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마이 러브 동서 미스터리 북스 20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장백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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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거리에서 도박장 겸 술집인 '플로리안'에서 살인이 일어난다. 8년 만에 출소한 '큰사슴 마로이'가 자신의 옛 애인 벨마를 찾으러 플로리안이라는 술집에 들어갔다가 시비 끝에 주인을 살해한 사건인데, 필립 말로우는 우연히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사건을 맡은 경찰 나르티는 부정 사건에 연루되 좌천된 자로 현장 수사를 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인물이다. 필립 말로는 호기심에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플로리안'에서 조사를 시작한 말로는 벨마가 일하던 당시의 사장을 찾아가는데 사장은 이미 사망하였고 그의 부인 플로리안만이 알콜 중독에 빠져 살아가고 있었다. 말로는 벨마의 사진을 입수한 것 외에 수사의 진전을 보지 못했고 , '큰사슴 마로이'도 2미터에 가까운 키와 화려한 옷 차림 때문에 금방 검거되리라는 기대와 달리 행적이 묘연했다.

한편 필립 말로에게 린제이 마리오라는 남자가 전화를 걸어온다. 마리오는 자신과 관계있는 여인이 목걸이를 강탈당한 일이 있는데, 범인들에게서 목걸이를 되사기 위한 약속 장소에 함께 가자고 한다. 그러나 약속장소에서 마리오는 살해당하고 필립 말로는 습격당해 기절하고 만다. 앤 리아든이라는 전직 경찰관의 딸이 말로를 구해주고, 사건에 흥미를 느낀 앤 리아든이 그 목걸이 주인은 그레일부인임을 알아낸다. 말로는 그레일부인과 만남을 통해 마리오가 목걸이 강탈사건의 종범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는 한편, 마리오의 유품인 대마초에서 찾아낸 명함을 단서로 죠르주 아마서라는 신경정신과 의사를 조사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습격을 당해 존더보그라는 수상한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에 감금당하고 그곳에서 '큰사슴 마로이'를 발견한다.

병원에서 탈출한 후 '큰사슴 마로이'가 레어드 부르넷이라는 암흑가 보스가 운영하는 도박선에 몸을 숨기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말로는 그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얼마 후 '큰사슴 마로이'가 말로의 집을 찾아온다. 그리고 같은 날 그레일부인이 말로를 찾아온다. 말로와 그레일부인의 대화를 숨어서 듣던 '큰사슴 마로이'는 그레일부인이 자신이 찾던 벨마였고 자신의 과거를 감추기 위해서 모든 사건을 주도하였음을 알게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마를 용서했던 '큰사슴 마로이'는 그녀의 총을 맞아 죽고 벨마는 도주한다.

 

원제가 <Farewell, My Love>인데 <굿바이 마이 러브>라는 요상한 제목을 달고 있다. <빅 슬립>때와 달리 잘 읽히지가 않는다. 번역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두번째 읽는 레이몬드 챈들러의 책이다. 그리고 또다시 놀라움을 느낀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챈들러의 문체 따위를 흉내낸 것이 아니라 그의 스타일 전체를 모방한 것이었다. 과연 챈들러와 하루키가 동시대 작가였다면 가능한 일이었을까. 존경한다는 이유로 한 작가가 다른 작가의 스타일을 통째로 베껴도 문제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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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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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연애소설

사립대 법학과에 다니는 '나'는 형법 시험이 끝나는 날, 그렇게 친하다고 할 수는 없는 한 친구로가 집으로 초대한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자신과 친한 사람은 모두 죽게 되어 '사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부모님이 죽었음은 물론이고 자신을 거두어준 친척도 친해지면 그들이 죽어버렸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혼자서만 지내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계단에서 넘어지려는 그녀를 구해주고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그의 모든 얘기를 듣고 나서도 사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 역시 병으로 죽어버리고, 그는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나'는 '결국은 소중한 사람의 손을 찾아 그 손을 꼭 잡고 있기 위해서, 오직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이 싱겁게 흘러가는 시간을 그럭 저럭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o 영원의 환(環)

암 말기에 이르러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나'는 죽기 전에 꼭 죽여야 할 사람이 있다. 동경하던 선배인 우에하라 아야코는 그녀가 동경하던 교수와 불륜관계에 있었고 교수로부터 돈을 건내받고 모욕을 받은 다음 날 학교에서 자살한다. 자살하기 전날 밤에 그녀는 나를 찾아와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교수를 죽이겠다는 일념만은 확고하지만 몸도 추스를 수가 없다. 이런 '나'에게 대학동창 K가 찾아와서 나 대신 살인을 도와준다. K는 내가 살인을 하려고 했던 진정한 이유는 그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말하고 나는 반박하지 못한다.

