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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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즈 저택의 죽음> 사건 이후 많은 시간이 흘러 포와로와 헤이스팅스는 다시 스타일즈 저택에서 재회한다. 포와로는 몸을 움직이기 어려울 지경으로 건강이 안 좋아졌고, 헤이스팅스 대위는 지나가버린 젊음을 한탄하는 나이가 되었다. 옛 추억을 회고하기 위해 포와로가 자신을 불렀을거라는 짐작과 달리, 포와로는 다섯 건의 서로 다른 살인사건을 스크랩한 신문을 보여주며 스타일즈 저택에 또 한번의 죽음이 찾아올 것이라 말한다.

폭군 남편을 살해한 아내, 모르핀을 과용하도록 하여 아주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한 조카, 간통한 아내를 살해한 남편, 부정을 저지른 남편을 독살한 아내, 자식을 학대한 부모를 살해한 맏딸. 서로 전혀 연관성이 없는 사건에 대해 포와로는 미지의 인물 X의 흔적을 발견했으며, 그 X가 현재 스타일즈 저택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X는 다섯 건의 살인에 전혀 흔적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체포할 수도, 살인을 저지를 것을 알고 있음을 경고하는 것도 소용이 없다. 스타일즈 저택에 머무르고 있는 인물들 모두가 헤이스팅스는 의심스럽다. 과연 누가 X인가?

 

o 주디스 헤이스팅스 - 헤이스팅스 대위의 딸. 존 프랭클린 박사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살아갈 가치가 있는 인간을 위해 다른 사람이 희생되어도 좋다는 과격한 주장을 하기도 한다.

o 존 프랭클린 박사 - 열대 의학 분야의 권위자. 오로지 연구에만 몰두함. 아프리카로 연구하러 떠날 기회가 있었으나 아내가 원치 않아 포기하여 부인을 원망할 것이라는 주위의 인식이 있음. 그러나 본인은 결혼 생활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는 인물.

o 바바라 프랭클린 - 존의 부인. 육체적으로는 별다른 이상이 없으나 병석에 누워있는 역할을 자처함. 세속적인 가치에 집착하여 남편의 아프리카행을 좌절시킴. 중독되어 죽었으나 평소 비관적인 말을 하였으며 증거가 없어 자살로 처리된다.

o 루트렐 대령 - 스타일즈 여관의 현재 주인. 돈밖에 모르는 루트렐 부인으로부터 비참한 대접을 받고 있다. 한때 명사수이기도 했던 그는 루트렐 부인이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면박한 직후 부인을 토끼로 오인하여 총으로 쏘는 사건을 일으킨다.

o 루트렐 부인 - 한때는 재기발랄한 아가씨였으나 현재는 돈밖에 모르는 스타일즈 여관의 안주인.

o 스티브 노튼 - 키가 작고 야윈 남자. 새를 연구하는 자. 망원경으로 무언가 보아서는 안될 것을 보았으나 이를 다른사람에게 발설하지 않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마에 총을 맞은 채로 발견됨. 그러나 그가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발견되었고, 열쇠는 주머니에 있었기 때문에 자살로 처리됨.

o 보이드 캐링튼 경 - 바바라 프랭클린을 애틋해 하는 성공한 인물.

o 엘리자베스 콜 - 35세의 아름다운 여성

o 앨러튼 소령 - 사십대 초반의 바람둥이 남자. 주디스에게 집적이는 한편  크레이븐 간호사와도 모종의 관계가 있음.

o 크레이븐 - 프랭클린 부인의 개인 간호사. 바바라 프랭클린이 자신을 하녀 부리듯 하는데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함.

 

각각의 인물은 모두 누군가를 살해할 동기를 가질 수가 있으며, 심지어 헤이스팅스마저 앨러튼을 주디스의 인생을 망치려 한다는 이유로 살해할 결심을 하기까지 한다.

 

결말은 다음과 같다.

