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펭귄클래식 43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은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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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을 쓴 마이클 슬레이터는 찰스 디킨스의 전기 작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화로 손수레 끄는 소녀에 관한 이야기를 꼽는다. 1870년 6월 9일 한 소녀가 "디킨스가 죽었어요? 그럼 크리스마스 할아버지도 죽은 건가요?" 라고 외쳤다는 일화이다. 영어권 국가에서 찰스 디킨스는 크리스마스와 뗄 수 없는 이미지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1842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주인공 스크루지(Scrooge)는 '구두쇠(Screw)'와 '사기꾼(Gouge)'의 느낌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이름이다.

스크루지는 악착같이 돈만 버는 구두쇠였다. 한겨울에도 석탄을 거의 떼지 않았고 사무실 직원 밥 크래칫에게도 가혹하게 굴었다. 조카가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스크루지를 찾아와 함께 저녁을 먹자고 권했지만 돈이 되지 않는 쓸데 없는 일일 뿐이라며 거절한다. 기부를 권하는 사람들에게는 감옥과 빈민 구제법을 들먹이며 그곳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면 자신이 별도로 기부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스크루지는 돈이 많았지만 이 돈으로 딱히 무언가를 하는 일도 없이 스스로 외로움 속에서 살고 있었다. 

그 해 크리스마스도 여느 때와 같이 홀로 보내려는 스크루지에게 유령이 찾아온다. 유령은 함께 일하다 오래전에 사망한 동료 말리였다. 말리는 스크루지에게 세 명의 유령이 찾아올 것이라면서 유령들이 기회를 줄 것이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세 명의 유령이 스크루지를 찾아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준다.

과거의 스크루지는 아직 세파에 찌들지 않았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점차 돈만 알게 되더니 급기야 사랑하는 여인마저 돈 때문에 떠나보낸다. 스크루지는 자신의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보면서 동요된다.

현재의 유령은 밥 크래칫의 집을 보여준다. 그리고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서로를 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장애가 있는 어린 톰의 모습은 스크루지에게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 유령은 미래를 보여준다. 한 남자가 죽었는데 아무도 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 죽은 자는 바로 스크루지였다.

유령들이 모두 떠나간 후 스크루지는 아직 기회가 있다는데 몹시 감사한다. 그리고 선행을 베풀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동화로는 많이 읽히는데 원작 형태로는 잘 읽히지 않는 것 같다. 축약본의 내용은 원작의 그것과 거의 차이가 없지만 시대적 배경이라든가 파급 효과에 대해서는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에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자선을 베풀어야 한다'는 매우 단순한 교훈을 주는 이야기쯤으로 치부되는 것 같다. 

하지만 작품이 발표된 1840년대는 계급투쟁이 격화되는 시기였고 1848년 혁명을 불과 몇 년 남겨두지 않은 시기였다. 계급투쟁이 격화됨에 따라 착취와 빈부 격차 문제가 사회적 변혁의 원인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었고, 이러한 시기에 발표된 <크리스마스 캐럴>은 어찌보면 매우 순진한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찰스 디킨스가 정치와 경제에 무지한 사람이라든가 밥 크래칫이 차티스트 운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든가 하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언젠가 찰스 디킨스와 찰스 램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난다. 찰스 램은 작품과 실제 생활이 일치하는 사람이었던데 반해 찰스 디킨스는 동전을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지팡이를 휘둘러 쫓아버리곤 했다는 이야기였다.  


