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웃 헐리웃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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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단편들임에도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그의 글들은 SF소설의 아버지라는 이름이 꽤 잘 어울린다. 어이없는 이야기들에 헛웃음이 나오지만 그런 상상력을 지녔다는 것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표제작인 「헐리웃헐리웃」을 비롯하여 30여편의 단편들이 어쩜 그리도 기발한지 때론 오싹하게 만들고 때론 허걱! 소리가 나오도록 웃긴다. 얼마 전에 『흑소소설』을 읽으면서 에이, 추리소설이나 쓰시지 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히가시노 게이고가 츠츠이 야스타카를 흉내낸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뭐 이건 오로지 내 생각이지만도. 아무튼 재미있었다. 특히 사막에서 타조의 살을 뜯어먹는 여행자의 최후를 그린「타조」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는 나비로 인한 오싹한 이야기를 그린 「나비」는 굉장히 짧은 글속에서도 공포를 느끼게 해주었으며 유행이라면 정신을 못차리는 현대인들을 풍자한「유행」결혼과 동시에 세운 삶의 계획들이 너무나 어이없게 잘 나가게 되어 살아야할 목적을 잃게 만든 「마이홈」암특효약을 만들고도 팔지 못하는 「특효약」은 츠츠이 야스타카 세상 풍자의 솜씨를 보여주는 것 같다.

다만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되는 「산기」에 대해 궁금증을 풀어줄 사람이 있다면 설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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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페르 닐손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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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빠질 때가 있다. 더구나 이성에 눈뜨는 사춘기때면 어김없이 한번쯤 사랑의 열병을 앓기도 할 것이다, 그것이 짝사랑이 되었든 첫사랑이 되었든 간에 말이다. 그래서 그 시기를 넘긴 어른들이 보면 예측가능한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첫사랑', 어쨌든 생각과 추억만으로도 가슴 떨리고 짜릿하며 내 마음 저 깊은 어느 곳이 아릿하게 아파오는 실연의 상처.

스웨덴의 청소년 문학 작가인 페르 닐손은 그 사랑의 정의를 소년과 남자로 구분짓는다. 사랑을 알기 전은 소년이었지만 사랑이 지난 후엔 남자가 되었다고. 그만큼 사랑이란 나이를 분별않고 한 사람에게 지독한 상처를 줌과 동시에 그 아픔만큼 성숙하게 만드는 것인 것 같다. 더구나 한참 자라는 청소년기에 겪은 사랑은 그 경험만으로 육체적인 것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성숙함까지 선사한다. 

여기 버스에서 만난 빨간머리 소녀에게 한 눈에 반한 소년이 있다. 우연처럼 그들은 친구가 되고 사랑하게 되지만 세상의 많은 '첫사랑'처럼 사랑의 좌절을 맛보게 된다. 그 아픔을 소년이 푸는 방법은 좀 독특하다. 소녀와 추억이 담긴 선물들을 하나씩 다 없애버리는 거다. 이야기는 그렇게 추억의 물건들을 하나씩 없애면서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그들의 만남과 현재까지의 상황을 이야기 한다.

페르 닐손이 보여주는 '첫사랑'은 어른인 우리에겐 이미 한번쯤 해본 그 떨림의 경험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그 사랑의 상처에 아파하는 소년을 보면서 '괜찮아 시간이 지나면 아름다운 추억이 될 거야'하는 너무나 뻔한, 소년의 입장에선 좀 재수없는 지극히 어른다운 다독거림이 나오게 만든다. 그렇게 첫사랑은 청소년기에 한번은 겪어야 할 통과의례처럼 아픔을 선사하지만 그 아픔만큼 성숙해진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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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 마음이 자라는 나무 14
모모 카포르 지음, 김지향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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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사랑이란 대체 뭘까? 나를 변함없이 사랑해주는 사람과 영원히 사랑하며 사는 것일까? 그렇다면 과연 그런 사랑이 존재하기나 하는 걸까?

세르비아 말로 '꿈꾸는 아이'라는 뜻을 가진 싸냐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남자 바냐를 만나 사랑하므로 결혼을 한다. 그러나 영원히 싸냐만을 사랑하겠다는 바냐는 매력적인 여자를 볼 때마다 마음에 품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싸냐는 조금씩 줄어든다.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그 대상은 우리의 눈 속에서 점점 더 커져 갑니다. 반대로 다른 대상을 원할 때는 점점 더 작아지게 되지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이 사실에 익수개져 버립니다. 대부분은 사랑 없이도 그럭저럭 살 수 있게 되고, 또 그것이 사랑하는 데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싸냐가 점점 줄어든다는 걸 알면서도 바냐는 그 마음을 버리지 못한다. 마음을 굳게 먹으면서도 바냐 마음에 차오르는 욕망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싸냐가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아지고 어디로 갔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되었을 때 비로소 바냐는 후회를 한다. 싸냐가 사용한 주위의 모든 사소한 것들을 보면서 싸냐를 떠올리고 수없이 눈길을 주었던 매력적인 여자들은 이제 추하게만 보일 뿐이다. 하지만 이미 사라진 싸냐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신나간 사람처럼 허리를 굽혀 작아질 대로 작아진 싸냐를 찾아다니지만 찾지 못한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방법으로 걸어 다닙니다. 그런 사람들은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왜냐고요? 그들은 그저 땅바닥만 바라보며 걸으면서 무언가를 찾고 또 찾으니까요."