 

바바라 프랭클린은 자신이 남편을 독살하고 보이드 캐링튼 경과 재혼하기 위해 독을 탄 커피를 준비하였으나 헤이스팅스 대위가 책을 뽑기 위해 회전 서가를 돌리는 바람에 자신이 그 잔을 마시고 죽고 만다. 스티브 노튼이 문제의 X인데, 그는 교묘한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의 살인 충동을 부추겨 범행을 실현시키는 인물이다. 따라서 전혀 증거는 남기지 않으나 그가 가는 곳마다 살인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포와로는 노튼을 수면제로 재운 후 자신이 노튼으로 변장하고 방에 들어가는 모습을 헤이스팅스에게 보여주어 노튼이 스스로 자기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근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든 후 노튼을 살해한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1975년에 발표한 마지막 작품 <커튼>은 처녀작인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을 염두에 두고 무대를 동일하게 설정한 듯 하다. 오직 심리적인 작용만으로 살인을 조정하는 범인을 법 테두리 내에서는 어찌할 수 없음을 깨달은 포와로가 직접 범인을 살해하는 약간 충격적인 내용이며, 포와로 역시 이 작품에서 심장마비로 죽는다.  

사실 나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에 포와로만이 알고 있는(독자는 알지 못하는) 어떤 사실을 끄집어내며 '사실은 이러이러 했었다'는 식의 결말이 많기 때문에 모처럼 추리소설로서의 카타르시스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도 그다지 훌륭한 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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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흥규 2013-09-07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집의x다
 
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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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마지막 일요일, 한강변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의 사체가 발견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변사체에 대한 수사 이야기를 기대하는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고 작가는 한 가족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꽤나 부유한 삶을 살고 있는 김상호는 첫번째 결혼에서 은성과 혜성 남매를 얻지만 결혼은 파탄이 난다. 중국어 학원에서 강사를 하던 화교출신 진옥영과 재혼하여 막내 유지를 얻는다. 유지는 감정에 굴절이 없는 아이로 좋다든가 싫다든가 의사표현을 정확히 하지 않는 아이이다. 다만 음악에는 소질을 보여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있다.

어느날 김상호는 사업 약속을 위해 집을 비우고, 진옥영 역시 대전의 친정집에 가면서 혜성에게 유지의 과외선생에게 과외비를 전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집을 나선다. 그러나 혜성 역시 그날 여자친구를 만난 후 집에 늦게 돌아온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집에 남겨졌던 유지가 없어진다.

유괴라면 연락이라도 와야하건만, 연락이 없다. 가족 구성원 모두는 저마다 유지의 실종에 대해 떳떳하지 못하다. 김상호가 중국과 벌이고 있는 사업은 다름아닌 장기밀매이며, 이 때문에 원한을 품은 누군가가 유지를 납치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행적에 대한 수사가 겁이 나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사립탐정 문영광을 고용하여 경찰을 사칭토록 한다. 진옥영이 친정집에 간다는 말은 둘러댄 핑계였을 뿐 옛 애인을 만나러 대만에 갔던 것이었고, 혜성 역시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충동에 못이겨 자동차에 방화를 저질렀었다. 은성 역시 예전 사귀던 남자친구와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복동생을 납치해 아버지에게 돈을 뜯어내자는 모의를 했던 기억이 떠올라 그들 모두가 자신과 관련되어 유지가 사라졌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책임질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한편 유지는 실종 당일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20대 초반의 언니를 찾아나섰는데, 함께 놀러간 대부도에서 언니와 헤어지고 연락이 닿지 않는 부분까지만 작가는 서술해 놓는다.

김상호와 사업상 거래하던 부산의 한선생이란 자가 유지를 보호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스무명의 장기를 확보할 것을 지시하고 김상호는 장기밀매조직에 대한 수사를 벌이던 중국공안에 체포된다. 체포된 후 면회를 간 진옥영에게 김상호는 그간의 얘기를 전하고, 옥영은 한선생을 만날 약속을 하지만 옛 남자친구이자 유지의 친부인 밍이 그 자리에 대신 나간 후 변사체가 되어 한강에 떠오른다.

