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화를 그리는 화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시공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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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베르베르인 무장함대의 거점이었던 아라에스 협곡에 벼랑이 하나 있고, 그 위에 사라센인들의 침입을 알리기 위한 망루가 하나 있고, 그곳에는 종군 사진작가로 활동하다가 은퇴하여 내벽에 벽화를 그리는 파울케스라는 화가가 살고 있다. 어느날 망루로 한 남자가 찾아온다. 그는 파울케스에게 자신이 기억나지 않는지 묻지만 파울케스는 기억을 하지 못한다. 마르코비치라는 이름의 그 남자는 파울케스가 자신의 사진을 찍어 유명해졌기 때문에 기억할 것이라며, 크로아티아의 부코바르에서 찍은 사진을 떠올려보라고 한다.

당시 세르비아 포병대와 함대의 공격을 받은 크로아티아군은 패주하던 중이었고 파울케스와 올비도는 패잔병들과 조우한다. 파울케스는 병사 한 명을 점찍어 필름에 담는다. 병사의 눈동자는 공허해 보이고 표정에는 극도의 피곤함이 묻어났으며, 얼굴은 땀으로 흥건히 젖은 채 더럽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들러붙어있었다. 그리고 AK-47소총 위로, 온갖 오물이 튀어 누르스름하게 변색된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병사는 피곤한 와중에 '찰칵' 하는 카메라 셔터 소리만을 들었고, 파울케스는 사진을 찍은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가던 길을 갔다. 그리고 그 사진은 '유럽 포커스 상'을 수상하였고, 유명해졌다.

병사는 이틀 뒤 보로보 나셸예 고속도로 위에서 다시 한번 파울케스를 보았다고 말한다. 보로보 나셸예 고속도로에서 파울케스의 연인 올비도가 지뢰를 밟아 폭사하였는데, 죽은 올비도의 사진을 찍는 파울케스를 보았다는 것이다.

마르코비치는 파울케스를 찾아다녔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파울케스에 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도대체 왜 자신을 찾아다녔느냐는 물음에 마르코비치는 태연하게 '당신을 죽이려고요'라는 답변을 내놓고, 다시 찾아오겠다며 망루를 떠난다.

 

다시 찾아온 마르코비치는 한 병사의 이야기를 한다. 아내와 아이을 집에 남겨두고 전장으로 떠난 병사는 세르비아인들의 공세에 밀려 퇴각하는 중이었다. 패잔병들이 집결해 미처 숨도 돌리지 못하고 있을 때, 한 사진작가가 병사의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이 상을 타고, 병사의 사진이 이곳 저곳에 실려 유명해진다. 병사는 세르비아인들에게 잡혀 3년간 포로 생활을 하게 되고, 세르비아계라서 안전할 수도 있었던 아내와 아이는, 병사가 유명해진 바람에 세르비아군에게 유린당하고 젖가슴이 도려진 후 목이 베이고 만다. 마르코비치는 파울케스에게 묻는다. 나비의 날개짓이 폭풍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나비 효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울케스는 그 사진에 어떤 종류의 책임을 느끼기는 하는지. 왜 사진찍기를 그만 두었는지. 왜 자신의 연인이 지뢰를 밟고 죽었을 때에 그녀의 사진을 찍었는지.

 

마르코비치가 자신을 죽이러 왔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 방법과 시기가 급작스러운 것이 아닐 것임을 파울케스는 알 수 있었고, 자신이 그리고 있는 전쟁화 작업을 하며 파울케스는 묻어두었던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진을 찍는 그 순간 파울케스는 사진의 피사체에 대해 어떠한 책임감도 느끼지 않아왔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최대한 객관적인 상태가 될 때에만 전쟁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올비도는 절대로 사람을 찍지 않았고 버려진 물건 따위만을 찍었다. 올비도가 죽고 난 뒤 파울케스는 사진을 버리고 그림으로 회귀한다. 마르코비치와 만난 후 그는 자신은 객관적인 상태에서 사진을 찍었다하더라도 사진 속에 사람을 찍을 때에 이미 어떤 작용을 가했음을 알고 있었고, 그런 작용 혹은 관계 맺음이 두려워 올비도는 사람을 찍지 않았음도 어렴풋이 느낀다.

 

"난 당신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소."

"...나비의 날개짓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요."