사람들은 늘 그렇다. 진실한 사랑이 옆에 있을 땐 그 사랑을 알아보지 못한다. 더구나 서로간의 믿음이 깨지면 그 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상대방을 믿어야 하고, 믿음을 주되 그 사랑을 잘 지켜나가야만 그 진실한 사랑은 존재하게 될 것이다.

아름답고 예쁜 글과 깜찍한 일러스트가 매력만점인 『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은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작가의 동화적 상상력이 따뜻함을 전해준다. 특히 바냐에게 상처를 받아 점점 작아지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싸냐의 태도는 비록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지만 나만은 변함없이 너를 사랑한다는 진실함을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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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계절 2
도나 타트 지음, 이윤기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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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을 하면 가슴이 두근거려 추리소설을 그다지 읽지 못하고(그러면서 스릴러 영화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정신빼고 보는 편이지만;;) 추리소설에 대해 아는 바가 제대로 없어 어떻다고 이야기도 잘 못하는 데다 내가 제일 어려워 하는 리뷰가 추리소설 리뷰 쓰는 거다. 늘 추리소설은 읽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라 리뷰랍시고 써보자 생각하니 괜히 스포일러를 이야기 해서 책을 망치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간만에 제대로 된 추리소설을 한 권 읽었으니 이 좋은 책을 안 알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추리소설도 종류가 다양한 것 같다. 미리 범인이 누구인지 말해놓고 시작하는 이야기도 있고, 범인을 맞히기 위해 반전의 반전을 거치면서 잡아내는 이야기도 있다. 그 둘을 비교해볼 때, 나는 긴장감을 팍팍 넣어주는 반전의 반전이 훨씬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하여 긴장하는 데다 범인을 잡기 전까지는 책을 놓을 수가 없을 테니 말이다. 이 책은 좀 달랐다.

피해자를 밝혀놓고 시작하는 것은 전자의 이야기에 속하는 것이지만 거의 천 페이지에 가까운 글이 '왜! 버니가 죽게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더구나 작가의 등장인물에 대한 심리 묘사와 그리스 고전어에 대한 신비로움, 은근히 풍겨나오는 지적인 문체는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굉장한 '문학작품'이라고 생각할 만큼 탁월하다. 더구나 두 번째 살인이 일어나고 시체가 밝혀지기까지 불안에 떠는 그들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듯 눈앞에 선했다.

『비밀의 계절』은 일찌감치 디오니소스 제와 관련한 사건이 벌어졌고, 그와 관련한 또 하나의 살인이 벌어지면서 화자인 리처드가 회환과 속죄의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독자는 리처드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읽게 된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공범의식까지 갖게 된다. 순수하다고 할 수 있는 학생 시절에 우연히 저지르게 되는 범죄로 인해 삶에 있어서 치유할 수 없는 한 부분을 '추억이라 불리는 유령'으로 살아가게 되는 그들, 한 편의 미니시리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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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 브루더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운비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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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릭 모디아노를 처음 만난 것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다. 친구의 추천이 있었다. 꽤 괜찮은 소설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나는 제대로 읽지 못했다. 읽고나서도 뭘 읽었는지 감이 안 잡혔다. 그런 책이 있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해도 나에겐 안 맞는…파트릭 모디아노의  첫 책은 그랬다.

이 책은 일부러 읽어보았다. 두께도 얇았고, 친구가 말하는 그 깊이를 알고 싶었다. 성공했냐고? 글쎄? 이야긴 꽤 흥미로웠지만 단조로웠다. 재미는 없었다. 뭐랄까?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도라 브루너, 오래 전에 실종된 그 여자가 왜 그렇게 궁금했을까? 팔 년이나 되는 기간 동안 그 여자를 추적할 만큼 궁금한 게 있었을까? 그러다가 아차! 하고 생각을 바꿔봤다. 파트릭 모디아노는 소설가다. 소설가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소설가라면 모든 것이 이야기의 소재가 될 테니까, 모든 것이 궁금할 테니까. 그래서 포기하고 나도 파트릭을 따라 브루너의 존재에 대해 찾아다녔다. 그래도 뭐 그다지 성공적이진 못했지만 열심히 읽었다.^^;;

도라 브루더, 1941년에 실종된 여자 아이다. 그녀는 유태인이었고, 그때는 전시였다. 작가는 우연히 발견한 신문의 기사를 보고선 그 여자 아이를 찾아봐야겠다고 나선다. 유태인이었던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 그들의 발자취를 찾아가며, 집으로 학교로, 거리거리로 파트릭은 찾아 다닌다. 어느 것하나 딱 떨어지게 찾아지진 않지만 알음알음하며 알아가다보니 팔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다. 결국 그 '추적'은 도라 브루더를 '추적'했다기 보다는  파트릭 자신을 '추적' 한 것이나 다름 없다. 지나가 버린 세월, 돌아올 수 없는 시간, 존재했지만 지금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은 존재들.

아직도 나는 이 책의 의미를 다 알지 못하겠다. 열심히 읽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는 그의 몫이라고 생각하여 최소한의 흔적들이라도 남겨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보겠다는 파트릭 모디아노의  진실이 보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숙제를 하나 안은 셈이다. 파트릭 모디아노 이해하기! 그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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