그리고 유지는 살해목적, 혹은 교통사고로 머리에 심하게 상처를 입은 채 국도변에서 발견되고 불완전한 상태로 가족에게 돌아온다. 김상호가 없는 나머지 셋은 불완전하나마 가족으로서의 의미를 다시금 찾아가는 노력을 한다.

 

김상호는 출세와 돈, 가족을 위해 무엇이든 하지만 바로 그 행동 때문에 가족을 파탄으로 몰아가는 인물이고, 진옥영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지 못해 떠나보낸 밍에 대한 감정을 끝내 정리하지 못하고 양면적인 삶을 산다. 은성은 타인을 구속함으로서 외롭지 않으려 하나 남자들은 그런 그녀를 못 견뎌하고, 가장 현실에 잘 적응하고 덤덤한 듯 보이는 혜성도 타인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받을 줄 모르고 방화를 통해 압박감을 해소하는 인물이다. 문영광은 자신의 직업에 꽤나 프로인 듯 하고 때로 번득이는 기지를 보이기도 하나 결국 가짜경찰일 뿐이다. 결국 소설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간적이고 균형잡힌 인물은 밍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살해당한다.  

 

체신청이 수원으로 이사를 간 후 수원성균관대학교 우체국으로 업무를 보러 가야 하는데 그곳에 이 책이 꽂혀 있다. 자기개발서는 그다지 즐겨 읽지 않기 때문에 유독 이 책이 눈에 띄어 꺼내들지만, 손님이 별로 없기 때문에 매번 두세장 읽기도 전에 내 차례가 오고 만다. 결국 목요일에 사다가 새로 산 침대 위에서 편안하게 읽었다. 순번대기표의 띵동 소리를 겁내지 않고서 말이다.

일단 책은 술술 잘 읽힌다. 변사체의 발견에서 가족 이야기로 넘어가고 마지막에 변사체의 신원을 밝히는 구성도 매끄럽다. 자극적인 소재를 차용했지만, 작가가 하고 싶어하는 얘기는 자극적이지 않게 잘 이야기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에 발간된 국내소설을 읽지 않다가 근간에 발간된 책을 읽으니 요새 이야기라 그런지 더 신선하다. 다만, 유지의 실종과 밍의 사망을  선명하게 처리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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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 제127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토가와 유자부로 지음, 이길진 옮김 / 열림원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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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11만석의 영지를 가진 주군 히다노카미를 섬기는 마타에몬은 5백석의 녹봉을 받는 우마마와리(주군의 측근에서 말을 타고 경호하는 무사) 이다.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패배하여 낭인이 된 아버지가 다행이도 다시 벼슬을 하게 된 후, 마타에몬 역시 주군의 총애를 받아 순탄하게 승진해왔다. 아내가 병약하여 몸이 아프기는 하나 아들인 이호지가 이제 곧 성년이 되고 딸인 겐도 무사집안인 마나베 가문으로 출가시켜 그런대로 안온한 삶을 누려 왔다. 그러나 에도의 있는 주군의 병세가 심각해지자 주군의 뒤를 이어 할복할 때가 머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이런 그에게 가지타니 가로(영주의 중신으로 무사를 통솔하고 실무를 총괄하는 벼슬)가 영주가 죽은 후의 혼란과 인재의 손실을 우려하여 순사를 금지하는 밀령을 내린다. 충성심을 명령으로 막을수는 없다는 생각이었지만 자신이 할복하면 아들의 출세길이 막히고 충성스런 신하들이 너도 나도 할복하였을 때의 공백도 우려가 되어 마타에몬은 밀령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영주가 죽은 후 순사금지령이 정식으로 내려졌음에도 할복하는 자가 줄을 잇고 사위인 마나베 역시 순사하고 만다. 가지타니 가로에 반대하는 일파의 무사들은 마타에몬에게 은근히 할복할 것을 종용하고 딸인 겐은 남편의 할복을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막아주지 않았다며 의절을 선언한다. 아들인 이호지마저 타인의 손가락질에 수치심을 느껴 할복하고, 유일하게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던 아내 사와마저 병사하고 만다. 밀령을 내린 가지타니 가로마저 마타에몬을 보호해주기는 커녕 권력투쟁에 밀려 자신의 보신에 급급할 뿐이다. 살아있다는 것이 할복하는 것보다 더욱 고통스런 나날이 마타에몬을 괴롭힌다.

