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아서스 : 리치왕의 탄생 - 리치왕의 탄생 제우미디어 게임 원작 시리즈
크리스티 골든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지음, NEOG 옮김 / 제우미디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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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톰윈드가 호드의 침략으로 쑥대밭이 되고 레인 국왕이 사망하자 안두인 로서경은 바리안 왕자를 데리고 로데론으로 피난을 온다. 로데론은 테레나스왕이 통치하고 있었는데, 그의 아들이 바로 아서스 메네실이다.


아서스는 어렸을적부터 백성들을 몹시 사랑했고, 그들을 반드시 자신의 힘으로 지켜주겠다고 맹세하곤 했다. 그래서 검술과 기마술을 익히는데 남다른 노력을 쏟았다. 그의 검술 선생은 은빛 기사단의 우서경과 드워프 무라딘이었다. 무라딘은 본래 마그니 브론즈비어드 왕의 동생으로 드워프족 대사였는데, 아서스와는 개인적인 친분으로 전투술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런 아서스가 친하게 지냈던 친구는 한 살 어린 제이나 프라우드무어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쿨티라스의 통치자인 댈린 프라우드무어 제독이었다. 둘은 마법수행을 위해 달라란으로 가는 길을 동행하면서 더욱 친해지게 된다. 아직 어렸던 아서스와 제이나는 여정의 중간에 모험 삼아 호드 포로수용소를 찾아가 보게 된다. 그들은 호드 역시 어린아이가 있다는데 가벼운 충격을 느꼈고, 스랄이라는 무적의 검투사도 보게 된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던 어느 날, 아서스에게 생애 최초로 상실감을 맛보게 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가 아끼던 명마 '천하무적'이 눈밭에서 발을 잘못 디뎌 죽고 만 것이다. 이 사건으로 아서스는 자신이 아끼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희생과 댓가라도 치르겠다고 거듭 맹세한다. 이런 맹세들이 나중에 로데론에 큰 재앙을 가져온다는 것을 누가 알았으랴.


한편 성장하면서 제이나와 아서스는 연인관계로 발전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아서스가 제이나를 떠나고 만다. 아서스는 아직 준비가 안됐다는 이유를 댔지만, 제이나는 큰 상처를 받는다. 사실 아서스가 제이나를 떠나게 된 것은 훗날 밝혀지지만 운명의 큰 수레바퀴가 굴러가면서 일어나는 필연적인 과정이었다.

그동안 스랄이 포로수용소를 탈출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예언자가 나타나 인류의 위기를 경고한다.  


얼마 뒤, 아서스는 안돌할에서 역병이 돌아 사람들이 죽어가는 사건을 조사하러 간다. 그리고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한다. 죽은 사람들이 언데드가 되어 보이는 사람 모두를 공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황은 하스글랜도 마찬가지였다. 곡물이 매개체가 되어 역병이 도는 것 같았고, 역병에 걸린 자들은 죽어서 언데드가 되었다. 아서스는 미친듯이 언데드를 처치했다. 뒤늦게 우서경이 지원을 오지만 아서스는 우서경의 충고를 질타로 받아들여 대립각을 세우고 둘 사이는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아서스는 자신의 백성들이 언데드가 되어 고통받는 것을 보느니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이겠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 결과 스트라솔룸의 시민들 모두가 아서스의 손에 살해된다. 물론 그중에는 역병에 걸린 사람들도 있었지만, 역병에 걸렸는지 여부가 확실치 않은 어린아이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사건으로 아서스는 우서경과는 완전히 사이가 멀어지고, 제이나와도 서먹한 관계가 된다.


아서스는 역병을 일으킨 강령술사 켈투자드는 처치했지만 말가니스는 당해내지 못한 것이 못내 분했다. 그즈음부터 아서스는 자신을 노스랜드로 부르는 강력한 힘의 존재를 느꼈다. 로데론 함대를 이끌고 노스랜드로 간 아서스는 그곳에서 무라딘이 찾고 있다는 룬검 서리한에 대해 듣자마자 자신이 눈보라가 몰아치는 북녘으로 온 이유를 깨닫게 된다. 서리한을 얻는 과정에서 무라딘이 사망하지만, 아서스는 피를 갈망하는 서리한의 힘에 압도되어 점차 인간성을 상실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리한을 자신에게 보내준 존재가 리치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서리한의 힘으로 말가니스를 처치한 아서스는 아버리를 살해하고, 로데론에 스컬지군단을 풀어 백성들을 도륙한다. 리치왕의 명을 받들어 켈투자드를 되살리기 위해 쿠엘탈라스를 침공하여 하이엘프를 몰살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실바나스 윈드러너를 밴시로 만든다.


