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수집광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60
존 딕슨 카 지음, 김우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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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탑 역적문 돌 층계 아래에서 시체가 한 구 발견되는데 시체는 필립 드리스콜이라는 이름의 신문기자이다. 그는 머리에 어울리지 않는 실크햇을 쓰고 가슴에는 커다란 무쇠화살이 박힌 채 숨져있었다. 

그는 숨지기 전 런던탑의 부장관인 메이슨 장군의 비서, 덜레이라는 사람에게 상의할 일이 있다며 전화로 약속을 잡았는데 잠시 뒤 약속을 취소하는 전화를 걸어온다. 그리고 덜레이에게 사정이 있어 탑으로 갈 수 없으니 자기 집으로 와달라고 하고 덜레이는 그의 집으로 향한다.

한편 드리스콜의 숙부인 윌리엄 경은 오래된 도서 수집광인데 최근에 에드거 앨런 포의 미발표 원고를 우연히 손에 넣게 된다. 그런데 그 원고를 도둑 맞았으며, 모자수집광에게 두번이나 모자를 도둑 맞는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조사를 하던 중 드리스콜이 윌리엄의 동생인 레스터 비튼의 아내와 불륜관계임을 알게 되고 비튼은 불륜을 조사하기 위해 래킨이라는 이름의 탐정을 고용했음이 밝혀진다. 그리고 무쇠화살이 비튼 부부의 소유물이었음도 밝혀지자 경찰은 레스터 비튼을 주요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압박을 가한다. 결국 레스터 비튼은 불륜을 저질렀던 아내 로라 비튼의 사진을 한 손에 쥔 채 권총으로 자살하고 사건은 마무리 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 때 덜레이가 사건의 진범은 자신이라며 자백을 한다. 

모자수집광 사건은 다름아닌 드리스콜이 벌인 자작극이었다. 기사로 출세하고 싶던 그는 사건을 일으키고 스스로 기사를 써 특종을 독점하려 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윌리엄 숙부에게 너무 큰 모자가 배달되자 집사가 모자를 줄이기 위해 에드거 앨런 포의 원고를 쓸모 없는 종이인 줄 알고 모자 안에 집어 넣어 크기를 줄였던 것이다. 드리스콜은 자신이 훔친 모자에 귀중한 원고가 들어있는 것을 알고 돌려주려 하지만 사정의 여의치 않았다. 이에 덜레이에게 문제를 상의하게 되었고 덜레이는 드리스콜로 부터 원고를 훔쳐 재정 문제를 해결하려 했었다. 그는 드리스콜이 런던탑으로 오자 자신이 드리스콜인 것 처럼 전화를 걸고 아파트로 가서 원고를 훔쳐낸다. 하지만 드리스콜은 윌리엄 숙부가 자신의 집에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부랴부랴 집으로 되돌아왔다가 덜레이의 범죄현장을 목격하고 난투극을 벌이다 과실치사로 사망한 것이다. 덜레이는 차에 시체를 싣고와 런던탑에 부려놓고, 실크햇을 씌워놓은 후 실재로는 존재하지 않는 모자수집광이 범인으로 여겨지길 기대한다. 그리고 목격자들은 모두 드리스콜이 런던탑 안에서 나가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건은 미궁에 빠졌던 것이다.

과실이 인정되고 스스로 원고를 태워 돈을 포기한 점과 애인인 실러 비튼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펠 박사와 경찰의 마음을 움직여 그들은 사건을 '미해결'로 남겨두어 덜레이를 체포하지 않는다.

 

1930년 <밤에 걷다>를 발표한 이래 63권의 작품을 발표한 존 딕슨 카는 밀실 범죄를 주로 다룬 소설가이다. 미국인이지만 영국인 아내와 결혼하여 영국에서 주로 생활했기 때문에 영국작가로 분류되곤 한다. 그의 다른 필명은 카터 딕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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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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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한 남자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가 아무 이유도 없이 눈이 먼다. 눈 먼 남자와 아내는 안과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가, 집으로 데려다 준 남자가 자신들의 차를 훔쳐 달아났음을 알게 된다. 그를 진찰한 의사는 어떤 이상도 발견하지 못하자 밤 늦게까지 이유를 알기 위해 의학책을 뒤적인다. 그리고 다음 날 의사도 눈이 먼다. 그리고 차를 훔쳐간 남자도 눈이 멀자 눈이 머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전염된다는 사실만은 확실해진다.