 

<평온한 모래톱>

80석의 녹봉을 받는 군(郡) 행정관인 소헤이는 백성들에게서 조세를 부과함으로서 난국을 타개하려는 중신들에 반대하여 소신을 펼치다가 좌절되자 벼슬을 버리고 에도로 간다. 처음 몇년간은 가지고 있는 돈으로 생활하였으나 생활이 궁핍해지고 일자리마저 얻기 힘든데다가 아내가 병까지 들자 딸인 후타에를 사창가에 팔고 만다.

그는 우연히 알게된 오리노스케라는 젊은이에게 간혹 돈을 주며 후타에를 찾아가 어떻게 사는지 알아보게 하는데, 후타에가 무사집안의 긍지를 갖고 살아가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오리노스케로부터 전해 듣고 괴로워한다. 사창가에서는 점점 빚이 늘어갈 뿐이어서 6년간의 계약기간이 끝나더라도 풀려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어떻게든 돈을 마련하여 후타에를 다시 빼내오려 하지만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었고, 홍수에 집과 돈이 쓸려가버려 모은 돈마저 잃어버리고 만다.

이에 예전에 모시던 주군을 찾아가 사정 설명을 하고 돈을 융통해보려 하나, 구걸을 하러 온것으로 생각한 주군은 거절하고 그렇다면 주군의 정원을 빌어 무사로서 할복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가이샤쿠(할복을 할 때에 숨이 끊어지도록 목을 쳐주는 사람)도 없이 열십자로 할복을 한 그를 본 예전 주군은 무사의 긍지를 높이 사 30냥을 하사하고, 오리노스케는 그 돈을 가지고 후타에를 빼내오려 하나 일제 단속 때문에 사창가는 문을 닫고 후타에는 어디로 갔는지 종적이 묘연하다.

그 후 장사를 하면서 돈을 모으던 오리노스케는 우연히 한 남루한 꼬마 여자애를 만나게 되는데 먹을 걸 사주려는 오리노스케에게 꼬마는 배가 부르다는 거짓말을 하며 거절하고, 그 모습을 보고 후타에의 딸임을 직감한다.

 

<조매기(早梅記)>

다카무라 기조는 야심을 품고 출세를 위해 노력하여 어느정도의 위치에까지 올랐으나 아내인 도모는 병사하고 현재는 은퇴를 하여 산책으로 소일을 하고 있다.

그는 젊었을 때에 혼자 살며 생활을 해나가는 것이 불편하여 가난한 아시가루(최하급 무사) 집안의 딸인 쇼부를 집안일 하는 여자로 들인다. 쇼부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원하는 대로 세상일이 돌아가지 않음을 일찍부터 깨달았기에, 다카무라의 집에 와서 일하면서도 불평하는 법이 없었고 생활비를 주어도 쓰고 남은 돈은 다카무라에게 돌려주었다. 채마밭을 가꾸고는 등 부지런하였기에 다카무라는 혼자서 생활을 꾸려갈 때보다 오히려 삶이 여유로와졌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무사집안의 다카무라가 하층계급의 딸과 부부의 연도 맺지 않고 한집안에 산다는 것을 곱게 보지 않았다.