작품집 속에는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짧은 단편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다음과 같다. <크리스마스 축제>, <교회지기를 홀린 고블린 이야기>, <'험프리 님의 시계'에 실린 크리스마스 에피소드>, <크리스마스 트리>, <늙어가는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란 무엇일까?>, <가난한 일곱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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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 - P
델라코르타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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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회사 RCA의 배달부 쥘은 음반과 콘서트에 번 돈 대부분을 소비하고 마는 음악 애호가이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 음악가는 프리마돈나 신시아 호킨스. 그녀는 절대로 자신의 노래를 녹음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쥘은 바이올린 케이스 안에 나그라를 장착하여 신시아 호킨스의 콘서트 실황을 녹음하는데 성공하고 이를 소중하게 간직한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나디아라는 여자가 악명 높은 장 사포타의 비리를 폭로하는 내용을 테이프에 녹음한다. 그녀는 이 테이프를 자신의 전 남자친구에게 건네고, 그 남자는 다시 경찰 폴라에게 전달한다. 최근 나디아의 태도를 수상쩍게 여긴 사포타는 수상한 테이프가 경찰의 손에 건너갔다는 첩보를 입수하자 즉시 폴라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폴라는 테이프가 사포타 일당에게 빼앗길까봐 근처에 주차되어 있는 모터사이클 수납함에 집어 넣는다. 사포타 일행에게 자신이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 뒤 모터사이클로 돌아가 테이프를 회수할 심산이었지만 모터사이클 주인이 타고 가버린 통에 테이프를 회수하지 못한다. 그 모터사이클은 쥘의 것이었다.


쥘은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알바는 아직 미성년자였는데 좀도둑질을 거리낌 없이 해댔고 세르주라는 중년 남성은 과거가 의심스러운 인물로 이런 저런 불법적인 일을 벌이는 듯 했다. 둘은 기묘한 동거를 하고 있었다.  

세르주는 쥘이 얻게 된 두 개의 테이프, 즉 신시아 호킨스의 실황 공연을 녹음한 테이프와 사포타의 비리를 폭로하는 테이프 모두가 높은 값에 팔릴 수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곧 테이프를 판매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사포타에게 전화를 건 세르주는 테이프를 100만 프랑에 팔겠다고 제안하고, 신시아 호킨스의 대리인에게는 실황 음반을 가장 높은 값을 쳐주는 음반 회사와 연결시켜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사포타에게는 100만 프랑을 받는데 성공한다. 사포타는 쥘을 살해하려다가 잠복해 있던 폴라의 총에 맞아 죽는다. 신시아 호킨스의 테이프는 판매가 불가능해 보였다. 그녀는 절대로 자신의 공연을 음반으로 남기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세르주는 흔쾌히 테이프를 쥘에게 다시 넘기고, 쥘은 테이프를 신시아 호킨스에게 헌정한 후 그녀와 달콤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대학교 2학년 때인 1995년도에 장 자크 베네 감독이 만든 DIVA를 비디오방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 당시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잡지가 꽤 인기가 있었다. <씨네21>과 <키노>가 동아리방에 꽤 많이 돌아 다녔고 거기에 장 자크 베네가 종종 비중 있게 다루어졌던 기억이 난다. 

영화의 원작자 및 각본은 다니엘 오디에로 소개된 경우가 많은데 델라코르타는 다니엘 오디에의 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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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증인
유즈키 유코 지음, 한성례 옮김 / 혼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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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호텔 방에서 한 여자가 한 남자에게 칼 끝을 향하더니 달려든다. 가까스로 남자가 피한다. 여자가 소리친다. "그 아이의 복수야."


살인 용의자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다. 증인들은 미쓰코라는 중년 여인이 바람을 피웠던 것 같다고 진술한다. 재판은 남녀 사이의 치정에 얽힌 살인으로 가닥을 잡아나가기 시작한다.


코지의 아들 스구루가 비 오는 날 자전거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해 죽고 만다. 함께 달리던 스구루의 친구는 상대편 차량이 신호 위반을 했고 술 냄새도 풍겼다고 경찰에 증언한다. 하지만 얼마 후 코지의 집에 도달한 우편물에는 상대편 차량 운전자가 불기소 처분 되었다고 쓰여 있었다. 코지와 아내 미쓰코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코지는 상대편 운전자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시미즈라는 이름의 그 남자는 중견 건설회사 사장이었고, 공안위원회 위원이었다. 공안위원회는 경찰을 감독하는 기구였다. 분명히 그가 경찰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코지는 담당 형사를 찾아가 항의한다. 담당 형사 마루야마는 코지에게 무뚝뚝하게 돌아가라고 할 뿐이었고 코지는 거대한 벽을 느낀다. 

