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던 복수의 밤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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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한쪽을 표범 무늬로 뒤덮어 버린 사내 카타기리 타츠오. 올해 쉰아홉인 이 남자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스물일곱에 처음 교도소에 들어간 뒤 네번의 출소와 복역을 반복한 그가, 출소 후 찾아간 곳은 <기쿠야>라는 이름의 식당이다. 그곳의 주인 기쿠치는 카타기리 타츠오에게 신세를 진 일이 있다. 

삼십오년 전 기쿠치가 아내 미츠요와 식당을 열어 운영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즈음, 카타기리가 가게를 자주 찾았고 둘은 곧 주인과 손님 사이를 넘어 친구가 되었다. 카타기리는 그 식당에서 아내가 될 요코를 만났고, 언젠가 자신들의 라면가게를 열겠다는 소박한 꿈을 키웠다. 그리고 결혼해서 히카리라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얻는다.

그러나 그런 행복은 잠시였다. 기쿠치가 무슨 일로 자리를 비운 사이 가게에 가지와라라는 이름의 야쿠자가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사건이 있었다. 마침 가게에 손님으로 있던 카타기리가 미츠요를 보호하기 위해 나섰고, 곧 야쿠자와 싸움이 벌어졌다. 소란 중에 카타기리가 야쿠자를 칼로 찌르는 바람에 체포되었는데 재판을 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나긴 했으나 그 사이 아내 요코가 딸 히카리와 함께 친정으로 가버려 가정이 파탄나고 만다.

그 사건 뒤로 카타기리는 어설픈 유괴사건을 일으켜 교도소에 수감되었고, 그 뒤로도 강도사건과 유괴사건을 번갈아 일으키며 교도소를 들락날락했다. 한번은 마음을 잡고 생활인이 되기 위해 취직을 했지만 공장에서 손이 잘리는 통에 다시 범죄자의 길로 접어든다. 결국 이십년 이상을 교도소에서 보낸 카타기리가 다시 사회로 나왔다. 그리고 그가 지금, 또 다시 죄를 짓겠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변호사에게 흘린다. 

그는 왜 거듭해서 죄를 짓는 것일까? 그가 저지를 마지막 죄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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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포함되어 있음)


카타기리 타츠오가 칼로 찔렀던 야쿠자 가지와라는 카타기리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가 구치소에 수감된 사이 아내 요코를 욕보이고 마약에 중독시킨다. 요코가 카타기리를 떠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얼마 뒤 요코는 마약에 취해 자살을 시도하고, 이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고 만다. 

그런데 이 사건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지와라가 라이벌 조직원 둘을 살해하고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복수할 대상이 감옥으로 가버렸기 때문에 카타기리는 범죄를 저지른다. 그러나 가지와라가 복역하는 교도소에 수감되지 못했기 때문에 거듭해서 죄를 짓는다. 그 와중에 장애인을 수용하는 미야기 교도소에 수감되기 위해 한쪽 팔을 고의로 절단하기까지 한다. 

그의 이런 불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지와라를 만날 수는 없었다. 가지와라가석방되어 사회로 나갔기 때문이다. 카타기리는 출소 후 가지와라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그런 카타기리를 갱생시키려는 변호사 나카무라와, 카타기리 덕분에 강도죄를 면한 아라키 등은 카타기리를 필사적으로 말리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타기리의 계획은 성공을 거둔다. 그의 계획은 가지와라가 자신을 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가지와라는 현장에서 체포된다.

카타기리가 남긴 마지막 유품, 그와 아내 요코 그리고 딸 히카리가 <기쿠야>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찍힌 사진은 성인이 된 히카리에게 전해진다.


다섯 명의 이야기를 더듬어 가다 보면 결말에 이르는 독특한 구성인데, 복수를 위해 30년 이상 교도소를 들락거린다는 설정에 이야기를 맞춰가다 보니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많다. 인간이 하나의 감정을 30년 이상 동일한 강도로 지속한다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사람은 무뎌지게 되어 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 감정이 행복이든, 슬픔이든 간에.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51151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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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교회 잔혹사
옥성호 지음 / 박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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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교회를 개척한 정지만 담임목사가 은퇴를 선언하며 후임자로 김건축 목사를 지명한다. 김건축목사는 신학대학 교수로서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한인교회를 운영했는데, 이 모습이 정지만 목사에게는 신실하게 비춰졌던 것 같다. 박정식 목사와 같이 신심 깊은 일부 목사들이 김건축 목사가 보여지는 것과는 다른 인물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정지만 목사의 결심은 바뀌지 않았다.