 

o 꽃

뇌에 동맥류가 발견되어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태의 '나'는 당장 수술을 해야 하지만 수술에는 치명적인 위험이 있을 수 있다. 바로 역행건망이라는 것으로 지금까지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릴지 모르는 것이다.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했지만 여자친구의 냉담한 태도에 상처를 받고, 두려움 속에서 회사를 그만 둔 후 집으로 내려간다. 수술을 할지 말지 결정하지 못하던 나에게 아르바이트 제의가 들어온다. 도리고에라고 하는 변호사가 차를 타고 도쿄에서 가고시마까지 가는 길에 동행하는 것이다.

도리고에는 30년전에 게이코라는 여성과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했었다. 이상이 높은 도리고에를 위해 게이코는 자신의 학업을 그만 두면서까지 지원하였으나 도리고에는 게이코를 먹여살려야 한다는 강박감에 오로지 돈만을 벌기에 급급하였고 둘의 관계는 어긋나기 시작했다. 아이가 죽자 결국 둘의 관계는 파경에 이르렀고 도리고에는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을 위한 변호를 시작한다. 헤어진 후 도리고에가 결국 25년에 걸친 억울한 사건을 승리로 이끌었을 때 게이코가 입원했던 호스피스로부터 유품을 가져가라는 편지가 오고 도리고에는 자신들이 행복했던 시절의 여행을 떠올리며 도쿄에서 가고시마까지 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것이다. 추억을 찾는 여행에서 과거의 행복한 기억들을 떠올린 도리고에는 호스피스에 도착하여 게이코가 가꾸어 놓은 물망초 화단을 보며 행복과 슬픔을 동시에 느낀다. 그리고 자신도 말기암으로 호스피스에 입원한다.

도리고에로부터 차를 넘겨받은 '나'는 수술을 받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기억을 잃더라도 그 물망초를 보게된다면 모든 기억을 단번에 떠올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Go>라는 영화를 열번쯤 본 것 같다. 쿠보즈카 요스케의 연기도 좋았고, 시바사키 코우의 풋풋함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名前ってなに? バラと呼でいる花を別の名前にしてみても美しい香りはそのまま。이름이란건 뭐지. 장미라 부르는 꽃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그 향기는 그대로인데" 라는 세익스피어의 말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에 나는 어렸고, 그런 이유로 내가 아무것도 변하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누군가가 좋아해주길 바래서 그 말이 좋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레볼루션 넘버3>를 보고 너무나 실망을 했었다.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러서 <연애소설>을 읽는다. <Go>와 같이 열광할만한 것도, <레볼루션 넘버3>처럼 실망한 것도 아니다. 나는 '이야기'에는 무척 후한 점수를 준다. 누군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언제나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 주는 느낌이다.

세 편의 소설은 액자 속의 다른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쫓고 있는 것은 아픈 사랑이다. 자신 때문에 상대편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연애소설>, 나를 사랑하는 줄 알았던 그녀가 사실은 불륜의 괴로움 때문에 자살하고 그녀를 위해 살인을 해야 겠다고 다짐하는 <영원의 환>, 너무 사랑했지만 서로 사랑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 헤어진 후 서로를 잊지 못하는 <꽃>

 

옮긴이 김난주의 말 중에 언뜻 가슴에 와닿는 말이 있어 옮겨 적어본다. "연애의 끝은 그 대상과의 결별이며 동시에 연애를 했던 자신과의 결별이기도 하다"

피란델로의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명인 어떤 사람>에서 주인공 나는 어느날 아내가 코가 비뚤어졌다는 말에 자기 자신이 지금까지 자기가 생각해오던 자신이었는지 의문을 갖게 되고 그때부터 자신은 아무도 아닐수도 있고 동시에 십만명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쳐 자기 자신을 해체한다.