의미 없는 하루 하루가 흘러 7년의 세월이 지나간다.


7주기가 되던 날, 코지는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술집을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취한 시마즈를 보게 된다. 시마즈는 술에 취했으면서도 자신이 직접 운전하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었고, 시마즈의 아들은 과거에 호된 꼴을 당했으면서 또 그런 얘기를 하시느냐고 면박을 준다. 그 이후에 오가는 대화는 시마즈가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얘기들이었다.

코지는 집에 돌아와 미쓰코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한다. 미쓰코는 자신이 시마즈를 죽이겠다고 했다. 미쓰코는 암에 걸려 6개월 밖에 살지 못할 운명이었다.  

코지와 미쓰코는 시마즈를 살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미쓰코는 시마즈에게 접근해 그를 유혹하는데 성공하고 호텔로 유인한다.


다시 재판으로 돌아가 피고인의 정체가 드러난다. 피고인은 놀랍게도 미쓰코가 아니라 시마즈였다. 모든 증거들은 시마즈가 미쓰코를 살해했다고 말하는 듯 했다. 하지만 시마즈가 무죄가 분명하다고 생각한 변호사 사카타는 최후의 증인을 신청한다. 그는 전직 경찰 마루야마였다.

마루야마는 과거 시마즈가 공안위원이었을 때 자신이 교통사고 사건을 부당하게 처리했다고 고백한다. 재판정이 술렁인다. 사카타는 최후 변론을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코지와 미쓰코는 아들이 억울하게 죽은 한을 풀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고, 살해당한 것처럼 보이는 미쓰코는 사실 자살한 것이다' 라고.


결국 시마즈는 미쓰코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선고를 받지만 과거 자신이 행한 죄에 대해서는 새로이 재판을 받게 된다.


스토리 텔링에 트릭을 숨겨 놓았기 때문에 독자는 최후에 이르러서야 피고자가 미쓰코가 아닌 시마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검사로 법조계에 발을 들여 놓았지만 환멸을 느껴 검찰을 떠난 변호사 사카타와 정의감에 불타는 신참 검사 마오의 대결도 흥미롭다. 유즈키 유코는 <임상진리>로 다카라지마사에서 주관하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7회 대상을 수상했는데 국내에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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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텔 범우희곡선 9
프리드리히 실러 지음, 한기상 옮김 / 범우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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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트슈테텐 지역은 고대 로마 시대 이래 다양한 민족들이 유입해 들어와 정착한 곳으로 주민 대부분은 스위스인이었다. 발트슈테텐의 세 개 주, 우리(Uri), 슈비츠(Schwyz), 운터발덴(Unterwalden)의 주민들은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만을 군주로 인정하였고 다른 지배자의 통치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황제 역시 3주의 정착민을 자유인으로 인정하였고 다만 몇몇 형사 사건들의 처리만을 황제의 대리인이 주관하였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의 알베르트 공작이 독일 황제로 선출되자 세 개 주를 왕가에 직속시키고자 음모를 꾸민다. 1304년 두 총독관, 즉 게슬러와 라덴부르크를 파견하여 주민 자치를 부정하고 민중을 탄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바움가르텐이라는 사람이 자기 부인을 겁탈하려 한 성주를 죽이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는 기사들에게 쫓겨 폭풍우가 거센 호수에 다다른다. 뱃사공 루오디에게 피신시켜주기를 청하나 물이 거세어 두려움을 느낀 루오디는 노젓기를 거부한다. 그 때 텔이 나타나 목숨을 걸고 바움가르텐을 건너편으로 데려다준다.

오스트리아 왕가의 압제는 점점 거세어 지자 세 개 주의 주민들은 투쟁을 통해 자유를 쟁취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슈타우프파허, 발터 퓌르스트, 멜히탈 등이 텔에게 함께 하기를 요청하지만 텔은 다만 이렇게 이야기할 뿐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검토하거나 선택을 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들이 결정한 행동에서 나를 필요로 하신다면 그때 이 텔을 부르십시오. 나는 반드시 갈겁니다."

