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사는 남자
우타노 쇼고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1933년 9월 14일 기슈 지방의 시라하마로 내려간 에도가와 란포는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은 절망에 빠져 투신을 결심한다. 하지만 결행 직전, 즈카모토 다다시라는 청년이 란포를 저지하여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한다.

그런데 다음 날, 란포의 목숨을 구해준 즈카모토 다다시가 하기와라 사쿠타로의 시 <달에 울부짖다> 내용을 모방한 기묘한 자세로 목숨을 끊는다.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자세로 목을 메단 것이다. 이 광경은 포장마차를 하는 남자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그는 자신의 포장마차를 묶어놓은 끈을 누군가 가져간 것 같아 언덕을 오르다 시체를 보게 된 것이다. 남자가 허겁지겁 순사를 데리고 오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다다시의 시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경찰은 때마침 불어온 강풍에 시체가 바다로 빠졌다고 판단하여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에도가와 란포는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타인의 목숨을 구해준 다음 날 자신의 목숨을 끊는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았던 것이다.

여관 종업원의 말에 따르면 청년은 월애병(月愛病)을 앓는 것 같다고 했는데, 얼굴에 하얗게 분칠을 하고 여자 가발을 쓴 뒤 기모노를 입고 달을 쳐다보곤 해서 섬뜩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청년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시의원인 다다시의 아버지 다이조와 동생이 왔는데, 동생 즈카모토 히토시는 죽은 다다시와 얼굴이 꼭 닮은 쌍둥이었다.


한때는 추리소설계의 거장으로 군림했으나 현재는 창작력 고갈로 절필한 호소미 다쓰토키가 <백골귀> 라는 이름으로 잡지에 연재되기 시작한 소설을 읽고 호기심을 느낀다. 작품은 에도가와 란포의 미발표작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구성과 내용이었다. 호소미는 작품이 발표된 잡지의 편집자에게 연락해 작가와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만남은 곧 성사되는데, 뜻밖에도 니시자키 가즈야라는 이름의 신예작가는 호소미 다쓰토키의 진지한 독자이자 팬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호소미가 대뜸 니시자키 가즈야를 호통치며 진짜 작가가 누군지 대라고 윽박지른 것이다. 묘하게도 니시자키는 순순히 자신은 진짜 작가가 아니라고 고백한 뒤, 도작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다만 경찰이었던 자신의 할아버지가 쓴 사건기록노트를 참고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백골귀>의 2회에는 시인 하기와라 사쿠타로가 등장한다. 이때부터 실제 추리는 하기와라 사쿠타로가 도맡아 하고, 추리소설계의 거장 에도가와 란포는 왓슨 박사 역할 정도로 머물게 된다. 사건의 변수가 되는 새로운 인물도 등장하는데 기타가와 유키에라는 이름의 여성이다. 이 여성은 죽은 다다시의 동생 히토시의 약혼녀였는데, 그다지 지조가 없는 여자로 다다시에게도 매력을 느껴 따로 고백까지 한 것 같다. 

그렇다면 다다시는 동생의 약혼녀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절망하여 자살하게 된 것일까? 죽기 직전 입었다는 기모노도 알고보니 유키에의 것이라지 않는가?

하지만 사쿠타로는 죽을 사람이 우연히 포장마차를 발견하고 거기에 묶인 줄을 사용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도하는 자세로 있었던 것은 겨드랑이 사이에 고무공 같은것을 끼워넣어 맥이 잡히지 않게 하려는 자세였다고도 했다. 사쿠타로는 확신에 차 다다시의 생존설을 주장했고, 그를 찾아 모든 비밀을 밝혀내겠다고 공언한다.


이상이 <백골귀>의 2부이다. 그런데 이 시점부터 호소미 다쓰토키는 니시자키 가즈야에게 <백골귀>의 최종편 원고를 자신에게 팔아넘기라고 집요하게 설득하기 시작한다. 잡지사가 에도가와 란포의 미발표 작품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켜 판매부수를 올리려는 전략을 취했으므로, 작가의 정체나 이름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호소미는 니시자키와 같은 알려지지 않은 작가가 <백골귀>를 단행본으로 펴내면 인세수입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지만, 자신과 같은 중견작가가 <백골귀> 작가였다고 밝힌 뒤 단행본을 내면 판매 규모가 꽤나 클 것이라며 니시자키 가즈야를 설득했다. 게다가 자신은 인세에 일체 손을 대지 않겠다고까지 선언한다. 