아내가 지적한 코의 비뚤어짐과 같은 경험을 실연하게 되면 겪는 것인지도 모른다. 연애가 끝나면 문득 또 다른 내가 생겨나는 것 같다. 그리고 '연애를 하던 당시의 나'와 '연애가 끝났음을 인정해야 하는 나'의 투쟁이 시작된다. 때로는 그 투쟁의 현상이 '변심'으로 나타나기도 해서 본질을 흐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그 투쟁의 본질이 진정한 나, 내가 되고 싶었던 나로 머물고자 하는 투쟁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그 순간, 연애를 하는 그 순간에, 뜻밖에도 내가 더 나은 사람이었던 경우가 많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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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악마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5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문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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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나(미노우라)가 서른도 채 안되었는데 머리가 백발이 될 정도로 공포에 질렸던 기묘한 사건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이야기는 크게 도쿄에서의 추리부분과 이와야섬에서의 모험 이야기로 나뉜다.

 

미노우라는 내성적인 성격의 평범한 회사원이다. 회사에 새로 들어온 기자키 하쓰요라는 아가씨와 풋풋한 연애를 시작하는데 기자키 하쓰요는 친부모가 누구인지, 고향이 누구인지 잘 기억하지 못하고 지금은 양어머니와 살고 있다. 그녀가 기억하는 것은 고향의 단편적인 모습과 동생이 있었던 것 같다는 점, 그리고 오래된 낡은 족보 뿐이고 족보에 의하면 그녀 가문의 성은 히구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미노우라와 하쓰요 사이에 결혼 이야기가 오고갈 즈음에 하쓰요에게 또다른 남성이 구혼을 한다. 그 남성의 이름은 모로토이고 젊은 의학자에 부자인데 미노우라에게 동성애를 느끼던 남성이다. 미노우라는 모로토가 자신을 빼앗기기 싫어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쓰요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아 양어머니와 약간의 다툼이 생긴다. 그러던 중 어느날 하쓰요가 살해당한다. 하쓰요는 며칠 사이에 허리가 무척 굽은 노인을 집 근처에서 보았다며 불안해 했었다. 하쓰요의 집에는 침입한 흔적이 전혀 없고 없어진 것은 그녀의 손가방과 초콜릿 깡통 뿐이었다.

하쓰요의 유골 일부를 먹으며 복수를 다짐한 미노우라는 미야마기 고키치라는  아마추어 탐정을 찾아가 상의한다. 미야마기 고키치에게 하쓰요가 주었던 족보와 그녀가 설명했던 고향 풍경을 건낸 후 미야마기는 여러가지 조사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사건을 풀어나간다. 여행에서 돌아온 미야마기는 자신이 협박 당하고 있다면서 어떤 물건을 정해진 시간까지 돌려주지 않으면 살해하겠다는 편지를 받았다고 말한다. 미야마기는 그 물건을 돌려주지 않을 결심을 하고 미노우라에게 우편으로 부친 후 미노우라와 함께 해변에 가서 아이들과 모래 장난을 하면서 논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이 되자 미야마기는 아이들이 덮어주었던 모래 안에서 칼이 꽂힌채 주검이 된다. 집으로 돌아와 미야마기가 보내준 물건을 풀어본 미노우라는 그 물건이 석고상에 다름아니며 의미를 이해할 수가 없다.

사건 조사중에 모로토의 모습을 자꾸 발견한 것 때문에 모로토를 의심하게 된 미노우라는 모로토를 찾아갔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모로토는 과거의 구혼활동을 무척 반성하며 미노우라에게 사과하고 자신도 사건을 조사중이었으며 어느 정도 단서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는 하쓰요의 집과 맞붙어 있는 고물상에 있던 커다란 화병을 조사하는 중에 화병 속에 사람이 숨어들어갔다가 밤중에 마루 밑으로 잠입한다면 침입 흔적이 남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선입견 속에서 살인자가 건장한 장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지나친 것이며 만일 같은 논리대로라면 미야마기를 죽인 것도 같이 놀던 아이 중 한명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로토는 범인이 아이이기 때문에 아무 쓸모도 없는 초콜릿 깡통을 가져갔다고 추리하고 사건 당시 공연을 하던 서커스단의 아이 한명이 유력하다고 조사되어 집으로 데려온 후 자백을 받아낸다. 하지만 그 아이는 하쓰요가 보았던 노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쏜 총에 맞아 죽고 사건이 오리무중에 빠진다.