"아니, 그 반대요. 우리 모두의 잘못이니까... 우리 모두가... 괴물의 일부분인 거요."

"그런데, 출구는 없는 겁니까?"

"위안만 있을 뿐이지. 포로의 경우, 총살을 당하는 순간 마침내 자유를 얻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오..."

 

올비도가 죽은 후 사진을 찍은 이유가 사진을 찍음으로서 올비도를 '대상화' 하여 '그저 평범한 일'로 되돌려 버리려 했었던 것은 아니냐는 마르코비치의 질문에 그럴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마르코비치는 처음 찾아왔을 때 살아있는 파울케스를 그의 손으로 살해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파울케스 스스로 알아서 할 때 같다며 떠나고, 파울케스는 자살한다.

 

파주의 출판도시에 갈 기회가 생겨 <시공사>를 찾았는데, 지하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레베르테의 <뒤마클럽>,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모두 재밌게 읽었었는데, <남부의 여왕>과 <전쟁화를 그리는 화가> 가 눈에 띄어 사왔다. 퀸시의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과 시마다 소지의 책 몇권을 함께 사니 재활용 장바구니 같은데 담아 준다. <보물섬>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가게'는 인터넷의 칭찬들과 달리 볼만한 책이 별로 없거나, 이미 팔려나간 상태였다. 아무래도 기증된 책으로 운영되기 때문인 듯 하다. 셀리의 <프랑켄슈타인>과 로맹 가리의 <유럽의 교육>을 샀다. <숨어있는 책>이라는 이름의 헌책방도 들렀는데 딱히 특이할 만한 서점은 아니었다. 그저 동인천 배다리에 있는 헌책방 정도라고 하면 될까. 테오도르 폰타네의 <마틸데 뫼링>과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처럼>이 새책과 같은 상태라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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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세계문학의 숲 3
토머스 드 퀸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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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먹어본 적이 없는 자들은 지금 먹고,

늘 많이 먹어본 자들은 이제 더 많이 먹어라.

 

작자 미상의 2~3세기경 라틴어 시 <사랑의 불면>에 나오는 "일찍이 사랑해본 적이 없는 자, 내일 사랑하라. 이미 사랑해본 자는 내일도 사랑하라"를 퀸시가 아편에 빗대어 흉내낸 시구이다.  퀸시는 직공들이 저임금 때문에 맥주나 위스키에 탐닉할 여유가 없고(그만큼 당시는 아편이 싼 가격이었다), 일단 아편이 주는 천상의 쾌락을 한 번 맛본 사람이 알코올처럼 조잡한 세속의 음료가 주는 즐거움으로 전락하리라고 믿을 수도 없다고 말한다.

 

1부

성공한 직물상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와 네 명의 후견인에게 맡겨진 퀸시는 어릴적 그리스어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16세에 실력 없는 선생들을 이미 뛰어넘었음을 알게 된 퀸시는 맨체스터 그래머스쿨을 떠나 방랑길에 접어든다. 런던으로 거처를 옮긴 후 아무런 후원도 없이 극도의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리며 이 시기에 한 변호사의 집에 기숙하게 된다. 말이 기숙이지 이불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그곳에서 열살쯤 된 거지 여자아이와 창녀 앤을 만나게 된다. 가난하지만 퀸시를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헐어 먹을 것을 사주고 걱정해주는 앤과의 우정을 지속하던 어느 날, 그는 후견인들과 화해를 하고 옥스퍼드 대학의 우스터 칼리지에 진학한다. 얼마간 안정이 된 후 퀸시는 앤을 찾기 위해 돌아오지만 그녀는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고, 그는 그녀의 성을 알지 못한다.

 

2부

퀸시는 옥스퍼드에서 치통을 달래기 위해 아편을 복용하기 시작한다. 아편은 아무 약종상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아편을 복용한 후 '정신 기능에 완벽한 규율과 조화'가 온 느낌을 받는다. 아편은 '냉정함을 크게 활성화'하였으며 '능동적이거나 수동적인 모든 정신기능에 균형을 전달'하고, '심장과 자비로운 애정을 확장'시킨다. '아편에 수반되는 자비로운 감정의 확대는... 원래 공정하고 선량했던 마음의 충돌들과 싸우고 그것을 혼란시킨 뿌리 깊은 고통이 제거되면 마음이 자연히 되돌아가는 그 상태로 건강하게 회복' 되는 느낌을 준다. 그는 아편을 복용하던 초기에 무기력이나 우울과는 거리가 멀었고, 아편을 복용한 다음날에는 유별나게 기분이 좋고 의기양양하기까지 했다고 고백한다. 

