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네버랜드 클래식 24
L. 프랭크 바움 지음,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김석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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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는 미국 캔자스 주의 넓은 들녘 한복판에서 농부인 헨리 아저씨와 그 아내인 엠 아줌마, 그리고 털이 북슬북슬한 강아지 토토와 함께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회오리바람이 불어와 도로시네 집을 이상하고 아름다운 고장 한 복판에 내려놓았다.

도로시와 토토가 문을 열고 나가자 이상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도로시를 반겨주었다. 그들은 끝이 뾰족한 둥근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모자 테에는 작은 방울이 달려 있어서 움직일 때마다 딸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고귀하신 마법사 아가씨, 먼치킨의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가씨가 동쪽의 못된 마녀를 죽여 준 덕분에 우리 백성들은 노예 생활에서 해방되었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먼치킨들이 가르키는 곳을 보니 집을 받치고 있는 통나무 밑에 끝이 뾰족한 은구두를 신은 발이 튀어나와 있었다. 공교롭게도 도로시의 집이 동쪽 마녀의 머리 위에 떨어져 마녀가 깔려죽은 것이었다.

먼치킨들에 따르면 오즈의 나라에는 마녀가 네 명 살고 있는데, 북쪽과 남쪽에 사는 마녀는 착한 마녀이고 동쪽과 서쪽에 사는 마녀는 못된 마녀라고 했다. 또 에메랄드 시에는 오즈라는 위대한 마법사가 살고 있는데, 도로시가 캔자스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북쪽 착한 마녀가 도로시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마에 입맞춤을 해주자 도로시는 동쪽 마녀의 은구두를 신고 토토와 함께 에메랄드시로 가기 위해 노란 벽돌길을 따라 여행을 떠난다.


길을 걷다가 도로시는 들판에 세워진 허수아비를 만난다. 허수아비는 자신이 밀짚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머릿속에 아무것도 든 것이 없다며 슬퍼했다. 도로시가 오즈 마법사 이야기를 하자 허수아비는 그가 자신에게 머리를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따라 나선다.

얼마나 길을 갔을까, 도로시와 허수아비는 숲 속에서 낮은 신음소리를 듣게 된다. 그 소리는 양철나무꾼이 내는 소리였다. 양철나무꾼은 이음매가 녹이 슬어 굳어진 채로 있었는데 도로시가 기름칠을 해주자 곧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양철나무꾼은 못된 마녀 때문에 팔과, 다리, 머리 등을 차례로 잘리웠는데 그때마다 땜장이가 양철로 새로운 몸을 만들어주었다고 했다. 그런던 어느 날, 마녀가 마지막 남은 몸통 마저 둘로 쪼개버렸기 때문에 결국 온몸이 양철로 된 나무꾼이 되었는데 그때 마음을 잃어버렸다며 무척 슬퍼했다. 결국 양철나무꾼도 오즈에게 마음을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일행에 합류한다.

또 얼마나 길을 갔을까, 일행이 숲 속에 들어가자 '어흥' 하는 소리와 함께 사자가 나타났다. 사자가 토토에게 덤벼 들려고 하자 도로시가 사자의 코를 힘껏 후려치면서 부끄럽지도 않냐고 소리쳤다. 그러자 뜻밖에도 사자가 부끄러워서 고개를 떨어뜨리며 자신은 덩치만 크지 사실은 겁쟁이라고 했다. 사자도 용기를 얻기 위해 여행에 함께한다.


도로시와 토토, 허수아비, 양철나무꾼, 사자는 때로는 지혜로, 때로는 용기로 역경을 헤쳐 나간다. 절벽은 사자가 모두를 등에 태우고 훌쩍 뛰어서 건넜다. 몸뚱이는 곰 같고 머리는 호랑이 같이 생긴 칼리다라는 짐승은 허수아비가 꾀를 내서 해치운다. 강은 양철나무꾼이 뗏목을 만들어서 건넜다.

죽음의 양귀비 꽃밭에서는 상당히 곤란을 겪기도 했지만 들쥐 여왕을 살쾡이로부터 구해준 덕분에 도움을 받아 무사히 위기를 넘긴다.


마침내 에메랄드 시에 도착한 도로시와 일행은 입구에서 문지지가 나누어준 초록색 안경을 쓰고 도시 안으로 들어간다. 거리에는 초록색 대리석에 반짝이는 에메랄드를 아로새긴 아름다운 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들 역시 초록색 대리석이 깔려 있는 길을 걸어갔다. 마침내 오즈 마법사의 궁궐에 도착하자 병사와 하녀가 도로시 일행이 쉴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해주었다. 

다음 날, 도로시가 오즈를 만나기 위해 방에 들어가자 옥좌에 커다란 '머리'가 있었다. 오즈는 도로시에게 은구두를 어디서 얻었는지, 이마의 입맞춤 자국은 누구한테서 얻은 것인지, 소원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도로시는 사실대로 말한 뒤, 자기의 소원은 아저씨와 아줌마가 계신 캔자스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즈는 서쪽의 못된 마녀도 죽이고 오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한다. 도로시는 상심해서 울음을 터뜨린다.

