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봤다 작가정신 소설향 8
성석제 지음 / 작가정신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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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 소설가의 시답잖은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거짓말 같기도 하고 참말 같기도 한 짤막한 에피소드가 변주를 거듭하며 연달아 나오는데, 각각의 이야기는 얼핏보면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또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리네 사는 이야기가 그렇듯 긴밀한 연관을 갖고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에 나오는 인물들은 저마다 사기성이 엿보이는 사업에 뛰어들거나, 그런 일들과 본의 아니게 연관 되어 실패를 맛보는데, 그 과정이 희극적인 요소를 담고 있어 실소를 금치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작품 중 재미난 부분이 있어 옮겨 적어 본다.

 

불교에서 나와서 세속에서 다른 뜻으로 쓰이는 말은 꽤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판사판이다. 이판理判은 세속을 떠나 도를 닦는 일이고 사판事判은 절의 재산을 관리하고 맡아 처리하는 일인데 이 두 일을 하는 사람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면 '막다른 데에 이르러 더는 어찌할 수 없게 된 판'이 된다. 이럴 때 한 수 가르쳐서 정리를 할 수 있는 고승 아사리가 나서야 하는데, 그랬는데도 수습이 되지 않는 어지러운 판이 아사리판이다... 어지러운 정도의 우열을 표시하면 이판사판<아사리판<=난장판<개판이 된다. 난장판과 개판 사이에는 '개판 5분 전'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입담이 바로 성석제 소설이 주는 감칠맛이다. 최근에 성석제의 소설을 여러 권 샀다. 이문구 이후로 전성태와 성석제가 나에게 소설읽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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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계를 지나면 당신의 승차권은 유효하지 않다
로맹 가리 지음, 이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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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화자 '나'는 1936년에는 국가대표 럭비선수였고,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드골과 함께 레지스탕스로도 활동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출판사를 설립해 많은 이윤을 거두었지만, 최근에는 유가가 폭등하고 경기가 침체되는 바람에 회사 경영에 곤란을 겪는 중이다. 

게다가 59세의 나이로, 스무 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로라와의 관계를 계속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자각하는 중이다. 지금은 그럭저럭 로라와 관계 맺을 정도의 상태는 되지만, 성기능이 퇴화되고 있다는 것을 매순간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로라와 관계맺는 행위가 '자연스러운 잠자리'가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안도하는 행위'로 변질된지 오래이지만, 로라는 이러한 '나'의 불안함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호텔에서 로라와 자던 '나'는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깬다. 도둑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나의 목덜미에 칼을 들이밀고 고가의 시계를 훔쳐가려 한다. 그때 나는 도둑의 야성적인 외모에 매료된다. 그리고 그에게 도망갈 길을 일러주는데, 그때 도둑이 무심결에 '시 세뇨르' 라고 답변한다. '나'는 어쩐지 그 도둑을 찾아내어 잘 길들이면 '나'의 젊음을 그가 대신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든다. 하지만 그것은 실현되지 못할 환상이었다. 결국 '나'는 과거 레지스탕스 활동 중에 알게 된 포주 릴리 마들렌을 찾아가서 자신을 죽여달라는 부탁을 한다. 릴리 마들렌은 '나'를 죽이는 대신 로라에게 '나'의 성기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전한다.

'나'는 아들에게 남기는 노트를 금고에 넣고, 도둑을 운전기사 삼아 로라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그 여행이 무엇으로부터 떠나는 여행인지, 무엇을 발견하게 될 여행인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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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문학의 오랜 주제였다. 그런데 '죽음'보다 더 비극적인 것이 '늙음'이다. '늙음'은 '죽음'의 계속적인 경험이다. '늙음'을 최초로 경험하는 순간부터, 인간은 '죽음'을 의식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것은 죽음에 대한 추체험이다. 

불가역적인 노화현상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그것은 질병이 아니므로 치료될 수도 없다.노화를 다소 완화할 수 있는 기구와 처치들에 감사해 하고, 또 일부 영구적인 기능 상실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것을 느낀다.   