상당히 오랜기간 아편을 절제하며 복용하던 그가 우울한 사건을 경험하고 이로 인해 건강이 훼손되자 아편에 의존하기 시작하고, 악몽이 시작된다. 그는 멕베드가 "더 이상 잠자지 못할 것이다(shall sleep no more)" 즉 잠을 잘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를 외친것에 비견하여, 잠이 들면 찾아오는 극심한 공포와 악몽 때문에 "나는 더 이상 잠자지 않겠다(will sleep no more)" 라고 외쳐야 할 지경에 이른다.

그의 몸과 정신의 균형은 완전히 깨어져 버렸고, 아편 사용량은 급격히 늘어나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태이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이라는 외적 동기로 아편을 끊기로 마음먹지만, 아편 복용량을 줄이는 동안 '하나의 존재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존재방식으로 들어가는 사람의 고통'을 맛본다.

 

퀸시는 부록에서 아편을 완전히 끊은 상태에서 저 책을 쓴 것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1859년 겨울, 퀸시의 사망 기사를 읽은 보들레르는 "아편쟁이가 인류에게 실제적인 봉사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게 도대체 어쨌단 말인가. 그의 책이 '아름답다'면, 그것만으로도 그에게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즉 '아름다움'이 '진리'보다 더 고귀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라고 말했다고 하며, 보르헤스는 '나는 이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은 내게 세상에서 가장 슬픈 책 중의 하나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보르헤스가 슬프다고 말한 것은, 무엇엔가 탐닉하고 그때문에 스스로 만든 지옥 속에서 사는 인간의 본질적 속성을 이 책에서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동물은 자신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면서 쾌락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인간은 해롭다는 이유로 어떤 행동을 서슴없이 저지르기도 한다. 꽤나 오랫동안 인간본성은 환경에 의해 규정받으며 어떤 정해진 속성이란 없다고 믿으며 살아왔지만, 최근에는 그런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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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비밀
A.지로 / 서적포 / 199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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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미스테리' 분야를 개척한 지로가 1984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1년여 동안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켰다고 하는데, 사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가 읽으면 딱 적당할 수준이다. 사건의 개연성이 없고 각 에피소드는  분량과 수준이 둘쑥날쑥하다. 미스테리 소설에 관대한 나이지만, 초반부터 '이건 아니다' 싶은 몇 안되는 책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o 영웅들의 인사

20세가 되어 돌아가신 아버지의 막대한 재산의 상속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요시코는 숙모 일가의 음모로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9호 병동에 감금된다. 9호 병동에는 자신을 소설이나 역사속의 인물로 착각하고 실제 그에 걸맞는 실력까지 갖춘 홈즈, 달타냥, 루팡, 에드몽 단테스 등이 은거하고 있다. 에드몽 단테스가 파놓은 비밀 통로로 언제든 바깥 출입을 할 수 있으나 9호 병동 생활을 오히려 즐기던 이들은 요시코를 도와 변호사와 숙모 일가의 음모를 밝혀낸다. 막대한 재산을 얻게 된 요시코는 이들과 함께 탐정 활동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이들의 첫 번째 사건은 가즈에라는 여인의 동생 데츠시의 사망 사건이다. 사립학교의 재정문제를 도와주는 대신 자신의 아들이 수영대회에서 1등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한 거부의 제안에, 학교측은 가즈에를 통해 동생 데츠시가 수영대회 출전을 포기할 것을 종용한다. 이를 거부한 날 데츠시가 수영장에서 익사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범인은 학교측에 매수당한 풀장 관리인으로 드러나고 가즈에는 요시코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게 된다.

