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플란넬의 수의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2
헨리 슬래서 지음, 강성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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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플란넬의 수의>

데이비드 로빈스는 해거티 테이트 어소시에이트라는 광고회사에서 부사장 고든 테이트의 보좌역을 맡고 있다. 어느날 출근길, 사람들에 밀려 선로로 떨어져 죽을 위기를 넘기고 그의 회사 인물들도 석연치 않은 죽음을 맞는다. 먼저 카메라맨 로버트 번스테인이 해고된 후 집이 불에 타서 죽고, 자신의 상사 고든 테이트는 심장마비에 걸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죽는다. 데이비드 로빈스 역시 매일 복용하는 약을 먹고 식중독에 걸려 죽을뻔할 위기를 다시 겪는다.

데이비드의 회사는 유아식을 만드는 버크사의 광고를 대행하고 있는데, '버크 베이비'라는 아기를 이용한 유아식품 판촉은 매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실제 태어난 아기를 버크 유아식으로 키워 건강하게 자라나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 매달 광고로 삼는 방식이다. 그런데 데이비드가 회계장부를 조사하던 도중 AG라는 이름에 12만5천불이 지급되었음을 알고 이상하게 생각하던 중, 애니 갠더라는 여성이 회사의 사장을 방문하여 소란을 떨고 나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버크 베이비'의 모델이었던 아이가 사실은 뇌수막염으로 죽어버렸고, 은밀하게 애니 갠더의 아이로 바꿔치기 하여 계속 광고를 진행해 왔던 것이었고 죽거나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들이다.

소설의 각 장의 제목은 실제 광고문이라고 하는데 '산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뷔크 자동차)', '이제 잘 시간, 타이어를 바꿀때(굿이어 타이어)', '셔터를 누르세요, 그 뒤는 모두 맡겠어요(코닥)', '가장 친한 친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염색약)' 등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선전문구라고 한다. 헨리 슬레서 자신이 한때 광고업계에 종사하였던 경력이 있어 광고업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제목인 회색 플란넬은 당시 샐러리맨들이 즐겨 입던 양복으로, 군복이 회색 플란넬 양복으로 바뀌었을 뿐 광고업계는 전쟁터와 같다는 것을 비유한다.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사나이>

어느날 루이스라는 남자가 데니슨을 찾아와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으로 데니슨의 친구들에게 어떤 친절을 베풀었는지를 이야기 하는데 데니슨은 공포에 사로잡힌다. 루이스의 아내 네티는 어느날 요트를 타고 강을 항해하다가 일단의 청년들이 몰고온 모터보트 때문에 배가 전복되어 죽게 되는데 당시 데니슨은 당시 모터보트에 탔던 사람 중 한명이고, 루이스는 그들에게 교묘한 방법으로 복수를 한 것이다.

먼저 알콜로 문제가 있던 파울러가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술을 멀리하고 정상인이 되려고 노력하는 시기에 최고급 술을 우편으로 부쳐 알콜 중독에 빠져 여자친구는 떠나가고 파울러는 폐인이 되도록 만든다. 다음으로 필 헤플화이트가 호색한이라는 것을 이용하여 그의 회사에 여자들을 취직시켜 불륜관계에 빠지도록 만들고, 결국 그의 부인이 그를 총으로 쏘는 사건이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도박광인 윌리에게는 판돈을 조금씩 대주어 도박으로 인생을 파탄나게 만든다.

루이스는 데니슨의 약점은 무엇인지 알려달라면서 친절을 베풀고자 찾아왔다고 한다. 데니슨은 강박적인 상태에서 루이스를 살해하고, 현장 조사를 마친 경찰들의 뒷 얘기를 통해 데니슨의 약점은 화를 참지 못하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임이 밝혀진다.

