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문의 비밀 1 백탑파 시리즈 2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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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1784년), 규장각 검서관은 백탑파인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서이수가 맡고 있었는데, 이 중 책벌레로 불리는 이덕무가 적성 현감으로 발탁 된다. 이덕무가 적성을 얼마나 잘 다스리느냐에 따라 나머지 검서관의 목민관 임명 여부가 결정될 터였다.

이덕무가 가장 먼저 처리할 일은 열녀 품신 글의 진위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의심스러운 글들 중 하나가 부임 예정지인 적성에서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그 글은 얼핏 보면 이상할 것이 없었다.


김아영은 홀어머니 홍씨를 극진히 모시다가 1781년 임거용과 혼인한다. 1782년 남편이 사망하자 자진하려 했으나 족친들이 말려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그때 시어머니가 먼저 쓰러지자 극진히 수발하여 살려낸다. 지극한 슬픔 속에서 2년을 보내는 동안 기운 가세를 일으켜 전답을 두배로 만들었고, 1784년에는 자진하여 남편 곁으로 간다.


김진은 2년 내내 슬퍼하던 김아영이 가세를 일으켰다는 내용이 모순되고, 가세를 다 일으키니 곧바로 자살했다는 것도 이상하다 했다.


이명방과 김진이 적성으로 내려가 처음 만난 사람은 열녀 품신 글을 지어 올린 임창봉이었다. 임참봉에 따르면 김아영은 문재가 뛰어났고, 가난한 자신을 위해 은구슬이 달린 주머니를 선물로 주는 등 살뜰한 마음가짐까지 지녔다고 했다. 김아영의 도련님인 임거선도 그동안 형수에게 의지하며 글도 배웠는데 허망하게 자살하여 이제는 어디에 마음을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통곡했다. 

김아영의 시아비 임호는 아들이 도적에게 살해 당하고 그날 비싼 삼을 도둑 맞아 가세가 기울었는데 새아기가 가세를 일으켰다고 했다. 그 뒤로 만난 몸종 향이, 향이와 연인 관계인 똘이, 의사 조광종, 임거용의 친구 남재태, 향청과 질청의 관련자들 모두가 김아영의 정절을 칭송했다. 하지만 그들의 말에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것은 김아영의 시체를 누가 처음 발견했는지 진술이 엇갈린다는 점이었다. 향이와 똘이는 임거선이 처음 발견했다 했고, 임거선은 어머니 남씨가, 남씨는 임참판이, 임참판은 향이가 발견했다는 식이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사람을 지목하면서 자신에게는 유리한 정황만 대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임호의 팔촌 형이자 세도가인 한성판윤 임명보에게는 계목향이라는 기생이 있었다. 그녀는 이명방에게 호감을 품었는데, 자신이 김아영과 의자매라고 했다. 김아영과는 별투색전(別妬色傳)이라는 소설을 같이 썼는데 마무리를 짓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자살했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김아영은 야소교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였는데, 야소교도는 자살을 금지하는 종교였다.

또한, 김아영의 친정어미인 홍씨가 편지를 보여주는데 그 편지에는 김아영이 임신했음을 암시하는 문구마저 있었다.


김진은 도래샘 모양 제 꼬리를 문 구렁이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 향이를 의금부로 압송한다. 연결고리 중 하나가 끊어진 셈이었다. 얼마간 시일이 흐른 후 김진이 관련자들을 다시 불러 모은다. 향이가 문초 중 죽었다고 알린 후 다시 진술을 요구하자 그들은 향이에게 떠넘긴다. 향이는 이 모든 진술을 한쪽에서 듣고 있다가 억울하다며 항변한다. 사태가 불리해졌음을 알게 된 임호는 가솔을 이끌어 관에 대항하려 하나 백동수가 이끌고 온 군사들에 진압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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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탑파 두 번째 이야기로 역시 중후반부 까지는 술술 읽히고, 결말은 다소 억지스럽다. 아비가 야소교도가 된 아들을 죽이기 위해 도적을 불러 들이는 부분도 그렇고, 굳이 김아영을 살려 내어 연경에 등장시키는 것도 그렇다.

