작가와 똑같은 상을 받은 김언수의 『캐비닛』이 그랬고, 영화로 제작되어 곧 개봉할 예정인 이지형의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가 그렇다. 이제는 익숙해진 기성 작가들의 문체에 슬슬 지겨워질 무렵 신인들의 글을 읽으면 그 신선함에 희열을 느낄 정도다. 뭔가 모자란 듯하면서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사랑이라는 단순한 주제는 이제 어떤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도 그 결과가 눈에 선하다. 그만큼 온갖 종류의 사랑 이야기에 대해 이미 섭렵하고 있다. 라고 한다면 좀 재수가 없겠지만 소설 좀! 읽어본 독자라면 고개가 끄덕거려질 것이다. 그럼에도 사랑이 모든 이야기에 빠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소설 같은 사랑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각설하고,

13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이 작품 『달을 먹다』는 삼대에 걸친 몇 십 년 간의 얽히고설킨 복잡한 관계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아홉 명의 등장인물이 길게는 열 번, 짧게는 한 번씩 자신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작가는 독자를 배려한 듯 짧게 단락을 지어놓았지만 내간체라는 점과 조선시대라는 배경으로 말미암아 독해에 약간의 어려움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점들만 이해하고 읽는다면 그 시대에서 벌어지고도 남았을, 숱한 사랑에 관한 에피소드들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싶다. 신분계층이 존재하고, 일부다처가 자리잡고 있으며, 남녀의 유별이라는 폐쇄적인 상황에서 벌어질 일이란 근친상간, 신분을 망각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등등 독자를 자극할 만한 치명적인 사랑 이야기들일 것이다. 작가는 어쩌면 그렇게 뻔할 이야기에 꽃차에 대한 묘사라든가, 국화주를 담그는 부분의 상세한 설명을 빼놓지 않았고, 부담스럽지 않게 내보이는 그 시대에 맞는 고전적인 배경과 서술들이 새로운 역사소설의 등장을 예견해주는 듯하다. 

특히 얽히고설킨 복잡한 가계도에서 금지된 사랑을 하게 된 희우와 난이의 이야기는 이 책에 등장하는 하연과 기현, 설희와 여훤, 여문과 향이, 후인과 후평 그리고 후인을 향한 최약국의 집착적인 사랑 중에서 가장 비극적이고 치명적이다. 언제나 그 누구가 되고 싶었으나 그 무엇조차도 될 수 없었던 난이. 그리고 난이를 향한 희우의 죽음보다 열정적인 사랑은 처절하다.

작가는 『달을 먹다』가 의미하는 바를 이렇게 설명했다.(이 작품의 공모시 제목은 내심內心이라고 한다) 이해와 오해 사이의 간격이라고 하면 될까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진실을 가지고 살아가죠. 한 가지 사실을 놓고도 입장과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 누구도 진정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이 될 수는 없는 거거든요. 저는 그 진실의 개별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달을 먹다』, 내 속마음을 내가 아닌 그 누구도 알 수 없듯이, 사랑에 눈이 멀어 사랑을 이루고 사는 사람의 인생과 그 사랑에 굴복하지 못하고 결국 평생을 애타게 그리워하며 처절한 삶을 살아간 또다른 사람들 중에서 과연 누가 더 행복할까? 그렇다면 사랑을 이루는 것과 사랑을 이루지 못했을 때의 삶은 운명의 장난으로 인한 것일까? 나만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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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8-01-07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축하해요!^^

readersu 2008-01-07 16:01   좋아요 0 | URL
헉!감사합니다;;;스텔라님도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더군다나 그 책이라니!!! 그 분께 꼭 감사의 메시지를;^^

프레이야 2008-01-07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더수 님, 좋은 리뷰 당선 축하 드려요^^

readersu 2008-01-08 09:42   좋아요 0 | URL
혜경님..감사합니다. 멋진 새해 선물이네요^^;;

sokdagi 2008-01-09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얼른 저도 읽어봐야겠네요.

readersu 2008-01-09 17:46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얼른 읽고 멋진 리뷰 올려주세요.^^
 
명랑한 밤길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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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일이지만 공선옥의 소설은 처음이다. 처음일 수도 있는 책들이 많은데도 내가 부끄럽다고 한 이유는 이렇게 명랑한 소설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명랑하다고? 공선옥 소설이? 의문 부호 달며 따질 사람 많겠지만 나는 그렇다. 내겐 소박하면서도 엉뚱한 상상력들이, 또 한편으로 가슴 뭉클하게 하는 장면들이 눈물 나게 즐겁다.

『명랑한 밤길』에 나오는 대부분의 ‘나’는 혼자이거나, 사별을 했거나, 남편이 있어도 애틋한 마음이 사라진지 오래된 여자들이다. 달콤한 사랑은 모두 과거 이야기이자 상상 속의 상황이다. 현재는 현실의 빈곤함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런데도 처연함보다는 피식! 웃음이 난다.