 

o 외로운 독재자

아직은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연애인 사유리가 남미의 한 오지마을을 취재하러 갔다가 군벌에 의해 그 마을주민 전원이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일본으로 돌아온 후 그녀는 두번에 걸쳐 살해당할 뻔한 위기를 넘긴다. 한동안 살해 위협이 잠잠해는가 싶더니 그녀에게 드라마에서 비중있는 역할이 제의되고 그녀는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 일보직전이다. 때를 같이 하여 남미의 독재자가 일본 방문을 계획하는데 그는 다름아닌 마을 학살을 지휘하던 군벌장군이다. 독재자는 피살 위험에도 불구하고 굳이 사유리가 출연하는 드라마 세트장을 방문하겠다고 하는데 방문 당일 터진 폭탄으로 인해 당시 취재를 하였던 다섯명을 한자리에 모여 살해하려 했음이 드러난다.

 

o 상대성 이론을 증명하라

물리학자인 루미의 아버지가 학술회장에서 '아인슈타인'으로 명단에 오르고, 그 사건으로 9호 병동에 감금된다. 루미는 아버지가 모종의 음모로 정신병원에 감금되었다고 생각한다. 한편 사건 당일 루미에게 집적거리던 비열한 학자 도가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아버지의 충직한 제자 이치야마가 사건 당일 도가와의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용의자로 체포되나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다. 홈즈는 명단을 본 사람이 루미의 아버지, 도가와, 이치야마의 순서임을 알게 된다. 추리를 통해 루미의 아버지가 자신을 아인슈타인으로 믿고 직접 명단을 쓰고 나서 도가와가 이 명단을 보고, 이치야마는 명단을 본 도가와가 루미 아버지를 음해할 것을 우려해 살해한 것임을 밝혀낸다.

 

o 잃어버린 시간

오랜 경찰생활을 접은 사치코의 아버지는 회상록을 쓰기로 마음 먹는데 어느날 한 젊은이가 아버지를 찾아와 격렬하게 항의한다. 그의 이름은 구사다 슌이치로 사치코 아버지 동료형사의 아들이다. 구사다의 아버지는 매수설로 의심 받자 이에 항의하여 자살하였고 부인도 그 뒤를 따랐는데 이를 회상록에 쓸 것을 우려한 것이다. 다음날 아버지가 의문의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6개월이 지난 어느날 요시코에게 사치코가 사건을 의뢰하는데 결혼할 사이라며 소개한 사람은 다름아닌 구사다 슌이치다. 이 둘은 그 사건 이후로 사랑에 빠지는데 결혼을 앞두고 구사다 슌이치가 아버지를 살해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없애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홈즈의 추리로 출판업자가 사건의 진범이었던 총경의 사주를 받아 조립식 서재를 매일매일 기울여 아버지를 정신 착란에 빠지게 만들고 결국 심장마비에 이르게 한 것임이 밝혀진다.

 

o 신데렐라의 정사

보트 위에 남자와 여자의 신발이 남겨져 있고 남녀의 시체가 물 위로 떠오르자 경찰은 정사로 치부한다. 그런데 또 한명의 여자 시체가 떠오른다. 세 명 모두의 팔목에는 빨간 끈이 메어져 있어 사건은 알 수 없게 된다. 한편 남편을 기다리며 호텔에 투숙하던 여인은 경찰의 신원조회 요구에 남자가 자신의 남편임을 확인해 주고 슬픔에 잠긴다. 사건의 전말은 바람을 피운 사람은 남편이 아닌 아내쪽이며 남편은 홀로 살을 위해 이곳을 찾았으며 여인의 신발 한켤레를 배에 남겨두어 아내쪽에게 마지막 자존심을 세우려 한 것이다. 동성애로 인해 정사를 한 여인들의 시체를 발견한 아내는 남편이 정사한 것으로 꾸미기 위해 여인들의 손목에 메어져 있는 끈을 남편의 손목에도 메어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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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 1 - 개정판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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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각 장은 <세피로트 나무>의 각 단계를 차용하고 있다. 세피로트는 수(數), 혹은 구체(球體)를 뜻하며 하느님이 드러내고자 하는 열 가지 속성을 가르킨다고 한다. 각 속성은 다음과 같다. 1.케테르(왕관) 2.호흐마(지혜) 3.비나(지성) 4.헤세드(사랑) 5.디인(정의) → 게부라(악, 푸코의 진자) 6.라하밈(신심) → 티페렛(아름다움과 조화, 푸코의 진자) 7.네짜(영원) 8.호드(위엄) 9.예소드(토대) 10.말후트(왕국)

  

유대교 신비주의 전통에 따르면 세상은 지상계(地上界, 즉 지상의 왕국인 <말후트>)에서 시작하여 거룩한 원리인 <케테르>로 회귀한다고 하는데, 소설은 반대로 <케테르> 장(章)에서 시작되어 <말후트>장에서 끝나며, 5번과 6번이 바뀌어 있다. 역자 이윤기는 이것이 작가의 세계관을 반영한 듯 하다고 각주에서 간략하게만 밝히는데, 이는 '꾸며 낸 계획' '실제'에 영향을 미치는 전반적인 줄거리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언급은 피한 듯 하다.