 

<책도둑> - 빌 프론지니

고서점 주인으로부터 책도둑을 잡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무명의 탐정 이야기이다. 경보장치를 통과하는 방법을 알아내지 못하는 그에게 여자친구가 어느날 '속 빈 다리(술고래)'라고 놀리자 지도를 밖으로 가지고 나간 방법은 범인이 사장에게 선물한 속 빈 지팡이를 통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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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미스 프랭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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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코스 마을에 어느날 이방인이 방문을 하고, 늙은 베르타는 카를로스라는 가명을 쓰는 이 이방인이 악마라고 확신한다.

이방인은 마을의 바에서 일하는 샹탈 프랭에게 하나의 제안을 한다. 프랭이 알고 있는 곳에 하나의 금괴를 묻어두고 탐이 나면 훔쳐갈 수 있도록 하는데, 만약 프랭이 금괴를 훔쳐간다면 그녀는 '도둑질 하지 말라'는 계명을 어기는 셈이 된다. 열개의 금괴는 이방인만이 알고 있는 곳에 묻되, 마을사람들이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어긴다면 금괴를 마을 사람들에게 주겠다고 한다. 이 제안을 마을사람들에게 알릴 것인지 말 것인지는 프랭의 몫이지만, 만약 프랭이 알리지 않는다면 이방인은 마을사람들에게 금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프랭이 박탈했다고 밝힐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살해 대상은 프랭이 될 것이다.

이방인은 열한개의 금괴 모두를 가지고 떠나게 된다면 자신이 믿고자 하는 바가 거짓이라는 게 증명될 것이지만 원치 않은 답을 얻게 될 것이라고 한다. 반대로 금괴를 가지고 떠나지 못한다면 그의 삶은 좀 더 가벼워 질 것이라고 한다. 이방인의 정체는 무엇이고 왜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일까? 그는 무기제조업자로 내세울만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원칙을 지키며 살았다. 하지만 어느날 아내와 딸이 납치되고 납치범들은 체포 직전에 둘을 살해한다. 둘을 살해하더라도 납치범들이 체포를 면할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인간은 악에 물든 존재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프랭은 마을 사람들이 그런 제안에 무관심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제안이 알려지자 마을사람들은 희생자를 찾기 위해 골몰한다. 그리고 마을사람들과 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악을 체험하게 함으로서 신앙심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신부의 비뚤어진 선동을 마지막으로 늙은 베르타가 희생양이 된다. 하지만 살해 직전에 프랭이 금괴를 현금으로 바꿀 현실적인 방법이 없으며, 설혹 현금화를 감행한다 하더라도 대단히 위험한 일임을 상기시키자 마을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프랭은 이방인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범죄자 아합이 성 사뱅에게 감화받은 이유는 아합의 질문에 성인이 자신도 유혹에 흔들릴 것은 당연하지만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 즉 성인이나 아합이나 똑같은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작가 후기에서 파울로 코엘료는 <그리고 일곱번째 날......> 3부작,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1994)>,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1998)>, <악마와 미스 프랭(2000)> 을 마친다고 밝히며, 각각 사랑, 죽음, 부와 권력에 갑자기 직면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주일 동안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서 왠지 싸구려 소설 냄새를 강하게 맡았었는데, <악마와 미스 프랭>을 읽고 그 확신은 더 강해졌다. 긍정의 힘을 다루는 소설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작가가 책을 팔기엔 그쪽 진영에 서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느낌을 받을 때,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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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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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도시>

아내와 아이가 있었을 때 퀸은 서너권의 시집과 희곡, 평론을 썼고 장편소설 번역을 하였다. 그러나 아내와 아이가 죽고, 어느날 자신의 일부도 죽어버렸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그는 윌리엄 윌슨이라는 필명으로 추리소설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퀸은 윌리엄 윌슨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스스로를 자기가 쓴 글의 작가라고 여기지 않았기에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고, 그 글을 옹호하려는 생각도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날 밤, 탐정인 폴 오스터를 찾는 전화가 잘못 걸려오자 퀸은 자신이 쓴 추리소설 주인공인 탐정 맥스 워크를 떠올린다. 자신이 창조한 탐정 맥스 워크와 퀸은 닮기는 커녕 상반된 모습이었지만, 퀸이 맥스 워크와 자신을 동일시 할 때, 그리고 자신도 맥스 워크처럼 될 소질이 있음을 알 때에는 힘을 얻을 수 있었기에 사건을 맡는다.

