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
마리오 푸조 지음, 이은정 옮김 / 늘봄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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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고 보나세라는 딸을 잔혹하게 폭행하고 겁탈하려 했던 청년들이 가벼운 형벌을 받고 풀려나게 되자 자신이 믿어왔던 미국의 법과 질서가 더 이상 자신을 보호해 주지 못함을 알게되고 돈 코를레오네를 찾아간다.

또 한 때 유명한 가수였으나 이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조니 폰테인은 이제 그가 필요로 하는 권력과 지혜를 갖춘 그분 돈 코를레오네를 찾아가는 것만이 해결책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사위가 미국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제과업자 나조린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돈 코를레오네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시칠리아 출신 이탈리아인들은 법과 질서가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할 때, 자신의 성공을 위해 더 큰 권력을 필요로 할 때 돈 코를레오네를 떠올린다. 그는 도움이 필요해서 찾아온 사람을 실망시킨 적이 없었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적도 없었다. 다만 "돈 코를레오네의 빚을 졌다"라고만 말하고, 돈 코를레오네가 그에게 도움을 청할 때 빚을 갚을 준비만 되어있다면.

 

돈 코를레오네의 본명은 비토 안돌리니로 이탈리아 시칠리아 태생이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오는 그 무렵, 시칠리아에서는 마피아가 로마의 공식적인 정부보다 권한이 더 큰 제2의 정부였다. 그의 아버지는 사소한 시비 끝에 마피아를 살해함으로서 보복당하여 죽음을 당했고 비토 역시 마피아의 추격을 받자 뉴욕으로 건너온 후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잊지 않기 위해 이름을 코를레오네로 바꾸었다.

결혼한 후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살림살이는 팍팍했고 급기야  이웃인 클레멘자, 그리고 테시오와 더불어 비단 드레스가 가득 찬 트럭을 털어 한 몫 잡는다. 하지만 파누치라고 하는 마피아가 비토에게 수익의 분배를 원했고 파누치가 겉보기와는 달리 제대로된 마피아가 아님을 간파한 코를레오네는 파누치를 살해한다. 그 후 이웃은 파누치를 누가 죽였는지 어림 짐작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코를레오네를 찾아왔다. 코를레오네는 자신의 분노를 숨길 줄 알았고, 누군가에게 드러내놓고 협박을 하지도 않았다. 점차 세력이 커지게 되자 코를레오네는 클레멘자와 테시오에게 각각 중간보스격인 카포레짐이라는 계급을 달아주고, 젠코 아반단도에게는 고문이라는 의미의 콘실리에리라는 직책을 맞긴다. 마지막으로 냉혹한 해결사인 루카 브레시까지 끌어들이자 그의 패밀리는 뉴욕에서 가장 힘이 있는 패밀리가 된다. 코를레오네는 정치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주위 사람들의 애로사항을 직접적이고도 신속하게 처리해 줌으로써 '권력'이 아닌 '권위'를 획득해 나간다. 그리고 코를레오네를 주위 사람들은 존경의 의미를 담아 돈 코를레오네, 혹은 대부라고 부르게 되었다.

 

돈 코를레오네에게는 세 명의 아들과 한 명의 딸이 있다. 첫째 아들은 소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데 힘이 세고 성격이 잔인했다. 둘째는 프레디로 강단 있는 성격이 아니었고 아버지를 두려워 했다. 막내아들은 마이클로 아버지의 의사에 반하여 참전하고, 전쟁터에서 돌아온 후에는 패밀리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그리고 막내 딸 코니가 있는데 코니는 카를로 리치라는 이탈리아 사내와 결혼을 한다.

 

어느 날 솔로조라는 마피아가 코를레오네를 찾아온다. 그는 타탈리아 패밀리와 연계하여 마약 사업을 벌이고 싶어하지만, 정치권과 경찰의 도움 없이 마약 사업을 벌이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 없기 때문에 지분을 나누자며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코를레오네는 도박 등의 범죄와 달리 마약은 정치권과 경찰도 꺼려하는 범죄이므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자멸하는 길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그 제안을 거절한다. 솔로조는 소니의 경솔한 말 때문에 소니는 마약 사업을 찬성하는 것이라 생각하여 루카를 살해한 후 코를레오네를 저격한다. 하지만 코를레오네는 기적적으로 목숨을 부지하게 되고 소니는 전쟁에 돌입한다. 둘째인 프레디는 아버지의 총격을 옆에서 지켜본 후로 심약한 성격으로 패밀리 일을 더 이상 지속하지 못해서 라스베거스로 피신한다.

코를레오네가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솔로조는 협상을 제의하는 한편 코를레오네의 병원을 습격한다. 하지만 마이클이 병문안을 갔다가 눈치를 채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가고 솔로조와 한편이 된 경찰서장은 마이클을 폭행하여 마이클의 턱뼈가 으스러지고 만다.