김진의 '모든 것을 알고는 있지만 아직은 확증이 없으므로 입다물고 있는 거야' 태도는 한 두번은 긴장감 고조에 도움이 되지만,자꾸 반복되면 독자의 기대치가 올라가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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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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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프롤로그 1) 아직 신혼인 신이치와 가즈코 부부가 정체불명의 사내에게 공격 당한다. 그 남자가 휘두른 일본도에 부부는 영문도 모른 채 사망하고, 딸만 살아 남는다.


(프롤로그 2) 매년 칠석 무렵이면 소타의 가족은 나팔꽃 축제에 가서 꽃들을 둘러본 뒤 장어를 먹으러 갔다. 형 요스케와 아버지는 이상하리만치 열심히 나팔꽃을 구경했지만 소타는 지루하기만 했다. 소타가 중학교 2학년이 된 해, 나팔꽃 축제를 보러 온 다카미라는 또래 여자애를 만난다. 둘은 컴퓨터로 메일을 주고 받으며 점차 친해진다. 하지만 어느 날 소타의 아버지가 둘이 사귀는 것을 알게 되고, 소타는 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듣는다. 그리고 그날 이후, 이상하게도 다카미에게서 답장이 오지 않는다. 소타의 첫사랑은 그렇게 끝이 난다.


아키야마 리노의 사촌인 도리이 나오토가 자살한다. 나오토는 다재다능한 청년이었는데 최종적으로 선택한 진로는 음악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의 방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말았다.

리노의 할아버지 아키야마 슈지는 나오토에게 유명한 서양식 레스토랑 '후쿠만켄'의 티켓을 전해주지 못했다면서 리노와 함께 슬퍼했다.

아키야마 슈지는 식품 회사에서 정년을 마친 뒤 촉탁 연구원으로 여섯 해를 더 근무했다. 그리고 지금은 집에서 꽃을 기르며 소일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꽃들을 사진으로 남겨 출판하려고 알아봤는데 예산 문제 때문에 많은 권수를 출판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리노가 블로그를 권유한다. 그 날 이후, 리노는 종종 할아버지 댁에 들려 새로운 꽃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주고 담소도 나눴다.

어느 날인가 할아버지가 노란색 나팔꽃 사진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블로그에는 올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뒤 할아버지가 살해 당하고, 화분이 사라진다.

경찰 수사는 곧 미궁에 빠진다. 그런데 소타의 형 요스케가 노란색 나팔꽃에 관심을 보이며 독자적인 조사를 벌인다. 소타를 알게 된 리노 역시 조사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다카미와 매우 비슷한 아가씨가 나오토를 대신해 밴드 일원이 된 사실을 알게 된다. 소타가 다카미에게 아는 척 하자 그녀는 자취를 감추고 만다. 노란색 나팔꽃과 나오토, 슈지의 사망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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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가 프롤로그를 삽입한 경우에는 범행 동기나 배경이 제시된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렇다. 노란색 나팔꽃은 메이지 시대에는 있었는데 현재는 멸종 되었다고 한다. 노란색 나팔꽃 씨앗에는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막부에서 보이는 족족 수거하여 없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노란색 나팔꽃의 씨앗이 현대에 다시 등장한다. 음악을 하던 나오토가 이 씨앗을 우연히 입수하게 되어 할아버지인 야마모토 슈지에게 건낸다. 할아버지가 싹을 튀워 꽃을 피우면 씨앗을 얻을 욕심에서였다. 하지만 나오토는 환각 상태에서 자살하고 만다. 나오토의 친구 마사야가 야마모토 슈지를 찾아가 노란색 나팔꽃의 씨앗을 얻으려 한다. 하지만 슈지는 노란색 나팔꽃의 씨앗이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알고 있었기에 마사야를 추궁한다. 마사야는 당황하여 슈지를 살해하고 만다.

소타의 아버지와 형이 나팔꽃 축제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위험한 노란색 나팔꽃이 다시 등장하는지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다카미 집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집안은 노란색 나팔꽃을 자백제로 쓸 수 없을까 연구하다가 씨앗을 시중에 유통시킨 책임이 있었기에 그 빚을 갚기 위해 감시역을 자청한 것이었다.