아들과 단둘이 사는 동료 교사의 집을 몰래 찾아 가 우렁각시 짓을 하려다 말고 나오는가 하면(꽃 진 자리), 이십년 전, 스무 살 시절 동네 강가에서 딱 한번 만났던 남자의 체취를 기억하고선 그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 남자에게 왠지 기대고 싶은 기막히고 웃기는 감정 때문에 친구 남편 문상을 가서 울음을 터뜨린다(영희는 언제 우는가). 또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도시에서 온 남자의 마음이 변한 것을 보고 마음의 슬픔을, 분노를, 낯선 감정을 겨우 통화중 대기 장치 따위의 엉뚱한 말로 내던지고선 무안해하다가 남자의 조소에 용기를 내어 할 말 다 했을 때, 보인 남자의 반응은 얼마나 웃겼는지(명랑한 밤길), 중년이 된 대학 때의 동지(?)를 만나 연애의 감정이 틀림없다고 짐작하며 그녀가 하는 상상은 또 얼마나 어이없음에 웃음이 나는지(폐경 전야) 구차한 인생들이 작가의 넉살 덕에 허허거릴 수 있다는 것에서 공선옥 작가의 필력이 느껴진다.

그가 말하는 삶은 꽤나 현실적이다. 그건 그가 ‘변방’에서 경험한 다양한 군상들의 모습을 직접 지켜본 결과일 것이다. 미화하지 않는 인간 그대로의 삶, 누구도 귀 기울여주지 않는 그들의 삶을 공선옥 작가는 바라보고 보듬는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한번쯤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났었던 이야기이고,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싶어 안심을 하게 만든다. ‘낯익고 낯익어서 슬픈 풍경’들이 그에게로 가서 ‘낯익고 낯익어서 즐거운 풍경’이 될 수도 있음이 어쩌면 다행이다 싶다.

그러고 보니 나의 독서 취향도 그동안 많이 변한 것 같다. 너무나 현실적인 것들이 싫어서 가급적이면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에 호감을 가졌었는데 이젠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에 같이 동감하고, 낄낄거리며 웃다가 또 한편으론 마음 저 구석에서 밀려오는 싸한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내 스스로 왜 이리 대견한지;;; 어른이 되었나보다.^^;

누군가 공선옥을 두고 궁상스럽다고 했다. 내가 그동안 공선옥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그건 아마도 나 역시 그 궁상스러움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궁상스런 자에게는 궁상스러움만 비칠지도 모른다. 이젠 그 궁상스러움이 명랑하게 보이니 그렇다면 내가 이젠 명랑해졌다는 결론인가? 뭐 어쨌든, 그를 제대로 알게 된 명랑한 이 밤, 윤도현의 노래가 절로 나오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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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속을 걷다 - 이동진의 영화풍경
이동진 지음 / 예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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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담양에 간 적이 있었다. 그곳 대나무 공원에서 <영화촬영장소>라는 팻말을 본 적이 있는데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도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한 곳의 세트를 그대로 두고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는 곳이 많아졌다. 과연, 감명 깊게 본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를 가면 그 장면이 생각나면서 감회가 새롭긴 하다. 이 남자, 이동진 기자는 그런 면에서 무척 부러운 사람이다.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그 영화의 촬영 장소를 찾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글도 써서 돈도 벌고.^^;;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이동진 기자의 감성적인 문체다. 몇 년 동안 좋은 영화들만 봐서 그런가? 가슴을 살짝 떨리게 하는 문장들이 많다.

“머물렀던 기간이 짧았다고 해도 떠난 사람의 흔적은 도처에 남는다는 것. 남겨진 사람들은 그 흔적과 마주치며 온기를 얻는다는 것.” <p27>

“이름을 부르고 또 불러서 입술에 희망이 붙을 때까지. 고단한 두 발은 뽀얀 흙먼지로 뒤범벅되더라도.” <P76>

우리는 또 어떤 슬픈 인연의 사슬로 이 차가운 별의 한쪽 귀퉁이에서 이렇게 마주치게 되었을까. <p256>

영화에 관한 책들은 많고도 많다. 하지만 그 글을 쓰는 저자의 취향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진다. 딱딱한 인문서 같은 영화책도 있고, 달콤한 첫사랑 같은 영화책도 있다. 나는 물론 달콤한 첫사랑 같은 영화책을 좋아한다. 소설을 좋아하듯 생각이 많은 영화보다 보고 감동 받거나 가슴이 뭉클해지는 영화가 좋다. 그런 면에서 이동진 기자의 이 책은 나와 코드가 맞는다. 난 그의 취향에 동감한다. 그래서일까? 두어 편만 제외하고 모두 기억에 남는 영화들이다. 책을 읽는 동안 그 애틋함과 감정이 살아난다. 더구나 이 책은 여행과도 관련이 있지 않은가? 여행책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인지라 거의 감탄을 하며 책장을 넘겼다.(약간의 과장 포함.^^;)

암튼, 다음에 나올 그의 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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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25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경란의 소설 이후로 저와 독서 기록이 겹치는군요. 유심히 읽습니다. 우연인데, 이런 우연은 기분좋은 것이어서요. 이동진 기자, 글마저도 조용조용, 할 말은 다 하곤 해요.

readersu 2007-12-26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가끔 던지는 문장들이 꽤 좋더라고요.^^반갑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