코를레오네 패밀리는 솔로조와 경찰서장을 제거하지 않는 한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고, 그동안 패밀리의 일에서 한발 떨어져 있던 마이클이 그 일을 자청한다. 식당에서 솔로조와 경찰서장을 살해한 마이클은 사랑하는 연인 케이를 뒤로 한 채 시칠리아로 도피한다.

한편 매일같이 코니를 폭행하던 카를로 리치에 격분한 소니는 카를로 리치를 흠씬 두들겨 패고, 이에 앙심을 품은 카를로는 소니의 행방을 타탈리아 패밀리에게 발설함으로서 소니가 살해당한다.

 

시칠리아에 도피한 마이클은 언제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 없는 상태에서 세월을 보내다가 아폴로니아라는 이름의 처녀를 만나 한눈에 반한다. 그리고 그녀와 결혼하고 행복한 시기를 보내는데, 타탈리아 패밀리의 추격이 임박하는 한편 소니가 죽었다는 소식도 듣는다. 그리고 임신 1개월이던 아폴로니아가 엔진을 켜는 순간 차가 폭발하여 아폴로니아가 죽고 만다.

 

코를레오네는 소니의 원수를 갚기 위해 계속 전쟁을 벌인다면 희생은 커지고 마이클이 영영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임을 알고 뉴욕의 타탈리아 등 패밀리에게 휴전을 제의한다. 이곳에서 패밀리들은 마이클의 안전을 보장해 준다는 것과 마약 판매에 있어 일정한 원칙을 지킨다면 코를레오네 패밀리가 정치권의 영향력을 발휘해 줄 것이라는 점 등을 협상하고 마침내 마이클이 미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케이를 다시 만난 마이클은 케이에게 청혼하고 둘은 결혼한다.

 

노쇠한 코를레오네를 대신해 보스의 지위를 차츰 이양받기 시작한 마이클은 기존의 사업들을 몇 년 내에 합법화시키는 구상을 하고, 새로 떠오르기 시작한 라스베거스로 이동을 준비한다. 

하지만 카포레짐인 클레멘자와 테시오는 뉴욕에서의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세력을 라스베거스로 이동시키면 남게 되는 자신들의 지위가 점차 세력을 확장해가는 다른 패밀리들 때문에 위협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아직은 마이클이 코를레오네가 보여준 지혜와 위엄을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돈 코를레오네가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마이클은 행동을 개시한다. 마이클은 표면적으로 라스베거스로 이동하는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코를레오네와 마이클은 그들의 원한을 잊지 않았다. 코를레오네의 장례식을 기점으로 배신이 발각된 테시오, 타탈리아와 그를 배후에서 지원했던 바르지니, 소니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카를로 리치, 아폴로니아를 죽게 만들었던 시칠리아의 목동 파브리지오 등 조직에 해악을 미쳤거나 원한을 샀던 자들을 모조리 찾아내어 살해한다.

 

 

 

소설은 1972년에 신예에 가까운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감독을 맡고, 말론 브란도와 무명이었던 알 파치노가 각각 코를레오네와 마이클 역할을 맡아 영화로 제작된다. 그리고 1939년 이래 흥행순위 1위를 30년 이상 굳건히 지킨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그해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 각색상, 남우주연상을 탄다.  

 

마리오 푸조는 <대부> 이전에 썼던 자신의 소설 <어둠의 투기장 The Dark Arena,1955>과 <행운의 순례자 The Fortunate Pilgrim, 1965>들이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예술적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 반면, <대부>는 단지 흥행을 염두에 두고 돈을 벌기 위해 쓴 소설이며 예술적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대부>는 전 세계 2천만부 이상이 판매되었고 평론가와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는다. 또 코폴라 감독 역시 <대부>의 흥행에 대해 자신이 이제부터는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된 원동력이라 말함으로서 <대부>에 흥행 이상의 가치는 부여하지 않았음을 말한다.

로버트 J.톰슨은 <대부>가 흥행한 이유로 새로운 영웅상과 판타지를 꿈꾸던 시대적 요청 때문이었다고 분석한다. 그는 베트남 전쟁과 정치권의 타락 등으로 변화된 시대적 상황은 인디언을 몰아내고 미국을 차지하는 서부극에 대해 재고하게 만들었고, 서부극은 더 이상 예전의 인기를 얻지 못했다고 말한다. 정치권은 깨끗하지 못했고 미국은 다른나라에서 더러운 전쟁을 벌이고 있던 그 때, 가부장적이기는 하나 효과적이고 빠른 정의를 설파하며, 패밀리의 세계 속에서 악은 결국 응징되고야 마는 <대부> 이야기는 당시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판타지를 꿈꾸게 했다는 것이다.