소타의 어머니가 프롤로그 1에 나오는 신이치와 가즈코 부인의 딸이었다. 부부를 죽인 범인 역시 노란색 나팔꽃 씨앗에 중독된 자였다.


광복절 연휴에 신안 증도에 갔다. 온 동네에 슬로우 시티라고 써 있었다. 차들이 쌩쌩 달렸다. 우전 해수욕장은 남해 바다 특유의 탁한 바닷물이라 썩 맘에 들지 않았고, 맛집이라고 소개된 식당에서 내온 음식도 재료가 신선하다는 것 외에는 특징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올라오는 길에 지나왔던 담양, 순창의 풍광이 훨씬 볼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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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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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소송이 종결되고 <밀레니엄>誌의 기자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유죄 판결을 받는다. 죄목은 금융인 한스에리크 베네스트룀에 대한 명예훼손죄로 징역 3개월에 배상금은 15만 크로나였다.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항소를 포기한다. 가망이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베네스트룀의 비리를 알려준 것은 고등학교 동창 로베르트 린드베리였다. 그는 90년대에 상업은행에서 일했는데 SIB 프로그램에 대한 조사를 맡은 적이 있었다. SIB는 몰락한 동구 공산권 국가에 투자하는 프로그램이었다. 92년도에 베네스트룀은 SIB를 통해 6,000만 크로나를 지원 받는다.

그는 동구권에 박스를 만드는 공장을 설립해서 운영한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93년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돌연 94년도에 이 회사가 파산한다. 베네스트룀은 관련 서류가 모두 갖춰 보고했으므로 면책 된다. 그런데 로베르트 린드베리가 실사를 나가 조사한 결과 기껏해야 100만 크로나 정도만 실제 사용되었고 나머지는 모두 증발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바탕으로 블롬크비스트는 또 다른 정보를 입수해 기사를 쓴다. 증거를 댈 수 없는 어떤 문제에 대해 기사를 썼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게 된다.


블롬크비스트는 <밀레니엄>에 피해를 입히고 싶지 않았기에 징역을 살기 전 회사에서 자발적으로 퇴사한다. 그리고 전화를 한 통 받는다.

전화를 건 사람은 디르크 프로데라는 변호사였다. 그는 자신이 헨리크 방예르의 대리인이라고 밝힌다. 헨리크 방예르는 목재, 광산, 강철, 금속, 섬유분야를 망라하는 방예르 그룹의 전회장이었다. 현재는 과거에 비해 조금 쇠퇴했지만 여전히 재계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었다.

블롬크비스트는 헨리크 방예르를 만나기 위해 헤데스타드에 연결된 헤데뷔라는 섬으로 간다.


헨리크 방예르는 자신이 두 가지 일을 의뢰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나는 방예르 가문의 연대기를 써달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수수께끼를 풀어 달라는 것이었는데 내용이 기묘했다.


헨리크 방예르의 형 리샤르드는 광신적인 민족주의자에 반유대주의자였다. 그는 스웨덴판 나치에 가담했다. 1927년 고트프리드가 태어나는데, 리샤르드는 그를 몹시 학대한다. 1940년에 리샤르드가 죽는다. 그리고 그 해에 고트프리드는 이사벨라 쾨니히를 만나 결혼한다. 1948년에 장남 마르틴을, 1950년에 하리에트를 낳는다.

하지만 고트프리드와 이사벨라는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1958년 즈음 고트프리드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이사벨라는 아이들에게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다. 헨리크가 마르틴과 하리에트를 자택으로 데려와 돌본다. 그리고 수수께끼의 사건이 발생한다.

1966년, 하리에트가 열여섯살던 해의 어느 토요일, 방예르 가문이 모여 사업을 논의하기로 한 날이었다. 그날은 헤데스타드에서 축제가 있던 날이기도 했다. 오후 2시 15분경, 헤데스타드와 헤데뷔를 연결하는 다리에 유조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난다. 이로 인해 다리가 24시간 동안 막혀 섬과 육지가 분리된다. 하리에트는 사고 직전 섬에 도착했는데, 그녀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은 2시 55분경 목사 오토 팔크에 의해서였다. 그리고 저녁 8시경, 가족들이 그녀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건 현장에서 신문기자들이 사진을 많이 찍었기 때문에 이를 참고로 조사를 했는데 그녀의 방문이 3시 40분에서 45분경 열렸다는 사실만 추가로 밝혀졌을 뿐이었다.