 

"이 경계를 지나면 당신의 승차권은 유효하지 않다"는 프랑스 지하철역에 붙어 있는 경고 문구이다. 로맹 가리는 이 소설을 쓰기 직전에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그로칼랭>을 발표했고, 이 소설 발표 직후에 역시 에밀 아자르 이름으로 <자기 앞의 생>을 발표하여 콩쿠르상을 수상한다. 당시 평론가들은 로맹 가리를 박하게 평가했고, 심지어 그가 신예 소설가 에밀 아자르의 문체를 모방했다고까지 비난했다. 로맹 가리는 자신이 에밀 아자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

진 세버그와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결국 그녀가 79년에 자살하자 로맹 가리도 이듬해에 유서를 남기고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승차권을 손에 쥐고 씁쓸해 하는 날이 우리 모두에게 올 것이다. 생은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와 같이 우리가 선택한 삶은 사후적으로밖에 알 수 없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언제나 황혼녘에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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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 혐오 동서 미스터리 북스 64
에드 맥베인 지음, 석인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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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맥베인의 본명은 살바토레 알버트 롬비노로 여러가지 필명을 사용한 작가이다. 1952년 에반 헌터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폭력 교실>이 인기를 얻었고, 리차드 마스틴과 헨트 콜린즈라는 이름으로 하드보일드와 아동물 과학소설을 썼다. 에드 맥베인은 주로 87분서 시리즈를 쓸 때 사용한 필명인데, <경관혐오>가 87분서 시리즈의 시작이다. 배경이 되는 아이솔라라는 이름의 가공의 도시는 동서남북을 서로 바꾸면 뉴욕과 매우 흡사하다고 한다.


<경관 혐오> 에서는 세 명의 형사가 45구경 권총에 의해 살해 당하는데, 마이크 리아던, 데이비드 포스터, 행크 부슈가 희생자이다. 행크 부슈가 사망하기 직전 격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머리카락과 피부조각, 그리고 혈흔을 확보한다. 별것 아닌 이 단서로 경찰은 나이가 50이 넘지 않았고, 높은 임금을 받는 기계공이며, 이틀 사이에 이발을 한 180파운드 가량의 백인 남성이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머리카락의 굵기와 거기에 부착된 쇳가루 및 사용된 머릿기름의 가격, 머리카락 끝부분의 잘린 정도, 피부조각에서 알아낸 피부색, 인종별 혈액형의 분포 등을 통해 추론한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 스티브 캘레라가 품은 의문, 즉 '그들은 경찰이기 때문에 살해된 것이 아니라 한 명의 남자이기 때문에 살해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추가되면서 범인이 밝혀진다.

숨이 턱턱 막힐 듯한 무더위 속에서 벌어진 위장 살인 두 건과, 한 건의 진짜 살인 이야기이다.


<한밤의 공허한 시간>는 셋방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된 한 여자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여자를 조사한 경찰은 그녀가 많은 돈을 상속받아 물질적으로 풍족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최근에 당좌계좌와 대여금고를 개설해 2만달러라는 거금을 예치하여 그 통장만 이용하려 했다. 또 얼마 전에 함께 살던 사촌이 물에 빠져 죽는 사고를 당했다. 그 사고를 조사하던 캘레라는 목격자의 진술이 약간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닌데, 캘레라가 알고 있는 사실과 조금씩 다른 것이었다.

우연한 사고로 부유한 사촌이 죽자 자신이 그녀 행세를 하기로 마음 먹고 신분 세탁을 꿈꾸지만 결국 좀도둑에게 살해되고 마는 이야기이다.


작전동 블루핸즈 이층에 앉아서 차량 수리를 맡기고 읽었다. 차가 15만 킬로미터를 넘어서니 여기 저기 고칠 일이 생긴다. 불과 이주일 전에 점화 플러그 세트를 갈았는데, 이번엔 머플러에서 소음이 난단다. 어떤 물건이 몸에 익고, 너무 편안해질 즈음이 되면 그때부터 슬슬 고장 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지만, 나이가 드니까 새로운 물건을 사는 행위가 부담스럽다. 전학 가서 처음 보는 친구들과 새로 친해져야 할 때의 그런 부담감이랄까.