다음으로 허수아비가 오즈를 만나러 가니, 에메랄드 옥좌에 아름다운 귀부인이 앉아 있었다. 이번에도 오즈는 허수아비에게 서쪽 마녀를 죽이고 오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한다. 허수아비 역시 슬픔에 잠긴다.

다음 차례는 양철 나무꾼이었는데, 이번에 나타난 오즈는 무시무시한 짐승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코끼리 만큼이나 몸이 컸고, 머리는 코뿔소 같았지만 눈이 다섯 개나 달려 있었으며, 몸통에는 다섯 개의 긴 팔이 달려 있었다. 또한 길고 가느다란 다섯 개의 다리가 있었고, 헝클어진 털이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이번에도 오즈는 양철나무꾼에게 서쪽 마녀를 죽이고 오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한다. 나무꾼 역시 몹시 실망했다.

마지막으로 사자가 들어가니 오즈는 맹렬히 타오르는 불덩어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오즈는 사자에게 서쪽 마녀를 죽이고 오라고 명령한다.


서쪽 마녀를 죽이지 않으면 소원을 이룰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 도로시 일행은 위험하긴 하지만 모험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눈은 하나 뿐이어도 어디든지 다 볼 수 있는 서쪽 마녀가 도로시 일행의 계획을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그래서 늑대에게 도로시 일행을 죽이고 오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늑대들은 양철나무꾼이 휘두른 도끼에 모두 죽어버렸다. 화가 난 서쪽 마녀는 까마귀 떼를 보낸다. 하지만 허수아비가 까마귀를 유인해서 모조리 목을 비틀어 버린다. 마지막으로 벌떼를 보내지만 이를 눈치챈 도로시 일행이 양철나무꾼만 빼고 모조리 숨어버리는 통에 벌떼는 양철나무꾼에게 침을 쏜 뒤 모두 죽어버렸다. 서쪽 마녀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노예로 삼은 윙키들을 보냈지만 이번엔 사자가 으르렁 거리며 덤벼들어 모두 쫓아버린다.

마녀는 마지막으로 선반에서 금으로 된 모자를 꺼내서 썼다. 모자는 날개 달린 원숭이를 세 번 불러낼 수 있는 신기한 능력이 있었다. 원숭이들은 양철나무꾼과 사자를 높이 들어올렸다가 던져버렸고, 도로시와 사자, 그리고 토토는 서쪽 마녀에게 끌고 갔다.

서쪽 마녀는 도로시의 이마에 있는 입맞춤 자국 때문에 해치지는 못했지만 도로시가 신고있는 은구두는 매우 탐이 났다. 그래서 매일같이 도로시에게 힘든 일을 시키며 학대하다가 도로시의 한쪽 구두가 벗겨지자 얼른 신발을 빼앗아 신어버렸다. 이에 화가난 도로시가 물통을 들어 마녀에게 쏟아 버렸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마녀는 물이 몸에 닿자 점점 오그라들고 쭈그러지더니 완전히 녹아서 없어져 버렸다.

도로시는 사자와 함께 성으로 가서 윙키들을 불러모은 뒤, 그들이 더 이상 노예가 아니라고 선언한다. 그런 다음 땜장이를 불러 양철나무꾼을 수리하고, 질 좋고 깨끗한 짚을 구해다가 허수아비의 몸 속에 채워 넣었다. 그리고 찬장에서 서쪽 마녀의 모자를 쓴 뒤 에메랄드 시로 출발한다.


에메랄드 시로 가는 방법을 들쥐들에게 물어보자 들쥐들이 서쪽 마녀의 황금 모자 사용법을 알려준다. 도로시는 날개 달린 원숭이들을 불러서 에메랄드 시로 돌아간다.

도로시가 서쪽 마녀를 없앴다는 소문은 금새 에메랄드 시에 퍼졌다. 하지만 오즈는 도로시 일행을 만나려 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도로시는 만약 오즈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날개달린 원숭이들을 시켜 혼내주겠다고 선언한다. 오즈는 과거에 서쪽에서 날개달린 원숭이에게 혼이 나서 쫓겨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도로시 일행을 만나기로 한다.

오즈 마법사의 방으로 가니 엄숙한 목소리만 들렸다. 도로시 일행은 소원을 들어달라고 외쳤지만 오즈는 뜨뜻미지근한 태도로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는 맥빠진 소리만 중얼거린다. 그러자 사자가 으르렁 거리며 겁을 주었고, 깜짝 놀란 토토가 펄쩍 물러서다가 방 구석에 세워놓은 병풍을 넘어뜨리고 만다. 그러자 그곳에서 대머리에 얼굴은 온통 주름살 투성이인 작달막한 늙은이가 나타난다.

사실 오즈는 서커스에서 큰 풍선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기구를 잡고있는 밧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이곳에 오게된 것이었다. 사람들은 오즈가 하늘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위대한 마법사라고 생각했고, 오즈는 그들을 속여 왕처럼 살았던 것이다.