하지만 니시자키는 자신이 존경하던 작가가 추접스러운 논리로 자신의 작품을 취하려하는 데 진절머리를 내며 혐오감을 표시한다. 그러자 호소미는 사실 자신이 암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필사적으로 메달리는데, 그가 이토록 <백골귀>를 자신의 작품으로 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과연 명예욕 외 다른 이유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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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생인 우타노 쇼고는 후쿠오카에서 태어나 도쿄농공대학 농학부를 졸업한 뒤 1988년에 시마다 소지의 추천으로 <긴 집의 살인>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작가는 아비코 다케마루, 아야츠지 유키토 등과 함께 신본격 미스터리 계열로 분류되는데 서술 트릭을 잘 활용한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가 제57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과 제4대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했다. 또한 '이미스터리가 대단하다'와 '본격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는 독자의 편견을 날카롭게 꿰뚫는 트릭도 일품이지만, 삶에서 아름다운 때가 반드시 젊은 시절만은 아니라는, 당연하면서도 잊기 쉬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시 본 작품으로 돌아와서 <백골귀> 3회에서 사쿠타로는 트릭을 파해하여 사건을 해결한다. 시의원인 아버지 다이조가 분김에 히토시를 죽게한 뒤, 다이조와 다다시는 사건을 은폐하기로 계획한다. 그 결과 2년간 다다시는 히토시 행세를 하며 1인 2역을 했고, 자살사건을 일으켜 죄를 숨기려 했던 것이다.

다다시는 자전거 사고로 손가락이 골절된 적이 있는데 시신은 그런 흔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쿠타로 등은 다다시 생존을 믿고 끝까지 추리해낸 것이다.


그런데 책의 말미에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는 호소미 다쓰토키가 <백골귀> 원고를 자기것으로 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이유가 적혀있다. <백골귀> 이야기는 바로 그의 이야기였던 것. 

뒷이야기로 미루어보건데, 그가 사실은 히토시였던 것 같다. 애초에 죽었던 것이 히토시가 아니라 다다시였고, 히토시가 다다시 행세를 했던 거라는 암시가 곳곳에 적혀 있는데...그렇다면 <백골귀> 3회에서 둘만 있는 공간에서 자살한 것으로 그려진 아버지 다이조도 사실은 히토시가 형을 살해한 아버지가 미워 죽인것이 아닐까? 

그것은 호소미 다쓰토키가 저 세상으로 가져갈 그만의 진실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백골귀> 3부의 말미에 적힌 것처럼... 꿈같은 이야기면 어떠하리. 꿈같은 이야기면 어떠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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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한일전 펄프픽션 3
김종광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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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일전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스크린동굴식당에 속속 사람들이 도착한다.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은 장성이었다. 군복에 훈장을 덕적덕적 붙이고 권총을 소지한 채였다. 장성은 쿠데타에 참가한 군인들의 뒤를 닦아주며 착실히 출세가도를 달린 인물이었다.

다음으로 들어선 것은 검사였는데, 검사의 아버지는 국가적으로 손꼽히는 언론인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쿠데타에 반대했고, 그 때문에 장성에 의해 살해당했다. 교통사고로 교묘히 위장된 사고였지만, 검사는 최근 아버지의 죽음에 장성이 개입되었다는 증거를 최근 확보한 터다. 검사는 어떤 식으로든 복수를 하리라 맹세했다.

검사가 식당을 대충 둘어보니 사장, 주방장, 웨이터 모두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주방에 접대부가 쓰러져 있을 뿐이었다.