사건을 의뢰한 사람은 피터 스틸먼이라는 사람으로 자신이 살해 위협에 처해있다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피터 스틸먼은 빛이 들어오지 않는 방에서 말을 하지 못하도록 그의 아버지(아버지 이름도 피터 스틸먼이다)에 의해 9년간 감금 당하였는데, 어느날 집에 불이 나는 사건으로 구조되고 아버지 스틸먼은 정신병원에 갖혀 13년이 지났다. 그런데 며칠 뒤면 그 아버지가 병원을 나오고, 그 길로 자신을 찾아와 살해할 것이라는 것이다.

아버지 피터 스틸먼은 보스턴의 명문가 출신으로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컬럼비아 대학 종교학과의 교수직을 역임하였으며 16세기와 17세기 신학적 해석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학자이다. 그의 아내는 석연치않은 이유로 자살을 하였고 그 후로 자신의 아이를 직접 양육하겠다며 9년간 실험을 한 것이다. 그의 실험은 어린아이에게 말을 가르치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새로운 언어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이 새로운 언어야 말로 인류를 구원할 언어라는 것이다.

퀸은 스틸먼이 살인을 저지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그의 논문을 조사하고, 그가 정신 병원에서 나온 후에도 우연을 가장한 접촉을 하며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다. 스틸먼은 목사 헨리 다크의 소책자 <새로운 바벨탑>에서 영감을 받아 하나의 이론을 세우는데, 최초의 바벨탑은 하나님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을 채우고 그 주인이 되어라> 라는 계명에 반하였기 때문에 신의 노여움을 샀는데, 당시에는 신대륙이 발견되지 않아서 아직 땅을 모두 채우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대륙이 발견되고 모든 땅을 인류가 채운 지금, 바벨탑을 세우고 하나의 언어를 말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헨리 다크는 스틸먼이 창조한 가공의 인물임이 밝혀지는데 헨리 다크는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달걀, 험프티 덤프티를 따서 지은 이름으로 아직 부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잠재적인 존재이며 어느 누구도 일으켜 세우지 못하였던 존재이다. 그런데 다른 또 하나의 달걀, 즉 콜롬버스의 달걀은 세워진 달걀인데 신대륙이 발견된 것과 같이 이제 달걀이 세워질 때가 되었다는 논리이다. 

퀸은 스틸먼을 계속 뒤쫓는 과정에서 그의 산책로가 하나의 글자를 만들어 내고 있음을 알고, 그 글자를 조합하면 <THE TOWER OF BABEL>이 되는 것을 알고 더욱 긴장을 한다. 그 글자를 마치는 때에 무언가 사건이 일어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날, 그가 홀연히 사라져버리고, 사건을 의뢰하였던 피터 스틸먼과 그의 부인 버지니아 스틸먼 역시 전화를 받지 않는다. 

탐정 폴 오스터를 찾아가지만 그 역시 탐정이 아닌 작가이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애초에 자신이 의뢰된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맥스 워크와 자신의 동일시에 있었음을 기억하고 스틸먼 부부의 집을 감시하며 피터 스틸먼의 공격에 대비하기로 한다. 몇 달이 지나도록 그는 집을 감시하지만 피터 스틸먼은 나타나지 않는다. 돈이 떨어져 폴 오스터 앞으로 발행된 수표를 기억하고 그에게 전화를 하는데, 폴 오스터는 피터 스틸먼이 이미 자살했다고 말한다. 할 수 없이 몇 달만에 집으로 돌아가지만 자신의 집은 이미 치워지고 다른 세입자가 살고 있으며 스틸먼 부부의 집으로 가보니 그 집은 텅 빈 집이다. 그곳에서 그는 먹는 시간 외에는 빨간 공책에 농아 단체가 판매한 볼펜으로 무언가를 기록하는 일 외에는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빨간 공책에 더 이상 쓸 자리가 없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이다.