어쨌건 오즈는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고 장담하며 다음 날 다시 오라고 했다. 다음 날 오즈는 허수아비에게 왕겨와 핀, 바늘을 가지고 만든 새로운 두뇌를 주었고, 양철나무꾼에게는 비단 주머니에 톱밥을 채워 넣은 예쁜 모양의 마음을 주었으며, 사자에게는 용기를 내는 마법의 약을 주어 먹게 했다. 모두들 자신의 소원이 이뤄진 데 대해 매우 기뻐했다.

마지막으로 도로시의 소원을 들어줄 차례였다. 오즈는 에메랄드 시에서의 생활이 슬슬 지겨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도로시와 함께 기구를 타고 캔자스로 가기로 했다. 며칠 동안 열심히 기구를 만든 뒤 뛰우는 순간, 토토가 사라져 도로시는 기구에 타지 못한다. 아쉽게도 오즈 혼자서 기구를 타고 하늘로 날아가버린다.


켄자스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진 도로시는 너무 슬퍼서 엉엉 울었다. 다른 일행들도 모두 함께 슬퍼하고 있을 때, 한 병사가 글린다에게 도움을 청해보라고 권한다. 글린다는 남쪽에서 콰들링들을 다스리며 사는 착한 마녀였다.

도로시 일행은 나무들의 공격을 물리치고, 도자기들로 이뤄진 도시를 지난 뒤 숲으로 간다. 그 숲에는 거미처럼 생긴 괴물이 살고 있었는데, 이제는 용감해진 사자가 괴물을 물리치고 동물의 왕이 된다. 망치 머리들의 공격을 피해 성으로 가니 빨간 루비 옥좌에 앉은 글린다가 있었다. 그녀는 젊고 아름다워 보였으며, 숱 많은 빨간색 머리가 어깨까지 치렁치렁 드리워져 있었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파란 눈의 글린다가 상냥하게 도로시를 바라보며 무엇을 도와주면 좋은지 묻자, 도로시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회오리바람에 실려 오즈의 나라에 간 이야기, 친구들을 만난 이야기, 그 동안 겪은 놀라운 모험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털어 놓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켄자스로 돌아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글린다는 황금 모자를 주면 방법을 가르쳐주겠다고 말한다. 황금 모자를 주가 글린다는 다른 일행에게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물었다. 허수아비는 에메랄드 시 사람들이 자기를 임금으로 삼았고, 자기도 에메랄드 사람들이 좋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고 싶다고 말한다. 다음으로 양철나무꾼들은 윙키들이 친절하게 대해주었고 임금이 되어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고 싶다고 말한다. 사자는 언덕 너머 숲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글린다는 날개달린 원숭이들을 불러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겠다고 말한다. 또한, 도로시가 신고 있는 은구두의 뒤꿈치를 세 번 맞부딪히면서 켄자스로 데려다 달라고 말하면 집으로 갈 수 있다고 알려준다. 친구들은 작별이 아쉬워 눈물을 흘렸다. 착한 마녀 글린다도 도로시에게 작별의 입맞춤을 해주었다. 도로시는 토토를 힘껏 끌어안고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 다음 은구두의 뒤꿈치를 세 번 맞부딪혔다.

엠 아줌마가 양배추 밭에 물을 주려고 나오다 도로시를 보고 뛰어와 얼굴에 입맞춤을 퍼부었다. 은구두는 하늘을 날아오는 동안 벗겨져서 사막에 묻혀 버린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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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에 출간된 <오즈의 마법사>는 도로시라는 평범한 시골 소녀가 환상적인 오즈의 나라로 모험을 떠나는 내용인데, 거기서 만나는 친구들은 자신의 진짜 능력을 깨닫지 못한 순박한 캐릭터들이다. 어려움이 닥치면 현명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허수아비, 누구보다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양철나무꾼, 두려움에 떨면서도 친구들을 위해 용기를 내는 사자. 그래서 동화를 읽는 내내 진정한 지혜란, 진정한 사랑이란,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아름답고 풍요로운 나라 오즈를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도로시. 세상 어느 곳 보다도 집만한 곳은 없다는 것은 일견 단순해 보이는 주제이지만, 헨리 아저씨와 엠 아줌마가 혈연으로 엮인 가족이 아니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렸을 적부터 다양한 형식의 생산물로 <오즈의 마법사>를 소비해 왔지만, 원본을 제대로 읽어본 기억은 없어서 소설가 김석희의 번역본으로 사다 읽었다. 나중에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가급적 줄거리를 충실하게 축약해서 적어 놓았다.

 

어린이 동화에 수록된 OZ라는 단어의 연원은 이렇다. 작가가 알파벳 순서로 파일을 정리하는데 A부터 N까지가 첫째칸, O부터 Z까지가 둘째 칸이어서 둘째칸의 라벨을 따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즈의 마법사>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시도가 있는데, 그에 따르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그 내용이 사뭇 흥미로워 여기 옮겨 적어본다.