연해 재벌3세, 장관, 의사, 교수 등이 뒤를 이었다. 재벌3세는 당연히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 했고, 장관과 교수는 권위의식과 전시행정에 절은 꼰대였으며, 의사는 성폭력당한 전력 때문에 성에 집착하는 색정광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소녀 하나도 그들 사이에 끼어  중계를 보게 된다. 남북단일팀과 일본의 축구경기가 시작되고 후반전으로 접어들었을 때, 뜬금없이 소녀가 저승사자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소녀는 자신이 데려갈 사람이 누구인지는 잊어버렸지만, 그러나 어쨌든 축구경기가 끝나면 한 명을 데려가야 한다고 선언하듯 말한다.

장성, 검사, 재벌3세, 장관, 의사, 교수는 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기 위해 야비한 술수를 쓰고 선동을 일삼으며 계략을 짜기 시작한다. 


김종광의 <모내기 블루스>는 제목 때문에 몇 번 유혹을 받긴 했는데, 그 이유가 농촌소설에 대한 나의 편애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의 한일전>을 읽고 보니 앞으로는 미련을 갖지 않을 듯 하다. 속물들의 내면을 진부한 비유와 철지난 유머로 얼버무린 이 작품에서, 기대와 달리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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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자를 위하여
송영 지음 / 창비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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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발로자를 위하여 - 문예중앙 1998년 겨울호


동창  모임에서 박교수가 모스끄바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나'는 다짜고짜 여행에 끼워달라고 조른다. 언젠가 다시 발로자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발로자를 처음 본 것은 구십이년도였다. 그때는 쿠데타가 일어나서 의사당에 대포를 쏘고 옐찐이 탱크 위에서 연설을 했던 직후였다. 발로자의 본명은 블라지미르 띠호노프로 당시 여행안내인이었는데 유창하게 한국말을 구사했고, 친절하고 예의발랐다. '나'는 발로자에게 이상하게도 호감이 갔고, 그와 친교를 맺게 된다. 그래서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했는데, 그로부터 일년이 지나지 않아 그로부터 연락이 온다. 한국여성과 사랑에 빠진 그가 한국여행을 와서 전화를 준 것이다. 호감과 만남은 나이를 넘은 친교로 이어졌고, '나'는 발로자를 만나러 다시 러시아여행을 온 것이다.

다시 만난 발로자는 그다지 신색이 좋지 못했다. 짧은 여행이 끝난 뒤, '나'는 발로자가 자신을 끌어주었던 교수로부터는 배신자 취급을 당했고, 적당한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으며, 해외로 나가 교수자리를 얻으려던 노력들도 번번히 좌절되었다는 좋지 못한 소식들을 듣는다. '나'는 발로자가 꼭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던 예전의 그 말이 긴 여운으로 남아 가끔 발로자가 신음소리를 내는 것처럼 느낀다. 


o 두 사람 - 현대문학 2003년 1월호


퇴직 은행원 류광현씨. 모든 시민들이 '세기의 축구대결'을 기다리며 TV 앞에 바투 앉아 있을 지금, 그는 버스정류장에 책을 들고 나와 읽고 있다. 잠시 뒤 인기척을 느낀 류광현씨가 옆을 보니 한 남자가 앉아 있다. 그는 붙임성 있게 류광현씨에게 말을 걸더니 담배도 빌리고 신변잡기를 떠벌이기도 하더니 갑자기 자기 집에 초대를 하겠단다. 별난 인간이라 생각하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그는 아내에게 친구를 사귀었노라 자랑까지 한다. 얼마 뒤, 류광현씨는 그가 생각나 찾아가 봤지만 실상 잡동사니 따위를 나무둥치에 모아두었을 뿐인 자리였다. 그의 정체 역시 아무에게나 말을 걸며 담배나 빌리는 행려병자와 같은 사람임을 알게 된 류광현씨는 몹시 씁쓸한 기분을 느낀다.