 

소설과 영화는 갖가지 일화도 많은데 조셉 콜롬보라는 뉴욕 마피아는 <대부>의 제작을 방해하고 폭탄 테러 위협을 가했고, 소설에 나오는 조니 폰테인이라는 인물을 두고 프랭크 시나트라가 자신을 연상시킨다며 마리오 푸조을 협박한 사건이 있다. 또 인종적인 편견을 담은 내용으로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고,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등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 대사를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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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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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하츠는 고등학교에 올라온 후로 단짝이었던 키누요가 새로운 친구들과 사귀느라 소원해지자 외톨이가 된다. 생물 실험을 하다가 비슷한 처지의 니나가와와 한 그룹이 되는데, 니나가와는 특이하게도 여성 패션 잡지를 보고 있다. 잡지에 나온 올리라는 모델 겸 가수를 하츠가 실제로 본적이 있다고 말하자 니나가와는 하츠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니나가와의 집에 간 하츠는 그가 올리의 열성 팬이라는 걸 알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니나가와에게 야릇한 감정을 느끼는 하츠는 올리 이야기만 하는 니나가와가 야속하게 생각되고, 어느날인가 등을 돌리고 올리가 나오는 라디오 청취에만 열을 올리는 니나가와의 등짝을 발로 차준다.

여름방학이 되자 아이들은 모두 놀러갈 계획을 세우지만 하츠는 만날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계획도 세우지 못한다. 니나가와가 올리의 라이브콘서트 티켓을 구해와 하츠와 키누요 까지 셋은 콘서트를 보러간다. 콘서트에서 자연스럽게 노래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것은 키누요 뿐이고, 하츠는 분위기상 움직이기는 하지만 어색하기 짝이 없고 니나가와는 올리만 바라볼 뿐이다. 콘서트가 끝나고 대기실을 빠져나가는 올리에게 니나가와는 무턱대고 다가가다가 스텝 요원들에게 이상한 녀석 취급을 받고 제지당한다.

버스가 끊겨 니나가와의 집으로 자러간 날, 니나가와는 하츠에게 "올리짱에게 다가갔을 때, 나, 그 사람을 이제까지 그 어느 순간보다 가장 멀게 느꼈어."라고 말한다. 그리고 하츠는 니나가와의 등을 발로 차주고 싶다고 느낀다. 그것은 사랑스러운이라기보다 뭔가 더욱 강한 느낌이다.

 

수원역에서 읽기 시작해서 계산역에 도착하는 순간 다 읽었다. 딱히 속도를 조절하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되었다. 전작 <인스톨>에 대해 문학평론가 이시카와 타다시가 "굳이 문학성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술술 읽히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이번 작품 역시 술술 읽힌다.

<인스톨>의 연장선 이라고 해야 할까, 일관된 느낌도 괜찮았다. <인스톨>에서 주인공 도모코는 등교 거부를 하고 초등학교 6학년생인 카즈요시와 채팅방이라는 가상의 공간으로 잠시 도피를 하지만 결국 도모코가 깨닫는 것은 가상공간은 가상공간이고 현실은 여전히 현실이라는 평범한 사실이었다.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에서 하츠는 다른 아이들이 유치해서 놀기 싫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사실은 키누요와 멀어지자 소풍 때 잠만 자던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고, 육상부 선생님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선생님과 육상부원들 사이에는 애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츠는 애정 표현이 어색하고 쑥스럽기 때문에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그런 결과로 스스로 껍질을 뒤집어 쓴 것처럼 되고 만다. 또 니나가와가 자기와 공통된 관심사 얘기를 했으면 하면서도 그런 말을 직접 하지는 못한다. 아니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는 것 자체를 무의식중에 부정한다. 그렇지만 니나가와가 자기로 부터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은 왠지 싫고, 니나가와의 등짝을 발로 차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한편 니나가와는 이상형 올리에 대해 광적인 집착을 보이고 히키코모리와 같이 생활하지만 막상 그녀를 직접 본 순간 무척 멀게 느끼면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결국 와타야 리사가 그려내는 인물들은 남들과 다른 아이들이 아니고, 남들처럼 되고 싶은 아이들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쉽지 않아서 때로는 괴롭기도 하고 때로는 허세도 부린다. 그래서 아이들의 허세가 미워보이지 않고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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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 펭귄클래식 36
다니엘 디포 지음, 남명성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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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2년 요크시에서 태어난 독일계 로빈슨 크루소(크로이츠나엘)은 일찍부터 방랑에 대한 동경에 사로잡혀 배를 타고 항해하기를 소원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에게 '인생의 재앙은 상류층과 하류층에만 나타나는 것이고 중류층은 심신이 편안하다' 면서 물려주는 재산을 받아 중류층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길 권한다.