<출처: 나무위키>


L. 프랭크 바움은 원래 포퓰리즘에 빠진 대중주의자였다. 처음 출판에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후에 고등학교 선생 헨리 리틀필드에 의해 포퓰리즘 메시지가 담겨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작가가 직접 인정한 게 아니라 공인된 것은 아니지만, 알고 보면 너무 딱 들어 맞아서 의도하지 않았다고는 하기 힘들다. 해석한 바에 따르면 심볼리즘은 아래와 같다:

  • 허수아비는 당시 인플레이션과 금본위제도에 의해 파산한 농부

  • 양철나무꾼은 안전규정 없이 낮은 임금으로 일하던 노동자

  • 겁쟁이 사자는 1896년 대선 후보였던 윌리엄 J.브라이언

  • 동쪽의 마녀는 거대 트러스트 기업들(록팰러, 카네기, JP모건 등등)과 은행

  • 도로시는 일반 미국(중산층) 시민들

  • 에메랄드 도시는 워싱턴 D.C

  • 날아다니는 원숭이들은 아메리카 원주민


외에도 노란 벽돌 길은 금본위제도를 상징하며, 도로시가 원래 신고 있던 은신발은 은본위제도를 상징한다. 1883에 목화의 값이 급감하면서 타격받은 농민들은 쌓인 빛 때문에 고생하였는데, 금본위제도에서 은본위제도로 넘어가게 되면 통화의 가치가 내려가면서 지고있던 빚도 내려가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걸 이용해 농민들에게 어필한 게 브라이언의 "그렌지" 당이었다. 톰 왓슨, 벤저민 틸먼, 레오니다스 폴크 등의 정치인들을 정계로 넣는데에는 성공하나 결국 공화당에게 패배하고 대중주의가 식어버려 분열하여 사라진다.

또한 은 신발(은본주의)을 신고 노란 벽돌 길(금본주의)을 걸으며 양철나무꾼(노동자), 허수아비(농부)와 같이 에메랄드 도시(수도)로 향한다는것은 당시 정치상황에 대한 적합한 비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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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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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귄 지 1년 된 연인 히데아키가 돌연 "나, 결혼해"라는 말을 꺼냈을 때, 다카코는 무슨 말인지 얼른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와 헤어진 뒤 홀로 자취방으로 돌아온 뒤에야 다카코는 조금씩 머리가 냉정해지면서 슬픔에 잠긴다.

회사를 관두고 매일 잠으로 도피하던 다카코에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외삼촌이 전화를 걸어온다. 외삼촌은 중고서점들이 모여있는 진보초 역 인근에서 '모리사키 서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2층에 방이 비어있으니 언제든 와서 마음껏 지내라고 했다. 아마도 다카코의 사정을 들은 어머니가 걱정이 되서 외삼촌에게 연락한 모양이었다.

규슈로 돌아오든지 모리사키 서점으로 가서 한동안 지내든지 택일해야 했던 다카코는 서점으로 가서 지내는 편을 택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근현대문학에 애정을 갖고 있는 손님들과 소박한 이웃들을 만나면서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마침내 히데아키를 찾아가 자신이 상처받았음을 분명히 이야기함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모모코 외숙모가 외삼촌에게 되돌아온 이야기와 다카코가 와다씨라는 상큼한 청년과 가슴 두근거리는 연애를 새로 시작한 이야기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소설은 감수성 예민한 시기라면 그럭저럭 읽힐 내용이다.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깊이 같은 것이 없어도 독특한 분위기만 있으면 가슴 찡할 시기가 아닌가. 하지만 40대에 접어는 나는 주인공의 아픔과 극복하는 과정에 그다지 공감하지 못했다. 삶은 소설보다 훨씬 심각한 상처를 개인에게 남기고, 그것을 극복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영상이 예쁠 것이라 생각했는데 휴가 아사코 감독, 기쿠치 아키코 주연, <모리사키 서점의 하루하루>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도 개봉이 된 모양이다.


작품의 배경이 근현대 일본문학을 전문으로 하는 서점이다 보니 작가와 작품들이 인용되는데 참고 삼아 적어본다.


언급된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쓰메 소세키

모리 오가이

시가 나오야

다네다 산토카

나가이 가후

다니자키 준이치로

사토 하루오

우노 코지

후쿠나가 다케히코

오자키 가즈오


언급된 작품


<어느 소녀의 죽음까지> 무로 사이세이

<여학생> 다자이 오사무

<어느 마음의 풍경> 가지이 모토지로

<언덕의 중간> 이나가키 다로호

<우정>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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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소녀
잭 케첨 지음, 전행선 옮김 / 크롭써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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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면 아이는 홈플러스 문화센터에 발레를 배우러 가고, 나는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책을 한 권 사서 읽는다. 토요일은 그런 식으로 한가하게 흘러간다.

그런데 이번엔 책을 좀 잘 못 골랐다. 책을 읽다가 느낀 섬뜩함. 그렇다. 나는 이 추악한 이야기를 영화로 본 적이 있다. 책 표지에 "두 차례나 영화화된 문제작" 이라고 쓰여진 문구를 보고도 눈치 채지 못한 이유는 영화 제목이 책 제목과 달랐기 때문이다. 내가 본 영화 제목은 <아메리칸 크라임>이었다. 그나마 영화는 책에 비하면 양반이며, 책은 욕지기가 나올 정도로 구역질 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사건이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파리대왕>과는 다르다. 책을 읽는 내내 몸이 아플 정도의 긴장감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완독한 이유는 어떤 의무감 때문이었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직시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의무감. 