다카무라가 위험한 곳에 주군의 뜻을 전하러 가는데 자원하고 이를 계기로 출세길이 열린다. 중신이 끊이지 않고 자신의 상관이 중매를 서기까지 하여 그는 출세할 욕심으로 도모라는 여자를 아내로 얻는다. 그동안 아내나 다름 없었던 쇼부는 도모가 들어오기 전 다카무라에게 짐이 되기 싫어 홀연히 사라지고 다카무라는 쇼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안고 지금껏 살아오고 있다.

산책길에서 우연히 매화나무가 있는 집을 지나던 다카무라는 그 집에서 나오는 쇼부와 마주친다. 그러나 쇼부는 끝내 자신을 숨기고 다카무라를 알아보지 못하는 척하며 '...이웃과의 작은 인연에 의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가난으로 맺어진 유대는 그리 쉽게 끊어지는게 아니...'라는 말을 한 후 매화 가지를 준다.

 

2002년도 제127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오토카와 유자부로는 1953년 도쿄에서 출생한 후 지바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과 괌의 호텔에서 지배인으로 근무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라 한다. 그는 인간의 어두운 면을 그린 시대소설만을 쓰기로 유명한데 "인간은 누구나 실제 생활에서 고통을 경함한다. 나는 그런 장면을 제외하고는 소설을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다. 시대소설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어리석다고까지 할 수 있는 올곧은 사람들, 정의와 인정과 인간의 존엄성과 같은 것이 확실히 존재하는, 유갑스럽게도 현재의 삶 속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세계를 젊은이들에게 전하기 위해 시대소설을 쓴다"고 한다.

세 편 모두 자신이 옳다고 믿고 행한 선택과 그에 따르는 고통을 그리고 있다. <살다>에서는 대의를 위하여 할복 하지 않고 살아 남는 선택을 하였으나 오히려 죽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삶을, <평온한 모래톱>에서는 무사의 대의를 위해 스스로 벼슬을 버렸으나 오히려 이때문에 아내를 잃고 딸은 사창가에 파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조매기>는 벼슬과 야심 때문에 쇼부라는 여인을 버렸으나 끝내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사나이를 그리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는 선택한 자의 몫이다. 가급적이면 선택하지 않는 삶을 살고자 하나, 이 또한 선택의 일종이니 결국 인간이란 후회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다만 얼마만큼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후회가 남더라도 고개를 들고 가슴을 펴고 살아가느냐, 아니면 인간으로서의 자긍심마저 잃고 비참하게 과거만을 곱씹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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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관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6
오구리 무시타로 지음, 추영현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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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스터리의 3대 기서라 하면 유메노 큐사쿠의 <도구라마구라>, 나카이 히데오의 <허무에의 제물>, 그리고 오구리 무시타로의 <흑사관 살인사건>이다. 아직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 <도구라마구라>로 말하면 작품을 구상하고 탈고할 때까지 10년이 걸렸으며 한번 읽으면 정신이상이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의 괴작이라고 한다. <흑사관 살인사건>은 무시타로의 독자 한 사람이, 만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성서나 불경이 아닌 바로 이 책을 지니고 떠나겠다고 말한것으로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는 기서이다. 나카이 히데오의 <허무에의 제물> 역시 나머지 두 편 보다는 사정이 낫다고 하나 10년에 걸친 집필과 '안티미스터리'라는 수식이 붙어 다니는 괴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이번에 읽은 <흑사관 살인사건>은 매일 50페이지씩 자기 전에 숙제를 하듯 읽었지만, 전체적인 줄거리만을 대강 꿰었을 뿐이고 세세한 내용까지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몇 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째는 번역 및 기획 방향 자체가 아쉽다. 이 책은 일본에서 책 자체를 위한 주석과 해설을 묶은 책이 출간될 정도로 난해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오구리 무시타로는 책 전편에 걸쳐 중세의 연금술, 범죄학, 건축학, 의학, 마술, 종교, 심리학, 그리고 정설로 굳어지지 않은 다양한 예외적 사건에 관해 백과전서식 나열을 늘어놓고 있다. 실제 존재하였거나 발표된 적이 있는지 의심이 가는 책과 인물, 사건 등까지 400페이지 넘게 끊임없이 등장하기 때문에 번역자 자신이 이 책에 대한 어느정도의 이해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도저히 매끄러운 번역을 할 수 없을 것이며, 책 자체만을 번역하여 출판할 경우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그야말로 머리를 쥐어뜯다 포기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동서문화사에서 출간된 <흑사관 살인사건>은 이런 독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일본식 한자를 그대로 번역한 후 한자만을 괄호 안에 표기하는 식으로 대체된 것이 많아 읽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다.