o 천사는 어디있나? - 미네르바 2000년 봄호


신촌역 부근 하숙집에 사는 '나'는 키가 보통사람보다 훨씬 작은, 소위 난장이 사내와 살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김동정이었는데, 술집 앞에서 손님을 끄는 역할을 했다. 술을 잘 못 마셨고, 단 것을 좋아하는 김동정씨는 몹시 순박하고 착했다. 그래서인지 술집여자들도 김동정씨를 썩 좋아해서 사탕 따위를 사서 주기도 했다. 어느 날인가, 김동정씨가 자신을 좋아하는 아가씨가 있다고 고백하는데, 찬찬히 들어보니 김동정씨의 순수한 맘을 이용하려는 사기꾼이다. '내'가 그 사실을 지적하자, 김동정씨도 사실은 알고 있었던 듯 '언젠가 자신에게도 천사같은 여자가 나타날까요'라고 묻더니 씩씩하게 인사하고 직장으로 나갔다.


o 태어난 곳 - 실천문학 2002년 여름호


포천 면소에 다니는 군청 서기에게 '내' 고향이 똘뽀라 하니, 그런 지명은 처음 듣는다고 한다. 동리에서 오래된 노인들도 다들 똘뽀를 모른다 하니, '나'는 귀신에 홀린 기분이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한 노인네가 '알겠다' 하더니, 개울 주변에 돌을 많이 쌓아 돌보라 불리던 곳을 일러준다. 선생님이었던 '나'의 아버지가 그곳에 집을 짓고 살았고, 똘뽀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나는 내 고향이 똘뽀인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o 신뢰받는 인간 - 황해문화 1999년 겨울호


미국에서 영구귀국한 사내가 형의 연락처를 묻는데 '나'는 대답이 궁하다. 형은 소싯적에 잠시 유령회사 같은 곳에 다니며 잠깐 돈을 벌었을 뿐, 그 뒤로는 백수건달로 생활하며 간간히 나에게 돈을 빌어 썼고 현재는 알콜 중독이었다. 시설에 입소해있는 형을 자꾸만 찾으니 대답이 궁했던 것인데, '그'가 죽어라 형을 만나겠다 하고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되어 하루는 그의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시설로 안내한다. 그런데 시설 입구에서 그가 '이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어쩐지 형을 이곳에서 만나게 된다면, 형의 성격상 불쾌해할 것 같다는 것이다. 그는 친구로서 가장 큰 배려를 베푼 셈이었고, 우리는 요양원을 뒤로 하고 차를 타고 샛길을 다시 빠져나왔다.


o 자비와 동정 - 문학과 경계 2001년 여름호


어느 날 '나'는 종로 네거리에서 인사동 방향으로 혼자 걷다가 낯익은 얼굴과 조우한다. 수행승을 여럿 달고 오는 스님이었다. 스님의 이름은 성한경이었다.

중학교 시절 '나'는 있을 곳이 마땅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중학교를 중퇴하게 되었는데, 성한경이 어찌 눈치챘는지 '나'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졸업 때까지 머물라고 배려해주었다. 그런데 성한경네도 찢어지게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송정역 부근에서 철로에 떨어뜨린 석탄을 주워 생계를 연명할 정도였다. 성한경의 아버지는 세상 팔자 편한 사람으로 하루 번돈을 몽땅 술을 먹고 들어와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고 잤다. 성한경을 그런 아버지를 마치 자랑이나 하는 것 처럼 유쾌한 목소리로 '우리 아버지는 호인이다' 라고 말했다. 나는 성한경의 그런 태도와, '나'를 동숙자로 받아들여준 점 등을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한다.


o 성자의 그늘 - 문예중앙 2001년 여름호


몇해 전에 볼일이 있어 광주로 간 '나'는 옛 친구 김규석을 만난다. 그는 술담배를 하지 않는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는데, 아마도 독실한 기독교도인 그의 아내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런데 그날 유독 김규식이 나를 자기 집으로 이끌더니, 재떨이까지 대령하며 담배를 권하며 자기 이야기를 들어달란다.