하지만 몰래 집을 도망쳐 나와 항해에 나선 로빈슨 크루소는 배가 난파되고 무어인에게 사로잡히는 등 불길한 출발을 한다. 탈출한 후에 브라질로 건너가 부유한 농토를 소유하게 되지만 방랑벽이 다시 그를 사로잡아 1659년에 다시 항해에 나서는데 카리브 해에서 폭풍을 만나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다. 천만 다행으로 난파한 배 역시 섬으로 떠밀려와 총과 화약, 약간의 음식과 도구들을 가지고 생존하기 시작한다. 집을 만들고 앵무새와 양을 길들이고 농사를 짓는 등 생존을 해나가면서 때때로 하나님에 대해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그는 절해고도에 자신이 처한 것이 어찌 보면 불행이지만 모든 선원들이 다 죽고 자신만 살아남은 점이나 배가 섬으로 떠밀려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을 확보한 것 등은 하나님의 은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배를 만들어 탈출할 궁리도 해보지만 조류가 거세어 포기하고 섬에서의 생활에 자족할 무렵 우연히 사람 발자국을 발견한다. 섬의 반대편을 관찰한 결과 식인 풍습이 있는 야만인들이 이따금 섬으로 포로를 데려와 잡아먹곤 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로빈슨 크루소는 분노하며 그들을 죽여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그들 역시 하나님의 계획 중 일부라서 자기가 그들을 죽여선 안되는지 고민한다.

야만인이 또다시 섬에 들어온 어느날 로빈슨 크루소는 야만인 중 한 명을 구해주고 야만인은 로빈슨 크루소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그들이 만난 날이 금요일이었기 때문에 로빈슨 크루소는 야만인에게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에게 말과 성경 말씀을 가르친다.

어느날 반란을 일어난 상선이 섬에 정박하고 로빈슨 크루소는 죽을 위기에 처한 선장을 구해준 뒤 배를 타고 영국으로 되돌아간다. 브라질의 농장 재산이 믿을 만한 사람들에 의해 잘 보존이 되어 큰 이윤마저 얻게 되자 로빈슨 크루소는 자신을 도와준 이들에게 적절히 재산을 배분해주고 또다시 자신이 살던 섬으로 항해를 떠난다.

 

15세기 초부터 17세기 초까지를 흔히 대항해시대라고 한다. 이 시기에 거의 대부분의 항로가 개척되고 약탈을 통한 자본의 본원적 축적이 이루어진다. <로빈슨 크루소>는 이러한 시기 부르주아의 세계관을 반영한 소설이다. 시민계급들은 부를 축적하는 한편 봉건영주들에게 권력을 요구하기 시작하였고 국교도에 대항하여 신앙의 자유를 획득하고자 한다. <로빈슨 크루소>는 이런 시기에 King's English가 아닌 Cockney로 쉽게 쓰여졌기 때문에 시민계급에게 인기가 있었고 학생과 선원들 사이에서 널리 읽혀 국민문학가로 지칭되었다고 한다. 또한 자본주의적인 경제관념을 작품 전반에 드리우고 있어 자본주의 사회의 태동을 알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원제 <요크의 선원 로빈슨 크루소의 생애와 그의 신기하고 놀라운 모험>, 흔히들 줄여서 <로빈슨 크루소>로 부르는 이 소설은 어릴 적에 축약본으로 누구나 읽었을 소설이다. 다 큰 지금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꽤나 새롭다.

7년 뒤에 나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처럼 날카로운 사회비판은 덜하지만 사실적인 묘사들은 문학사적 의의도 크다고 한다. 어쨌든 '난파와 생존' 이라는 모티브 만으로도 <로빈슨 크루소>는 가치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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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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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기다리는 사람들

사메시마 고이치는 어느날 회장의 집에 초대를 받는다. 회장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한때는 문학청년을 꿈꾸기까지 했다고 하는데 매년 연휴에 직원 한 명을 초대하는데 이번에는 고이치가 낙점된 것이다.

그곳에 가니 회장 외에도 잇시키, 기모시다, 미즈코시 세 명이 더 있는데 이들 모두는 광적인 미스터리 팬이다. 이들은 10년째 한 권의 책을 찾고 있다고 한다. 책의 이름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 원작자가 누구인지 알려져 있지 않으며 200부만을 출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작자는 이 책을 준 사람들에게 한 가지 단서를 붙이고 책을 주었는데, 책을 절대로 내돌려서는 안되고 누군가에게 빌려주더라도 단 하룻밤에 한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책들이 회수되기 시작하여 지금 돌아다니는 책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만이 가능하다.