또한 아서스는 리치왕보다 고위 악마인 아키몬드의 명으로 달라란을 침략해 안토니다스를 살해한 뒤 메디브가 남긴 책을 탈취하는데, 그 과정에서 아키몬드보다 하급 악마이지만 리치왕보다는 지위가 높은 데서록, 바리 마트라스, 아키몬드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이제 아서스의 오른팔이 되어 충성을 다바치게 된 켈투자드는 리치왕의 계획을 아서스에게 알려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리치왕은 본래 아키몬드나 티콘드리우스보다 하위 악마이지만 아서스에게 서리한 검을 주어 힘을 부여한 뒤 고위 악마들을 속여 독자적인 계획을 실현시키려 하고 있었다.

이에 아서스는 엘프 최초의 종족인 칼도레이의 나이트엘프 일리단을 충동질하여 티콘드리우스와 싸우도록 이간질을 한다. 티콘드리우스가 가진 굴단의 해골을 뺏으면 엄청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일리단에게 먹혀드는 것 같았다.


한편, 아서스는 자신의 힘이 점점 쇠잔해져가는 것을 느낀다. 힘이 쇠잔해지자 밴시였던 실바나스 윈드러너가 자유의지를 갖게 된다. 아서스는 리치왕의 얼음 왕좌에 금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노스랜드로 향한다.

노스랜드에는 캘타스가 아버지와 백성의 복수를 하기 위해 신도레이의 블러드엘프를 규합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스로 캘타스를 물리치긴 하지만 비운의 왕자는 순간이동으로 죽음을 면한다.

아줄네룹의 옛 왕 아눕아락의 도움으로 리치왕의 왕좌로 간 아서스는 일리단이 자신의 계교에도 불구하고 리치왕을 공격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둘은 맞붙어 싸우는데 일리단 역시 1만년 전 악마에게서 빼앗은 아지노스의 쌍날검을 사용하여 격렬히 저항 하지만 아서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얼음왕좌를 지킨 리치왕은 아서스가 겪은 그 모든 고통이 사실은 자신이 예비한 운명이었음을 강조하며 아서스와 결합하려 하고 아서스는 기꺼이 그를 받아들인다. 리치왕이 계산에 넣지 못한 것은 아서스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극악무도한 악마가 되어버렸다는 점이었다. 아서스는 리치왕을 죽이고, 그 자신이 리치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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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데드 스컬지 군단의 군주이자 룬검 서리한의 주인인 아서스는 워크래프트의 역사에서 매우 매력적인 인물이다. 자신의 백성을 구하기 위한 여행이 곧 그들 모두를 절멸케 하는 결말을 맞게 되는 비극적인 왕자가 리치왕이 되는 과정은 운명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아서스가 리치왕이 되는 과정에서 워크래프트 세계의 많은 부분들이 시작되고 주요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굴단의 사부이자 리치왕의 영혼인 흑마술사 넬쥴, 듀로탄의 아들이자 오크의 영웅인 스랄, 한때는 아서스의 연인이고 안토니다스의 제자인 제이나 프라우드무어, 긍지높은 하이엘프였으나 아서스에 의해 밴시가 되어버리는 실바나스 윈드러너, 아버지와 백성을 아서스의 손에 모두 잃는 비운의 왕자 캘타스 선스트라이더 등등이 그들이다. 


각종 밑밥과 떡밥이 난무하는 <아서스>에 손을 댔으니, 당분간은 읽을거리가 끊길 걱정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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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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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바퀴벌레>처럼 자국민이 사망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헤리 홀레가 오스트레일리아로 가면서 시작된다. 

방송국에 출연하기도 했던 노르웨이 여성 잉게르 홀테르는 호주의 절벽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그녀는 강간당한 뒤 목졸려 죽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호주 정부는 실업률이 10%가 넘는 경제 상황에서 살인사건이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관광수입이 줄어들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수사에 전폭적인 협조를 보냈고, 앤드류 켄싱턴이라는 유능한 애버리진 출신 수사관도 붙여준다. 