 

http://blog.naver.com/rainsky94/221242569520


 

실제 사건에 대해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면 '베니체프스키 대 인디애나 주 사건' 을 찾아보면 된다.

 

https://namu.wiki/w/%EB%B2%A0%EB%8B%88%EC%B2%B4%ED%94%84%EC%8A%A4%ED%82%A4%20%EB%8C%80%20%EC%9D%B8%EB%94%94%EC%95%A0%EB%82%98%20%EC%A3%BC%20%EC%82%AC%EA%B1%B4

 

영화 <아메리칸 크라임>에 관한 블로그 글

 

https://blog.naver.com/rainsky94/22046270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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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3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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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843~1848


칠레 발파라이소에 영국인들이 이주해서 자리 잡고 살기 시작한 것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영국인들은 인디오들의 거주지와 떨어진 곳에 모여 살았고, 영국 본토의 생활 습관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그 영국인 거주지에 소머즈 남매가 살고 있었다. 맏이 제레미 소머즈는 <대영제국 수출입 회사>의 지점장이었는데 신중한 성격이었고, 둘째 존 소머즈는 선장으로 자유분방한 성격이었으며, 막내 미스 로즈는 아리따운 여성이었다.

1832년 3월 15일, 그들의 집 앞에 누군가가 갓난아이가 들어있는 바구니를 놓아두고 사라진다. 미스 로즈는 자신의 집 앞에 아이가 버려진 것은 운명이라 생각하여 엘리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애지중지 키운다.

사실 미스 로즈는 과거에 빈 출신의 테너 가수 칼 브렛츠너와 염문을 뿌린 일이 있었는데, 그 애정행각이 좋게 끝나지 않았고 그때의 소문과 기억 때문 자기 인생에서 '결혼' 이라는 통과의례를 없애버린 아픔이 있었다. 그래서 제이컵 토드라는 젊은이가 열열히 구애하는데도 불구하고 끝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

어쨌든, 미스 로즈는 엘리사가 자기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고 그럴싸한 남편감을 만나 결혼한 뒤 그 남자를 적절히 조정해 가면서 비교적 독립된 삶을 꾸려가길 원했다. 그래서 마이클 스튜어드라는 어리숙해 보이는 장교를 엘리사에게 짝지워주겠다는 계획을 야심차게 추진하지만, 그 남자가 미스 로즈에게 반하는 통에 계획이 틀어지고 만다.

그리고 정작 엘리사는 호아킨 안디에타라는 이름을 가진, 다소 혁명가적 기질을 가진 인디오 청년에게 몸과 마음을 내주고 만다.


2부 1848~1849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되자 아메리카 대륙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까지 사람들이 몰려든다. 호아킨 안디에타 역시 금이 발산하는 마력에 사로잡혀 엘리사를 버리고 훌쩍 캘리포니아로 떠나버린다.

그가 떠난 뒤에야 엘리사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것과, 호아킨 없이 하루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엘리사는 그를 찾아가기로 결심한 뒤 항구로 가서 밀항을 알아보고, 타오 치엔이라는 중국인 의사이자 선원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런데 당시 칠레에 중국인은 흔치 않았는데 타오 치엔은 어떻게 흘러들어오게 되었을까? 타오 치엔은 본래 중국의 가난한 집안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는데, 부모가 빚에 쪼들리자 다른 한의사 집안에 팔려간다. 그런데 이 한의사가 꽤 양식 있는 사람이어서, 타오 치엔에게 의술과 시를 가르쳐 주는 스승이 된다. 타오 치엔은 그가 치매에 걸려 사망할 때까지 의술과 학문을 스펀지 처럼 빨아들인 뒤, 홍콩으로 건너 가 자신만의 진료실을 차려 꽤 많은 돈을 벌게 된다. 그때 사귄 친구가 에버나이저 홉스라는 영국인 의사로, 그와의 교류 덕에 타오 치엔은 서양식 의술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게 된다.

얼마 뒤 돈이 생기자 타오 치엔은 어렸을 때부터의 소원, 즉 전족을 한 여자를 색시로 맞아들인다. 하지만 아내 린이 얼마 지나지 않아 폐결핵으로 죽자 상심한 타오 치엔은 폐인처럼 생활하며 돈을 탕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술집에서 골아떨어진 타오 치엔이 납치되어 배를 타게 되는데, 그 배의 선장이 존 소머즈였다.