 

소설은 국립공예원에서 주인공 까소봉이 푸코의 진자를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까소봉은 이틀 전 벨로로부터 한밤중에 전화를 받는다. 벨보는 자신의 컴퓨터인 '아불라피아(13세기 유대신비주의자. 토라의 무한 치환을 통한 성서해독에 평생을 메달린 인물 아브라함 아불라피아에서 따온 이름)'를 열어보라며 <계획>은 진짜였다고 말한다. 암호를 말하려던 찰나에 벨보는 누군가의 습격을 받은 듯 전화는 끊기고 만다.

 

까소봉과 벨보의 인연은 1972년말 술집 필라데에서 시작된다. 가라몬드 출판사의 편집장인 벨보와 역시 출판사에서 일하는 디오탈레비, 성당기사단에 관한 논문을 준비하던 대학생 까소봉은 친해지고 어느날 필라데에서 성당기사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성당기사단에 관한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가 까소봉이 연구한 것인데 이는 논문을 준비를 위한 것으로 사실에 근거한다. 둘째가, 전직 대령 아르덴티의 이야기로 그가 한 장의 문건을 발견하여 해독한 성당기사단 계획에 관련된 것이다. 세번째가, 벨보,까소봉, 디오탈레비가 아르덴티의 불완전한 <계획>을 재구하는 내용이다.

 

까소봉의 성당기사단 이야기

 

제1차 십자군 원정으로 성지(聖地)에 기독교 왕국이 건립된다. 보드웽 2세가 예루살렘을 다스릴 무렵인 1118년, 위그 드 파양이 이끄는 아홉 청년이 <그리스도의 가난한 군병>이라는 조직을 결성하는데 이들은 순례자 보호를 자처하였고, 이에 왕과 예루살렘 유지들은 그들에게 돈을 걷어주고 옛 솔로몬의 성전을 은서지(隱棲地)로 제공한다. 훗날 성당기사단으로 알려지는 이들이다.

교단(敎壇)이 막강해지니 가입하는 자가 늘고 이에 성지에 파견되지 않는 성당기사단도 생길 지경이었다. 이들은 회교도들과 싸웠으나 상호존중하였고 이러한 동아리의식은 성당기사단의 몰락을 재촉하게 되는 바 훗날 종교재판관이 기소할 때 들이댄 죄목이 ‘배교적(背敎的) 회교도들과의 접촉’이었던 것이다.

성당기사단 세력이 급속히 확산될 즈음 생 베르나르가 등장한다. 그는 성당기사단을 <그리스도의 청빈 기사단>으로 둔갑시키고 그들의 행동을 영웅적 행동으로 미화한다. 또한 72항목의 종규시안을 마련하는데, 지키기에 매우 까다로운 조항들이었다.

전쟁터에서는 죽음에 대한 압박을, 전쟁이 끝나고 난 뒤에는 신앙에 귀의한 도덕적 엄격을 강요받는 성당기사단은 남색이나 배교적 행위로 일탈할 개연성이 높았다.

그 즈음 성당기사단은 막대한 기부금과 재산위탁관리를 통한 수수료, 자체 무력으로 이미 다국적기업의 면모를 띠었으며 왕, 주교나 예루살렘의 고위 성직자의 간섭에서 자유로웠다.

1244년 예루살렘이 함락되어 기독교가 패배한 후, 성당기사단은 회교신비주의 교리에 경도된다. 1291년 예루살렘의 기독교 왕국이 영원히 사라졌지만 성당기사단의 재산과 기사수는 그 어느때보다 많았고 권세 역시 드높았다. 그러나 성지전투가 목적인 집단인데 성지에는 단 한사람의 기사도 없는 아이러니한 조직이기도 했다.