 

o 폴 오스터와 퀸의 만남에서 등장한 <돈키호테>에 관한 이야기

폴 오스터는 <돈키호테>에서 중요한 점은 세르반테스 자신이 저자가 아니며 아메테 베넨겔리라는 아랍인이 실제 저자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세르반테스는 이 아랍어 원고를 스페인어로 번역하였을 뿐이고 원고의 편집자일 뿐이라는 밝히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는 것이다. 폴 오스터는 아메테 베넨겔리가 네 사람의 복합체이며 돈키호테를 계속 따라다니며 모든 사건을 지켜보는 산초가 이발사와 사제에게 구술하여 주며, 수습 기사인 삼손 카라스크가 스페인어를 아랍어로 번역하고 세르반테스가 다시 아랍어를 스페인어로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돈키호테는 자신의 미친짓을 사람들이 얼마나 참아낼까 시험하고 그 시험 결과 사람들은 얼마든지 참는다는 것을 알아냈고, 산초 등은 돈키호테의 광기를 치료하기 위해 돈키호테의 책들을 불태우고 갖가지 변장을 하여 돈키호테의 행동을 거울로 비추듯 보여준다는 것이다.

 

<유령들>

화이트는 탐정 블루에게 블랙을 감시해달라고 사건을 의뢰한다. 블루는 화이트의 부인과 블랙이 모종의 불륜관계에 있을 거라고 짐작만 할 뿐, 실제 어떤 이유 때문에 감시를 부탁한 것인지는 모른다. 블랙의 아파트 건너편에 자리를 잡은 블루는 블랙을 감시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블랙은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을 읽거나, 몇 시간 동안이나 글을 쓰거나 할 뿐 특이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어느날 집을 나선 블랙이 어떤 여자와 식당에서 만나는데 블랙과 그 여자 모두가 슬픔에 잠겨 흐느끼지만 여자를 택시에 태워 보낸 블랙은 집으로 향하고 그 외의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블랙은 블루를 계속 감시하면서 그가 읽는 책을 사서 읽기도 하는데 점점 블랙이 어떤 일을 할지, 어떤 생각을 할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느날 길거리에서 애인이 다른 남자와 길을 걷다가 자신과 마주치는데 그 여자는 분노로 블루에게 화를 내고, 블루는 자신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그 여성을 방치하였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자신이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다고 생각한다.

화이트에게 계속해서 보고서를 보내면서 블루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이해할 수도 없고, 블랙의 행동에서 어떤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도 없었기에 자신이 보고서를 보내는 사서함이 있는 우체국으로 화이트를 찾으러 간다. 그러나 화이트는 얼굴에 가면을 쓰고 나타나 편지를 가지고 사라져버리고, 그 후로는 화이트를 우체국에서 만날 수가 없다는 사실에서 자신도 누군가에게 감시를 당하고 있음을 알아챈다. 블루는 그 후 블랙과 직접 접촉을 시도하고 난 후 거짓 보고를 보내자 화이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번 만남에서 블랙은 자신이 사설 탐정이며 누군가를 감시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블루는 블랙이 하는 일이 블루가 하는 일과 완전히 똑같다는 것을 안다. 블루는 블랙의 집을 변장하여 다시 방문하는데 이번에는 블랙이 자신의 직업을 작가라고 말한다. 마지막 방문에서 블루는 블랙의 집에서 화이트가 쓰고 있던 가면과 똑같은 것을 발견하고, 블랙은 '내가 하기로 되어 있는 일을 나 자신에게 떠올려 주기 위해 자신을 감시하는 블루의 존재가 필요했다'며 블랙과 화이트가 동일한 인물임을 밝힌다. 권총으로 위협하던 블랙을 블루가 제압하고 그를 마구 폭행한 후 블랙이 쓴 원고를 집으로 가지고 가서 읽고 나서 모자를 쓰고 방 밖으로 걸어나간다.

