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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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의 사창가에서 주태국 노르웨이 대사 아틀레 몰네스가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대사는 샛노란 재킷을 입고 있었는데, 등 한가운데는 손잡이가 푸른색 유리로 장식된 칼이 꼽혀 있었다. 노르웨이 외무부 국장 닥핀 토르후스는 해리 홀레를 태국으로 파견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한다. 사안이 민감하기 때문에 팀을 꾸려선 안되고, 해리 혼자만 수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토르후스의 주장에 경찰도 이의가 없었다.

한창 알콜 중독에 빠져 정신 못차리던 홀레가 약간의 마찰을 빚은 끝에 태국으로 파견되고, 그곳에서 현지 경찰들과 팀을 꾸린다. 큰 체구에, 대머리이며, 미국인 혼혈 리즈 크럼리 경위와 그녀의 팀원들이 해리를 돕는다.

해리는 여러가지 의문사항을 조사하지만 각각의 사실들이 하나의 일관된 줄거리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첫째, 대사의 가방에서 어린아이가 어른에게 성적 남용을 당하는 사진이 발견된다. 그는 소아성애자였을까? 하지만 대사의 딸 루나에 따르면 대사는 동성애자였던 것 같다. 그렇다면 대사는 누군가를 협박하기 위해 그 사진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둘째, 대사가 타고다니던 차량에서 약을 담았던 것으로 보이는 캡슐이 발견된다. 현지 경찰은 엑스터시인 것 같다고 말하지만 해리는 그것이 천식약임을 알아본다. 대사관저에서 미모의 비서 아오가 천식약을 먹는 것을 본 해리는 대사와 그녀의 관계를 의심한다. 하지만 그녀는 산펫이라는 늙은 운전기사와 불륜관계였다.


셋째, 대사의 등 한복판에 꼽힌 칼은 보통 버마쪽에서 두 자루 한 쌍으로 만들어지는 칼인데 칼날에서 순록 기름이 검출된다. 범인은 노르웨이 인일 수도 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었다.


넷째, 산펫에 따르면 대사는 최근 경마도박으로 10만 달러를 잃었고, 빚에 쪼들려 사채업자를 찾아갔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사의 집안은 막대한 부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왜 대사는 겨우 10만달러를 해결하지 못해서 쩔쩔 맸을까? 그리고 사채업자를 찾아가자 다짜고짜 폭력을 행사하는 거구의 중국인 우의 정체는 무엇일까?


산발전으로 제기되는 단서들을 추적하던 해리는 바클레이스 타일랜드 지사의 유능한 중개인 옌스 브레케의 진술이 주차장 CCTV 증거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는 대사의 부인 힐데 몰네스와 불륜관계였기 때문에 동기도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얼마 뒤, 주차장을 관리하던 짐 러브라는 사내가 살해당하고, CCTV가 조작되었음이 밝혀져 옌스 브레케는 혐의를 벗는다. 그리고 새로이 등장한 용의자는 오베 클리프라 라는 노르웨이 출신 건설업자였다.

어린아이를 성적으로 남용하는 사진의 주인이 오베 클리프라일수도 있다는 많은 증거들이 나오고, 한쌍으로 제조된 칼의 나머지 하나가 그의 집에서 발견된다. 그 시점에 루나가 납치되고, 부랴부랴 오베 클리프라의 은신처를 찾아간 해리는 너무 늦었음을 깨닫는다. 루나는 납치된 직후 살해된 것 같았고, 오베 클리프라의 머리에도 총알 구멍이 나 있었다.

오베 클리프라가 경찰의 포위망이 조여오자 자살한 것으로 결론나려는 찰나, 해리는 오베의 손이 루나의 머리카락 밑에 있음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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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는 해리 홀레 시리즈의 두번째 소설로, 우리나라에는 2016년에 소개되었지만 노르웨이에서 발표된 해는 1998년이다. 해리 홀레가 알콜 중독으로 정신 못 차리고 있고, 비아르네 묄레르는 이제 막 PAS(경찰간부)로 승진했다.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레이먼드 챈들러나 더실 해밋 풍의 하드보일드 색채를 띠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수수께끼 풀이의 정교함이 오히려 묻히는 분위기다. 소설 중반부터 꾸준히 복선을 깔고 논리구조를 쌓아가다가 마지막에 빵 터뜨리며 한바탕 카타르시스를 맛보여줘도 될 법 하건만, 해리는 너무나 과묵하고 스타일리쉬하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추리한 바를 중간중간 독자에게 얘기해주지도 않고 꿍하니 안고만 있다가 맨 나중에 '다 알고 있었던 것 같다'는 식으로 풀어내니, 독자 입장에서는 '어... 이런 얘기가 있었던가?' 하며 앞장을 뒤적이게 된다. 아직 작가의 초기작이라서 다소 거친 면이 느껴진다.