하여간 배 밑바닥에서 사산과 멀미, 고열로 시달리는 엘리사를 타오 치엔이 극진히 보살펴 살려낸다. 이들은 1849년 4월 어느 화요일 오후 2시에 샌프란시스코에 상륙하게 된다. 엘리사는 동양 남자아이처럼 의복과 머리를 바꾸고 타오 치엔과 함께 생활하는데, 이때 둘 사이에 다소 미묘한 기류가 형성된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다른 인종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시기였고 각자가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기에, 둘은 서로에게서 성적인 측면이 아니라 따뜻함을 갈구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편, 엘리사가 없어지자 소머즈 집안은 발칵 뒤집히고 이 과정에서 엘리사가 사실은 존 소머즈 선장의 친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엘리사가 발견될 당시 그녀를 감싸고 있던 조끼는 존이 하룻밤을 함께 보낸 칠레 여인에게 벗어준 옷이었다. 

존과 미스 로즈가 백방으로 엘리사의 행방을 수소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득은 없었다. 엘리사가 밀항했기 때문에 배에 탄 기록이 없었기 때문이다. 

얼마 뒤 이들은 엘리사가 죽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엘리사가 캘리포니아로 밀항할 때 자신을 간호해준 창녀에게 터키석을 고마움의 표시로 선물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나중에 이 터키석을 우연히 알아본 존 소머즈 선장이 창녀를 추궁하자 창녀는 그녀가 죽었다고 진술해버린 것이다.


3부 1850~1853


수십만명이 휩쓸고 지나간 캘리포니아에서 예전처럼 금을 발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사실 진짜 돈을 번 사람들은 금을 발견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을 배로 실어 날라준 선박 주인과, 그들이 먹을 신선한 음식을 공급한 상인, 그리고 창녀들을 관리하는 포주들이었다.

엘리사는 타오 치엔과 헤어진 뒤 조와 바발루가 이끄는 무리에 껴서 호아킨 안디에타를 찾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대신 호아킨 무리에타라는, 비슷한 이름을 가진 악당의 이름만 간간히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엘리사는 그가 틀림없이 자신이 찾는 남자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신출귀몰하는 범죄자였기에 찾을 길이 막막했다. 

그런데 당시 그에 관한 기사를 간간히 써내는 기자가 있었는데, 그는 다름 아닌 제이컵 토드였다. 미스 로즈에게 고백했다가 거절 당하고, 선교자금을 유용했다가 들통 나 혼쭐 났던 그는 존 소머즈의 도움으로 영국에 갔다가 우연한 기회에 캘리포니아에 와 기자가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허풍은 여전해서, 호아킨 무리에타에 관한 기사는 모두 그가 지어낸 기사였다. 물론, 어느 정도 풍문과 아주 약간의 사실은 있었지만, 전체적인 면에서 보면 거짓말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엘리사는 제이컵 토드를 찾아가서 호아킨 무리에타에 관해서 질문을 한다. 제이컵 토드는 얼버무려 남자아이를 쫓아낸 뒤에야 사실은 그가 변장한 엘리사라는 사실을 깨닫고 존에게 그녀가 살아있음을 알려준다.

몇 년이 흐른 뒤 엘리사는 자신이 호아킨을 찾는 것이 사랑 때문인지 아니면 관성 때문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그의 얼굴도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엘리사는 그제서야 자신이 사랑한 것은 타오 치엔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시 만난 엘리사와 타오 치엔은 창녀들의 비참한 처지를 동정해 그녀들을 구해 독립된 삶을 살도록 지원하는 일에 매진한다.

어느 날, 호아킨 무리에타가 치안대에 사로잡혀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의 목은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게 전시되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시체를 확인하고 나오는 엘리사에게 타오 치엔이 그 사람이 맞는 지 묻는다. 엘리사는 '나는 이제 자유로워요' 라고 답한다. 죽은 것이 안디에타였기 때문에 자유로워졌다는 것인지, 아니면 안디에타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동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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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페루 리마에서 출생한 이사벨 아옌데는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칠레 작가로, 의붓아버지가 외교관인 덕택에 어렸을 적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고 한다. 17세에 칠레 산티아고에 정착한 뒤에는 저널리스트, 편집자, 희곡 작가로 활동했다.

그녀의 삼촌이 바로 저 유명한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인데, 피노체트의 쿠데타 이후 그녀도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통에 1975년 베네수엘라로 망명을 떠나게 된다. 망명지에서 완성한 소설이 바로 <영혼의 집(82)>이다. 이후 미국에 정착한 뒤 발표한 소설이 이 <운명의 딸(99)>이고, 2000년에 발표된 후속편 <세피아 빛 초상화(00)>와 함께 3부작을 이룬다.


마술적 리얼리즘과 에로티시즘, 페미니즘이 조화를 이루는 그녀의 소설이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녀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사실 때문인 것 같다.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는 것은 소설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일 수밖에 없는데, 이사벨 아옌데는 어디로 흘러갈지 궁금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천연덕스럽게 풀어내는데 천재적이다.