김건축 목사는 취임과 동시에 정지만 목사의 영향력을 최소화 하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그리고 자기 식대로 교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먼저 목사를 충성도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누어 차별을 두었다. 글로벌 선교를 기치로 내걸어 영어를 잘하는 목사를 우대하고, 특히 원어민 목사는 요직에 앉혔다. 다른 한편으로는 군 장교 출신 목사를 우대했는데, 그들은 충성과 복종이 무엇인지 안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언론홍보 전담 부서를 두어 신문과 방송에 서초교회를 PR하기 시작했다.


한편 주인공 장세기 목사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딛는 기분이었다. 그는 평신도에서 간사직을 거쳐 뒤늦은 나이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청년부 담당 교역자를 맡은 인물이었다. 영어는 젬병이었고, 군출신도 아닌데다가 박정식 목사 등과 각별한 친분까지 있었으니 언제 짤려도 이상할 것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김건축 목사가 립싱크로 영어 설교를 한 것과 대필로 영어교재를 출판한 것, 그리고 당회의 결정 없이 화천 땅을 매입한 사실 등이 들통 나자 장세기 목사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김건축 목사는 장세기 목사가 정지만 원로 목사의 신임을 받는 인물이므로 그를 활용하면 원로 목사를 따르는 부류의 불만을 잠재울 수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화천 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세기 목사가 원로 목사의 수첩을 훔쳐 내 날조하고, 땅 매입과 관련한 이권이 결부된 교인들이 원로 목사의 집을 찾아가 집회를 벌인다. 원로 목사는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아 사망하고, 김건축 목사는 원로 목사의 사망을 어떻게 활용할까 골몰한다. 장세기 목사는 슬픔의 눈물을 흘리면서도 김건축 목사에게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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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사랑의 교회> 초대 목사 옥한음의 장남이다. 옥한음 목사가 소설 속 정지만 목사처럼 정년을 5년 앞두고 오정현 목사를 지목한 뒤 은퇴했기에 서초교회는 다분히 <사랑의 교회>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소설 내용이 지극히 평이한 인상비평에 머물고 있어 개신교에 대한 탐구를 겸한 목적으로 책을 구입했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사실 '원로 목사가 있던 시절의 사랑의 교회는 좋은 교회, 김건축 목사가 온 뒤로는 나쁜 교회' 식의 논리 구조는 개신교 자체가 가진 한계 때문인지도 모른다.

개신교가 당초 구교로 부터 분리될 때의 문제의식은 성직자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천국행 열차표를 파는 부패한 성직자를 예수님과의 연결고리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뛰쳐나온 것 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 논리 대로라면 목사 역시 일체의 권위를 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결국 개신교는 당초의 문제의식은 고이 접어 두고 '목사교'로 거듭 난 뒤 현재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저자의 말대로 목사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교회가 이렇게도 되고 저렇게도 된다는 말은 전부 틀린 말은 아니다.

개신교 자체는 건드리지 않고 교회 문제만 이야기 하려다 보니 '좋은 목사/나쁜 목사' 얘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평면적인 인물과 밋밋한 구성은 작가의 소설쓰기 연습이 충분치 않은 결과인 듯 하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507634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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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천명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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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되는 과정에서 이소룡은 수음과 더불어 선택이 아닌 필수과목이었던 시절, 서출로 태어난 자의 이야기. 

아류는 아무리 잘해도 주류나 본류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으며 짝퉁과 진품의 차이는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큰 법인데, 어쩌면 자신이 끝내 이소룡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기나긴 과정진술이었을지도 모를 이야기.

비록 짝퉁으로 출발했으나 긴 세월을 거쳐 스스로 인생유전의 고유한 스토리를 완성한 자의 이야기. 

표절과 모방, 추종과 이미테이션, 나중에 태어난 자 에피고넨에 대한 이야기이며 끝내 저 높은 곳에 이르지 못했던 한 짝퉁 인생에 대한 이야기.


작가가 권두에 소개하는 말이다. 


'소설을 읽는 자들이 오리지널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른 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궁금증을 갖는다는 것, 그것은 벌써 오리지널이 되기 위한 중요한 덕목 하나를 포기한 셈이다. 