정부는 눈이 멀어버린 사람, 그리고 그들과 접촉한 사람들을 정신병동에 격리 수용하고 군인들로 하여금 그들을 지키게 만든다. 의사 부인은 자신도 눈이 멀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자진해서 함께 격리 수용된다. 그녀는 자신도 곧 눈이 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유독 그녀만은 실명하지 않는다.

눈먼 자들과 접촉하여 전염될 것을 두려워 하는 군인들은 이들에게 식량을 지원하는 것 이외의 어떤 원호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나마 식량 배급도 원활하지가 않다. 눈먼 자들이 살아가는 병동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오물로 뒤덮이고 이기심이 팽배해진다.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 실명되어 수용되고 식량이 모자라자 일단의 무리들이 무장을 하고 식량을 독점한다. 그들은 어리석게도 다른 병실 수용자들의 귀중품을 거두어 들인다. 그리고 마침내 여성들을 자신의 병실로 보내라고 한 후 윤간한다.

이 과정에서 남자들은 여성들이 윤간 당하는 것을 식량을 위해 외면하고 만다. 결국 의사 부인은 무장세력의 우두머리를 가위로 찔러 죽이고, 후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 병실 사람들은 합심하여 무장세력이 점거하고 있는 병실을 공격한다. 하지만 공격이 여의치 않자 누군가가 그들의 병실을 가로막고 있는 침대를 불질러 정신병동 전체가 불에 타버린다.

군인들의 총에 맞아 죽건, 불에 타 죽건 마찬가지라는 생각으로 그들은 건물을 빠져 나오는데 군인들은 이미 사라졌고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었음을 알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던 거리로 되돌오는데, 가게들과 집들이 약탈 당하고 사람들은 먹을 것을 찾아 더듬거리며 배회하고 있으며, 온 도시가 오물과 시체로 가득찬 광경을 보게 된다. 의사 부인은 자신만 눈을 뜨고 있어 맡게 된 의무를 버리려 하지 않고 수용소에서 알게 된 나머지들을 돌본다. 이 와중에 자신의 몸을 쾌락과 돈을 위해 팔던 아가씨는 애꾸에 노인인 남자와 함께 살겠다고 한다.

식량을 구하러 갔다 온 어느날 가장 먼저 눈이 멀었던 남자가 역시 아무런 이유 없이 눈이 떠진다. 그리고 아가씨의 눈도 떠지고 사람들이 차례차례 실명에서 벗어난다. 아가씨는 눈을 떠서 노인의 겉모습을 제대로 보게 되었지만 그와 함께 살고자 한다.

그리고 의사의 아내는 사람들이 눈을 뜨게 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주제 사라마구는 예순에 가까운 나이에 <바닥에서 일어서서>를 발표하며 호평을 받기 시작하였고 역사와 환상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환상역사소설'이라는 문학장르를 개척하였다고 한다.

역자인 김용재에 의하면, 사라마구는 과거의 역사적 사건에 빗댄 현재의 재해석, 사실적 세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얽매이지 않으려는 듯한 초자연적이고 환상적인 요소, 문장 부호의 변화와 생략을 통한 새로운 문체의 시도, 마지막으로 외부 세계뿐만 아니라 상상력을 통한 내부 세계의 여행이란 네 개의 축이 사라마구 문학 세계를 구축하는 장치로 이를 통해 잃어가고 있는 현대인의 정체성을 세밀하게 파해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주제면에서 권위와 억압에 대한 개인의 저항, 파괴되어 가는 현대인의 윤리의식과 무지 등을 지적하며 사회와 개인의 갈등에 대한 치열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한다.

 

소설은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으면서 기존의 질서와 규범이 완전히 붕괴되는 상황을 보여 준다. 눈이 보이지 않음으로 해서 그들이 오랫동안 가꾸어 온 것들이 며칠 만에 완전히 붕괴되어 버리고 이로서 오로지 본능만을 중시하는 세계가 펼쳐진다. 그 와중에 오직 한 명, 눈이 보이는 의사 부인이 있어 이러한 인간성과 규범의 파괴가 얼마나 추악한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이 동물의 삶과 다를 바 없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애를 쓰기도 하고, 그러면서 그동안 중요하게 생각해 왔던 것들이 사실은 '보여지는 것'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인식도 하게 된다. 작가는 온 거리가 배설물로 넘쳐나는 혼돈의 도시를 보여주면서도 검은 안경을 쓴 아가씨가 눈을 뜨게 된 뒤에도 나이 많고 애꾸인 노인을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함으로서 인간에 대한 믿음은 버리지 않는 듯 하다.