 

<잠겨 있는 방>

어느날 어릴 적 친구인 팬쇼의 부인 소피로 부터 편지가 온다. 소피는 팬쇼가 행방불명이고 아마 죽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가 지금까지 써온 원고의 처분을 나에게 위임할 것을 팬쇼가 말했다는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팬쇼를 동경과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나는 그의 원고들이 무척 탁월한 작품임을 알게된다. 작품을 발표하자 문단에서는 찬사가 쏟아지고 나와 소피는 막대한 인세 수입을 얻게 된다. 소피와 사랑에 빠진 나는 평온한 나날을 보내다가 어느날 죽었다고 믿고 있던 팬쇼로부터 한장의 편지를 받는데, 거기에는 소피와 아이를 보살펴주어 감사를 표하는 한편, 자신은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고 작품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주장하지 않을 것이지만 자기를 절대로 찾지 말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팬쇼가 살아있음을 소피에게 얘기할 용기를 내지 못한채 소피와 결혼하고 벤을 입양하고 팬쇼의 작품을 발표해가던 어느날 그에게 편집자가 팬쇼의 전기를 써볼 것을 권유하고 '나'는 이를 수락한다. 팬쇼의 행적을 따라가며 자료를 조사하는 도중, '나'는 팬쇼의 전기를 쓰기 위한 자료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팬쇼를 찾아내기 위한 일을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팬쇼가 사실은 '나'의 필명이 아닌가 하는 의심과, 팬쇼 어머니가 '나'와 팬쇼가 너무 닮아서 어릴 적 종종 구분이 되지 않았다는 말들을 듣자 더욱 팬쇼를 찾는데 몰두하게 되고, 어느날 팬쇼의 어머니가 '나'를 유혹하자 그녀와 성관계를 갖는다. 그리고 그 행위의 의미가 그녀를 이용해 팬쇼를 공격하고 있었음을 알아차리고, 팬쇼를 찾아내 죽이고 싶다고 느낀다.

그 뒤로 소피와의 관계가 악화되어 파국에 이를 지경이 되고 '나'는 팬쇼의 전기를 쓰는 일이나, 팬쇼를 찾는 일을 계속하면 모든 것이 끝장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며 집으로 돌아오고, 팬쇼로부터 두번째 편지가 도착한다. 다시 만난 팬쇼는 그동안에 살아왔던 일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는 모두 빨간 공책에 적혀 있다고 말하며 '나'에게 건내주고, 나는 공책에 적힌 것을 모두 읽고 난 후 쓰레기통에 버린다.

 

<뉴욕 3부작>은 세 작품은 서로 관련을 가지고 있어서 모두 읽고 난 후에야 각각의 이야기가 연결된다. 각각의 작품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유리의 도시>  : 퀸, 피터 스틸먼, 피터 스틸먼(아버지), 버지니아 스틸먼, 폴 오스터

<유령들> : 블랙, 화이트, 블루

<잠겨있는 방> : 나, 팬쇼, 소피, 피터 스틸먼, 퀸

 