그녀가 실종된 다음 해부터 헨리크 방예르의 생일인 11월 1일자에 매년 압화가 배달된다. 압화는 하리에트가 헨리크에게 생일 선물로 주었던 것이었다. 누군가 하리에트를 살해한 뒤 그를 미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압화를 보내는 것이 분명했다. 헨리크는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압화를 보낸 사람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런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 후로 36년간 압화는 매년 배달되어 오고 있다.

헨리크 방예르는 블롬크비스트가 사건을 완전히 해결한다면 500만 크로나(한화 약 6억 5천만원)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한스에리크 베네스트룀이 사기꾼임을 증명할 증거 역시 덤으로 주겠다고 말한다. 블롬크비스트는 제안을 받아 들인다. <밀레니엄>은 베네스트룀의 공격으로 광고주를 잃었고, 베네스트룀의 오랜 애인이자 사주 에리카 베르예르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블롬크비스트는 헨리크 방예르의 또 다른 괴팍한 형인 하랄드와 그의 딸 세실리아와 아니타, 마르틴 방예르 등을 만나거나 조사하고, 사진과 수사 자료 등을 차분히 검토한다. 그러다가 하리에트가 실종 2년 전부터 종교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과 짤막한 메모를 발견한다. 메모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Magda = 32016

Sara = 32109

RJ = 30112

RL = 32027

Mari = 32018


일부는 전화번호였지만 일부는 전혀 맞지 않았다. 그 즈음 블롬크비스트는 세실리아와 육체관계를 갖기 시작한다. 조사는 6개월째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조사에 새로운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다.

그것은 블롬크비스트가 사진을 조사하면서 이질감을 느끼면서였다. 하리에트가 헤데스타드의 축제에서 무언가를 쳐다보며 겁먹은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블롬크비스트는 실종사건의 실마리가 이 사진에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는다. 그래서 블롬크비스트는 <헤데스타드 신보>를 찾아가 그날 찍힌 더 많은 사진을 열람하여 또 다른 힌트를 얻는다.

하나는 하리에트방예르 방의 창문에 비친 흐릿한 실루엣이었다. 그 실루엣은 세실리아 방예르 같았다. 다른 하나는 하리에트 방예르가 겁먹은 대상을 사진 찍고 있는 연인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힌트는 블롬크비스트의 딸이 주는데, 이상한 메모가 성서의 구절이라는 것이었다. 다시 메모를 해석하자면 3은 모세 5경 중 3번째인 레위기를 말하는 것이었고, 2016은 20장 16절을 말하는 것이었다.


블롬크비스트는 자신의 조사를 도와줄 요원이 필요하다고 디르크 프로데에게 요청하고, 리스베트 살란데르라는 아가씨를 소개 받는다.

크로아티아 출신의 드라만 아르만스키가 운영하는 밀턴 시큐리티는 개인 조사를 병행하는 보안 전문업체였다.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이 회사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녀는 온 몸에 문신과 피어싱을 하고 새까만 루즈를 칠하고 다녔다. 그를 소개한 홀예르 팔름그랜 변호사는 그녀가 "행동에는 약간 문제가 있지만 통찰력이 있는 아가씨"라고 아르만스키에게 소개했다. 아르만스키는 그녀가 조사해 오는 자료의 질이 A급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그녀를 프리랜서로 채용한다. 그녀는 정상적인 근무시간표와 작업 방식을 완전히 무시했기 때문에 그런 방식 말고는 채용이 곤란했던 것이다.

블롬크비스트는 그녀가 자신에 대해 조사한 보고서를 읽고, 그녀가 해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곧 메모의 의미를 조사해 온다. 그 조사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연쇄살인이 성경 구절에 따라 일어났음을 알아내었는데 최소 8건에 1949년부터 1966년까지 이어졌다.