 

지난 해 겨울에 <도플갱어>를 읽으면서 기회가 닿으면 사라마구의 작품을 또 읽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당시엔 순전히 그의 소개 중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19년간 단 한 편의 소설도 쓰지 않고 공산당 활동에만 전념하다가...'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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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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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TV에서 방영하는 「반짝반짝 빛나는」 의 원작일까, 아니면 아무 관련 없는 소설일까 궁금해 하면서 샀다. 원작이라면 그것대로 좋고, 아니라면 아닌대로 좋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드라마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소설이었다. 1991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1955년에 이리사와 야스오(入沢康夫)의 첫번째 시집 「倖せそれとも不倖せ―入沢康夫詩集」에 수록된 반짝반짝 빛나는(きらきらひかる)라는 시에서 제목을 따온 것이다. 


キラキラヒカルサイフヲダシテキ
반짝반짝 빛나는 지갑을 꺼내서 반
ラキラヒカルサカナヲカツタキラ
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샀다 반짝
キラヒカルオンナモカツタキラキ
반짝 빛나는 여자도 샀다 반짝반
ラヒカルサカナヲカツテキラキラ
짝 빛나는 물고기를 사서 반짝반짝
ヒカルオナベニイレタキラキラヒ
빛나는 냄비에 넣었다 반짝반짝 빛
カルオンナガモツタキラキラヒカ
나는 여자가 손에 든 반짝반짝 빛나
ルオナベノサナカキラキラヒカル
는 냄비 속의 물고기 반짝반짝 빛나는
オツリノオカネキラキラヒカルオ
거스름 동전 반짝반짝 빛나는 여
ンナトフタリキラキラヒカルサカ
자와 둘이서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
ナヲモツテキラキラヒカルオカネ
기를 가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동전
ヲモツテキラキラヒカルヨミチヲ
을 가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밤길을
カエルキラキラヒカルホシゾラダ
돌아간다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밤하늘
ツタキラキラヒカルナミダヲダシ
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물을 흘리
テキラキラヒカルオンナハナイタ

며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는 울었다

 

내용은 알코올 중독의 쇼코와 동성애자 무츠키가 서로를 인정하고 결혼하여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무츠키는 쇼코가 술을 끊고 정신과 치료를 받길 원하지 않고, 쇼코 역시 무츠키의 성적 취향이 변하길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쇼코는 무츠키의 동성애인 곤이나 동료 동성애자 의사들과도 사이 좋게 지낸다. 하지만 부모님과 시부모님은 이들이 변하길 기대하고 동성애를 버리거나, 아이를 낳거나 하는 행동을 통해 '상식적인' 삶을 살아가길 원한다.

쇼코와 무츠키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도 좋은 지금과 같은 삶이 계속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더 현재를 소중하고 애틋하게 여긴다.

 

원서를 읽어보고 싶었지만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았다.「ホテルカくタス」는 원서로 사왔는데 괜한 짓 한게 아닌가 싶다. 게으름이 항상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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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정벌레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9
S.S. 반 다인 지음, 신상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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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가이며 미술애호가인 벤저민 H.카일이 박물관에서 새 조각상에 머리가 깨어진채 발견된다. 최초 발견자인 스칼릿은 탐정 파이로 번스의 친구이자 고고학자인데 현재는 블리스 박사를 도와 일을 하고 있다. 현장에 도착한 번스와 뉴욕지방검사 매컴은 카일의 시체 주변에서 딱정벌레(정확히는 스카라베) 모양의 넥타이핀을 발견하고 이것이 블리스 박사의 물건임을 알게 된다. 또한 카일이 손에 쥐고 있는 회계보고서가 전날 블리스 박사가 작업했던 서류임을 알게 된다. 게다가 새 조각상에서 블리스 박사의 지문만 발견되고, 발자국 역시 박사의 운동화와 일치하고 그의 방 쓰레기통에서 한 쪽을 찾아내자 히스 부장은 그를 바로 체포하려 한다.

번스는 범인이 이렇듯 세심하게 증거를 남길 리가 없으며 지금 블리스 박사를 체포하면 범인의 의도대로 놀아나는 꼴이라며 만류한다. 번스는 케비닛 위쪽에 새 조각상을 올려놓고 그 밑에 커튼을 끼워 넣어 아래에 있는 사람이 커튼을 젖힐 경우 조각상이 떨어지는 실험을 해보여 범인이 직접 카일에게 다가가지 않더라도 살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방검사 메컴은 번스를 믿어보기로 하고 일단 블리스 박사를 풀어주는데, 박사는 잠시 후 캐나다로 도피하려다 미행하던 형사에게 잡혀오고 의혹은 점점 블리스를 향한다.