두번째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이유의 연장으로 독자가 제아무리 백과전서식 지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도저히 1930년대의 책에서 나열된 견해와 이론들을 따라갈 수가 없다. 당시에 획기적이고 새로운 학문, 혹은 견해였던 것이 현재에는 과거에 존재했던 하나의 견해에 불과한 것이 많고, 방대한 백과전서식 지식의 나열로 제시하는 견해들이 현재에는 학문적 검증을 통해 틀린 이론으로 밝혀져 현재의 독자는 들어보지도 못한 의견들도 많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 전반에 걸쳐 느껴지는 기이한 분위기와 사고의 변주 때문인 듯 하다. 노리미즈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유와 신문, 추리를 거듭하는데 그 중 대부분이 노리미즈의 오류로 드러나거나 범인을 강박하기 위한 의도로 잘못된 추리를 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독자는 사건 해결을 위하여 일관된 사고를 진행하기가 어렵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과거 흑사병으로 죽은 사람들의 시체를 넣어 두는 성관이라는 데서 유래한 이름인 흑사관의 주인 후루야기 산데쓰는 유럽에서 의학과 마술을 연구하고 귀국한 인물이다. 귀국 직후 야기자와 박사와의 1년에 걸친 논쟁을 진행하다가 어느 순간 두 사람 모두 논쟁을 알 수 없는 이유로 그친 후 근 40여년을 칩거하고 있는 상태이다. 한편 후리야기 혈통을 거슬러 올라가면 근친 살해자이며 성 바르톨로뮤의 대학살을 자행한 인물이 나온다.

그의 부인의 이름은 텔레즈로 사망하였고, 그와 텔레즈 그리고 건물을 설계한 클로드 딕스비는 삼각관계였다. 클로드 딕스비는 건물 설계 후 귀국하는 배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살을 하고 만다. 후루야기 역시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살을 한다.

후리야기에게는 하다타로라는 아들이 한명 있고, 40년간 성관 밖을 나가지 않은 4명의 현악 연주자가 있는데 이들 모두는 후리야기 박사가 외국에서 데리고 온 인물들로 그레테 단네벨그, 오토칼 레베스, 가리발다 셀레나, 올리거 클리보프가 그들이다.

성관에서 살인이 발생하는데 단네벨그가 그 첫번째 희생자이다. 단네벨그는 오렌지에 주입된 청산가리를 먹고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특이한 점은 시체에서 시광(屍光)이 비쳐나오고 있는 점과 양쪽 관자놀이에 무늬모양의 칼자국이 있는 점이다. 죽기직전 그녀가 쓴 이름은 텔레즈인데, 텔레즈는 이미 사망한 후리야기의 부인이고, 후리야기가 그녀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 놓은 인형이 있을 뿐이어서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빠지고 만다.

그런 와중에 후리야기 산데쓰가 쓴 것으로 보이는 예언 글귀가 나오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그레테는 영광으로 빛나게 죽음을 당할 것, 오토칼은 매달려서 죽음을 당할 것, 가리발다는 거꾸로 매달려 죽음을 당할 것, 올리거는 눈을 가리고 죽음을 당할 것, 하다타로는 허공에 떠올려 죽음을 당할 것, 에키스케는 틈새에 끼어 죽음을 당할 것.