그러고 보니 동서미스터리 시리즈를 읽다 보면 대충 범인이 짐작이 간다. 대부분 50년쯤 전에 쓰여진 소설들이다 보니 트릭이라든가 복선들이 순진하다고 해야할까... 그런데도 최근 미스터리보다 오히려 손이 간다. 핑클 이후의 걸그룹 이름을 잘 모르게 된 시점에 이미 나는 젊은이의 범주에서 이탈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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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22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6
조지프 헬러 지음, 안정효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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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요사리안은 공군 폭격수로서 귀국에 필요한 비행 횟수를 채우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그가 비행 횟수를 채우면 곧 귀국을 위한 비행 횟수가 상향 조정된다. 마치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경주같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요사리안의 동료들이 처참하게 죽어 간다. 요사리안은 자신을 살해하기 위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애를 쓴다고 느낀다. 요사리안의 정신은 점점 피폐해져만 간다. 

요사리안이 비행에 나서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가 '정신이상자' 판정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요사리안은 자신이 정신이상자 임을 주장한다. 그런데 자신의 '정신이 이상함'을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면, 그는 '정신이상자'가 아니므로 비행에 나서야 한다. 반면, 진짜 정신이상자는 자신의 정신이 이상함을 모를 것이므로, 비행에 나서게 될 것이다. 결국 누구나 비행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논리적 모순, 함정을 소설에서는 '캐치 22' 라고 표현한다. 현실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모든 모순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는 기묘한 법 조항이다.


<캐치 22>는 전통적인 소설적인 언어와 구조로 구성되어 있지 않으므로, 처음에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작품을 관통하는 부조리한 상황은 카프카의 <성>을 읽는듯한 느낌을 준다. 질서가 없는 난장판이 계속되면서, 독자는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전쟁중이라는 것을 잠시 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전쟁은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이지? 전쟁의 목적이 무엇이지? 

 

<캐치 22>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면, 외견상 그들 모두가 전쟁과는 전혀 무관한 일에 골몰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을 세밀히 살펴보면 모두가 전쟁이라는 거대한 무게에 짓눌려 비정상적인 행동을 강요당하는 듯 하다.


화이트 하프오트 추장이 사는 곳에서는 언제나 석유가 쏟아졌다. 백인들은 그래서 그가 좀 살만해 지면 그를 내쫓고 땅을 파헤쳤다. 어쩔 수 없이 추장이 이주하면, 이번에는 그곳에서 석유가 쏟아져 나왔다. 나중에는 추장이 이주를 하려고 마음 먹은 곳에, 백인들이 미리 포크레인 따위를 대동하고서 기다린다.

다네카 군의관은 낙태수술로 큰 돈을 벌어보나 했으나 전쟁이 발발하여 덜커덕 징집된다. 그는 비행을 무서워했지만 비행수당을 위해 명단만 올렸다. 어느 날, 그가 명단을 올린 비행기가 추락한다. 다네카 군의관은 전사 처리되어 미망인에게 통보된다. 미망인은 처음엔 슬펐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그가 들어놓은 생명보험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한다. 다네카 군의관이 자신은 멀쩡히 살아 있음을 항변하지만, 행정처리를 맡은 군인들이 너무 귀찮아서 그냥 그를 죽은 것으로 처리한다. 미망인도 나중에 그가 살았다는 편지를 받지만 다시 모든 걸 되돌리는 것도 좀 그래서 이사를 가버린다.

요사리안과 같은 천막을 쓰는 오르는 출격만 나가면 격추를 당한다. 나중에 오르가 스위스에 살아 있음이 확인된다. 오르는 격추당하는 연습 끝에 망명에 성공한 것이다.

마일로는 개당 7센트에 사온 달걀을 5센트에 팔아 이윤을 남기는 자로, 그가 구성한 신디케이트가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는 심지어 독일군과도 계약을 맺었는데, 그들이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자 자기 부대를 폭격한다.

헝그리 조는 그럴싸한 말로 여자를 꼬셔서 나체 사진을 촬영하는 자다. 그는 항상 자기를 신문사 기자로 사칭했는데, 실제로 그는 신문사 기자였다. 문제는 그가 촬영한 사진은 언제나 촛점이 맞지 않거나, 엉뚱한 곳을 찍는다는 것이었다.