수사를 시작하자 용의자들이 속속 튀어나오는데 그녀가 일했던 술집에서 추근댔던 매니저 알렉스, 최근 사귄 남자친구이자 마약상 에반스 화이트, 그리고 성기노출로 검거된 적이 있는 집주인 로버트슨 등이 유력했다. 하지만 모두들 그럴싸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수사가 지지부진해지던 시점에 오토 레흐트나겔이라는 게이 광대가 토막난 시체로 발견되고, 그와 연관이 있었던 파트너 앤드류가 목메달아 자살하고 만다. 절망에 빠진 해리 홀레는 술에 손을 대고 창녀와 잠자리를 갖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비르기타가 목격하자 해리는 절망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앤드류가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이 해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오스트레일리아 경찰서의 동료들과 함께 범인에게 한발 한발 다가간다.


작가 요 네스뵈는 1990년대 중반까지 증권 중개인으로 일하는 한편, 1992년에 결성된 5인조 Pop Rock Band인 Di Derre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다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6개월간 체류한 뒤 발표한 데뷔작이 바로 <박쥐>이며, 유리열쇠상과 리버튼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박쥐>의 훌륭한 점은 처녀작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이 탄탄하고, 오스트레일리아 애버리진의 역사와 신화가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는 점이다.

역자 문희경의 해설을 보면 1910년에서 1970년대까지 호주 연방정부는 백인의 피가 섞인 아이들을 미개한 원주민(애버리진) 가정에서 구출해 문명화시킨다는 명목으로 '원주민 복지법령'에 의거하여 '합법적으로' 부모에게서 강제 격리시켰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멀쩡한 가정을 두고 고아가 된 아동이 10만 명에 달했고, 이들을 '도둑맞은 세대'라고 불렀다. 1997년 호주 정부는 'Bring Them Home'이라는 '도둑맞은 세대 특별위원회 보고서'라는 것을 발표하지만, 정식 사과나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앤드류 켄싱턴이 바로 '도둑맞은 세대' 이다.

한편, 소설이 아쉬운 점은 역시 작가의 다른 소설들처럼 '수수께끼 풀이' 부분이 빈약하다는 점이다. 물론 작가가 범인을 밝혀내는 데 역점을 두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역시 범인이 밝혀졌을 때 '아!' 하는 감탄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미스터리 계열의 소설로 분류되는 이상 아쉬운 점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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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 워크래프트
크리스티 골든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지음, 유정우 옮김 / 제우미디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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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줄거리 http://blog.naver.com/rainsky94/220801656694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소설 버전으로 오크 영웅 쓰랄과 스톰윈드의 영웅 바리안 린의 아버지 세대가 등장한다.

쓰랄의 아버지 듀로탄은 지옥 마법이 모든 것을 죽게 만든다는 것을 동족들에게 알리기 위해 굴단에게 막고라를 신청한다. 굴단은 듀로탄의 신념에 찬 공격을 무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모든 오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옥마법을 쓰고 만다. 듀로탄은 지옥마법의 공격에 온몸의 생기가 흡수되어 사망하고 말지만, 오크들은 굴단이 어떤 존재인지 똑똑히 지켜보게 된다.

한편, 레인 국왕은 굴단이 연 소환문 앞에서 싸우다 전사한다. 레인 국왕은 가로나가 자신을 죽이도록 권유하는데, 호드에게 있어 상대편 우두머리를 죽이는 것은 대단한 명예였기 때문이다. 레인 국왕은 가로나가 그 명예를 획득한 뒤 오크들 사이에서 중요한 위치에 올라 언젠가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평화에 기여하길 바랬다. 가로나는 울면서 레인 국왕을 살해하지만 스톰윈드는 그녀를 가장 중요한 적으로 오인하고 만다. 


작년 여름에 영화를 보고 나서 8~9개월 정도 와우를 다시 했다. 출시 초기부터 2007년 첫번째 확장팩인 <불타는 성전> 까지 하다 근 10년을 잊고 있었던 게임이다. <군단> 확장팩 적응에는 결론적으로 실패했다. 건너 뛴 확장팩들에 담긴 이야기들을 '그렇다 치고' 게임을 진행하려니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아서였다. 결국 소설로 돌아왔고, 지금 <아서스>를 읽고 있는데 꽤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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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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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7월 16일 화요일. 한 남자와 여섯 여자가 가고시마 시에서 집단 자살을 했다. "가고시마 시 시로야마 동굴 집단자살 사건" 이것이 이 사건에 대한 경찰청의 정식 명칭이다. 남자의 이름은 기우라 겐조. 사망 당시 나이는 48세. 기우라는 집단자살이 있기 전 1년 동안 열 명의 살인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는 시즈오카 현 하마마쓰 시에서 여관 경영자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당시 하마마쓰는 대기업이 즐비한 활기 넘치는 산업도시였고, 1958년 매춘방지법이 완전히 시행될 때까지 스틱 걸 이라는 매춘부를 알선하는 조직이 발달한 곳이기도 했다.