조사 과정에서 블롬크비스트와 리스베트는 가까워져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리스베트가 블롬크비스트의 방문을 나서는 순간, 고양이 시체를 발견한다. 고양이의 네 다리와 머리, 그리고 가죽이 분리된 상태였고 내장은 온통 헤쳐져 있었다. 50년 전의 범인이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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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째 매년 11월 1일이 되면 압화가 들어있는 액자가 배달되지만, 정작 그 압화를 최초로 선물한 조카는 실종되었다는 설정으로 시작되는 소설은 매우 정교한 구성으로 다양한 사건을 직조한 것이 특징이다. 여름 휴가가 7월 25일부터 29일까지였는데 경포대, 속초, 평창을 돌아다니면서 소설을 읽었고, 읽는 동안은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그런데 다 읽은 다음날부터 이틀을 꼬박 앓았다. 평창 수련원에 누워서 이불을 두 개나 덮고 덜덜 떨었다. 정말 오랜만에 그렇게 아파본 것 같다.  

 

총 10부작을 목표로 쓰기 시작했다는 밀레니엄 시리즈는 그러나 작가가 3부작의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고 책이 출간되기 6개월 전에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사망하고 만다.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 정의로운 언론으로 남고 싶어하는 <밀레니엄>의 기자와, 다소 사회성이 부족한 천재 해커의 조합도 나쁘지 않은 조합이다. 

다만 해커는 미스터리 소설에서 일종의 치트키와 같다. 해커는 금지된 공간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이므로 입수하기 곤란한 증거나 자료를 이 '해커'를 통해 입수하는 것은 일종의 반칙이다. 실제로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많은 문제가 '해킹'을 통해서 풀린다. 

 

헨리크 방예르의 사진을 더 조사하던 중, 하리에트가 보고 놀란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진다. 바로 마르틴 방예르였다. 고트프리드가 1949년부터 1965년까지, 그리고 1966년부터 그의 아들 마르틴이 이어받아 연쇄살인을 저질러 왔다. 하리에트는 이 부자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다가 자발적으로 도망친 것이었고, 압화는 그녀가 자신의 생존을 알리기 위해 보낸 선물이었는데 헨리크에게는 엉뚱한 의도로 읽힌 것이다. 베네스트룀은 리스베트의 해킹으로 범죄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어 결국 자살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220785572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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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코담배케이스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9
존 딕슨 카 지음, 강호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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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닐은 네드 애트우드와 소송 끝에 이혼한다. 소송 이유는 네드가 어떤 유명한 여자 테니스 선수와 바람을 피웠기 때문이었다. 얼마 뒤, 이브 닐은 은행원 토비 로스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로스 일가는 이브 닐이 살고 있는 저택 맞은 편에 살았는데, 모두 온화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문제는 네드 애트우드가 이브 닐을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네드는 이브에게 미련을 갖고 있었는데, 최근 그녀가 토비 로스와 약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질투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몰래 보관하고 있떤 이브의 집 열쇠를 이용해 그녀의 방에 침입했고, 어떻게든 그녀의 몸을 다시 차지함으로써 그녀의 마음을 돌리려 했다.

이브는 길 건너편의 로스 일가에서 네드의 모습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자신이 추문에 휩싸이게 되리라 생각하여 곤란해 한다. 게다가 로스의 아버지 모리스 경이 코담배케이스를 들여다보며 깨어 있다고 네드가 이야기하자 더욱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둘은 옥신각신 '나가라', '싫다' 해가며 다퉜는데 시끄럽게 싸울 수도 없었던 것이, 이베트라는 음흉한 하녀가 싸우는 소리를 들으면 함부로 입을 놀려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제 이브는 네드에게 겁탈 당하기 직전의 급박한 상황이다.

그런데 그때, 토비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이브가 전화를 받자 네드 역시 조금 진정이 되었다. 게다가 토비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이브의 모습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다.

이제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사이, 건너편 창으로 모리스 경이 책상 위에 엎드려 있는 광경이 보인다. 그는 죽은 것 같았다. 네드가 놀라는 사이 이브도 건녀편 창을 보게 된다. 그녀는 불을 끄고 나가는 가죽 장갑만을 본다. 살인이 일어난 것 같았다.