스나크 상등병과 요사리안은 어느 날 고구마에 비누를 짓이겨 배식한다. 모두가 배탈이 난다. 중요한 점은 그 고구마를 더 달라고 모두가 아우성 쳤을 정도로 맛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외에도, 예쁜 아내와의 잠자리도 잊고 열병식에만 몰두하다가 얼떨결에 장군으로 승진하는 셰이스코프, 하녀를 강간하고 죽인 뒤에도 전쟁 중에 죽은 사람이 하녀 하나뿐이냐며 사이코패스적인 모습을 보이는 알피, 창녀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결국 죽고 마는 네이틀리, 충성의 맹세를 시킴으로써 공산주의자들을 색출하고 군대의 기강을 확립할 수 있다고 믿어 모든 것에 두번 세번 맹세를 시키는 블랙 등이 있다.


내 생각이지만, 소설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마일로이다. 마일로야 말로 전쟁의 부조리함과 전쟁의 속성을 가장 명확히 드러내 주는 인물이다. 그의 유일한 관심은 신디케이트의 이윤이다. 그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이윤을 남기고, 그 이윤을 분배한다. 누가 적인지는 전혀 관심사항이 아니다. 조건만 맞다면, 자기편에게도 폭탄을 투하한다. 그런데 그때 그가 보여주는 모습이 매우 선언적이다. 그는 자기편에게 폭격을 하면서 당황하지만, 그러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는 태도이다. 이윤이 모든 동기를 제압하는 자본가적 속성을 이보다 더 잘 나타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번역은 소설가 안정효가 했고, 작품해설에 따르면 1960년대 중반 <뉴스 위크>에는 '헬러 열풍(Heller cult)' 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고 한다. 베트남 전쟁에 끌려가지 않으려는 대학생들이 요사리안이라는 이름을 박은 명찰을 붙인 군복을 입고 다녔고, "Yossarian Lives"라는 문구가 인쇄된 스티커를 자동차 범퍼에 붙이고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읽으려고 벼르던 소설이었는데, 마침내 읽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어떤 작품을 읽고 싶다고 해서 읽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여러가지 조건이 맞아야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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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거짓말 모중석 스릴러 클럽 14
리사 엉거 지음, 이영아 옮김 / 비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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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리들리 존스는 서른 즈음의 작가로 비교적 유복한 집에서 태어나 큰 어려움 없이 성장했다. 게다가 부유했던 맥스 삼촌이 남겨준 유산 덕분에, 집세가 비싼 뉴욕 한복판에 자신의 거처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런 리들리 존스의 평온했던 삶이 한 가지 우연한 사건으로 깨어진다.

어느 날, 리들리 존스가 길을 건너다 트럭에 치일 뻔한 어린아이를 발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구하게 된다. 우연히 이 사건을 목격한 <포스트>志의 기자가 사진과 함께 기사화했고, 그녀는 약 이주일 동안 유명세를 치르게 된다. 그리고 그녀에게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편지에는 누렇게 바랜 폴라로이드 사진이 들어 있었는데, 사진 속에는 어린아이와 부부의 모습이 닮겨 있었다. 그런데 거기 찍힌 젊은 여성이 리들리 존스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리고 사진과 동봉된 메모에는 전화번호와 함께 딱 한 줄이 적혀 있었다. "네가 내 딸이냐?"

얼마 뒤 두번째 메모가 그녀에게 배달된다. 거기에는 1972년 10월 20일자 신문기사가 동봉되어 있었는데, 기사 제목은 "젊은 엄마 살해된 채 발견되다, 아기는 실종" 이었다. 리들리는 어쩐지 사라진 아기가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마음의 평화를 잃고 방황한다. 그 때 그녀에게 큰 의지가 되어준 사람이 윗층에 새로 이사온 제이크라는 남자였다. 제이크에게 최근 있었던 일을 털어놓자, 그가 탐정 친구를 통해 여러가지 사실들을 알아온다.