한편 막대한 재산관리로 소일하던 그들이 강력한 중앙 집권을 노리던 공정왕 필립에게는 눈에 가시로 보였다. 성당기사단 사령관 자끄 드 몰레와 필립왕의 1차 갈등이 있었으나 교황이 성당기사단 편을 들어준다. 이에 공정왕 필립은 중상모략을 시작하는데, 성당기사단의 이국적 차림과 무어 말씨, 동성연애 혐의, 회교암살조직 산옹(山翁)과의 관계, 이스마일파(회교 시아파 중에서도 과격하고 이단적인 조직)의 비의 관련 등이 그것이다.

교황이 1307년 공개심문회를 열자는 필립왕의 제안에 마지 못해 동의하는데 여기서 세가지 불가사의한 점이 생겨난다. 첫째, 풍전등화의 위기인데도 성당기사단은 질탕한 술잔치와 신성모독을 계속한 점. 둘째, 1307년 9월 14일 성당기사단의 검속과 재산몰수를 명한 밀지가 발효되고 한 달간 계속되는데도 10월 13일까지도 칼 한번 뽑지 않고 항복한 점. 셋째, 심문과정에서 36인의 기사가 목숨을 잃는데 저항한 기사가 한 명도 없고 모두 순순히 자백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세 번 그리스도를 부정하고, 그리스도 수난상에 침을 뱉었으며, 옷을 벗고 다른 기사의 궁둥이, 배꼽, 입술에 차례로 키스한 후 상호간음을 하고 털보우상 대가리를 경배했다는 등의 죄목으로 기소된다.

1310년 4월 550명의 성당기사들이 자백을 번복하나 공술 번복자로 50명이 처형되자 500명은 번복을 다시 번복하고 조용히 다른 교단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1314년 3월 19일 자끄 드 몰레가 화형에 처해지는데 그는 박해한 자들의 운명을 예고하고 그 예고대로 교황, 필립왕, 노가레가 그해 사망한다. 몰레의 사망과 500명의 성당기사단의 잠적 이후는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게 된다.

 

아르덴티 대령의 성당기사단 이야기

 

어느날 출판사를 찾아온 전직 대령 아르덴티는 자신의 원고를 출판의뢰하기 위해 방문했다며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는 성당기사단이 순순히 체포된 데에는 어떤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며 그 계획은 세계정복, 혹은 힘의 원천에 관련된 것이다. 이 계획은 성사시키는 데에 세월을 요하는 원대한 것이었거나, 막대한 재원이 필요했거나, 혹은 계획의 속성상 서서히 진행되어야 했다. 따라서 성당기사단은 지하로 숨어들기로 결정하고 일부가 순순히 체포되었다는 것이다.

자끄 드 몰레가 체포될 것을 알고 수도회의 지휘권과 밀지를 보쥬백작에게 넘겼으며 성당기사단은 이후 프리메이슨, 몬테사 수도회, 그리스도 기사단, 튜튼 기사단 등 여러가지 이름과 단체로 변모하여 왔다. 아르덴티 대령은 성당기사단의 족적을 계속 추적하던 중 중앙정부 권력이 미치지 못했던 프랑스의 프로뱅 지방이 성당기사단이 숨어들었던 장소임에 틀림 없다고 생각한다. 조사를 하던 아르덴티는 1894년의 신문에서 두 사람의 용기병(龍騎兵)이 <십일조 곡창(穀倉)>을 조사하던 중 지하 3층의 방을 발견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발견한다. 그는 용기병 중 앙골프라는 자가 무언가를 발견했을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여 그의 집을 방문하고, 그의 서재에서 한 장의 문서를 발견한다. 그 문서는 암호화된 글과 일부가 지워진 글이었는데 아르덴티가 해독한 바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Les 36 inuisibles separez en six bandes>, 즉 <여섯 무리로 나뉘어진, 서른 여섯명의 보이지 않는 자들>.