 

모로토는 하쓰요와 미야마기, 그리고 서커스단의 아이를 죽인 범인은 괴노인임이 분명하지만 증거가 없으므로 이제 남은 문제는 '왜 그들이 죽었는가'에 있다면서 미야마기가 남긴 석고상에 비밀이 있다고 판단한다. 석고상을 깨뜨리자 그 안에는 족보와 한 권의 공책이 나온다. 족보에 숨겨져 있는 종이에는 알 듯 모를 듯 한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다.

 

신(神)과 불(佛)이 만난다면

동남방 귀신을 때려 부수고

아미타(阿彌陀)의 공덕을 찾을 것이다

6도(六道) 네거리에 혼동되지 말라

 

그리고 공책에는 서툰 글씨로 충격적인 일들이 적혀 있는데 그것은 자신이 어떤 토굴에 갖혀있다는 내용이다. 그 공책을 쓴 사람의 이름은 히데짱이고, 히데짱의 기록에 따르면 자신은 샴쌍둥이와 같이 다른 사람과 몸이 붙어 있는데 동성이 아니라 이성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십년이 넘도록 그 토굴에 갖혀있는 히데짱이 쓴 마지막 글로 미루어 미야마기가 그 섬을 여행 하던 중 히데짱을 만난 것이 분명했다.

 

모로토는 공책을 모두 읽어본 후 자신의 비밀을 이야기 해준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미루어 보아 히데짱이 갖혀있는 곳은 자신의 고향인 이와야 섬이고 괴노인은 자신의 곱추 아버지인 것으로 생각된다, 자신의 아버지는 곱추인 것 때문에 정상인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었고 정상인으로 태어난 자신은 집을 떠나 도쿄에서 의학을 공부한 것이다, 하는 내용이다.

모로토와 미노우라는 함께 섬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공책을 기록한 히데짱도 토굴의 창살 사이로 보게된다. 미노우라는 히데짱에게 한눈에 반하고 너무나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족보의 내용이 보물위치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것, '신(神)과 불(佛)이 만난다면 동남방 귀신을 때려 부수고'가 '기둥문과 지장보살의 그림자가 만나는 시간에 동남방의 귀와의 그림자가 가르키는 곳으로 가서 그곳을 부순다는 의미임을 알아낸다. 그리고 '아미타의 공덕'은 보물이고 '6도 네거리'는 미로를 가르키는 것이라는 것도 밝혀낸다.

모로토의 아버지인 죠고로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보물을 발견하고 히데짱 등 갖혀 있는 사람도 구해낸다. 그리고 히데짱이 바로 하쓰요의 기억 속에 있던 동생이었고 그 이유로 미노우라가 한눈에 반했던 것임을 알게된다. 보물의 소유자는 히데짱이 되었고 미노우라는 그녀와 결혼한 후 장애를 자긴 사람들을 치료하는 병원을 세워 그들을 도우며 살아간다.

 

에도가와 란포 상을 받은 작품은 많이 읽어보았지만 정작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격 추리물로서의 밀실과 추리 부분도 괜찮았고 후반부에 나오는 이와야 섬의 미로 탐험 도 초반의 호언장담에 걸맞게 공포스럽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팔묘촌>이나 <이누가미 일족>처럼 초반에 너무너무 기괴하고 무시무시한 사건이라고 반복해 말함으로서 기대만 잔뜩 하게 만들었다가 흐지부지 되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미야마기와 하쓰요 어머니의 관계 부분은 억지스러운데가 있었지만 그 점을 제외한다면 전체적으로 구성이 매끄럽고 조밀하다. 특히나 도쿄에서 이와야섬으로의 이동을 위한 여러가지 장치가 탁월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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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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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말로는 서른세살로 한 때는 수사관으로 지방검사인 와일드 밑에서 일했으나 명령 불복종으로 해고된 뒤 탐정으로 일하고 있다. 그에게 퇴역 장군인 스텐우드가 사건을 의뢰한다.