 

소설의 범인은 동기가 제일 많은 사람이고, 작가가 가장 공을 들이는 곳도 범인을 감추는 부분이다.


집에 에어컨이 없어 푹푹 찐다. 북유럽 소설을 읽으면 잠시나마 한기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젠장, 소설의 배경이 태국이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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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김형경 외 / 현대문학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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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세상의 둥근 지붕>이 제일 처음 수록되어 있다. 주인공 승주는 결혼 뒤 두 번 유산을 한다.  언청이가 되는 유전 내력 때문에 고통을 겪던 어머니는 승주가 어렸을 때 집을 나갔고, 그런 아픔과 두려움 때문에 승주가 유산을 하는지도 몰랐다. 남편은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타입이었고, 곧 '생산하지 못하는 승주'에게 별거를 통보한다. 그러다 기찻간에서 어머니 또래의 비구니를 만난다. 승주는 그녀를 집으로 데려온다. 짧은 이야기를 통해 김형성은 여성성과 모성성에 대한 낡은 관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배수아의 <검은 저녁 하얀 버스>는 역시나 파격적이고 당돌하다. 작가의 문체는 어딘지 모르게 번역투를 띤다. 등장인물들도 <사촌>, <사촌의 오빠>, <사촌이 좋아하는 여자아이>, <사촌의 오빠의 여자친구> 등으로 표현되어 있다. 사촌을 제외하고는 직접적으로 연관되고 싶지 않음을 드러내는 것일까? 이 작품에서도 배수아의 예민한 감수성은 돋보이지만, 작가의 소설은 다소 엽기적인 줄거리와 만날 때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성석제의 <이른 봄>은 야성성을 버린 대신 장수한 장끼가 젊고 매력적인 까투리를 만나는 내용이다. 성석제 특유의 해학은 있지만, 내용은 다소 상투적이다.

송하춘의 <갈퀴 나무꾼들>은 안정된 삶을 누리는 중년 남성 진백이 외도의 백일몽을 꾸는 내용인데, 작가가 이야기를 엮어 가는 솜씨가 능수능란하여 속된 느낌이 없는 담백한 작품이다.

신경숙의 <마당에 관한 짦은 얘기>는 20년 전 감수성이 예민할 때 읽었던 터라 감회가 남다르다. 소설속 짧은 문장 하나가 당시에 깊은 인상을 남겼었다.


생이 송두리채 비껴가고 있어도 저 또한 한쪽으로 비껴서서 신발로 땅바닥이나 콕콕 찧고 있겠지.


그땐 왜 저 문장이 그렇게도 쓸쓸하게 느껴졌는지...


윤대녕의 <상춘곡>은 2017년에 읽기엔 불편하다. 여성에 대한 작가의 인식이 저열함이 느껴지고, 과장된 욕심 때문에 전체적인 줄거리가 작위적이다. 그리고, 전두환을 "단군이래 5,000년 만에 만나는 미소"로 칭송한 미당이 그의 문학적 스승인 듯 해서 뒷맛이 좋지 못하다.

이동하의 <젖은 옷을 말리다>는 예전에 읽었던 소설인데, 이동하가 훌륭한 소설가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비가오는 날,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의 묘를 이장하는 내용인데 주의깊게 읽어보면 작가가 이야기 뒤에 숨겨 놓은 것들의 무게가 보통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역사와 운명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대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왠지 긴 소설을 읽었다는 착각이 든다.

이한음의 <대화>는 사뭇 재기발랄하다.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로 추정되는 인물이 상대편을 이기기 위해 계략을 짜고 음모를 꾸미는 설정도 재밌고, 알레고리 수법으로 90년대 중반을 포착한 솜씨도 훌륭하다. 다소 생소한 이름이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현재는 주로 과학서적 번역하는 일에 몰두하고 소설은 쓰지 않는 듯 하다.

이혜경의 <불의 전차>는 무척 순진한 소설이다. 주인공은 과거 선생을 하다 관두고 남편 뒷바라지에 전념하다 한 기업이 주최한 백일장에 글을 내서 당선된다. 이를 보고 예전 제자가 찾아온다. 제자는 정신없이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고,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 했다. 주인공은 제자를 보면서 남편 생각을 하고, 생존경쟁에 휩쓸려 헉헉대는 그들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런 내용인데, 다분히 고리타분한 공자님 말씀이 쓰여 있다.