<고령화 가족>을 영화로 보고 포복절도 했던 기억이 나서 산 책인데 그럭저럭 읽힌다. 이소룡의 영화 <정무문>, <맹룡과강>, <사망유희>, <당산대형>, <용쟁호투>를 소제목으로 달아 짝퉁이지만 진퉁이 되고 싶었던 자의 인생유전을 걸쭉한 입담으로 풀어 놓는데, 만담에 가까운 이 말투가 박민규, 성석제, 이문구 등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과 같이 역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걸터듬으며 사건을 전개시켜 가는데, 사건과 인생유전이 매끄럽게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시대정신이라 할 만한 것들을 붙들고 가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기꺼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볼 용의가 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504033751


이상하게 줄거리를 함께 올리면 작성실패가 뜬다. 줄거리도 궁금한 분은 위 주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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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나이트 클럽
이명행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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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놈'의 본명은 성호경이다. 특별국(Special Branch)에서 K2 정보분석관(Intelligence Officer)으로 일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대경물산 자재부장이다. 신문을 읽고, 주요국가들의 TV방송을 모니터링하여 '개연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놈'의 임무다. 차단의 법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소통은 오직 결재라인만 허용 된다. 

그런 '그놈'이 집으로 돌아오면 골몰하는 작은 일탈 행위가 있으니 바로 사이버 세계에서 '동고(銅鼓)' 라는 아이디로 논객 행세를 하는 것과, '댄싱 울프' 라는 아이디로 음악방송(이라는 이름의 카바레)을 이끄는 것이다. 

정보분석관쯤 되는 자가 일반인을 상대로 논객 노릇을 하니 사뭇 왕이나 된 듯 도취감을 맛볼 수 있었고, 타고난 달변으로 여자들을 후리니 제비 노릇도 제법 성취가 있었다.


'그년'의 본명은 민지수이다. 일간지 경찰 출입기자이고, 사이버 세계에서는 '명월'과 '묘랑'이라는 두 개의 아이디를 쓰고 있다. 본래는 '명월'이라는 아이디로 '댄싱 울프'의 음악방송에 들락거리다 그와 채팅 혹은 폰을 매개로 섹스하는 사이였는데, 어느 날 우연히 '동고'와 '댄싱 울프'의 IP 주소가 같다는 것을 알아차린 뒤 '동고'에 대응하는 '묘랑'이라는 아이디를 만들어 그의 정체를 까발려주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그러던 중, 우면동에서 전직 정보분석관이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실종사건을 조사하던 박형사는 민지수에게 금고에서 SB 마크가 찍힌 문건이 나왔는데, 특별국 감찰관이 경찰서까지 들어와서 훔쳐갔다는 정보를 흘린다. 박형사는 감찰관이 훔쳐가기 전 만든 복사본을 민지수에게 넘기며 '꼭 터뜨리라'고 독려한다.

한편, 그 SB 문건은 성호경이 분실한 문건이었다. 어느 날, 인터넷 친구 리자드가 주관한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했다가 전직 정보분석관과 술자리를 하게 되었는데, 그날 문건이 든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린 것이다. 국장은 문건 분실에 대해 질책하지 않고 단지 함구령을 내렸을 뿐이었고, 감찰관 역시 성호경에게 잃어버린 가방을 들고 와서 '문건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진술을 순순히 받아들여 주었기에 성호경은 홀린 기분이었다. 찜찜한 점은 감찰관이 성호경과 전직 정보분석관의 만남은 국장의 주선이었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성호경은 민지수가 SB 문건을 입수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 기사를 내지 말라는 협조 공문을 보내지만 기사는 예정대로 신문지상에 '터지고' 만다. 이 사건으로 국장이 딥 스로트로 판명되어 경질된다. 감찰관은 과장으로 승진한다. 

감찰관의 인터넷 아이디가 리자드 라는 것은 나중에 밝혀진다. 

민지수와 성호경은 감찰관, 그리고 그와 뒷배를 맞춘 박형사에게 속아 장기말 노릇을 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닫는다. 문건은 국장을 축출하기 위해 감찰관 측에서 흘린 것이었다. 


사이버 상에서는 '명월'과 '묘랑' 이 '동고'와 '댄싱 울프'에게 물을 먹인다. '명월'과 '묘랑' 이 동일인물이었다는 사실에 경악한 '그놈'은 자신의 아이디를 오더 소더버그로 고친 뒤 '명월'과 '묘랑'의 주인을 반드시 독살하겠다고 결의를 다진다. 

얼마 뒤 성호경은 오프모임 '모티프'에 새로 참가한 여자 맴버가 '명월' 또는 '묘랑' 이라는 사실, 그리고 나아가 진짜 이름은 '민지수'라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


성호경의 기억은 민지수가 독살되어 자신의 방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민지수의 기억은 성호경의 시체를 서해대교에 빠뜨리는 것이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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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행은 한반도를 둘러 싼 열강들의 속내와 그들의 욕망이 빚어낸 비극적인 국내정치에 관심을 갖는 작가로 1957년 나주 출생이고, 데뷔작은 1993년에 발표한 장편 <황색 새의 발톱>이다. 