스텐우드에게는 딸이 두 명 있는데 첫째는 리건 부인으로 세 번 결혼을 했다. 그녀의 마지막 남편이었던 러스티 리건을 스텐우드 장군은 무척 마음에 들어 했으나 한 달쯤 전에 아무말 없이 사라졌다. 소문에 따르면 술집과 도박장을 경영하는 에디 마스라는 거친 남자의 아내와 도망간 것으로 되어 있다. 둘째 딸은 카멘으로 백치와 같은 면모를 가지고 있다. 두 딸 모두 헤픈 것으로 알려져 있고 스텐우드 장군의 속을 썩이고 있다. 장군은 아홉 달쯤 전에 조 브로디라는 남자에게 카멘을 내버려 두라고 오천 달러를 주었고 이번엔 아서 그윈 가이거라는 서점 주인으로 부터 협박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둘째 딸 카멘이 그에게 일천 달러를 지불할 것을 약속하는 어음이 들어있었다.

가이거의 서점을 방문한 필립 말로는 우연한 계기로 그 서점이 경찰들의 비호를 받으며 음란서적을 대여하는 곳임을 알게된 후 가이거의 집을 염탐한다. 가이거의 집 앞에서 총소리를 들은 말로는 집 안으로 들어가서 가이거가 총에 맞아 죽어있는 것과 카멘이 벌거벗은 채 마약에 취해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곳에는 카멘을 촬영한 사진기가 놓여 있었지만 필름은 살인범이 가져간 뒤였다. 집안을 뒤지다 책을 대여해가는 고객 명부를 적은 공책을 입수한 뒤 카멘을 집으로 데려다 준다. 그리고 다음날 뷰익 한 대가 부두 앞에 떠오르는데, 차에서 발견된 것은 스텐우드 장군의 집 운전사 오웬 테일러였다.

다시 가이거의 서점을 조사하기 시작한 말로는 서점에서 책을 실어내가는 자를 미행하여 그 자가 바로 조 브로디임을 알아낸다. 조 브로디와 가이거 서점의 점원이었던 아그네스를 압박한 결과 말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아낸다. 조 브로디는 가이거의 음란서적 대여업에 흥미를 갖고 아그네스와 그 사업에 한 몫 낄 궁리를 하며 가이거의 집을 염탐하다가 가이거를 살해하고 도망가던 자를 쫓아가 사진을 탈취한다. 탈취한 카멘의 나체 사진을 가지고 협박을 하는 한편 가이거의 음란서적을 아그네스와 공모하여 훔친 것이다. 가이거를 살해한 자는 오웬 테일러로 그는 가이거가 카멘을 데리고 하는 짓을 못마땅해 하다가 살해한 후 누군가에 의해(혹은 자살) 차에 탄 채로 물 속에 처박혔다.

말로가 사진을 되찾은 그 때 누군가 조 브로디의 문을 두드리고 조 브로디는 캐롤 런그렌이라는 자에게 총을 맞아 죽는다. 그는 가이거의 동성애자 애인이었고 조 브로디가 서점에서 책을 훔쳐가자 그가 가이거를 죽였다고 생각한 것이다.

표면적인 사건을 해결하여 스텐우드 장군으로부터 오백달러의 사례금을 받았지만 말로는 스텐우드 장군이 진정 원하는 것은 로건 부인의 마지막 남편인 러스티 리건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해리 존스라는 땅딸막한 남자가 러스티 리건은 에디 마스의 부인과 도망친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고, 에디 마스의 부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고 접촉해 온다. 해리 존스를 찾아간 날 말로는 존스가 캐니노라는 에디 마스의 부하에 의해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캐니노를 추적하여 에디 마스의 부인을 찾아낸다. 하지만 케니노에게 잡혀 죽을 위기를 넘긴 후 스텐우드 장군의 집으로 가서 모든 것을 밝혀낸다.

권총 쏘는 법을 알려달라는 카멘은 표적을 쏘지 않고 말로를 쏘려 하는데 그 이유는 말로가 카멘의 유혹을 뿌리치고 침실에서 쫓아냈기 때문이다. 말로는 카멘이 마찬가지 이유로 러스티 리건을 유혹했다가 거절당하자 총 쏘는 법을 알려달라고 한 후 죽였던 것을 추측하고, 동생의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 언니인 로건 부인은 에디 마스의 도움을 받은 후 그것을 약점으로 잡힌 것이었음을 알아낸다.