최수철의 <어둠의 후광>은 어느 날 주인공이 사람들의 머리 뒤쪽에서 아우라를 보는 이야기이다. 이렇다할 줄거리는 없고, 마지막에 주인공이 태양을 보면서 인간 존재들 사이에 후광이란 무엇인지 깨닫는다. 작가는 우울하고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인간 존재가 느끼는 답답함을 장인의 솜씨로 빚어 내는데, 읽는 과정이 매우 고통스럽다. 작가 역시 고통스럽게 글을 썼음이 느껴진다. 좋은 작품이긴 하지만 선뜻 손이 안가는 작가이다.

하성란의 <두 개의 다우징>은 신인다운 신선함은 느껴지는데 다소 산만한 것이 흠이다. 다우징은 수맥이나 광맥을 찾을 때 쓰는 막대기이다. 바람핀 아버지를 찾으러 갔다 만난 이복 언니, 있지도 않은 비둘기들에게 먹이를 준다며 22층 창밖으로 밥풀과 고기조각을 던져대는 엄마, 치통을 앓는 주인공이 감각적 필치로 그려져 있다.

함정임의 <바다로>는 빠다냄새 물씬 풍기는 소설이다. 폴 발레리, 그가 묻힌 세트, 동성애자인데도 청혼을 했다가 도망가는 옛 남자친구. 이런 소설이 나는 싫다.


김형경의 <세상의 둥근 지붕>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사람들이 대체로 과거를 그리면서, 그 시절 그때를 이야기하면서 사는 이유를 승주는 이제 알 것 같다. 모든 과거에, 모든 인간들은 현재보다 조금 더 젊었던 것이다. 조금 더 힘이 있었고, 조금 더 많은 문 앞에 서 있었고, 조금 더 순수했다.


과거를 추억하는 것은 그 시절의 '나'를 욕망하는 것이니, 김형경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96년에 나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바보'에 불과했지만, 순수하긴 했던 것 같다. 대학교 3학년이던 그 해에 나는 <Pearl Jam>과 <일기예보>의 테이프를 늘어질 때까지 듣다가 영장이 나오자 군대에 갔고, 재검판정을 받는 바람에 시골집에 머물면서 기독병원을 주 1회 들락거렸다. 의대를 유급당한 친구가 있어서 매일 함께 오락실에 가서 <사무라이 쇼다운>을 했고, 밤까지 하릴없이 어슬렁 거리다 해가 뜰 때 쯤이면 우리집에 가서 낄낄대다 잠이 들곤 했다. 이야기 7.1 프로그램으로 통신도 했던 것 같고, 이진경의 <철학과 굴뚝 청소부>에 보라색 형광펜을 칠해가며 읽던 기억도 난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비생산적인 시기였다. 팀원이 한 명 빠져서 일이 많다. 그래서 96년이 떠올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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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퀴리의 지독한 사랑
페르 올로프 엔크비스트 지음, 임정희 옮김 / 노블마인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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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의 목록에 오른 책이라 흥미가 동했기 때문이다. 한 때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지 몰라 갈팡질팡 했었고, 1001권의 목록이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그런 이유로 이 책도 2011년에 사서 고이 모셔두었던 터다. 그리고, 1001권의 목록에 올라있는 책들 중 실망한 두 번째 책이 되었다.(첫번째 실망한 책은 미셸 우엘벡의 <투쟁 영역의 확장>이었다)


내용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마리 퀴리, 그리고 그녀의 친구이자 조수 블랑슈 비트만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두는 고대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이야기한 "Amor Omnia Vincit, 사랑은 모든 것을 극복한다" 라는 말로 시작되며, 작가는 시종일관 이 책이 사랑에 관한 이야기임을 독자에게 상기시킨다. 그 사랑이야기가 명확하지도 않고 일반적이지도 않지만, 사실관계만 놓고 본다면 다음과 같다.

마리 퀴리는 남편 피에르가 죽고난 뒤, 네 아이의 아버지이자 유부남인  폴 랑주뱅과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그 관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들통나고, 폴 랑주뱅은 마리를 배신하며, 언론은 마리 퀴리를 부도덕한 창녀로 몰아간다.