예언과 같이 관리인인 곱추 에키스케가 그 후 갑옷 사이에 끼어 죽음을 당하고, 산데쓰의 비서인 가미야 노부코가 종명실에서 기묘한 자세로 칼을 움켜쥐고 실신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또한 산데쓰의 이복 조카딸인 오시카네 쓰다코가 고대시계실에서 중독되어 미이라처럼 싸여있는 것이 발견된다. 4명의 현악 연주자들이 산데쓰가 죽기 직전 알 수 없는 이유로 양자로 입양이 되었음이 밝혀지고, 오시카네 쓰다코가 유산분배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유력한 용의자 중 한명으로 의심이 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사건은 한층 미궁에 빠져들고 만다.

유대인 중 한명이 범인으로 좁혀져 가는 상황이 진행되자 노리미즈의 추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유대인 올리거 클리보프가 화살에 맞아 죽을 뻔한 사건이 일어난다. 살아남은 클리보프는 그러나 죽음을 피해간 것은 아니어서 결국 연주회 중 정전 이후(눈을 가리고에 해당)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남은 사람들은 메피스토와 같은 범인의 행적에 두려움에 떨고 산데쓰만이 그와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며 산데쓰의 죽음을 믿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산데쓰의 심장이 보통사람과는 반대로 오른편에 있어 자살이건 타살이건 그는 심장을 찔리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리미즈는 산데쓰의 묘를 파헤치는데 동의하지 않고 계속 이성의 힘으로 사건을 조사해 나갈 것을 천명한다.

연주회장의 한쪽 방에서는 오토칼 레베스가 예언과 같이 목을 매달아 자살한 것이 발견되고, 결국 산데쓰의 묘소까지 일행은 조사를 하지만 산데쓰는 시체인 채로 발견이 된다. 그리고 범인을 아는 듯한 가미야 노부코마저 권총에 맞아 살해당함으로서 결국 사건은 미해결로 끝나는 것 같다.

사건의 대략적인 전말은 다음과 같다.

후리야기 산데쓰와 야기자와 박사의 논쟁 내용은 범죄소질 유전설에 관한 것으로 그 논쟁은 실제 실험에 의하지 않고서는 결론을 낼 수 없는 국면을 맞이한다. 이에 산데쓰는 4명의 어린아이를 데려와 40년간 가두어 두고 그들을 양육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실제 범죄를 행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양자로 맞이한 후 유산 상속의 조건으로 성관 밖을 나갈 수 없으며 상호간에 연애 감정을 가져서도 안된다는 단서 조항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자신의 심장이 반대에 위치한 것을 이용, 자살을 가장하고 이를 지켜보려 하나 누군가의 방해로 이는 실현되지 못한다. 그는 자신의 실험을 성공시키기 위해 자식마저 희생시키는데 그의 실제 자식은 여자인 가미야 노부코였으며 남자인 하다타로는 후리야기 혈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즉, 하다타로는 4명의 범죄자 후손들과 비교를 하기 위한 변수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를 우연히 알게 된 가미야 노부코가 산데쓰가 다시 살아날 수 없도록 방해하고 나머지 인물들을 살해한 후 자신도 타살로 위장한 자살을 함으로서 후리야기 가문이 멸종하는 비극이 일어난 것이다.

단네벨그의 시광은 비소 중독에 의한 것 때문이고, 좋아하는 배가 아닌 오렌지를 먹은 이유는 산토닌 중독으로 인하여 색깔을 구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레베스가 자살하도록 유도한 것은 자연광과 인공광에서 서로 다른 색깔을 나타내는 보석의 성질을 이용한 것이었다.