회장을 비롯한 네 명은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읽게 되었고 그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회장의 집을 설계한 사람은 아쿠쓰 히로오라는 사람인데 그는 활자중독증으로 자기 집의 20개의 서고를 책으로 꽉 채워 놓았다. 그가 죽기 전에 회장에게 책을 집 어딘가에 숨겨 두었고 그 단서는 '석류 열매' 라는 다잉메시지를 남겼다. 그래서 회장은 아쿠쓰 히로오의 집 전체를 이축한 뒤 매년 직원을 초대하여 책을 찾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고이치는 석류 열매를 단서로 여러 각도에서 책이 숨겨져 있을 만한 곳을 추리한 뒤 마침내 이축된 집이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또 책을 읽는 족족 방에다 던져두었다던 회장의 말과 달리 순서대로 책이 방안에 있지 않은 것을 보고 누군가 읽었던 책이 아니라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책이 없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많은 양의 책을 한꺼번에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추리를 내놓는다.

하지만 집은 잠함공법이라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원래부터 지면보다 낮게 건축되었고, 책이 놓인 순서가 다른 것은 누수로 인해 책을 옮긴 적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회장은 고이치의 추리가 틀렸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사실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란 책의 초판본 스물아홉권을 수집한 상태고, 그 책의 훌륭함을 알리기 위한 장난을 친 것이라고 말하며 책들이 꽂힌 장식장을 보여준다.

자신의 추리가 틀렸다는 것에 낙심한 고이치가 돌아가자 네 명은 고이치가 책 내용을 보자고 하지 않은데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들이 보여준 책은 겉표지만 있는 가짜 책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넷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책, 즉 실재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쓰게 될 책을 쓰기 위해 회의를 시작한다.

 

o 이즈모 야상곡

다카코와 아카네(朱音)는 회사는 다르지만 편집 일을 하고 있다. 어느날 다카코가 아카네에게 이즈모에 함께 가자는 제안을 한다. 다카코가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작가가 이즈모에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는 말에 아카네는 제안을 수락한다.

이즈모로 가는 밤 열차의 침대칸에서 다카코는 아카네에게 자신의 조사결과와 추리를 이야기 한다. 

다카코는 소설을 국어교사였던 자기 아버지에게 빌려서 읽었는데, 아버지 사후에 소설 역시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한번 읽고 싶다는 마음과, 편집자로서 작가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는 마음에 아버지가 몸담았던 동인지를 뒤져가며 작가를 추측했는데, 가능성 있는 인물을 현재 작가로 활동중인 사에키 시에이와 모로즈미 미쓰오, 그리고 평론가로 활동중인 사이토 겐이치로 좁힌다. 공동집필의 의혹도 있었으나 4부작의 소설에서 석류에 관해 일관된 분위기가 나오는 것을 보아 단독집필로 가닥을 잡는다. 계속되는 추리에서 다카코는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왼손잡이인 것을 알아차리게 되고 작가 역시 왼손잡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작품의 불완전한 면 때문에 세 명의 작가는 결국 제외되지만 그들에게서 강하게 영향을 받은 누군가가 썼을 거라는 추리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작가와 작가의 가족, 그리고 주변 인물들 중 왼손잡이는 없었기 때문에 왼손잡이설을 포기할 무렵 우연히 작가를 발견하게 된다.

단서는 술병에 달린 조그마한 팸플릿에 적힌 문구였다. 그 문구는 모로즈미 미쓰오가 쓴 글이었는데 내용은 자신의 필명이 두 딸이 태어난 달의 이름을 이어 붙인 미나즈키 야요이(水無月 弥生, 6월과 3월)라는 것과 딸이 왼손잡이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혼을 하였기 때문에 딸들이 왼손잡이인 사실이 공식적으로는 알아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야요이(弥生)라는 이름의 딸은 자신의 이름을 따서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쓴 것이 아닐까 아카네는 추측한다. 결국 이즈모에 도착하여 야요이의 집을 찾아가지만 그곳은 이미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폐가이다.

그리고 허탈해하는 다카코의 앞에서 아카네가 담배를 피워 무는데 그 손이 왼손이다. 그리고 차례로 떠오르는 단서들. 아카네의 이름은 '붉다'는 뜻이다. 그리고 폐가에 있는 가면이 아카네의 물잔에도 그려져 있다.  아카네의 한자는 다르게 읽으면 '주네', 로마자로 소리나는대로 표기하면 JUNE, 즉 6월이다.