한편, 블랑슈 비트만은 히스테리 환자이자 영매로 전설적인 신경과 의사 장 마르탱 샤르코의 병원에 입원해 히스테리와 관련된 실연에 참여하며 유명해진 여자다. 샤르코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블랑슈 비트만에 대해 경외에 가까운 동경을 품고, 블랑슈 비트만은 그런 샤르코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게 한 채 애를 태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이야기되는 사랑은 관념과 사변의 세계에서 둥둥 떠다니느라 도무지 시작과 끝이 불분명하고, 애틋함도 없다. 게다가 사실관계만 놓고 본다면 그저 한차례 불륜에 불과한 관계였는데 편지가 언론에 공개되는 바람에 창피만 톡톡히 당했거나(마리 퀴리와 폴 랑주뱅), 이렇다할 정신적 육체적 교감도 없이 마조히즘을 연상시키는 묘한 관계 속에서 십여년 이상을 질질 끌어온 관계(블랑슈 비트만과 샤르코의 관계) 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작가는 '사랑이 모든 것을 극복한다' 고 중언부언해댄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극복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리 퀴리는 배신한 남자와 언론을 피해 도망치고, 블랑슈 비트만은 끝내 사기꾼과 진짜의 모호한 경계에서 배회할 뿐이다. 게다가 소설 속 화자는 가끔 '나' 라고 지칭하며 1인칭 시점을 제시하면서 3인칭 시점의 경계를 허물어 버리고 -도대체 소설 속 '나' 가 누구란 말인가?-, 역자 임정희는 분명 독일어 전공자인데 스웨덴 소설을 번역해내는 기염을 토하며 전문 번역가라고 프로필에 올려 놓았다.(독일어 번역본을 재번역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본래의 의미가 훼손되었을 것이라는 강한 의구심이 드는 문장은 소설 속에서 얼마든지 찾아낼 수가 있다)


먼저 작가가 얼마나 비맞은 중처럼 웅얼거리는지 보자.


그 당시 샤르코는 알아차려야 했다. '난 절대 당신 곁을 떠나지 않을 거에요'라는 말의 뜻을. 사랑의 본질은 이런 식으로 기술될 수밖에 없는데도 마리를 구하기 위해 내가 쓴 모든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더 나가지 못할 거라는 걸 알아차렸다.(275p)


곰곰히 읽어봐도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샤르코가 죽음을 앞두고 블랑슈 비트만에게 울면서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이야기하자 블랑슈 비트만이 "난 절대 당신 곁을 떠나지 않을 거에요"라고 말한 뒤 이어지는 문장이다.

첫 문장은 사랑한다는 말을 '절대 당신 곁을 떠나지 않겠다'는 식으로 밖에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정도의 의미인 것 같기는 한데, 알아차려야 했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또, 뜬금없이 '마리를 구하기 위해 내가 쓴 모든 이야기'는 또 무슨 말인가? (마리 퀴리에 대한 이야기는 몇 페이지를 앞 뒤로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더 나가지 못할 거라는 걸 알아차렸다'? 이건 또 무슨 의미인가. 도무지 맥락도 없고 이유도 없는 문장들이 300페이지에 걸쳐 적혀 있다.


게다가 역자는 기본적인 한국어 문장 자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함에 분명한데,


금지된 열정과, 죄악의 가장 내밀한 동기이자 위협적인 종착역인 유혹을 창조하는 여자에 대한 경건주의의 고착의 산물인 나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 어린아이들은, 이 순진한 어린아이들은 초원이나 숲 속, 눈밭에 작게 무리지어 누워서 옷을 입은 채로 토끼들이 우글거리며 교배할 때 보인 일상의 경련성 동작들을 따라했다.


해석 불가다. 도대체 꾸미는 대상이 무엇인지 수수께끼를 내는 문장 같다. 결국 꾸역꾸역 끝까지 읽긴 했으나 한숨만 나오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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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성 스토리콜렉터 51
혼다 테쓰야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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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초입인 7월 8일 오후. 한 소녀가 경찰서로 신변보호를 요청한다. 소녀는 고다 마야라는 이름의 17세 소녀였는데, 발견 당시 때묻은 녹색 셔츠와 터지고 얼룩이 있는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과 팔에는 멍자국이 가득했다. 경찰들은  놀라서 소녀를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고, 마침내 발톱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발가락과 화상을 입은 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군데군데 엉겨붙은 손가락을 발견한다. 

즉시 소녀의 거주지인 선코트마치다 맨션 403호로 경찰들이 급파되고, 거기서 또 한명의 여성이 발견된다. 그녀의 몰골도 소녀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마야는 그녀를 아쓰코라고 불렀다. 경찰은 일단 아쓰코를 상해 용의자로 연행하지만, 그녀 역시 온 몸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은 수수께끼였다.