기우라는 어렸을 때부터 머리가 좋고 성적이 뛰어나 재수도 하지 않고 곧장 도쿄대 문과에 합격했고, 졸업한 뒤에는 도내 국립대학의 조교수로 취임했다. 그런 그가 서른셋이 되던 해, 돌연 광역 폭력단인 류진연합 조장의 딸 후미에와 결혼하여 세상을 놀라게 한다. 그로부터 다섯 달 후, 기우라는 아내 후미에를 목졸라 살해한다. 그는 살인은 인정했지만, 살해 동기를 비롯한 여타 사항에는 모든 진술을 거부한다. 법원은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기우라는 1심 판결을 인정하여 항소하지 않고 복역한다. 출소했을 때 그의 나이는 마흔다섯이었다.


출소한 기우라는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여관을 경영하다 몇몇 남녀를 이끌고 도쿄로 진출한다. 그곳에서 작은 여관 경영자들을 회유해 매춘을 알선하면서 부를 쌓던 기우라는 나고야, 니가타, 삿포로, 하코다테에까지 거점을 만들면서 이른바 이동매춘집단을 조직한다.


기우라가 경찰의 주목을 받게된 것은 도쿄의 여관을 인수하면서부터였다. 여관 주인 가족과 보증을 서준 여동생의 가족 모두가 실종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역 폭력단 교쿠잔카이의 조직원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고, 유력한 용의자로 기우라가 지목되었기 때문이었다.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기우라는 여자 여덟 명을 데리고 가와고에의 거점에서 도주하여 시로야마의 동굴에서 동반자살을 한다. 유일한 생존자는 우타라는 열 다섯 살 난 소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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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 흐른 뒤, 그 사건으로 숙부를 잃은 한 저널리스트가 진상을 밝히기 위해 사건에 뛰어든다. 조각난 퍼즐 조각들을 제자리에 끼워 맞추던 저널리스트는 유일한 생존자 우타의 증언을 통해 전체 그림을 완성한다.


(아래는 소설의 결말임)


기우라는 친누나와 상간하여 우타를 낳는다. 우타는 중국인 여자의 양녀로 자라다가 기우라의 여관에 합류한다. 기우라가 아내와 결혼한 이유는 누나와 닮았기 때문이고, 그녀를 살해한 이유는 추측컨데 그녀의 간청 - 정신병 때문에 겪는 고통을 기우라가 끝내주었으면 하는 - 때문이었던 것 같다.

소설이 억지를 쓰기 시작하는 것은 그 뒤부터이다. 근친상간, 아내살해라는 극도의 신산함을 가슴에 품은 사내가 여관을 빼앗기 위해 사람을 살해하고 조폭들과 정신력을 소모해가며 관계를 이어간다?

어쨌든 <올드보이>와 <짐승의 성>을 적절히 교배한 듯한 이 소설은 일본이라는 나라에서나 출판될 법한 충격적인 소재와 내용을 담고 있는데, 르포르타주 형식을 빌어 긴장감을 고조시켜 가는 수법은 매우 훌륭하나 주인공의 행동에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많은 것은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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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녹정기 세트 - 전12권 - 개정판
김용 지음, 박영창.강승원 옮김 / 중원문화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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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명이 멸망하고 청이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은 때이다. 강희(康熙)의 아버지 순치황제는 본래 24세의 나이에 사망했다고 정사에 기록되어 있는데, 작가 김용은 순치황제에 대한 한 가지 흥미로운 야사에 근거해 소설을 전개시킨다.

야사에 따르면, 순치황제는 후궁 동귀비를 몹시 사랑했는데 그녀가 급사하자 늦게라도 황후에 봉하려고 애를 썼다고 한다. 하지만 예법과 달라 될 일이 아니었고, 이 과정에서 문득 허탈함에 빠진 순치황제는 24세의 나이에 출가하고 말았다고 한다. 


어쨌든 어린 나이에 황제가 된 강희에게는 아직 천하를 확실히 거머쥘 힘이 부족했다. 명나라를 배신하고 청나라 건국에 큰 도움을 주었지만 언제 배신할 지 모르는 오삼계라는 막강한 군부세력이 외곽에 버티고 있었고, 오배라는 대간신 역시 막강한 권세를 틀어쥐고 강희의 권위에 수시로 도전하고 있었다.