무언가 실상을 알아가고 있는 듯한 다카코에게 아카네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준다.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 밑에서 서로를 미워하며 폐쇄적인 삶을 살아가는 자매가 있었다. 어느날 유명한 작가가 자매에게 편지를 보내온다.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던 아버지였던 것이다. 아버지는 둘에게 책읽기와 글쓰기를 권하고 둘은 아버지를 본보기로 삼아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들은 매일 치료요법으로 문장을 조금씩 써나갔고 긴 세월을 들여 완성한 소설을 아버지에게 보낸다. 그리고 제본된 책이 되돌아온다. 그들은 자신들의 개인적이고도 수치스러운 기록인 소설이 출판된 것이 너무 부끄러웠고 고민 끝에 아버지에게 그 책을 회수해 달라고 부탁한다. 황급히 책들을 회수했지만 책의 일부는 이미 세상에 퍼져버린 뒤였다.

 

o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

11월도 끝나가는 어느 아침 인구 15만이 안 되는 도시의 성터 공원 낭떠러지 밑에 소녀 두 명이 포개어지듯 죽은 채로 발견된다. 두 사람은 고교 3학년의 시노다 미사오와 2학년인 하야시 쇼코로 밝혀진다.

쇼코의 친구 마키코는 낭떠러지에서 쇼코가 미사오가 쇼코를 질투하여 살해했다고 생각한다. 그때 게이스케라는 소년이 그곳에 나타난다. 게이스케는 쇼코야 말로 살인범이라고 마키코에게 말한다.

마키코는 증거가 있다면서 편지 얘기를 한다. 그 편지는 봉투 안에 다시 봉투가 들어있을 정도로 용의주도했는데 편지에는 잔인한 내용이 가득 쓰여져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게이스케는 편지에 봉투가 또 들어있는 이유는 쇼코가 잔인한 내용의 편지를 미사오에게 보냈던 것이고,그것을 읽지 않은채 미사오가 쇼코에게 봉투째 되돌려보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노가미 나오코는 미사오의 과외선생으로 장래 편집자가 될 꿈을 꾸고 있다. 그녀는 어느날 미사오로부터 한권의 노트를 받는데 일기 형식의 그 노트에는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그 노트에는 미사오가 어느날 쇼코가 자신의 이복동생임을 알게 되고 서로 만나게 되었음이 적혀있다. 사이가 좋아진 두 자매는 어느날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 여행 직후 공백이 있고, 쇼코가 미사오에게 잔인한 편지를 보내어 왔음이 적혀있다.

나오코는 게이스케와 함께 둘이 여행했던 곳을 방문하면 실마리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함께 니가타 현을 방문한다. 자매가 여행한 곳은 아버지의 산소였고, 그곳에서 쇼코는 아버지가 무시무시한 살인범임을 알게 된다. 미사오는 이미 아버지가 살인범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쇼코는 새로 알게 된 사실에 충격을 받고 미사오를 미워한다. 나오코와 게이스케는 결벽증적인 성격의 쇼코로서는 살인범이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라 미사오만의 아버지라고 말하며 현실에서 도피하려 했고, 결국 미사오만 죽으면 이 사실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절벽으로 미사오를 불러 살해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하지만 미사오의 집을 방문한 나오코와 게이스케는 쇼코가 미사오의 팔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다가 함께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어쩌면 미사오는 쇼코를 이용하여 자살하려 한 것이고 쇼코 역시 한 순간의 충동으로 미사오를 밀었지만 자매에 대한 정 때문에 손을 놓지 못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나오코는 언젠가 미사오가 쓰고 싶다는 소설을 자신이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그 소설의 제목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이다.

 

o 회전목마

나는 언젠가 로렌스 더렐의 <알렉산드리아 4중주>와 같은 역작을 쓰리라 다짐했었다. 그 결과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제목으로 소설을 쓰려고 한다. 기획방향은 1부 '기다리는 사람들' 에서는 소설이 실제로는 없다는 내용으로, 2부 '이즈모 야상곡' 에서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3부 '무지개와 구름과 새' 에서는 앞으로 쓸 것이라는 내용이다. 4부는 '회전목마'라는 제목을 붙여 놓았다. 

또 미우치 스즈에의 만화 <성 엘리스 제국>에 무척 매료되었었는데 여왕을 정점으로 하는 학원 제국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1회분의 흡입력을 이어가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연재가 중단된 것이 아쉽다고 생각한다.

나는 4부작의 제1부 제목을 듀크 엘링턴의 명곡을 따서 <흑과 다의 환상>이라고 명명려 한다.

 

★ 액자 속의 얘기

2월의 마지막 날 미즈노 리세는 '파란 언덕'에 있는 학교로 간다. 그곳은 하나의 제국이다. 학교에서 누군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보니 한 소년이 나무 뒤에 숨듯이 서 있다. 검고 긴 머리카락의 아름다운 소년이다. 봉제 인형의 온몸에 시침 핀을 꽂아 놓은 섬뜩한 교감의 안내를 받아 학교를 안내 받은 리세는 '패밀리'를 만난다. '패밀리'는 각 학년을 모아 놓은 학생 그룹이다. '패밀리'의 일원인 레이지는 리세가 2월의 마지막 날에 왔다는 것에 불길에 한다. 왜냐하면 그곳은 3월에만 학생을 받으며 다른 달에 온 학생은 학교를 파멸시킬 거라는 전설이 있기 때문이다.