두 가지 이야기를 보자. 먼저 <잠겨있는 방>의 '나'가 술집에서 팬쇼를 발견했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말을 걸지만 그가 자신의 이름은 피터 스틸먼이라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팬쇼가 마지막 만남에서 '나'에게 한동안 자신이 퀸에게 추적을 받았다고 하는데, 소피는 퀸이 5주정도 찾아보다 찾지 못했다고 하지만, 팬쇼는 퀸이 자신을 찾아내었으며 한동안 도망다녔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퀸을 함정에 빠뜨렸다는 말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가정이 가능하다. 팬쇼가 도망친 후 퀸은 팬쇼를 찾기 위해 애를 쓰고, 팬쇼는 피터 스틸먼이라는 이름으로 가공의 피터 스틸먼을 만들어내어 살해 위협에 처해있다며 사건을 의뢰한다. 가공의 피터 스틸먼(실제로는 피터스틸먼 자신의 변장, 혹은 팬쇼)을 퀸이 쫓아다니는 동안 팬쇼는 사라지고 퀸은 마지막에 자신이 왜 1969년에 스틸먼이 체포되었을 당시의 신문 기사를 찾아보려 하지 않았었는지 의문을 갖는다. 즉, 1969년에 스틸먼의 체포 기사는 없었을 것이고, 그가 찾아다니던 피터 스틸먼은 허구의 인물임을 어렴풋이 알아챈 것이 아닐까? <잠겨있는 방>에서 '나'가 팬쇼를 발견하지만 팬쇼라고 지목된 사람은 자신의 이름은 피터 스틸먼이라고 하면서 도망치는 장면도 이를 암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유리의 도시>에서 퀸이 방문한 폴 오스터가 사실은 <잠겨있는 방>의 나는 아닐까? 팬쇼가 사라지고 소피와 결혼한 시기쯤으로 보면 적당할 것 같고, 폴 오스터가 쓰고 있는 작품들과 <잠겨있는 방>에서 '나'가 쓰고 있는 글들도 비슷하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짝짓기를 애써 부정하는 듯 아내의 이름은 시리, 아들의 이름은 대니얼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작가는 아이의 이름이 대니얼이라고 밝힌 후 아이가 "모두가 다 대니얼이네"라고 하자, 퀸이  "그렇구나, 나는 너고 너는 나고"라는 말을 함으로서 언어가 지칭하는 것이 반드시 그 사물의 속성을 표현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암시를 한다.

다음으로 <유령들>에서 블랙과 화이트는 동일 인물이다. 화이트는 자신을 감시해 달라며 블루에게 사건을 의뢰하고 보고서를 받는데, 그 보고서를 통해 타인의 눈으로 자신(블랙)을 바라본다. 그리고 타인의 눈을 통해서만 자신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화이트(블랙)이 팬쇼이고, 블루가 퀸이라면 어떤가? 그러나 작가 자신이 이러한 명확한 가정을 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블랙,화이트,블루로 처리했을지도 모른다.

 

어떤 식으로 해석을 하든 일반적인 추리소설처럼 딱 들어맞는 경우는 없다. 왜냐하면 작품 전체에서 이름에 관한 불확실성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의 가정들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는 있으나 얼마든지 부정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이토록 복잡한 상황을 만들고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일까? 작품을 읽다보면 일반적인 추리소설처럼 사건이 있고 그 사건의 실마리도 있지만 사건이 완벽하게 해결되지는 않으며, 어느사이엔가 '글을 쓰는 사람의 딜레마'로 회귀한다. 

<유리의 도시>에서 폴 오스터가 말한 <돈키호테>에 관한 해석을 보자. 자신이 작품을 썼으면서도 자신은 원작자가 아니며 번역본의 원고 편집자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스스로 검열을 통해 제3의 인물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작가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지만 온전히 거기에 몰두할 수가 없다. 작가에게는 독자가 필요하며 독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독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나의 부모, 심지어 나 자신도 될 수가 있기에 그들을 의식하다 보면 끊임없이 제3의 인물의 이름으로 작품을 쓰고 싶은 유혹이 일 것이다. 퀸이 윌리엄 윌슨이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하면서도 그 작품에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상태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퀸이 일거리를 맡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윌리엄 윌슨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작품의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유령들>에서는 작가인 화이트가 '내가 하고자 한 일을 타인이 떠올려 주길 바라면서' 감시역 블루를 고용한다. 그리고 원고를 가져가는 것도 스스로 내어 주는 것이 아니라 블루와의 폭력적인 결말 끝에 블루가 탈취해가는 형태이다.