그러던 중, 카일의 조카이자 블리스 박사의 아내인 메리트아멘에게 연정을 품고 있던 솔비터가 수상한 편지를 이집트 상형문자로 썼음이 밝혀지고, 블리스 박사의 커피잔에서 아편이 발견되자 차츰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빠진다. 게다가 한밤중에 블리스 박사를 누군가 살해할 목적으로 단검을 던져 침대에 깊이 박히는 사건까지 일어난다. 

번스는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며 범인이 스스로를 드러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는데 새벽녘 스칼릿이 사라지고 그는 미이라의 관속에서 누군가에게 습격당한 상태로 발견된다.

 

종국에 번스는 사건 전체를 재구성 하면서 진범은 블리스 박사가 맞다고 밝힌다. 그가 진정으로 바랬던 것은 체포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체포를 만류했다는 것이다. 즉 넥타이핀과 회계서류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 놓여 있었고, 운동화는 한짝 밖에 발견되지 않았고 나머지 한짝은 침실에서 발견되었으므로 그를 누명씌우려는 누군가가 가져간 것이고, 그의 지문 역시 커튼 트릭을 통해 반박될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블리스 박사는 치밀하게 계획된 빈약한 증거들을 일부러 보여주고 체포됨으로서 배심원들로부터 무죄 선고를 받아 일사부재리 원칙에 의거 완전 사면을 받는 한편, 카일을 제거하여 발굴 비용을 확보하고, 또한 아내에게 연심을 품고 있는 솔비터가 진범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품게 하는 일석 삼조를 노린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추리에 의한 것일 뿐, 증거는 하나도 없다, 법의 심판을 받게 할 수 없다, 이런 이야기를 구구절절 늘어놓고 이를 밖에서 엿들은 충직한 하인 히스는 블리스 박사를 아누비스 상의 발목이 부러진 사고가 난 것 처럼 꾸며 살해한다. 그리고 번스는 자신이 구구절절 이야기 한 이유가 히스의 행동을 촉발하기 위함이었음을 굳이 부정하려 하지 않는다.

 

인물 묘사가 빈약하여 주인공 번스의 성격과 외모 등이 희미하다. 그리고 '난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지만 밝힐 수 없어' 하다가 희생이 늘어가게 만드는 부류의 탐정을 싫어하는데(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에 유독 불만스러운 점이 그것이다) 번스가 바로 그런 부류이다. 범인은 확실히 아는데 증거가 없어 직접 처단하는 것은 에거서 크리스티의 <커튼>의 결말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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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 - Mr. Know 세계문학 60 Mr. Know 세계문학 60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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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9년 파리의 라탱 구역과 생마르소 동네 사이의 뇌브생트주느비에브 길에 <보케 하숙>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하숙인은 일곱 명이었다. 과부인 쿠튀르 부인과 부유한 아버지에게서 딸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빅토린 타유페르라는 처녀가 한 방에 살고 있었고, 마흔살의 노처녀 미쇼노양, 그리고 미쇼노양과 애정을 나누는 푸아레라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또 호방하고 유쾌한 성격이나 어딘지 과거가 의심스러운 보트랭이라는 남자, 그리고 고리오 영감도 이 하숙집에 기거하고 있다. 고리오 영감은 한 때 밀가루를 거래하여 부유했었지만 현재는 두 딸에게 모든 재산을 넘겨주고 얼마 안 되는 연금에 의지해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그의 딸들은 레스토 백작과 뉘싱겐 남작에게 시집을 가서 돈을 물 쓰듯 하면서 불륜관계로 인한 빚을 갚을 일이 있을 때나 아버지를 찾아와 돈을 뜯어갈 뿐이다. 마지막으로 남부 시골 출신이며 법과 대학을 다니는 주인공 외젠 드 라스티냐크와 그의 친구로 하숙집에서는 식사만 하는 의대 수련생 비앙숑이 있다.

주인공 라스티냐크는 상류사회로 진입하여 성공하기를 꿈꾸고 그의 친척 누이 보세앙 자작 부인을 통해 그 꿈을 이루려 한다. 꼭 필요한 의복과 마차삯 등을 위한 돈이 없어 고민하던 그는 고향 집에 편지를 띄워 순진한 누이와 어머니로부터 돈을 조달받는다.

