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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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공과대학을 졸업했으면서도, 어떻게 공과대학을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는지 항상 스스로도 의문이다.

어드 해던가, 일반수학을 낙제하여 다시 듣게 되는 바람에 한 학기에 무려 네개의 수학을 수강한 적이 있었다.

일반수학, 공업수학, 이산수학, 확률통계론.

그 학기 내내 나는 알 수 없는 기호에 둘러 쌓여 도대체 내가 이 문제를 풀 수 있기는 한건지 책들을 펴고 망연해 한 적이 있다.

그러다 수학과를 다니던 친구의 과제를 보고는 수학은 알수 없는 미지의 그 무엇이다! 라고 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에 명제라고 배웠던 그 모든 것들을 증명하는 것이 과제였던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수학자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논리적으로 범행을 은폐한다. 그리고 그의 대학시절 친구인 물리학자는 이 논리적인 은폐를 파해쳐 나간다. 기발한 설정도 설정이지만 자칫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사랑이야기가 작가의 새심한 배려로 그럴싸하게 전개되어 간다. 그리고 줄거리를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 누군가 제시한 해답의 진위를 가리는 것이 쉬운가, 아니면 스스로 해답에 도달하는 것이 쉬운가? 결국 이 그럴싸한 이야기에 빠져버려 11시경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었다가 새벽 4시까지 끝을 보고야 말았다.

그리고 출근을 한 지금, 졸려서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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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쏭바강 외 - 한국소설문학대계 75
박영한 / 동아출판사(두산) / 199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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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초기작들을 읽으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경우가 누구나 있겠지만 나의 경우엔 신경숙과 은희경이 그렇다.

그들은 그들이 써야할 말들이 스스로 넘치고 넘쳐 초기에 모든 것을 쏟아낸 후, 사그러져 버렸다고 느낀다.

신경숙은 '기차는 7시에 떠나네'를 기점으로 힘이 빠져버렸고, 은희경은 '새의 선물' 이후로 심하게 얘기하자면 그저그런 만담꾼으로 그치고 만 것 같다.

반면에 전경린은 시간이 흐를수록 훌륭한 글들을 써낸다. 더 이상 남자들을 경원하지 않는 듯 하다.

 

그런데 박영한은 위에서 말한 훌륭해지느냐, 아니면 기운이 빠져버렸느냐의 범주가 아니라 전혀 다른 작가가 된 듯 하다.

박영한의 '머나먼 쏭바강' 은 '왕룽 일가', '우묵배미의 사랑' 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소설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가 작가가 되면, 흔히들 다른 작가들이 그렇듯, 꼭 써야 할 경험이 있었을 것이고 박영한의 경우엔 그 경험이 바로 베트남 참전이 아니었나 싶다. 베트남 전쟁과 같은 이야기를 '왕룽 일가' 의 천연덕스러운 만연체로 써내려 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경험을 바탕으로 쓴 초기작이라 그런지 소설은 일관된 흐름에선 부족한 면이 있다. 전쟁의 부조리함을 느끼고는 있지만 정확한 부조리의 근원을 파해치기엔 작가 박영한의 정치적, 세계사적 식견은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 이나 안정효의 '하얀 전쟁' 에 비하면 부족한 감이 있다. 따라서 부조리는 말 그대로 부조리일 뿐이다. 전쟁의 정확한 원인을 느끼고는 있으나 그걸 설명하지는 못한다. 거기에 빅 뚜이와의 연애담에 가서는 약간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박영한은 '머나먼 쏭바강', '아라베스크' 의 박영한이 아니라, '우묵배미의 사랑' 의 박영한이다. 박영한은 그 한편만으로도 나의 책꽂이에 꽂혀 있을만 하다. 일찍 타계하지 않았더라면, 2000년대의 우묵배미 이야기를 기대해 볼 수도 있었으련만...

 

1,2부 합본으로 착각하여 산 책인데 1부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대신 '지상의 방 한칸'과 '우묵배미의 사랑' 이 수록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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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묘촌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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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화 3회, 드라마화 6회.

어떤 원작이 이렇게까지 롱런하며 리메이크 되고, 사랑받을 수 있을까.

 

8명의 무사를 황금에 눈이 먼 마을사람들이 배신하여 죽이고 이로써 이 마을은 팔묘촌이 되며, 저주가 내려졌다는 미신이 떠돌게 되는데...

전근대적인 집단의식과 이를 이용한 교묘한 살인이 끼어든다.

전형적인 정통 추리소설로서 탐정이 있고, 살인자를 알아가는 방식이지만 독특한 점은 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끌어져 가는 것이 아니라 1인칭 주인공이 그 살인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사람이라는 점이다.

 

이 소설은 탐정이 독자와 평론가로부터 무지막지한 비판을 받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모두가 죽어갈 때까지 아무런 짓도 하지 않다가 마지막에 가서 사실은 살인자를 처음부터 의심하고 있었다고 밝히기 때문이다. 또 도입부의 긴장감은 그 어느 추리소설보다 높은데 반해, 사건이 전개되어 감에 따라 조금씩 김이 빠진다는 느낌이 들어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는 사람도 많다.

 

드라마 트릭 2기에서 육묘촌이라는 이름으로 에피소드에 차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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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크 사냥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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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들이 흔히 그러하듯, 나의 취미는 독서이다.