네드가 부랴부랴 집 밖으로 나가다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고 만다. 그 과정에서 뇌진탕을 입고 코피를 흘린다. 이브의 잠옷 허리띠에 피가 묻는다. 뒷문으로 네드를 쫓아버리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던 이브는 문이 잠겼음을 알게 된다. 이베트 짓이 분명해 보였다. 어쩔 수 없이 아까 네드에게서 돌려받은 열쇠를 이용해 앞문으로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피가 묻은 허리띠가 땅바닥에 떨어진다.

얼마 뒤 신고를 받은 경찰들이 출동한다. 이브 닐의 허리띠를 경찰이 발견하여 그녀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다. 한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코담배케이스가 깨지면서 생긴 보석 파편이 그녀의 허리띠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밀실살인의 대가 존 딕슨 카의 또 다른 필명은 카터 딕슨이다. 로저 페어반이라는 가명으로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미국인이지만 영국인 아내와 결혼해 평생을 영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영국 작가로 분류되기도 한다. 데뷔작은 <밤에 걷다 It Walks by Night,1930>인데 평이 대단히 좋아서 초판 5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그 뒤로 존경하는 GK.체스터튼의 가르침을 받으며 밀실살인을 주제로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했고, 때로 신비주의와 괴기적인 요소를 가미한 작품들도 발표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왜 이브의 잠옷 허리띠에 코담배케이스가 깨지면서 생긴 보석 파편이 묻어 있었을까?' 이다. 이에 대한 가장 이성적인 해답은 '네드가 묻혀왔기 때문이다'이고, 따라서 당연히 범인도 네드가 될 것이다.

문제는 '네드와 이브는 같이 있었는데 모리스를 살해할 수 있었는가' 이다. 따라서 '암시의 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이브는 모리스가 살아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네드가 이브에게 '모리스씨가 코담배케이스를 조사해보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에 자신이 본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네드의 이 완벽한 계획은 킨로스 박사에 의해 파해된다. 코담배케이스가 사실은 시계처럼 생겼기 때문에 먼 거리에서 이 물건을 보고 선뜻 코담배케이스라고 말한 것은 이상하다는 것이다. 즉, 네드는 어디선가 이 물건을 미리 보았을 것이 분명하고, 그래서 자신의 사전지식 덕분에 '시계'가 아닌 '코담배케이스' 라고 이브에게 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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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배심원
아시베 다쿠 지음, 김수현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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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지망생인 다카미 료이치에게 편집자 후나이 신이 접근하여 기이한 제안을 한다.


자진해서 누명을 쓰고 경찰에 잡혀 들어간 뒤 혹독한 취조를 받고 살인범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재판 직전 누명을 벗을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하여 무죄방면된 뒤 한편의 훌륭한 논픽션을 써낸다.


다카미 료이치는 존 하워드 그리핀의 <블랙 라이크 미 - 흑인이 된 백인 이야기>나 엘리아 카잔 감독의 영화 <신사협정>과 같은 작품을 자신이 쓸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믿는다. 게다가 다카미에게는 매스컴에 의해 잔인한게 난도질 당한 경험도 있었다.

다카미의 아버지 미쓰오키는 약간 이름이 알려진 정신과 의사이자 임상심리학자였다.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미쓰오키가 최면요법을 실행한 젊은 여성이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매스컴은 무죄추정의 원칙 따위는 개나 주라는 태도를 취하며 미쓰오키를 집요하게 괴롭혔고, 결국 미쓰오키는 자살하고 만다. 나중에 그의 결백이 밝혀졌지만 매스컴은 미쓰오키의 명예를 회복해 주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다카미 료이치는 자신이 논픽션 작업에 참가해 훌륭한 작품을 써낸다면 아버지의 사건으로 생긴 울분도 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얼마 뒤, 다카미 료이치는 후나이 신의 시나리오에 따라 가짜 살인범이 되기 위한 작업에 참가한다. 후나이신은 다카미 료이치의 피에 방사선을 조사하고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등의 복잡한 작업을 거쳐 그의 DNA 구조를 바꾸겠다고 했다. 그리고 일단의 무리들에게 살인 현장으로 보이는 장면을 목격하도록 유도해 목격자를 확보한 뒤 경찰이 자연스럽게 다카미 료이치를 유력 용의자로 추적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계획은 차질없이 진행되어 드디어 다카미는 경찰에게 체포된다. 경찰은 다카미를 용의자가 아닌 살인범으로 취급하고, 혹독한 취조가 이어진다. 마침내 다카미의 정신이 서서히 무너지고, 다카미는 후나이 신과 자신의 계획을 발설하며 무죄를 주장한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일까? 후나이 신은 행방불명이 되고, 가짜 살인 사건 과는 전혀 무관한 과거의 살인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게다가 당시 살해당한 여성의 몸에서 발견된 체액의 DNA가 다카미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결과가 발표된다. 무죄를 증명해줄 장치들이 모두 제거되어 버린 지금, 이제 다카미는 살인범으로 처형받게 되었다.