레이지는 이 학교에서는 졸업하는 사람이 없고 부모들은 그들을 학교에 영원히 감금시켜 놓으려 하고 있으며 학교의 취지에 어긋난 사고를 갖게 되면 어느틈에 사라진다고 말한다. 어느날 리세는 얼핏 울타리 부근에서 시체를 보지만 시체가 곧 사라지고, 분수가에서는 한 여자애가 살해당해 분수가 온통 피로 물든 것을 발견하지만 역시 잠시 후에 그곳을 누군가 말끔히 치운 것을 발견한다. 

얼마간 시간히 흐른 아침, 리세가 일어나 식당에 가보니 학생들이 죽어있고, 누군가가 리세 때문에 학교에 불길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자 아이들은 리세를 죽이려 한다. 레이지의 도움으로 그곳을 벗어나지만 학교는 불에 타고 리세는 자신의 방에 있던 빨간색 책을 가지러 가야 한다고 되돌아간다. 그리고 검고 긴 머리카락의 아름다운 소년을 다시 만난다. 그때 나타난 유리는 소년의 이름은 레이코로 여자이면서 남자처럼 자라났고 리세와 유리가 지내던 방에는 레이코가 기록한 빨간 일기장이 있었다고 말한다. 레이코는 유리를 찔러 죽이고 리세와 레이지는 학교를 빠져나간다.

 

일단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 차원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으로 구분하여야 한다.

먼저 독자인 우리가 읽고 온다 리쿠가 쓴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 있다. '기다리는 사람들', '이즈모 야상곡',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 '회전목마'로 이루어져 있다.

다음으로 책 속에 나오는 수수께끼의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 있다. '흑과 다의 환상', '겨울 호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새피리'로 이루어져 있다.

마지막으로 4부 '회전목마'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 있다. 4부 에서는 작가인 온다 리쿠가 가상의 인물, 그러나 곧 작가 자신을 등장시켜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아직 쓰여지지 않은 소설로 상정하고 있다. 책 속의 책인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내용에 대해서까지 고민하는데다가 집필단계의 갖가지 이미지를 끼워넣었으니 어리둥절해지고, 이미 엄연히 완결된 소설로 읽었던 앞의 세 장을 4장에서는 작가가 아직 쓰지 않았다고 하니 의도된 혼동은 한층 더해진다.  또 4부에만 나오는 액자 속 이야기까지 가세하여 그야말로 4부는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 든다.

 

<유지니아>에서도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은 할 수 있지만 범인을 밝히지는 않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그려냈는데,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서는 교묘한 구성으로 독자를 혼란하게 한다. 또 '이즈모 야상곡'에서는 작가가 아카네라고 말하는 듯 하다가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에서는 나오코라고 밝힌다. 아카네와 나오코가 동일인물이라고 단정할 근거로 편집자임을 들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동일인이라고 확신할 수만도 없다.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과의 연관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팬쇼와 피터 스틸먼이 동일인인지 아닌지 모호한 부분 말이다. '유리의 도시'에 등장하는 빨간 공책 역시 그렇다.

어쨌든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각 부는 다른 작품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는데 <흑과 다의 환상>,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황혼의 백합의 뼈>등이 그것이다.

 

여러 층위를 배열하고 갖가지 상징을 숨겨놓아 구성을 공들인 소설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감탄만 하게 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생각해 봤다.

먼저 책 속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 때문이다. 작가는 수수께끼의 책이며 읽는 이를 끌어당기는 힘이 놀랍다며 책에 대해 설명하지만 그 내용에 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서 내용에 대해 얘기하다보니 각 장에서 어떤 어떤 내용이 쓰여있는지 대충 정보를 얻게 된다. 소재에 불과할 때도 있고 내용 일부일 때도 있다. 하지만 작가가 말한 그런 내용의 어디가 어떻게 매력적인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 공감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는 끊임없이 그 책이 한계가 많다고 부연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우리가 읽은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 자체에 있다. 여러 장치들로 구성을 공들였지만 각 장의 내용을 따로 생각해보면 별 내용이 없다. 특히나 마지막 학원 이야기는 유치하기까지 하다. <성 앨리스 제국>에 대한 아쉬움에 자신만의 액자 속 이야기를 끼워 넣은 것일까. <성 앨리스 제국>의 주인공 괴도 제로가 카오루라는 여성으로 변장했지만 실제로는 남자인 것처럼, 레이코가 남자로 자랐지만 사실은 여자라는 부분은 그런 의도인지 어쩐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미스터리 작가임을 자인하면서 미스터리 자체에는 충실하지 못하다. 하지만, 순수문학을 하고 싶은 미스터리 작가의 시도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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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생활백서 - 2006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민음사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주인공 '나'는 대학을 졸업한 후 일정한 직업 없이 식당을 하는 아버지에 기대어 최소한의 생활비만 벌고 나머지 시간에는 책을 읽는다. 책을 읽어서 무엇이 되겠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독서 자체가 목적이다.