그는 세상 없는 기독교도인 자기 아내가 사기꾼 외할아버지의 말에 속아 돈을 들어다 바친 일과, 존경받는 목사인 장인이 노인을 내친 이야기 등을 털어놓는다.


o 고려인 니나 - 창작과 비평 1999년 여름호


우리집 일을 도와주는 고려인 니나는 한국말이 서툴다. 아이가 입시를 앞두고 있어서 가끔 니나에게 짜증을 내는데, 니나는 품성이 좋아 그런지 다 받아준다. 니나에게 지하철 안내를 부탁하자 니나는 바쁜데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서 도와준다. 그리고 없는 돈에 초콜릿을 사서 아들에게 선물로 주라한다. '나'는 사정 때문에 니나를 해고해야 하는 상황이 마음 아프다. 니나는 해고를 통보 받고 "그럼 잘 가. 내 갈게" 라고 하고 선선히 포기하고 돌아선다. '나'는 너무 서툴게 행동한 게 아닌지 마음에 걸린다.


o 모슬 기행 - 현대문학 1995년 1월호


이라크 주한대사 가잘씨와 박해수 기자의 인연으로 '나', 홍명혜, 김정 등이 이라크 여행을 오게 되었다. 그런데 화가 김정이 가잘씨의 딸 로라에게 빠진 뒤 이라크에 남겠다고 떼를 쓴다. 그는 캐나다와 한국을 오간 덕에 양쪽의 정서 모두를 담은 그림을 그렸지만, 정작 어느쪽에도 호소력이 없는 어정쩡한 작품세계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바빌론으로 혼자 갔던 김정이 실종되자 모두들 당황한다. 비행기편을 미루고 한바탕 난리를 치룬 뒤끝에, 바그다드 대사관에서 김정을 찾았다는 연락이 온다. '나'는 어쩐지 다행이라는 감정과, 까닭모를 공허가 교차하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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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의 작품을 처음 읽은 것이 1988년도니까 중학교 1학년때이다. <대통령아저씨 그게 아니어요>라는 정치꽁트집이었는데, <영부인 마님 정말 너무해요>라는 책과 짝을 이뤄 작은형방에 꽃혀 있었다. 누가봐도 전두환, 이순자였는데 <대통령아저씨...>에 수록된 첫번째 작품 작가가 송영이었다. 지금은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안나지만 작가 이름만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다가 이번에 작품집을 읽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수필과 소설의 경계에 걸친 것같은 느낌의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첫작품인 <발로자를 위하여>도 現 오슬로대학의 박노자 교수와의 실제 만남이 배경을 이루고 있다.

100년만의 최악의 폭염이라는데 집에 에어컨이 없어 그냥 있는 것도 힘들어 독서일기를 쓰지 않았는데 당직 서면서 몰아쓰고 있다. 에어컨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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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계단
존 버컨 지음, 정윤조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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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리처드 해니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영국의 식민지 짐바브웨 불라와요에서 광산기술자로 일하다 최근 런던으로 귀국했다. 처음엔 흥청망청 시간을 보냈지만 차츰 그것도 시들해져서 최근엔 다시 불라와요로 돌아갈까 어쩔까 하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꼭대기층에 사는 남자가 해니의 집에 찾아와 자신을 도울 사람은 해니 뿐이라며 통사정하는 일이 일어난다. 그의 이름은 스커더로, 미국 켄터키의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종군기자 일을 하다가 정치권에도 기웃거렸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모종의 스파이 노릇도 하게 된 모양인데, 최근 혁명을 꿈꾸는 무정부주의자들이 그리스의 정치인 콘스탄틴 카롤리데스를 암살하고 그 영향으로 러시아와 독일이 전쟁을 벌이는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하지만 무정부주의자들이 스커더의 뒤를 바짝 쫓자 스커더는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꾸며 시간을 번 뒤 해니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이야기를 다 들은 해니는 흔쾌히 스커더의 요청을 들어주고 그에게 피신처를 제공하지만 얼마 뒤 스커더는 검은 세력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해니는 자신도 그들의 표적이 되었음을 깨닫고, 우유배달부와 옷을 바꿔입은 뒤 스코틀랜드로 도피 여행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작가를 꿈꾸는 여인숙 주인, 시골 아낙네, 급진적인 국회의원 후보자 해리 경, 도로공사 인부 등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해니의 운이 다했는지 경찰에 쫓겨 숨어든 어떤 저택이 하필이면 스커더가 가장 두려워했던 악당 두목의 집이었다. 임기응변으로 가까스로 탈출한 해니는 외무부 관료 월터경의 도움과 스커더가 남긴 단서 '서른아홉계단'을 근거로 독일인 스파이들의 은신처를 급습하여 악의 무리들을 체포한다. 물론 역사의 흐름이 전쟁으로 치닫는걸 막지는 못했지만, 해니는 참전하기 전 자신이 펼쳤던 활약들을 자랑스러워한다.