바로 그런 시기에 양주의 여춘원이라는 기생집에서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태어난 위소보(韋小寶)가 강희와 관계를 맺게 된다.

위소보는 천성이 게을렀고 배움을 귀찮아 했다. 다만 임기응변과 도박, 거짓말에는 능했는데 그 재주가 보통 사람을 훨씬 뛰어넘다 보니 왠만한 시련은 이러한 잔재주로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그 위소보가 모십팔이라는 호걸과 사귀게 된다. 모십팔은 반청복명(反淸復明)을 가슴에 아로세긴 호걸로, 가는 곳마다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크고 작은 싸움이 반복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황제가 기거하는 성에까지 들어가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상대는 태감(내시) 해로공이었는데 그의 무공은 가히 천하무적이었다. 위소보는 해로공과 그를 수발드는 소계자를 정식으로 상대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고 독약을 써서 소계자는 살해하고 해로공은 눈을 멀게 만든다. 하지만 모십팔이 해로공에게 당해 생사를 알 길이 없게 되자 위소보는 어쩔 수 없이 눈이 먼 해로공에게 자신이 소계자라고 사기를 쳐서 목숨을 연명한다.

그런데 해로공은 눈이 멀어서 그런지 위소보를 소계자라고 믿고 특이한 일을 시켰다. 그것은 매일 같이 도박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도박을 해서 돈을 따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다. 해로공의 목적은 도박 상대인 도서관 관리인에게 환심을 사서 <사십이장경>이라는 책을 훔쳐내는 데 있었다. 도박이라면 밥 먹는 것 보다 좋아하는 위소보는 신이 나서 도박을 하러 다녔고, 그러다 우연히 소현자라는 또래 친구를 사귀게 된다. 둘은 만날 때마다 무술을 겨루고 맛있는 것을 나눠 먹었는데, 얼마 뒤 위소보는 소현자의 정체를 알고 충격에 빠지고 만다. 그는 다름아닌 청나라 황제 강희였던 것이다.

강희는 자신이 황제라는 것을 밝히고 난 뒤에도 위소보를 친구처럼 대했고, 위소보 역시 강희가 스스럼 없이 대하는지라 그를 위해 몇 가지 부탁도 들어주고 바깥에서 겪은 모험담도 들려주며 신뢰를 쌓아 간다.

한편, 해로공 역시 진짜 정체는 따로 있었다. 그는 순치황제의 충복으로 밀명을 받아 단경황후와 그의 아들 영친왕이 화골면장에 잔인하게 살해당한 사실을 조사하기 위해 궁 안에 잠입한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낸 범인은 태후였다. 해로공이 태후에게 사실관계를 추궁하며 다툼을 벌일 때 위소보가 이 내용을 듣게 된다. 태후는 위소보를 어떻게든 죽여 없애려 하지만, 위소보는 임기응변으로 목숨을 부지하며 강희의 신뢰를 얻어 계속 벼슬은 높아만 간다.

위소보가 강희를 위해 한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간신 오배를 찔러 죽인 일이었다. 그런데 오배는 강희도 죽이고 싶어했지만 천지회 사람들도 오배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 위소보는 자연 천지회 사람들로부터도 추앙을 받게 된다. 이 사건으로 위소보는 천지회 총타주 진근남의 제자로 받아들여지고, 청목당의 향주로 추대되기까지 한다.

이로써 위소보는 반청복명의 기치를 내건 조직 천지회의 중요 인물이면서, 강희제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아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 그야말로 명나라와 청나라 양쪽 모두로부터 매우 중요한 인물이 된다. 궁에 들어서면 온갖 시위 대신들이 위소보에게 아첨했고, 밖을 나서면 각지의 영웅호걸들이 위소보의 영웅됨을 칭찬했다.


위소보는 이후 강희의 명을 받들어 순치황제를 라마들로부터 구해내고, 몽고와 서역의 반란을 지혜로 무력화시킨다. 또한, 나찰국(러시아)과 손 잡고 청나라를 치려한 신룡교를 무력화시키고, 나찰국 소비와 여왕과 관계를 맺어 외교적 성과도 거둔다. 태후가 가짜라는 것을 밝혀내어 적절히 조치했고, 오삼계의 반란 평정에도 도움을 준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여인들을 희롱하는데, 목왕부의 방이와 소준구 목검병은 목숨을 구해줌으로써 사랑을 얻고, 쌍아라는 여인은 오배를 죽여 과부들의 한을 풀어준 덕에 하녀로 하사받게 된다. 이자성과 오삼계 모두의 눈을 멀게 한 진원원의 딸 아가는 정극상에게 홀딱 반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소보가 계략을 써서 몸을 빼았고, 홍교주의 부인 역시 혼란한 틈에 몸을 탐해 애를 베게 만든다. 건녕공주는 소설 속에서 마조히스트로 그려지는데, 어쨌든 그녀도 위소보에게 몇 대 얻어맞은 뒤 위소보의 여자가 되고, 증소저 역시 별다른 개연성 없이 위소보의 아내가 된다. 