어느날 뒤라스의 <연인>을 사기 위해 한 남자를 만나는데, '나'는 그 남자가 읽고 있는 책마저 탐이 난다. '나'는 남자와 책을 거래하기 위해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몇 권의 책들을 거래한다.

한편 '나'의 친구인 유희는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잠만 자면서도 1등만 했던 아이로 영화광이다. 유희는 타고난 머리를 이용하여 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직장도 잘 구하고, 또한 그렇게 구한 직장을 잘도 때려치운다. 마지막으로 직장을 때려치운 유희는 뜻밖에도 소설을 쓰겠다고 한다.

또 다른 친구 채린은 항상 로맨스를 꿈꿔왔으나 '나'나 유희보다 먼저 시집을 갔는데, 착하기만 한 남편이 모든 것을 이해해 주는데도 로맨스를 꿈꾸며 유부남과 바람이 나고 심각한 상태에 빠진다.

바람이 난 채린을 대신해서 비디오가게를 봐주던 '나'는 책을 팔았던 남자와 우연히 조우하고 남자와 채린은 한 가지 계약을 한다. 남자의 집에 있는 수많은 책들을 주는 대신에, 남자를 버리고 떠난 여자에게 보이기 위한 행동, 즉 사귀는 척을 해달라는 것이다. '나'는 책 욕심에 기꺼이 남자를 따라다니며 밥을 얻어먹고 사주는 옷도 입는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남자를 떠난 여자에게 복수하기 위한 행동들은 온전히 '나'의 오해였을 뿐이고, 남자의 애인은 이미 죽은 사람인 것을 알게 된다. 유희는 자살했던 친구 S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것으로 과거를 극복하고 싶었고 결국 책을 출판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작품은 채린에 대해서 쓰겠다고 한다. 혹독한 평을 받을 것 같은 소재지만 유희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것임을 알기에 걱정하지 않는다. 채린은 남편과 이혼했지만 다시 남편과 만나 연애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나'와 남자는 <아비정전>에 나오는 새 이야기를 하다가 홍콩에 가기로 하고, 여행을 갔다온 후 남자를 다시 만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듯 사람을 읽는 나에게 '그'는 한번 읽어서 될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오래전 나는 쇼핑몰에 있는 카트를 끌고 서점의 책들을 쓸어 담는 것이 꿈이었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러니 읽을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그런 공상을 해본 적이 있으니까. 대학교에 다닐 때 용돈이 올라오면 나는 서점에 갔다. 그리고 오래오래 책을 골랐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책을 골랐다. 돈이 별로 없었고, 동아리방에 굴러다니는 책이나 도서관의 책이 아닌, 내가 소유하게 될 책을 사는 것이니까 함부로 손에 집히는 대로 살 수 없었다. 지금은 돈을 버니까 읽고 싶은 책은 살 수 있다. 어쩌면 그때보다 조금 더 행복해 진 것인지 모르겠다.

 

소설의 출발점 '노동'과 '유희'의 분리이다. 작중에 주인공은 '책을 살 돈, 영화 볼 시간, 영화 티켓을 살 돈을 구하기 위해 우리는 일해야 하는 것이다...직업은 우리 인격의 어떤 부분도 반영하지 않는다. 그런 일을 목숨 걸고 열심히 하는 인간들이 한심하기 그지없다고 늘 생각한다' 라고 말한다.

노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식의 사고는 주인공에게 있어 불가해한 무엇이다. 따라서 일을 하는 것은 유희를 위한 희생이다. 따라서 주인공의 독서에 목적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작가는 '노동'은 악이고 '유희'는 선이라는 생각을 가진 것일까. 그것은 확실치 않다. '나'를 먹여 살리는 아버지는 매일 매일 치열한 노동을 하고 있는데 그런 아버지를 바보같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국 매일 목적 없는 독서를 하는 '나'와 매일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하는 '아버지'를 비교하여 가치판단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각각의 사고방식 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다운시프트적 발상으로 빠져들 우려가 느껴진다. 유토피아 얘기에서도 어렴풋이 그것이 느껴진다.  

어쨌든 그런 점은 별도로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를 같이 샀는데 잘 한 짓 같다. 기대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36147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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