<운명의 딸> 역시 그런 매력이 한껏 발휘된 소설인데, 특히 삼남매라는 구도가 재미있다. 책임감 있는 큰오빠, 자유분방한 작은오빠와 천진난만한 여자 막내동생이라는 설정은 드라마나 소설에서 자주 사용하는데 큰오빠를 피해 나머지 두 동생들이 벌이는 소소한 모험들은 독자의 응원을 받기 마련이다. 우리 모두는 큰오빠가 되기 보단, 막내동생이 되고 싶은 기질이 있지 않은가? 피노키오, 허클베리핀, 톰소여 등을 우리가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낮동안 자켓을 벗고 돌아다녀야 할 정도로 날씨가 갑자기 더워졌다. 나주에 있는 정보센터에 출장을 갔다 집에 돌아오니 6시였다. 문득, 저녁이면 일찍 퇴근해서 딱딱한 침대에 누워 책이나 보고 싶다던 장정일의 독서일기 한 구절이 생각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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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병, 평화의 길을 열다
사토 다다오 지음, 설배환 옮김, 한홍구 해제 / 검둥소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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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전쟁은 왜 일어날까?


전쟁의 원인을 밝히는 일은 목숨 걸고 해야하는 일이다. 그래서 어렵다.

전쟁을 일으키는 나라는 전쟁에서 이기려고 한다. 정치가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일치단결하여 상대편을 적대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때 자국에 '아니, 상대 국가가 나쁜 게 아니라 우리 나라가 나쁜 건 아닐까?' 하고 조금이라도 의문을 품는 사람이 있으면 정치가는 이를 그냥 놔두지 않는다. 전쟁을 벌이고 있을 때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어느 시대 어떠한 전쟁에서도 외국을 침략하는 나라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욕심이 많아서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 나라는 정당한 데 비해 상대편 나라는 올바른 자기 나라의 주장을 듣지도 않고 멋대로 지껄이며 반항하기 때문에 이를 벌하기 위해 공격하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2. 태평양전쟁은 왜 일어났을까?


1941년 12월 8일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일본은 미국, 영국, 중국 등을 상대로 대규모 전쟁을 치렀는데 당시 일본은 이 전쟁을 대동아전쟁이라 했고, 전후에는 태평양전쟁이라고 불렀다.

당시 미국은 일본에게 중국 침략을 중지하지 않으면 일본에 석유와 철을 팔지 않겠다고 했다. 석유가 나는 또 다른 나라 인도네시아 역시 네델란드가 지배하고 있었는데 미국과 한 편이었다. 이 동맹을 ABCD 포위진(America, Britain, China, Dutch) 이라 한다.

일본은 당시 중국을 침략했으면서도 점령하지는 못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중국 참략을 멈출 수 없었고, 석유가 바닥이 나서 중국과의 전쟁에서 패하느니 미국을 공격하자고 생각한 것이다.


3. 중일전쟁은 왜 일어났을까?


1894년부터 1895년까지 조선에서는 동학 운동이 전개되고 있었는데, 일본과 청이 각각 조선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군사를 보냈다가 전쟁이 일어난다. 일본은 청의 군대를 물리친 뒤 요동반도와 대만을 자국의 영토로 삼는다.

1904년부터 1905년까지는 러일전쟁이 일어났다. 일본은 이 전쟁에서도 승리한다.

당시 일본은 자신들이 중국인과 조선인을 지도하여 아시아를 침략하는 유럽 국가에 대항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메이지 지식인들 중 일부는 조선, 중국, 일본이 손을 잡고 유럽 열강에 대항하자는 인식을 갖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달랐다. 실제는 침략전쟁 형태를 띨 수밖에 없었다.

한편, 당시 정치가는 군인들을 통제할 힘이 없었다. 관동군이 그렇다. 1920년대 무렵 관동군 장교들 중 일부가 중국 등베이지방을 독립시킬 계획을 세우고 1931년 전쟁을 벌인다. 멸망한 청나라 황제 푸이를 데려다 황제 자리에 앉히고 이 지방을 만주국이라 칭했는데, 정치인들은 돌발행동을 하는 군인들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메이지 시대에 만들어진 헌법에 일본 군대는 정치가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천황의 명령을 따른다고 되어 있었다.

다른 예로는 1937년 7월 7일에는 베이징 교외의 루거우차오 근처에서 훈련 중이던 일본군이 중국군과 소규모 전투를 벌인 사건이다. 일본 정부는 군에 더 이상 전투를 확대시키지 말라고 요구했지만, 군은 남경을 공격하기 위해 대군을 파견한다.


4. 국가와 국가의 교류방법


아무리 큰 나라가 조그마한 나라를 자국의 위세에 따르도록 하려고 해도 갑자기 침략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때 내세우는 구실은 그 나라에서 자신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집단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 집단이 나쁜 사람들에게 참혹한 짓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가서 지켜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며 군대를 보내는 것이다.

미국이 베트남 남부에 군대를 파견한 것이나, 청일전쟁때 일본이 조선에 군대를 파견한 것이나 위의 경우를 따른 것이다. 예는 이 외에도 많다. 1898년 아메리카 에스파냐 전쟁 당시 미국이 쿠바에 군대를 파견한 것 역시 비슷한 사례다.