존 버컨은 시인, 수필가, 언론인이었고 명망높은 역사학자였다고 한다. 또한 전기작가로도 유명했고, 변호사와 정보장교, 첩보원으로 활약하기도 하는 등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1915년에 출간된 본작은 dime novel을 즐기던 그가 직접 자극적인 소설(Shocker)을 쓴 것인데 스릴러 장르의 공식을 정의한 최초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출간 이래 단 한번도 절판된 적이 없는 작품은 지나치게 우연에 기대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1935년 히치콕에 의해 영화로 제작된 뒤 두 차례 더 스크린에 선보이는 등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332177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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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짓는 사람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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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나가와 현 사가미하라시 관내의 아지카와 강에서 모녀가 물에 빠져 숨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아이의 이름은 아미나, 어머니의 이름은 쇼코였고, 신고자는 쇼코의 남편 니토 도시미였다. 

출동한 소방관은 니토 도시미가 인공호흡을 시도하고 있었던 점으로 보아 아이가 물에 빠지자 어머니가 구하러 들어갔다가 불의의 변을 당한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당시는 행락철이 아니었다는 점과, 남편의 태도가 침착했다는 것은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이것이 나중에 모녀 살인사건으로 결론날 줄은 몰랐다고 한다.

화장장의 스케줄이 꽉 차서 장례가 늦춰지고, 우연한 목격자가 경찰서에 전화를 걸면서 사건은 급반전된다. 목격자는 자신이 본 것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고민 끝에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여자의 머리를 물 속에 넣는 남자와, 그 남자의 등에 울면서 메달리는 아이의 모습은 누가 봐도 살인하는 모습이었지만, 목격자는 부정하고 싶었으리라.

숨진 쇼코의 손톱에서 나온 살점의 DNA가 니토의 것과 일치하자 경찰은 증거를 들이밀었고, 니토는 뜻밖에도 순순히 범행을 시인한다.

그런데 문제는 범행의 동기였다. 니토는 태연하게 "책이 늘어나 집이 비좁아지는 바람에 아내와 딸을 죽였다"고 밝힌 것이다.

니토는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대형은행에 취직해 매우 순탄한 삶을 살고 있었고, 주변 동료들도 한결같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언론은 경찰의 강압적인 취조 때문에 니토가 얼토당토 않은 동기를 들며 허위자백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누쿠이 도쿠로는 1968년 도쿄 태생으로 와세다 대학 상학부 졸업 후 부동산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집필한 <통곡>이 제4회 아유카와 데쓰야 상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기타무라 가오루 등의 추천을 받아 데뷔한다. 2006년 <우행록>, 2009년 <난반사> 등이 좋은 평을 얻었고, 특히 <난반사>는 제63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후회와 진실의 빛>이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한다.


<미소 짓는 사람>은 이유로 아내와 딸을 태연하게 살해한 엘리트 은행원을 추적하는 르포르타주 미스터리물이다. 화자는 니토라는 반듯한 인물의 과거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의 주변 인물들이 실종되거나 사고사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사망으로 니토가 얻게 되는 이익이란 매우 작거나 사소한 것들이었기 때문에, 설마 니토가 살인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니토가 보통사람과는 전혀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즉 사람이 죽는것과 물건 따위가 없어지는 것이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면... 그렇다면 모든 것이 너무나 합리적으로 설명이 된다.


누쿠이 도쿠로는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은 괜찮은 편이다. 다만 아무리 사이코패스라 해도 사람을 죽일 때에는 '비교형량' 이라는 것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는 것은 크나큰 오류이다. 니토는 시종일관  가장 직관적이고 손쉬운 방법이 살인이기 때문에 그 방법을 택하는 것으로 설정하면서, 살인을 하기 위한 준비과정과 사후 처리의 번거로움에 대해서는 은근슬쩍 건너뛰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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