하지만, 위소보의 위태로운 줄타기는 강희가 위소보의 정체를 파악하면서 끝이 나고 만다. 하지만 강희는 위소보가 자신을 위해 몇 번이나 목숨을 던진 것은 거짓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에 위소보의 목숨을 살려주고, 위소보 역시 강희가 훌륭한 왕이 될 것임을 알았기 때문에 <사십이장경>에 씌여진 곳을 허물어 청나라의 명맥을 끊는 짓은 하지 않는다.


녹(鹿). 사슴은 들짐승으로 덩치는 크지만 성질은 온순하여 단지 풀이나 나뭇잎만 먹고 살면서 다른 동물을 해치는 법이 없다. 맹수가 잡아먹으려고 덤비면 사슴은 단지 도망칠 수밖에 없고, 만약 도망치지 못하면 맹수의 밥이 되고 만다. 옛사람들은 종종 사슴을 천하(天下)에 비유하곤 했다. 세상의 백성들은 온순하고 선량하여 남에게 압박과 박해를 받기만 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정(鼎). 옛날 하(夏)나라 때의 우왕(禹王)은 구주(九州)의 금을 거두어들여서 9개의 커다란 솥을 주조하였다...후세에 천하의 주인이 된 자는 <좌전(左傳)>에서 보면 9개의 솥(鼎)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이 두 글자가 합해진 녹정(鹿鼎)은 천하의 패권을 뜻한다.

녹정기(鹿鼎記)는 장편 12부와 단편 3부를 남긴 김용의 마지막 작품으로 1969년 10월 24일부터 명보(明報)에 연재되기 시작하여 1972년 9월 23일 탈고된 작품이다. 이 작품을 끝으로 김용은 절필을 선언하였고, 몇 차례 새로운 소설에 대한 구상을 발표한 적은 있지만 실제 작품이 씌여진 적은 없다. 따라서 녹정기 이후에 김용의 이름을 달고 나온 소설은 모두 위작이다.


녹정기의 결말은 위소보가 자신의 아버지가 한인, 만주인, 몽고인, 회족사람, 서장인 중 누구인지 알지 못하면서 끝이 난다. 김용의 초기 작품이 한족 정통성에 기대어 씌어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크나큰 변화이다. 시대적으로 <벽혈검> 바로 다음 시대를 다루고 있어 <벽혈검>의 인물들이 갑자기 튀어나오기도 하는데, 중원문화 편집부가 친절하게 주석을 달아 놓고 있어 이야기 진행을 따라가는데는 무리가 없다.


첨언.


1. 중원문화 편집부가 소설 속 사건을 편리한대로 해석해서 80년대말 사회과학책에나 나올 법한 주석들을 달아 놓은 것은 못내 거슬린다. 그냥 되는대로 진보적 해석을 가하는 식인데, 소설 속에서 약을 먹이는 부분이 나오면 "미제국주의자들이 제3세계 민중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하는 것을 빗대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식이다. 그것도 자주, 반복적으로.

중원문화는 예전에 <형식논리학과 변증법적 논리학>이니, 마르쿠제의 <이성과 혁명> 따위의 책들을 펴내던 출판사인데, 특이하게도 김용의 무협지도 포트폴리오로 구성하고 있다. 역자 박영창도 프로필에 민주화운동으로 2년간 옥고를 치루었노라고 쓰고 있다.


2. 그런데, 김용의 대표적 위작 중 하나가 <장백산맥>이다. <장백산맥>의 역자 서문을 보면, 역자가 중국에 갔다가 서점에서 김용의 신작을 발견하고 매우 기뻐서 단번에 번역을 하여 책으로 내었노라는 식으로 써놓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장백산맥>의 역자 중 한 명이 박영창이다.


3. 녹정기 말미에는 중편 <백마소선풍>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카자흐 지역에 숨겨진 보물지도를 둘러싸고 다툼이 벌어지는데, 보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문화가 뒤쳐지는 카자흐인들에게 당나라가 선물했던 일상용품이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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