리들리는 모든 일을 잊고 편안하고 안락한 삶으로 되돌아갈지(그녀의 부모는 리들리의 말에 어떠한 동요도 보이지 않았으며 모든 것이 헛소리라고 했다!), 아니면 고통스러울지도 모르지만 진실을 찾아 나서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결국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든 리들리는 제이크와 함께 편지를 보낸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기로  한다.

공원에 나온 남자는 자신이 루너라고 했고, 그녀의 아버지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리들리의 어머니 제시가 살해당한 것은 맞지만, 자신은 절대로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리들리가 몇 가지 더 물어보려고 하는 찰나,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이 루너의 머리 한복판을 꿰뚫는다. 공황에 빠져 정신 못 차리는 리들리를 제이크가 끌고 도망가고, 그때부터 리들리의 삶은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루너의 살해사건을 조사한 형사가 리들리에게 연락을 해온다. 형사는 루너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가 제이크라고 했다. 게다가 제이크가 했던 말들이 거짓말이었음이 밝혀지자 리들리는 이제 누구를 믿어야 좋을지도 알 수 없게 되고 만다.

이제 리들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더 많아졌다. 먼저 자신과 꼭 닮은 사진 속 여자가 친모인지, 그리고 그녀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지 알아내야 했다. 다음으로, 현재의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라면 그들은 어떤 경로로 자신을 키우게 되었는지 밝혀내야 했다. 기사에 따르면 아이는 실종이라 했고, 그 뒤로 찾았다는 얘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제이크는 누구이며 왜 자신에게 접근했는지 밝혀내야 했다.

리들리가 이런 저런 숙제들을 풀려고 애를 쓰는 동안, 끊임 없이 살해 위협이 가해지고 그때마다 제이크가 주변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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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리사 엉거의 데뷔작이다.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여 끌고 가는 힘에서는 꽤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세부적인 면에서는 이를 다 까먹는다.

리들리 존스의 친부모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은 왜 살해 당했는지, 현재의 부모는 도대체 누구인지, 제이크라는 인물의 정체는 무엇인지 하는 질문들이 작품의 후반부까지 끊임 없이 긴장감을 부여하기 때문에 읽히는 맛은 있다. 그런데, 결말에서 제시되는 해답들이 하나같이 논리적 비약 위에서 구축된 것이거나, 말이 안되는 측면이 있어서 실망하게 된다는 말이다.


리들리 존스의 친모는 사진 속 여자가 맞다. 그녀의 이름은 제시이다. 제시의 남편이 루너인 것은 맞는데, 루너가 리들리의 친부는 아니다. 리들리의 친부는 그녀에게 유산을 물려준 맥스 삼촌이다. 

어렸을 적에 부모로부터 버림받았지만 돈을 많이 벌어 자수성가한 맥스, 그리고 소아과 의사였던 리들리의 현재 부친은 과거에 Safe Haven법이라는 것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 법은 학대받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될 수 있도록 돕는 법이었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학대받는 아이들을 발견하여 구조하고자 했는데, 소아과 의사야 말로 아이의 학대 여부를 알아차릴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직업이었다. 그들의 신념이 도를 지나쳐 학대 받는 것으로 의심 받는 아이들을 유괴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이 부분 부터 소설은 공상과학소설로 가버린다), 그 유괴 과정에서 제시가 살해된다. 게다가 어쩐 일인지 이 유괴한 아이들을 부잣집에 팔아넘기는 사업으로 발전하는데(그냥 입양기관에서 데려다 키우면 되는데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아이를 사야하는 이유는?), 그 사업이 꽤나 커진다.(그러면 수십 수백명의 아이가 유괴되었다는 말인데..)

하여간, 그런 저간의 사정들 때문에 루너가 나타나 과거 일을 들쑤시자 폭력조직이 루너를 살해한 것이다. 제이크는 유괴되었던 아이들 중 한 명으로, 자신의 과거를 밝히려고 노력하다가 리들리에게 접근한 것.


모르는 것에 대해서 상상력을 발휘하여 미스터리 소설을 쓰면, <아름다운 거짓말> 처럼 '시작이 창대하고 끝이 미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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