 

레이먼드 챈들러가 재평가 받은 계기 중 하나가 무라카미 하루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레이먼드 챈들러를 자신의 영웅이라고 이야기 하며 <양을 쫓는 모험>에서 의식적으로 그의 문체를 흉내냈다고 밝히는데 그런 이유로 혹자는 <양을 쫓는 모험>을 <Big Sheep>이라 부르기도 했다. Big Sleep을 읽어보면 하루키가 비단 문체만을 흉내낸 것이 아니라 인물의 세계관이나 성격 역시 모방한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챈들러 특유의 직유를 통한 유머, 자신의 감정을 멀찍이 떨어져서 묘사하는 방식, 직업에 대해 스스로 '납득'해야 한다는 태도 등은 <양을 쫓는 모험>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챈들러는 본격 추리소설과 구별되는 하드보일드 장르에 천착했는데 셜록 홈즈가 전자의 대표적 인물이라면 <말타의 매>에 나오는 샘 스페이드와 <빅 슬립>의 필립 말로가 후자의 대표적 인물이다. 추리에 의존하기 보다는 총을 들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하드보일드 장르는 미국의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챈들러는 장르 문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문학적으로도 격찬을 받는 작가이다. 폴 오스터의 초기 작품에서도 레이먼드 챈들러의 영향이 드러나고, 그 자신도 챈들러가 미국을 이야기 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냈다고 밝힌다.

 

필립 말로 시리즈는 총 여섯 편으로 <빅 슬립 The Big Sleep(1939)>, <안녕 내 사랑 Farewell, My Love(1940)>, <하이 윈도 The High Windows(1942)>, <호수의 여인 The Lady In the Lake(1943)>, <리틀 시스터 The Little Sister(1940)>, <기나긴 이별 The Long Good-bye(1949)>이 있는데,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필립 말로가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며 성격에도 변화가 나타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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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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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인 '나'는 1936년 12월 말, 영국에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로 가서 노동자 계급이 권력을 잡은 도시에 강한 인상을 받는다. 교회는 불에 탔고 웨이터들은 손님을 똑바로 쳐다보며 동등한 입장에서 손님을 맞이했다. <세뇨르>나 <돈>과 같이 상대방을 높이는 존칭이 사라졌음은 물론 팁을 주는 것도 금지되었다. 내전에서 파시스트를 물리치고 노동자 국가의 수호를 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로 보였기에 의용군에 입대한다.

얼마간 훈련을 받은 후 전선에 배치되는데 전투는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땔감과 감자 등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거는가 하면 선전전으로 상대편에게 동요를 일으키는 일도 있었다.

휴가를 얻어 바르셀로나로 돌아온 후 카탈로니아 시가전을 경험한다. 전화국을 접수한 치안대와 무정부주의자들의 전투는 스페인 내전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혁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다시 전선으로 가서 부상을 입어 바르셀로나로 돌아오는데 주도세력인 공산주의자들이 통일노동자당을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숙청을 하고 있는 중이다. 친구들이 투옥되고 해외 신문들은 진실과 다른 기사들을 써댈 뿐이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나'는 영국으로 돌아온다. '모두가 영국의 깊고 깊은 잠을 자고 있다'고 느끼자 '나는 때때로 우리가 폭탄의 굉음 때문에 화들짝 놀라기 전에는 결코 그 잠에서 깨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스페인 내전의 성격과 사회주의에 관한 사전지식이 없다면 무척 지루할 법한 이야기이다. 조지 오웰은 <카탈로니아 찬가>를 두고 <공공연히 정치적인 책>이라고 말하며 11장을 <프랑코와 공모했다는 비난을 받은 트로츠키파를 변호하기 위해 쓰여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카탈로니아 찬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트로츠키라는 인물, 혹은 만국사회주의와 영구혁명 개념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내가 처음 영구혁명 개념을 접한 것은 1995년 <영구혁명론과 니카라구아혁명, 김민권, 한울출판사>를 통해서였다. 이 책은 동아리 선배가 기증한 책이었는데 그 선배는 나중에 신문기자가 되었다가 작가가 되었다. <뒤집기 한판>은 아직 읽지 못했다.