얼마 후 텔이 게슬러에게 핍박당하여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얹어 놓고 활을 쏘아 맞춰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텔은 사과를 쏘아 맞추지만 자신이 사과를 맞추지 못할 때에 대비하여 숨겨둔 두 번째 화살 때문에 게슬러에게 잡혀 압송 당한다. 호수에서 배가 흔들리는 틈을 타 간신히 탈출한 텔은 게슬러를 살해하고 세 개 주의 동맹군들 역시 성을 무너뜨리고 총독관을 몰아낸다.


<빌헬름 텔>은 독재자에 대항하여 민중들이 동맹을 결성하고 자유를 쟁취하는 과정을 그려낸 희곡인데, 주목할 부분은 텔이 세 개 주의 동맹군을 이끌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동맹군에 참가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텔이 슈타우프파허에게 '반드시 함께 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텔은 게슬러에 의해 활쏘기를 강요 당한 후 개인적으로 게슬러에게 복수를 감행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역자 한기상 교수는 <빌헬름 텔>이 갖는 구성, 목가에서 역사로 그리고 다시 역사에서 새로운 목가로의 세 발전단계로 설명한다. 즉 텔은 자연현상에 기초한 사고에 갖혀 '역사적인 시간'이 몇 시인가를 측정할 수 없었고, 그의 소박하고 목가적인 믿음 탓에 파괴적인 역사적 폭력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목가) 그러다가 게슬러의 핍박을 받아 아들에게 활쏘기를 강요당한 후 행동에 나서게 되고(역사), 다시 평온한 삶(목가)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텔은 행동을 '결심'하는 시기는 동맹 구성원들보다 늦었지만, '결행'하는 시기는 그들보다 앞선다. 텔과 동맹이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자유를 쟁취하는 과정은 나선형으로 발전하는 변증법적 양태를 띠는데 후에 프랑스와 러시아 혁명에서 중요한 당면 과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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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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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야 스파이럴 빌딩의 건설 책임자 이누카이는 아내 노리코 몰래 회사 부하직원 나호코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 어느 날 나호코가 '죄책감을 지우기 위해서' 라며 전혀 모르는 한 쌍의 남녀를 불러 관계를 갖자고 말한다. 만약 바로 옆 방에서 이누카이가 다른 여자와 관계 맺는 것을 본다면, 자신이 이누카이의 아내에게 느끼고 있는 죄책감을 덜 수 있을 것이라면서. 물론 이러한 시도는 실패하지만 그 이후로 이누카이와 나호코는 소원한 관계로 변하고 만다. 한편 아내 노리코는 어느 날 아파트 벽에 모피 조각을 잔뜩 붙여 놓고 친정집으로 가버린다.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노리코는 이렇다할 이유를 대지 않는다.


하야토는 스파이럴 빌딩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인데 어느 날 스테인리스 정조대를 사서 차고 다니기 시작한다. 때때로 관계를 갖던 중식당 웨이트리스 고즈에에게 뜬금 없이 결혼하자는 말을 꺼낸 뒤 정조대를 보여주자 고즈에는 대체 왜 그런 것을 차고 있는지 묻는다. 하야토는 나름대로 대답을 하지만 고즈에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하야토는 요시하루라는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나이 지긋한 동료에게 주례를 맡기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요시하루가 어떤 사람인지 묻는 고즈에의 질문에 하야토는 거의 대답하지 못한다.


한밤중에 이누카이에게 다급한 전화가 걸려온다. 건설 현장에서 한 남자가 목을 맸다는 내용이었다. 신원 확인 결과 요시하루라는 사람으로 밝혀진다.


소설은 오미야 지역에 새로 올라가기 시작한 35층 짜리 고층 스파이럴 빌딩과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의 건조한 일상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그들은 한 장소에서 같은 목적을 위해 일하지만 서로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스쳐가듯 몇 번을 만났지만 기억하지도 못한다.

요시다 슈이치는 고층 스파이럴 빌딩이 한 층 한 층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가 마침내 완공되면 도시는 새로운 랜드마크를 갖게될 터이지만, 정작 사람들의 삶은 더욱 외롭고 소외된 채로 남겨져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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