<잠겨있는 방>에서 팬쇼는 자기의 작품을 스스로 발표하지 못하고 가정을 버리고 증발해 버림으로서 발표 이후의 책임으로부터 도망친다. 팬쇼는 자신의 작품들이 발표될 줄도 몰랐고 모조리 쓰레기라고 생각했다면서 추후 작품에 대해 어떠한 권리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팬쇼는 권리를 주장하여 막대한 인세수입을 얻는 것보다도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된 작품들에 책임을 지는 일이 더 무서웠던 것은 아닐까? 

또 마찬가지의 이유로 공책과 원고들은 읽히고 난 뒤 사라지거나 내용이 불분명하다. 공책의 내용에 대한 언급이 없고(유리의 도시), 원고를 가지고 나간 후의 일을 알 수가 없거나(유령들), 원고를 찢어서 버리거나(잠겨있는 방)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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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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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멜리 노통브는 외교관이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 베이징, 뉴욕, 방글라데시, 보르네오, 라오스 등지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소설은 22살의 벨기에인 아멜리가 유미모토(弓本)라는 일본회사에 취직하여 1년 동안 겪은 내용을 담은 자전적 소설이며, 제목은 '과거 일본 황실의 의전(儀典)에, 천황을 알현할 때는 <두려움과 떨림>의 심정을 느껴야 한다는 규정'에서 따온 것이다. 일본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아멜리는 일본회사에서 통역일을 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취직하여 사장인 하네다 , 부장인 오모치, 그리고 사이토와 모리 후부키(吹雪 : 눈보라)를 상사로 두고 있는 계선제 조직의 말단 사원이 된다.

처음 맡은 일은 골프접대에 응한다는 영문편지 쓰는 일이었는데 일본식 규범에 익숙치 못한 그녀의 편지는 상사의 비웃음만 산다. 다른 일이 주어지지 않자 우편물 배달하는 일을 하기로 했지만 그 일은 이미 하는 사람이 있어 달력의 날짜를 바꾸는 일에 만족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타인의 주목을 끈다는 이유로 상사의 꾸지람을 듣는다.

그녀에게 두번째로 주어진 일은 천여장의 인쇄물을 복사하는 일. 하지만 상사는 복사물의 중심이 어긋났다는 이유를 대며 다시 해오라는 지시만 반복한다. 그 즈음 타부서의 부장 덴시(天使 : 천사)가 벨기에와 관련된 보고서 작성을 그녀에게 제안하고, 드디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생겼음에 기뻐한 그녀는 최선을 다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하지만 보고서의 내용과는 상관 없이 계선제 조직의 위계를 어겼다는 이유로 아멜리와 덴시 모두가 상사로부터 모욕에 가까운 질책을 듣는다. 그리고 그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아멜리이고 그로 인해 조직의 위계가 흐트러졌음을 보고한 것은 다름아닌 후부키, 아멜리의 직속상관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경탄으 눈으로 바라보았고 직장 내에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로 여겼기에 아멜리는 대화를 통해 화해를 시도하지만, 후부키는 이를 항명으로 받아들이고 아멜리에게 출장명세서의 계산 작업을 맡긴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계산서의 작업을 끝내지 못하자 후부키는 아멜리를 지적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인간으로 취급한다. 어느날 상사로부터의 치욕스러운 호통에 울고있는 후부키를 화장실에서 위로하려던 아멜리의 행동 역시 후부키에게는 울고있는 모습을 봄으로서 치욕을 안겨준 행동으로 여겨져 결국 화장실 청소를 하는 직무로까지 떨어진다. 그리고 1년간의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아멜리는 화장실청소 업무 외에는 아무일도 맡지 못한다.