트로츠키는 우리나라에서 90년대 초반까지도 스탈린주의의 영향으로 소비에트의 적, 변절자 등의 의미로 통했다. 트로츠키와 레닌은 마르크스가 1850년에 쓴 <공산주의자 동맹에 보내는 중앙위원회의 호소>에서 "민주적 쁘띠부르조아가 가능한 한 빨리 혁명을 끝내려 하고 있지만, 한편 혁명을 영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며, 많든 적든 모든 소유 계급이 지배에서 추방되고, 프롤레타리아트 연합이 1개국뿐 아니라 모든 주요국에서 프롤레타리아트 사이의 경쟁을 중지하고, 적어도 결정적 생산력이 프롤레타리아트의 손에 집중되기까지 진행시킨다"를 서로 다르게 러시아에 적용하려 하였다.

레닌은 러시아에서 자본주의 발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이 완수된 후에야 프롤레타리아가 권력을 쥐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단계적 혁명론) 한편 트로츠키는 바로 동일한 이유에서 영구혁명을 진행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후에 레닌은 자신의 단계적 혁명론을 버리고 트로츠키 영구혁명론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레닌 사후에 스탈린이 모든 권력을 자신의 손에 집중시키고 소비에트를 국가자본주의화 시키는 한편 트로츠키비방 캠페인을 벌인다. 트로츠키는 1926년 6월 이래 18개월 동안 스탈린주의에 맞선 투쟁에 전념하지만 트로츠키를 위시한 좌익반대파 지도자들은 중앙위원회에서 제명된다. 결국 트로츠키는 배신자로 몰려 숙청 위기에 처한다.(1940년에 살해됨)

 

한편 스페인에서 온건 공화파와 좌익 정당들이 '인민전선'을 결성, 1936년 2월의 선거를 통해 보수파를 공직에서 몰아내자 1936년 7월 17일 프랑코가 여러 도시들과 스페인령 모로코에서 반란을 일으켜 내전이 발발한다. 프랑코는 사제, 귀족, 군부 및 스페인 파시스트,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지지와 지원을 받지만 프랑스의 인민전선 정부는 영국과 더불어 불간섭 정책을 채택하여 스페인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 스탈린은 두달간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다가 1936년 말 <카탈로니아 찬가>의 주인공이 스페인으로 들어간 그 시기부터 한정적인 도움을 준다. 변절한 소련 공산당의 강령에 충실한 '공산주의자(책에서는 공산주의자가 스탈린주의자를 의미한다)'에게만 무기를 공급한 것이다.

소련의 지원을 받은 '공산주의자'들은 프랑코에 대항해 싸우기보다는 무정부주의자와 트로츠키주의자를 무장해제시키고 숙청하는데 열을 올렸다. 정당에 속한 의용군들은 프랑코와의 전쟁이 끝난 후에도 혁명을 위해 무기를 쥐고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트로츠키가 주장한 영구혁명으로 인해 자신들의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권력이 흔들릴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전쟁에서 이기지도 않았는데 전쟁 이후의 권력을 위한 숙청이 거듭되었고, 혁명적 분위기는 사그라들었으며, 프랑코와 파시스트에게 패배하고 만다.

 

<동물농장>이나 <1984년>과 달리 <카탈로니아 찬가>는 정치 팸플릿을 연상시킨다.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여 각 정당들의 특성과 주장을 싣고 있다. 특이할만한 점은 주인공은 우연한 이유로 P.O.U.M. 부대에 소속된 것 뿐이고 트로츠키주의적 경향보다는 스탈린주의적 경향을 가진 곳에 관계가 깊었다. 하지만 스페인 내전을 직접 경험하면서 점차 P.O.U.M을 지지하게 된다. 볼셰비키(소수파라는 의미)가 혁명 이전까지 대중의 영향력을 거의 획득하지 못하다가 혁명의 전개됨에 따라 인민들이 볼셰비키에 동조했던 것과 같은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카탈로니아 찬가>가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비난에 대해 조제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치적 목적 - <정치적>이란 용어는 이 경우 가능한 한 넓은 의미의 것이다. 세계를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욕망, 성취하고자 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여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놓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보려는 욕망. 다시 말하지만, 어떤 책도 진정한 의미에서 정치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견해 자체도 하나의 정치적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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