조사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야가 '그들', 즉 우메키 요시오와 아쓰코가 아버지 고다 야스유키를 살해했다고 털어 놓는다. 아쓰코 역시 고다를 살해한 사실을 인정한다. 이를 뒷받침 하듯, 욕실에서는 다량의 루미놀 반응이 나온다.

이제 사라진 우메키 요시오를 잡으면 사건을 해결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욕실 혈흔을 분석한 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다. 혈흔에서는 총 다섯 사람 분의 DNA가 나왔는데, 그 중 4명은 혈연관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유아사 메구미라는 여성의 건강보험증까지 나왔다는 것은, 그녀 역시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과연 맨션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상대편을 재빨리 파악해서 편안함과 호의를 느낄만한 캐릭터로 자신을 꾸민 뒤 시간을 두고 접근한다. 상대편과 친밀감을 높일 만한 갖가지 이벤트를 만든다. 물론 그 상대가 여자라면 성적 행위가 동반된다. 여성이 자신에게 의존하기 시작하면 질투심을 앞세워 서서히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폭력을 고문으로 변화시킨다. 폭력이 못 참을 지경이 되어 상대편이 경찰에 고발이라도 하면 곤란하다. 따라서 강력한 약점을 잡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부족하다. 또 다른 희생자를 끌어들이면 이 게임을 좀 더 오래 지속할 수가 있다. 희생자 수가 늘어나면, 희생자들끼리 다투게 만든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고문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희생자들은 서로를 밀고하고,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순위가 다른 희생자들보다 위에 놓이도록 노력한다. 결국 누군가 죽으면, 살인자라고 누명을 씌운다.

의식이 흐리멍텅해진지 오래인 희생자에게 남은 것은 공포 뿐이다. 하루하루를 다른 희생자보다 덜 고문당하길 바라는 것 뿐, 어떠한 이성적 사고도 불가능하다. 이제 그곳은 짐승의 소굴이다.


칠십이 넘은 노인을 고문하여 죽게 만들고, 어머니가 다섯살 난 아들을 목졸라 죽이게 하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욕지기가 치밀었다. 소설은 말한다. 인간은 일정한 조건과 동기만 주어지면 누구나 악마가 될 수 있다고. 그리고 나는 그렇지 않다고, 그럴 리 없다고 부인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엄연히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일본 <기타큐슈 감금 살인사건>이 그것이다.

1996년부터 1998년 사이에 마츠나가 후토시라는 자가 오가타 준코라는 여성을 이용해 일가족 여섯명을 살해한다. 마츠나가 후토시가 저지른 범행들을 읽다 보면 - 끝까지 읽는 것이 가능하다면 - 그가 과연 인간인지 악마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이며, 일본 정부는 이 막장 범죄를 대중에게 그대로 노출시켰을 경우 큰 문제점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하여 언론을 통제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 소설의 내용을 어디서 듣고 와서 나에게 재미 있을 것 같다고 사도록 꼬드긴 회사 동료 K에게 뒤늦게 나마 감자를 먹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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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연 - 가츠메 아즈사 걸작선 2
가츠메 아즈사 지음, 김문형 옮김 / 탑미디어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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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카츠 토모야는 중년을 넘겼지만 여전히 인기 절정을 달리는 액션 스타이다. 어느 날, 매니저 이치카와가 토모야에게 '약간 신경 쓰이는 일' 이 있다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시중에 유통되는 강간물 비디오 테이프에 토모야의 아내와 딸로 보이는 여성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토모야는 신경쓰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마츠자키라는 마담을 통해 테이프를 구해 보게 되고, 그 참혹한 광경에 치를 떤다.

가면을 쓰고 아내와 딸을 강간하는 사내 두 명, 비디오 테이프를 찍은 사내,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기획한 야쿠자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토모야는 가차 없는 복수에 돌입한다.


액션과 도색을 적절히 결합한 싸구려 소설로 인물들의 형상화에는 전혀 정성을 쏟지 않아 죄다 종이인형 같은 느낌이 든다. 주인공의 행동에 대해서는 나중에 작가가 변명처럼 설명을 덧붙여 주는데, 토모야가 적들을 때려부수고 나면 작가 曰 "사실 이럴 줄 알고 토모야는 그동안 열심히 몸을 단련해 왔던 것이다" 라고 덧붙여 주는 식이다. 복수와 섹스만 난무하니 자극이 지나쳐 나중에는 무덤덤해진다. 시간낭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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