그는 고리오 영감의 첫째 딸인 아나스타지를 방문하기 위하여 레스토 백작 집으로 간다. 아나스타지는 노름꾼인 막심 드 트라유과 불륜관계에 있는데 라스티냐크가 보세앙 자작과 친척이라는 말에 반색을 하지만, 고리오 영감을 입에 담자 두 번 다시 라스티냐크와 만나지 않으려 한다. 이에 라스티냐크는 부유한 금융자본가인 뉘싱겐 남작 부인이자 고리오 영감의 둘째 딸인 델핀을 찾아간다. 그녀는 라스티냐크를 통해 보세앙 자작 부인과 관계를 맺고 사교계에 입문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를 환대한다.

한편, 사교계에 진입해 출세하려는 욕망에 몸이 단 라스티냐크를 알아본 보트랭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빅토린의 친오빠를 결투 중 살해하여 막대한 유산을 빅토린이 상속받게 해줄테니 그녀를 유혹하여 결혼하고, 보트랭 자신에게는 유산의 일부를 넘겨달라는 것이다. 라스티냐크는 이 제안을 거부했으면서도 빅토린에게 달콤한 말을 건내고 그녀를 유혹한다. 보트랭이 시킨 자가 실제로 빅토린의 오빠를 살해하는 지경에 이르고, 때마침 델핀과 고리오 영감이 라스티냐크를 위해 아파트를 마련해주자 그는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리고 미쇼노와 푸아레의 밀고로 보트랭은 탈옥수였던 과거가 들통 나 경찰에 잡혀 간다.

그러던 중 보세앙 자작 부인이 여는 무도회가 곧 열리게 된다. 보세앙 자작부인의 정부는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는데 사교계의 인물들은 보세앙 자작 부인의 불행을 구경하기 위해 무도회에 참석하려 한다. 

아나스타지는 정부 막심이 진 빚을 갚느라 집안의 다이아몬드를 판 사건 때문에 레스토 백작에게서 지원이 끊기자 무도회에 입고 갈 화려한 옷을 찾기 위해 고리오 영감의 마지막 재산까지 쥐어짜내려 하고, 델핀의 남편 뉘싱겐은 그녀의 지참금을 가지고 수상한 투기를 한 후 델핀을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듣고 고리오 영감은 뇌일혈로 쓰러지고 사경을 헤매지만 두 딸들은 무도회에 참석하는 것만이 중요할 뿐 아버지의 임종마저 보고 싶은 마음이 없다. 결국 라스티냐크와 비앙숑의 간호를 받던 고리오 영감은 쓸쓸히 사망하고 두 딸들은 장례식 비용마저 치르지 않는다. 장례식 후 혼자 남은 라스티냐크는 묘지의 언덕 쪽으로 올라가 <자, 이제 파리와 나, 우리 둘의 대결이다!>하고 외친다.

 

<고리오 영감>은 발자크의 <인간 희극>을 채우는 주요 등장 인물들이 모두 등장하기 때문에 <인간 희극> 중 제일 먼저 읽는 것이 좋다고 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1819년의 프랑스는 혁명 후의 반동으로 왕정이 복고되어 루이 18세가 통치하고 있으며 늙은 옛 귀족들이 권력을 잡은 폐쇄적 분위기로 나폴레옹 시대와 그 이전 대혁명 시대의 흔적을 지우고 구체제로 회귀하려는 시점이다.

소설의 두 공간은 서민들의 공간인 <보케 하숙집>과 사교계의 공간인 <보세앙 부인의 집>이다. 전자는 지금 있는 곳이고 후자는 앞으로 몸담고 싶은 곳이지만 라스티냐크가 경험하는 것은 다를 것이 없다. 보트랭과 같은 변장한 탈옥수든 우아한 탈을 쓴 사교계 인물이든 배신을 일삼는 속물들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발자크 소설 속의 인물들은 과도한 집착과 열정으로 스스로 파국을 만나곤 한다는데 고리오 영감이 바로 그렇다. 그는 맹목적인 딸들에 대한 사랑으로 자기가 가진 모든 재산을 주었지만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성스러운 부성애로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자신도 제어하지 못하고 상식선을 넘었기 때문에 고삐 풀린 열정에 불과하므로 발자크는 이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어쨌든 소설 속에서 라스티냐크가 높이 평가했거나 라스티냐크에게 조언을 해준 인물들은 모두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다. 고리오 영감은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병들어 죽고, 보세앙 부인은 사랑에 배신당해 스스로 유배의 삶을 떠난다. 보트랭 역시 세상사를 다 알고 있다는 듯 라스티냐크에게 접근하지만 경찰에 체포되고 만다. 결국 라스티냐크는 홀로 남겨져 <파리>라는 자체 <행위자>에게 <자, 이제 파리와 나, 우리 둘의 대결이다!>하고 외칠 수 밖에 없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3382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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