혁명이든 독립이든 결코 이웃 나라의 힘을 빌려서는 안된다. 이웃 나라의 힘을 빌려서 이룬 혁명과 독립은 결국 그 나라로의 종속을 불러올 뿐 진정한 혁명과 독립을 일구어 내지 못한다. 또한, 똑같은 것을 반대 입장에서 말하면 어떠한 나라의 혁명과 독립에 이웃나라가 끼어들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대로 단정짓는 일들이 전쟁을 정당화 한다. 1956년 소련이 헝가리를, 1968년에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한 일이 그렇다. 미국이 베트남에 개입한 일도 그렇다. 그들은 자신들의 체제가 가장 우월하기 때문에 전쟁과 침략이 정당화된다고 멋대로 단정했다.


5. 군인은 전쟁을 멈출 수 없다


알제리 전쟁 당시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전쟁을 중단하고 알제리 독립을 인정하라는 명령을 내리자 알제리 현지에 있는 프랑스군 일부가 자신들은 대통령의 명령에는 따르지 않겠다며 반란을 일으킨다. 더글라스 맥아더는 미정부의 정식 명령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가 트루먼 대통령에 의해 사령관직에서 해임된다.

군인은 정치가의 명령에 따른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이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정치가가 군인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경고했듯이 국산복합체의 등장으로 평화는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 전쟁 덕에 돈을 벌어들이다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6. 2차 세계 대전은 왜 일어났을까?


전쟁에는 여러가지 명목을 붙일 수 있지만 승리하면 득이 된다는 점이 어찌 되었든 근저에 깔려 있다. 독일, 일본, 이탈리아는 '가지지 못한 자' 동맹이었다. 그들은 식민지를 갖고 싶었고, 군국주의를 취하게 된다. 그리고 공산주의 반대 기치를 내걸고 미국과 영국, 소련에 대항해 전쟁을 일으킨다.


7. 미국과 소련의 대립


2차 세계대전 후에는 미국과 소련이 대립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세력권을 이뤄 대립한 것이다. 스탈린이나, 매카시나 같은 방법을 써서 체제를 유지하려 했다. 공포 조장과 숙청이다.


8. 서로서로 돕자


어느 나라 종교에서든 신이라는 존재는 정의로운 자의 편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면 신이라는 존재는 누구보다도 강하므로 신이 자신들의 편을 들어주면 당연히 승리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결국 정의로운 자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논리가 생긴다. 이 논리를 역으로 생각하면 전쟁에서 승리한 자는 정의롭다는 것이 된다.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전쟁은 승리하기만 하면 옳은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정의롭다는 것과 강하다는 것은 필연적인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가족끼리는 강자가 약자를 돕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데 비해, 학교에 가게 되면 더 이상 그렇게 되지 않는다. 학습에서 경쟁하게 되고 경쟁에서 승리한 자가 어른이 된 후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배운다. 이것은 슬픈 일이다.


9. 종교와 전쟁


이스라엘의 유대인과 그 주변의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등의 아랍인들

키프로스 섬의 그리스인과 터키인

미국의 흑인과 백인

1971년 일어난 방글라데시 독립과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전쟁

카톨릭을 믿는 아일랜드와 영국교를 믿는 영국

스리랑카의 싱할라인과 타밀인

국왕이 미국을 지지했다가 1979년 혁명이 일어난 이란

이란을 제지하기 위해 미국이 원조한 이라크, 그러나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공격하여 벌어진 걸프전쟁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 그리고 무기를 원조했지만 탈리반에게 호되게 당한 미국


10. 인구 증가는 전쟁의 원인이 될까?


지금까지의 역사를 살펴보면 전쟁을 일으킨 것은 주로 국민이 충분히 음식을 먹고 있는 풍요로운 나라였다. 물론 급격한 인구증가로 실업자가 증가하여 그 불만을 다른 나라를 침략함으로써 돌리려고 하는 정부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수는 있다.


11. 전쟁은 인간의 본능?


잘 설명하기 어려운 것을 무엇이든 본능이라고 말해 버리는 것은 깊이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확실한 증거가 없는 말을 사용할 때는 상당히 주의해야 한다.


12. 평화를 위한 학습


평화와 관련된 것을 정치가와 학자들에게만 맡겨 둘 수는 없다. 왜냐하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정치가는 국민에 의해 선출되는 것이므로 그러한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지 않은 국민이 그러한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정치가를 뽑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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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사토 다다오는 1930년생으로 14세의 나이에 소년병으로 태평양전쟁에 참전한 이력이 있다. 그 뒤 철도와 전신전화공사에서 근무하다가 <영화평론>, <사상의 과학>등의 잡지에 글을 쓰기 시작, 1956년 평론집 출간 뒤 집필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한편, 영화 관련 일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 1990년부터 '아시아 포커스 후쿠오카 영화제'의 제네럴 디렉터 직을 수행하고 있고, 1996년부터는 일본 영화학교장으로 재직중이다.

이 책은 작가가 1974년에 전쟁과 평화에 대한 상념들을 정리했던 글을 2007년에 보완한 것으로 학문적으로 깊이 있는 글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함께 생각해볼 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읽는 동안 곰곰히 생각에 잠기게 하는 대목들이 있는데, 남한 역시 베트남과 이라크에 파병한 가해국가일 수 있다는 자기반성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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