 

일부가 지워진 글의 해석

 

a la......Saint Jean 성 요한의 (밤)

36 p charrete de fein 건초 수레 사건으로부터 36(년 되는 해)

6......entiers avec saiel 봉인으로 밀봉된 6(가지 밀지)

p......les blancs mantiax 흰 망토(를 두른 성당기사들을 위하여)

r......s......chevaliers de Pruins pour la......j.nc. (복)수하기 위한 프로뱅의 (공술 번복자들) 계획은 이러하다

6 foiz 6 en 6 places 6개소에 6곱하기 6

chascune foiz 20 a......20 a......iceste est l' ordonation al donjon li premiers 각회 20(년)씩 120(년)

it li secunzjoste iceus qui......pans 제1진은 성으로

it al refugge 다시 은신처로

it a Nostre Dame de l' altre part de l' iau 다시 강가에 있는 노뜨르담으로

it a l' ostel des popelicans 다시 포펠리칸이 묵는 곳으로

it a la pierre 다시 돌이 있는 곳으로

3 foiz 6 avant la feste......la Gran Pute. 위대한 창부(의) 잔치 전에 3 곱하기 6(666)

 

아르덴티는 이에 근거하여 성당기사단이 복수를 위하여 36명으로 이루어진 6개의 기사단이 120년에 한번씩 6개의 봉인을 개봉하는 계획을 세웠으며 1944년이 성당기사단 계획의 마지막 해였음을 알아냈다고 한다. 그러나 1944년은 세계대전이 있었던 시기라서 성당기사단의 계획이 실행될 수가 없었으며 <돌이 있는 곳으로>의 돌은 바로 성배(聖杯)를 뜻한다는 것이다.

 

까소봉, 벨보, 디오탈레비의 새로운 <계획>

 

아르덴티의 원고는 이들에 의해 실없는 가짜로 치부되었으나 아르덴티가 모텔에서 석연치 않게 죽임(혹은 사라짐)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후 까소봉은 브라질로 떠나 그곳에서 아글리에라는 자를 만나는데, 그는 성당기사단에 관련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은비학에 대해서도 정통하며 자신이 죽지 않는 생 제르맹이라 자칭한다.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 까소봉은 벨보, 디오탈레비와 함께 출판사에서 일하게 되며 성당기사단과 관련한 일련의 출판물을 기획한다. 온갖 <유령 떨거지들>의 원고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게 되어 아글리에도 여기에 가세하여 최종 검토를 맡는다.

원고들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들 셋은 장난삼아 성당기사단의 계획을 좀 더 그럴싸하게 만드는 지적 유희를 거듭하게 된다. 성당기사단의 비밀에 초점을 맞추어 역사를 재해석해가며 그들은 마치 절대진리라도 발견한 듯 한 착각에 빠진다. 해명되지 못했던 사소한 역사적 의문들은 '성당기사단의 계획'이라는 만능열쇠로 술술 풀려간다.

이 과정에서 성당 기사단의 회합이 끊어진 것이 교황 그레고리우스의 월력 개혁으로 인한 각국 조직간 날짜 착오 때문이라거나, 그들이 최종 목적이 성배가 아니라 지구자기력을 조정할 수 있는 지하 위치를 발견하는 데 있다거나, 푸코의 진자가 특정한 날짜와 시각에 가르키는 지점을 알 수 있는 지도의 존재가 필요하다거나 하는 세부 내용을 만들어나간다.

 

한편 까소봉 아내 리아는 아르덴티가 발견한 밀지가 사실은 상인이 쓴 거래명세표에 지나지 않는다며 다르게 해석한다.

 

리아의 밀지 해석

 

a la......Saint Jean 생 장 가(街)에

36 p charrete de fein 건초 한 수레, 값은 36수우

6......entiers avec saiel 도장이 찍힌 포목 6필은

p......les blancs mantiax <블랑 망토(흰 망토)>가에

r......s......chevaliers de Pruins pour la......j.nc. 종쉐에 쓰일 십자군 장미

6 foiz 6 en 6 places 다음 여섯 곳에 여섯 송이짜리 여섯 다발.

chascune foiz 20 a......20 a......iceste est l' ordonation al donjon li premiers 한 다발에 20드니에, 합계 120드니에. 배달할 순서 첫번째 여섯 송이짜리 다발은 성채로

it li secunzjoste iceus qui......pans 상동(上同), <포르 오 뺑> 거리로

it al refugge 상동, <에글리즈 드 루뻬주(피난처 교회)>로

it a Nostre Dame de l' altre part de l' iau 상동, 강 건너 <노뜨르담 교회>로

it a l' ostel des popelicans 상동, 카타리 교단 건물로

it a la pierre 상동, <삐에르 롱드>거리로

3 foiz 6 avant la feste......la Gran Pute. 그리고 여섯 송이짜리 세 다발은 축제 전에 유곽 거리로......