 

1999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2003년 알랭 코르노 감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화제가 되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내용이 너무 자극적이어서 과연 출간되었을지 궁금해 일본 아마존을 검색해 보았는데 출간되지 않은 듯 하다. 소설의 도입부에서는 동양적인 가치에 대한 서양인의 왜곡된 시선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지만 계속 읽어나갈수록 작가는 그런 함정을 벗어나 조직과 체면, 위계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개인이 어떻게 말살되어 가는지, 그 결과 인간관계가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29327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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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두 얼굴의 여자 킨제이 밀혼 시리즈 2
수 그라프튼 지음, 나채성 옮김 / 큰나무 / 2011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주인공 킨시 밀혼. 20살에 경찰학교를 졸업하고 산타 테레사 경찰국의 경관으로 일했으나 '여경관에게 쏟아지는 호기심과 조롱들을 감당하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터프한지 증명하고 모욕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재앙으로 부터 벗어나기로 결심'하여 현재는 탐정으로 일하고 있다. 32살이며 두 번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다.

어느날 비버리 댄지거라는 여성이 자신의 언니인 엘레인 볼트를 찾아달라며 사건을 의뢰한다. 친척 중 한명이 사망하여 상속인 모두가 서명을 하여야하는데 엘레인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엘레인 볼트는 부유한 여성으로 비아 마드리나가 주소이며 일 년 중 몇 개월은 플로리다의 보카에서 지내곤 했기 때문에 두 곳을 조사하지만 엘레인의 종적은 묘연하고, 킨시 밀혼은 어떤 사건이 발생하였음을 직감한다.

엘레인이 사라지기 직전 옆집에 사는 여성 마티 그리스가 강도에게 살해당하고 그 집이 불타는 사건이 있었고, 엘레인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여 조사를 진행시키는 즈음, 플로리다의 콘도에 엘레인의 친구라 주장하며 머물던 팻 어셔라는 여성이 콘도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사라져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애초의 사건 의뢰자였던 비버리 댄지거가 사건 조사를 끝낼 것을 요구하고 그녀의 남편과 엘레인이 불륜관계였음이 드러나자 킨시 밀혼은 그녀가 용의자가 아닌가 의심한다. 마티 그리스의 사망으로 남편이 이득을 얻을 것이라 생각하고 조사를 하였으나 그가 별다른 이득을 얻지 못하였으며 폐인과 같이 되어 혐의가 벗겨질 무렵 마티 그리스의 남편이 어떤 여성과 만나는 것이 목격되고 이로써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다.

옆집에서 살해된 사람은 마티 그리스가 아닌 엘레인 볼트이며 그녀의 치과기록은 조작된 것이고 그날 밤 엘레인이 먹은 음식은 쓰레기통을 뒤져 알아낸 것이다. 마티 그리스는 성형수술을 받은 후 펫 어셔라는 인물로 행세하며 플로리다에서 지내다가 꼬리가 밟힐 위기에 처하자 도망친 것이다.

 

수 그라프튼의 알파벳 시리즈 중 B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원제는 "B" is for Burglar, 강도에 관한 작품이다. 앤서니상과 샤무스 어워드 작가상 수상작인데 의외로 맥빠지고 재미 없다. 물론 85년 발표 당시를 감안하면 이미 죽은 시체가 범인이라는 설정이 당시엔 참신했을지도 모르겠다. 추리보다는 조사에 가까운 작업들이 주되고, 사건의 실마리는 우연히 알게된다. 수 그라프튼은 알파벳 시리즈를 주로 써 내는데 2011년 현재 'V'까지 발표하였고 국내에는 세 권의 책이 번역되었다.

 

참고로 발표된 알파벳 시리즈는 아래와 같다. 작품 제목은 "A" is for Alibi 하는 식이고, 괄호 안은 발표 연도와 국내 출간 제목이다.

 

Alibi(82, 여형사K), Burglar(85, 두 얼굴의 여자), Corpse(86, 말 없는 목격자), Deadbeat(87), Evidence(88), Fugitive(89), Gumshoe(90), Homicide(91), Innocent(92), Judgment(93), Killer(94), Lawless(95), Malice(96), Noose(98), Outlaw(99), Peril(01), Quarry(02), Ricochet(04), Silence(05), Trespass(07), Undertow(09), Vengeance(11)

 

http://blog.naver.com/rainsky94/8012930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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