그래서 딱 두번 써본 이력서이지만, 취미란에 독서를 써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괴로웠다.

이력서 취미란에 써서는 안될 취미 넘버 원,투,쓰리가 독서,영화감상,음악감상이라는데 어찌된 노릇인지 나는 그 셋이 취미다.

게다가 이 셋을 써선 안된다면 컴퓨터 게임을 적어 넣어야 하는 실정이다 보니 취미란은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하여 한 때 등산을 써 넣어본 적이 있었는데 면접 보던 서기관분 취미가 하필 등산이라 좋아하는 산은 어디이며, 어떤 산이 기억에 남느냐고 집요하게 물으시는 바람에 꼴랑 두번 가본 지리산을 식은땀을 흘려 가며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뜬금없이 취미가 무엇인지 얘기한 것은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를 그런 이유에서 읽었기 때문이다. 간석동 홈플러스에 딸린 영풍문고 최근 인기작 중 가장 두꺼웠던 책이 '화차' 였고, 시간 죽이기에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아 읽었었다. 신용불량자로 살아갈 수 없어 자기와 닮은 여자를 살해하고 그 사람의 신분으로 살아간다는 내용이었다.(얼마전 TV에서 군대에서 탈영후 형의 신분증으로 살아가다가 우연히 자기와 닮은 남자를 만나 형과 함께 살해한 후 그 사람 이름으로 살아가려 했다는 실화를 방영하는 형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도 있었다).

이번 '스나크 사냥'은 광주터미널에 딸린 영풍문고에서 집어들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작가 루이스 캐롤의 소설과 동명이길래 호기심으로 집어들었으나 얇았던 탓에 '시간 죽이기' 도 진득하게 하지 못하고 출퇴근 두번에 9,800원을 날렸다. 구조 자체는 짜임새 있으나, 인위적 장치가 너무나 많았고, 인위적 장치가 많았을 바에야 본격추리소설로 갔다면 어땠을까 했지만 범인을 찾는 소설은 아니었다. 하룻밤 동안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지난달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둠의 저편'과 비슷했지만, 긴장감은 추리소설 작가가 쓴 스나크 사냥이 오히려 더 떨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리고 말미의 역자 해설을 통해 작가가 '여자' 인 것을 알았다.

 

나는 왜 여성작가의 작품을 싫어하는가!

상당히 위험한 태도가 아닌가. 자칫하면 가부장적이라는 고전적 비판으로부터 시작하여 각종 의혹의 눈초리를 살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명을 하자면 여성작가(이렇게 밖에 구분을 할 수가 없다. 어느선까지는 편견도 작용하고 있기에)의 소설은 대게 선이 가늘다고 할까...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면을 구구절절 얘기하고 있다고 할까.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차는 7시에 떠나네' 이전의 신경숙이나, 누군가에게 책 선물할 때면 망설임 없이 집어드는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은 끝내주는 작품들이다.

그렇다면 결국 여성작가를 싫어하는 건 편견일 뿐인가...

 

http://blog.naver.com/rainsky94/8004770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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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사회와 그 적들 김소진 문학전집 2
김소진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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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자는 무척 싫어하는데(순전히 편견이다), 기자 출신 작가들을 좋아한다. 김훈의 예리하면서도 단호한 글을 좋아하고, 안정효의 종군기자가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듯한 드라마틱한 글도 좋아하며, 시를 제대로 이해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깜냥임에도 기형도의 시집은 한 권 가지고 있다.

그런데 유독 김소진의 글은 모두 그의 사후에 읽었다. 그것도 최근 출간된 순서부터 거꾸로 읽어 나갔다.

철학 이야기 주머니에서 였던가,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의 비판 글을 읽고 너무 명쾌한 그 비판에 공감한 터에 김소진의 동명 소설이 막연한 반감을 일으켰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나는 김소진이 발표한 소설들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과 조우한다.

김소진 소설을 처음 접할 때 느꼈던 어색함은 여전했다. 그것은 사어에 가깝게 된, 분명 사전에서 찾아냈음에 분명한 단어들이 만들어내는 어색함이다. 질그릇처럼 투박한 이문구의 걸쭉한 만연체에서 나왔다면 자연스러웠을 그 단어들이 김소진의 소설에서는 긴장감으로 다가온다. 그 긴장감이 어떻게 변하였을지 이제는 지켜볼 수 없다. 그는 이미 죽어버렸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은 기형도의 시 '잎 속의 검은 잎' 에서 열사의 추모행열을 바라보며 까맣게 타들어간, 말하지 못하는 혀로 괴로와 하고 부끄러워하는 상황과 대조된다. 김소진은 작가이기 이전에 기자였으므로, 시위대와 소위 '밥풀떼기' 들을 바라보고, 조사한다. 실제로도 그는 몇날 며칠을 백병원에 머무르며 프락치로 오인까지 받아가며 조사를 하였다 한다. 그 결과물로서 그는 시위대가 중심이 아닌 '밥풀떼기'가 중심이 되는 글을 써냈다. 그리고 2008년의 나는 90년대에 이 글을 읽었다면, 나는 어떤 반응을 나타냈을까를 며칠을 두고 고민해 본다.

 

아직은 '고민' 해 본다. 나는 아직 '죽지' 않았으므로, 좀 더 시간을 두고 고민해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작가의 죽음이, 안타깝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04770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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