 

까소봉은 이 해석에 '하나님 맙소사, 세상에 이럴수가!'라고 경악하지만, 이미 계획을 가지고 장난질을 시작한 이후 너무 멀리 와버렸음을 깨닫는다. 벨보는 자신의 어린시절부터의 트라우마를 이 <계획>에 집착함으로서 해소하려 하고, 디오탈레비는 <계획>을 만들어가며 언어를 재조합한 저주로 자신의 몸 속 세포가 재조합(암세포) 되었다. 또한, 아글리에를 위시한 성당기사단 비밀에 골몰하는 자들은 <계획>을 실제로 믿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결국 벨보는 아글리에를 위시한 집단에 의해 푸코의 진자에 메달려 살해당하고 까소봉은 영원한 도피자 신세가 되고 만다.

 

<푸코의 추>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을 95년도에 상권만 읽은 후 포기했다가 이번에 <푸코의 진자>로 개역된 판본을 읽게 되었다. 역자 이윤기의 번역에 얼마만큼의 수고가 들어갔는지 느낄 수가 있었다.

 

작년 10월경 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배경인 멜크 수도원에 가볼 기회가 있었다. 당시 사진인데 내부 촬영에 플래시 사용 금지라서 많이 담지 못한게 아쉽다. <장미의 이름>은 영화로 보고난 연후에 책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가 있었는데, <푸코의 진자>는 영화화하기 힘들 것 같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32064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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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영웅전설 - 제8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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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지진아로 살아가던 주인공이 어느날 자살을 하려던 찰나 슈퍼맨이 그를 구한다. 영웅들이 모여사는 곳에 가서 무한히 그들을 동경하던 주인공은 우여곡절 끝에 영웅 '바나나맨'이 된다. 황인종이라서 겉은 노랗지만 속은 백인종처럼 하얀 바나나맨. 하지만 그는 딱히 이렇다할 임무도 맡지 못하고 슈퍼맨이나 원더우먼 심부름이나 할 뿐이다. 슈퍼맨은 지구 곳곳의 '정의를 모르는' 족속들을 힘으로 처단하고, 배트맨은 무지막지한 돈의 힘으로 한껏 권력을 과시한다. 헐크는 온순한 외모로 회의를 주관하나 그의 뜻대로 회의가 흘러가지 않을 경우 헐크로 변할 것을 알기에 회의 참가자들은 모두 고분고분하다.

 

브레튼우즈 체계가 확립되고 전세계가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되어 가는 것을 만화 속 영웅들로 치환하여 그려내고 있다. 한 때 이런 글들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무협지 형식이나 만화를 차용해서 정치권이나 세계경제를 비판적으로 비꼬는 글들이었다. 때때로 재기발랄한 글들을 써서 동료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던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글이 소설로 버젓이 출판되어 문학상까지 수상했을 줄은 몰랐다. 영화 <장미빛 인생>에서였던가, 무협지를 썼는데 그게 하필이면 정치권을 비아냥대는 내용으로 읽혀 도망다니던 작가지망생이 생각났다.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나오는 아프리카 어느 야구단 이야기를 읽을 때 박민규는 참으로 말을 재미나게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가 학교 다닐 때에 운동권 언저리를 기웃거렸을 것이나 그쪽에 계속 있을 수는 없었겠다는 혼자만의 상상을 해봤다. 남한 사회를 반봉건 사회로 보는 듯 한 시각은 좀 맘에 들지 않았고,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도 다운시프트적인 대안을 제시해서 좀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이건 소설이지 사회과학책은 아니지 않은가. 너그럽게 넘어가자.

 

박민규 소설은 흡입력은 있으나, 한번 손에서 놓으면 다시 집어들어지지는 않는다. <핑퐁>은 술술 읽혔으나 일이 바빠 잠시 읽기를 중단한 뒤 그길로 작파한 상태고, <지구영웅전설>도 중간쯤 읽다가 감사자료 제출로 바빠 중단했더니 쉽게 손이 가지 않았었다. '썰을 잘 푸는' 소설들이 좀 그런 듯 하다. 엠티 가서 밤 늦은 시간의 술자리 얘기는 그때 들어야 재미있지 다음날 아침, 정신 멀쩡할 때 들으면 재미없는 것처럼 말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3128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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