2004년도에 발표된 이 작품 역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배경으로 깔린다. 왜 프랑스 라팔 전투기가 값이 싸고 운용도 쉬운데 F15를 구입할 수밖에 없는지, 서해교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등등...

하지만 중요한 모티프는 역시 현실과 사이버의 경계, 그리고 진실과 거짓이다. 


소설에서 '그놈(성호경)'이 골몰하는 것은 ' 개연성이 있는가?' 이다.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한편, 민지수가 중요시 하는 것은 '확실한 것인가' 이다. 그런데 이 경우 역시 '확실한' 이란, '거짓으로 밝혀졌을 경우에도 누군가 책임을 질 수 있어  면피 할 수 있는가' 이지 '진실인가?'의 의미는 아니다. 

정보를 분석하는 자(성호경)와, 정보를 까발리는 자(민지수)는 '개연성'과 '확실함'으로 자신이 가진 정보를 가공하고 승부수를 던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둘 모두 장기판의 말 처럼 이용되고 버려질 뿐이다. 

그러므로, 마지막 결말이 서로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은 이상하면서도 당연한 것 같다. 진실과 무관한 다툼으로 누가 희생되는가 하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장기말끼리 백날 싸워봐야 죽어나는 것은 장기말일 뿐이다. 한반도 주변의 열강들이 한반도를 장기말처럼 이용하는 것을 더 이상 용인해선 안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502188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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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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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로 음울한 미스터리나 서스펜스를 쓰는 작가 안자이 도모야는 아내이자 그림책 작가인 유메코와 야쓰가타케 남쪽 기슭 산장에서 신작 <어둠의 여인>의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와인을 마시고 잠이 든다.

다음 날 눈을 떠보니 아내 유메코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바깥은 가루눈이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기묘하게 신경을 자극하는 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안자이는 순간 온 몸이 굳고 만다. 소리를 내는 정체가 바로 말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예전에 말벌에 쏘인 적이 있었는데, 의사는 안자이가 벌 독 알레르기 반응이 있으므로 한 차례 더 쏘이면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생명이 위태로울 것이라고 말했었다. 도대체 눈보라가 몰아치는 11월 하순에, 그것도 해발 고도 1,000미터가 넘는 산에 위치한 산장 안에 말벌이 돌아다니는 것이 자연스러운가? 

사라진 아내, 전화와 컴퓨터 등 통신수단의 단절, 환풍구를 통해 이동하는 노랑말벌과 지하실에 둥지를 틀었음에 분명한 장수말벌! 안자이는 변변한 옷도 입지 못한 상태에서 말벌의 생태에 관해 서술된 책 한권에 의지하여 말벌의 개체수를 줄여가며 사투를 벌인다. 그러면서도 끊이지 않는 의문은 '도대체 왜 아내가 나를 살해하기 위해 이런 함정을 판 것일까' 였다. 

그때 안자이의 뇌리를 스치는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언제였던가, 안자이는 아내가 쓴 동화의 후속편을 자신이 멋대로 써서 출판사에 기고한 적이 있었다. 아내의 동화에서 천진난만하게 그려졌던 주인공들이 안자이가 쓴 후속편에서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여 먹고 먹히는 괴물이 되어 있었다. 아내는 안자이의 그런 만행에 대해 당시엔 가타부타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그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시리즈는 더 이상 씌여지지 않았었다. 그런 증오심과, 안자이가 사고사했을 때 받게 될 막대한 보험금이 결합 되어 살해욕구를 자극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아내와 불륜이 의심되는 곤충학자 미사와가 말벌 살해를 제안했다면 안자이는 파리목숨이나 마찬가지다. 

집 안에는 살인 말벌이, 바깥에는 살을 에는 칼바람이 기다리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안자이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까? 요행 목숨을 건진다 하더라도 자신의 시체를 수거하러 올 유메코와 미사와에 맞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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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포함되어 있음)


 작품 중 <크림슨의 미궁>을 연상케 하는 소설에 대해 언급하는데, '정보를 획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는 느낌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여기에 서술트릭과 다중인격을 가미하여 화자가 사실은 자신을 안자이라고 착각하는 70대 노인이라는 설정의 결말을 제시한하는데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으므로 반전으로 기능하기엔 미흡한 면이 있다. 

속도감 있게 읽히지만 작가의 여타 작품에 비해 다소 실망스럽다. 박력도 떨어지고, 구성도 엉성하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497325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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