유일하게 믿을 것은 일본에서 다시 시행되게 된 배심원 제도. 그러나 그 배심원 제도는 과연 다카미를 누명에서 벗겨줄 것인가? 게다가 배심원 제도를 무력화 시키려 하는 기득권 세력들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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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다시 배심원 제도가 시행된다는 가정 하에 쓰여진 소설인데 전달하려는 바도 명확하고 사건도 자못 흥미진진하다. 특히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검찰들의 부패와 전관 예우와 관련해서 꽤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전관이 벌어들인 수임료가 불과 몇 년 사이에 몇백 억원에 달했다'는 놀라운 뉴스가 보도 되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전관이 변호사가 되어 사건을 맡으면 구속을 불구속으로, 유죄를 무죄로 만들어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관 예우를 위해 검찰들은 가급적 현직에 있을 때 불구속 수사 보다는 구속 수사를 남발한다고 한다. 자신들의 미래, 즉 전관들이 구속을 불구속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여지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라는 것이다. 

의사나 검사들 처럼 쉬운 말을 어렵게 하는 집단도 없다. 의사가 영어로 처방전에 끊임없이 악필로 끄적이는 것은 단지 기침, 콧물, 가래 같은 단순한 단어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처방전에 알기 어려운 말을 끄적인다. 검찰들의 공소장에는 언제 통용된 것인지도 알 수가 없는 해괴한 한자 조어들을 가득 사용해 문장을 만들어 낸다. 그 문장들은 뜻이 이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문법에도 맞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용어를 쓴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어려운 코드를 통해 사람들을 통제하고자 한다. 전문가들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자신들이 하고 있다는 거짓된 생각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면 자신들이 벌어 들이는 막대한 돈이 정당화 된다고 믿는 듯 하다.

그런데 전문성은 많은 헛점을 갖게 마련이다. 전문성의 영역에서 그들끼리만 교류하다 보면 일반인의 정서와는 무관한 판단을 당연하다고 오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 과학적으로 틀림없어 보이는 사실도 통계의 오류에 불과할 때도 있다.

작가는 이 점을 철저히 파고 들어 DNA 판별법이 과연 '인간지문'과 같은 수식어를 달고 무오류를 주장할 수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또한 배심원 제도를 통해 일반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재판 결과야 말로 보다 오류 없는 판결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배심원 제도는 전혀 다른 양상의 재판장 풍경을 연출한다. 검사는 더 이상 자신들만 아는 알쏭달쏭한 논리와 단어로 대충 재판을 끌어갈 수가 없다. 일반인이 알아들을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그들을 설득하여 '의심할 여지 없이' 유죄임을 입증해 내야 한다. 만약에 '의심할 여지'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것은 유죄가 아닌 무죄가 될 것이다.


다카미는 결국 유죄가 되어도, 무죄가 되어도 좋은 희생양에 불과했다. 유죄 판결을 받으면 배심원 제도를 반대하는 세력들은 다카미가 무죄라는 증거를 내놓으며 '배심원 제도가 무고한 사람을 살인범으로 만들었다'고 떠들 작정이었다. 한편, 무죄 판결을 받으면 이번에는 거꾸로 다른 사건에서 유죄임을 입증하는 증거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러한 딜레마를 배심원들은 유죄 판결을 내린 후, '판결 전에 사건 현장을 가보았기 때문에 판결 자체가 무효'라고 선언함으로써 슬기롭게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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