물론 사건의 줄거리와 전말이 상기한 바와 같이 단순하지가 않다. 범인은 끊임없이 바뀌고, 바뀐 범인에 대한 추리는 그때마다 현란한 사유의 결과로 나타난다. 암호와 신경병증, 히스테리의 비상식적 양태까지 추측하고 검토하여 지목하기 때문에 그 국면에서는 동기와 과정이 모두 범인으로 귀결되지만, 실제 결과는 엉뚱하게 나타나 독자는 끊임없이 혼돈 상태에 머물게 된다. 그리고 폐막 두 글자를 읽은 후에도 어리둥절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또한 사건에 기이한 면들에 대한 과학적 해석이 거의 예외적인 경우(실제 실험을 하면 거의 실현되지 않을 듯한)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공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일본 미스터리의 3대 기서로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지만, 전체적인 이해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책을 다시 들게 될지는 자신이 없다. 그만큼 복잡하기 그지없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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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퇘지 - 양장본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여인이 향수 판매점에 지배인의 성적 희롱을 묵인한 후 취직에 성공 한다. 형편없는 보수이며 정식 사원도 아닌 주인공은 향수 판매 외에 매춘에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갈수록 살이올라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한 것도 잠깐, 곧 살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찌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손님의 요구에 응하는 수준이었으나 곧 그녀 스스로가 성적 욕구를 참을 수 없게 되고 매춘을 즐기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어느날부터인가 자신이 돼지로 변하고 있음을 알게되지만 한동안은 사람들을 속여넘길 수가 있었다. 하지만 곧 교사인 남자친구 오노레에게 버림을 받는다. 위정자인 에드가의 정치선전에 이용당하기도 하지만 돼지로 변하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동물과 같은 삶을 살게 된다. 우연히 자신이 일했던 향수제조업체의 사장인 이반과 만나게 되는데 이반 역시 달이 뜨면 늑대로 변하는 인물이다. 그들은 한달에 한번 사람들을 죽여 배를 채우며 행복한 한때를 보내지만 결국 꼬리를 잡혀 이반은 사살당하고 그녀는 어머니의 집을 찾아간다. 그러나 TV에서 자신을 애타게 찾던 어머니는 돈을 목적으로 그랬던 것 뿐이며, 그녀에게 최저임금의 반을 제시하며 축사에서 일한다면 받아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결국 돼지로 변한 그녀를 도살업자가 차에 태우려 하는 순간 그녀는 사람으로 다시 변해 도살업자와 어머니를 총으로 쏴죽이고 숲으로 들어가 때로는 돼지로 때로는 인간으로 살아간다.

 

역자의 말에 의하면 원제는 로 직역하면 <자명한 이치> 정도가 된다고 하는데, truie라는 단어가 암퇘지와 동음어라고 한다. 작가는 파리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문학 교수 자격 시험에 합격하여 현재 릴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교수로 상당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물이다.

책이 출간되었을 당시 좌파들에게서는 찬사를 우파들에게서는 비난을 받았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얼핏 읽었는데 솔직히 좌파들이 찬사를 보낼 내용은 아닌 듯 하다. 먼저 주인공은 자신이 비정규직으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료를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 여겨 심한 짓을 하는 사람들에게조차 때로는 따뜻함을 느낀다. 이로인해 향수가게 지배인이나 위정자 에드가의 행동들이 참혹한 짓으로 보이기보단 주인공 스스로가 그런 행동을 자초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또 이반과 행복한 한 때를 보이는 동안 그들이 주된 먹잇감으로 삼은 사람들은 제3세계에서 프랑스에 와 피자배달을 하는 사람들이며, 그들에게서 특별한 맛을 느낀다는 이반의 대사나, 외국에 머물며 사람들을 잡아먹는 대목에서는 중국인들이나 흑인들은 파리 사람들과는 달리 워낙 수가 많아 몇 사람 없어져도 그만이라는 주인공의 진술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소설에 과도한 상징을 부여하여 지배계급의 가혹한 착취로 인하여 사람들이 동물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처참한 현실을 그린 소설로 보는 것은 완전한 오류이다.

카프카의 <변신>을 약간 변형하여 몇몇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은유를 시도하긴 했으나 작가의 세계관에서 어떤 일관성을 찾아보긴 어려운 소설이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264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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